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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재·보궐 선거 - 대구

“예전의 대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쉽게 안 바뀔 것”

  •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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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아직 보수… 근데 지금은 먹고사는 게 더 중요”
⊙ 추경호 vs 김부겸 초접전… 결국 1~2% 차 박빙 승부될 것
⊙ “밖에서는 말 안 해도 속으로는 다들 생각이 많심더”(서문시장 약재상 노인)
⊙ “대구는 국힘을 계속 지지한 지역인데 발전이 왜 이렇게 더딘 건지…”(30대 직장인)
⊙ “누가 예산 한 푼이라도 더 가져오느냐 볼 것… 언제까지 색깔만 보고 찍나?”(60대 남성)
⊙ “민주당 시·구의원 출마 희망자 눈에 띄게 늘어”(민주당 관계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예비 후보가 5월 9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 후보가 5월 9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8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입구.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햇살이 시장 지붕 위를 뜨겁게 달구며 덮고 있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장바구니를 든 노인과 납품 트럭, 손님을 부르는 상인의 목소리가 뒤엉키며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사람의 흐름은 끊기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흘렀다.
 
  좌판 앞에서 풀빵을 굽고 있던 60대 여성 상인에게 다가가 하나를 주문했다. 풀빵을 뒤집던 그의 손이 잠시 멈췄을 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에는 추경호와 김부겸 중 누구를 찍을 생각이냐고.
 
  “와… 이번에는 진짜 모르겠다.”
 
  짧게 답한 그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다시 집게를 들고 풀빵을 뒤집는 손놀림이 바빠졌다.
 
  조금 떨어진 자리, 한약 재료를 늘어놓은 좌판 앞에 앉아 있던 노인에게도 말을 건넸다.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관심 없어요. 이제 관심 없어.”
 
  왜냐고 되묻자,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낮게 말을 이었다.
 
  “탄핵이니 뭐니 하면서 맨날 싸우고… 전부 도둑놈 같다 아입니까. 누가 맞는 말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재미가 없어예.”
 
  그가 말한 ‘재미가 없다’는 표현은 단순한 정치 혐오와는 결이 달랐다. 한때 선거철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구의 정치적 열기가 식어버린 자리,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 건 분노도 기대도 아닌 무력감에 가까워 보였다. 예전처럼 “무조건 누구”를 외치던 확신 대신, 누구를 찍어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이 시장에 옅게 퍼져 있었다.
 
 
  ‘지역 정체성과 발전 전략의 실종’
 
  “진짜 바뀌는 거 아이가?”
 
  서문시장은 오랫동안 대구 민심의 심장으로 불렸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었다. 어묵 국물 한 컵 들고 상인들과 악수 몇 번 나누면 “대구 분위기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특히 보수 정치인들에게 이곳은 일종의 ‘확인 도장’ 같은 장소였다. “대구는 아직 우리 편이다”라는 확신을 얻고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2026년 5월의 서문시장 공기는 이전과 분명 달랐다. 활기찬 장터 특유의 소음은 여전했지만,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국민의힘 경선 이야기를 꺼내자 상인들은 얼굴부터 구겼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잇따른 컷오프 이야기가 나오자 상인들 목소리엔 노골적인 불쾌감이 묻어났다.
 
  “도대체 기준이 뭔데예?”
 
  잡화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상인은 계산기를 탁 내려놓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는 자르고 누구는 살리고…. 공정하다 카는데 뭐가 공정한지 모르겠심더.”
 
  그렇다고 곧바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현장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 것은 ‘실망’과 ‘피로감’에 가까웠다. 누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기보다, 기존 보수 정치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공기가 시장 바닥에 낮게 깔려 있었다.
 
  한 약재상 노인은 기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밖에서는 말 안 해도 속으로는 다들 생각이 많심더. ‘이대로 가도 되나’ 싶은 기라.”
 
  이 말은 어쩌면 이번 대구 선거 전체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보수의 도시였지만, 그 단단해 보이던 바닥 아래에서는 조금씩 균열 같은 것이 번지고 있었다.
 
