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낙랑파라 시대 (김광휘 지음 | 해맞이미디어 펴냄)

1930년대 경성 예술의 불꽃과 잔향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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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경성의 예술은 어디서 시작돼 어떻게 타올랐고, 왜 그렇게 짧게 사라졌을까. 원로 방송작가 김광휘 선생이 최근 펴낸 장편소설 《낙랑파라 시대》(해맞이미디어)는 이 질문에 답한다. 소설은 한 ‘문화 살롱’(다방)의 흥망을 따라가며 식민지 경성의 문화적 최전선을 완벽하게 복원한다.
 
  이야기는 1984년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김환기 10주기 전시회에서 시작된다. 방송 작가가 김향안(변동림)을 만나면서 시간은 1930년대 경성으로 되돌아간다. 서울시청 맞은편에 잠시 존재했던 문화 살롱 ‘낙랑파라’가 무대다. 이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인 이상, 화가 구본웅, 소설가 박태원, 화가 나혜석 등 당대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경성의 거실’이었다.
 
  낙랑파라에서는 베토벤 음악이 흐르고, 서양미술과 문학, 신여성의 자의식과 식민지 현실이 교차한다.
 
  소설의 중심에는 시인 이상이 있다. 폐결핵 진단을 받은 뒤에도 예술에 집착하던 천재 시인의 병든 육체와 과열된 정신은 낙랑파라에서 가장 강렬하게 빛난다. 나혜석과의 대화, 구본웅과의 교류는 이상에게 예술적 자극을 주지만 동시에 파국의 속도를 높인다.
 

  또 하나의 축은 변동림과 김환기다. 이상과의 격정적인 사랑, 이후 김환기와 이어지는 인연은 개인사를 넘어 한국 근대문학과 미술사의 흐름으로 확장된다. 김환기는 경성과 도쿄를 오가며 조선의 미와 서양 추상을 결합하는 자신의 미학을 정립해 간다.
 

  《낙랑파라 시대》는 한 살롱의 운명을 따라가며 식민지 경성의 문화적 최전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최전선에 왜 늘 아픈 천재들(이상), 단단한 여성 예술가들(나혜석·변동림), 그리고 그들을 기록한 예술지향적 남성들(구본웅·홍종인·이순석)이 있었는지, 또 그 모든 것이 왜 짧게 타오르다 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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