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연구

사춘기 청소년이 모험을 즐기는 까닭

포식자 경험한 ‘질풍노도’ 동물만이 오래 생존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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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의 ‘비상식적인’ 행동… 생존과 적응, 번식에 도움
⊙ 청소년기 동물은 필요에 쫓겨 한계 탐험… 살아남으려 미래 개척
⊙ 정치권 촉탁소년(만 10~14세) 연령 기준 조정 논란
⊙ 연어실험 결과, 포식자 모르는 연어는 가장 참혹한 결말 맞아
⊙ 인간이든, 동물이든 어른이 되기 위해 시간과 경험, 연습과 실패가 필요… 거친 청소년기 보내며 진짜 어른으로 성장
인간 청소년과 같이 청소년기 동물도 질풍노도기를 겪는다. 사진은 익숙한 집을 떠나 우여곡절로 가득한 여정을 떠난 유럽 늑대 슬라브츠. 사진=와일드후드닷컴
지난 5월 26일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뒤 짜증이 났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불을 지른 초등학생이 입건됐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전날 오전 11시42분쯤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공영주차장 화장실에 불을 지른 A군을 체포했다. A군은 화장실 칸막이에 걸려 있던 두루마리 화장지에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불로 화장실 내부 2㎡가 타고 6㎡가 그을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A군은 조만간 제주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될 예정이다.
 
  A군은 촉법소년(觸法少年), 즉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된다.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참고로 만 10세 미만일 경우에는 ‘범법소년’으로 따로 분류돼 보호 처분도 면제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마약사범이 늘고 있다. 10대와 20대 비율이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크게 늘었다. 10대 마약사범은 같은 기간 119명에서 481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 마약을 투약한 경우 사법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화를 둘러싼 논란
 
소년 범죄가 나날이 흉포화되고 있고,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림=조선DB
  작년 8월 중학생의 편의점주 폭행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주었다. 술 판매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편의점 점주를 때려 중상을 입힌 것이다. 잡고 보니 중학생이었다. 중학생 피의자가 “촉법소년이니 제발 때려달라”고 조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일부 문장을 수정했다.)
 
  “한국 사법계 최강자임. 제발 형사 미성년자 10세 이하로 낮추자 좀.”
 
  “염전(鹽田)에 보내서 딱 3년만 일하자.”
 
  “처벌 안 받는 것을 아니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거지요. 부모 찾아보면 똑같은 사람일 것임.”
 
  지난 1월 16일 국회에서 〈소년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1월 10일에도 국회에서 〈소년범 처우 개선의 형사 정책적 필요성과 효과〉 심포지엄이 열렸을 정도로 정치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작년 12월 22일 〈가정 밖 청소년 지원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 작년 12월 15일 〈실효성 있는 소년 보호 정책 마련을 위한 후속 간담회〉, 작년 11월 29일 〈실효성 있는 소년 보호 정책 마련을 위한 현장방문 세미나〉, 작년 11월 18일 〈가정 밖 청소년 보호 체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등의 토론회와 간담회가 잇따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실 소년 범죄가 나날이 흉포화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작년 10월 26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 소년 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소년 범죄 종합 대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 법무부는 이미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권인숙 대표는 “촉법소년 범죄 중 강력 범죄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고 절도 범죄가 대다수”라며 “2021년에 발생한 촉법소년의 살인 사건은 1만1677건 중 단 1건이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박선영 교수는 모핏(Moffitt)의 뉴질랜드 종단(縱斷)연구 분석(2009)을 예로 들었다. “대부분의 비행 청소년이 청소년기에 모방과 반항으로 일탈과 비행을 저지르지만, 나이가 들면서 성숙을 경험하고 친사회적 유대감을 통해 비행을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2019년 권고에서도 형사책임 연령을 14세로 유지토록 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에 청소년 흉악 범죄의 증가와 여론의 관심을 끄는 폭력적인 청소년 범죄 사건이 일어나자, 소년 사법의 효과성에 의심을 품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 주(州)는 1980년대 이후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형사 책임 연령을 낮추고, 성인 법정으로 이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검사 권한을 확대했다. 반면 판사 재량권은 축소시켰다.
 
