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3 지방/재·보궐 선거 - 부산

“부산 선거는 ‘바람’… 바람 타면 압승한다”(부산 지역구 보좌진)

  •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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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파전’ 북구갑 보선, 다음 총선 선거구 문제로 야권 단일화 쉽지 않아
⊙ 하정우·박민식·한동훈, 서로를 “낙하산, 방랑자, 배신자”라 비판
⊙ 하정우 ‘손 털기’ 논란에 구포시장 반응은 동정론·비판론 반반
⊙ 한동훈 ‘외지인’ 비판에 “다른 사람들도 그러잖아”
⊙ 부산시장, 정청래·장동혁 대표의 비호감 강도에 따라 결정될 듯
⊙ 한동훈의 전재수·김경수 공격, 박형준에겐 긍정적
이번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북구갑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 후보. 사진=뉴스1
‘낙하산, 방랑자, 배신자.’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부산 북구갑 지역구에 출마한 세 예비후보(이하 후보)를 두고 서로가 상대를 비판하는 단어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지칭한다.
 
  선거를 20일 앞둔 5월 14일 발표된 북구갑 여론조사는 하정우 후보(39%)가 박민식(21%)·한동훈(29%)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 12~13일 부산 북구갑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508명(응답률 11.3%, 무선전화 인터뷰)을 대상으로 했다.
 
  부산 북구갑 지역구는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강서구 인구 증가로 강서구가 북구 일부를 흡수하며 단독 선거구로 분리되자, 개편 전 북구와 강서구갑이 북구갑으로 개편됐다. 북구 중 남부 지역(구포동·덕천동·만덕동 일부)에 해당하며, 영남 대표 재래시장인 구포시장이 있다. 정치 지형에서 이 지역은 부산 내 예외적인 특성을 보여 왔다. 보수 정당 지지도가 높은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비교적 강하다. 사상구-사하구-강서구로 이어지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 속한다.
 
 
  전재수 3선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하정우(왼쪽) 부산 북구갑 보선 후보가 지난 5월 1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 북구갑에서는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국민의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상대로 큰 격차로 승리해 내리 3선(20~22대)에 성공했으며, 당시 부산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유일한 지역구가 됐다.
 
  15대 총선(1996년)부터 17대까지 정형근(한나라당) 후보, 이후 18~19대는 박민식, 20~22대는 전재수 후보가 당선됐다. 18대 총선 박민식(득표율 57.34%)-전재수(38.57%), 19대 박민식(52.39%)-전재수(47.60%)에서 20대 전재수(55.92%)-박민식(44.07%)으로 역전한 이후 전재수 후보가 22대까지 3선을 했고, 박민식 후보는 22대 때 서울 강서구을 선거구로 옮겼으나 낙선했다. 현역 전재수 의원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자진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전 전 의원은 이번엔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다.
 
  부산 북구갑은 낙동강 우측에 ‘┏’ 모양으로 자리했다. 구포역과 덕천교차로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상업지구와 만덕동의 대규모 주거지가 혼재돼 있다. 만덕동은 위로는 금정산, 아래는 백양산 사이에 자리한 일종의 베드타운이다. 구도심인 만덕1동은 보수세가, 신도시 성향의 만덕2·3동은 민주당세가 우위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현 부산 북구갑의 모든 동에서 승리했으나, 부산 전체 평균에 비해서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온 편이다. 이는 지역구 의원(전재수)의 강력한 지역 기반과 낙동강 벨트 특유의 ‘민주당 지지 저지선’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월 10일 오후 3시 부산 북구 구포동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의원 시절 쓰던 지역구 사무실이다. 언덕에 세운 6층 건물의 3층을 쓰며 규모는 30평쯤 돼 보였다.
 
  하 후보는 “덕포시장(현 사상구)에서 좌판을 하시던 부모님의 정직한 땀과 마음을 배우며 자란 북구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재명-전재수-하정우로 이어지는 북구 발전의 무적함대를 통해 예산과 제도·사람을 연결해 북구의 시간을 반드시 앞당기겠다”고 했다.
 
