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1심 판결문(총 719쪽)

“이재명, 대장동 개발사업 등의 개발계획 수립과 관련 인허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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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대장동 일당)은 이재명·정진상과 공모하여 유동규·이재명·정진상이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인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 방식 및 공모 일정, 공모지침서 주요 내용을 이용하여 아파트 분양이익, 자산관리 위탁수수료, 택지 분양 배당금 등 합계 788,616,806,134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하였다.”(판결문 631쪽)

⊙ 대장동 1심 재판부, 대장동 일당에 重刑… ‘부정한 民官 결탁’ 범죄 인정
⊙ 이재명 이름 400여 회 등장… 재판부,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와 李 대통령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밝히지 않아
⊙ 대장동 개발사업, “이재명이 직접 임명한 유동규와 민간 개발업자들이 결탁해 사업자 선정 특혜 받고 수천억원대 부당이익 취한 사건”
⊙ “이재명, 남욱·정영학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이들이 유동규와 결탁해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유동규에게 보고받아 알고 있어”(199쪽)
⊙ “이재명, 유동규에게 성남시 주무부서나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자신 또는 정진상에게 직접 보고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실무 권한 부여”(10쪽)
⊙ “성남시 수뇌부, 대장동 사업 공모 공고 이전 이미 김만배·남욱 등 민간 업자들을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189쪽)
⊙ 이재명 시장이 사업자 내정에 직접 개입하거나 금품·접대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207쪽)
⊙ 이재명 “유동규는 측근 아니다” 주장했지만 판결문에서는 “이재명, 대장동 사업은 ‘유동규 말이 곧 내 말’이라고 해”(128쪽)
⊙ 법정구속된 피고인 중 1명, 지인 면회에서 토로 “정작 잘못이 있는 윗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데 대해선 화가 난다. 힘이 세든 안 세든 벌을 받아야 한다”
‘대장동사건’ 수사 시작 4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공판 190여 회, 사건 기록은 25만 쪽에 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회부된 재판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 일어난 이 사건을 재판부는 ‘부정한 민관(民官) 결탁’으로 정의했다. 이 대통령 역시 대장동사건과 관련한 다른 의혹으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일당’(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정민용) 5명에게 중형(重刑)을 선고했다. 업무상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과 추징금 8억 1000만원 ▲민간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6년에 벌금 38억원과 추징금 37억원을 선고하고, 5명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이재명’ 이름 400여 차례 등장
 
10월 31일 징역형을 선고받은 ‘대장동 일당’. 왼쪽부터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사진=조선DB
  재판부 양형의 핵심은 유착관계에 의한 부패범죄라는 점이다.
 
  “이 사건은 공사의 실세인 기획본부장 유동규, 실무자인 정민용이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하여 벌인 일련의 부패 범죄에 해당한다.”(판결문 594쪽)
 
  재판부는 “민간 업자들이 그들의 사업 기여도를 훨씬 초과하는 개발이익을 취득했고, 유착 관계에 따른 부패행위는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병폐로 엄단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595쪽)고 했다. 또 “피고인들은 모두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며 배임의 고의도 인정된다”(472쪽)고 봤다. 즉 민간 업자-성남도개공-성남시 수뇌부로 이어지는 결탁에 의해 민간 업자에게 부당한 수익이 돌아갔고, 그 피해는 성남시가 보았기 때문에 유동규 등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여기서 민간 업자는 남욱·정영학·김만배, 성남도개공은 유동규·정민용이며, 연결 고리의 마지막은 ‘성남시 수뇌부’다. 사건은 대부분 2009~2015년에 일어났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돼 취임했다. 즉 ‘성남시 수뇌부’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판결문에서는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400여 회 등장하지만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이 대통령과 연관됐다는 증거가 없는 사건” “이 대통령 연관성이 드러난 만큼 재판을 재개하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월간조선》은 719쪽에 달하는 판결문 중 ‘이재명’과 ‘성남시 수뇌부’ 관련 내용을 직접 인용해 이 대통령과 사건의 관련성을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판결문은 ‘성남시 수뇌부’와 ‘이재명’ ‘이재명·정진상’을 유사한 의미로 혼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사법부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판결문으로 본 대장동사건 개요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부지(920,481㎡, 사업 규모 1조 5000억원)를 대상으로 한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사건’이란 이 사업을 두고 민간 개발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성남시 수뇌부와 부정하게 결탁한 사건이다. 이들의 결탁으로 민관 공동 개발이 결정된 후 민간 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이 이뤄졌고, 땅 소유주와 성남시는 정당한 개발 수익을 취하지 못하게 됐다.
 
