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슈

현장 의사들이 말하는 지역의사제의 현실

“의무 복무 의사 늘릴수록 지역의료 붕괴될 수도”(정재현 병의협 부회장)

  •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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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 앞둔 ‘지역의사제’… 현장 의사들은 “탁상행정 법안” 강력 반대
⊙ “정부만 모르는 지역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은 수가 제도… 의전원 전철 밟을 것”(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 “정부는 ‘저임금으로 일할 의사’를 뽑겠다는 식… 지역의사제는 해외에서도 예외적인 제도”(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해외 이탈 고민까지… ‘필수의료 탈출은 지능순, 한국 떠나는 것은 용기의 문제’라는 말도 유행
⊙ “정부 정책이 ‘필수의료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시그널 줘”(주수호 전 의협회장)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지역의료 현장의 인력 구조가 교란되어 기존 지역의사들의 이탈과 장기적 의료 공백이 역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정된 환자와 일자리를 놓고 의무 복무 의사들과 기존 의사들이 경쟁하게 되면, 지역에 남아 있던 의사들마저 떠나고 10년 복무 후에는 지역의사들도 대거 대도시로 이동하여 결국 지역의료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이 같은 우려를 내놨다. 정부가 지역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대한 신속하게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은 정 장관이 지난해 12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5년 12월 2일,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제도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지방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역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탁상행정(卓上行政)식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 의사들은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을 단순한 ‘의사 수 부족’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방 의료기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수가 구조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의사를 강제로 배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역에 정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바라본 지역의사제의 한계와 우려를 직접 들어봤다.
 

李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의사제란?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 이 법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고 그 관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료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입학할 수 있는 의과대학. 의사는 오랜 기간 많은 학생이 선망해 온 대표적 전문직이었다. 그러나 최근 지역 간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지방 환자들의 ‘서울 원정 진료’ 현상이 이어지고, 의료 취약 지역에서는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2025년 12월 2일 국회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지역의사제’다.
 
  지역의사제는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나뉜다. 복무형은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이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방식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학금과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지만, 제적·자퇴하거나 졸업 후 3년 이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지원받은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계약형은 기존 전문의 가운데 특정 지역에서 5~10년간 근무하기로 국가·지방자치단체·의료기관과 계약을 맺은 의사를 뜻한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은 서울을 제외한 9개 권역(대전·충남, 충북, 광주, 전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제주, 경기·인천)에 있는 32개 의과대학에 적용된다. 지원자는 해당 의대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또한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도 서울 소재 병원을 선택할 수 없다. 해당 전형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응시하는 2027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될 것”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사진=고기정 기자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지역의사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해 온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지역의사제는 누가 봐도 실패가 예정된 정책”이라며 “정부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 강조하려 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말이다.
 
  “정부는 지역의료 붕괴가 왜 일어났는지 원론적인 답을 찾지 못한 채 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지역의사제를 하기 전에 지역환자제부터 도입해야죠. 대전이나 대구 등 대학병원이 있는 지역도 큰 병에 걸렸다 싶으면 소위 말하는 ‘빅5’ 병원을 찾지 않습니까?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같은 경우 상당수가 지방 환자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역의사제를 통해 배출된 의사들에게 진료나 수술을 받을까요?”
 
  ― 개인 건강과 관련된 일이니… 기왕이면 좋은 곳에서 진료를 받고 싶겠죠.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겁니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게 아닙니다.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의사들은 일정 기간 강제 근무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근로 의욕이 떨어진 상태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의사에게 누가 진료를 받고 싶겠습니까. 군의관·공보의 제도만 봐도 답을 알 수 있습니다. 강제로 근무를 시키는데 근로 의욕이 샘솟는 사람이 있을까요?
 
  국민들은 의료에서 단순한 양보다 질을 원하고 있습니다. 결국 명의를 찾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정부는 계속 질보다 양 중심의 정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지역의료가 왜 붕괴됐는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이동욱 회장은 지역의사제가 고(故)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사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의전원은 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에게 의대 진학 기회를 확대하고 의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다시 기존 의대 체제로 복귀하면서 현재는 차의과학대학만 운영 중이다. 그의 말이다.
 
