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재명 정부 1년 - 외교·안보·통일

자주파 득세… 동맹파 ‘소심한 저항’

  •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 이란 국영방송이 나무호 공격 사실 밝혔는데도 청와대 “피격 여부 알 수 없다”
⊙ 자주파(이종석·정동영) 對 동맹파(위성락) 힘겨루기… 정부·여당은 자주파 편들어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통일은 폭력적”… 북한은 ‘조선’, 탈북민은 ‘북향민’
⊙ ‘구성 核시설’ 돌출발언에 美, 항의 뜻으로 정보 공유 2주 넘게 제한
⊙ 이재명 정부, 전작권 갖고 온다면서 北 자극할까 군사훈련 축소
⊙ 육사 폐교 전제로 국군사관대 추진하며 각군 사관학교 의견은 무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대표적으로 한미 핵잠수함 건조 추진, 한미 연합훈련 축소, 대북(對北) 유화 정책, 이란(중동) 사태 등이 있다. 상당수는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다.
 
 
  나무호 공격 주체 명시 못 하는 정부
 
  최근 가장 큰 화제는 HMM의 한국 선적(船籍) 나무(NAMU)호 피격 사건이다. 정부는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난 시점에도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4일 오후 20시 40분(UAE 현지시각·한국보다 5시간 늦음).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인근 해상에 정박 중인 나무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란 혁명수비대 추정)의 발포가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한국의 화물선을 포함해 (전쟁과)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했다.
 
  이틀 뒤인 6일 이란 국영방송은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피격 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했다.
 
  5월 11일 UAE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HMM 나무호 피격을 ‘드론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규탄했다. 그러면서 “형제의 나라인 대한민국과 연대를 표명하며 선박과 이익의 안보 및 안전을 보호하는 모든 조치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2일에도 한국 외교부는 드론 공격 주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5월 13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가 드론이 유력하냐”는 기자 질문에 “섣불리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수단)가 ‘이란산 드론(샤헤드-131/136)’으로 확인돼도 이란 정부가 발사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공격 주체가 (혁명수비대가 아니라) 민병대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엔 “염두에 둔다는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라며 이란 정부가 언급되는 상황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5월 11일 정부가 나무호 폭발 원인이 ‘미상(未詳)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이라고 밝힌 데 대해 “때린 놈이 자백하는데도 맞은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던 대통령님!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위협받는 이런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글을 썼다.
 
 
  자주파-동맹파 갈등 재현
 
  노무현 정부(2003~08년)에서 벌어진 이른바 ‘자주파(自主派) 대 동맹파(同盟派)’ 노선 갈등이 현 정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이재명 대통령의 자주파·동맹파 동시 기용을 두고 ‘위성락은 대미(對美)용, 이종석(국정원장)·정동영은 대북(對北)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실용을 앞세우지만 무게중심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자주파인가 동맹파인가’라는 이분법적 구분에는 대미관(觀)과 대북관이 압축돼 있다. 자주파는 반미·친북·친중, 동맹파는 친미·반북·반중 성향을 띠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단독 행사)과 대북정책을 두고 이견을 드러낸다.
 
  자주파는 좌파·운동권·민주당 출신이 주축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상징적 인물이다. 1980년대 운동권 내 NL(민족해방·주사파)-PD(민중민주) 노선 분화와 1990년대 한미 관계 재정립 논쟁에서 파생됐다. 동맹파는 관료 출신이 중심인데, 관료·직업외교관 중심의 현실주의 노선으로 대미 협력을 강조한다. 위성락(전 러시아 대사) 실장이 대표적이다. 외교 관료 출신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쓰는 ‘실용파’라는 표현은 이 이분법적 구분을 회피해 ‘정-반-합(正反合)’과 유사한 모양새를 만들지만, 중심은 자주파에 쏠려 있다.
 
  자주파와 동맹파 간 갈등은 20여 년 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드러났다. 당시에도 이 갈등의 주축은 정동영과 위성락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위성락 실장은 대미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 북미국장이었다. 당시 조현동 북미3과장(후에 이명박 정부 주미 대사)이 술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 청와대 운동권(자주파)의 대미 외교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조사받았다. 당시 두 세력 간 갈등 심화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국정원장 “김정은은 막가파 아니다”
 
2025년 6월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악수를 나누는 이종석(왼쪽) 국정원장. 두 사람은 ‘6인회’ 멤버다. 사진=조선DB

  이종석 국정원장은 정치외교학 전공한 학자 출신으로 세종연구소에서 주로 북한을 연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는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외교·안보 정책을 챙긴 원로들로 구성된 ‘6인회’ 모임에 속해 있다. 6인회는 이 원장을 포함해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국정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서훈 전 국정원장이 속해 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여 서너 시간씩 대북, 대미 등 각종 외교·안보 사안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면서 “모두 자주파”라고 했다.
 
