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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별재판부’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재판부는 헌법에 반하는 헌법 파괴적인 발상”(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2018년)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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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재판부 판사 후보는 국회·법원(판사회의)·대한변협이 3명씩 추천해 구성된 9인 후보추천위가 심사
⊙ 2018년 무산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와 유사한 위헌 논쟁 촉발
⊙ ‘사건 강제 배당’ ‘입법부 개입’의 위헌성… 사법부 무력화 위험
⊙ 반민특위 재판부와 3·15 부정선거 재판부는 ‘헌법’에 직접 근거 둬
⊙ 정치권이 ‘국회 입법’만으로 재판 구조를 재단하려는 시도는 중대 위헌 가능성 있어
⊙ “사법부 불신 때마다 특별재판부 도입? 법치 형해화”(정종섭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2018년)
⊙ 나치 정권의 ‘정적 제거·정권 선전’ 수단이던 특별·인민재판소
이재명(李在明) 정권이 추진하는 소위 ‘내란(內亂)특별재판부’를 놓고 위헌 논란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지난 7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15명이 발의한 ‘12·3 비상계엄 후속조치 및 제보자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담긴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9월 2일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판사의 행태라든지 그 이후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그런 일련의 문제들을 보면서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법원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도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정 대표는 전국 법원장들이 자당(自黨)의 이른바 ‘사법개혁안’에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9월 13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다 자업자득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정 대표는 9월 15일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대통령실도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인위적으로 ‘특별한’ 재판부를 만드는 그 자체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됐다는 의심을 피하기 쉽지 않다. 특히 기존 법원 체계가 정상 작동하는 상황에서 특정 사건만 떼어내 별도 재판부를 구성한다면, 이는 오히려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제도화하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입법부의 재판부 구성 개입
 
김병기(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월 2일 ‘내란특별재판부’를 언급한 후 그와 관련한 위헌 논쟁이 한창이다. 정청래(좌) 대표 주장에 따르면 여당은 법원을 ‘정권의 걸림돌’로 인식하는 듯하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려는 특별재판부 설치안(案)의 골자는 내란사건의 1심·2심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내 특별재판부에서 전담 심리(審理)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별재판부 판사 후보는 국회·법원(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해 구성된 9인 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한다. 이 위원회가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2배수 후보 명단을 마련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인데, 이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은 정권과 정당의 속성상 정략적 판단에 기초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그 시도가 단순한 위헌 소지를 넘어 헌법이 천명한 국가 운영의 근간인 삼권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먼저 강제적인 사건 배당이 문제다. 우리 사법제도는 원칙적으로 사건 배당을 무작위·전산 배당 방식으로 운영해 정치적 개입을 차단한다. 제도적으로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가 전담하도록 규정하면, 사건의 성격에 따라 미리 ‘정치적 재판부’를 설계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이는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기본이 되는 공정성, 중립성을 해친다.
 
  입법부의 재판부 구성 개입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가 판사 추천권을 행사하면 입법부가 사실상 재판부 인사에 관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고, 권력 분립 체계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특히 여야 의석 분포에 따라 재판부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재판부 구성에 대한변협 등 외부 단체가 개입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익집단인 변호사 단체가 판사 후보 추천 과정에 참여하면 재판부 인선이 정치적·이해집단적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
 
 
  실패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와 판박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권을 갖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후보추천위원회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법원장의 인사권과 사법부 자율성의 제약을 의미한다. 사실상 대법원장이 ‘거수기’로 전락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특별재판부의 위헌성을 살펴보자. 2018년 당시 진행된 ‘사법농단 의혹사건 특별재판부 설치법’ 논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위 ‘사법농단 사건’은 2017년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양승태(梁承泰)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정치적 사건 재판에 개입하고 청와대·여권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특정 사건 재판 개입,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시도,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과 인사 불이익 의혹이 정권 교체 이후 문재인 정권 시절에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현직 판사 다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로 확대됐다.
 

  사건 피고인이 대부분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동료 판사가 동료를 재판하는 것은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국 법원에 사건이 배당되더라도 판사 사회의 폐쇄성, 특수성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불신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여권은 “사법농단 사건은 사법부 스스로의 범죄이므로 기존 법원 체계로는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며 외부적 장치를 통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11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 산하에 특별재판부를 두고 판사·변호사·학계 인사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해 판사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인데,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쇄도했다. 이와 똑같은 문제를 안은 게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다.
 
