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기 경제팀은 일본식 장기불황을 피상적으로 잘못 이해, 잘못된 정책마저 답습”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 아베노믹스, 올해 4월 소비세 인상 후 좌초 위기, 잇단 量的 완화 정책도 별 효과 없어
⊙ 디플레 탈출이라는 목표 분명한 아베노믹스와 달리 초이노믹스는 백화점식 처방
⊙ 아베노믹스, 초이노믹스 모두 경제구조의 본질적 변화 외면한 對症처방 불과
申志鎬
⊙ 51세.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日 게이오대 정치학 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강대 겸임교수, 자유주의연대 대표, 18대 국회의원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고개 숙인 대한민국》 《 뉴라이트의 세상읽기》 《 북한의 개혁개방》 등.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 아베노믹스, 올해 4월 소비세 인상 후 좌초 위기, 잇단 量的 완화 정책도 별 효과 없어
⊙ 디플레 탈출이라는 목표 분명한 아베노믹스와 달리 초이노믹스는 백화점식 처방
⊙ 아베노믹스, 초이노믹스 모두 경제구조의 본질적 변화 외면한 對症처방 불과
申志鎬
⊙ 51세.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日 게이오대 정치학 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강대 겸임교수, 자유주의연대 대표, 18대 국회의원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고개 숙인 대한민국》 《 뉴라이트의 세상읽기》 《 북한의 개혁개방》 등.
초이노믹스는 야심차게 출발하였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경제는 심리다. 과감하게 돈을 풀어 경기 불씨를 되살려 경제주체들이 자신감 있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체감(體感)경기를 살리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부동산경기 활성화였다. 최 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제시한 첫 번째 처방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였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8일 뒤에 41조원(재정 12조원, 금융 29조원)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2015년도 예산안(案)도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적자(赤字)예산을 편성했다. 가계(家計)소득이 늘어야 내수(內需)가 살아난다면서 기업소득 환류(還流)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14주간 13개 대책을 풀어 놓았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거의 일주일에 하나 꼴로 굵직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겉으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거리를 두는 듯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金利)를 2.5%에서 2.0%로 내리면서 초이노믹스에 화답하였다.
최경환 취임 이전으로 돌아간 건설경기
초이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정치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최 부총리의 화려한 이력에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네’라는 기대심리가 부풀어 올랐다. 7월 14일 취임 당시 2012였던 코스피지수는 불과 보름만인 7·30 재·보선 당시 2082를 기록했다. 최 부총리는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압승의 최대 공헌자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부동산시장도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실로 오랜만에 동면에서 깨어나 가격상승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잠시였다. 초이노믹스의 온기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강(强)달러와 엔저(低)라는 한파가 밀려 왔다. 지난 7월 2080선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는 1900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른바 ‘최경환 주가(株價)’는 다 날아갔다.
부동산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비(前月比) 9.0포인트 하락한 74.9로 집계됐다. 지난 6월 74.5였던 CBSI는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7월 77.7→ 8월 80.2→ 9월 83.9로 수직 상승하다가 10월에 최 부총리 취임 이전 수준으로 급랭(急冷)한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초이노믹스의 약발이 다했다고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소비자 심리도 급랭하고 있다. 11월 2일 연합뉴스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경환 경제팀의 규제완화 시행 이전 시세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36m²의 경우 정부의 9·1대책 발표 이후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6억2000만~6억3000만원까지 거래되던 것이 최근 급매물이 5억9500만원에 팔리며 심리적 저지선인 6억원이 무너졌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마찬가지여서, 이 아파트 112m²는 9·1대책 발표 후 11억5000만~11억6000만원까지 올랐던 시세가 11억2000만~11억3000만원으로 DTI·LTV 완화 시점인 7월 말~8월 초 시세로 내려왔다. 매기가 사라진 주택시장에선 전세가만 ‘나 홀로 상승’을 지속하고 있어 전세난(難)이 가중되고 있다.
