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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분석

미국 大選 트럼프 돌풍의 원인

이념적 兩極化, 유력 후보들의 무기력한 대응, 독특한 자질 때문?

글 : 윤정호  자유기고가·美예일대 정치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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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말의 대명사 트럼프와 사회주의자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
⊙ 유력 후보들의 소심한 전략이 역풍을 몰고 오면서 반사적 이익을 얻기도
⊙ “토론회 거듭할수록 민얼굴 드러날 것” “대선전이 아웃사이더들의 난타전으로 변할 수도”
미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사진=트럼프 홈페이지 캡처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 대이변이 일어났다.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에서 다크호스들이 약진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부동산 재벌이자 방송인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열광했다. 그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공직 선거를 완주하지 않은 낯선 정치 신인이라는 사실엔 괘념치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열애에 빠졌다. 행정 경험이라곤 인구 4만여 명의 작은 도시 버몬트주 벌링턴 (Burlington) 시장 경력이 전부인 74세의 원로 정치인에게 박수 갈채를 보냈다. 두 사람의 인기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실시된 정당별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전국 단위 조사들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먼머스 (Monmouth)대가 8월 31일에서 9월 2일 사이 행한 조사에서 트럼프는 응답자 30%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9월 4일에서 9월 8일 사이 뉴스 전문채널 CNN이 실시한 조사 결과도 같았다. 그는 선두를 차지했다. 32%의 응답자가 트럼프의 손을 들어 줬다.
 
  한때 부동의 선두주자인 듯 보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두 조사에서 모두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 유망한 차기 대권주자로 여겨졌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그리고 존 캐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지지율도 폭락했다.
 
  샌더스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쾌승을 거뒀다. 퀴니피악(Quinnipiac)대가 8월 27일에서 9월 8일 사이 아이오와 민주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장관을 1%포인트 앞섰다. 샌더스는 41%의 지지를 받은 반면 힐러리의 지지율은 40%에 머물렀다.
 
  8월 26일에서 9월 2일 사이 NBC 뉴스가 실시한 뉴햄프셔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샌더스는 4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2%를 기록한 힐러리를 9%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전 국무부장관 선거본부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2015년 여름 후보 경선 정국을 강타한 트럼프와 샌더스의 인기몰이는 닮은꼴이다. 공통된 세 가지 요인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념의 양극화(兩極化)가 구조적 요인을 제공했다. 사회의 우경화, 좌경화와 이로 인해 크게 늘어난 우파, 좌파 성향 유권자들이 현상 발현의 토대를 마련했다. 양당 내 유력 후보들의 무력한 행보도 상황변수로 작용했다. 부시와 힐러리는 이념적으로 경도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끝으로 트럼프와 샌더스의 자질이 인기 열풍을 일으킨 한 원인으로도 분석했다. 두 사람은 당의 핵심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선명성과 소통 능력이 뛰어났다.
 
 
  이념적 兩極化 진행
 
   미국 사회 전반, 특히 양대 정당의 열성 지지층 사이에서 진행된 이념의 양극화가 트럼프-샌더스 열풍을 가능케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사의 분석 보고서 ‘미국 국민들의 정치적 양극화 (Political Polarization in the American Public)’는 미국 사회 내에서 국내외 현안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급속도로 우경화와 좌경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극우와 극좌 성향의 정책 대안을 옹호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1994년에서 2014년 사이 조사 참여자들에게 10개 사안에 대한 정책 선호도를 묻는 방식으로 실시된 분석의 핵심 결론은 세 가지다.
 
