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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한국 문화에 뿌리가 없다

유희열과 BTS, 한국 문화에 독창성 있나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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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항아리, 반가사유상, 대취타… 한국 전통문화 천착하는 BTS
⊙ ‘표절가요집’ 낸 일본 가요계, 한국 가요계는 표절 부인 중
⊙ 백순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프랑스엔 샹송, 이탈리아엔 칸소네, 한국도 고유 음악 지칭하는 장르명 필요하다”
⊙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 “엄청난 양의 습작이 쌓이면 어느 순간 독창성이 알을 깨고 나온다”
지난 6월 14일 BTS는 유튜브를 통해 단체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Bangtantv캡처
  지난 6월 14일은 여느 때와 좀 다른 6월 14일이었다. 한국 문화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할까. 이날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일단 BTS가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발표했다. 멤버들은 유튜브 영상에서 고민을 털어놨다.
 
  리더 알엠(RM)은 “K팝과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 번도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작업한 적이 없다.”(슈가)
 
 
  전통에 천착하는 BTS
 
달항아리를 안고 있는 RM의 2019년 모습. 사진= BTS 트위터
  병역 문제 탓이다, 팀 내 불화다, 여러 추측이 나왔다. 글쎄, 추측이 필요할까. 멤버들이 직접 한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BTS 멤버들의 평소 행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리더 RM은 올해 1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전시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방문했다. 그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굿즈가 순식간에 품절되기도 했다. RM은 지난해엔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를 구입했다.
 
  다른 멤버인 지민은 지난 7월 열린 구글 스트리트 갤러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홍도의 〈무동〉을 선택, 구글이 가상공간에 전시했다. 슈가는 어거스트디(August D)라는 이름으로 2020년 5월 ‘대취타’를 발표했다.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었다. 행진곡풍 군례악(軍禮樂)인 대취타를 샘플링했다. 정국은 생활한복을 입은 ‘공항패션’을 선보여 BTS의 팬들인 아미(army) 사이에서 생활한복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이 한국 전통문화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단지 홍보나 이미지를 위한 상업적인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뿌리’를 갖추려는 본능적인 몸짓이 아니었을까. BTS가 뿌리 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말이다.
 
 
  유희열 표절 의혹
 
2018년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 사진=조선DB
  같은 날인 6월 14일 싱어송라이터 유희열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표절 논란 때문이었다. 유희열은 지난해 9월 ‘아주 사적인 밤’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이 음악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아쿠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특히 영화음악으로 유명하다.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1983년), 〈마지막 황제〉(1987년)가 대표적이다. 골든 글러브와 그래미상 수상자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도 탔다.
 
  음악에서 표절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느 시대, 어느 문화권에서든 표절은 존재한다. 중요한 건, 표절에 대한 당사자와 사회의 태도다. 유희열 측의 대응은 흥미롭다. 유사성 지적을 받고도 처음엔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공개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하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의 한 대목이다.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되었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월 20일 언론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이 보도됐다. 유희열 측에서 배포했다.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카모토의 입장이 일제히 보도된 직후인 6월 22일, 유희열은 다시 입장문을 냈다.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철학과 배려가 담긴 편지를 받은 후 위대한 예술가로서, 그리고 따뜻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저 자신이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해당 곡이 실린 LP 발매도 취소하겠다고 했다.
 
 
  30여 곡에 표절 의혹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표절 사태는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우선 단순히 한 곡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희열이 음악 활동 초기부터 타인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30여 곡이 거론됐다.
 
  예를 들어 유희열이 작곡하고, 성시경이 부른 ‘안녕 나의 사랑’(2008년)은 일본 뮤지션 마키하라 노리유키의 ‘그린데이즈(Green days)’(2007년)와 비교된다. 두 음악을 붙여서 재생하면, 유튜브의 AI가 같은 곡으로 인식할 정도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유희열이 만들고 성시경이 부른 ‘해피 버스데이 투유(Happy Birthday To You)’(2002년)는 일본 뮤지션 다마키 고지의 ‘해피 버스데이 아이가 우마레타(HAPPY BIRTHDAY~愛が生まれた~)’(1998년)와 유사하다고 지적된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이른바 ‘입장’이 언론 배포용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는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유희열에게 보낸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적인 편지였다는 것. 결국 유희열은 원곡자의 사적인 배려를 언론에 흘린 다음, 다시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감사 및 반성을 했단 얘기다. 북 치고 장구 치며 스스로 ‘면죄부’를 발부한 셈이다.
 