  이종석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경북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실효성이 극히 의심되고 막대한 국익 손실을 초래할 주한 미군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2020년 7월 3일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북한의 도발로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거꾸로 남북이 만나면 어떻겠냐. 김정은은 막가파가 아니다. 이런 정도 이야기하면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장관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해 오고 있다. 2025년 7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통일부라는 명칭 변경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해 11월 경주 APEC에 “북한 김정은을 초대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도 발언했다. 정 장관은 “대한민국 영토를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사(司)의 허락을 받고 비군사적·평화적 이용에 관해 제재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정부가 DMZ 관할권을 갖는 법안 마련을 국회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DMZ 관할권은 유엔군 사령관에게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도 지난해 12월 “정전협정이라는 법적 문서를 무력화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여당 대표, 정동영 장관 지지 발언
 
지난 4월 27일 4·27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서 정동영(왼쪽) 통일부 장관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정동영 장관은 장관 취임 후인 9월 19일 9·19 군사합의 7주년 기념 토론에서 “적어도 올해(2025년) 안에는 9·19 군사합의가 선제적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주일 뒤인 9월 25일에는 “합의 복원 전이라도 군사분계선 일대 사격훈련과 실(實)기동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통일부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NSC 상임회의에 외교·국방부 출신 안보실 1~3차장이 참여하는 점도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거론했다.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동맹파가 NSC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를 문제 삼으며 소수파인 자주파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NSC 인적 구성 개편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2025년 12월에는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표출됐다. 한미 외교 당국이 대북정책 정례 협의체를 가동하자 통일부가 참여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어 12월 1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사건건 미국의 결재를 받아 허락된 것만 실행에 옮기면 남북 관계를 푸는 실마리를 꽁꽁 묶는 악조건으로 빠져든다”며 “정동영 통일부의 정책적 선택과 결정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을 두고 당 대표가 정 장관을 지지한 모양새였다.
 
  이틀 뒤인 12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북 간 적대 완화와 신뢰가 싹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 역할은 통일부가 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유엔사가 반대하는 ‘DMZ 평화적 이용 법률 제정’ 추진을 통일부 공식 과제로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서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에 유감 표명을 한 첫 사례다. 이에 북한 김여정은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반응했다. 북한은 2014년 이후 확인된 것만 9차례 무인기를 남한으로 날렸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인정하거나 사과한 사실이 없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3월 한 학술토론회에서 남북 관계를 ‘한조(韓朝) 관계’로 지칭했다.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의미다. 4월에는 청년과의 만남에서 “통일이라는 얘기는 한편으로는 폭력적”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이 시기 탈북민 명칭을 ‘북향민’으로 바꾸고 북한에 대한 호칭을 ‘조선’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론화했다.
 
  자주파 통일부 장관의 행적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은 지난 3월 6일 벌어진 이른바 ‘구성 핵시설’ 발언이다. 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지역으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지목했다. 지난 4월 17일에는 이 발언을 두고 미국이 항의한 사실과 이로 인한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중단도 공개됐다. 논란의 핵심은 해당 정보의 성격이다. 통일부는 공개 자료에 근거한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공개 정보여도 정부 부처 수장이 보안이 요구되는 정보 분석에 대해서는 밝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 A씨는 “미국 측이 (항의의 뜻으로) 정보 공유를 제한하면 그 기간이 통상 2주가량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보 제한이 한 달가량 된 듯하다”며 “사안이 심각하다”고 했다.
 
  지난 4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수행하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계가 ‘비정상’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을 둘러싼 한미 갈등에 대해 위 실장은 “미국은 자신들이 준 정보가 흘러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식 차가 있다”고 했다. 자주파-동맹파 갈등에 대해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알고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도 통일부가 앞장
 
  이재명 정부에선 군사 분야인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문제도 국방부가 아닌 통일부가 앞장서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2018년 9월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지상·해상 완충구역 운영, GP(감시초소) 시범 철수 등을 골자로 했다. 협의 취지는 우발적 충돌 방지였다. 실제 효과는 달랐다. 한국 정부는 2023년 11월 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했다. 체결 5년 만이었다.
 
  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상호성 결여다. 비행금지구역은 MDL 기준 남측 40km, 북측 40km로 설정됐으나, 북한 항공 전력이 사실상 MDL 근처까지 운용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질적 제약은 한국군에 편중됐다. 한국군의 정찰 자산 운용이 제한됐지만, 북한은 협정 체결 이후에도 MDL 인근에서 포사격 훈련을 지속했다.
 