  첫째, 강성 리버럴 또는 극좌 성향의 국민들과 강성 보수 또는 극우 성향의 국민들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강성 보수 성향 국민의 비율, 또는 극우 성향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의 비율은 2%포인트가 늘었다. 1994년 7%였던 비율은 2004년에는 3%로 잠시 줄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다시 9%로 높아졌다. 강성 리버럴 성향의 국민, 또는 극좌 성향의 정책 선호도를 지닌 국민의 증가 폭은 더 가팔랐다. 1994년만 하더라도 3%에 불과했던 비율은 2004년에는 8%로 늘었다. 2014년에는 12%의 미국민들이 강성 좌파 정책들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둘째,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경화와 좌경화가 두드러졌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거 ‘우향우’를 했다. 10개 문항 모두는 아니지만 대다수에 대해서 우파 성향의 답변을 한, 온건 보수 공화당원의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1%포인트 늘었다. 1994년에는 32%였지만 2014년에는 33%가 됐다. 문항 모두에 대해 보수적인 답변을 한 강성 보수 공화당원들 비율은 증가 폭이 훨씬 컸다. 13%에서 20%로 뛰었다. 1994년에서 2004년 사이에는 7%가 감소했지만 2004년에서 2014년 사이 14%가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념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급속한 좌경화가 진행됐다. 온건 리버럴 또는 온건 좌파 성향의 정책을 옹호하는 지지자들은 8%포인트가 늘었다. 온건 좌파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율은 1994년에는 25%였지만 2014년에는 33%까지 높아졌다. 한편 극좌 또는 강성 리버럴 성향을 띠는 당(黨) 지지자들의 비율은 무려 18%포인트나 증가했다. 강성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원의 비율은 1994년만 하더라도 5%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뒤인 2004년에는 13%로 늘었다. 20년 뒤인 2014년에는 23%까지 치솟았다.
 
트럼프와 독자 후보 출마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미(美) 대선 독자 후보에 대한 평가다. 스티븐 로젠스톤(Steven Rosenstone)과 로이 베어(Roy Behr)가 ‘미국의 제3정당들(Third Parties in America)’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 대선에서 독자 후보는 승산이 희박하다. 1856년 대선 이후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아닌 제3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독자 후보는 종종 대선에 큰 영향을 줬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미 국립문서관리기록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 따르면 1912년 대선에서 진보당 후보로 독자 출마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인단 88명의 지지를 얻었다. 남북전쟁 종전 이후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 대통령 집권기 8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백악관 재입성을 도왔다. 1992년 대선에는 로스 페롯(Ross Perot)이 개혁당 후보로 출마해서 양당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좌, 우를 넘나드는 공약으로 선거 중반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18.9%의 득표율을 올렸다. 2000년 대선에서 랄프 네이더 (Ralph Nader) 녹색당 후보의 역할은 아직까지도 논란거리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네이더만 아니었다면 백악관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이와 관련,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단독 출마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월 3일 린스 프리버스(Reince Priebus)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트럼프로부터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3당 후보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가 약속을 지킬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경우 파급력은 어느 정도일지를 지켜보는 것도 2016년 미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열성 지지자의 兩極化 더 심해
 
   셋째, 투표를 하거나 정치헌금 모금에 동참하고 크고 작은 정치 유세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정당 내 ‘열성 지지자들’의 이념적 양극화는 한층 더 심했다. 공화당 열성 지지자들은 우편향이 두드러졌다. 1994년에서 2014년 기간 동안 온건 우파 성향의 열성 지지자들의 비율은 4%포인트가 상승했다. 1994년에는 34%였고 2014년에는 38%였다. 다양한 정책 현안에 대해 강성 보수 성향의 해법을 지지하는 열성 당원들의 비율은 10%포인트나 뛰었다. 1994년 23%였던 비율은 2004년 10%로 떨어졌다. 그러나 10년 뒤엔 10%포인트나 껑충 뛰어 33%가 됐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은 이념의 척도가 왼쪽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이들 가운데 온건 좌파의 비율은 1994년 27%에서 2014년에는 31%로 늘었다. 강성 리버럴 정책을 선호하는 극좌 성향 지지자들의 비율은 자그마치 30%포인트가 늘었다. 1994년에는 8%였지만 10년 뒤에는 20%가 됐다. 2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중간선거가 있었던 지난해에는 38%로 폭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양당의 선두 주자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유력 후보들의 무기력한 대응
 
  이념지형의 변화에 대한 양당 유력후보들의 무기력한 대응도 트럼프와 샌더스 돌풍을 도왔다. 부시와 힐러리는 이념적으로 양극화한 양당의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선명성이 부족했다.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부시를 불신했다. 그의 아버지와 형 때문이었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前)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을 깨고 세금 인상을 했다. ‘증세는 절대악’으로 여기는 보수 진영을 분노케 했다. 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보수주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는커녕 임기 동안 정부의 크기를 키우고 역할을 늘렸다는 이유에서다.
 
