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오? 구청장이라 그런가 큰 인물 같지도 않고… 서울시장 하려면 대권 주자급은 돼야지”
⊙ 정책 이슈 중에선 양도세·장특공 등 부동산이 최대 관심사…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
⊙ ‘보수 텃밭’ 강남·서초 “민주당 안 찍지만 국힘도 싫다”
⊙ 성동구민들, 입 모아 “일 잘하는 정원오가 서울시장 돼야”
⊙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 비윤계(오세훈+강남3구 친한동훈계) 결집할까
⊙ 정책 이슈 중에선 양도세·장특공 등 부동산이 최대 관심사…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
⊙ ‘보수 텃밭’ 강남·서초 “민주당 안 찍지만 국힘도 싫다”
⊙ 성동구민들, 입 모아 “일 잘하는 정원오가 서울시장 돼야”
⊙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 비윤계(오세훈+강남3구 친한동훈계) 결집할까

-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는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후보 등록은 5월 14~15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1일부터 6월 2일까지다. 《월간조선》은 후보 등록 전 서울시 주요 지역을 탐방하며 민심을 청취했다. 민심의 척도인 대형 시장(종로구 광장시장)과 종로 일대, 직장인이 많은 교통의 요지 마포, 정원오 후보가 지역 기반을 닦은 성동구, 보수 세력이 강한 강남·서초 지역을 찾았다.
“오세훈 잘한다” vs “민주당 잘한다”
국민의힘 오세훈(왼쪽에서 두 번째) 서울시장 후보는 당 후보로 확정된 4월 18일 후보 첫 행보로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를 찾아 청년 정치인들과 오찬을 가졌다. 사진=서울시평일의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복잡한 중심 거리와 조금 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전(煎)집을 25년째 운영 중인 김모(62)씨는 “선거에 큰 관심 없다”면서도 “오세훈이 잘하는데 계속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김씨의 얘기다.
“그동안 서울 사람들은 집값도 오르고 관광객이 많아져 장사도 잘되고 재건축·재개발도 많이 되고, 잘살고 있지 않나요? 박원순 시장 때는 강북 개발이 너무 안 돼서 재래시장도 부동산도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괜찮은 것 같은데…. 오세훈이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말이죠.”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70대 손님이 거들었다.
“오세훈이 장동혁(국민의힘 대표)한테 굽실거리지 않고 큰소리 치고 잘하잖아. 정원오? 그 후보는 잘 모르겠더라고. 구청장이라 그런가 큰 인물 같지도 않고…. 서울시장 하려면 대권 주자급은 돼야지.”
식당을 나와 시장을 구경하던 20대 남녀에게 말을 걸었다. 20대 초중반의 취업준비생들이었다. 서울시장 후보를 아느냐, 누굴 뽑고 싶느냐고 물었더니 여성이 “서울시장 하면 오세훈이라는 생각만 나는데 아직 누굴 뽑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남성은 “일 잘하는 사람이면 되는데, 그래도 국민의힘은 좀 그렇다”고 했다. 그는 “계엄 때 말년 병장이었는데 하도 충격을 받아서 국민의힘 하면 계엄만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광장시장에서 걸어서 종로3가 쪽으로 이동했다. 서순라길에서 익선동 한옥거리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에는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가득했다. 익선동 인근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인 40대 싱글 여성 이모(47)씨를 만났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퇴직해 카페를 차렸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선거에는 꼬박꼬박 참여한다고 했다.
“보통 서울시장 선거는 부동산이 제일 큰 이슈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부동산보다 주식에 몰입하다 보니 이번엔 예전만큼 부동산 이슈가 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20~40대에 서울에 집 있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서울 집값이 웬만한 곳은 20억이 넘는데 그 돈을 깔고 앉아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휘둘리며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요. 주식으로 돈 벌어서 상급지로 가면 되죠. 제 주변도 대부분 그런 분위기에요. 서울시장보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는지 관심이 가고, 이번엔 제가 지지하는 당에 투표할 생각입니다.”