  그러나 이후 청소년 범죄 연구자들이 형사 처분의 효과성을 연구했는데 효과가 없거나 미약해서 재범(再犯) 증가와 같은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박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형사 처분이 범죄 억제 효과보다는 재범이 증가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며 “청소년들의 미성숙, 낙인효과, 전과기록에 의한 고용기회 박탈, 범죄학교 효과(성인 교도소에서 성인 범죄자와 접촉), 분노와 부당함 등이 역효과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해달이 천적 상어에게 돌진하는 까닭
 
  ‘소년 범죄 흉포화’와 ‘형사 처분의 현실화 및 실효성’ 논란 중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독자가 느끼는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을 뒤로하고 최근 국내 번역된 《와일드후드(Wildhood)》(쌤앤파커스 刊)를 소개한다. UCLA 의대 교수이자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부 객원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전문 기자인 캐스린 바워스(전 《애틀랜틱먼슬리》 편집자)가 쓴 이 책은 다양한 청소년기 동물을 관찰한 연구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10대 동물과 10대 인간이 매우 비슷한 사춘기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자는 바버라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청소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는 지나간 역사의 일분일초가 모여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다!”
 
  바버라 교수는 “인간 청소년만 비행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직관을 거스르고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며 ‘죽음의 삼각지대’ 안으로 주기적으로 진입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캘리포니아 해달이다.
 
  이 특별한 해달만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종잇장처럼 얇은 이 지역에서 폭주를 즐긴다. 다 자란 어른 해달도 아니고 새끼 해달은 더더욱 아니다. 수백 마리의 무시무시한 천적 백상아리가 헤엄치는 차갑고 삭막한 죽음의 삼각지대 안으로 돌진하는 위대한 멍청이는 바로 청소년기에 접어든 해달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바버라 교수는 “청소년기 동물은 필요에 쫓겨 한계를 탐험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꾀하며 바로 이 과정에서 미래를 개척한다”고 강조한다.
 
 
  스릴을 즐기는 ‘10대’ 동물들
 
  바버라와 캐스린 두 저자는 악어가 들끓는 강을 지나가는 누 무리를 관찰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몸집은 크지만 다리는 호리호리한 청소년기 누들이 맨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앞으로 닥칠 위험은 전혀 모른 채 미숙하지만 혈기 왕성한 청소년기 누들이 너도나도 강에 뛰어드는 동안 좀 더 신중한 어른 누들은 뒤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악어 떼가 젊은 누들을 쫓느라 바쁜 틈을 타 강을 무사히 건너는 식이었다.
 
  물론 무시무시한 포식자에 의해 목숨을 잃는 동물도 종종 있다. 그러나 대개 스릴을 즐기는 10대 동물들은 목숨을 건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동물물정’에 밝은 독립적인 청년기 동물로 성장한다.
 
  바버라 교수는 “모험을 즐기는 캘리포니아 해달을 보면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제 발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며 무서운 일들을 서슴없이 일삼는 인간 10대와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동물도 청소년기를, 10대 중2병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었다. 즉 정상적인 발달에 꼭 필요한 역동적인 시기, 위험 가득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자 10대 시절이란 얘기다.
 
  독일이 만든 문학적 용어인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즉 질풍노도(疾風怒濤)가 인간 청소년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표현이 아닌 셈이다.
 
  청소년기 동물은 위험스럽게도 제 발로 다가가 포식자를 탐색한다. ‘쓰라린’ 경험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지혜를 학습한다. 단, 살아남아야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다. 청소년기 동물은 위험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깨닫는다. 위험한 것이 늘 위험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동물들은 포식자와의 만남을 통해 이들의 공격 방식, 예컨대 속도, 잠행, 기습, 몸을 숨기고 먹이를 기다리는 매복 방식을 관찰하고 익힌다. 특히 위험한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특정 규칙을 배운다. 이 배움의 과정을 거치며 위험한 것이 늘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물들은 죽음을 무릅쓴 경험을 통해 집단과 어울리기(무리에서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사실 익히기), 튀는 행동 하지 않기, 몸을 구부려 작게 보이기 등으로 자신을 숨겨 포식자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이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학습 과정을 겪으며 망아지에서 종마로, 새끼 캥거루에서 어른 캥거루로, 새끼 해달에서 다 자란 해달로 변신한다.
 