  “의전원을 나온 사람 가운데 연구나 기초의학을 하겠다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의전원 출신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더 기피합니다. 정부만 모르는 지역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은 수가(酬價) 제도 때문입니다. 전공의들이 왜 필수의료를 기피하겠습니까? 지역에 왜 흉부외과 의사가 없겠어요? 사법 판결이 난무하면서 법적 리스크는 커졌고, 지방에는 좋은 케이스가 부족해 제대로 된 수련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만 이런 문제를 모르고 탁상행정식 법안만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겁니다.”
 
 
  “지역의사제는 해외에서도 예외적인 제도”
 
  박형욱 단국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지역의사제의 가장 큰 문제로 ‘교육 체계 부재’를 꼽았다. 그는 “지역의사제를 시행하게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커리큘럼일 것”이라며 “제도 자체가 급하게 추진되다 보니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정부는 ‘그냥 저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뽑겠다’는 식이라 커리큘럼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과대학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떤 수업 과정을 배우는지 등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지역의사제는 어떻습니까? 당장 2027년 입시부터 도입한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건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제대로 된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지방 의대조차 전공의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사들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준비되지 않은 졸속법안(拙速法案)입니다.”
 
 
  “의사들 잔뜩 내려보낸다고 지역의료 살아나지 않는다”
 
 
박형욱 단국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 정부는 일본·호주 등 해외 사례를 근거로 지역의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역의사제는 해외에서도 예외적인 제도이지 보편적인 제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해외의 지역의사제는 통상 일반의 수준의 제도들입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전문의 중심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는 거죠. 호주의 경우 단순히 의무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의 경력 개발이나 주거 지원 등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강제로 의무 복무를 시키기보다 계약을 통해 지역에 남을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박형욱 교수는 지역의사제 시행 이후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의사들의 처우와 법적 부담 문제도 우려했다. 그는 “최근에는 의료소송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공의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전공의들도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라며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전공의들조차 소송에 시달리고, 지역의료에 평생 헌신했던 교수들마저 법적 부담으로 수술방을 떠나는 상황인데 지역의사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보호해 주냐”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형평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료 분야에 형평성을 적용할 때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지금도 지방 환자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올라가 진료를 받는 것을 형평성으로 이해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응급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여러 과 전문의가 필요하고, 이들이 24시간 대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방은 인구가 계속 줄고 있고, 수도권으로 가는 환자들이 지역의사가 생긴다고 해서 그들에게 진료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결국 형식적으로만 응급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과거 전북의 한 지역에서는 심근경색 환자가 이송 도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지역에 심장내과 의사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한 심장내과 전문의가 사명감을 갖고 해당 지역으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실제 심근경색 환자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결국 손이 굳었고, 그 의사는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지역의사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역의료 생태계 교란’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정재현 부회장은 지역의사제를 ‘지역의료 생태계 교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재 지방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의사들은 지역의사제가 도입되면 새로 투입될 의무 복무 의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라며 “지방 의료 시장은 환자 수요와 의료 자원이 한정돼 있는데 국가가 인위적으로 공급을 늘리면 기존 개원의들을 비롯한 지역의사들의 생계와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지역의사제 시행으로 지역 내 경쟁이 촉발되면 기존 지역의사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의무 복무 의사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의무 복무 의사들 역시 10년의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상당수가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신규 의무 복무 의사가 필요해지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무 복무 의사들의 이탈 규모가 커진다면 지역의료 공백은 더욱 심각해지고, 결국 지역의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지방 인구 감소로 지역을 떠나려는 의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이 같은 부작용은 해외 사례에서도 일부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사례로 드는 일본의 경우 지역의사제(지역정원) 도입 이후 일부 현(縣)에서 기존 개원의들의 반발과 위화감이 보고됐고, 의사 부족 지역에 배치된 젊은 의사들이 경력 단절을 우려해 조기 이탈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대만 역시 1970~1980년대 공공의대 출신 의사들을 농어촌에 배치했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과 낮은 수입 문제로 복무 도중 사직하거나 의무 복무 종료 후 대부분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결국 지역의료 인프라 개선 없이 인력만 투입해서는 장기적인 정착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 지역의사들의 이탈이 반복되면 결국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지역의사제가 시행되면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10년 의무 복무로 묶인 의사들이 지역에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의 신뢰나 의료의 질이 담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에 배치된 의사들은 미숙하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중증 질환 환자일수록 더 대도시의 숙련된 의사를 찾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존 의과대학 재학생 역차별 우려도
 