  9·19 군사합의는 검증 체계도 부재했다. GP 철수의 경우 남측은 11개를 폭파 철거한 반면, 북한이 실제로 GP를 철거했는지 확인할 독립적인 검증 수단이 없었다. 국방부 자체 조사에서도 북한이 GP를 완전히 철거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2022년 이후 북한은 무인기를 수도권에 침투시켰다. 합의상 비행금지구역 조항이 무인기에 적용되는지 여부조차 불분명했다. 조약 문구의 모호성이 빈틈을 만들었다.
 
  2026년 상반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에서 실제 병력이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한미는 3월 9일부터 시작된 FS연습 기간 FTX를 22회 실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회와 비교하면 57% 감소했다. 규모도 줄었다. 여단급 이상 대규모 훈련은 지난해 13회에서 올해 6회로 줄었다. 대대급은 10회, 중대급은 6회였다. 참가 병력은 약 1만 8000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실제 기동훈련의 밀도는 크게 낮아진 셈이다.
 
 
  한미 연합훈련, 양과 질 모두 축소
 
2025년 8월 27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실시된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FS)’ 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 육군 K200 장갑차가 연합 부교(浮橋)를 이용해 도하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연합훈련 협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2월 25일 합동 브리핑에서 FS연습 계획을 발표했으나 FTX 횟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연습 계획 발표 때 FTX 규모를 함께 공개해 왔던 것과는 달랐다. 현장에서 양측은 공개적으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FTX는 연중 균형되게 실시하는 게 효과적이다. 훈련 시작 전에 협의가 완료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언 도널드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실장은 “우리는 연합 연습을 9개월 전부터 계획한다. ‘워리어실드(WS·야외 실제 기동훈련)’는 계획한 대로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축소를, 미국은 원안 유지를 각각 주장하는 입장을 공개 브리핑에서 노출했다. 당시 미국 측은 FTX 참가를 위해 증원 병력과 장비가 이미 한국에 도착한 상황에서 한국 측이 계획 조정을 요구하자 난색을 보였다. 합참의장 출신 B씨는 “정부의 FTX 축소 방침은 대북 대화 분위기 조성 때문”이라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 기조”라고 했다.
 
  문제는 정부가 FTX를 줄이면서 동시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단독 행사)을 ‘전작권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26년을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오는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이전에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연합사에서 복무한 예비역 중장 C씨는 “전작권을 갖고 오겠다면서 정작 훈련은 하지 않는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겠다고 해 놓고 한편에선 시험공부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연합연습 축소 시도에도 북한 김여정은 지난 3월 10일 담화를 통해 “우리 국가의 주권 안전 영역을 가까이하고 벌리는(벌이는) 적대 세력들의 군사력 시위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연합훈련 규모를 줄였지만, 북한은 훈련 자체를 문제 삼았다.
 
 
  5개월 만에 소장에서 대장으로 진급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지상군을 지휘하는 지상작전사령관(육군 대장). 야전총사령관에 해당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주성운(육사 48기) 당시 육군 제1군단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지작사령관에 임명했다. 하지만 주 사령관은 임명 5개월 만인 지난 2월 ‘12·3 계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직무 배제됐다. 지난 4월에는 주 사령관을 대신해 비(非)육사 출신인 이상렬(학군 31기) 3군단장(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지작사령관에 임명했다. 이상렬 군단장은 당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지 5개월 차였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실력보다 줄서기’가 중요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크다. 육사 배제 기조로 인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초까지 국방부는 대령급 주요 보직 인사가 늦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육사를 솎아 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비율은 3사 9%, 육사·학군·학사 4%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공개한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비상계엄 관련 중징계를 받은 장교는 파면 16명, 해임 2명, 강등 2명, 정직 15명 등 총 35명이다. 여기에 헌법존중TF가 수사 의뢰 대상으로 분류한 인원만 서울행 버스(이른바 계엄버스) 탑승 15명, 출동 준비 10명, 방첩·정보사 출동 64명, 기타 25명 등 114명, 이 중 상당수가 장교·부사관 계급이다.
 
  지난 2월 국방부는 육사 출신이 주로 맡아 온 장군 인사 업무를 일반공무원에게 맡기기로 했다. 시행규칙을 개정해 ‘인사기획관리과장’을 현역 군인이 아닌 일반공무원이 담당하고, ‘군인사운영팀’을 신설해 장성급 장교 인사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사기획관리과장 보임 규정을 기존 영관급 장교에서 부이사관·기술서기관·서기관 등 일반공무원으로 변경했다.
 
 
  사관학교는 통합, 해병대는 분리라는 모순
 
  지난 2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사관학교 통합’을 언급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통합의 탈을 쓴 육사 폐교’라고 지적한다.
 