그는 “원래 지지 정당이 없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 것 같아서 요즘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요즘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뉴이재명’(중도층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이재명을 지지하게 된 세력-편집자 주)이라 할 수 있다.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택시를 탔다. 60대 남성 택시 기사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다며, 서울시장 선거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지율은 높은데 서울은 좀 어려울 거 같아요. 민주당이 좀 무게감 있는 후보를 냈으면 해볼 만했을텐데, 너무 대통령 지지율만 믿고 공천한 것 아닌지…”라며 “서울시장이 되면 대권을 넘볼까 봐 이재명이 일부러 체급이 낮은 사람을 선택한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
기자가 “민주당은 예전 선거에서 송영길이나 박영선 같은 중진급을 내놨어도 오세훈에게 졌기 때문에 이번엔 새로움으로 승부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더니 택시 기사는 “그래도 서울시장에 도전하려면 오세훈에 대적할 정도의 인지도나 무게감은 있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재명이 (정원오를) 찍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선거를 직접 도와줄 수도 없고, 요즘 민주당 상황을 보면 당이나 정청래가 잘 안 도와줄 것 같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성동구민들 “일 잘하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남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사진=정원오 페이스북서울 중심부를 돌아본 다음 날 정원오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성동구 일대를 돌아봤다. 정 후보는 2014년 구청장에 당선된 후 성동구민 사이에선 ‘갓(God)원오’로 불릴 정도로 높은 지지를 얻었던 인물로, 12년간 구청장 3선을 연임했다.
성동구는 옥수·금호·응봉동에 걸친 아파트촌, 왕십리 일대 상업지구, 한양대와 성수역 인근 젊은이들의 거리, 초고가 아파트들이 밀집한 성수동1가 등 거주민들의 세대와 소득 수준이 다양하다.
금호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정모(36)씨는 “성동구민이라면 당연히 정원오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구청장이 누구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데 이 동네 주민이라면 구청장을 모를 수가 없어요. 구청장 휴대폰 번호로 민원 넣으면 그날 바로 답이 오고 구청 관련 부서 직원이 전화도 하고요. 그리고 성수동이 최근 몇 년간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핫플레이스이면서 부촌(富村)이 돼서 이미지도 좋아졌잖아요. 결혼 전 압구정동에 살다 결혼해서 이쪽으로 올때는 곧 다시 한강을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환경 좋고 살기 편하고 아이 키우기도 정말 좋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왕십리역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남성 최모(58)씨는 “원래 선거에 별 관심은 없었지만, 성동구청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니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일 잘한다고 찍은 사람이니 검증은 끝난 것 아니겠어요? 지금 서울시장에 크게 불만은 없지만, 새로운 일 잘하는 시장이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신기한 건 제 주변은 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데 오히려 대학생인 아들이 민주당이 싫다고 해요. 젊은 사람들이 민주당 때문에 집값 올라간다는 얘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20~30대가 부동산 이슈에 더 민감한 것 같아요.”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최근 부동산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민주당은 늘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자꾸 양도세니 장특공(장기보유특별공제)이니 세금을 건드려 민심이 나빠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지금 정권의 부동산정책 때문에…”
성수동1가로 이동해 ‘성수 초고층 아파트 3대장’(트리마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중 한 곳에 거주하는 50대 전문직 부부를 만났다. 한강과 서울숲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는 전문직과 사업가들은 물론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 ‘신흥 부자’들이 많다고 했다. 아내 김모(53)씨는 “성동구가 계속 좋아지고 구청장이 일 잘한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정원오 후보에 대한 호감은 있다”면서도 “지금 정권의 부동산정책 때문에, 정 후보를 찍을지는 모르겠다. 이재명 대통령 픽(pick) 아니냐”고 했다. 김씨의 얘기다.
“남들은 서울의 비싼 집 산다고 부럽다고 하지만, 요즘 저나 주변 사람들 모두 세금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요. 다주택자나 비싼 집 있는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고 어떻게든 부동산에서 세금 뜯어 가려고 난리입니다. 그렇다고 서민이나 젊은이들 집 살 기회가 늘어나나요? 아니잖아요. 장특공은 왜 또 손을 대나요? 은퇴를 앞두고 이사든 증여든 뭘 좀 해보려고 해도 보유세 종부세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엄두를 못 내겠어요. 세금정책에 자꾸 손대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만 해도 좋겠습니다.”
마포의 3040 직장인들 “딱히 누가 되든…”
3040세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포로 향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역을 중심으로 한 마포 지역은 서울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약속 장소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이면서 무려 5개의 철도·지하철 노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 공덕역 주변은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지인을 통해 30~40대 직장인 모임을 귀띔 받아 선거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서울에 거주하며 와인을 즐기는 미혼 남녀들의 모임이었다. 이날 모인 7명 모두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고, 사는 지역은 송파·도봉·광진 등으로 다양했지만 모두 서울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서울시장으로 누굴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선거에 아예 무관심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세훈이나 정원오나 그럭저럭 괜찮지 않으냐”는 반응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다.