  정치평론가 유재일 한국대전략연구소 소장은 대구의 가장 큰 문제로 ‘지역 정체성(正體性)과 발전 전략의 실종’을 지목했다. 충청권이 세종시를 축으로 바이오·AI 산업을 끌어들이며 수도권의 낙수(落水)효과를 흡수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호남권이 해상풍력과 반도체 단지 유치라는 구체적 의제로 지역 담론을 형성해 가는 흐름과는 대비된다는 것이다.
 
  유재일 소장은 “대구 정치인 가운데 대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김부겸, 추경호 같은 중량급 인사들조차 ‘대통령 배출’이라는 중앙 정치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뿐, 대구를 어떤 도시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구는 산업이 없어요”
 
  이 같은 진단은 시장 골목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서문시장 안쪽,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서자 가장 먼저 들리는 건 가격 흥정이 아니라 경기 이야기였다. 상인들의 말문은 대체로 비슷한 순서로 열렸다. “요즘은 먹고살기가…”라는 푸념이 먼저였고, 곧바로 ‘경기’라는 단어가 뒤따랐다.
 
  “서문시장만 이런 게 아니라예. 전국이 다 안 좋습니다.”
 
  좌판 위의 옷을 정리하던 상인은 옷을 계속 정리하며 낮게 말했다.
 
  “부산 가도 어렵다 카고, 서울도 장사 안 된다 카잖아요.”
 

  전국 어디를 봐도 어렵지 않은 곳은 없다. 대구가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어떤 것일까. 시장 인근 부동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대구의 경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지금은 버티는 거죠.”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민주당 찍어본 적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대구 민심의 균열이 조금씩 드러났다.
 
  “대구는 소비도시입니다. 산업이 없어요. 대기업도 없고, 젊은 애들은 다 서울 갑니다.”
 
  그의 말은 정치보다 먼저 경제 이야기로 흘러갔다. 시장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심각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급속히 커지면서 오프라인 상권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서문시장이 이 정도면 다른 전통시장은 더 힘들 겁니다. 사람은 많아요. 근데 실제 물건이 안 팔려요. 지갑을 안 열어요.”
 
 
  “대구는 쇠락 도시”
 
대구 중구 동성로 한복판 모습. 사진=이정현

  실제로 시장 골목 곳곳에서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임대 문의 전화보다 권리금 포기 문의가 많다고 했다. 대구 부동산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더 솔직해졌다.
 
  “좋은 신축은 살아남죠. 근데 구축은 안 됩니다. 40년 된 아파트 누가 들어갑니까. 기존 집이 안 팔린 상태에서 새 아파트 들어간 사람들? 지금 세금 내면서 버티고 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대구 곳곳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 단지들도 지역의 불안감을 완전히 덮지는 못했다. 수성구·2호선 라인 같은 일부 지역은 버티고 있지만, 외곽과 노후 단지는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잠시 창밖 시장 거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대구는 쇠락 도시예요.”
 
  단호한 표현이었다.
 
  “부산은 항만이라도 있고 계속 커지잖아요. 근데 대구는 뚜렷한 미래 산업이 없습니다. 결국 인재가 다 서울로 가요.”
 
  그의 목소리는 체념과 분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대구 중구 동성로 한복판. ‘대구의 명동’이라 불리는 거리에는 초여름 햇살 아래 젊은 인파가 모여들고 있었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왔고, 골목마다 보석상과 의류 매장 간판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겉보기엔 활기가 넘쳤지만, 매장 안은 한산했다. 직원이 한두 명뿐인 가게가 많았고, 유동 인구 역시 기대만큼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여느 평일 도심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몇 마디 말을 건네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표정과 말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감과 냉소가 함께 묻어났다.
 
  카페 앞 긴 줄 끝에 서 있던 20대 대학생은 “이번에는 조금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낮췄다.
 
  “어차피 국민의힘이 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근에 서 있던 또 다른 20대 남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가 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무조건 찍어주는 시대 끝난 것 같아”
 
  동성로에서 만난 2030 세대의 분위기는 묘하게 엇갈렸다. “이번엔 혹시”라는 기대와 “그래봐야 똑같다”는 체념이 동시에 존재했다.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깊게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서울에서 왔다”는 말을 꺼내자, 옆 테이블에 있던 30대 직장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TK 신공항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고, 따지고 보면 대구는 국민의힘을 계속 지지한 지역인데 발전은 왜 이렇게 더딘 건지 모르겠어요.”
 