  권고안에 담긴 사관학교 통합의 주된 논리는 육·해·공으로 각각 분리된 사관학교 교육 기능을 이른바 ‘국군사관대(통합사관학교)’에 한데 모아 ‘2년+2년 네트워크 교육’으로 합동성(통합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1~2학년은 대전, 3~4학년은 전남 장성 또는 경북 영천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군사관대가 추구하는 교육 체계는 ▲1~2학년 기초 소양 ▲3~4학년 각군 전문화 교육이다. 그러나 기초 소양 수준의 수업을 2년간 함께 듣는다고 합동성이 강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합동성에 앞서 각군이 요구하는 기본 지식조차 부족하면 합동성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 22일 ‘자율기구 국군사관학교 창설추진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육사·해사·공사는 모두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처지다. 국방부는 각군 사관학교를 대상으로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속도전을 하고 있다.
 
  한국군은 합동(통합)성보단 각군의 전문성을 강조해 왔다. 2011년 창설한 합동군사대학교(합동대)가 9년 만에 폐지(2020년)된 사례가 상징적이다. 자군(自軍)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데 어떻게 합동을 논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합동대는 육군대학·해군대학·공군대학을 다시 각군 참모총장 직할로 환원시켰다. 지금은 합동대라는 조직만 남았다.
 
  한국군이 현행 합동군제를 유지할지 통합군제로 전환할지에 대한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해병대는 준(準)4군 체제로 분리하고 사관학교는 통합한다는 방향이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병대의 지위 격상은 이른바 채수근 상병 사건이 영향을 끼쳤다.
 
 
  핵추진잠수함 논의, 6개월 동안 진전 없어
 
  2025년 11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공동 팩트시트 발표를 통해 핵추진잠수함(SSN) 건조에 양국이 뜻을 모았으며,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도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했다. 그러나 합의 6개월이 지난 지금, 실무 수준에서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5월 9~13일 미국을 방문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1일(현지 시각)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SSN 건조 사안과 관련해 실무 협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만 밝혔다.
 
  SSN 건조의 핵심 장벽은 핵연료 주기 전반에 걸친 통제권 문제다. 핵추진잠수함에 쓰이는 핵연료의 농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러시아와 중국은 고농축우라늄(HEU·농축도 90% 안팎)을 쓰고,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LEU·20% 이하)으로 전환했다. 미국과 영국은 HEU를 사용하지만, 법으로 제3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이 어느 방식을 택하든 생산 단계부터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공급 이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NPT 비핵보유국으로 모든 핵활동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대상이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 자체는 군사 장비여서 IAEA 안전조치 적용 범위 밖에 있다. 지금까지 NPT 가입 비핵보유국이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한 전례가 없어, IAEA는 이에 대한 검증 프로토콜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핵연료를 공급받는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감시할지에 관한 국제 절차 자체가 아직 없다.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월 방한 당시 “다량의 핵물질이 사찰단 레이더망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IAEA와 함께 전용 차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잠수함이 출항할 때 실려 간 핵물질이 귀항 때도 그대로인지 확인하는 기술적 방법을 아직 어떤 국가도 합의하지 못했다.
 
  이 공백에 먼저 마주친 나라는 호주와 브라질이다. AUKUS 협정에 따라 미국·영국의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한 호주는 미국의 보증을 전제로 IAEA가 새로운 안전 조치 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열고 있다. IAEA는 이를 계기로 비핵보유국의 핵추진잠수함 운용에 적용할 검증 프로토콜 논의에 착수했다. 세부 내용은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으며, 미국의 ‘보증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브라질은 다른 경로를 택했다. AUKUS 같은 동맹 틀 없이 독자 기술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안전 조치 논의에서 별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용후처리 문제도 남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도 남는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연료를 직접 재처리하거나 농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협정 만료 이후엔 형식적 제한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발언한 배경이 여기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 핵추진잠수함 독자 건조에 LEU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필리 조선소에 잠수함 건조 시설이 없고 비용도 많이 드는 만큼, 국내에서 건조한 뒤 핵연료만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2030년대 중·후반 첫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호주의 선례를 따라 미국의 보증과 IAEA의 새 프로토콜 체계 안에 편입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실현을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은 핵 관련 기술과 물질의 대외 이전을 엄격히 제한한다. 한국에 핵연료를 공급하거나 관련 기술을 이전하려면 이 법의 개정 또는 특례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핵확산 금지 원칙을 지지해 온 미의회와 전문가 집단의 반발도 변수다.
 
  결국 핵연료의 생산-공급-사용-사용후처리 전(全) 주기에 걸쳐 미국 국내법 정비,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의지, IAEA의 새 검증 체계 수립이라는 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만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 현실화한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