  하 후보의 개소식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따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하 후보 후원회장인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김영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청래 ‘오빠’ 논란에 조용한 개소식
 
지난 5월 10일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 등이 참가해 세 후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사진=뉴시스

  개소식에 지도부가 불참한 이유는 이른바 ‘정청래 역풍’을 선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소식 일주일 전인 5월 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포시장 지원 유세 현장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하정우 후보를 ‘오빠’라고 부르도록 요구하는 모습이 확산하며 논란이 됐다. 이미 지도부의 현장 방문이 구설로 이어진 상황에서 정 대표 등이 또다시 등장할 경우 역풍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민주당 관계자는 “격전지일수록 후보자의 사소한 발언 하나로도 판세가 달라진다. 새로운 설화(舌禍)를 생산하기보다는 최대한 몸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보좌진 A씨는 당 지도부 불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민식 후보 개소식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했습니다. 민주당도 지도부가 참석하면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하 후보에 대해 이른바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본 거죠. 대신 하 후보 후원회장인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를 앞세우는 ‘지역 밀착’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전재수-하정우로 연결되는 상징성이죠.”
 
  ‘이재명-전재수-하정우’ 상징성을 강조한다고 했으나 선거 홍보물에는 하정우 후보만을 앞세웠다.
 
 
  “가짜 북구 주민 대 진짜 북구 사람”
 
  부산지하철 3호선 숙등역 인근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는 사거리 9층 건물의 1층에 자리했다. 역시 30평쯤 돼 보였다. 6명이 앉는 직사각형 테이블 약 10개를 들여놨다. 북구갑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큰 규모다. 투명한 통유리창에 조명을 강하게 켜 놔 늦은 밤에도 시선을 끌었다. 개소식장 주변에는 시작 전부터 입장하지 못한 지지자들이 건물 입구와 사거리 인도를 장악했다. 개소식엔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정희용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권영세·김기현·나경원·안철수 의원 등 현역 중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장동혁 대표는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 아니라 박민식처럼 굳건하게 보수를 지켜 온 사람이 보수 정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후보는 북구에 대한 자신의 정통성을 내세웠다. “가짜 북구 주민 대 진짜 북구 사람의 싸움에 필승으로 보답하겠다”며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외지에서 온 인물이 북구 발전을 말하면 주민들이 믿겠느냐”고 했다. 이어 “북구갑 선거가 전국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보수가 다시 일어서느냐 주저앉느냐의 출발점에 우리 북구가 서 있기 때문”이라며 “보수를 살리고 국민의힘을 살리는 출발점에서 한 몸 바치겠다”고 밝혔다.
 

  개소식에 참석한 TK 출신 국민의힘 보좌진 B씨는 당시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1000명 가까이 왔죠. 선거 결과가 한동훈 후보에 밀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최소 2등? 부산 사람들이 바보입니까, 서울에서 살다 온 사람을 뽑게? 부산 북구는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잖아요. 약간 푸근한 사람이 유리해요. 하정우는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시장 가서 상인들이랑 악수했는데 곧장 손 터는 사람을 좋아할까요?”
 
  한동훈 후보도 박민식 후보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개소식을 열었다. 선거사무소는 덕천역사거리 15층 빌딩의 7층에 입주했다. 약 25평짜리 정사각형 공간에 개소식에만 최소 약 300명이 들어섰다.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경찰이 출입 인원을 제한했다고 한다. 전국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전세버스만 약 20대가 왔다. 대다수는 개소식 현장에는 참석하지 못한 채 빌딩 입구에서 대기했다. 한 후보 개소식에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징계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 후보가 참석을 만류했다.
 
 
  한동훈·박민식 같은 시간대에 개소식
 
지난 5월 10일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했다. 한 후보는 당내 갈등으로 비칠까 친한계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후보는 서병수(전 부산시장) 명예선거대책위원장과 개소식에 임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정미경·신지호 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한 후보는 “북구를 ‘진짜 갑’으로 만들고 보수를 재건하겠다. 이재명 정권의 공소취소 같은 폭주를 제어하겠다”고 했다. 조갑제 대표는 “한 후보는 론스타 사건 승소로 국부 유출을 막아 낸 분이다. 헌법과 상식을 중시하는 사람이 뭉쳐야 한다”고 했다.
 
  박민식 후보 캠프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들이 참석한 것을 두고 한 후보는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줄 서서 발언하는 것이 중요한가? 저도 그런 방식은 할 수 있지만, 그래서 부산 북구갑의 문제가 달라지냐”고 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 C씨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현장에서 느끼는 여론과 비슷하다. ‘박민식 후보에 대한 거부+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적극 투표층의 결단으로 당선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외지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 번은 안 한다. 최소 두 번은 한다”며 한 후보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강조했다.
 
 
  10명 중 6~7명은 선거에 무관심
 
  기자가 부산을 찾은 5월 12~14일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어서 아직 선거 분위기가 크게 나지 않았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재보궐선거이다 보니 지역민도 선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해 보였다. 박민식·한동훈 캠프가 있는 길목인 만덕대로에서 행인에게 여론을 물으니 10명 중 6~7명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나마 지역민이 상대적으로 관심 두는 후보는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한동훈 후보였다. 관심은 크게 두 종류였다. ‘서울 사람이 왜 내려왔느냐’는 부정적 반응과 ‘국민의힘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긍정적 반응이었다.
 
