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성인병, 스트레스, 과로, 음주, 흡연 등이 발병 요인
⊙ 뇌동맥류 파열성 뇌출혈 환자는 40대 이하가 32~44%
⊙ 갑작스런 두통, ‘일과성(一過性) 뇌허혈 발작(TIA)’ 가벼이 넘기지 말아야
⊙ 뇌동맥류 파열성 뇌출혈 환자는 40대 이하가 32~44%
⊙ 갑작스런 두통, ‘일과성(一過性) 뇌허혈 발작(TIA)’ 가벼이 넘기지 말아야
한동안 병상(病床)에 누운 채 식물인간처럼 지냈지만 가족들의 지극한 간호와 본인의 강한 재활(再活) 의지 덕분에 1년 전부터 어눌한 발음으로나마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혼자서 조금씩 걷기도 한다. 그는 현재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있다.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를 대신해 아들을 돌보고 있는 노모(老母)는 “그래도 이만큼 좋아진 게 기적”이라며, “병원에서는 이제 더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아직 젊으니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한다.
그의 옆 병실에는 30대 중반의 젊은 환자 박종훈(가명)씨가 있다. 그 역시 2년 전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다. 발병하기 전, 그는 청소대행업체에서 일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한창 일이 많아져 피곤하기는 했지만 워낙 젊은 나이라 뇌에 이상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다 구토 증세를 일으킬 때까지만 해도 속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좀 이상하다’고 느낀 그는 스스로 병원을 찾았고, 구토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작은 병원, 큰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지체했다. 그 사이 출혈은 더욱 심해졌고 수술을 받았지만 곧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중환자실에서 두 달을 보낸 후 기적처럼 의식을 회복해 일반병실로 옮겼지만, 그 후 그는 혼자서는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1급 장애인이 되었다. 인지기능도 상실해 그는 요즘 모든 사물의 이름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40대 이하에서 뇌지주막하 출혈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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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민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200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뇌출혈 환자가 20%를 웃돌아 발병 연령대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조선일보》가 선정한 뇌졸중(腦卒中) 분야 스타 의사인 한영민(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최근 2년간 우리 병원에서 수술 받은 뇌혈관질환 환자 1854명 중 224명이 45세 미만으로 약 12%에 가까운 수치”라며, “그동안 뇌출혈은 55세 이상에서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그 이하 연령대의 환자가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우리나라 인구의 사망통계를 살펴보면, 뇌졸중은 암(癌)에 이어 사망률 2위다. 단일질환으로는 국내 사망원인 1위다. 흔히 중풍(中風)이라고 불리는 뇌졸중은 크게 허혈성(虛血性)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으로 나눌 수 있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은 뇌동맥이 막히는 것이고,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은 뇌동맥이 터져서 생기는 병이다.
혈압 치료와 관리가 잘되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는 뇌경색 환자가 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경색과 뇌출혈이 7대3 수준이었지만 최근 고혈압 관리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면서 외국과 비슷한 비율이 되었다고 한다.
뇌출혈은 또다시 고혈압에 의해 발생하는 뇌실질(腦實質) 출혈과 뇌지주막하(腦蜘蛛膜下) 출혈로 나뉜다. 이 중 특히 위험한 것이 뇌지주막하 출혈(뇌동맥류 파열성 뇌출혈). 뇌혈관의 일부가 꽈리 모양으로 불거져 나온 것을 ‘뇌동맥류(腦動脈瘤)’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현상이다.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高脂血症), 가족력(家族歷), 유전성 혈관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위험 인자(因子)들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40대 이하에서 뇌지주막하 출혈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머릿속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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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태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
강동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김국기·고준석 교수팀도 2009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2006년부터 3년간 이 병원에서 뇌동맥류 파열로 치료받은 환자 363명을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가 198명(32%)에 달했고, 50대 197명(31%), 60대 135명(22%), 70대 이상 93명(15%) 등의 순이었다. 40대 이하 환자는 2001~2005년까지의 결과에 비해 4%가 증가했다.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 파열성 뇌출혈은 이전에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구토 증세가 있으며 운동신경 마비, 간질발작 등의 증후를 나타낼 수 있고 뇌동맥류가 뇌신경을 압박하여 눈꺼풀이 올라가지 않는 안검하수(眼瞼下垂·눈꺼풀 처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동맥류 파열은 약 3분의 1이 발병 즉시 사망에 이를 만큼 무서운 병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입원 중 사망하거나 수술을 받아도 장애가 남고, 나머지 3분의 1만이 수술 후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최근 경희대 강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40대 초반의 한 여성은 극심한 두통으로 계속 약을 복용했지만 호전되지 않아 병원에 와 뇌혈관 CT를 촬영했다고 한다. 이어 뇌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았고 수술 후 퇴원해 현재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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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석 강동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머리뼈를 열고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묶는 ‘동맥류 결찰술(結紮術)’과 머리를 열지 않고 뇌동맥류 내부를 코일로 채워 피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코일 색전술(塞栓術)’이 있습니다. 수술을 통해 조기에 뇌동맥류를 차단시킴으로써 재출혈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죠.