“지금 대통령이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건 다 알지 않나요?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도 그런 사람을 뽑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원오 후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같은 당이면 일도 빨리 진행될 거고요. 사실 오세훈도 괜찮긴 한데 야당 소속이고 자꾸 민주당이 공격을 하니까 그런 다툼이 정치적으로 에너지 낭비 같아요.”(42세·남·회계법인 근무)
“어머니가 성동구에 사시는데 구청장 일 잘한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어요. 서울시장이 꼭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성실하게 일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39세·남·공공기관 근무)
“서울이 요즘 세계적으로 완전히 주목받는 도시이다 보니 지금보다 좀더 세련된 도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어요. 오 시장이 ‘디자인 서울’ 같은 데 앞장서지 않았나요. 사실 박원순 시장이 아파트 재건축할 때 한 동은 유산으로 남겨 두겠다는 뉴스 보고 기함을 했거든요. 지금 서울도 좋지만 고층 건물도 더 많아지고 더 멋진 도시가 돼도 좋을 것 같아요. 중국 상하이나 충칭은 도시 자체가 정말 화려하거든요.”(36세·여·IT 회사 근무)
“오세훈 시장은 괜찮지만 국민의힘을 찍기가 싫어요. 저는 조부모님과 부모님 모두 경상도 분이고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을 찍긴 했는데, 계엄 이후 뉴스 보기도 힘들더라고요. 지금 내부적으로 싸우는 것도 보기 싫고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완전히 져서 한번 정신 차렸으면 좋겠는데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면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민주당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40세·여·대기업 근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서울 선거 최대 이슈가 부동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3040 직장인들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였다.
“부동산 세금 문제는 50대 이상 집을 보유한 사람들, 은퇴 후 재산이 집밖에 없는 노인들, 부동산 재테크에 올인한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과 큰누나는 부동산 때문에 자주 정부 욕을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분간 집을 살 생각도 없고 주식으로 재산 불리는 게 더 재미있거든요. 요즘 주식시장이 워낙 좋아서 저 같은 직장인들은 대부분 정권에 호의적인 것 같더라고요.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제가 사는 데는 별로 영향이 없어요. 투표 날도 여행 갈 생각입니다.”(35세·남·금융권 근무)
“어느 후보든 정책이나 공약은 어차피 다 좋은 얘기라 크게 관심이 없어요. 제가 만약 이미 집을 샀다면 그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후보를 찍었을지도 모르지만요(웃음). 그런데 선거 때마다 세대교체를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죠. 서울시장으로 한동훈이나 이준석이 나왔다면 찍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32세·여·종합병원 근무)
강남구 민심은 “국민의힘 싫다”
주민 대부분이 부동산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강남구와 서초구를 돌아봤다. ‘강남3구’ 강남·서초·송파는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지만 8년 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 줬다. 3구 모두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크게 앞섰고, 강남구청장과 송파구청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후 선거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도 보수 정당 대통령 탄핵 후 민주당 정권 출범 1년 후라는, 8년 전 선거와 유사한 상황이어서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강남·서초구를 돌아본 시점은 5월 셋째 주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5월 9일 토요일) 이후다. 9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는 이날까지 집을 팔라”고 엄포를 놓은 시점이고,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비거주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부동산 관련 민심을 듣고자 했다.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상가 내 한 부동산을 찾았다. 20여 년간 도곡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해 온 공인중개사 이모(58)씨는 선거를 앞둔 지역 분위기에 대해 묻자 “이 동네에 뭐 큰 변화가 있겠느냐”고 했다. 보수 지지세가 여전히 강하고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은 강하다는 뜻이다. 다만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은 상당히 나빠져 있다고 했다.
“(5월) 9일까지 양도세 유예한다고 해서 급하게 강남 집 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4월에 호가(呼價)가 좀 내리긴 했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장특공이에요. 사람이 어떻게 자기가 구입한 집에서만 계속 삽니까? 직장이나 교육이나 가족 문제 때문에 필요하면 전세 주고 전세 사는 게 우리나라 특징 아니에요? 이 동네에 입시 때문에 2~4년만 살다 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짧은 시기를 위해서 집 사고 팔고 할 순 없잖아요. 한국인에게 집과 교육에 대한 열망은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에요. 장특공 폐지는 모든 집 있는 사람들한테는 최악의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강남구에는 국민의힘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강남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김형곤 후보와 국민의힘 김현기 후보가 맞붙는다. 각각 강남구의원,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둘 다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현직인 국민의힘 조성명 구청장은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돼 이번 선거에 불출마한다.