  사카모토 측은 유희열 측이 동의 없이 편지를 공개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애초 표절 문제를 제기한 도희서 시인에 따르면 사카모토 오피스는 편지 공개를 두고 유희열 측에 경고했다고 한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직장암 4기 투병 중이다.
 
 
  표절과 저작권 침해
 
  유희열 표절 논란이 주목할 만한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유희열 측은 대중을 기만했다. 원곡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공개적으로 ‘셀프 죄 사함’을 받은 건 차치하자. 유희열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교묘히 섞어서 사용했다.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표절(剽竊)은 타인의 아이디어 등을 자신의 저작물처럼 표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의할 점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닌 것들을 베껴도 표절이란 점이다. 예를 들면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따로 명기(明記)하지 않고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를 그대로 베껴서 발표하면 표절이다. 표절이 윤리적 범주에 속하는 이유다.
 
  저작권 침해는 동의 없이 원작자의 저작물을 갖다 써서 말 그대로 원작자의 권리에 피해가 생긴 걸 뜻한다. 법률적 용어다.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친고죄(親告罪)다. 원작자가 법적 조치를 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유희열-사카모토 류이치의 경우를 보면, 표절은 일어났고 저작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사카모토 측이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했지만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선의(善意)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고, 윤리적 책임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
 
  유희열의 입장문을 읽어보면 마치 윤리적 문제는 전혀 없는 듯 보인다. ‘무의식적 영향’이란 표현에는 의도하지 않았으므로 윤리적인 책임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보면서 여전히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갑니다’는 대목을 보면 도덕적 책임을 ‘부족하고 배울 게 많다’는 표현으로 때우고 넘어간다.
 
  둘째, 한국 대중음악계의 허약함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다른 가수들의 표절 논란도 많았는데 왜 유희열만 갖고 난리냐’며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럼 유희열이니까 대충 넘어가야 한다는 뜻인지 잘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번 사태를 키운 건 유희열 측이다.
 
  이번 일에 유독 분노하는 이들은 대부분 30대와 40대들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친 이들의 학창 시절은 유희열과 토이(Toy), 이적, 윤상 등 그 또래 가수들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이들은 기존의 가요와 좀 다른 세련된 음색으로 사랑을 받았다. 토이는 유희열이 곡을 만들고 객원 보컬이 참여하는 1인 그룹이다.
 
  특히 유희열은 ‘서울대 작곡과 출신’이 후광 역할을 했다. 학벌도 좋은 데다, 여러 장르에 능하다며 천재 뮤지션으로 불렸다. 이런 뮤지션이 자신의 표절에 대해 내놓은 변명이 ‘무의식적 영향’이다.
 
  유희열의 음악과 작곡 스타일을 잘 아는 팬들은, 유희열이 사과문에서 ‘무의식’을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 무의식이라기엔 유희열은 자신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얘기를 했다. 그가 2008년부터 3년 6개월가량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KBS 〈라디오 천국〉)에는 그가 ‘영향받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여러 번 흘러나왔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물론 그룹 토토(toto) 등이다.
 