  북구에서만 살았다는 50대 여성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 같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 한동훈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5초가량 생각하더니) “왜 (연고도 없는데) 여기 출마하는 건가요?”
 
  60대 여성은 한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다.
 
  — 누가 될 것 같아요?
 
  “해 봐야 알지!”
 
  — 누구 찍을 건가요?
 
  “나는 한동훈이 찍을 낀데.”
 
  — 왜요?
 
  “국민의힘이 하는 거 보면 답답하잖아.”
 
  — 연고 없는 서울 사람이 내려왔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다른 (지역구) 사람(후보)도 그러잖아.”
 
 
  “박민식, 한동훈, 하정우 다 안 돼”
 
  한 60대 남성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면서도 “전재수가 북구에서는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 누구 뽑으실 거예요?
 
  “박민식, 한동훈, 하정우 다 안 돼.”
 
  — 그럼, 누가 당선되나요?
 
  “찍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지….”
 
  — 한동훈 후보에 대한 지역 여론은 어떤가요?
 
  “반반이야. 왜 내려왔느냐는 말부터 기대가 된다는 의견까지.”
 
  —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는 국회의원 때 인기가 있었나요?
 
  “북구에선 잘했지. ‘못했다’고는 안 해. 근데 시장 선거는 또 몰라.”
 
  — 해양수산부, HMM 본사 이전 성과 때문에 전 후보가 다소 유리하지 않나요?
 
  “그 효과가 아직 체감할 정도는 아니야.”
 
  — 그럼 박형준(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나요?
 
  “박형준 하면 생각 나는 게 뭐 있노?”
 
  — 이재명 정부는 잘하고 있다고 보세요?
 
  “반반. 정청래가 말아먹고 있잖아.”
 
  북구갑에는 서부산권 최대 규모 재래시장인 구포시장이 있다. 구포역과 함께 지역의 자랑이었다. 대형 마트가 활성화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역의 황금기였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은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한동훈 후보 측 서병수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의 권유로 정 전 의원은 현재 한 후보 후원회장에 위촉됐다. 구포시장 여론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뒤얽혀 3파전 형태였다.
 
  구포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하는 60대 김현숙(여)씨는 “누가 당선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동훈-박민식 단일화를 하면 당연히 야당이 이기지 않겠느냐. 시간이 갈수록 정부와 당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하정우 ‘손 털기’를 보는 눈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순으로 100% 뽑았다’는 50대 택시 기사는 최근 논란이 된 하정우 후보의 ‘악수 후 손 털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루 수백 명과 악수를 할 텐데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습니다. 본인도 해명하지 않았습니까. 시장 선거는 여당(전재수 후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대통령이 지금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상인들은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젊으니 실수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반응도 있었다.
 
  50대 상인 D씨는 “무의식 중에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면서도 “바로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70대 상인 E씨는 “정치를 처음 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투표에는 큰 영향이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선거운동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누가 당선될지는 모르겠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소한 차이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했다.
 
  60대 택시 기사 김명수씨는 “한동훈 후보를 두고 ‘외지인’이라고 하지만, 하정우 후보에 대해선 ‘낙하산’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박민식 후보는 지역을 한번 포기하고 다른 데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라는 시선이 있다”면서도 “지역에 대한 이해도는 그래도 박 후보가 가장 높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씨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가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단일화가 이뤄지면 야당이 승리하겠지만,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데 단일화를 쉽게 하겠느냐”며 “한동훈 후보에게는 중요한 선거인 것만큼은 틀림없다”고 했다.
 
  박민식 캠프는 조직력에서 앞선다. 이른바 중앙에서 파견 나온 인원과 기존 기초의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북구청장도 국민의힘 소속이고, 보선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이영풍 전 KBS 기자까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조직력이 실제 지지율과 연계되는지는 당장 알 수 없다. 이른바 ‘주박야한(晝朴夜韓)’이다. 낮에는 박민식 후보를 응원하고 밤에는 한동훈 후보를 응원하는 식이다.
 