안나 프로이트가 말하는 청소년기 특징은…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1895~1982년)는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년)의 딸로서 청소년기, 청년기의 내적 갈등, 정서적 불안정, 변덕스러운 행동 등을 연구했다. 예를 들어 한순간 여러 친구와 즐겁게 어울리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에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등의 변덕스러운 행동을 한다. 또한 열성적인 사랑을 하지만 쉽게 깨지기도 하고, 이기적이고 물질 지향적이기도 하지만 고고한 이상을 추구하기도 한다.
 
  안나는 청년기,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혼란과 방황은 그 이전에 나타났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다시 출현함으로써 겪게 되는 과정으로 보았다.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구강적(0~1세·입, 혀, 입술의 욕구 충족), 항문적(2~3세·배설 욕구 충족) 특성이 재등장하여 청결한 습관이 사라지고 지저분해지며 겸손과 동정심이 자기 과시와 잔인함에 자리를 내준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혼란과 방황의 시기로 보았는데 이런 시련의 극복은 초자아(super ego)와 원초아(id)의 관계를 자아(ego)가 얼마나 적절히 평행을 유지해주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포식자에 무지한 동물들
 
청소년기 산양은 쳐다만 봐도 아찔한 가파른 절벽을 오른다. 사진=와일드후드닷컴
  미숙하고 위험 감지 능력이 없는 어린 동물들은 포식자에 무지한 상태로 난생처음 살던 곳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다.
 
  포식자에 무지한 가젤은 치타가 어떤 냄새를 풍기는지 또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른다. 포식자에 무지한 청소년기 연어는 대구가 밤에는 먹이의 냄새와 소리에 의지해 천천히 사냥하고 낮에는 시야가 확보되어 더욱 빨리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백상아리를 처음으로 마주한 해달 역시 눈앞에 있는 포식자에 무지한 상태다. 포식자에 무지한 마멋은 주변에서 코요테가 어슬렁거리는데도 땅굴에서 나와 눈치도 없이 신나게 돌아다닌다.
 
  〈알에서 나오자마자 바다로 향하는 바람에 부모를 한 번도 보지 못하는 바다거북도, 여러 세대에 걸친 대가족과 함께 12년을 살다가 독립하는 아프리카코끼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동물이 언젠가는 부모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위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홀로 극복해야 한다. 포식자에 무지한 상태로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식자를 인지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역설이 생겨난다. 경험을 쌓으려면 먼저 경험해야 한다. 즉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먼저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는 청소년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고 생존 본능과는 정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추구하는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인간 청소년만이 아니다.
 
  박쥐 무리는 청소년기가 되면 포식자인 올빼미를 놀리고 조롱한다. 다람쥐 부대는 대담하게도 방울뱀 주변을 잽싸게 돌아다닌다. 청소년기 산양은 쳐다만 봐도 아찔한 가파른 절벽을 오른다. 부모와 떨어진 어린 가젤은 굶주린 치타 곁으로 유유히 걸어간다.
 
  바버라 교수는 “청소년의 혼란스러운 행동을 한층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은 다른 동물들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라며 “동물들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겉보기에 ‘비상식적인’ 행동이 오히려 생존과 적응, 번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청소년기 동물들의 사춘기와 반항
 
  여기서 잠깐! 청소년 동물들도 진짜 신체적 변화를 통한 사춘기를 겪을까. 인간처럼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생리를 할까. 저자는 “예스”라고 답한다.
 
  백상아리도 사춘기를 겪는다. 악어도 마찬가지다. 판다도, 나무늘보도, 기린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곤충도 사춘기를 거친다.
 
  혹자는 동물을 인간처럼 의인화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동물도 인간의 질병이라고 알려진 심부전, 폐암, 식이 장애, 중독 등을 앓는다고 한다. 야생동물도 불면증과 불안증에 시달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하는 동물도 있고, 소심한 성격, 대범한 성격도 있다. 인간만이 예외라는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동물도 사춘기를 겪으며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까. 저자는 조류를 예로 든다.
 