  애초 대장동 땅 소유주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환지(換地) 방식의 민간 개발을 원했고 2008년 민간 개발 예비조직인 ‘대장동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때 민간 개발업자들(남욱·정영학)은 이곳에 눈독을 들이고 민간 개발을 기대하며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마침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는 대장동을 민간 개발하겠다고 공약했고,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취임 후 태도가 바뀌어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공 개발 방침으로 선회하고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를 신설했다. 이 시장은 유동규를 성남도개공 본부장으로 임명했고 포괄적 실무 권한을 부여했으며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민간 개발업자들, 성남시·성남시의회에 로비 나서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공 개발로 결정될 경우 그동안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민간 개발업자들은 성남시와 성남시의회, 언론과 법조계 등에 로비를 하기로 했다. 포섭 대상은 유동규 성남도개공 본부장, 최윤길 성남시의원, 김만배 법조기자였다.
 
  업자들은 ‘이재명 측근’ 유동규 본부장을 통해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 수뇌부에 접근하고, 최윤길 시의원을 성남시의장에 당선시켜 사업 의결권을 가진 성남시의회를 장악하고, 법조계에 발이 넓은 ‘민간인’ 김만배 기자를 통해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또 업자들은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며 재선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종교단체를 통해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성남시 정책실장 정진상에게 접대를 하는 한편, 호의적인 언론 기사를 내기 위해 로비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정민용)은 의형제를 맺었다.
 
  이런 다양한 로비 끝에 2014년 대장동 민관 공동 개발이 결정됐고, 대장동 일당이 참여한 ‘성남의뜰’이 2015년 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 물론 사업자 지정 과정에서 민간 개발업자-성남도개공-성남시의 결탁에 의한 불공정한 공모 및 선정 과정이 있었다. 민간 개발업자들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정민용 변호사를 성남도개공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해 내부 기밀 정보를 빼돌렸다.
 
  뿐만 아니라 민간 업자들은 시행사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익의 일정액(5503억원)만 보장하고 나머지 이익은 민간 투자자들이 가져가도록 설계했다. 따라서 개발사업이 시작된 후 대장동 일대는 땅값이 크게 상승했지만 그 추가이익 약 7900억원은 모두 민간 개발업자들이 가져가게 됐다.
 
  대장동사건 서막은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그래픽=조선DB
  대장동은 판교신도시와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서울 접근성도 좋아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곳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 논의가 시작됐다. 다만 개발 방식을 두고 땅 소유주들과 성남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재임 2002~2010년)이었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이대엽 시장에게 패배했던 이재명 변호사는 2010년 다시 성남시장에 도전하면서 대장동 민간 개발을 공약으로 걸었다. 대장동 원주민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당선 후 이재명 시장은 대장동 사업을 공공 개발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민간 개발업자 남욱·정영학이 성남시를 상대로 ‘작업’에 돌입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의 막이 올랐다. 판결문 내용 중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관련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한다.
 
 
  李, 유동규에 직접 보고·인사권 등 권한 부여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등을 위해 직접 설립을 지시한 공사다. 사진=조선DB
  이재명 시장은 2010년 성남시장 취임 후 대장동 개발과 1공단 공원화 등의 사업을 공공 개발로 추진하기 위해 성남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이었던 유동규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다.
 