통계에도 나와 있지만 요즘은 40대 환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뇌출혈은 고혈압, 고지혈증, 가족력 등과 깊은 관계가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40대가 사회적으로 갖는 위치도 중요한 발병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직장에서 어느 정도 직급에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게 되고, 잦은 술자리와 흡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지요.
특히 흡연은 뇌혈관 건강에 아주 치명적이에요. 실제로 병원을 찾은 상당 수의 환자가 흡연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50대에 비해 건강에는 여전히 자신이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 관리를 소홀히 하는 측면도 있고요. 평소 혈압이 오르지 않도록 식생활을 잘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등 40대에도 건강을 위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인천성모병원 한영민 교수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뇌동맥류 진단 및 뇌지주막하 출혈의 예방을 위하여 뇌혈관검사 및 뇌MRI 같은 정밀검사를 해 보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 자신의 머릿속에 어떤 뇌혈관 이상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급작스런 두통과 함께 뇌졸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뇌동맥류를 의심하고 즉시 신경외과가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지병(持病) 없이 평소 건강했던 30~40대 환자들도 뇌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검사를 해 보면 혈관도 깨끗해요. 이들의 공통점은 발병 수일 전부터 계속된 야근(夜勤)으로 엄청난 피로감에 시달렸거나 전에 비해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점점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니 젊다고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를 비롯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김범태 교수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 위주의 식습관도 젊은 뇌출혈 환자 증가의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 ▣ 뇌혈관질환에 대한 몇 가지 오해 1. 신체마비 증상은 한번 생기면 회복되지 않는다? 뇌조직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기능이 재배치되어 신체마비 현상은 수개월에 걸쳐 상당히 회복될 수 있다. 2차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예방적 수술 역시 임상 증상을 70%까지 호전시켜 준다. 회복을 촉진하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 2. 두통, 어지럼증, 뒷목이 뻣뻣하면 뇌졸중이다? 두통과 어지러움증이 있다고 반드시 뇌졸중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과 구토를 동반한 두통이나 어지러움증, 신체의 감각이나 운동의 이상이 동반한 경우에는 뇌졸중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3. 아이나 젊은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아에서는 모야모야병, 10~30대에서는 뇌혈관기형이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원인이 된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전국의 8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인 뇌동맥류 환자 내원(來院)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발병 평균연령이 53세로 한창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층이었다. 특히 40세 미만 환자가 12.7%나 차지해 젊은 층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4. 응급조치로 손을 따거나 뺨을 때린다? 이런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의식을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린다든지 심하게 흔들어 깨우는 행동, 환자의 손가락을 바늘로 따서 피를 내거나 아니면 강제로 환자의 입을 통해서 약을 먹이는 방법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손가락을 딸 경우 통증으로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것은 기도를 막아 질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5. 유전된다?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혈관기형, 뇌동맥류 등에서는 가족력을 보인다. 부모, 형제자매에게 이러한 뇌혈관질환이 있으면 뇌혈관 건강검진을 통해 미리 찾아 예방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경화에 의한 고혈압성 뇌출혈이나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생활습관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흡연을 포함하여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6. 뇌졸중과 치매는 같은 병이다? 뇌졸중과 치매(癡?)는 다른 병이다. 그러나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뇌기능이 전반적으로 감소되어 치매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뇌혈관이 여러 곳 막혀 있거나, 뇌출혈이 뇌의 중요한 부위 혹은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뇌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고위기능이 마비되어 치매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와는 달리 뇌경색을 치료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고 악화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자료 제공 : 김범태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
혈압관리 필수, 뇌출혈 가족력 있다면 더욱 주의