  토이 6집에는 유희열이 직접 쓴 수록곡 설명이 실려 있다. 이런 식이다. ‘나는 달 - 토이가 할 수 있는 모던록 스타일의 곡. 쿠루리처럼 좀 거칠게 가볼까도 했는데 아직은 좀 소심해서 속도감만 담아봤네요.’ 여기에 등장한 쿠루리(Quruli)는 일본의 인기 록밴드다. 역시 유희열이 표절한 걸로 의심되는 뮤지션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도덕적 해이’

 
  무슨 얘기인가 하면 ‘무의식’이라고 변명하고 넘어가기엔 그는 자신이 누구의 어떤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거다. 2008년에 《GQ》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메이저 뮤지션치곤 음악을 안 가리고 듣는다는 거다. 한 음악의 여러 갈래를 들은 뒤 장르 전체의 관습적인 특징을 마스터한다. 특징적인 요소를 잡아내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한 곡으로 농축하는 게 내 욕심이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일단 그가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건 알겠다.
 
  MBC 〈100분 토론〉이 7월 5일 이번 사태를 주제로 다뤘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이렇게 말했다. “논란이 제기된 곡을 들어봤는데 한 8마디 정도가 똑같았다. 그 점이 아이러니하다. 보통 표절을 하려면 멜로디를 한두 마디 변형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표절하려는 의도가 보이고 흑심이 보인다. 다른 예전 노래들도 표절 논란에 오르내리는데 이게 병이라면 치료되기 전에 너무 방관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도 같은 얘기를 했다. “유희열은 작곡을 전공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졌다는 건 객관적으로 양심, 의도를 얘기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납득이 안 간다. 충분히 알 사람인데 이렇게 된 건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의식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미국 음악계는 유사성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스튜디오 밖으로 내보내기 전까지 계속 검색을 해본다.”
 
 
  안테나의 내로남불
 
  유희열이 대표로 있는 안테나뮤직은 작은 기획사가 아니다. 지난해 5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39억원을 들여 안테나뮤직을 인수했다. 그런 대형 기획사가 ‘영향과 표절은 다른 문제’라는 해명을 내놨다.
 
  정작 자신들이 반대 상황에 있을 때는 태도가 달랐다. 2014년 영화 〈수상한 그녀〉의 OST 수록곡 ‘한번 더’가 밴드 페퍼톤스의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의 표절곡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페퍼톤스 측은 당시 이런 입장을 밝혔다.
 
  〈두 곡의 장르적 유사성을 논하기엔 표절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을 결정했다. 음악계에서 이 같은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끝까지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다.〉
 
  페퍼톤스의 소속사가 바로 안테나뮤직이었다. 〈수상한 그녀〉 음악감독 모그는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장르적 유사성은 있으나 명백히 다른 주선율을 가졌다. 창작곡이 맞다.’
 
  이런 상황에서 유희열은 7월 18일 다시 입장문을 냈다.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재차 표절을 부인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유희열이 쏘아 올린 공은 이적 등 다른 가수로도 향해가고 있다. 이적이 2013년 발표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2013년)은 브라질 가수 라이문도 파그네르의 ‘루비 그레나(Rubi Grena)’(1995년)와 유사하다고 지적됐다. 표절 의혹에 대해 이적은 소속사인 팜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렇게 답했다. ‘표절이 아니다. 의혹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
 
  이적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지만 대중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조회수 몇백 번에 불과했던 브라질 기타리스트의 유튜브 영상은 이번 논란에 힘입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에서 ‘Rubi Grena’를 검색하면 나온다.) ‘이적 덕분에 좋은 곡을 알게 됐다’는 감사 댓글이 영상마다 수백 개씩 달려 있다.
 
  셋째, 이번 사태로 한국 가요계에 퍼져 있는 관행, 일명 레퍼런스(Reference) 작곡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레퍼런스는 ‘참조’라는 뜻이다. 레퍼런스 작곡은 말 그대로 특정 곡을 참조해 작곡하는 걸 뜻한다. 단순히 멜로디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곡의 느낌과 스타일을 참조한다.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은 과거 방송에서 “실제 작곡을 하면서 이 같은 방법을 쓰면 안 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카피하면서 음을 바꿔 부르는 것을 통해 작곡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김태원은 레퍼런스 작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8마디, 2마디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화 음악을 들으면 영화 한 편 전체가 생각나듯 그 곡의 분위기 감성 전체를 가지고 왔다면 그건 레퍼런스가 아니고 그 곡에 너무 깊이 빠진 거다.”
 
