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영화 관객 2019년 2억 명 →올해 1억 붕괴 위기

“영화에서 특색 사라지고, ‘쓰는 배우만 쓰는’ 상황”(이정향 감독)

  • 글 :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1oo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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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연간 입장객 (추정) 8300만 명… 2019년보다 절반 수준도 안 돼”(신한식 한국영화관산업협회 본부장)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OTT 플랫폼으로 대체되면서 관객의 ‘눈’ 높아져”(최순식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
⊙ “OTT 플랫폼에서 영화 개봉 하기도”(권수경 영화감독)
⊙ 영화관에서 ‘K-POP 콘서트 송출’하거나 ‘스포츠 경기 중계’… 체험형 전시장이나 아이스링크장으로 쓰기도
⊙ “홀드백 법제화된 프랑스에서는 24년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19년 매출과 비교해 95.2% 회복”(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
사진=조선DB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NETFLIX)에서 공개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국의 K-POP을 소재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담아낸 〈케데헌〉은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미국의 영화 리뷰 사이트)에서 신선도 97%, 관객 호응 91%를 기록했다. ‘K-POP 걸그룹이자 퇴마사인 주인공들이 저승사자 남성그룹으로부터 팬들을 지켜낸다’는 신선한 설정도 흥행에 한몫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남산서울타워와 한국 요리 등을 선보임과 동시에 사인검(四寅劍),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기와집 등 한국의 전통문화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특히 〈케데헌〉 속에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조선 시대 후기에 유행했던 민화 속 호랑이)를 모티프(motif·영감)로 한 캐릭터는 ‘열쇠고리’와 ‘인형’ 등으로 상품화돼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에 수록된 OST(Original Sound Track) 곡 중 하나인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Billboard·미국의 음악 잡지)의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2주 연속 2위를 차지했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는 정상을 차지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적 감성을 매우 훌륭하게 표현한 영화’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는 없지만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케데헌〉은 한국 영화로 보기 어렵다. 〈케데헌〉을 제작한 회사는 ‘컬럼비아 픽처스(Columbia Pictures Industries)’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Sony Pictures Animation)’이다. 배급은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담당했다. 〈케데헌〉의 감독 역시 한국계 캐나다인인 ‘메기 강’과 미국인인 ‘크리스 아펠한스’가 맡았다. 사실상 ‘한국 정서가 가득한 할리우드 영화’에 더 가깝다고 보는 이유다.
 
 
  〈케데헌〉의 역설
 
  역설적이게도 현재 〈케데헌〉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한국 영화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케데헌〉은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배급하고 있는 영화다. 이는 관객들이 〈케데헌〉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OTT(Over-The-Top) 플랫폼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화지만,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 영화’인 셈이다. 이미 OTT 플랫폼이 활성화된 한국에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얘기지만, 한국 영화 산업 종사자들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OTT 플랫폼 등장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감(急減)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한국 영화의 허리인 ‘중견급 영화’없어져”
 
최순식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 사진=이데일리
  최순식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KFPA) 이사는 먼저 영화 〈쉬리〉 (1999)를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연 작품으로 평가했다.
 
  “1990년대 당시 개봉한 한국 영화는 50만 명만 넘어도 큰 화제였어요. 근데 〈쉬리〉는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6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였어요. 〈쉬리〉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올라갔죠. 실제로 〈쉬리〉 개봉 이후 지금 젊은 세대도 한 번쯤은 들어본 영화들이 대부분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경비구역 JSA〉(2000), 〈올드보이〉(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은 다 이때 만들어진 영화잖아요. 당시 영화판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그때의 향수(鄕愁)가 있죠. 제가 생각해 봐도 2000년대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습니다.”
 
  ― 하지만 동시에 침체기를 경험했던 시기 아닙니까.
 
  “그 말도 맞아요. 영화가 잘되니까 영화 종사자들이 영화의 질(質)이 아니라 양(量)에 집중해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2000년대 중·후반이 딱 그랬어요. 소위 말해 ‘영화를 마구 찍어내던 시절’도 있었던 거죠. 물론 당시에도 양질의 작품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스타성을 앞세워서 만든 영화들이 너무 많았어요. 스토리도 연출도 모두 엉터리인데 일단 출연하는 배우에 대한 인지도는 있으니까 그걸로 밀고 나간 거죠.”
 

