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스피 4000 시대’, 얼마나 계속될까

사실상 ‘반도체’가 상승세 이끌어… 다른 부분은 미진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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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는 AI 호황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이 이끄는 모습”
⊙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의 30%대 차지
⊙ 2026년 코스피 3600(한화투자증권), 3300~4000(유안타증권), 5000(KB증권) 등 전망
⊙ “한국 증시, 장기 상승장 시작… 2029년까지 8000~9800포인트까지 상승 가능”(KB증권)
⊙ “재정지출 확대는 전 세계적 흐름… 늘어난 지출 대비 성장이 나오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커질 것”(한화투자증권)
코스피가 4097.44에 개장한 11월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시스
연초 2000포인트 중반 수준이었던 코스피가 거침없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4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급격한 상승세로 인해 앞으로 주식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과, 코스피 5000 돌파도 목전에 도달했다는 낙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은행권은 주요 은행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11월 들어 일주일 만에 1조 2000억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첫주에만 개인이 7조 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지라, 은행권에서는 코스피 4000 시대를 맞아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의 전망을 들여다본다.
 
  올해 한국 증시가 경쟁국 증시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키움증권은 “미국은 2024~25년에 연간 두자릿수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강세장을 누렸는데, 한국 코스피는 2024년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 10%를 기록하며 전(全) 세계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연간 60% 넘게 폭등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고, 10월에만 15% 넘게 폭등하며 역사상 손꼽히는 강세장을 보였다”며 “4000포인트 안착에 대해서는 다들 크게 반대 의견을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문제는 내년까지 이어 갈 수 있느냐 여부”라고 분석했다.
 
  역대 코스피가 연간 50% 안팎 폭등했던 사례는 여섯 번 있었다. ‘3저 호황’을 누렸던 1986~88년, ‘IMF 직후’인 1998년, ‘닷컴 버블 초입’이었던 1999년, ‘중국발 경기 호황’이었던 2005년, 그리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등이다. 과거의 연간 코스피 폭등 사례를 보면 그해 폭등 후 다음 해 수익률 편차가 매우 컸다. 가령 1999년 닷컴 버블 초입 당시 80% 폭등한 다음 해에 마이너스 50%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과거 강세장의 공통적인 특징은 ‘시중 유동성 확대’, 즉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는 것인데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고 봤다.
 
 
  “반도체가 코스피 이익 사이클 견인”
 
SK하이닉스 주가가 10월 29일 55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일부에서는 ‘코스피 4000 시대’는 사실상 반도체가 이끌었으며, 다른 부문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유안타증권은 “코스피와 반도체 제외 코스피(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이익 제외)의 이익 사이클 간 괴리가 확인됐다”고 봤다. 2025년 11월 초순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코스피 내 이익 비중은 31.3%, 시가총액은 30.1%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전반의 이익 사이클을 사실상 이 두 회사가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이익 개선에 따라 증시 전반의 상승 사이클이 진행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승세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부문의 괴리가 분명하다.
 
  키움증권의 분석도 비슷하다. 키움증권은 “그간의 폭등에 따른 후유증 혹은 부작용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국내 증시만 봐도 9월 이후 반도체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면서 업종·사이즈 양극화가 심화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시 고점 후 반락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코스피 이익 사이클을 견인하는 것은 반도체”라고 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
 
  ‘코스피 4000 시대’의 또 다른 주역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은 34%를 넘나들며 연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미 역사적인 2000년 이후 평균지분율(33.8%)을 넘어선 수치다. 키움증권은 “외국인 수급이 목에 찼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아직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은 높은 편이라고 본다”며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으로 봤다.
 

  이런 쏠림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이 둔화하면서 품목별 차별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증시에서의 괴리 현상은 이어진다는 말이다.
 
  키움증권은 “수출은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지만 품목별 차별화가 지속되고, 주요국은 재정 우위 전략을 강화하며 통화보다 재정이 경기 대응의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봤다. 키움증권 측이 말한 바로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한국 수출 증가세 둔화는 불가피하다. 미국·중국 제조업의 대외 수요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결국 수출 회복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반도체·전기차 등 일부 품목 중심으로 제한되는 편중형 양상이 지속된다. 기계·철강·자동차 부품 등 전통 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며 수출 구조의 편향성이 심화한다. 결국 2026년에도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가 이끌 것이며, 반도체가 한국 수출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6년에도 수출은 반도체가 이끌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1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안타증권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수출, 실적 추가 도약을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증권사는 “글로벌 AI Capex 슈퍼사이클은 이제 막 태동기에 진입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센터 투자를 넘어 관련 상하방 밸류체인 전반으로 무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5년에 2025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행인 점도 있다. 반도체의 약진 속에서도 ‘한국 수출의 다변화’가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은 “미국의 4월 보편관세(10%) 시행 이후에도 세계 수출 물량은 뚜렷한 둔화 없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 세계 수입 증가율은 둔화했지만, 세계 수출은 미국 외 지역으로 확산하는 조짐이 뚜렷하다”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에도 한국 수출의 지역 다변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2020년 코로나 이후 전 세계 경제는 불균형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AI 호황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이 이끄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자형 성장은 원가 상승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간의 괴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양극화 환경에서 위쪽은 반도체, 아래쪽은 가성비를 앞세운 바이오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키움증권은 “물가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주요국은 재정 정책 중심의 경기 대응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는 신성장 산업(디지털, AI, 방위산업 등 자본·기술 집약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 가지만, 전통 제조업 부문은 부진해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전망이다. 또 내수, 서비스, 중소기업 부문은 고금리와 부채 부담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기업과 가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자산 격차가 확대된다.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할 것”
 
  문제는 반도체가 언제까지 상승장을 이끌어 줄까 하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에는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55%에 도달하며 사이클이 끝났고, 2018년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종료됐다. 2022년 언택 사이클은 코로나가 종식되며 끝났는데, 2025년 AI 사이클은 AI 침투율이 둔화할 때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키움증권의 분석이다.
 