  “성남시는 대장동 등의 공공 개발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이재명은 2010년 10월경 유동규를 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한 후 대장동 개발사업과 위례 개발사업 추진 및 공사(公社) 설립 등 주요 공약 이행 업무를 맡기면서 성남시 주무부서나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자신 또는 정진상에게 직접 보고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실무 권한을 부여했다.”(10쪽)
 
  “이재명은 공단 본부장 유동규에게 대장동 등 업무를 맡기면서 공단 이사장의 권한인 직원의 임용 및 인력 관리 업무를 기획본부장 권한으로 변경하고, 인사 규정에서 ‘기획본부장의 이사장에 대한 복종 의무’를 삭제했다. 피고인이 공단에 대한 실질적 장악력을 확보하게 됐다.”(475쪽)
 

  그러나 성남시는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2010년 7월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해 대장동 등 공공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남욱·정영학은 민관 합동 개발을 구상했고, 지인으로부터 ‘유동규를 통해 이재명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유동규를 만나 민관 합동 개발을 제안했다. 유동규는 성남시의회가 공사 설립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곤란한 형편이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로 하면서 유동규-남욱·정영학의 유착 관계가 형성됐으며 이 과정에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도 의기투합했다. 결국 이들의 유착에 힘입어 성남도개공이 2013년 설립됐고, 이재명 시장 역시 이들의 ‘활약’에 대해 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내용이다.
 
  “유동규는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공사 설립 추진 과정에서 대장동 민간 업자들과 최윤길 성남시의원의 도움을 받겠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이를 승인받았다.”(613쪽)
 
  “이재명은 김만배 등 민간 업자들의 도움으로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가 통과된 직후인 2013년 4월경 유동규에게 ‘결합 개발을 통해 1공단에 공원만 만들면 되니 대장동 개발사업은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13쪽)
 
  “정영학은 ‘대장동 추진위원들이 이재명 시장을 찾아갔더니 이 시장이 유동규를 찾아가라, 유동규 말이 대장동 관련해서는 내 말과 같다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128쪽)
 
  “정영학의 증언에 따르면, 민간 업자들은 유동규의 말이 이재명 시장의 말이라는 것으로 대장동 주민들을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동규가 약속이나 얘기를 하면 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뜻이라고 인식했다.”(129쪽)
 
 
  李, 대장동 사업 관련 직접 지시
 
  위 두 대목은 언뜻 이재명 시장이 대장동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시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직접 지시하고 결정한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2014년 5월 이 시장은 성남도개공 도시개발사업단에 대장동 사업 공사 업무 위탁을 지시하고 구역 지정을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재명은 2014년 5월 14일 도시개발사업단에 결합개발구역 지정의 신속 진행,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사에 대한 업무 위탁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성남시와 공사는 2014년 4월 1일 사업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2014년 5월 29일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4년 5월 30일 이 사건 결합도시개발사업의 구역 지정이 고시되었다.”(15쪽)
 
  또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부지 용도 변경과 아파트 부지 용적률 향상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공사와 성남시 측은 토지수용권 행사를 통해 토지의 안정적이고 신속한 염가(수용가) 확보를 가능하게 했고, 인허가권의 적시 행사를 통해 전부 보전지역이었던 대장동 부지를 주거·상업지역으로 변경했다.”(16쪽)
 
  “이재명·정진상은 2014년 9월 4일 대장동 부지 용적률 상향과 임대주택 비율 하향 조정을 승인했다. 이어 12월 16일에는 성남시 도시재생과로부터 아파트 부지의 용적률을 150%에서 180%로 상향하고 임대주택용지 비율을 25%에서 15%로 하향하는 내용 등의 개발 계획안을 보고받고 결재·승인했다.”(20쪽)
 
  재판부는 “관(官)의 적극 개입으로 대장동의 수익성이 훨씬 높게 평가받게 됐다”고 봤다. 성남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대장동의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 업자와 공직자의 결탁으로 생긴 추가 이익 7900억여원을 민간 업자들이 가져가는 결과가 나타나자 재판부는 성남시와 공사가 업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사(성남도개공)와 성남시는 이익이 성남시민과 공사에 돌아가도록 할 의무, 자격과 능력이 있는 민간 사업자를 선정할 의무가 있다. 개인적 친분이나 대가 관계로 결부돼 공사의 이익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17쪽)
 