  한동훈 후보 선거사무소는 세 후보 중 규모는 가장 작았지만 가장 북적였다. 하얀색 배경에 보랏빛이 도는 색으로 사무실을 단정했다. ‘북구의 미래, 끝까지 한동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랑방’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에는 4명이 앉을 수 있는 직사각형 테이블 10여 개가 있었다. 화환 대신 꽃바구니가 벽면 바닥 일부를 장식했다. 한 후보 등신대 사진판 3개가 서 있었다. 홍보 포스터나 TV는 없었다. 단정한 분위기였다. 캠프 관계자들도 상의는 한 후보처럼 흰색으로 통일했다.
 
  5월 13일 오후에 찾은 한 후보 캠프에는 자원봉사자와 캠프 관계자 약 10명과 함께 손님 약 20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병수 명예선대위원장이 일일이 방문자를 맞이하며 인사했다.
 
  한 여성이 지인을 따라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 서 명예위원장이 인사를 하자 이 여성은 “북구 사는 건 아니고, 초량동 산다”고 했다. 그러자 서 명예위원장은 “아이고, 제가 부산중학교 3년 다녔다”고 반겼다. 서 명예위원장은 부산중-경남고를 나왔다. 부산중이 동구 초량동에 있다.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모습이 역시 정치인다웠다. 기자를 보고는 ‘밥은 먹었느냐, 뭘 먹었느냐, 언제 왔냐’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하정우·한동훈은 동선 비공개, 박민식은 적극 공개
 
  한동훈 후보를 만나기 위해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충청도에서 왔다. 캠프 자원봉사자에게 “후보를 만나고 싶다.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자원봉사자는 “정확한 위치는 우리도 모른다. 지금은 덕천동에 있다”고 했다.
 
  한 후보 캠프는 정확한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오전 만덕동 일대’ ‘오후 덕천동 일대’와 같이 두루뭉수리하게 알리고 있다.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일부 극성 유튜버나 지지자들이 찾아와 선거운동에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어차피 후보 위치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일정을 공개한다고 해서 실효성도 없다. 캠프 내에서도 소수만 후보 동선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실제로 캠프 자원봉사자가 ‘덕천동에 있다’고 한 시점에 한 후보는 만덕동에 있었다.
 
  서병수 명예선대위원장은 “한동훈 후보가 박민식 후보는 한참 앞서고, 하정우 후보에겐 조금 모자란다. 한 후보에게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도 후보 동선은 잘 모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의를 위해 박 후보가 단일화에 응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 후보 캠프는 만덕동 유세에 신경을 쓴다. 이곳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젊은 층이 많기 때문이다.
 
  박민식 후보 캠프는 35평쯤 돼 보였다. 후보자 중 사무소 규모가 가장 컸다. 사무소에는 ‘진짜 북구 사람’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여러 종류와 홍보 영상이 80인치쯤 되는 TV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3명이 손님을 맞았다. 화환에서 떼어 낸 리본을 벽면에 붙여 놨고, 꽃바구니도 눈에 띄었다. 박 후보는 이곳에서 지역민이나 단체 관계자들과 공개 면담을 한다. 국회의원실에서 보좌진들도 파견돼 당 차원에서 돕고 있다. 박 후보는 자기 일정을 SNS 등에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정우 후보 캠프는 차분했다. 5월 13일 오후 2시경 캠프에 가니 하 후보가 사무소를 찾은 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손님은 6명, 캠프 관계자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는 10명쯤 됐다. 하 후보는 6명에게 일일이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하고는 선거운동을 위해 사무소를 나갔다.
 
  하 후보 캠프는 후보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외적인 이유는 ‘후보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시시각각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돌발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른바 ‘손 털기’ 장면도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튜버가 하 후보 선거운동을 응원할 목적으로 촬영했다가 공개된 사건이다.
 
 
  야당 후보 단일화 쉽지 않은 이유
 
  적극 투표 비율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젊은 층은 세 후보를 어떻게 판단할까? 인지도에서는 한 후보가 가장 앞섰다. 이른바 세련된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호감도로 인해 하 후보에 대한 평가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반면 적극 투표층인 장년층에서는 박민식 후보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이었다. 북구 출신에다 경륜이 있다는 이유였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장년층은 “그래도 해 본 사람이 잘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또 “장동혁 때문에 박민식이 피해를 본다”는 여론도 상당했다.
 
  북구에서 평생을 살며 보수 정당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70대 이창수씨는 “이재명 정부가 잘하고 있다. 최소한 못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장동혁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이 승리하려면 단일화 말고는 답이 없다. 여당은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하정우가 당선될 것 같다”고 했다.
 
  야당 후보 단일화는 이뤄질까? 다음 총선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현재 북구가 갑·을로 나뉘어 있는데, 인구 하한선 기준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는 선거구가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부산 북구을은 박성훈 의원이다. 이에 따라 박민식 후보가 2028년 선거까지 내다보고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 5월 11일 SBS 라디오에서 “세상에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 저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둔 발언이다.
 
