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 후 2개월

  • 글 :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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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 난 후 TV조선에 출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대책을 내놓아야 할 즈음이 되면 공무원들은 반드시 예산타령과 인원타령을 할 것입니다. 사건의 중요한 원인 제공자 격인 공무원들이 역설적으로 최종 수혜자가 되고 말 것이란 얘기죠.”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이후 두 달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전과 후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고들 합니다. 모두 그렇게 얘기합니다. 아직 진행 형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아니 어떻게 달라질 것 같습니까.
 
  우선 ‘제2 세월호’ 방지 대책 말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근본(根本)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를 통해 대부분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끝인가요. 다음은 세월호 사건의 원인(遠因)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공무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우선 부총리 자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사회문화 부처를 총괄하는 자리랍니다. 또 장관급인 국가안전처도 생겼습니다. 안전행정부에서 안전을 떼어 냈는데도 급(級)은 여전히 장관급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엔 차관급의 인사혁신처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며칠간 주무르더니 도로 장관급이 되었습니다. 승진에 목을 매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대상 직위가 올라가고 늘어났으니 그야말로 ‘좋은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재난 대책 예산도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재해·재난 예산은 대략 3조8천억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원래 이 예산을 매년 4.9%씩 줄이기로 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나자 기재부는 사회재난예산과 자연재해예산을 통합관리하겠다고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재난의료예산을 거의 10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공무원 직급 올라가고, 자리 늘고, 예산 많아졌습니다. 공무원들의 힘이 더 세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공무원의 힘은 더 세져
 
  기구만 문제가 아닙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책임이 마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만 있는 듯이 몰아가고, 그를 잡기 위해 군인까지 나섰습니다.
 
  그와 별도로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이른바 해피아(해수부 전직 공무원들), 이들과 연결된 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와 사후 대책은 지지부진합니다. 잊힐 만하면 한 번씩 해수부나 해경 관계자가 조사를 받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복제판이었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도 선박 검사를 소홀히 한 선사와 해운항만청 공무원이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됐으나 실제 형을 살진 않았습니다. 집행유예였습니다. 23명의 사망자를 낸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고 때 공무원은 한 명도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5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사고 때는 어땠습니까. 공무원 12명이 재판을 받았지만 뇌물을 수수한 2명만 실형을 받았습니다. 사고 아니어도 뇌물 수수는 처벌되니 사고와 직접 관련 있다 말하기 민망합니다. 대략 이런 식입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이 법을 만들기 때문에 자기들이 처벌받을 만한 법규정을 만들겠느냐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다릅니다. 공무원들은 직접 책임질 만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거나 아예 그런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월간조선》 ‘6월호 해피아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를 보면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를 정부가 해운조합에 떠맡기다시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객선 운항관리는 안전과 직결되고, 그만큼 사고시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입니다. 그러니 해수부가 이를 민간에 떠넘기고 대신 예산을 지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고, 해운조합은 그 자리에 해수부 출신을 데려다 써 공생(共生)하면서 여객선 운항관리를 대충대충 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번 사건이 잊힐 때쯤 여객선 운항관리가 과연 누구에게 가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청와대·내각 모두 긴장감 없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관료 마피아 문제는 그야말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입니다. 어디까지가 관피아고 어디까지가 전문성인지 구분조차 쉽지 않습니다. ‘또 한번의 일시적 호들갑’이 되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우선 6월 12일과 13일 있었던 사고 수습용 개각과 청와대 수석비서진 개편안을 보시지요. 평상시 개각·개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내각이나 청와대나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 있던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대통령 주변에 기웃거리던 사람, 한 자리 하기 위해 연줄을 찾던 사람 또는 교수들입니다. 거기다 관료 출신들까지 여럿 눈에 띕니다. 청와대에는 또 변호사 출신이 득실대고, 민정수석실에는 대형 로펌 출신이 다시 입성했습니다. PK(부산·경남) 출신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니까 TK(대구·경북) 출신들이 등장했습니다.
 
  정말 관피아를 척결할 의지가 있다면 ‘포청천’과 같은 인물이 몇은 보여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역시 ‘포청천’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혀 비상(非常)한 긴장감이 없습니다. 청와대가 이런 분위기니 내각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와중에 안전행정부가 내놓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보면 ‘관피아 척결을 피해가겠다’는 ‘의지’만이 번득입니다. 공무원 재취업 금지 대상에 예외 조항을 두었는데, 그것이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 심사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또 어떻습니까. 요즘 교육공무원들의 박사 학위 취득이 유행입니다. 왜 이렇습니까. 노후(老後) 보장책이지요. 교육부 근무 중 대학을 봐주고, 정년에 임박하면 대학에 가야 하는데, 그 조건이 박사 학위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이를 막겠다는 대책이랍시고 내놨는데, 어겼을 경우의 제재 조치는 뺐습니다. ‘대책’이라는 것으로 이번을 피하고 나중에 자기들끼리 적당히 봐주며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통사람들이라도 달라져야
 
  정치권은 어떻습니까. 세월호가 침몰하자 한동안 자숙(自肅) 모드였습니다. 수습국면에 들어가자 국정조사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수많은 국정조사를 지켜봤습니다. 저처럼 그 세계를 들여다본 분은 쉽게 압니다. 어떤 새로운 진상(眞相)이 드러났던가요. 한마디로 말해 정쟁(政爭)과 말잔치만 풍성했습니다.
 
  이번에도 겉으로는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면서 속으로는 이용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론이 국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당은 세월호 참사로 팽배한 국민들 불만을 분출하는 해우소(解憂所)로, 야당은 정부 공격의 호재로 활용하려는 접점(接點)에 이번 국조가 있다는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의 문제는 대부분 다 드러나 있습니다. 사건의 진실과 관련해서 의문(疑問)은 있지만 의혹(疑惑)은 없습니다. 웬만한 의문은 진행 중인 수사에서 풀릴 것입니다. 그런데도 실효성 없는 국조를 꺼내든 것이야말로 정략적입니다. 그걸 아니라고 끝까지 우길 것이 뻔한데, 바로 그렇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정략의 극치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논란을 크게 문제 삼을 모양입니다. 재난 컨트롤타워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말대로 청와대가 아닙니다. 법령에 보면 안전행정부로 돼 있죠. 그걸 김 전 실장이 면피성 보도자료를 내는 바람에 논란의 중심이 됐을 뿐입니다. 그걸 알면서 기관보고에 청와대를 넣고, 김기춘 실장을 불러내겠다고 고집하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진상을 알고 싶은게 아니지요.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정조사를 하자는 진심을 웬만해선 믿지 않습니다. 진정 진상을 알고 싶으면, 그 분야의 비전문가들 집단인 국회로 문제를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세월호는 지금 그 항로(航路)로 들어섰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세월호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어도 우리 범인(凡人)들은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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