  이 대목은 공사 직원인 유동규·정민용의 유죄를 밝히는 대목이지만, 성남시 공무원도 같은 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李, 남욱·정영학 뜻대로 사업 방식 결정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19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판결문에는 이재명 시장이 민간 업자 남욱·정영학의 뜻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방식을 결정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자신의 재선에 크게 기여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앞서 ‘대장동 일당’은 우여곡절 끝에 개발 방식을 환지 방식(개발구역 내 토지를 정리해 종전 소유자에게 다시 배분하는 방식)과 수용 방식(사업 시행자가 토지를 전면적으로 취득, 사용하는 방식) 중 수용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이재명·정진상은 2014년 7월경 남욱·정영학이 수용 방식 사업 진행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수용 방식 사업 추진을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유동규에게 신속히 추진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19쪽)
 
  이후 유동규·정진상은 남욱·정영학이 이재명 시장 재선 과정에 크게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공모 절차에서 선정될 민간사업자로 사실상 내정했다. 이 시장은 같은 해 9월 직접 주재한 대장동 사업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사업 방식을 수용 방식으로 확정했다. 민간 개발업자 남욱·정영학에게 이재명·정진상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유동규·정진상은 그들을 플레이어로 뛰게 해준 셈이다.
 
  남욱·정영학은 확실하게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남욱의 후배 변호사인 정민용을 공사의 핵심 직위에 넣어 달라고 유동규에게 부탁했다. 유동규는 공사 사장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략사업팀 신설안을 마련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고, 이 시장은 이를 승인했다.
 
  “유동규는 형식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정민용을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채용했고,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 보고를 통해 전략사업팀에 새로 채용한 변호사라고 별도로 소개했다.”(30쪽)
 
  전략사업팀 신설과 정민용 채용 모두 이재명 시장에게 직접 보고된 것이다.
 
 
  李,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장동 사업 이용
 
  애초 이재명 시장은 대장동 개발사업보다 1공단 공원화 사업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었고, 대장동 사업은 1공단 공원화를 위한 재원 조달 방편 정도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 시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장동 개발사업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봤다.
 
  “이재명, 정진상 등은 (대장동–1공단) 분리개발의 경우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을 조기에 1공단 공원화 사업에 투입할 수 없어 이재명의 임기 내 치적으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합개발에 의한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141쪽)
 
  남욱은 “이재명 시장이 최윤길 시의원을 통해 대장동 개발 방식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남욱의 진술 내용이다.
 
  “제가 녹취록에서 들은 워딩은 ‘이재명이 최윤길에게 1공단 공원화만 하면 되니 나머지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더라’는 것이다.”(195쪽)
 
  유동규도 비슷한 내용으로 진술했고, 판결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재명 시장이 최윤길에게 직접 찾아와서 ‘대장동을 환지 방식으로 개발하게 해줄 테니 공사 예산안 통과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민간 업자들의 주장을 수용할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195쪽)
 
 
  李, 민간 업자들이 자신을 도운 사실 알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189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유동규는 남욱에게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재선에 도움을 주자고 제안했고, 남욱과 김만배 등 민간 업자들은 이를 수용했다.
 
  “남욱은 선거 자금을 마련해 김만배를 통해 유동규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재명의 선거 지원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148쪽)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이 이재명 시장을 위해 ‘작업’한 사실이 이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민간 업자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이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믿었다.
 
  “정영학은 자신들이 시의원 상대로 로비해 시의회 의장을 바꾸고 그걸로 공사 설립을 하고 그런 내용들은 이 시장에게 보고돼서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보고가 됐다고 들었지만 다만 그 과정에서 누구를 얼마 주는 금전적인 개런티까지 보고됐는지까지는 모르겠다고 했다.”(190쪽)
 
  유동규 역시 민간 업자들의 관련 활동을 시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유동규는 이재명 시장 재선과 관련해 민간 업자들의 일련의 도움, 즉 선거 자금 조달, 조직적 댓글 작성, 대순진리회 포섭 사실, 상대 후보 관련 허위 보도 기획 등을 정진상에게 보고했고 이재명에게도 상당 부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190쪽)
 