李漢久 의원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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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이노믹스를 비판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
무엇이 문제인가? 초이노믹스의 목표와 방법론은 맞는데 대외(對外)환경의 급변으로 일시적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책 그 자체에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초이노믹스를 아베노믹스의 아류(亞流)로 비판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친박계(親朴系)이면서 경제통이기도 한 새누리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지난 10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53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는 초이노믹스를 ‘정부, 가계, 기업의 부채(負債) 증가에 의한 성장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막대한 빚을 내서라도 가계, 기업의 가용재원을 총동원해서 자산시장 활성화와 인위적(人爲的)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였다. 이 의원은 “제2기 경제팀은 일본식 장기불황을 피상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일본의 잘못된 정책마저 답습하고 있다”며 “일본식 장기불황의 핵심은 엔고 상황에서 경제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공법을 택하는 대신 재정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해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 하다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 예측을 함에 있어 경제구조 변화를 제대로 반영 못한 게 있다”면서도 일본의 오류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마구 돈을 퍼부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쓸 데 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持論)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초이노믹스는 아베노믹스의 아류인가, 아니면 지도에 없는 새로운 길인가? 초이노믹스와 아베노믹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각각 무엇인가? 이 둘의 향후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하에서 그 답을 찾아 나가기로 한다.
일본의 4低 不況
정책을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정책이 시행된 시점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 12월에 시작되었고, 초이노믹스는 2014년 7월에 출발하였다. 아무리 지독한 반일(反日)주의자라도 일본경제가 한국경제를 앞서 왔다는 사실은 인정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고도성장을 이룩하였고, 경제쇠퇴 역시 한국보다 앞서 경험하였다.
그렇다면 2012년 12월의 일본경제는 어떠했는가? 1990년대 초 버블붕괴 이후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세월을 경험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버블붕괴 이후 일본경제는 저금리·저물가에도 투자와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소비와 투자의 위축이 저물가와 저금리를 온존시키는 악순환, 즉 4저불황을 경험하게 된다. 저금리·저물가·저투자·저소비의 악순환이라는 4저불황의 구조화는 결국 1999년부터 디플레이션을 유발시켰다.
디플레는 2006년까지 지속된 후 나아지는 듯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발하여 아베내각 출범 당시인 2012년까지 지속되었다. 무려 14년간에 걸친 지독한 디플레였다. 일본은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이것이 다시 ‘가격파괴’ 마케팅을 촉진하는 ‘디플레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렇듯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버블붕괴로 시작되어 4저불황의 구조화 단계를 거쳐 디플레로 진입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 아베노믹스의 과녁이 디플레 탈출이 된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을 찍어 내겠다는 과격한 발언이 나온 것은 바로 이 끔찍한 디플레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양적완화(量的緩和·quantitative easing)는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서 금리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공채나 주택저당증권(MBS), 회사채(債) 등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이다.
양적완화는 일본에서 전혀 새로운 정책이 아니었다. 장기침체에 빠져 있던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은행은 40조 엔의 채권을 매입한 사례가 있다. 골디락스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호경기가 지속되자 2006년 채권매입을 중지했다. 이후 2010~2011년 101조 엔의 채권을 매입하였고 2012년에는 매입규모를 확대하였다.
아베의 양적완화가 이전 조치와 다른 특징은 디플레가 종식될 때까지 돈을 무제한 풀겠다는 점이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는 디플레 파이터라 불리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를 일본은행(BOJ) 총재로 임명하였고, 구로다는 취임과 동시에 ‘2년 내 물가상승률 2%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아베노믹스에 절찬의 박수를 보냈다.
“아베노믹스는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
아베노믹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2012년 11월 14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가 중의원(衆議院) 해산을 표명한 이후 넉 달 동안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 225지수는 무려 45%나 급등했다. 물가는 2013년 6월 플러스(0.2%)로 전환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디플레 탈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0.7%에서 2013년 2.3%로 상승하였고, 실업률도 2012년 4.3%에서 2013년 3.9%로 하락하였다. 수출기업들은 잇달아 실적개선 전망을 내놓았고, 고가(高價) 명품시장을 중심으로 일본 부유층들의 소비가 늘기 시작하였다. 경제의 반(半)은 심리라고 아베노믹스는 경제주체들의 심리(will to economize)를 움직이는 데 성공하였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노믹스는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고까지 했다.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와 더불어 재정확대와 신(新)성장전략을 ‘세 개의 화살’로 삼았다. 아베는 과도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2012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3조1000억 엔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였다.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선언, 법인세 인하 검토, 특별규제완화구역 설치 등의 성장정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주요 정책수단은 어디까지나 양적완화에 있었다. 2013년 한 해 무려 60조~70조 엔의 돈이 풀렸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정부의 경제정책은 ‘경기부양이냐 재정건전화냐’의 길항(拮抗)작용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 ‘잃어버린’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76%에 그쳤고, 1991년 64.1%였던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2년 219.1%로 폭증하였다.