  이번 사태가 음악 종사자들이 레퍼런스 작곡이 맞는지, 유사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도둑가요집’ 낸 일본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GOD ‘어머님께’의 저작권 정보.
  사실 이전에도 가요계의 표절 논쟁은 매우 잦았다. 지오디(GOD)의 데뷔곡 ‘어머님께’는 애초엔 박진영이 만든 노래로 발표됐다. 아마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는 이가 많을 터다. 이후 미국의 래퍼 투팍(2PAC)이 부른 ‘Life Goes On’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곡·작사가에서 박진영의 이름이 빠졌다. 지금은 투팍 등 외국 음악가들이 저작권자로 올라가 있다. 박진영은 편곡자로 등록되어 있다.
 
  이승철의 ‘소리쳐’(2007년)는 가레스 게이츠의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와 유사하다고 지적받았다. 당시 이승철은 표절이 아닌 인용이라며 부인했다. 어쨌거나 당초 앨범 재킷에는 ‘작곡 홍진영’이라 표기되어 있었다. 현재 저작권협회에는 ‘작곡 REID, ELOFS, 작사 홍진영, REID, ELOFS’로 등록되어 있다.
 
  이승철의 또 다른 노래도 표절 의심을 샀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1990년)가 일본 그룹 카시오페아의 ‘미 에스페레(Me Espere)’(1987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는 음악저작권협회에 여전히 이승철 작사·작곡으로 등록되어 있다.
 
  왜 유독 일본 음악이 표절의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어왔을까. 두 가지 이유일 터다. 정서가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일본 음악을 한국에서 듣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일본 음악은 2004년 1월 1일에야 개방됐다. 이전까지 일반인은 일본 음악을 듣기 힘들었다.
 
  사실 일본 음악계도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인기를 얻은 일본 노래 중 여러 곡이 미국과 영국 등 서양의 음악을 표절한 걸로 드러났다. 이때 일본 음악계는 어떻게 표절 문제에 대처했을까. 정면 돌파를 했다. 일본의 가요윤리위원회는 1987년 《도로보가요곡()》이라는 책을 냈다. 도로보는 도둑이란 뜻이다. 표절곡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한국 음악 뜻하는 용어 필요
 
백순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사진=조선DB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건을 굳이 기술한 건,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한국 문화에 독창성은 있는가.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K-컬처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고 있는가.
 
  백순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 이사장은 ‘케이팝(K-pop)’이라는 용어에 의문을 제기한다. 백 이사장은 ‘4월과 5월’로 활동한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한국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조차 없는 건 문제”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프랑스엔 샹송이 있고, 이탈리아엔 칸소네, 포르투갈엔 파두가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엔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장르가 없을까요. 서도밴드라는 밴드는 우리나라의 뿌리가 무엇인지 모색하더군요. ‘조선 팝’이라 부르던데, 바로 그런 시도입니다. 조선 팝보다는 순우리말이 좋겠지요. ‘아랑’ 같은 고유어를 쓸 수도 있고요.”
 
  서도밴드는 국악과 팝을 접목한 ‘조선 팝’을 표방한다. 가요와 판소리 창법을 넘나드는 보컬에 양악기와 국악기가 만났다. 백 이사장은 한국 문화의 뿌리가 빈약하다며 우려했다.
 
  “관광객들이 포르투갈에 가면 파두는 꼭 듣고 갑니다. 작은 카페에서도 웨이트리스가 파두를 불러주죠. 우리에겐 아리랑 같은 명곡이 있잖아요. ‘한국에 가면 아랑 음악을 들어봐야 해’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악, 교과서에서 빠질 뻔
 
  그렇다면 한국 문화의 뿌리 어디쯤에 해당할 국악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 5월 국악계가 들썩였다. 교육부가 지난 4월 공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 때문이었다. 교육 목표를 의미하는 성취 기준 항목에서 국악 관련 내용이 빠졌다. 성취 기준은 학교 수업과 평가, 교과서 편찬에 있어 윤곽에 해당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성취 기준에 국악 관련 내용이 6개 항목이 있었다. 그 결과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서 국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가량이었다.
 
