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기술

2026 베이징 모터쇼 참관기

최신 AI가 조종하는 2세대 중국산 고급차들이 몰려온다

  • 글 : 박정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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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차량·인공지능에서 ‘2세대’ 기술로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 BYD의 플래시 충전… 충전 시간이 주유 시간과 거의 같아져
⊙ 중국 정부, 신에너지차(NEV) 보조금 제도 변화로 고급화 유도
⊙ ‘SW가 정의하는 차량(SDV)’에서 ‘AI가 정의하는 차량(AIDV)’ 단계로 진화
⊙ 화웨이에서 분리된 ‘인왕지능기술’ XMC, 차체·동력 등 섀시의 6개 영역을 하나의 AI로 통합 제어
⊙ 자동차에 적용되는 AI 발전에 따라 회사 조직도 유연하게 변화

朴正圭
1968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석사, 일본 교토대 정밀공학과 박사, 미시간대 방문학자 /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日 교토대 정밀공학과 조교수, LG전자 생산기술원,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해외공장지원실 근무, 한양대 인공지능융합대학원(야간) 석사 / 現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및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 저서 《스마트카패권전쟁》 《반도체초진화론》(역서), 《실천 모듈러 설계》(역서), 《모노즈쿠리》(역서)
‘오토 차이나 2026’에서 선보인 샤오미의 SU7. 사진=AP/뉴시스
많은 거시(巨視)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가 조만간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맞는 이야기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졌고, 주택 버블은 꺼졌으며, 실업률은 올라갔다. 하지만 산업 현장을 직접 관찰하고 조사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은 거시경제학자들의 이야기와 상반되는 모습을 가끔 발견할 때가 있다.
 
  이번 2026년 베이징(北京) 모터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국의 거시경제는 나빠졌을지 몰라도 이미 궤도에 오른 중국 자동차 산업은 또다시 한 단계 질적으로 뛰어올랐다는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으로 돌아온 것이 이번 베이징 모터쇼였다.
 
  무엇을 보았기에 이런 인상을 받았는지, 모터쇼의 풍경부터 먼저 짚어보겠다. 지난 4월 24일 ‘시대를 이끌다, 스마트한 미래(領時代·智未來)’라는 슬로건 아래 ‘오토 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이 열렸다. 총 전시 면적은 38만 ㎡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2024년 베이징 모터쇼는 22만 ㎡, 2025년 상하이 모터쇼는 30만 ㎡였다. 전시된 차량은 1451대로 이 중 중국에서 최초로 공개된 차량이 181대였다. 필자는 지난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면서 모터쇼 참관, 한국계 현지 부품사 공장 방문, 자동운전 차량 시승 등을 하고 귀국했다.
 
  필자가 이번 모터쇼에서 받은 인상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① ‘2세대(중국어로 第二代)’ ② ‘고급화’, 그리고 ③ ‘섀시(차대) 제어와 AIDV(AI-Defined Vehicle)’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번 모터쇼에서 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2세대’
 
BYD는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2세대 배터리 저온(-30°C) 충전 시연을 하는 등 ‘플래시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AP/뉴시스

  필자의 눈에 유독 자주 들어온 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2세대’라는 용어다. 비야디(BYD)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샤오미의 ‘신세대 SU7’, 그리고 샤오펑(Xpeng)의 ‘2세대 VLA’ 등과 같은 문구가 전시장 곳곳에서 보였다. 불과 몇 년 전에 1세대를 내놓은 신생 기업들이 벌써 후속 제품과 기술을 내놓았다. 이것은 첫 작품을 시장에 내놓고 검증한 끝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깨달았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세 영역(배터리, 차량, 인공지능)에서 ‘2세대’ 기술로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한 단어를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이 양적 성장의 단계를 지나 질적인 도약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느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BYD다. BYD는 휴대전화용 배터리 제조사로 출발해 자동차 산업에 진입한 회사로, 2022년 내연(內燃)기관 전용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EV와 PHEV만 만들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메이커다. 이런 만큼 BYD는 전기차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 왔고, 이번에 공개한 2세대 배터리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2020년에 출시된 1세대로부터 6년 만에 등장한 2세대 배터리는, 전기차의 본질적 한계로 지목되어 온 충전 시간과 저온 성능을 개선했다. BYD는 이 기술에 ‘플래시 충전(중국어로 閃充)’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붙였다. 플래시 충전은 상온 환경에서 10→70%까지 5분, 10→97%까지 9분 만에 충전 가능하다. 그리고 영하 30°C의 저온에서도 20→97%까지 충전 시간이 12분에 불과하다.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채우는 시간과 거의 같아졌다. BYD는 전시장 부스 안에 영하 30°C 저온 챔버를 설치하여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전기차의 약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했다’는 자신감이 부스 전체에 깔려 있었다.
 