아베의 誤判
물가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되고 민간소비도 완만하게나마 늘어나는 등 양호한 초기반응을 이끌어 낸 아베노믹스 앞에는 중대한 시험대가 놓여 있었다. 2012년 8월 제정된 관련법은 5%인 소비세(消費稅·부가가치세)를 2014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에 10%로 2단계 인상하도록 하였다. 경제상황에 따라 인상을 보류할 수 있지만, 그 경우 법을 개정해야 한다.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키고 그 결과 리플레이션(디플레에서 벗어나 2~3%의 완만한 물가상승)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아베 내각이 과연 증세(增稅)를 단행할지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증세는 정권의 위기로 직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7년 하시모토 내각은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한 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가계소비가 4.0%(1분기)→ △5.4%(2분기)·1.6%(3분기)→ △2.0%(4분기)로 급감하여 경기가 곤두박질쳤다. 결국 하시모토 내각은 소비세 인상의 후폭풍으로 붕괴하고 말았다.
이런 가까운 과거의 정치적 교훈이 있었음에도 아베는 2013년 10월 1일 1단계 소비세율 인상을 결정하였다. 소비세가 인상되어도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고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경기도 부양하고 재정건전성도 개선하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판(誤判)이었다. 2014년 4월 소비세가 인상된 후의 일본경제는 그 전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인상 전에는 물품 사재기까지 목격될 정도로 소비가 급증하면서 경제가 활기를 띠었지만, 4월 이후로는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이다. 소비세율 인상으로 소비부진은 물론 기업 설비투자와 산업생산도 위축시키면서,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음이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4월 소비세율이 3%에서 5%로 올랐을 때도 3월 철도 정기권 판매액이 전년 동월 대비 36% 늘었다가 인상 이후 급감하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低로 기업실적 나빠지기도
일본 내각부(內閣府)는 올해 2분기 GDP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선 1분기의 6.1% 성장에서 급반전한 것으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큰 폭의 위축이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의 일본경제는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을 기점으로 전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극단적 돈 풀기로 엔저가 가속화하면서 수입물가지수는 빠르게 상승하였다. 반면 실질임금과 실질가처분소득지수는 급격한 우(右)하향 곡선을 그렸다. 물가는 크게 올랐는데 실질임금과 실질가처분소득, 즉 서민들의 삶의 질은 나빠진 것이다. 거기에 소비세가 올랐으니 민간소비 여력은 냉각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엔저가 일본 기업들에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에 근접하면서 일본 기업들도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은 ‘영업이익 극대화’를 외치고 있지만, 수입 의존도가 큰 에너지-소비재 기업들은 울상이다. 엔-달러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도시바와 소니의 영업이익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가 주력 사업인 도시바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30억 엔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 반면 소니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 30억 엔이 날아간다. 스마트폰 핵심부품 수입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니가 영업이익 전망을 대규모 하향 조정하고 상장 이래 처음으로 무배당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엔저로 파산한 기업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0월 31일 시중 자금 공급량을 지금(연간 60조~70조 엔)보다 10조~20조 엔 더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를 전격 발표하였다. 기습완화에 일본 엔화는 단숨에 달러당 112.47엔까지 하락했다. 구로다 총재의 추가 양적완화는 물가상승 목표인 2%를 확실히 달성하고,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깜짝 완화가 지난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엔화 약세로 기업의 원자재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식료품과 일용품 가격까지 끌어올려 가계(家計) 지갑을 더 닫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산케이(産經)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반대(47%)가 찬성(39%)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번 추가 양적완화는 일본은행의 마지막 양적완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의 찬반은 5대4였다. 어느 나라든 통화정책회의에서 표가 갈리면 그때가 항상 변곡점(變曲點)이다. 아베노믹스가 통화정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일본은행의 내부분열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러한 추가 양적완화도 모자랐는지 아베 내각은 내년에 상품권을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11월 6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그런데 이 역시 효과가 의문시된다. 일본은 1999년에도 소비촉진을 위해 6194억 엔어치의 상품권(사용시효 6개월)을 뿌렸다. 그러나 민간소비가 실제 증가한 것은 상품권 소비량의 3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원래 써야 할 곳에 상품권을 쓰고 그만큼의 돈을 저축했다. 결국 별 효과 없이 재정악화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總選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임투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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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일본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임을 묻는 총선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국회의사당. |