  ― 그렇다면 2000년대를 ‘황금기’라 보기에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요.
 
  “그때는 그래도 좋은 ‘작품성’으로 승부를 보면 극장에서 곧잘 먹혔습니다. 당시 영화판에 있던 관계자들도 다 알아요. ‘우리가 영화를 잘 만들기만 하면 관객은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다’라고 자신했어요. 잘 만든 영화와 흥행은 하나의 ‘공식’과도 같았으니까요. 지금도 가끔은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 제가 제작을 맡았던 영화 〈어린 신부〉(2004)도 그 시절에 만든 영화인데, 당시 근영이(배우 문근영)가 ‘국민 여동생’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이 되기도 했죠.”
 
  최 이사는 현재 한국 영화의 문제로 ‘중견(中堅)급 영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가 만들었던 〈어린 신부〉의 총제작비는 41억원으로 소위 말하는 ‘중견급 영화’였다. ‘중견급 영화’는 한국 영화에서 신인배우 및 감독들의 등용문(登龍門)이 될 수 있는 규모지만 지금은 그런 영화 자체가 사라졌다. 말 그대로 ‘독립영화’나 ‘대작(大作) 영화’만 제작하려는 추세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 영화의 허리가 무너진 상황과도 같다”라며 한탄했다.
 
 
  “OTT를 과소평가”
 
지난 2016년 11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형〉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도경수(왼쪽부터), 박신혜, 권수경 감독, 조정석. 사진=뉴시스
  영화 〈맨발의 기봉이〉(2006), 〈형〉 (2016)을 연출한 권수경 영화감독은 중견급 영화가 사라진 이유로 ‘OTT의 한국 진출 후 상황’을 꼽았다.
 
  “냉정히 말하면 OTT의 한국 진출 자체가 한국 영화 산업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기간 동안 영화 산업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단적인 예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많이 줄었어요. 오후 10시 이후 영화관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했던 기간도 있었고요.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영화 관람객의 다수가 ‘OTT 플랫폼’으로 이동한 겁니다. 당시 영화 제작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한 영화를 개봉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은 거예요. 결국 OTT 플랫폼에서 최초 개봉을 하는 상황마저 발생했죠.”
 
  지난 2020년 개봉한 영화 〈사냥의 시간〉이 권 감독이 말한 대표적 사례다. 〈사냥의 시간〉은 순제작비 90억원, 홍보·마케팅 비용 27억원 등 총 117억원이 투입된 영화다.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에서 개봉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사냥의 시간〉) 후반 작업이 미뤄지며 개봉이 이미 밀린 상태였다”며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과 외부 투자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언제까지 미룰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순식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영화 산업은 OTT 플랫폼을 단순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로 과소평가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전세가 역전된 측면도 있는데, 솔직히 OTT 플랫폼의 저력을 예상치 못한 면도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OTT 플랫폼에 우리가 적응하면서 한국 영화 산업에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 기준 자체가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따지고 보면 OTT 플랫폼은 전 세계의 영화·드라마가 다 모이는 각축장(角逐場)과도 같아요. 상당히 수준 높은 콘텐츠가 가득하다는 말입니다. 반면 한국 영화는 대다수가 내수용(內需用)으로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근데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부재한 영화관의 역할을 OTT 플랫폼으로 대체하면서 자연스레 ‘눈’이 높아진 거죠.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딱 하나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이거죠.”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다”
 
이정향 감독. 사진=조선DB
  ― 결국에는 자본의 중요성으로 직결되는 거겠죠.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입니다. 단순 돈으로 승부를 보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대작 영화는 모두 성공해야지요. 수백억대 제작비를 들이붓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해요. 제가 말하는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말하는 겁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1998), 〈집으로〉(2002)를 연출한 이정향 영화감독은 극장 관객 수가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로 “말 그대로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다. 영화관으로 향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색이 많이 사라졌어요. 예전에는 딱 영화를 보고 오랫동안 잔상(殘像)이 남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감동이 뚜렷했죠.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가 많죠. 그런 영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은 들죠. 이미 OTT 서비스에 익숙한 관객들은 이제 ‘오락영화 정도는 OTT 플랫폼에 공개되면 그때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또 현재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배우들만 보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대다수입니다.
 