뇌동맥류 파열과 달리 고혈압성 뇌출혈은 출혈부위, 출혈량 및 출혈양상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정도에 있어서도 어지러움증 또는 매스꺼움과 같은 경미한 증세에서부터 혼수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보통 두통을 동반하는 편측마비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언어장애, 안면마비, 감각마비 등과 같은 증상도 생긴다. 심한 경우에는 12시간 이내에 혼수상태에 빠지고, 48시간 이내에 호흡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고혈압 병력이 있는 경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출혈량이 적고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통해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할 경우에는 머리를 여는 수술(개두술·開頭術) 후 미세 현미경을 이용해 혈종을 제거하는 방법과 머리뼈에 작은 구멍을 낸 후 내비게이션 영상장치를 이용하여 정확한 출혈 부위에 혈종배액튜브를 삽입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급성출혈이므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혈압관리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운동과 식사요법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약을 처방받은 경우에는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약을 복용해야 한다. 특히 뇌출혈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보다 정확한 고혈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당뇨, 고지혈증을 가진 환자 및 비만자, 흡연자 등도 적절한 조절과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일상생활 중에 나타나는 ‘미니 뇌졸중’ 또는 뇌졸중 경보라 부르는 ‘일과성(一過性) 뇌허혈 발작(TIA)’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은 심하게 좁아진 뇌혈관에 혈액 흐름이 잠시 정체되거나 혈전(血栓)에 의해 잠시 뇌혈관이 막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10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다시 좋아지기 때문에 대부분 피곤하거나 혹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 중 3분의 1이 5년 이내에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 ▣ 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십계명 1. 담배는 미련 없이 끊을 것. 흡연자는 뇌졸중 발생률이 2~3배나 높다. 2. 술은 최대 두 잔까지만 마실 것. 술 종류와 상관없이 매일 7잔 이상을 마시면 발병위험이 3배나 높아진다. 3. 과체중을 주의할 것. 비만은 혈중 지방과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역시 발생률이 2~3배 높다. 4. 주(週) 3회 30분씩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혈액순환과 혈관 탄력이 좋아진다. 비만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5. 식습관을 싱겁고 담백하게 할 것. 과다한 소금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킨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육류도 피한다. 6.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 것. 스트레스는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인다. 7.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를 주시할 것. 40대 이상은 6개월에 한 번씩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한다. 8. 만성 질환을 방치하지 말 것.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뇌혈관기형 환자는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9. 응급상황 발생 시 3시간 내 병원으로 이송할 것. 3시간 이내에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10. 한번 발병했던 환자는 재발 방지에 노력할 것.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는 5년 내 4명 중 1명이 재발한다. 자료 제공 :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
뇌혈관질환 産災 승인은 ‘하늘의 별따기’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40대 이하 연령층이 뇌졸중에 취약해졌다는 사실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뇌혈관질환은 산업재해로 승인받는 것이 매우 어려워져 직장 근로자의 경우 재활은커녕 생계조차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한 박종훈(가명)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신(全身)마비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 집으로도 갈 수 없는 그는 산재(産災) 대상자가 되지 못해 간병비를 비롯해 적지 않은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연로한 부모님이 그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우주노동법률사무소 산재센터 이동렬 팀장은 “뇌출혈의 경우 업무상 연관성을 입증해야만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저희 회사에만 최근 1년 새 이 문제로 상담하는 전화가 100건 이상 걸려 왔습니다. 일은 할 수 없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해도 수입이 없으니 생계가 곤란해질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뇌출혈이 생겼다면 필연적으로 장애가 남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요. 환자는 점점 늘고 있는데 승인은 더 까다로워져 참 안타깝습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산재 승인은 대개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발병 직전, 그 이전과 비교해 업무시간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수치적으로 따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계산법”이라며 “달라진 업무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 강도를 단순히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영업직인 경우에는 어떻게 업무시간을 입증합니까? 자동차 세일즈맨 같은 경우 불승인 비율이 무척 높아요. 가령 차를 평상시에는 월(月) 3대 팔았는데 최근 들어 월 6대로 늘렸다면 그게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보는 식이죠. 뇌출혈뿐만 아니라 허리디스크, 비뇨기과 등 이 3대 질환은 반드시 현실적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업무와 因果관계 너무 엄격히 적용하지 말아야”