추가 양적완화 이후 아베의 최대 고민은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2단계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다. 연내(年內)에 결정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11월 17일 3분기(7~9월) GDP 등의 경제지표 발표 이후 현재 8%인 소비세를 10%로 인상할지를 결정하고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실시 여부도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11월 9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 측근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 선거 쟁점은 아베노믹스 평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7~9월 GDP 수치가 크게 개선되면 예정대로 소비세 인상을 결정하지만, GDP가 좋지 않으면 소비세 인상 보류 결정과 아베노믹스 지속 여부 등을 내걸고 총선거에서 국민의 재신임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9월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우정민영화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하고 ‘우정민영화 찬반투표’로 선거를 치렀듯이(일본에서는 이를 一本勝負라 부른다), 아베는 ‘아베노믹스 찬반투표’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려고 하는 것이다.
出口전략도 고민거리
필자는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베가 정치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본 국민들은 현재로서는 아베노믹스의 특별한 대안(代案)이 없으므로 중도 하차시키면 안 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치적 승리가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양적완화를 주요 수단으로 삼는 아베노믹스는 스테로이드 주사와 같다. 계속 주사하면 점점 약발이 떨어진다. GDP의 50%에 달하는 220조 엔의 사내(社內) 유보금(留保金)을 쌓아 놓고 있는 일본 기업에 관심거리는 ‘투자할 돈의 부족’이 아니라 ‘투자할 곳의 부족’이다.
대대적 양적완화 이후의 출구(出口)전략도 고민거리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2%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완화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 2015년 말 일본의 본원(本源)통화는 GDP의 70%에 달하는 350조 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까지 양적완화를 계속할 경우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인 4조 달러를 넘어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GDP 대비 양적완화 규모는 일본이 70%, 미국이 20%, 유럽이 10%로 일본의 완화 정도가 돌출적으로 많다”면서 “그만큼 완화를 종료할 때 난관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돈을 푸는 양적완화와 재정지출을 늘리는 재정팽창만으로는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베노믹스가 주는 교훈이다. 그동안 관습에 묶여 손 대지 못했던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구조 개선과 농업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은 활시위조차 제대로 떠나지 못했다. 지방(脂肪)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체질개선과 체력강화는 운동요법과 식이(食餌)요법의 병행 실천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저 링거 주사를 맞고 수혈을 자주 받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4년의 한국경제는 역대 최저 수준의 낮은 금리와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가 꽁꽁 얼어붙는 저금리·저물가·저투자·저소비의 4저불황에 빠져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1990년대 초 버블붕괴 이후 1999년 디플레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상황과 같다. 24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그치고 있지만, 아직 디플레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초이노믹스는 장기 디플레 상황에서 출발한 아베노믹스와는 처한 단계가 다르다. 아베노믹스는 ‘최후의 몸부림’이어서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극단적인 처방까지 불사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초이노믹스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그런데 이 여유가 절박감의 부족으로 정확한 타기팅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이노믹스 때문에 망가진 근혜노믹스
초이노믹스의 골격은 지난 7월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 담겨 있다. 현 상황을 조속히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균형’의 늪에 빠져 저성장과 저물가, 자산시장 부진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으므로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경기부양을 위한 3대 정책방향으로는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을 제시하였다.