  소위 말해 ‘쓰는 배우만 쓰는’ 거죠. 문제는 자연스레 배우들도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신인배우의 발굴도 더욱 어려워지고요. 한국 영화 산업은 침체기인데 역설적으로 영화 제작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근데 또 요즘 배우들은 단독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보다 공동 주연을 더 선호한대요. 배우들도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거죠.”
 
  이 감독도 현재 차기작을 준비 중이지만 녹록지 않다. 영화투자사를 비롯한 OTT 업계는 그가 쓴 시나리오의 작품성 자체는 호평(好評)하면서도 영화 투자에는 난색을 표했다. 업계의 입장에서 그의 시나리오는 현재 영화 업계가 지향하는 ‘안정적인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으로 있는 그는 “정부의 영화 제작비 지원을 받기 위해 영진위 위원직을 사퇴할까 고민도 해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5월 전국 입장객은 3479만 명, 전년 대비 32.6% 감소”
 
  이쯤에서 누군가는 ‘이미 한국 영화는 충분히 양질의 작품을 만들고 있지 않으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지난 2019년 봉준호(奉俊昊)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했고 박찬욱(朴贊郁)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은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의 위상 자체로 보자면 전례 없는 ‘상승세’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엔데믹(endemic)’ 전인 2022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2년 한국 영화 산업 주요 부문의 매출 합은 1조7064억원으로 세계 극장 시장에서 매출 규모 7위를 차지했다. 겉으로 볼 때는 꽤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영화계 인사 대부분이 우려하는 한국 영화 산업 앞에 놓인 진짜 문제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극장 매출액은 32조5189억원으로 2019년 대비 60.3%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54.7%(약 1조1602억원)에 그쳤다. 그렇다면 작년에는 어땠을까. 2019년 대비 2024년의 회복세를 비교해도 53.3%에 불과했다. 신한식 한국영화관산업협회 본부장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한국 영화 산업 매출액 및 관객 수 현황은 더 악화됐다”고 말한다.
 
  “5월 전국 입장객은 3479만 명 정도로 전년 대비 32.6% 감소한 상태입니다. 전체 영화관 매출도 25년 1~5월 기준 3340억 정도로 24년 대비 33.4%나 감소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올해 연간 입장객을 추정하면 8300만 명 수준으로 2019년도 관람객 2억 명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 관객 자체가 없으니 영화 제작도 어려운 거군요.
 
  “맞아요. 영화 제작 자체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장르에 따라 다 다르지만 평균 영화 제작 기간은 24개월 정도입니다. 소위 말하는 대작 영화는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요. 이 말은 최소 2023년부터 제작을 준비해야 올해 즈음 영화 개봉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벌써 올해 8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개봉할 수 있는 영화와 당장 내년에 개봉할 수 있는 영화는 잘 준비해 한국 영화 관객 수 회복을 도모해야겠지요.”
 