  〈검은목띠앵무의 청소년기는 생후 4개월에서 1년 사이에 찾아온다. 말 잘 듣던 새끼 새가 쉭 소리를 내거나 손가락을 물고 반항을 일삼으면 선명한 색깔의 깃털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반려새의 주인은 이 같은 청소년기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양 어리둥절해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자마자 잠시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떠드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영역과 세력을 과시하며 공격 행동을 하거나 주인에게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녀석도 있다.〉

 
  청소년기 동물의 변화를 모르는 반려동물 주인들은 녀석들이 갑자기 고약해졌다거나 성가시다며 방치하거나 파양(罷養)하고 만다.
 
  포유류인 개도 예외는 아니다. 신발이나 가구를 물어뜯는 것은 물론이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짖거나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따라서 반려견의 청소년기는 이들이 마당으로 쫓겨나거나 목줄에 묶인 채 몇 시간이고 방치될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다. 길가에 버려질 가능성도 크다. 동물보호소에 위탁되는 개들 대부분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미국 동물보호소에 있는 개 중 절반 이상이 생후 5개월에서 3년 된 개들로 강아지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 성견이 되지 않은 상태다.〉
 
 
  腦와 청소년들의 충동
 
  청소년기가 중요한 이유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뇌 역시 사춘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엄청난 성장과 변화를 겪는 기관 중 하나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기지만, 특히 ‘10대의 뇌’에 일어나는 변화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10대의 뇌는 어린아이의 뇌나 어른의 뇌와는 확연히 다르다.
 
  모든 뇌는 기억을 만든다. 10대의 뇌는 특히 많은 양의 기억을 저장한다. 그리고 이 기억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인간은 대개 15~30세 사이)에 축적되는 기억은 한층 더 깊이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강한 충동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거나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미숙한 의사 결정은 모두 뇌의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과 연관이 있다.
 
  〈이 부분은 주로 전전두엽피질 주변으로 뇌 영역 중에서 발달이 느린 편이다. 또래와 함께 있고 싶어 하거나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싶은 청소년들의 충동 역시 감정과 기억, 보상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영역과 여기서 발생하는 신경생물학적 반응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는 감정조절이 잘 안 되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 아직 발달 중인 뇌는 약물 남용이나 자해 행동에 취약하고 정신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20대 후반이나 또는 경우에 따라 30대 초반까지 뇌는 계속해서 발달한다.〉

 
 
  준비가 덜된 미숙함의 모험
 
청소년기 동물들은 부모를 떠나 독립한 첫날 무시무시한 포식자를 만나 죽음 직전의 상황에 내몰린다. 청소년기 펭귄인 남극 사우스조지아섬에서 태어난 킹펭귄 우르술라. 사진=와일드후드닷컴
  모든 성장 이야기가 그렇듯 청소년들은 집을 떠나 모험을 시작한다.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갈등을 피해 멀리 도망가기도 한다. 부모를 잃고 길을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모두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하나같이 위험할 정도로 준비가 덜된 상태다.
 
  아직 덜 자란 청소년기 동물은 이 과정에서 포식자나 착취자와 맞서 싸워야 한다. 친구도 만나고 적을 알아보는 방법도 배운다. 어쩌면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살 집을 마련하는 등 자신을 지키는 요령을 학습한다. 모험이 끝날 무렵 청소년기 동물은 결정해야 한다. 태어난 집단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이나 청소년기 동물들이 위험을 감내하고 모험을 겪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립에 의한 길듦(tameness)’의 위험성 때문이다.
 
  포식자가 없는 섬에서 오랫동안 산 동물은 그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없어 포식자에 반응하거나 행동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섬에 고립되어 길든 동물은 공포 반응이 비(非)활성화되는데, 위험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식자가 등장하는 순간 섬에 길든 동물은 엄청난 위기를 맞는다.
 
  저자는 ‘우르술라’라고 이름을 붙인 청소년기 펭귄을 관찰하며 이렇게 기술했다.
 