  실제로 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베이징 모터쇼가 열리기 전인 지난 3월 5일, 선전(深圳)에서 열린 ‘제2세대 배터리 기술 발표회’에서 “전동화 전반전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면서 “후반전은 지능화(智能化)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BYD가 새로운 스테이지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샤오미(小米)의 신세대 SU7
 
샤오미의 대표 레이쥔은 “샤오미 유럽 R&D 센터에 자동차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모았다”면서 고성능·고급차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사례는 샤오미(小米)의 신세대 SU7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으로 출발해 2024년 3월 첫 차량 SU7을 출시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진입한 신생 메이커다.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포기한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에 보란 듯이 첫 차를 내놓았고, 당시 차량의 외관이 포르셰 타이칸과 닮았다며 미디어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샤오미가 만드는 차종은 2024년에 출시한 SU7(세단)과 2025년에 출시한 YU7(SUV) 단 두 개뿐인데, 이는 각각 테슬라 모델3과 모델Y의 대항마다. 2025년 샤오미는 중국에서 41만 대를 팔아, 테슬라 중국 판매(62.6만 대)의 65% 수준에 도달했다. 베이징 모터쇼 한 달여 전인 3월 19일, 샤오미는 신세대 SU7을 출시했다. 외관은 1세대와 거의 같지만 인공지능 모델, 센서 등 약 ‘100여 곳’을 수정했다. 베이징 모터쇼가 열린 4월 24일까지 신세대 SU7은 6만 대가 사전 주문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샤오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독일 뮌헨에 유럽 R&D 센터를 세워 고성능 차량 개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7년 유럽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번 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샤오미의 CEO인 레이쥔(雷軍)은 ‘샤오미 자동차 유럽 R&D 센터에 자동차 분야 정상급 전문가가 모였다’라는 문구와 함께 BMW와 페라리 등에서 스카우트한 유럽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테슬라’ 샤오펑
 
  세 번째 사례는 샤오펑(Xpeng)의 ‘2세대 VLA’다. 샤오펑은 2014년 설립한 중국의 신흥 전기차 메이커로, 흔히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릴 만큼 기술 개발에 집착하는 회사다. 창업 이래 10여 년간 적자와 부도의 공포에 시달려온 회사지만, 2025년에는 45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여 전년 대비 2배 이상 실적을 올렸다(2024년 19만 대 판매). 그리고 2025년 4분기에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단일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샤오펑은 자동운전 시스템의 두뇌에 해당하는 ‘VLA’ 모델을 2세대로 진화시켰고, 이를 적용한 양산(量産) 차량을 모터쇼에 내놓았다.
 
  VLA를 이해하려면 자동운전 기술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창기 자동운전은 ‘룰 베이스드(Rule-Based)’ 방식이었다. 엔지니어가 ‘앞차와의 간격이 20m 이하면 속도를 줄인다’는 식으로 일일이 규칙을 코드로 짜 넣는 방식이다. 그러나 도로 환경은 너무 복잡해서 모든 규칙을 미리 적어둘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엔드 투 엔드(End-to-End·E2E)’ 방식이다. 카메라로 받은 정보를 인공지능이 통째로 처리해 핸들과 페달까지 인공지능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테슬라가 2023년 이 방식으로 전환하며 시장을 흔들었고, 중국 기업들도 곧바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E2E도 완벽하지 않다. 상당량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며, 이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상황(에지 케이스)을 만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VLA는 이 약점을 ‘언어’로 푼다. VLA는 시각 정보(Vision)에 언어(Language)로 된 설명을 더해 행동(Action)을 결정한다. 주행 데이터를 무한히 모으는 대신, 언어로 된 ‘상식’을 결합해 처음 보는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도표1] 샤오펑(Xpeng)의 2세대 VLA 진화.