  따라서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 업자들의 선거 지원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198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199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유동규를 비롯한 성남시 수뇌부는 이 사건 결합도시개발사업 공모 공고 이전에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을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189쪽)
 
  “김만배·남욱·정영학 등이 공사 설립과 이재명 재선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점은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189쪽)
 
  이재명 시장은 민간 업자들이 공사 설립과 재선에 도움을 준 것은 물론, 이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길 원한다는 사실도 인지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재명·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유동규가 남욱·정영학을 돕는다는 사실, 그리고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99쪽)
 
 
  이재명이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 없다지만… 정진상은 받았다
 
2021년 9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재판부는 “이재명이 직접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여권이 이재명 대통령과 대장동 개발사업의 직접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재명은 유동규 등이 민간 업자들로부터 금품 내지 접대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유동규 등과 민간 업자들의 유착 관계가 어느 정도로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개발 방식(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유동규·정진상 등으로부터 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 유동규·정진상과 달리 수용 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 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207쪽)
 
  그러나 ‘성남시 수뇌부’ 정진상은 2014년 6월 김만배·남욱 등 민간 업자들과 모 주점에서 모임을 갖고 이른바 ‘의형제 모임’을 형성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 업자들에게 주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정진상은 이재명 시장 재선 당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김만배의 검찰 인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유동규-김만배 사이 의형제를 맺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자리에서 정진상은 2015년 전반기까지는 다 정리해서 김만배·남욱 등 민간 업자들에게 사업권을 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의형제 모임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 업자들에게 주기로 하는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211쪽)
 
  주점에서 민간 업자들과 정진상 간에 사업자 내정이 은밀히 논의됐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민간 업자들이 유동규와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이재명 시장 재선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대장동 사업 시행자에 내정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재명 시장이 직접 사업자 내정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재명이 직접 민간 업자들을 사업 시행자로 내정했다거나 이를 지시했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213쪽)
 
  이재명 시장과 대장동 사업자들의 유착 관계를 ‘근거 부족’으로 판단한 대목은 한 곳 더 있다. 2015년 6월 성남시는 결합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을 수립, 고시하고 공동주택 용적률을 150%에서 180%로 상향, 임대주택부지 비율은 25%에서 15%로 하향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공동주택 용적률 향상과 임대주택부지 비율 하향은 앞서 남욱이 유동규에게 요청했던 사안이다. 따라서 성남시의 결정이 민간 업자들과의 결탁 및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측의 주장이었지만,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민간 업자들의 요청만으로 (성남시의) 사업성 개선 조치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241쪽)고 판단했다.
 
 
  자산관리회사 지분도 ‘성남시 수뇌부’가 관여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474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475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재판부는 ‘성남시 수뇌부’ 와 대장동 일당의 유착 관계와 관련해 이재명 시장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데 비해, 정진상은 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다. 정진상이 대장동 사업자 내정, 지분 나누기 등에 관여했다는 취지다.
 
  민간 업자들은 사업자 공모에 참여할 목적으로 2014년 12월 자산관리회사 ‘성남의뜰’을 설립했고, 지분은 김만배(25%), 남욱(45%), 정영학(20%)이 90%를 보유했다. 이 과정에서 정진상은 검찰 조사 중인 남욱이 들어오면 곤란하다며 남욱이 아닌 김만배의 이름으로 사업에 들어오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결국 김만배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 시점에)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도권이 남욱에서 김만배로 옮겨 오게 되고, 여기에는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의 결단이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218쪽)
 
  이후 정진상은 대장동 일당과 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남욱이 정진상과 통화에서 ‘너희 것 내가 잘 보관하고 있을게’라고 하니 정진상이 ‘저수지에 보관해 둔 거죠’라고 이야기했다.”(225쪽)
 

  한편 ‘성남시 수뇌부’라는 표현과 관련, 국민의힘 대변인을 지낸 송영훈 변호사는 “이번 비리사건이 성남시 수뇌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심증을 법원이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얘기다.
 