이씨에게 “사람들이 왜 (국민의힘을) 싫어하느냐”고 물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막판에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후보가 갑자기 바뀌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후보가 출마하게 된 일이 있어요. 주민들 입장에선 솔직히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는 후보였죠. ‘국민의힘이 텃밭이라고 강남을 너무 무시한다’는 여론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공천한 것 같긴 한데 요즘 국민의힘 하는 꼴이 보기 싫은 겁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를 내쫓았는데, 한 전 대표가 강남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강남 사람이잖아요. 주민들이 ‘한동훈은 거기서 박대당하지 말고 강남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앞 카페에서 만난 주부 박모(42)씨도 “국민의힘에 투표하고 싶진 않지만 민주당에 투표할 수도 없다”며 비슷한 얘기를 했다.
“정부가 강남 집 팔라고, 안 팔 거면 세금 더 내라고 난리인데 야당은 뭘 하고 있나요? 사실 (야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지지율 10%대라면서요. 한동훈만 내쫓지 않았거나 다시 입당시켰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요.”
서초구민들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
정원오(가운데) 후보와 오세훈(오른쪽) 후보가 5월 2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26회 여성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인접한 서초구로 이동했다. 서초구청장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1995년 지방선거 부활 이후 100% 보수 정당이 차지한 자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곳에서 패배하고 단 1명, 서초구청장(조은희 현 국민의힘 의원)만 살아남았다. 그만큼 보수 지지층이 탄탄하다. 또 강남구에 비해 아파트 재건축 속도가 빨라 서초구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들이 서울 초고가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서초구에서도 ‘최고 부촌’으로 불리는 반포2동에는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가 있다. 모두 국평(84㎡) 아파트 가격이 4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들이다. 이 중 한 곳에 거주하는 50대 사업가 김모(55)씨는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고 토로했다.
“오래된 아파트 재건축해서 이제 좀 살 만하니까 세금 폭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집값이 오른 게 죄인가요? 대통령 주장은 부동산 투기 하지 말고 주식 투자해서 기업 살리라는 것 같은데, 그게 대통령이 원한다고 되는 겁니까? 한국인들 주식으로 돈 벌면 다시 부동산 살 거 아니에요. 장특공은 또 왜 건드립니까? 부모님이 노후자금용으로 사 두셨던 조그만 아파트도 세금 더 내라는 건데,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아들 장가갈 때 주려고 사 놓은 아파트도 걱정되긴 마찬가지고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민주당이 정권 잡으면 집값 오른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자기들이 정책 잘못해서 집값 다 올려 놓고 세금만 뜯어내려 하니 화가 안 나겠습니까?”
서초구가 국민의힘 텃밭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만큼 국민의힘 공천 경쟁이 치열했다. 전성수 현 서초구청장이 재도전을 선언했고, 이 지역에서 12년간 서울시의원 3선을 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구청장 출사표를 던졌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최 의장이 경선을 포기하면서 전 구청장이 후보로 결정됐다. 4년 전 국민의힘 공천에 도전했던 황인식 전 서울시 국장은 민주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역 서울시의원인 박상혁 시의원은 국민의힘 공천에서 밀리자 개혁신당으로 향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권리당원 정모(63)씨는 “중앙당은 자기들끼리 권력싸움만 하고, 선거를 앞두고도 현장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수도권에서 몇 안 되는 유리한 지역이면 더 신경을 쓰고 우수한 인재들을 보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기자가 “대구는 보수 텃밭이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은데, 강남·서초도 보수 정당이 정신 차리도록 그런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는 “우리와 TK는 다르다”고 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여당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요,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도저히 민주당을 찍을 수 없다는 여론이 더 강하거든요. 총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서초에서) 민주당이 당선된 적은 거의 없어요.”
서초에서도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씨의 얘기다.
“한 전 대표가 어릴 때 살던 곳이 서초이고 집도 서초거든요. 부산에서 잘 안 되면 여기로 와서 큰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당원들이 합니다.”
선거 후 친한계 집결할까
강남 지역을 돌며 한 전 대표의 세력화가 강남3구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강남3구에는 국민의힘 비윤계 또는 친한계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고동진(강남병) 조은희(서초갑) 박정훈(송파갑) 배현진(송파을) 의원 등이다. 서울 지역 국회의원 48명 중 국민의힘 의원은 11명에 불과하며, 이 중 권영세(용산)·나경원(동작을)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윤계로 분류된다. 장동혁 지도부에 정면으로 반발해 온 오세훈 시장이 이번에 당선되면 현역 의원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서울 출신 국민의힘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 후 보수 진영 재편의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