[도표1]은 1세대 VLA와 2세대 VLA의 구조 차이를 보여준다. 왼쪽의 1세대 VLA는 카메라가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일단 언어로 ‘번역’한 뒤, 그것을 다시 행동으로 변환하는 3단 구조였다. 단계가 많다 보니 정보 손실과 지연이 발생한다. 이것을 보완한 것이 [도표1]의 오른쪽에 있는 2세대 VLA다.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한 묶음으로 입력받아 곧바로 행동을 출력하는 구조다. 이것을 통해 마치 사람이 눈으로 본 순간 손과 발이 곧바로 반응하는 것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샤오펑이 공개한 SUV차량 ‘GX’에 이 2세대 VLA가 탑재되어 있다. 그리고 폴크스바겐(VW)도 조만간 샤오펑의 2세대 VLA를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내로 테슬라의 자동운전 수준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관심 있게 볼 것이 있다. 1세대에서 2세대 VLA로의 전환은 단지 기술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 문제도 깊게 관여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글 뒷부분에서 다루겠다.
 
 
  ‘2세대’ 핵심 기술 품은 고급차들
 
  이번 모터쇼의 두 번째 키워드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집단적인 ‘고급화’였다. 과거 저가형 차량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최상위 모델인 이른바 플래그십(flagship) 모델들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주목할 점은 이 차량들이 앞서 살펴본 ‘2세대’ 핵심 기술들을 그대로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BYD의 기함(旗艦) SUV ‘다탕(大唐)’은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플래시 충전을 그대로 탑재했다. 즉 각사가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들은 중국 자동차 산업이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왜 이런 고급화 흐름이 나타나는가. 지금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저가 차에서 고가 차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 중요한 계기 중 하나는 2026년 1월부터 실시한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NEV) 보조금 제도의 변화다. 그동안 노후 차를 폐차하고 새 NEV를 사면 차량 가격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2만 위안을 지급해 왔는데, 2026년부터는 ‘차량 가격의 12% 한도, 최대 2만 위안’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NEV 차량 취득세 면제 폭도 100%에서 50%로 축소되었다.
 
  홍광미니(宏光MINI) EV라는 대표적인 저가 전기차를 가지고 살펴보자. 차량 가격 5만 위안(약 1000만원)인 이 차의 실제 구매가는 보조금 정책의 변화로 다음과 같이 변했다.
 
  2025년: 정액 보조금 2만 위안 + 취득세 면제 → 실구매가 3만 위안(약 600만원)
 
  2026년: 정률 보조금 6000위안 + 취득세 약 2200위안 부활 → 실구매가 약 4만6000위안(약 924만원)
 
  홍광미니 EV는 2025년 12월 약 3만 대가 팔려 전 차종 통틀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6년 1월에는 판매가 7133대로 추락했다.
 
[도표2]는 2025년과 2026년 1~2월 중국 신에너지차의 가격대별 판매 대수 변화를 보여준다. 저가 차의 판매는 감소한 반면, 25만 위안 이상 중고급 차량의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중국 정부도 양에서 질로의 전환을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표2] 중국 신에너지차 가격대별 판매 대수.

