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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

세계적인 트렌드 코딩 교육, 한국 교육계의 현주소는?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소장 김진형 “코딩은 컴퓨터를 넘어 전체 교육을 변화시킬 새로운 교육”

글 : 박건영  월간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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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기, 반복의 수직적 방식이 아닌 실습 위주의 수평적인 코딩 교육 현장
⊙ 2018년 도입에 교사 부족이 현실, 다양한 활로 모색 중에 있어
⊙ 높기만 한 난이도의 사교육 유행은 역효과, 코딩 학습은 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
⊙ 컴퓨터 언어 학습의 도입, 적용과 연구를 위한 차후의 교육판이 필요하다
코딩 수업의 교보재로 쓰인 햄스터 로봇과 도면.
  서울 서초구의 한 유치원에는 코딩 전문 유치원이란 간판이 걸려 있다. 이 유치원에 다니려면 한 달에 200만원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유치원에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서초구의 한 코딩 캠프는 미국의 주요 명문대와 계약을 맺어 문을 열고 있다. 1주일에 800만원을 내야 하는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자녀 교육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들의 코딩 교육 관련 정보가 줄을 잇는다. 대체 ‘코딩 붐’이 인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는 2015년 2월, “오는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을 전국 초·중·고에서 정규 과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코딩 사교육 붐’이 인 게 교육부의 발표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코딩 수업이 한창인 서래초등학교 컴퓨터 실습실.
  실제로 영국과 이스라엘, 미국 등 세계 여러 국가들이 코딩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며 프로그래밍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아 왔다. 최근에는 미 오바마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비디오 게임을 사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라, 휴대폰을 갖고 놀지만 말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라”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계가 아닌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코딩 교육은 어떤 모습일지 2016년 소프트웨어(SW) 선도학교로 선정된 서래초등학교를 찾아 그 수업을 살폈다.
 
  컴퓨터 실습실로 향하는 복도. 벽면에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포스터들이 게시판을 차지하고 있었다. 실습실 내부의 책장에는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들이 자리했고 뒤편 벽면은 학생들이 딴 컴퓨터 관련 자격증들로 빼곡했다. 단순한 문서 작성법과 컴퓨터 활용법 등을 가르치던 컴퓨터 과목이 공교육에 도입된 이후 실습실의 풍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수업에 쓰인 프로그램 ‘스크래치(Scratch)’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의 모습.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익숙하게 ‘스크래치(Scratch)’를 실행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스크래치는 블록 형태로 배우는 초보자용 프로그래밍 언어다. 해당 날짜의 수업 내용은 스크래치를 통한 로봇 조작. 아이들의 작은 손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아무리 초보자용일지라도 각종 메뉴 및 옵션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코딩 프로그램이다. 어려울 법도 한데 수업 중간에 선생님의 도움을 구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도교사는 작은 로봇의 작동이지만 직접 코딩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로봇에 명령을 내리고 움직이게 하는지 원리를 배운다는 점에 교육의 중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40분가량의 수업시간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는 듯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에게 현 실상을 물었다.
 
 
  “코딩 교육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끝이 아닌 새로운 교육으로의 활로다”
 
서래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코딩을 하며 로봇을 조작하고 있다.
  — 현재 교육계는 코딩으로 인해 공교육, 사교육 양면으로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코딩을 어린 나이에 배워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코딩은 기계에 명령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기에 지시가 정확하지 않아도 추론을 통해 답을 낼 수 있지요. 기계는 다릅니다. 정확하게 지시해야 작동합니다. 정확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 언어, 즉 코딩을 배우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생각하는 과정을 배운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명령을 입력하려면 생각을 명령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이 과정에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 정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함께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릴지, 그럴 때 어떤 방법을 적용해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사고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이 코딩 교육의 핵심입니다.”
 
  — 소프트웨어 선도학교가 2015년부터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어떤 모습인가요.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에서의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선생님이 많이 모자랍니다. 어느 학교에는 컴퓨터 전공 교사가 아예 없어요. 지금은 시범적으로 운영하는만큼 무리 없이 굴러가지만 2018년에 전국 1만3000개 학교에서 동시에 시행하면 전공자 없는 학교들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지 걱정입니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김진형 소장.
  — 코딩 교육을 왜 해야 합니까.
 
  “많은 선생님이 ‘이거 안 하면 큰일나겠구나’ 하고 느끼게 된 것은 알파고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인공지능이 뭡니까.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소프트웨어 아닙니까? 알파고가 등장해 충격을 주면서 코딩, 즉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이 확실히 각인됐다고 보면 됩니다.”
 
  — 코딩 전문 교사 양성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김대중 대통령 당시 IT붐이 일었어요. 당시 교육받은 많은 분이 교사로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 이후 컴퓨터 교육을 제대로 안 하다 보니 과목을 바꾼 분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다시 코딩 과목으로 돌아오고 초등학교 교사들에게도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 중학교는 어떻습니까.
 
  “중학교가 전국에 3000여 개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학교에 코딩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어야 하느냐? 그럼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힘듭니다. 지방에는 전교생이 20~30명에 불과한 학교가 많아요. 그런 학교에조차 전공자들을 일일이 다 배치할 수는 없지요. 현재 중학교에 배정된 코딩 교육 시간이 한 학기에 34시간 이상입니다. 학교마다 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면 잔여 시간이 너무 많아져요. 차라리 몇 개 학교를 하나로 묶어 교사들이 이동수업하는 게 경제적입니다.”
 
