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재명 정부 1년 - 사법·검찰·경찰

‘개혁’ 명분 아래 초유의 변화 직면한 사법 시스템

  •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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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이겼으니 어떠한 법 만들어도 국민이 승인한 거라 생각하면 독재”(차진아 교수)
⊙ “앞으로 소극적인 수사, 기소밖에 할 수 없을 것”(현직 경찰 간부)
⊙ “권력자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검찰 폐지, 기형적 시스템 만들어”(김재련 변호사)
⊙ “조작기소 특검법, 미뤄진 건 다행이지만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한상희 교수)
⊙ “공소취소, 진범이 따로 있었다고 밝혀졌을 때나 할 수 있는 것”(차진아 교수)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와 의원들이 3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공청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관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로 사법 체계에 변화가 있었던 전례가 없다. 검찰청 폐지,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법 왜곡죄. 특히 법 왜곡죄는 합헌일지도 의문이다.”
 
  30년 이상 판사로 재직한 법원장 출신 A 변호사는 5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사법은 위험한 변혁기”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수도권 법원 판사 출신 B 변호사도 “법 왜곡죄로 인해 판사들은 판결을 내리는 데 소극적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일견 막강한 권한을 넘겨받았다 여겨지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간부급 인사는 5월 9일 통화에서 “우려라는 표현도 굉장히 순화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소극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처럼 사법(司法) 영역은 헌정사 유례없는 변혁기를 맞았다. 2025년 6월 4일 이재명(李在明) 대통령 취임 이래 정국을 내내 뒤흔든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하다. 시간순으로 따질 것 없이 법 왜곡죄 도입, 검찰청 폐지,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이 이 대통령 임기 초부터 추진됐다. 특별검사도 속속 발족했다. 지금은 수사 기간이 종료된 ‘3대 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상병 특검)’을 시작으로,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이 활동하고 있다. 여권에서 적극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윤석열(尹錫悅) 정권 조작기소 의혹 특검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일련의 사법 이슈들을 모아 각계 평가를 들어봤다.
 
 
  “있으나 마나”
 
4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조특위 민주당 위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형사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 사건에 관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된 형법 제123조의 2조문이다. 이에 따르면,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을 적용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이 조항 법 왜곡죄에 해당한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지만, 여전히 법령 해석과 적용 요건의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판례도 없고, 법 왜곡 의도를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한상희(韓尙熙)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사실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사법기관에 주의를 촉구하는 선언적 의미 외에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학계에서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교수는 “법 왜곡죄의 핵심은 법관이나 검사 또는 수사관들의 내심(內心)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라며 “왜곡은 내심이 작용해 외화(外化)한 것에 불과해서 법 왜곡죄를 제대로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판사가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도 얼마 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다른 법률로 처벌이 가능하다. 직권남용이나 뇌물 등과 같이 처벌 조항이 이미 있다. 그런데 이와 분리된 법 왜곡죄를 적용하려면 우선, 요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요건의 입증 자체도 쉽지 않다. 더구나 법을 적용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제일 걱정되는 게 경찰이다. 그간 경찰의 수사 관행을 보면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 경찰이 법률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첫 케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봇물 터지듯 고소, 고발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생을 좀 하게 될 거다.”
 
 
  경찰도 판사도 ‘처분·판결 안 하면 그만’
 
  일선 경찰의 목소리는 한 교수의 예상과 정합했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간부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피의자 또는 고발인들은 자기 뜻대로 경찰 수사관의 결정이 안 나오면 법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넣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털어놨다. 이 간부의 토로다.
 
  “저희가 하는 일은 법령을 적용하는 일이다. 각 사건은 모두 변수가 있고, 각기 제반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가 없거나 뚜렷한 지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이럴 땐 현재 있는 수사 자료를 통해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있다면 소극적인 수사, 기소라는 결과밖에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미 3심제를 보장함으로써 재판부가 잘못 판단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각 수사 단계에서도 청문, 준항고, 이의 제기, 그리고 수사권 조정이 있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등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 제3자가 아닌 사건 관계인이 경찰을 직접 고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니 과연 공정하게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려’도 순화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현장의 우려는 깊다.”
 