 
  핸들을 옮기거나 집어넣을 수 있어
 
BYD가 공개한 콘셉트카 Ocean-V, 핸들을 차체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섀시 제어와 AIDV’다. 자동차의 가장 핵심적인 동작은 결국 ‘달리고, 돌고, 멈추는’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는 빠르게 디지털화되어 왔지만, 이 가장 본질적인 동작을 책임지는 ‘섀시(차대)’만은 자동차의 가장 보수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모터쇼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흐름은 바로 이 섀시까지 전자 제어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이다.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미국 기업이라면, 중국 기업은 1에서 100을 만든다. 이번 모터쇼에서 이 패턴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 by Wire)’라는 기술이 있다. 이것은 핸들과 바퀴 사이를 기계적인 연결이 아니라 전기 신호로만 연결하는 기술이다. 미국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에 이 기술을 적용했고, 토요타가 렉서스 RZ에 옵션으로 이 기술을 채택했다. 다만 테슬라와 토요타는 일부 모델에 한정해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길을 택했다. 2025년 12월 정부가 자동차 조향 시스템 표준을 개정해 ‘핸들과 바퀴의 기계적 연결 의무’를 폐지했다. 법규가 풀리자 다수의 중국 기업이 곧바로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핸들의 위치를 좌우로 자유롭게 옮기거나 접어 넣을 수 있고, 자동운전 모드에서는 아예 차체 내부에 넣어 차량 내부를 거실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기술은 향후 로보택시 시대를 여는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는다.
 
  이 가능성을 가장 시각적으로 보여준 차량이 이번 모터쇼에서 BYD가 공개한 콘셉트카 ‘오션 V(Ocean–V)’다. 차량의 핸들을 차체에 밀어 넣을 수 있는 구조다. 필자는 이번 모터쇼에서 장화이자동차(江淮汽車·JAC) 부스에 마련된 모형 차량 안에서 핸들이 실제로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양산 단계에 들어선 사례도 있다. 중국의 신흥 전기차 메이커 니오(NIO)가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기함 SUV ‘ES9’가 그 사례다. ES9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4륜 능동 서스펜션을 모두 통합하며 이 흐름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살아 있는 지능체’로 진화하는 자동차
 
화웨이의 ‘디지털 섀시 엔진(數字底盤引擎)’. 영어로 ‘XMC(XMotion Control)’로 불리는 새 시스템은 차체·동력·서스펜션·조향·제동·열관리에 이르는 섀시의 6개 영역을 하나의 인공지능으로 통합 제어한다.

  섀시의 전자 제어가 자동차의 ‘손과 발’을 바꾸는 일이라면, 이를 통합해 지휘하는 ‘두뇌’의 변화는 한층 본질적이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차량)’였다.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로 기능이 결정되고, 무선 업데이트로 진화하는 차량이라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자동차 메이커는 소프트웨어(SW)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정의하는 차량(AIDV)’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로그래머가 규칙을 코드로 짜 넣는 차량이 SDV라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여 차량의 동작을 결정하는 차량이 AIDV다.
 
  이번 모터쇼에서 AIDV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보여준 메이커는 화웨이다. 화웨이는 모터쇼 개막 하루 전인 4월 23일 ‘디지털 섀시 엔진(數字底盤引擎)’을 발표했다. 영어로 ‘XMC(XMotion Control)’로 불리는 새 시스템은 차체·동력·서스펜션·조향·제동·열관리에 이르는 섀시의 6개 영역을 하나의 인공지능으로 통합 제어한다. 그동안 자동차의 각 부품은 별도의 제어기로 움직였는데, XMC는 이 모든 동작을 하나의 인공지능이 통합해 지휘한다. 자동차가 부품의 집합을 넘어, 하나의 인공지능이 모든 동작을 통합 지휘하는 ‘살아 있는 지능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발전에 따라 조직도 변화
 
  이제 다시 샤오펑의 2세대 VLA 개발 이후의 조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자동차 안에는 두 종류의 인공지능이 있다. 핸들과 페달을 직접 제어하는 ‘자동운전’ 인공지능은 안전성을, 운전자의 말을 알아듣고 화면과 음성으로 응답하는 ‘인포테인먼트’ 인공지능은 외부 호환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운영 시스템(OS) 위에서 작동한다. 즉 서로 다른 문맥(context)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비전과 언어가 합쳐진 VLA 2세대가 되면 서로 다른 문맥에서 일해온 두 부서를 합쳐야 한다. 말이 쉬워 합치는 것이지, 현실 속의 회사에서는 한쪽 부서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종래의 자동차 회사가 차량의 SW화, AI화에 제대로 적응을 해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도 있지만, 조직의 문제도 크다.
 