 
  봉준호 신작 〈미키 17〉, 공개 한 달여 만에 OTT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극장이 주는 생생한 경험’을 강조하는 할리우드 영화 감독 중 한 명이다. 사진=뉴시스
  영화 〈다크나이트〉(2008),〈인셉션〉 (2010), 〈덩케르크〉(2017), 〈오펜하이머〉(2023)를 만든 거장(巨匠)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은 지난 2020년 3월 20일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한 편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곳(극장)은 수많은 ‘관객’이 친구, 가족과 저녁 나들이를 즐기고 또 ‘극장 관계자’들이 관객과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며 대접하는 즐거운 만남의 장소”라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작품은 이 같은 극장 관계자들과 ‘극장 관계자들을 환대하는 관객’들 없이 결코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놀란 감독의 말대로 현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주요 극장 3사들은 현재 ‘관객들의 환대’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먼저 CGV의 경우 ‘VFX(Visual Effects·시각효과) 신(新) 상영 기술’로 대표되는 ‘IMAX’ ‘4DX(오감 체험형 상영)’ ‘SCREEN X(세계 최초 3면 상영관)’는 물론 영화 관람 전후로 고급 다이닝(dining·식사)이 제공되는 ‘시네 드 셰프’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단순 영화뿐만 아니라 K-POP 콘서트의 공연을 영화관 내에서 동시 송출(送出)하거나 주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기도 한다. 또 영화관 내 클라이밍짐(climbing gym)과 만화카페, 볼링펍(bowling pub) 등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 영화관 자체를 하나의 ‘체험형 공간’으로 개조하고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마찬가지다. 롯데시네마는 ‘라이브 시네마’라는 이름으로 지난 2024년 6월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상영관을 개조해 관람객이 ‘직접 체험 가능한 이야기 속 배경’으로 활용 중이다. 평균 이용률도 94%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말의 경우 전 회차 매진 기록도 세운 바 있다. 롯데시네마는 2023년 6월에는 ‘랜덤 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체험형 전시 브랜드’도 운영했다. 올해 6월에는 합정 ‘랜덤 스퀘어 갤러리’를 오픈 후 새로운 테마로 전시공간을 운영 중이다. 메가박스 역시 킨텍스 상영관 내 1관을 아이스링크장으로 만드는 등 영화관 공간 자체를 활용해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하지만 극장사의 이러한 사업은 영화관의 활성화를 위한 부수적인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영화 상영’이 중요하다. 현재 극장사는 ‘홀드백(hold-back) 제도화’로 영화 산업 생태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쉽게 설명해 홀드백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OTT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인데 아직 한국에서는 ‘이 기간’에 대해 명확히 제도화된 부분이 없다. 실제로 영화 〈비상선언〉(2022), 〈승부〉(2025)의 경우 극장에서 200만 관객을 넘은 영화지만 OTT 플랫폼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린 기간은 각각 ‘5주’와 ‘6주’에 불과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미키 17〉(2025)도 공개 한 달여 만에 OTT 플랫폼으로 향했다.
 
 
  “홀드백, 영화 산업 발전 위한 최소한의 요건”
 
  그렇다면 홀드백은 단순 극장의 ‘안정’을 위한 제도일까.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의 의견이다.
 
  “궁극적으로 홀드백은 ‘고객’을 위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고객은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를 ‘내부 고객’,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외부 고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내·외부 고객이 함께 만족하고 최대 수익을 얻고 재투자함으로써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은 ‘홀드백 정상화’가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홀드백을 제도화한다고 해서 영화 산업이 곧바로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됩니다. 홀드백이 법제화된 프랑스에서는 2024년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과 비교해 95.2% 회복됐습니다.”
 

  황 담당자의 말대로 프랑스의 경우 자국 영화 콘텐츠에 대한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홀드백을 법제화하여 운영 중이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OTT의 개봉 시점을 극장 개봉 후 36개월로 설정했다. 예외는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 SMAD(OTT·VOD 서비스 규제) 법령 개정으로 홀드백을 17개월로 단축했는데 자국에 진출한 OTT 플랫폼이 ‘프랑스 영화 산업에 투자할 때’ 적용이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매년 프랑스 영화 산업에 550억 투자를 조건으로 홀드백을 15개월로 줄이기도 했다.
 
  이는 소위 말하는 ‘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보통 홀드백 기간으로 미국은 3개월, 호주는 4개월, 일본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영국은 최소 7개월에서 최대 25개월, 독일은 1년을 홀드백 기간으로 두고 있다. 실제 2019년 대비 2024년 미국의 경우 매출의 73.3%가 회복됐고 영국은 79.3%, 호주는 81.5%, 일본과 독일은 90% 넘게 매출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 영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단순 수익을 위해서라면 해외 영화를 수입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있을 텐데 우리 영화 배급사들은 왜 한국 영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한 극장 관계자 A씨의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 가까이 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를 포함해 대한민국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해요. 인구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절대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 시장이 가진 특색 자체는 너무나도 뚜렷해요. 비록 지금 당장은 한국 영화의 정체기일 수는 있지만 이미 전 세계는 ‘한국의 정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제는 ‘세계적인 문화강국의 면모’가 보인다는 거죠. 지금은 더 큰 발전을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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