  〈펭귄 우르술라는 머지않아 무시무시한 레오파드바다표범의 영역 안으로 돌진할 것이다. 그런데 우르술라는 포식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아직 공포 조건화 훈련을 받지 않아 생사를 결정하는 믿을 만한 근육 기억이 발달하지 않았다. 또한 경험이 부족해 내면의 갑옷 역시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바버라 교수는 “청소년기 인간과 동물은 경험의 부족으로 공격자와 착취자의 눈에는 쉬운 사냥감으로 보이기 마련”이라며 “이들은 포식자 학습을 통해 공격하려는 포식자를 인지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배워야 생존 확률이 커지고 자신감 있는 성인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를 담은 책 《와일드후드(Wildhood)》의 영문판과 한글판.
  책 《와일드후드》에는 노르웨이 연구진의 연어 집단 연구가 깊이 있게 소개되어 있다. 청소년기 인간이나 동물이 질풍노도기를 겪으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학습을 통해 그리고 값진 지혜를 얻어야만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첫 번째 연어집단은 포식자 대구에 직접 노출되었고, 두 번째 집단은 대구와 같은 수조 안에 있었지만 그물이 있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집단은 포식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다.
 
  담수와 바닷물에서 실험한 결과, 첫 번째 집단이 가장 훌륭하게 ‘숄링(shoaling)’을 해냈다. 숄링이란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물고기가 줄을 맞춰 사열(査閱)하는 것처럼 일제히 움직이는 본능적 행동을 말한다.
 
  대구를 직접 경험한 연어는 효과적으로 무리를 이루었다. 연어는 포식자와 접촉하여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존재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학습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능도 향상되었다. 북유럽 연구진은 “위협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훌륭하게 극복한 긍정적 결과가 연어의 성인기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식자 대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첫 번째 집단이 가장 ‘자신감’이 넘쳤다. 비록 무리 중 몇 마리는 잡아먹혔지만 살아남은 연어는 가장 재빠르게 또래들과 수비 태세를 갖췄으며 전반적으로 가장 안전했다는 것이다.
 
 
  위험에 노출된 동물이 가장 안전
 
연어 실험을 통해 동물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위험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진=시애틀 아쿠아룸
  이와 달리 그물의 보호를 받았던 두 번째 집단의 연어는 실내 실험실에선 제한적으로나마 ‘숄링’ 능력을 보였으나 바닷물 실험에선 아예 실패했다. 수조 가운데 그물이 있었어도 포식자에 노출되었으므로 어느 정도 지식은 있었다. 하지만 수조 밖으로 나가자 포식자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매우 기초적인 행동만 실행에 옮겼다.
 
  단 한 번도 대구에게 노출된 적이 없었던 세 번째 집단은 강으로 돌아갔을 때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과도 가장 참혹했다. 보호받으며 자란 연어는 사람으로 치면 유년 시절과 10대 초반을 더없이 행복하게 보낸 셈이다. 식욕이 엄청난 물고기나 새, 곰들이 특히 청소년기 연어를 목표로 삼는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경험한 적이 없어서 포식자에 무지했던 연어는 실전에서 지나치게 당황했고 부적절한 반응을 보였다.
 
  포식자에 대해 알고 있는 연어에 비해 물속에서 심하게 ‘워블링(wobbling)’을 하거나 아예 반응하지 않기도 했다. 워블링 행동이란 깜짝 놀라 펄떡이며 헤엄치는 연어의 행동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런 반응이 일종의 생리적 스트레스라고 결론 내렸다. 흔히 너무 당황한 나머지 몸이 얼어붙는 반응을 보이거나 공황 발작처럼 온몸에 힘이 빠진 채 겁에 질린 연어는 더욱 손쉽게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바버라와 캐스린은 “연어 연구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 2가지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첫째, 동물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위험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식자를 경험해본 적이 전혀 없는 세 번째 연어 집단은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그나마 그물 너머라도 포식자를 본 적이 있었던 두 번째 연어 집단은 결과가 좀 더 나았다. 이와 달리 포식자를 직접 경험하며 뼈와 근육으로 위험을 감지한 적이 있는 연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둘째, 청소년기에 ‘고립’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또래들은 서로를 도우며 자신감을 북돋운다. 이들은 말 그대로 생사가 달린 기술인 팀워크도 서로 발휘하게 한다. 또래들끼리 팀워크를 익힐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고립된 어린 동물은 잠시 안전할 수 있어도 현실 세계에서 꼭 필요한 안전 기술은 배울 수 없다. 다음은 책 내용 중 한 문장이다.
 