  샤오펑은 작년 11월에 2세대 VLA를 개발한 이후 석 달 뒤인 2026년 2월에 ‘자동운전 센터’와 ‘인포테인먼트 센터’를 ‘범용(汎用) 지능 센터’로 합쳤다. 이 센터의 책임자는 샤오펑에 합류한 지 2년밖에 안 된 류셴밍(劉先明)으로, 그는 허샤오펑(何小鵬) CEO에게 직접 보고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기술에 맞춰 조직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테슬라는 자동운전의 처음부터 끝까지, 즉 ‘엔드 투 엔드’로 인공지능의 신경망을 하나로 합치자, 한 팀이 신경망 전체를 책임지는 구조로 재편했다. 이 통합된 팀의 책임자는 인도 출신의 엔지니어인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로, 그 또한 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다. 그리고 2025년 8월에는 아쇼크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프로그램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자동운전과 로봇을 함께 이끄는 구조가 되었다. 테슬라도 샤오펑도 CEO 아래 개발 책임자 한 명이 강력하게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화웨이가 만든 ‘인왕 지능 기술’
 
  자동차에 지능을 넣고 있는 지금 만약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지능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래서 외부의 지능을 사서 차에 장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 자동차 산업에는 이 흐름을 둘러싼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영혼론(靈魂論)’이다.
 
  2021년 6월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 주주총회에서, 한 투자자가 천홍(陳虹) 회장에게 “화웨이 같은 회사와 자동운전을 위한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홍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 회사가 우리에게 전체 솔루션을 제공하면, 그 회사가 우리의 ‘영혼’이 되어버리고, 상하이차는 ‘몸뚱이’만 남는다. 우리는 이런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천홍의 이 말은 곧 ‘영혼론’이란 이름으로 중국 산업계에 회자되었다.
 

  2024년 1월, 화웨이는 이런 자동차 메이커의 걱정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사업부를 통째로 떼어내 ‘인왕(引望) 지능 기술’이라는 별도 회사를 만들었다. 그래도 “화웨이가 결국 자동차도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남자, 화웨이는 인왕의 지분을 일부 자동차 회사들에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현재 화웨이가 인왕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20%는 2개의 자동차 회사가 각각 10%씩 가지고 있다.
 
  인왕과 화웨이는 업무가 분담되어 있다. 인왕은 자동운전 관련 부품과 솔루션을 만들어 자동차 메이커 또는 화웨이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앞에서 언급한 ‘XMC’도 인왕이 만든 시스템이다.
 
  한편 화웨이 내부에는 완성차 메이커와 차량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부문이 남아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부문이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 사업부’ 안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두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나 똑같은 단말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2025년 2월, 상하이차는 화웨이와 공동으로 ‘상계(尙界)’라는 새 합작 브랜드를 정식으로 발표했다. 영혼론을 제기하며 화웨이를 거절했던 상하이차마저 4년 만에 결국 손을 내밀었다. 한 중국 매체는 이 변화를 두고 “현실이 영혼론에 자리를 내주었다”라고 했다.
 
 
  중국의 변화에 잘 대응하는 토요타
 
  사실 이런 조직 변화는 IT 산업이 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중국의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2026년 3월 ‘알리바바 토큰 허브(Alibaba Token Hub·ATH)’라는 사업군(事業群)을 신설했다.
 
  여기서 토큰(Token)이란 인공지능이 정보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토큰을 만들고, 외부에 공급하고, 응용하는 부서들이 여러 사업부에 흩어져 있었지만, ATH라는 이름의 사업군을 만들어 모두 합쳤다. 그리고 우융밍(吳泳銘) CEO가 ATH사업부를 직접 관장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토큰의 흐름에 따라 가치 흐름(Value Stream)이 만들어지고, 비즈니스가 완성된다. ATH사업군 설립은 이런 기술과 비즈니스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단이다.
 