  반면, 수도권 법원 판사 출신 B 변호사는 “법 왜곡죄 시행으로 굳이 법적 위험을 감수하느니, 판결을 미루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사건을 맡아서 판결을 내리면 이에 불만을 품은 한쪽 당사자가 법 왜곡죄 시비를 걸 수도 있으니 사건을 질질 끌거나, 굳이 자기 손으로 매듭짓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법원장 출신 A 변호사는 “이런 말이 나오는 게 판사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봐야겠지만, 판사도 사람이니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차라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대신 법 왜곡죄만큼은 막도록 여당과 물밑 딜(deal)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판사들의 의욕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간 “우리가 칼이 있나, 지갑이 있나”라는 시쳇말이 판사들 사이에 돌았다. 변호사는 돈을 더 벌 수 있고 검사는 수사권을 가졌는데, 법관은 둘 다 없다는 식의 자조(自嘲) 섞인 말이다. 한 전직 판사는 매일 밤 샤워 도중 ‘혹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진 않았을까’ 하는 부담과 긴장 속에 살았어도 자긍심 하나로 법관 생활을 했다고 한다. 변호사가 되고 나니 이런 중압감에서 해방됐다. 법 왜곡죄는 이러한 동력을 상실시킬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도로 표지판 바꾸는 비용만 들잖나”
 
3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인 중대범죄수사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법안 수정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조선DB

  수사·기소 기관 간 상호 견제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을 각각 신설한다.
 
  지난해 10월 1일 개정된 정부조직법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2일을 기해,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출범한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를 두고 한상희 교수는 “이름의 싸움 아닌가. 검찰의 역할을 하는 기관은 어차피 필요한데 굳이 이름을 바꿔야 하나 싶다”면서 “전국의 도로 표지판 바꾸는 비용만 들잖나”라고 꼬집었다. 고등검찰청 여섯 곳, 18개 지방검찰청, 42개 지청 등 대검찰청을 포함한 전국 검찰청은 도합 67개다.
 
  한 교수는 다만, 검찰청 폐지의 실질인 수사·기소의 분리 등 검찰의 권한 축소에 대해선 “과거부터 논의가 있었기에 수사·기소 분리의 첫발을 뗀 점은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분리의 방법, 특히 보완수사권과 관련해선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그는 “수사와 기소의 경계 지점이 구분 가능한 것인지, 그 회색 지대에 보완수사권이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갈린다”고 했다. 수사기관을 통제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개혁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게 한 교수의 시각이다.
 
  앞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포된 지난해 10월 1일, 정부는 검찰개혁추진단을 공식 출범했다. 검찰청 문을 닫는 중대사인 만큼,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법제처 등 관계 기관 공무원 47명으로 구성된 추진단은 올 10월 개정안 시행 전까지 1년 동안 전반적인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추진단은 이 기간,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법 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80여 개 관계 법률과 900여 개에 달하는 하위 법령의 제·개정안도 준비해야 한다. 공소청과 중수청의 하부 조직 설계, 정원 산정, 인력 충원, 청사 확보, 예산 편성, 시스템 구축 지원 등 신설 조직 가동을 위한 전반적 준비를 1년 안에 마친다는 방침이다. 한 교수는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뭔가 안(案)을 만들고 있는 건 분명한데, 지금 검찰청 폐지 네다섯 달을 남겨둔 시점에선 그 안이 시민사회에 공개되고 격렬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각살우
 
  한 교수의 설명처럼 수사·기소 분리의 핵심 쟁점은 검찰이 쥐고 있던 보완수사권의 유지 여부다.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종전 검찰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변은 지난 1월 12일 자 성명을 통해 공소청이 보완수사권을 갖게 될 경우 “검찰은 해체되지 않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통해 더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원장 출신 A 변호사는 “검찰의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고 가야 하는데 이를 시정하지 않고 폐지하는 건 교각살우(矯角殺牛)”라며 “분명 검찰의 순기능이 훨씬 더 많다”고 반박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경찰이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인력도, 정보도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막강한 조직에 통제하기 어려운 권한을 부여하면 곤란하다”며 “법원이 이를 통제할 수 있더라도 전 단계인 수사 절차에서 걸러야 할 부분도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 간에 상호 견제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국가 형벌권의 상호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점에선 한 교수와 의견이 일치했다. 나아가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 범죄는 비교적 법리 적용이 간단한 편이지만 횡령과 사기 등 경제 범죄는 실체 파악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경찰의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기관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게 A 변호사의 주장이다.
 