  여론조사는 박민식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5월 14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2020년 총선 당시 전재수 후보와 맞붙었을 때의 사례를 들었다.
 
  “마지막 선거 여론조사에서 박민식하고 전재수가 27% 차이 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 차이 났습니다.”
 
  부산MBC·한길리서치는 지난 5월 11~12일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누구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35.5%는 하정우 후보, 32.6%는 한동훈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박민식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5.5%였다. 하 후보와 한 후보 지지율 격차는 2.9% 포인트로 오차 범위(±4.4%p) 안이었다.
 
  한동훈-박민식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건 하정우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정우 39.7% 대 한동훈 37.6%, 하정우 39.0% 대 박민식 32.8%였다. 단일화 적임자를 묻는 말에는 ‘한동훈 후보’라는 응답자가 40.7%, ‘박민식 후보’라는 응답자가 31.8%였다.
 
 
  시장 선거, 전재수 따라잡고 있는 박형준
 
  부산시장 선거는 당초 열세였던 국민의힘 박형준 현역 시장이 지지율을 회복하는 추세다. 한 달 새 오차 범위 내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 10~11일 부산 만 18세 이상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 후보는 43%, 박 후보는 41%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는 ±3.5%포인트다. 같은 기관이 《세계일보》 의뢰로 한 달 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 후보 51%, 박 후보 40%로 격차가 11%포인트였다. 한 달 사이 9%포인트가 좁혀졌다.
 
  민주당 소속으로 전재수 후보 캠프에 파견된 보좌진 E씨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정청래 대표다. 되도록이면 대표가 주목받지 않기를 다들 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박형준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보좌진 F씨는 “지지율을 점차 회복하는 추세”라며 “박빙이 예상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보좌관 G씨는 “박형준 후보가 쉽지 않다”고 했다. G씨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 인기가 지금 좋잖아요. 정치인으로서의 카리스마도 전재수 후보가 박형준 후보보단 앞서고요. 박형준 후보가 어떤 업적이 있는지 딱히 떠오르지가 않아요. 전 후보 측에서는 정청래 리스크를 최대한 차단하려는 듯하고. 박 후보가 잘하면 박빙까지는 갈 수 있겠지만, 승리까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김민선씨는 평소 보수 정당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선 투표를 하지 않았다. 김씨는 “전재수 후보는 이른바 통일교 의혹, 박형준 후보는 장동혁 대표 때문에라도 이번에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실 보좌진 H씨는 부산시장 선거에 대해 “부산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바람을 타는 쪽이 압승한다는 의미다.
 
  “접전이지만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어요. 여론조사도 많이 좁혀졌고, 시간이 국민의힘 편이죠. 경상도 사람들은 성향이 불과 같이 강렬해서 바람이 불면 선거 결과가 확 뒤집힐 수 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었을 때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됐죠. 당시 국민의힘은 사상구청장 한 석을 제외하고 전 지역구를 내줬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어려울 거다’라는 여론이 있었지만 부산에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여론이 일자 국민의힘이 17 대 1로 압도했습니다. 유일한 1석이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었죠. 지금 분위기도 2024년 총선 직전과 비슷합니다. 이 바람의 움직임을 봐야 합니다. 바람을 타면 박빙이 아닌,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구도가 됩니다.”
 
 
  부산은 ‘바람’ 타야 이긴다
 
  H씨는 “박민식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낫다”면서도 “한동훈·조국 모두 이준석 모델을 꿈꾸는 것 같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2024년 총선에서 경기 동탄 지역에 ‘3자 구도’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H씨는 “한동훈 후보의 행보도 변수로 거론된다. 한 후보가 박형준 후보를 실질적으로 돕고 있다. 한 후보 덕분에 부산-울산-경남에 선거 흐름이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박형준 시장 측에서는 “한동훈 후보와 박민식 후보의 공방전이 격화되면서 이를 국민의힘 내부 다툼으로 보는 시민들 사이에 ‘국민의힘, 꼴 보기 싫다’는 여론이 다시 일어나서는 바람에 박 시장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재수 후보 캠프에 파견된 부산 출신 민주당 보좌진 J씨는 “정청래 리스크가 가장 걱정된다”면서도 “장동혁만은 하겠느냐. 조용히 추이를 바라보고 있다. 본격 선거운동도 시작하지 않았기에 섣부르게 판단할 순 없으나, 결국 흐름을 타는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부산시장 선거는 민주당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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