  “특히 법원이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양형 이유 부분에서 굳이 ‘성남시 수뇌부’를 적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형사 판결문에서 양형 이유는 법관이 가장 재량껏 쓸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190회에 걸친 공판기일을 통해 얻은 법원의 심증이, 이 일들이 ‘성남시 수뇌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강한 심증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심증의 일단(一端)을 이런 방식으로 드러낸 것이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항소 포기는 김만배 일당을 넘어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는 국민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다.”
 
 
  재판부, 이재명을 ‘최종 결정자’로 정의
 
2024년 5월 21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판결문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전 비서실장,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재명은 2018년 3월 14일까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등의 개발계획 수립과 관련 인허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8쪽)
 
  “정진상은 2010년 7월 성남시장 비서실장(지방별정직 6급)으로 임용된 후 (중략) 이재명의 측근으로 이재명의 주요 정책사업 등을 직접 상의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직위에 있던 사람이다.”(9쪽)
 
  재판부는 이후 정진상에 대해 한 차례 더 설명한다. 특이한 점은 판결문 전반에 걸쳐 이재명과 정진상을 묶어 ‘성남시 수뇌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6급 정책실장을 ‘수뇌부’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재판부는 정진상을 이재명의 최측근이라고 판단했다.
 
  “성남시 정책실장 정진상은 이재명의 최측근으로, 성남시 직원들은 이재명에게 보고하는 모든 문건에 대해 사전에 정진상의 결재를 받아야 했고,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민간 업자들도 정진상이 성남시의 유력 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접대를 하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191쪽)
 
  재판부는 유동규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유동규는 이재명이 2010년 6월 2일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2010년 10월 15일~2014년 4월 14일 및 2014년 7월 17일~2018년 3월 5일에 공직유관단체 임원에 해당하는 성남시 산하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및 성남도시개발공사(2013년 설립)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재명의 지휘·감독 하에 공사 설립 준비 작업, 대장동 개발사업, 1공단 부지 공원화 사업 등의 실무를 담당한 사람이다.”(6쪽)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이재명을 ‘최종 결정자’, 유동규를 ‘이재명의 지휘·감독 하에 실무를 담당한 사람’이라고 본 것이다. 실무자인 유동규 전 본부장이 배임 등으로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만큼, 향후 해당 사업의 ‘최종 결정자’에 대한 재판과 형량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주장 ‘이재명 면죄부’에 해당하는 대목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190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191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판결문이 이 대통령이 사건과 연관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다음의 세 곳이다.
 
  “이재명은 유동규·정진상 등으로부터 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 유동규·정진상과 달리 수용 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 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207쪽)
 
  “이재명이 직접 민간 업자들을 사업 시행자로 내정했다거나 이를 지시했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213쪽)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민간 업자들의 요청만으로 (성남시의) 사업성 개선 조치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241쪽)
 
  다만 세 문장 모두 이 대통령과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 ‘연관이 없다’고 하지 않고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거나 ‘단정하기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 해당 재판은 이 대통령이 피고인이 아닌 만큼 이 대통령에 대해 심도 있는 판단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재명 시장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
 
2021년 10월 14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대장동 게이트 몸통’ 관련 최고위원회의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반면 이재명 시장이 김만배 등 민간 업자들을 대장동 사업자로 내정했다는 내용도 여러 차례 나오는 데다 ‘이익 취득을 공모했다’는 내용도 있어 재판부가 이 사건에서 이 시장을 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이재명·정진상·유동규는 김만배·남욱·정영학이 공사 설립 및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크게 기여했고 2014년 6월 모임에서 그들에 대한 사업자 선정을 약속했던 점 등을 고려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서 사업자로 사실상 내정했다.”(617쪽)
 
  “공직자인 유동규·이재명·정진상과 민간 업자인 김만배·남욱·정영학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공사와 성남시의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공모 절차에서 민간 업자들을 민간 사업자로 선정하고, 민간 사업자와 공사의 민관 합동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여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을 취득할 것을 공모하였다.”(618쪽)
 
  “이재명·정진상·유동규가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 업자들을 민간 사업자로 내정하면서 도와주기로 하였다.”(624쪽)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1심 판결문(631쪽). A유동규 B김만배 C남욱 D정영학 E정민용 F정진상 KZ이재명.
  뿐만 아니라 이재명 시장을 ‘범행’과 연관지은 대목도 있다.
 
