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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실장이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 심층비판

왜곡된 통계, 일방적 해석과 선동이 여과 없이 文 정부 경제정책의 經典이 되었다!

글 :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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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주장, 실상은 怪談 수준
⊙ “대기업이 움켜쥐고 있는 소득을 분배해야” 주장의 함정
⊙ ‘왜곡된 현상 진단’ ‘외곬 원인분석’이 결합된 장하성의 한국 불평등론
⊙ 경제는 생산과 분배가 적절한 화음을 내는 것인데, 분배에만 치중
⊙ 비정규직 문제는 DJ 정부 때 노조 지도자들이 ‘정치논리’로 찬성하면서 시작
⊙ 청년들이 분노해야 한다면 현실 왜곡하는 장하성의 진단과 처방에 분노해야

신장섭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박사 /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KDI정책대학원 초빙 교수. 현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 교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려대 교수 시절인 2015년에 출간한 《왜 분노해야 하는가》 표지.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행과 통계청장 경질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5년 고려대 교수 시절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출간했다. 이 책의 요지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이고, 그렇게 된 원인은 대기업이 이익을 너무 많이 갖고 가기 때문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 제대로 분노하고 혁명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상식과 너무 어긋나서 비판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2016년에 출간한 본인의 저서 《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의 결론부에서 국내에 만연한 ‘정서법’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서법에 영합한 대표적 사례로 장 교수의 책을 간단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그후 청와대 정책실장에 발탁됐고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핵심 경제이론가이자 최고위 집행자가 됐다.
 
  정부 출범 후 장 실장의 ‘철학’에 따라 1년 이상 경제정책이 집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용과 분배가 나빠진 것에 대해 그는 “최근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1일 열린 당·정·청(黨政靑) 전원회의 인사말을 통해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가운데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이제는 성장동력마저 잃게 됐다. … 배제와 독식의 경제가 아니라 공정과 상생의 경제, 소수가 부를 독점하지 않고 다함께 잘사는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장 실장을 전폭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이번 가을 정기국회를 소득주도성장을 안착시키기 위한 “100일 전투”라고까지 명명했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진영논리에 갇히면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크고 작은 경제 이슈들이 끊임없이 정쟁(政爭)거리로 비화하고 실제로 필요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면서 경제가 망가지고 국민의 삶이 피해를 입게 된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이슈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대부분 다루어져 있다. 장 실장이 경제정책의 결정과 집행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그의 생각이 당·정·청의 주요 인사들과 공유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주요 사안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고 시급하게 건설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출발점: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怪談
 
장하성 실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은 세계 최악”이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진=뉴시스
  장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해진 나라 1’과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해진 나라 2’의 두 개 장(章)을 할애하면서 한국의 ‘극심한’ 불평등을 강조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불평등도가 가장 심각하다고 결론 내린 연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세계 어디를 뒤져보아도 찾을 수 없다. 장 교수가 ‘독보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괴담(怪談) 수준이다. 초등학생이 봐도 틀리게 국제비교를 한 결과이다.
 
  장 교수의 주장은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에서 한국이 4번째로 임금소득이 불평등하다는 통계에서 출발한다. 상용 근로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최하위 10% 대비 최상위 10%의 임금비율을 비교한 수치이다. 그리고 정확한 비교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은 임시직 노동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고, 상용 근로자와 임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크다”며 따라서 “모든 노동자의 임금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상용 근로자 임금 불평등도가 가장 높은) 미국의 수준에 근접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짐작’에서 어떻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결론으로 비약했는지에 대해서는 책 본문에 아무런 설명이 없다. 단지 장(章) 제목에서 이 결론을 강조하고 책 중간중간에 이렇게 단정지을 뿐이다. 그 후에 이어지는 불평등 원인 분석과 대안은 이 비약적 결론 위에 세워져 있다.
 
  이렇게 핵심 통계를 처리하는 것은 학자로서 정직하지도 못하고 비겁한 일이기도 하다. 만약 초등학생에게 “제일 잘사는 나라 33개국 중에서 꼴찌를 했으면, 전세계 196개국 중에서도 꼴찌다”라는 문장을 주고 정오(正誤)를 O, ×로 답하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를 줬을 것이다. 정직한 학자라면 이 정도의 현상 분석을 놓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고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이 말을 제목에서 강조하고 책 중간에 사용하되, 본문의 분석에서는 설명하지 않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
 
 
  통계청장 경질 불러온 통계 왜곡(?)
 
지난 8월 30일 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칼럼 ‘장하성, 통계 갖고 장난 말라’는 과거 장 실장의 통계 분석 오류를 지적했다.
  숫자를 이렇게 멋대로 다루어서 원하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장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어서도 계속된 것 같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지난 8월 30일 게재한 ‘장하성, 통계 갖고 장난 말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장 교수는 정책실장으로 임명되기 나흘 전인 2017년 5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0년부터 2016년까지 26년간 국내총생산(GDP)이 260% 늘어날 동안 기업 총소득은 358%, 가계 총소득은 186% 늘어났다’는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하면서 ‘가계 평균소득은 90%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가계 총소득(186%)보다 가계 평균소득(90%)이 훨씬 적게 늘어난 것은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반박 자료를 내고 두 통계는 작성 범위와 개념이 달라 직접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하며, 두 수치의 차이를 가계소득 계층 간 불평등 확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정재씨는 그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장 실장이 “‘통계 장난’을 그만두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26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장 실장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 총소득은 69.6% 늘었지만 가계 평균소득은 31.8%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강조했다. 이정재씨는 “기간을 26년에서 17년으로 줄였을 뿐 똑같은 ‘통계 왜곡’을 되풀이한 것이다. 1년 전보다 죄질(罪質)이 더 나쁘다. 당시엔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엔 뻔히 알면서 했다. 학자 신분도 아니다. 이 정부의 경제철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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