  힐러리도 적지 않은 수의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불신을 받았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리버럴 진영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1985년 당의 좌편향을 막기 위해 민주당 리더십위원회(Democratic Leadership Council)라는 모임을 설립한 클린턴은 대통령 임기 동안 중도 우파 정책을 대거 도입했다. 국가 경제 운영에서 정부의 역할을 줄였다. 규제 혁파 조치를 단행했다. 복지 제도를 축소시켰다. 지나친 복지 혜택은 서민층의 빈곤을 악화시킨다는 논리였다. 이로 인해 그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피터 에델먼(Peter Edelman)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진 사퇴를 하고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둘째, 공약이 기대에 못 미쳤다. 국경 지대 치안을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부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시의 이민 정책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력한 추방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불법 이민은 선의의 행동”이라는, 마치 불법이민을 옹호하는 듯한 과거 발언이 문제시됐다. 교육정책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커먼 코어(Common Core)’ 정책이라고 불리는, 학생과 교육기관에 대한 학업 성과 평가 제도는 “큰 정부 교육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연방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의혹을 샀다.
 
 
  부시·힐러리, 메시지 전달능력 부족
 
  힐러리의 공약 역시 외면을 받았다. 그의 소득 양극화 해소 정책은 “2퍼센트가 모자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아동 교육 및 육아 지원 정책 등 수많은 조치들을 나열했지만 가시적인 복지 확대 정책이 빠졌다고 여겨졌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폐지된 요(要)부양 아동가족 지원 제도(AFDC)를 부활시키는 등 사회안전망 공약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금융산업 정책도 반발을 샀다. 힐러리는 금융기관 CEO의 연봉을 공개하고 자본거래세를 인상하는 한편 내부고발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남편이 1999년에 단행한 금융산업 규제완화 정책을 백지화하는 계획이 빠졌다는 이유였다.
 
  셋째, 메시지 전달 능력이 부족했다. 부시의 언변은 지나치게 평이하고 무미건조했다. 부시는 ‘무게감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멀리했다. 사전에 준비된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했다. 상대 후보들에 대한 날 선 비난도 삼갔다. 분노와 적개심을 일으켜 표를 얻는 ‘증오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부시의 ‘모범생 소통 전략’은 아직까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7명의 당 대선 후보가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난립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을 만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8월 6일 오하오주 클리블랜드시에서 개최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 뒤 그에게는 ‘존재감 없는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힐러리의 소통 전략은 역효과를 낳았다. 힐러리는 가급적 언론을 멀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언론 노출이 많으면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등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6월 12일 공식 출마 선언 뒤에도 공식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선거운동본부는 취재 금지 구역이었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을 신속하게 해소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권자들 사이에는 “힐러리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이미지가 확산됐다. 5월 29일에서 31일 사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ORC가 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10명 중 6명은 힐러리를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여겼다. 트럼프와 샌더스는 달랐다.
 
 
  독특한 자질
 
  트럼프와 샌더스는 세 가지 자질을 가지고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사로잡았다.
 
  첫째, 선명성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지지자였던 트럼프는 2000년 중도 보수 성향의 개혁당에 입당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2009년부터는 우파 정치인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보수 시민운동인 티파티(Tea Party)와 행보를 같이했다. 프리덤 서밋(Freedom Summit)과 보수주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례모임 등 보수 진영 행사에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공연히 대립각을 세웠다. 환경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출생신고서를 공개하라”며 대통령의 국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샌더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그는 1971년 반전 사회주의 정당을 표방하는 자유연합당(Liberty Union Party) 당원으로 현실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의 주지사와 상원의원 후보로 활약했다. 벌링턴 시장 임기 중에는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MIT대 교수 등 진보 인사들을 초대해서 강연회를 개최했다. 연방의회에 입성해서는 진보주의 의원 모임(Congressional Progressive Caucus)을 창설했다. 강성 리버럴 성향의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의사진행 방해 발언(filibuster)을 통해 보수 성향의 법안 통과를 막았다.
 
  둘째, 지지층을 열광시킬 만한 공약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강성 우파 성향의 공약을 쏟아 냈다. 강력한 불법 이민자 대책을 내놨다. 6월 16일 행한 대선 출마 연설에서 트럼프는 “대다수 불법 이민자들은 범법자나 사회 부적응자”라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파 유권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교육 정책도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트럼프는 교육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육부를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학교 및 학생 평가 제도를 반대하겠다고 했다. 교육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샌더스, “초대형 금융기관 해체”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샌더스는 강성 리버럴 성향의 공약들을 내놨다. 복지 혜택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00만명의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학 무상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천명했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보육과 유아교육을 의무화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금융산업 관련 공약은 클린턴 행정부의 금융산업 규제 완화 정책을 폐지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초대형 금융기관들은 해체하는 것이 답”이라는 입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초대형 금융회사들은 위기 이후 몸집이 더 커져서 미국 경제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셋째, 탁월한 소통 능력을 지녔다. 트럼프는 논란을 이용한 언론 플레이의 대가였다. 10년 넘게 토크 라디오를 진행하고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그는 ‘비난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란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청취율과 시청률을 올리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러한 교훈을 선거운동에 적용했다. 시도 때도 없이 유명 정치인과 언론인, 연예인들을 실명을 들어 가며 조롱하고 비난했다. 이를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언론의 관심 기회를 자신과 자신의 정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했다. 아직까지 ‘논란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트럼프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
 