  지역의사제는 의대 입학 단계부터 일반 전형과 별도의 트랙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법안에는 지역의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공공의료 관련 과정, 해당 지역 내 실습 과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지방 국립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교육 과정과 학사 운영 과정에서 일반 학생과 지역의사전형 학생 간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심각한 역차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재현 부회장 역시 지역의사제 도입이 의과대학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의과대학 교과 과정은 이미 6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의학 지식을 교육해야 하는 구조”라며 “일부 학생에게만 별도의 커리큘럼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학년 학생들이 서로 다른 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학사 운영 혼란은 물론 학생들 사이 위화감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다.
 
  “의과대학은 예과 1~2학년을 제외하면 같은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동일한 시기에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년 단위 공동체 성격이 강합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만 장학금 혜택을 받고 졸업 후 진로까지 강제되는 특수한 신분이 된다면 동료 의대생들 사이에 미묘한 거리감이나 반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입학 단계부터 달라지는 교육 과정과 진로 차이는 결국 의대 내부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역의사로 선발된 학생은 별도의 과정 없이 전공의 수련을 받기도 용이하겠군요.
 
  “맞습니다. 이로 인해 의료 인력 역차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지역의사전형 출신은 졸업 후 공공병원 등 지정 기관 채용이 사실상 보장되지만, 같은 지역에서 평생 일하려는 일반전형 출신 의사에게는 그런 혜택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전형으로 입학했더라도 지역 보건의료에 뜻이 있어 지방에 남고자 하는 의사는 장학금 지원이나 우선 채용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반면 지역의사전형 출신은 그 이유만으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죠.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되지 못한 지역 출신 수험생들은 입시 단계에서부터 불이익을 안고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의사가 되어 다시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도 지역의사제 출신과 비교해 차별적인 처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의료는 결국 팀워크와 연대가 중요한 분야인데, 출발 단계부터 분열을 야기하는 제도는 오히려 지역의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해외로 떠나는 젊은 의사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는 지역의사제를 비롯한 의료 정책들이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은 지역의사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법안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필수의료를 탈출하는 것은 지능순이고, 대한민국을 떠나는 것은 용기의 문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졸속법안들이 계속 통과되고 강제되는 과정을 보며 한국 의료 환경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이제 대부분의 의사들은 화도 내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책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냈던 의사들조차 정부 정책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의료를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이 ‘잘못된 제도를 고쳐보자’고 생각하기보다 ‘이 나라에서는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떠나라는 뜻이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합니다.
 
  의사들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병원 이용 장벽을 지나치게 낮춰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게 만들었고, 지금은 환자는 전국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해놓은 상태에서 의사만 지역에 묶어두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지역의사들이 얼마나 다양한 환자를 경험하고 실력을 쌓을 수 있겠습니까.”
 
  박형욱 교수 역시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 의료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면 좋겠지만 실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라며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불편한 현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선거를 앞두면 더욱 이런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국민 생명·건강 담보로 한 포퓰리즘식 입법 멈춰야”
 
  정재현 부회장은 정부가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자발적 정착을 유도하는 환경 조성 ▲지역의료 기관 수익성 개선 및 인프라 투자 ▲불가피한 의료 공백 지역에 한정한 국가 지원 ▲입법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 수렴과 현실 검증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와 열악한 인프라, 경영난, 낮은 임금 문제 등 때문입니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의료기사 구인조차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의사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돼 있습니다. 의료는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간호사·방사선사 등 다양한 인력이 함께해야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데, 이런 총체적인 인력 확보 전략이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나 지역의사제 같은 강제적 수단만으로는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지역의료 강화 방안을 찾고자 한다면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결국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정치권 역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포퓰리즘식 입법을 반복하기보다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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