 
  “검사실, 기록 더미에 발 디딜 틈도 없어”
 
  그런데 강력 사건은 법리 적용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A 변호사의 말이 무색하게도 형사 전문 변호사가 체감하는 현실은 암담했다. 여성, 아동, 성폭력 등과 관련된 형사 사건을 주로 맡아 온 김재련(金在蓮)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사건 처리 기간이 더 지연되고 있는지 체감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말할 수 없이 길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맡고 있는 사건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말했다.
 
  “지난해 9월경 검찰로 송치된 사건이 아직 검찰 단계에 있다. 거의 1년이 돼가고 있어서 검사에게 전화했더니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1년 전 사건이 아직 순서가 안 된 거다. 다른 일이 있어서 중앙지검(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 검사실을 보니 사건 기록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쌓여 있었다. (검사가) 기록 더미에 갇혀 있는 거다. 검사들에게 (정치권에서) 난리를 치니 옷을 벗거나, (특검 파견으로) 인사 이동하거나, 휴직하는 검사들도 있으니 검사들이 죽어나고 있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건 처리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그 피해는 일반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역할을 축소하고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건 아동, 노인, 폭력 피해자들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 폐지는 정치인·권력자들에게는 희극이겠으나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2024년 5월 택시 기사가 택시에서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1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 피해자 측 법률 대리를 맡은 김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없었으면 강간 사건이 강제추행 사건으로 기소될 뻔했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피해 여성이 만취 상태로 택시를 탔다가 당한 사건이다. 당초 경찰에선 피해자 속옷에서 남성 DNA(유전자)가 나왔다는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강제추행 혐의로 송치했다. 그래서 저희가 이의 신청을 하고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권을 행사해서 다시 수사가 이뤄졌다. 결국 준강간치상으로 죄목이 고쳐져 기소됐다. 승객이 택시 안에서 피해를 입었고, 강간 피해를 진술했으며 속옷 안쪽에서 택시 기사의 DNA가 검출됐음에도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법리를 면밀하게 살피지 않은 채 처리한 것이다.”
 
 
  ‘수포자’
 
  ― 다른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나.
 
  “과거엔 검사가 경찰에 어떠한 판례를 검토해야 하고 어떤 증거를 신속히 확보해야 하는지 의견을 제시하면 경찰이 이에 따라 사건 조사를 해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 법률적 부분은 검사의 역량이 높을 수밖에 없지 않나? 이건 기관 간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찰 스스로 해야 하니 망망대해에 놓인 셈이다. 그러니까 수사를 포기했다는 의미로 ‘수포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담당 경찰 수사관과 통화하는 게 너무 어렵다. 검사는 휴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락이 닿지만, 경찰은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담당 수사관과 통화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경찰은 관할 내 사건이 발생하면 출동해야 한다.”
 
  ― 곧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수청에 법조 인력을 충원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럴 거면 지금 하던 대로 하지 왜 복잡하게 제도를 바꾸나. 경찰이 초동 수사하고, 검사가 검토 후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기소한 사건은 공판 검사가 수사 검사와 상의하며 공소를 유지하는 게 기존 시스템이잖나. 이걸 뒤흔들어서 이름만 바꾸고 난리를 일으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이 받게 된다.”
 

  반면 한상희 교수는 “이는 검찰 수사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며 “판사와 검사의 수를 지금의 2~3배 늘려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의 얘기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돈을 안 들이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어떤 형태든 모든 사회적 분쟁은 법의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해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면 결국 자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판사, 검사의 수도 인구 대비로 볼 때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사건 수 대비로 보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사건이 많은 편에 속하니까 투입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수사와 판결의 지연도 막을 수 있다. 사법 지연의 원인을 검경(檢警) 수사권 문제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밖에도 이재명 정부 들어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법 체계의 변화는 지난해 10월 여당이 ‘사법개혁 6대 의제’라고 명명한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 제도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재판소원 등이 있다. 지난해 《월간조선》 12월호에서 이를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정치적 사안은 특검 정국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시점 가장 논란이 되는 특검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31명이 지난 4월 30일 발의한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정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작기소 특검법안)’이다.
 