  — 부족한 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온라인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코딩은 암기과목이 아니거든요. 시작할 때 기본을 가르치고 학생들끼리 팀을 짜서 실행에 옮기는 식의 방법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학생들이 스스로 하게끔 유도를 하고 그 뒤로는 컴퓨터를 전공한 보조교사 분들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높은 난이도와 대세를 따르는 사교육은 역효과, 코딩은 의지와 정성으로 배울 수 있다”
 
어학원과 입시학원 위주의 학원가 풍경에 코딩이라는 새로운 대세가 들어서고 있다.
  — 외국의 경우는 코딩 언어 중 하나인 C언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언어로 코딩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영국 같은 경우 5개 정도의 언어를 배웁니다. 그중 하나가 C언어입니다. C언어는 상당히 어려운 전문가용 컴퓨터 언어입니다. 전문가들도 실수를 하는 언어죠. 그렇기에 우리는 스크래치라는 컴퓨터 언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개념을 가르칩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을 위한 언어로는 초보자 및 중급자를 위한 파이선(Python)을 주로 이용합니다. 중학교까지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크래치를 통해 코딩을 접하게 하고, 고등학교에서 파이선을 배운 후에 더 흥미를 가지고 실력을 키울 학생들에게 C언어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교육계에서는 어떤 언어를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아닌 이상에는 대부분 C언어를 가르치고 있을 겁니다. C라는 언어는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데, 일반 학생들이 처음부터 그 언어로 시작을 하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처음 코딩을 접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 역효과가 날 것으로 봅니다.”
 
  — 그런데도 많은 대학생, 직장인들 사이에서 코딩 학원을 찾는 현상이 있습니다.
 
  “취업 때문이겠죠. 비싼 수강료를 받고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많은데, 취직을 보장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몰려듭니다. 비전공자,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도 막상 해 보면 잘하는 분들이 많지만 과연 그렇게 돈을 들여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코딩은 꼭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대학 내에도 프로그램이 많이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늘어 가고 있어요. 인터넷상에서도 코드 아카데미(https://www.codecademy.com/)를 검색해서 들어가면 무료로 테스트를 받고 배울 수 있습니다.”
 
 
  “외국보다 조금 늦었지만 발 빠른 대처 하고 있어”
 
  — 코딩 공교육 도입과 조기교육 열풍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해외의 최근 상황과 비교하자면 우리는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 겁니까.
 
  “앞서가는 나라보다는 조금 늦었죠. 영국이 2014년부터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그보다 앞선 2009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주별로 다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전국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은 대단하지요.”
 
  — 우리나라가 코딩 공교육 도입을 결정한 시기는 정확히 언제입니까.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5년에 한 번 바꿀 수 있습니다. 2018년을 놓쳤다면 2023년에 가서야 바꿀 수 있었을 겁니다. 교육부가 2018년 코딩 교육 도입을 결정한 게 2014년 7월입니다. 그 후 1년을 더 준비해 2015년 2월에 도입을 발표해 2018년 3월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알파고가 등장했을 즈음에 정부가 코딩 교육 선언을 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 그렇다면 코딩 교육에 대한 준비는 알파고 등장 이전부터 했다는 얘기네요.
 
  “2014년 7월에 대통령을 모시고 코딩 교육에 대해 토론하고 2018년 교육 과정부터 실시하겠다고 선언했으니까요.”
 
컴퓨터 언어의 대표적인 3종류의 구동화면. 왼쪽부터 스크래치(Scratch), 파이선(Python), C언어(C language).
  — 현재 불고 있는 코딩 교육 열풍의 한계점은 무엇입니까.
 
  “5월 12일에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인텔국제과학경시대회(ISFF)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해당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연구를 보면 절반 이상이 컴퓨터 관련이에요. 임베디드 시스템(Imbedded system),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로봇피직스(Robot physics)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를 응용한 컴퓨터 관련 연구들이에요. 그 모습들을 보니 조금은 창피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우리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작합니다’ 하고 자랑하러 갔는데 옆에서는 외국 학생들이 코딩의 결과물을 화면이 아닌 실제 물체로 움직이는 수준으로까지 직접 연구해서 발표하고 있었으니까요. 우리나라 코딩 교육 도입의 맹점이 초·중·고등학교가 같은 시기에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시행하다 보니 초·중·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가도 똑같은 것들을 배우는 거예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 학부모가 제게, 아들이 학교에서 코딩을 배워 왔는데 너무 재미있어하고 흥미를 느낀다며, 그래서 더 배우게 하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냐고 묻더라고요.”
 
  — 그래서 뭐라고 했습니까.
 
  “제가 답을 못했어요. ‘어머니가 인터넷을 통해서 자녀가 볼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밖에는. 구차했죠. 현재 미래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교를 선정,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럼 그런 학교들이 나서서 더 깊이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카이스트(KAIST)에서도 여름방학을 이용해 캠프를 몇 번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의 호응이 정말 좋았어요. 전국적으로 코딩 교육을 시작하니, 학교에서 배운 뒤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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