  규모가 작은 기술 중심의 신흥 기업과 달리, 레거시 자동차 메이커는 기존 사업이라는 벽이 있다. 100년간 제조업으로서의 자동차 비즈니스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벽이 높고 단단하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레거시 기업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부문 간 벽이 높은 회사로 닛산이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기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큰 적자를 냈다. 반면 레거시 메이커 중에서도 부문 간의 벽을 가능한 한 허물고 가치 흐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토요타다.
 
  토요타 생산 방식은 고객이 오더를 내는 단계에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차를 만들어, 다시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가치 흐름이 낭비 없이 흘러가는 것을 중시한다. 이 과정 안에는 여러 부문이 있지만, 전체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정렬(align)될 것을 요구한다. 차량 개발 단계에서도 제품 개발을 책임지는 치프 엔지니어(Chief Engineer)가 각 부문에서 일어나는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역할을 한다. 외국 합작사 중에 지금 중국의 빠른 변화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회사가 토요타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토요타의 중국 내 판매는 4년 연속 감소하여 2024년 177.6만 대까지 떨어졌지만, 2025년에는 178만 대를 팔아 감소세를 멈춰 세웠다.
 
 
  8개 국어 동시통역 부스 만든 회사도 있어
 
  이번 모터쇼의 프레스 데이에서 필자는 리오토(理想), 샤오미, 토요타 세 회사의 발표를 들었다. 리오토와 샤오미는 창업자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발표했다. 본인이 기술자이면서 창업자이고, 자국에서 발표하는 자리이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토요타의 발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토요타는 중국 법인의 중국인 부사장이 사회를 보고, 중국인 차량 개발자들이 한 명씩 무대에 올라 자기가 맡은 부문을 발표했다. 필자는 기자 출입증이 없어 멀리서 발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렉서스 전기차 공장의 대표인 가토 다케로(加藤武郎) 또한 하얀 마스크를 쓴 채 내 옆에서 발표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일본 경영자는 전면에 나서지 않기로 사전에 정해둔 모양이었다.
 
  한편, 이번 모터쇼를 방문하면서 프레스 데이에 유난히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통계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어느 회사의 전시장에는 무려 8개 국가의 동시통역 부스가 있었다.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아랍어, 태국어. 중국 내부의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중국 메이커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수출을 늘리고 싶어 하는 방증으로 보였다.
 
 
  기술자 정신이 사라져 가는 시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어보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중국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정말 ‘기술이 어려워서’인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의 기술 변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MBTI라는 성격 검사가 인기다. 사람의 성격을 나누는 유형 중에 ‘J형(Judging·판단형)’과 ‘P형(Perceiving·인식형)’이라는 구분축이 있다. J형은 모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정해진 절차대로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P형은 상황을 그때그때 받아들이며 유연하게 판단한다. 그래서 일단 부딪쳐 보면서 길을 찾아가는 유형이다.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이 즐겨 했다는 “해봤어?”라는 한마디가 P형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다. 1970~1980년대의 한국인에게는 이런 P형의 사고가 넘쳐났던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필자도 P형이다.
 
  인공지능 시대라는 것은 정해진 법칙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대라기보다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무엇과 무엇을 연결할 것인가’가 무척 중요해진 시기다. 요소 기술 자체만큼이나, 연결이 핵심이다.
 
  이런 시대에는 일단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뭔가 하나를 건져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일하는 시간도 압도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모터쇼를 방문했을 때, 중국의 자동운전 솔루션 개발사인 모멘타의 차오쉬둥(曹旭東) 사장은 밤중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업무를 챙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꾸준히 도전해 그 안에서 뭔가를 건져내는 업무 스타일 때문 아닐까? 과거 필자가 읽었던 중국 신문 기사에 따르면 차오쉬둥 CEO는 스스로 자기의 MBTI가 INTP라고 했다.
 
  어쩌면 1970년대, 80년대의 한국인이라면 지금의 자동차 산업이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오히려 잘해 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기술자 정신이 사라지는 퇴행(退行)의 시기에 들어선 듯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이 중국의 제조업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단지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런 조직 능력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기술자 정신과 조직력을 살리는 것이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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