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과 모(某) 대학이 함께 개발한 AI 교열을 사용해 보았다. 왜 그렇게 고쳐야 하는지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점이 있었다. 역사 관련 용어에서 이른바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가령 ‘일제시대’라고 쓰면 ‘일제강점기’라고 쓸 것을 권하면서 “‘일제시대’는 강제에 따른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일제강점기’로 쓰기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라는 말에 담긴 함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북한의 《조선통사》에서 비롯된 ‘일제강점기’라는 말은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을 ‘미제강점기(美帝强占期)’라고 표현하는 것과 짝을 이루는 표현이다. 북한의 역사 및 현실 인식이 배어 있는 ‘섬뜩한’ 용어인 것이다.
AI 교열은 ‘5·16 군사혁명’을 ‘쿠데타’로 쓰라면서 “어떤 시각으로 보아도 ‘5·16’은 쿠데타입니다”라고 훈계까지 한다. 5·16이 ‘군사정변(쿠데타)’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역사 인식이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시각으로 보아도’라고까지 단언하는 것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하나의 시각만을 강요하는 파쇼적인 발상이다.
물론 AI 교열이 제시하는 표현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사람에게 달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AI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먼저 제시하는 표현에 넘어가기 쉬울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역사 인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침식되어 갈 것이다.
AI는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으며, AI는 그걸 프로그래밍하는 이의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AI가 이끄는 대로 무비판적으로 끌려가다가는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세상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