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약소국의 제2차 세계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펴냄)

2차대전에 끌려들어 간 약소국들의 선택과 운명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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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주인공은 ‘강대국’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사(史)도 마찬가지다. ‘주연’은 미국·독일·소련·영국·일본 같은 당대의 ‘제국’들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조차도 ‘조연’처럼 보이는 판에, 그 밖의 나라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책은 그 제목처럼 자력(自力)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전쟁으로 끌려들어 갔던 ‘약소국’의 입장에서 2차대전을 바라보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약소국들의 선택과 운명은 다양하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전쟁의 불길이 번지고 있는데도 ‘설마, 설마’ 하다가 나치 독일에 짓밟히고 만다. 벨기에는 전화(戰禍)를 피해 보겠다고 잽싸게 영국·프랑스와의 동맹을 깨고 ‘중립’을 선언하지만, 전쟁을 피하지 못한다. 유고슬라비아는 나치의 위협 아래서 국론(國論)이 둘로 갈라져서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침략을 재촉한다. 헝가리와 루마니아는 히틀러라는 잘못된 동맹을 선택했다가 막판에 가서 나라가 잿더미가 된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충분한 경제력·군사력이 있음에도 영국과 프랑스라는 동맹에 나라의 운명을 맡겼다가 맥없이 나라를 잃는다. 핀란드와 에티오피아는 그래도 지도자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침략자에 맞서 싸워 결국 국가의 독립을 지켜 내지만, 폴란드는 그 투지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의 ‘세력권 흥정’에 다시 희생되고 만다. 그런 모습들이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이들의 엇갈린 운명은 오늘날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면서 “탐욕스러운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때 우리 정치권에서도 유행했던 ‘중립 외교’니 ‘균형 외교’니 하는 허울 좋은 말이 얼마나 세상 모르는 소리인지, 그렇다고 힘 있는 어느 한편에 영혼 없이 빌붙었다가는 도리어 써먹기 좋은 희생양이 되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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