  국악계는 크게 항의했다. 이영희(가야금 산조)·신영희(판소리)·안숙선(가야금 병창) 등 국악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 12명이 모여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교과서 개정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로 공통점이 없는 체육, 음악, 미술 교과를 하나의 연구로 통합해 4000만원의 적은 용역비로 고작 6개월 동안 수행된 졸속 연구”라며 “연구진 또한 서양음악 전공 4명과 국악 전공 1명으로 구성돼 편향된 시각으로 시안이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가수 송가인까지 나서자 반향이 커졌다. 결국 교육부는 개정안을 보완하기로 했다.
 
  홀대당하는 국악이, 어찌 된 일인지 국제무대에선 K-컬처의 대표 선수 중 하나로 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한국 관광 홍보 캠페인 영상은 큰 화제가 됐다.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다. 서울, 부산, 목포, 안동 등 한국 곳곳을 배경으로 이날치 밴드의 음악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이 어우러져 있다. 이 시리즈만 합해도 유튜브에서 3억 번 가까이 조회됐다.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를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한 노래들을 발표해왔다. ‘범내려온다’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한국 음악계엔 전통에 발을 딛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고 있는 음악가들이 많다.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 같은 경우다. 서양의 클래식을 공부한 임동창은 어느 날 전통음악 ‘수제천’을 만난다. 수제천은 민속악인 ‘정읍사’를 조선 시대에 관악합주곡으로 편곡한 곡이다. 수제천을 재료로 14개월 동안 작곡을 한다. 그런 후 그에게 영감이 떠올랐다. ‘허튼가락’이다.
 
  한국 음악의 독창성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베토벤 이야기를 꺼냈다.
 
  “베토벤의 습작노트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베토벤의 작품들과 완전히 다르다. 그런 노력을 해서 자기를 찾은 거다. 축적이 되면 어느 순간 독창성이 알을 깨고 나온다.”
 
 
  임종 직전인 한국 書藝
 
  어떻게 보면 국악은 운이 좋은 편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등 시위에 나설 구심점들이 있었고,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명시적 사건이 벌어져서다.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국악교육 개정안 사태를 지켜보며 ‘통한(痛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국악계가 부러워서다.
 
  한국의 서예(書藝)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대중의 인지도와 선호도로 보면 이미 바닥을 친 듯하다. 임종(臨終) 직전이다. 작년 여름 미술 경매(옥션)에 가서 박영효의 글씨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박영효는 조선 말기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다. 큐레이터가 다가와 친절히 조언을 했다. “서예 작품은 사봤자 돈이 안 되니 그림을 사세요.”
 
  추상서예가 노상동에게 서예의 몰락을 물었다. 그는 서(書)의 본령(本領)에서 출발해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며 서예의 현대화를 모색 중인 서예가다. 서예가 이렇게 된 데에 그는 두 가지 원인을 들었다.
 
 
  20대의 88% 한자 문맹
 
  첫째, 한문이 일상에서 배제됐다. 둘째, 서예를 현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한문이 일상에서 사라진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무운(武運)’이란 단어가 화제가 됐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무운을 빈다’고 했다. 한 방송기자가 이를 보도하며 무운을 ‘운이 없다(無)’는 뜻으로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한자 문맹’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조선일보》가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20대 10명 중 9명(87.6%)은 ‘한자를 몰라 불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30대 중에서는 82.8%였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야반(夜半)도주를 ‘야밤도주’로, 무난(無難)하다를 ‘문안하다’로 쓰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김구 선생이 암살됐다’는 글을 읽은 대학생이 ‘김구 선생이 암(癌)에 걸려 죽었냐’고 묻더라는 증언도 있다. 이 경우는 국사 교육 부실과 한자 교육 부재가 합쳐진 참사로 추정된다.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 한국 사회의 ‘형식적 문맹률’은 매우 낮지만, 한자를 몰라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지는 ‘실질적 문맹률’은 높다고 본다”며 “한글 전용 사회라 하더라도 어문 생활을 풍부하게 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는 중·고등학교에서 선택 과목으로 한문을 가르쳤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 한문이 학교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없던 일로 됐다. 현재는 학교 재량으로 한자를 교육한다. 출신 학교에 따라 한자 문해력이 달라진단 얘기다. 흥미로운 건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한자교습학원이 여러 곳 자리하고 있다.
 