 
  공소취소 논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의원들이 5월 6일 국회 의원 총회에서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스1

  “시민들한테 ‘공소취소가 뭐예요’ 한번 물어보세요. 10명 중 8~9명은 잘 몰라요.”
 
  박성준(朴省俊) 민주당 의원이 5월 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한 발언이다. 박 의원이 말한 ‘공소취소’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조작기소 특검법안에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이 알 듯 모를 듯한 문장으로 포함돼 있어서다. 조작기소 특검법 제6조는 특검의 직무 범위와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시 정권 산하 사정기관들의 공소권 오남용 의혹 관련 사건에 한한 “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 및 그 여부의 결정”이 들어 있다. 공소취소라는 단어는 없지만 법안에 명시된 특검의 수사 대상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공직선거법 위반,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후원금 제3자 뇌물, 경기도 법인카드 배임, 위증교사 등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들을 포괄한다. 특검법안 제3조에 따라 특검 임명권자도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5월 4일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에 관해 ‘국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여당에 주문했다. 이날,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2주 연속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2006명에게 무선 RDD(무작위 번호 생성) 자동응답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률 4.6%,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p)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4월 3주 차에 65.5%, 4주 차 62.2%를 기록한 뒤 5주 차 조사에서 59.5%로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상희 교수는 “선거 이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가 미뤄졌으니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특검법 제정 절차가 연기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또 “조작수사 혹은 조작기소의 확정적 증거나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의 무언가가 나온다면 그 누구에 대해서든 공소취소를 해야겠지만, 그게 없다면 함부로 (사건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담당 검사가 공범들로 하여금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진술하도록 연어와 술 등을 제공하며 회유했다는 이른바 ‘연어·술 파티 의혹’에 대해 한 교수는 “술 파티를 했냐, 안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소유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조작기소 의혹을 두고 제기되는 여러 정황과 증거에 대해서도 “그것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유지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고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특검법안은 내용과 논의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왜 신임 투표를 위헌으로 봤겠나”
 
  차진아(車珍兒)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이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취소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공소취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알고 보니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게 밝혀진 상황처럼 공소제기 자체가 잘못돼서 공소유지가 무의미한 경우에나 공소취소를 할 수 있는데, 이 대통령 사건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진행된 사법 체계의 변화는 하나하나 떼놓고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사법개혁은 하나의 줄기로 연결돼 있다”며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행정부와 국회 권력의 사법 장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차 교수의 얘기다.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 대법관 수의 100%를 증원하게 됐고, 검찰청 폐지 후 상시 특검을 하고 있다. (정권 초) 3대 특검 발족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심우정 검찰총장)이라서 특검을 발동했다고 했지만, 검찰총장이 사퇴한 후에도 새로이 임명하지 않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통해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 검찰총장을 공석으로 둔 채로 특검을 이어가는 건 하명(下命) 수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수사와 공소유지, 그리고 판결까지 권력자들 입맛대로 주무르려는 것이다. 이 연결선상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분리해서 보면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 그 진정한 속내를 드러낸 사례가 이번 조작기소 특검이다.”
 
  ― ‘시민들은 공소취소 뜻을 잘 모른다’는 여당 의원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다른 사안도 마찬가지다. 법조인들은 법 왜곡죄와 검찰 폐지 등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정치 검사, 판사들을 혼내줄 뿐이라고 호도(糊塗)할 수 있다 여기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경찰이나 검찰 수사를 받을 일이 흔치 않으니 무관심하기 쉽다.”
 
  ― 사법에 이 정도 변혁이 있었던 전례가 있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있어서도 안 된다. 왜 없었겠나. 법치의 근간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하는 사법개혁, 하나도 이뤄진 적 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한나라당이 대법관 증원을 하려다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못했다. 선거 결과와 개별적인 정책 및 법률은 별개로 따져야 한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어떠한 정책과 법을 만들어도 국민이 승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독재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 중에서도 신임 투표는 위헌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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