  샌더스는 온라인 선거운동 능력이 뛰어났다. 차기 대권 주자들의 웹사이트 중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구독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 레딧(Reddit) 게시판과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 SNS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공약을 소개하고 지지층을 넓혔다. 참여형 선거운동을 펼쳤다. 지지 소모임을 결성하도록 유도하며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했다. 이러한 선거운동의 위력은 샌더스 지지자들이 일궈낸 대규모 유세에서 잘 드러났다. 7월 1일에 위스콘신주 매디슨시와, 8월 10일 포틀랜드주 오리건시에서 개최된 샌더스 연설에는 각각 1만명과 2만8000명이 모였다.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는 접하기 힘든 장관을 연출했다.
 
 
  돌풍 이어 갈지는 전문가도 엇갈려
 
  9월 8일, 노동절 연휴가 막을 내린 뒤 하루가 다르게 열기를 더해 가고 있는 2016년 미 대선. 트럼프-샌더스 돌풍이 계속될지 여부는 쉽게 점치기 힘들다. 정치 전문지 《내셔널저널(National Journal)》의 클리브 쿡(Clive Cook)을 비롯한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두 다크호스 후보의 인기몰이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본다. 경쟁 후보들이 강도 높은 견제를 하면 후보 자질론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선 후보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이들의 ‘민얼굴’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선거 당일 투표를 독려하는 현장 조직이 취약한 만큼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까닭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샌더스의 인기몰이가 롱런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제럴드 세이브(Gerald Seib)는 지지 열기가 예상 외로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2016년 대선이 1968년 대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베트남전과 급진적 사회 개혁 그리고 흑인 시민권 부여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사회를 극도의 이념 대립으로 몰고 갔던 상황,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휴벗 험프리 부통령 겸 민주당 후보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조지 맥거번(George McGovern)과 조지 월레스(George Wallace) 등 아웃사이더 후보들에 맞서 난타전을 벌였던 장면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트럼프와 샌더스 열풍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혜성처럼 등장한 강성 우파와 좌파 정치인 또는 정당들이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와 스웨덴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에서도 미(美)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일어난 대이변의 배경이 된 이념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양극화의 토양은 비옥하다. 산적한 정치, 사회, 외교 현안들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다수 국민들이 그 효과에 대해 동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이 방치된다면 좌, 우로 양분된 국민정서를 등에 업고 극우 또는 극좌 정책을 옹호하는 정치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 평균수명이 3년 정도로 기존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이들 세력은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큰 지지를 받게 될지 모른다. 극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모두가 호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여야 정치인들이 트럼프-샌더스 신드롬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극단적 좌경화와 우경화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대안들을 강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트럼프-샌더스 돌풍과 돈 정치

 
  언뜻 보면 판이하게 다른 정책들을 추구하는 듯 보이는 트럼프와 샌더스. 하지만 ‘돈 정치’와 관련해서는 유사한 입장을 견지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치자금을 제공하려는 개인이나 조직과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에게 손을 벌리는 정치인들이 상부상조, 공존공생하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고자 한다. 자기 재산만으로 선거운동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샌더스는 소액 기부만을 받는 한편 제도 개선을 통해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집권을 하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거부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토대를 없애겠다고 공약한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2013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의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정치헌금 기부를 제한하고 선거운동 비용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등 미국 국민들은 돈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기성 정치인들은 직·간접적으로 현상 유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은 개인에 의한 기부에 제약을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종종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조지 소로스, 톰 스테이어 (Tom Steyer) 그리고 제임스 사이먼즈(James Simons) 등 리버럴 성향의 재력가들로부터 자금을 받는다. 노동조합 등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단체들의 정치헌금 제공 관행을 옹호한다.
 
  트럼프-샌더스 돌풍을 계기로 돈 정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미국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의 대명사’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떼고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민주주의 국가들에 전범(典範)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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