  국립대 국문과 교수 A씨에게 물었다. ‘학교 교육에서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시기상조다. 한자는 일제 식민 문화의 잔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이 살아 있어서다.”
 
  한자 교육 문제를 이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교수였는데도 말이다. 한글학회 홈페이지에는 ‘한글 전용 반대, 한자 혼용 뒤에는 일본이 있다’는 제목의 글이 버젓이 게시되어 있다. 참고로 80년 전이 아니라 작년 7월에 올라온 글이다.
 
 
  한국 서예 주목
 
〈신화-통영신명〉 앞에 선 다천 김종원. 먹 바탕에 경면주사로 갑골문자를 그렸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한국의 서예에 주목한다. 서(書)에 바탕을 둔 그림을 한국 미술의 ‘알맹이’로 여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라크마·LACMA)에서는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Park Dae Sung: Virtuous Ink and Contemporary Brush)〉. 7월 17일 개막했고 올해 12월 11일까지 열린다.
 
  소산은 독학으로 수묵화를 깨친 실경산수화의 대가다. 이건희 회장이 처음으로 후원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서예에 정진한 건 중국 산수화의 대가를 만나고 온 후다. 소산은 중국과 수교를 맺기 전에 이건희 회장에게 부탁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현대 산수화의 대가인 리커란(이가염·1907~1989년)을 만날 수 있었다. 리커란은 그에게 ‘먹과 서예를 중시하라’ 말했다.
 
  소산은 지난해 5월 전시장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화제가 됐다.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그의 서예 작품에 아이들이 올라가 작품이 훼손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아이들이 훼손한 작품의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작가는 아이들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고 용서했다. 문제는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CCTV 화면을 보면 아이들을 말리기는커녕 아이들이 작품에 올라타는 걸 사진으로 담고 있었다. 조심스레 추측해보면 서예 작품이 (그것도 고가의) 예술 작품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게 아닐까. 서예 작품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분리수거장에 내놓는 족자 정도로 여긴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라크마는 지난 2019년엔 서예가 다천 김종원의 작품을 전시했다. 서화동원(書畵同源)을 바탕으로 서예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화풍으로 서(書)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개척하고 있다. 서화동원은 ‘글씨와 그림의 근원은 같다’는 의미다.
 
  다천의 작품 〈신화-통영신명 택풍산뢰〉를 보고 있으면 서(書)에 남아 있는 암각화의 숨결이 느껴진다. 먹 바탕 위에 경면주사의 붉은색으로 갑골문자를 새겨놓았다.
 
  서예가나 수묵화가가 아닌 작가들에게도 서예의 영향이 어려 있다.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金煥基·1913~1974년), 문자 추상을 구현한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1904 ~1989년)가 그렇다.
 
백남준의 작품 〈Love is 10,000miles〉, 애정만리라는 글이 붓글씨로 쓰여 있다. 사진=김종영미술관
  백남준(1932~2006년)의 작품에도 서예는 스며들어 있다. 그는 TV 브라운관 표면에 붓글씨로 ‘愛情萬里’(애정만리)를 써놨다. 〈Love is 10,000miles〉라는 작품이다.
 
  예술의전당의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중국과 한국을 비교했다.
 
  “중국은 서예를 동아시아 예술의 핵이라고 보고 장려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시각으로만 예술을 보지 말고 우리만의 잣대와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예술 경영 현주소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발견하는 것은 예술가들만의 과제는 아니다.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예술의전당이다. 예술의전당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문화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영국의 사우스뱅크센터나 미국의 링컨센터,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 아트센터이다.
 