  〈연어가 배웠거나 배우지 못한 교훈은 사실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래와 시간을 보낸 어린 동물이 더욱 안전하다. 그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다.
 
  또래의 성공과 실수를 거울삼아 기회와 위협을 구분하는 소중한 정보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마냥 걱정스럽고 고민스럽겠지만 청소년기 동물 무리가 함께 마주하는 위험은 어쩌면 가장 유용하고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인터뷰
  《와일드후드》의 저자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위험에 직면해야”
 
사진=와일드후드닷컴
  기자는 《와일드후드》의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교수와 이메일로 대화를 나눴다. 내터슨 호로위츠 교수는 의학 박사이자 심장병 전문의다.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부 객원교수, UCLA 의대 교수, 생태학·진화생물학과 교수, 진화의학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를 맡고 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동물원의 의료자문위원으로 동물들의 심혈관 질환 진료를 돕고 있다.
 
  내터슨 호로위츠 교수는 하버드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그는 “청소년기가 스트레스로 가득하지만 기회 또한 가득한 시기”라며 “청소년기 동물을 관찰하면 왜 청소년이 위험을 감수하는지, 왜 더 감정적이 되는지, 왜 부모보다 또래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청소년기 동물들은 그들의 세상(animal kingdom)을 통해, 인간이 미처 마스터하지 못한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도전에 대처하는 놀라운 전략을 진화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청소년기 동물들의 여정을 읽다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된다. 특히 극심한 갈등과 위험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모든 종(種)에 걸쳐 청소년들이 성공적이고 독립적인 성인이 되기 위해 숙달해야 하는 4가지 기술이 있다. ‘①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②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③어떻게 성적(性的) 소통을 할 것인가 ④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이다.
 
  야생에서, 이 네 가지 핵심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사춘기 동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지 못한다. 야생의 세계는 잔인하니까.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고 사랑하는 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는 독립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인간도 동물의 4가지 기술을 연습하면 성숙하고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인간이나 동물 역시 청소년기는 힘들고 고되다. 남보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원(資源)이 적으면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스트레스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극단적이지 않은 한) 오히려 필요하다.”
 
 
  “13세 때 부모보다 친구를 더 생각해”
 
  ― 청소년 시절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
 
  “나는 특별히 위험을 감수하는 청소년기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13세쯤 되었을 때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또래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에 더 끌리게 된 뚜렷한 순간을 기억한다. 여전히 부모를 믿고 존경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지금도 나는 동물의 청소년기를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뒤돌아 보면 그때 그런 생각들이 정상적인 변화(a normal shift)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청소년기 쥐가 또래 쥐들의 음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를 이해할지 모르겠다. 이전에 그 음식을 잘못 먹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도 말이다.”
 
  내터슨 호로위츠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 동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포식자를 경험하는 것 외에도 또래를 통해 관찰학습을 하기도 한다.
 
  큰돌고래에서 붉은꼬리말똥가리까지 그리고 흰동가리에서 인간까지 청소년들은 이미 성숙한 부모나 아직 덜 자란 어린 형제자매보다는 또래들과 더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내터슨 호로위츠 교수는 “이를 ‘수평적 정체성(Horizontal Identity)’이라고 하는데 부모나 형제와 달리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비슷한 성향이 있는 또래 사이에 형성되는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했다.
 
  ― 청소년들이 삶에서 위험에 직면할 기회가 없다면 균형 잡힌 성인으로 성장할 수 없나?
 
  “청소년기 야생동물이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험에 직면해야 한다. 위험을 경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험을 통해 포식자의 생김새와 냄새를 익히고, 포식자의 사냥 패턴을 익히며,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도 배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야생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수많은 고비를 겪어야 한다. 청소년기 동물에게 영감을 얻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적용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위험을 배우고,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도 최소한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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