  그는 목소리를 조금 높이며 말을 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아직도 ‘우리가 남이가’ 같은 정서가 작동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찍어주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기대를 특정 정당에 두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좋아서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날 동성로의 공기는 서문시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서문시장이 침묵과 무관심, 체념에 가까웠다면, 동성로는 훨씬 말이 많고 감정 표현도 직접적이었다. 냉소를 드러내면서도 변화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거두지는 못하는, 복합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날 동성로 한복판 커피숍.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카페 안은 직장인과 대학생들로 조금씩 붐비기 시작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앉아 있던 60대 남성은 기자가 “이번 선거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묻자 처음에는 웃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자신을 “평생 민주당은 한 번도 안 찍어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윤석열 후보 유세를 따라다닐 정도로 열성 지지자였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망을 넘어서 마음이 떠났다”고 말했다.
 
  “처음엔 신선했죠. 검사 출신에 뭔가 기존 정치랑 다를 줄 알았습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도 멋있게 들렸고요.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고 나니 결국 검찰 조직 문화 그대로더라고요. 위에서 밀어붙이면 밑에서는 따라오라는 식 아닙니까.”
 
  한숨을 쉬며 이런 이야기도 했다.
 
  “의대 2000명 증원도 그렇고 국방부 이전도 그렇고, 너무 일방적이었어요. 대통령이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내가 옳으니 따라와라’ 식으로 간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부하들이랑 법정에서 책임 공방하는 모습까지 보니까… 솔직히 서글펐어요.”
 
 
  ‘샤이 보수’ 아닌 ‘샤이 김부겸’
 
  그의 말은 단순한 정권 비판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대구 보수층 내부의 피로감과 허탈감에 가까웠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존경심을 드러냈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는 인정해야죠. 대구 사람 중 그걸 부정하는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 부모 세대가 그 시절 덕 본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곧바로 현실 이야기가 이어졌다.
 
  “근데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합니다. 트럼프 보세요. 미국도 이제 자기 이익만 챙기잖아요. 대구도 똑같습니다. 누가 우리 지역 경제 살릴 수 있느냐, 누가 예산 한 푼이라도 더 가져오느냐 그걸 보는 거예요. 언제까지 색깔만 보고 찍습니까.”
 
  이 대목에서 대구 특유의 분위기가 드러났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수 지지를 숨기는 ‘샤이 보수’ 현상이 거론되지만, 지금 대구에서는 오히려 민주당계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긍정 평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 분위기가 강하지만, 사석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어제도 모임 갔는데 다 보수 성향 사람들이에요. 근데 술 한잔 들어가고 따로 이야기하면 ‘이번엔 김부겸 한번 밀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말 꽤 나옵니다. 공개적으로는 절대 이야기 못 합니다. 여기선 정치 이야기 잘못 꺼냈다가 괜히 분위기 험해집니다.”
 
  다만 “대구 사람들이 갑자기 진보로 돌아섰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구 기본 정서는 쉽게 안 바뀝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요. 이제는 보수냐 진보냐보다 ‘누가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느냐’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우리가 이용만 당한 거 아니냐?’
 
  정치평론가 유재일 소장 역시 이번 대구 선거를 단순한 여야 대결이 아니라 “보수 내부 균열이 드러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현재 대구 선거 전략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선거라면 원래 지방 이슈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산업, 교통, 청년 유출, 도시 미래 전략 같은 이야기가 나와야 정상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온통 ‘반윤(反尹)이냐 반이재명이냐’만 이야기합니다. 지역 담론 자체가 사라졌어요.”
 
  유 소장은 특히 대구 정치의 구조적 문제로 ‘중앙 정치 종속’을 꼽았다. 대구가 거물급 정치인들의 기반 역할만 하고, 정작 지역 자체의 미래 전략은 실종됐다는 주장이다.
 
  “대구 정치인들 보면 대부분 중앙 정치 무대 올라가는 데 집중하지, 대구를 어떻게 바꿀 건지는 잘 안 보입니다. 대구는 늘 보수 정치인들의 핵심 근거지 역할을 해왔는데, 정작 지역 경제는 쇠퇴하고 청년들은 떠나고 있잖아요.”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조차 대구가 체감할 만한 발전 전략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대구는 늘 정치적으로 충성했는데 돌아온 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요즘 지역에선 ‘우리가 이용만 당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거죠.”
 