노무법인 정성의 민승기 공인노무사(公認勞務士) 역시 “산재보험법에서 뇌혈관질환을 산재처리하기 위해서는 뇌경색 및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 만성적인 과로가 입증되어야 한다”며, “그 기준 요건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입증을 한다 하더라도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차장급 이상의 실무진도 뇌출혈, 뇌경색의 산재처리 기준에 대해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2008년에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를 도입한 이후에는 뇌출혈 환자들이 산재승인을 받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 질병에 대한 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노사정(勞使政) 합의에 따라 2008년 7월 근로복지공단의 6개 지역본부에 설립한 기구다. 심의회의에는 의사, 변호사, 노무사, 대학교수 등 7명 이내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과반수 참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지난해 9월 근로복지공단이 이정선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2008년 7월∼2010년 5월까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위원회의 불승인율은 2008년 78.3%에서 84.5%로 높아졌다.
“질병 판정시 업무와의 인과(因果) 관계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산재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당시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뇌출혈의 경우 업무 수행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로 인한 과로 여부도 따져야 한다는 의료계 입장이 반영됐다. 고용노동부의 시행규칙 변경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무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제도개선 움직임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들은 “뇌혈관질환 환자들을 산재로 인정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받고 재활에 성공해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상들 1. 두 눈을 뜨고 물체를 보았을 때 물체가 잘 보이지 않거나 두 개로 보이는 복시(複視) 현상이 나타난다. 또는 한쪽 눈만 보이거나 물체가 절반만 보이기도 한다. 2. 술에 취한 것처럼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고 비틀거리면서 똑바로 걷지 못한다. 3.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문장을 바르게 구사하지 못한다. 생각대로 말이 나오지 않거나 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말을 더듬게 된다. 4.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를 한다. 아침 기상 때나 기침, 재채기 등으로 두통이 더욱 심해지기도 하며, 목 뒤쪽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5. 뇌경색의 경우 좌우 뇌 중 이상이 생기는 뇌혈관의 반대쪽 신체에 마비가 오기 때문에 대체로 몸의 절반에만 문제가 발생한다. 팔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저리듯 몸의 한쪽 감각이 둔해진다. 6 . 현기증이 나고 심하게 어지럽다. 7.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간다 자료 제공 :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
선진국에선 뇌졸중 대국민 홍보 강화 추세
뇌졸중은 치료 후 경미한 후유증만을 남기고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손상된 뇌혈관과 뇌세포는 완벽하게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스스로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아직 젊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병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에 따르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기간과 치료의 적절성을 조사한 결과, 환자들의 89.9%가 뇌경색 발병 전에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았지만 이 중 45.4%만이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병 역시 77.5%의 환자들이 기존에 진단을 받았으나 혈당을 정기적으로 조절해 온 환자는 32.5%에 그쳤다.
선진국에서는 뇌졸중에 대한 대(對)국민 홍보 등을 통해 뇌졸중 조기(早期) 치료와 뇌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보장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캐나다에서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뇌졸중의 위험을 알리는 대대적인 TV 광고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뇌졸중 초기 증상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고,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으며, 뇌졸중 환자의 비율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최근 40대 이하 연령층의 뇌졸중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대한뇌혈관외과학회도 올해부터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포스터 제작을 마쳤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어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을 비롯해 병원들도 저마다 정기적으로 뇌졸중 교실을 열어 뇌졸중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널리 알리고 있다.
뇌졸중은 예방만이 최선의 치료다. 발병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만큼 각별한 관리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 불행을 막는 길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혈관노화 현상이나 가족력에 의한 발병은 예방이 어렵지만 주요 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음주 등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 충분히 조절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제공=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도움말=인천성모병원, 강동 경희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