  “공직자인 유동규·정진상·이재명과 민간 업자인 김만배·남욱·정영학은 대장동-1공단 결합개발 진행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 등 상호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직접 합의함으로써 그 유착 관계를 강화하고, 이후 사업 방식의 수용 방식 결정에 따른 공무상 비밀을 이용하여 거액의 개발이익을 취득하는 범행으로 나아가게 되었다.”(616쪽)
 
  “피고인들은 이재명·정진상과 공모하여 유동규·이재명·정진상이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인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 방식 및 공모 일정, 공모지침서 주요 내용을 이용하여 아파트 분양이익, 자산관리 위탁수수료, 택지 분양 배당금 등 합계 788,616,806,134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하였다.”(631쪽)
 
  이재명 시장과 민간 업자들의 공모 및 유착 사실을 명문화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유동규에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인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주요 사항 모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 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이 나타난다”(597쪽)고 했다.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 해명, 판결문과 달랐다
 
2021년 10월 27일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대장동 사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대장동 개발업자들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유착 논란이 제기된 것은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이 대장동 논란 및 재판 과정에서 펼쳤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치적으로 성남시에 큰 이익을 가져왔다 ▲유동규는 내 측근이 아니다 ▲유동규와 민간 업자들의 결탁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대장동 논란이 확산되자 2021년 9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 환수 사업이자 제가 사랑하는 성남시의 최대 치적으로, 민간 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대장동 사업을 설계했지 대장동 게이트를 설계한 게 아니다. 제가 한 설계는 어떻게 하면 민간 이익을 최소화하고 공공 이익을 최대로 환수하느냐를 설계한 것이다.”(2021년 10월 18일 경기도청 국정감사)
 
  또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는 입장도 고수했다.
 
  “(유동규는) 수없이 많은 산하 기관 임원일 뿐이고, 측근은 아니다. 산하 기관 중간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다. 측근이라고 불리려면 비서실에 있다든지 돈을 받아 날 도와줬다든지 해야 하지 않나.”(2021년 9월 30일 TV조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
 
  그러나 판결문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이재명 시장을 대신해 행동한 사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서술하고 있으며, 유 전 본부장이 이 시장에게 민간 업자들의 활동과 관련해 직접 보고했다는 내용도 수차례 나온다. 또 성남시가 민간 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발 방식을 결정했다는 사실, 이 시장이 민간 업자들의 정치적 도움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판결문에 여러 번 나온다.
 
 
  성남시의 대장동 관련 결정은 모두 민간 업자들의 요구대로
 
  판결문의 요지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유동규와 민간 업자들이 의기투합했는데, 그 결과 민간 업자들이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 사업자로 선정됐다 ▲또 성남시는 사업 방식 결정, 사업 시행자 선정, 개발지역 규제 완화 등 사업에 필요한 시정 업무를 모두 민간 개발업자들의 요구와 같은 내용으로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동규와 민간 업자들이 뇌물과 이권 등을 매개로 유착했으며, 대장동 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통해 수천억원의 추가 이익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유동규가 ‘성남시 수뇌부’와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고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 아직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증거 없음’으로 끝났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는 반쪽짜리로 남게 됐다.
 
  법정구속된 5명의 피고인 중 한 명은 최근 지인 면회에서 “필요 이상의 처벌에 대해선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정작 잘못이 있는 윗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데 대해선 화가 난다. 힘이 세든 안 세든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을 향해 “내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선 처벌을 감수하고 한 증언이라며 받아들였고, 내게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증인은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항소를 통해 다툴 뜻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은 중단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지난 6월 “헌법 제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를 적용해 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문에서 이 대통령이 성남시 수뇌부로 대장동 사업 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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