초이노믹스는 실행 초기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는 심리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 그리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치우친 나머지 경제체질 강화와 구조개혁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와 닮은꼴이다.
다른 점도 있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 탈출이라는 명확한 타깃이 있는 반면에, 초이노믹스의 과녁은 불명확하다. 경기부양이란 말은 너무도 두루뭉술하다. 더군다나 단기적 경기부양책과 구조개혁을 통한 중장기 성장전략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처방을 내놓는 종합백화점식 정책운영을 하고 있지만, 경기부양책과 경제혁신책이 따로 놀고, 연관성이 떨어지는 개별 정책들이 산발적으로 나오는 모양새다. 여러 곳을 타기팅함으로써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 기존의 정책발상과 아이디어 중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 일목요연한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잡탕’식 프로그램을 짜 놓았다. 이래서는 어떤 정책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실책(失策)은 오랜 방황 끝에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가던 근혜노믹스를 망가트렸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근혜노믹스는 경제활성화와 충돌하는 경제민주화에서 알쏭달쏭한 창조경제를 거쳐 올 초 규제개혁으로 정책방향과 타깃을 이동하였다. 방황 끝에 목표설정에 성공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를 우리 몸을 죽이는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과감하게 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그런데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초이노믹스의 출현으로 규제개혁이라는 타깃이 흐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투자하는 분들을 업고 다녀야 한다고 했는데, 최경환 부총리는 사내 유보금에 과세(課稅)를 하겠다고 선포하였다.
부동산으로 內需 못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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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내수 부양은 한계에 도달했다. |
LTV·DTI 완화 이후 두 달 동안 소득 6000만원 이하 중소득 계층과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계층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5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증가액을 보면 지난 7월까지 저소득층의 은행 가계대출은 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8월부터 1조2000억원 증가하였으며, 중소득층은 7월까지 6000억원 증가한 반면 8월부터 1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활성화는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부양이 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악성 가계부채를 늘려 내수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로운 성장공식을 만들어야 한다. 내수보다 수출을,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을 우선시했던 불균형성장 전략이 그 수명을 다했음을 인식하고 경제의 새싹이 돋아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초이노믹스, 아베노믹스에 비해 비장함 떨어져
그 핵심고리가 규제혁파를 통한 서비스빅뱅이다. 통제와 보호라는 관치의 낡은 틀을 혁파하고 이익집단의 집단이기주의를 정면 돌파하여 새로운 시도, 새로운 시장, 새로운 직업 등 기존에 없던 것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나는 서비스산업의 빅뱅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래야 고용비중은 높은데 산출액과 부가가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꼴찌 수준인 한국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양질(良質)의 일자리는 최첨단 자동화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제조업이 아니라 의료, 교육, 문화예술, 관광, 소프트웨어,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법률·회계·경영컨설팅·광고) 등 고(高)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창출된다. 이렇게 되어야 가계와 기업, 수출과 내수 간의 탈동조화 현상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의 선순환(善循環) 메커니즘을 재구축할 수 있다. 즉 디커플링 경제를 리커플링(recoupling) 경제로 전환시킬 수 있다.
11월 17일 발표되는 일본의 3분기 GDP가 좋지 않으면, 현행 8%인 소비세를 10%로 올리는 2단계 인상은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12월에 총선거를 치러 아베노믹스에 대한 재신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베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든 아베노믹스의 성패(成敗)에 아베 내각의 명운이 갈린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아베 내각은 끝장난다.
그러나 초이노믹스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 3선 국회의원인 최경환 부총리는 내년 말 20대 총선에 대비해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요즘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의 원내부대표들과 월례 정기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이 경제부총리로서도 합격점을 받고 동시에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할 만큼 녹록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임해도 될지 말지 한 판에 두 마리 토끼 잡으려 하는 것은 ‘치명적 자만’일 수 있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아베의 정치적 생명은 끝나지만, 초이노믹스가 실패해도 최경환은 4선 의원이 될 수 있다. 치열함과 비장함에서 비교가 안 된다. 아베노믹스가 C학점이라면, 초이노믹스는 D학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