  단계별로 개관했는데, 첫 시작이 음악당과 서울서예박물관이었다. 올림픽에 맞춰 1988년 개관했다. 외국에 선보일 한국의 문화로 서예를 중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서예박물관은 문재인 정권 기간, 유인택 전 예술의전당 사장 시기에 고초를 겪었다.
 
  예를 들면 2019년 9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포스터 전시전이다. 〈영화 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이란 전시였다. 영화 포스터 전시를 할 수는 있지만 굳이 서예박물관에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유 전 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원로 정치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친동생이다. 이전엔 극장과 영화제작사·벤처 캐피털 대표였던 인사다. 그는 예술의전당 사장 퇴임 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연극·영화·뮤지컬에서 주로 일을 해서 오페라·발레 등은 잘 몰랐고, 예술의전당 사장 취임 이후 1년이 지난 뒤엔 코로나19까지 터져서 정신이 없었다. 뒤늦게 이곳의 정체성은 ‘오페라·발레·클래식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극장’이란 걸 알았다.”
 
  연봉 1억7000만원을 받으며 3년간 예술의전당을 좌지우지한 인사의 퇴임 인사말이다.
 
 
  박재동이 미술 자문
 
  2020년 10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그때 그 사람〉이라는 전시가 기획되었다. 윤석열, 주호영, 김종인 등 당시 야권 인사들을 조롱하는 그림을 거는 전시였다. 아트만두(본명 최재용) 외 12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예술의전당은 이들에게 전시실을 일주일간 무료 제공하기로 했었다. 당시 예술의전당이 이들에게 제공하려 했던 전시장의 대관비는 1일 100만원이 넘는다.
 
  전시는 열리지 못했다. 공공기관의 예산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전시회를 지원하는 건 아닌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질의했고, 예술의전당은 전시 계획을 철회했다.
 
  예술의전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술의전당은 2019년 ‘미술관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위원장에는 만화가 박재동이 임명됐다. 그 전 해인 2018년 박재동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SBS는 2018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박재동에 관한 성추행·성희롱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 2011년 박재동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온 후배 만화가에게 성추행·성희롱을 저질렀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로 재직 당시엔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재동은 정정보도 소송을 청구했지만 2021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결국 예술의전당은 성범죄에 연루된 인사에게 공적인 지위를 제공했단 얘기다. 미술관 자문위원회에는 위원장 포함 총 6명이 활동했다. 두시영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이종희 민족미술인협회 부회장,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김용모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최두수 청년작가 대표였다. 민중미술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출범한 민족미술인협회에서 2명이나 진출한 점이 이채롭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왜 윤석열, 주호영, 나경원을 조롱하는 전시가 기획됐는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해당 캐리커처들을 민주당 정권 시대의 민중미술로 볼 수도 있겠다.
 
 
  지나치게 높은 재정 자립도
 
  예술의전당 같은 공공 아트센터가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지원하는 기관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유 전 사장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듯,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전문성이 있는 인사에게 행정을 맡기는 게 중요하다. 긴급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서예의 경우는 지난 정권 때처럼 서예박물관이 정치권 낙하산 사장의 기호(嗜好)에 휘둘리지 않게, 아예 국립서화원으로 독립시키는 게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재정자립도 문제도 과제다. 예술의전당은 외국의 주요 아트센터와 비교하면 재정자립도가 높다. 약 75%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자립도를 높이려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영국의 바비칸센터(50%), 일본의 신국립극장(30%)의 재정자립도와 비교된다.
 
  공공기관, 특히 아트센터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객층이 두꺼워서 입장료로 수익을 올린다면 몰라도, 예술의전당처럼 대관, 예술, 임대, 주차, 교육 등의 사업으로 충당하면 문화의 창달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 당장 유인택 전 사장 기간 동안 에술의전당에선 굵직한 기획전이 열리지 않았다. 지난 6월 임명된 장형준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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