  오후 5시, 수성구 범어동 카페 거리. 대구에서 ‘잘사는 동네’로 통하는 이곳은 종종 ‘대구의 맨해튼’이라 불린다. 대형 카페와 입시 학원이 촘촘히 들어선 거리, 법원 등 관공서가 밀집한 곳이다.
 
  수성구는 교육과 부동산이 민심을 가르는 핵심축이다. 제과점 한쪽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모씨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쥔 채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수성구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좀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이유를 묻자 그는 짧게 답했다.
 
  “계엄 사태 이후로요. 솔직히 많이 실망했죠.”
 
  말끝은 조심스러웠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변화를 체감한다는 목소리는 예상 밖의 곳에서도 들렸다. 인근 편의점 계산대 안쪽, 바코드를 찍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은 먼저 말을 건넸다. “김부겸, 추경호 중 누가 대구시장 될 것 같냐”고 물으니, “이번엔 진짜 모르겠어요. 그게 오히려 신기해요”라고 답했다.
 
  이날 카페와 식당, 당협 사무실 주변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의 말은 미묘하게 겹쳤다. “대구가 예전의 대구가 아니다.”
 
  변화의 조짐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다만 그 끝에는 늘 비슷한 단서가 따라붙었다.
 
  “그래도 마지막엔 쉽게 안 바뀔 거예요.”
 
 
  “조용한 표가 제일 무섭다”
 
  지난 5월 초 만난 한 지역 정치인은 이번 대구 선거 분위기를 설명하며 가장 먼저 “보이지 않는 표” 이야기를 꺼냈다.
 
  “젊은 층은 확실히 김부겸 쪽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근데 집에 있는 어르신들은 또 달라. 그분들은 원래 말 잘 안 합니다. 조용한 표가 제일 무섭다니까.”
 
  실제 여론 흐름도 심상치 않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해 지난 5월 5~6일 대구 유권자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41%,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40%를 기록하며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반면 4월 20~22일 KBS대구·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김부겸 후보 43%, 추경호 후보 26%로 17%포인트 차이가 났다. 불과 보름 남짓 사이 판세가 급격히 흔들린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구 정치권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민주당 계열 후보들의 존재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상징적 의미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시·구의원 출마 희망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번엔 해볼 만하다’
 
  민주당 측 선거를 돕는 인사는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선거 시작하면 그냥 7대 3, 8대 2로 끝났어요. 근데 지금은 아닙니다. 국민의힘 당원 하던 사람도 불만 있으면 민주당 쪽으로 가버려요. 민주당에서도 ‘이번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생겼고. 그 중심에 김부겸이 있는 거죠.”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는 “총리까지 한 사람” “정부와 직접 연결 가능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념보다 실리를 따지는 중도층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특히 이런 반응이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시민들은 누가 우리 동네 예산 따오고 정부 움직일 수 있느냐를 봅니다. TK행정통합이든 신공항이든 결국 중앙정부랑 연결돼야 하잖아요. 대구 사람들도 이제 이런 계산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다만 국민의힘 후보와 가까운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구의 정치 지형이 단숨에 뒤집힐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 보수 진영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당시 분위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당원들 분위기만 보면 그렇게까지 차이 날 경선이 아니었어요. 근데 여론조사에서 (추경호 후보에게) 너무 세게 밀렸거든. 거의 세 배 가까이 벌어진 조사도 있었고. 다들 ‘경제부총리 프리미엄’ 영향이라고 보더라고.”
 
  추경호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진짜 중요한 사람들은 말 안 합니다. 특히 연세 있는 분들은 여론조사 전화 와도 잘 대답 안 해요. 나는 결국 마지막에는 그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봐. 그래서 이번 선거도 결국 1~2% 안쪽 승부라고 생각해요.”
 
  다만 보수의 심장은 여전히 대구에 있으나, 그 심장 안에서도 피로감과 균열, 그리고 “누가 진짜 우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를 따지는 새로운 흐름이 천천히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시민들과 정치권 인사들 상당수는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결국 1~2% 차이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 대구 민심은 어쩌면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보수입니다. 근데 지금은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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