  〈K자형 성장의 패턴은 시대마다 달랐지만 공통으로 ‘정책 완화-회복 불균형-구조적 양극화 심화’로 진행됐다. 1930년, 1980년대에는 산업 구조의 불균형이, 2008년 이후에는 자산·계층 중심의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궁극적으로 K자형 성장은 경기 회복의 불균등이 누적될 때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으로, 기술·산업·자산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패턴이다.〉
 
  성장률 평균치는 양호해 보이지만, 체감 경기와 고용 개선은 제한적이며, 금융시장에서는 성장 착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KB증권은 “내년에도 주도주 집중화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140년간 버블 장세 막판에도 ‘집중화 현상’이 반복된 바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성과 현재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으로 자금을 더욱 집중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도체가 얼마나 상승장을 이끌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KB증권은 “버블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AI가 세상을 바꿀 기술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AI 기술은 아직 범용 기술 단계다. 가령 1차 산업혁명에서 ‘증기력’은 범용 기술이었고, 약 50년 후에 제임스 와트가 이를 응용해 ‘증기기관’을 만들면서 산업혁명이 본격화됐다. AI는 1~3차 산업혁명을 넘어설 파괴력을 지녔지만, 응용 혁신으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버블은 스스로 붕괴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 붕괴를 촉발하는 ‘트리거’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KB증권은 “1920년대의 미국은 ‘광란의 20년대’라고 불렸다. 사회는 흥청망청 분위기에 빠졌고 자산시장은 투기가 유행했다. 당시 ‘청교도주의’로 무장한 미국의 위정자들이 금융 투기를 단속해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혔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과잉 긴축에 나서서 버블 붕괴와 대공황을 불러왔다.
 
  1960년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자본주의 황금기’였다. 이때는 인플레이션의 등장으로 연준이 긴축을 강화해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며 “버블 형성에는 ‘기술 혁신’과 ‘연준의 과잉 완화’라는 요인이 있었으며, 버블 붕괴는 ‘과잉 긴축’이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금은 아직 버블의 붕괴를 걱정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3低 호황’ 이후 40년 만”
 
  유안타증권은 내년의 코스피를 3300~4000포인트로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2025년에 인플레이션 속도 둔화의 기류 변화가 ‘준(準)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환경으로 확산할 것으로 봤다. 최고의 복병은 관세, 물가, 금리 불확실성을 꼽았다. 유안타증권 보고서는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증시 체질 개선 및 활성화 관련 정책 기대는 2025년 국내 증시의 기념비적 주가 상승과 급속한 멀티플 리레이팅 행렬을 촉발했다. 단 정부·여당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시장 투자자 측 드높아진 정책 기대에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지배구조, 주주 정책, 이익 체력 관련 실체적 변화는 여전히 미미하다”며 “2025년에는 환골탈태 수준으로 달라지겠다는 약속과 기대만으로 폭발적 주가·밸류 상승이 가능했으나, 2026년엔 실질적 변화와 개선으로 선(先)반영 기대치에 얼마만큼 부응할 수 있는지가 주가와 멀티플 추가 도약의 관건이 될 전망”으로 봤다.
 
  KB증권이 제시한 2026년 코스피 목표지수는 5000이다. KB 증권은 “한국 증시는 장기 상승장이 시작됐고, 2029년까지 8000~98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B증권이 핑크빛으로 보는 이유는 이번 강세장이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3저 호황(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이후 40년 만에 재현되는 장기 상승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3저 호황’은 사실 나오기 매우 어려운 조합이다. 특히 ‘달러 약세+유가 약세’ 조합이 그렇다. 유가는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해지면 유가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달러가 약한데 유가도 약한’ 조합은 매우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KB증권은 “이 어려운 조합이 40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최근 달러 약세에도 유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등 원자재 수입국의 기업 채산성을 개선한다. 지금 당장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이를 기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은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유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봤다. 공급 과잉 상태이고, 대체 에너지가 등장했으며, 원유 소비 비중이 큰 산업은 축소되고 IT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원유 공급 능력은 많이 늘어났지만 수요는 점진적으로 둔화하거나 다른 에너지로 대체되고 있다는 얘기다.
 
 
  확장재정의 득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이상민 前 의원 등 참석자들이 2024년 1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진단과 해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철수 의원실, 뉴시스
  한화투자증권은 2026년 적정 연평균 코스피를 3672포인트, 예상 폭은 3200~4000포인트로 역시 비관적으로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확장재정의 득실’을 꼬집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재명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정치 이슈와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확장재정의 근거는 충분하다. 다만 늘어난 지출 대비 성장이 나오지 않으면 득(得)보다 실(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연평균 3.9%의 명목성장(매년 2%의 실질성장)을 가정하고 있다. 성장이 2%를 밑돌면 부채 부담이 가중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2029년 국가채무와 공공 부문 부채 비율이 각각 60%, 80%를 웃돌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10월 16일 ‘재정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 10월호에서 한국의 일반 정부 부채(D2)가 2030년 GDP 대비 64.3%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49.1%, 2026년 51.6%, 2027년 53.8%, 2028년 56.2%, 2029년 58.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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