 
  “특별재판부, 혁명적 정치 변혁기에 등장”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특별재판부의 사건 배당과 인적 구성에 입법부가 개입하는 취지의 ‘내란특별재판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와 관련, 최대권(崔大權)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는 2018년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현 체제가 이미 전복되었기 때문에 새 체제를 세우려고 하거나, 혹은 현 체제를 전복하면서 새 체제를 도입(혁명)하려고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회 입법으로 특별재판부를 도입하여 재판 거래 의혹이 있는 전 대법관들을 심판하겠다는 발상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그것은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이미 죽었다고 보거나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새 헌법을 창설하겠다는 아이디어로 들린다. 아직도 버젓이 살아서 작동하는 헌법을 놓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헌법이란 무엇이냐? 도대체 헌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 적폐청산이 시대적 과제라 하더라도 헌법의 틀을 벗어난 적폐청산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할 수 있느냐? (중략) 특별재판부의 도입은 대한민국 헌정사만 돌아보아도 혁명적 정치변혁기에나 등장했다. (중략)
 
  이 같은 정치변혁기를 맞이하여 등장한 것이 아니고 기존의 헌법 절차에 따라 평화적으로 교체된 정부·국회가 행하는 기존의 사법부를 초월하는 특별재판부의 설치란 명백한 헌법 파괴의 한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그것은 마치 현 대통령이 경제를 잘 다룰 줄 모르니까 국회 입법으로 경제를 다룰 특별대통령을 선출하여 경제를 바로잡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발상만큼이나 낯설고 놀랍다. 특별재판부는 헌법에 반하는 헌법 파괴적인 발상이다. 현 헌법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러한 발상을 하는가?”
 
 
  전례와 달리 ‘헌법 근거’ 없어
 
1948년 9월 22일 발효된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체포된 이들이 포승에 묶여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특별재판부의 설치·운영은 제헌헌법에 근거를 뒀다. 사진=조선DB
  우리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제101조 1항)라고 규정한다. 국회가 입법만으로 법원 외에 별도의 ‘특별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해석이다. 헌법에 명시적 근거가 있는 경우(헌법재판소, 군사법원)는 예외가 인정된다. 우리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가 설치된 사례는 두 번뿐이다.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예외적 장치로 인정됐으며, 이는 각각 헌법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 마련된 부칙에 근거해 운영됐다.
 
  광복 직후 ‘반민족행위자 처벌 특별재판부’는 제헌헌법 부칙 제101조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제정된 ‘반민족행위자처벌법’으로 설치됐다.
 
  4·19 직후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1960년 11월)에 따른 ‘부정선거사건 특별재판부’ 역시 헌법 부칙에 근거했다. 당시 헌법 부칙은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이 헌법 시행 당시의 국회는 단기 4293년 3월 15일에 실시된 대통령·부통령 선거에 관련하여 부정행위를 한 자와 그 부정행위에 항의하는 국민에 대하여 살상 기타의 부정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거나 단기 4293년 4월 26일 이전에 특정 지위에 있음을 이용하여 현저한 반민주행위를 한 자의 공민권을 제한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으며 단기 4293년 4월 26일 이전에 지위 또는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자에 대한 행정상 또는 형사상의 처리를 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전항의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하여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 전 2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법은 이를 제정한 후 다시 개정하지 못한다.”
 
  전례를 보면 특별재판부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니라, 기존 체계로는 처벌할 수 없는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헌법 개정이라는 최상위 절차를 거쳐 마련된 제도였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적 근거 없이, 거대 의석에 기반한 국회 입법만으로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려 한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권력 분립의 원칙 위협”
 
  이른바 ‘내란사건’은 ‘형법’으로 이미 법원에서 재판이 가능하다. 현행 법원 체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제66조 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제101조 1항)고 규정해 권력 집중을 막고 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면 재판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이는 곧 국민의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제27조 1항)를 침해한다.
 
  이와 관련해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논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던 정종섭(鄭宗燮)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헌법학)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 기능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특정 사건을 배당하려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재판과 사법권 독립을 명시한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임의의 재판부를 구성하려는 시도 역시 헌법에 의해 서로 견제하고 통제받는 권력 분립의 원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사법부의 그릇된 행태로 인해 사법권의 독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였더라도 위헌적인 조치가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사법부가 불신받을 때마다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면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형해화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특별재판부 설치라는 선례(先例)가 향후 정권의 필요에 따라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는 관계로 악용될까 우려스럽습니다.”
 
 
  ‘개별사건법률 금지’ 원칙
 
1996년 12월 16일,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12와 5·18 사건 항소심 법정에 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헌재는 당시 5·18 특별법의 위헌 논란에 대해 ‘올바른 헌정사의 정립을 위한 입법’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조선DB
  내란사건 피고인만 특별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도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같은 범죄임에도 여느 사건과 다른 절차를 적용하는 건 차별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11조 1항), “누구든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제12조 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제27조 1항)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별재판부는 이런 원칙을 무너뜨리고 특정 집단만 별도의 절차를 강제해 평등권과 적법 절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정 사건만 겨냥한 입법은 헌법상 ‘개별사건법률 금지’ 원칙에 따라 자제해야 한다. 이 원칙은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평등권(제11조), 재판을 받을 권리(제27조), 기본권 보장의 한계(제37조) 조항을 통해 도출된다. 헌법재판소 역시 “특정 사건만을 겨냥한 법은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고 여러 차례 판시해 왔다.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은 사실상 12·3 비상계엄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개별사건 법률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다만 ‘개별사건 법률 금지’ 원칙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예외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바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다. 당시 공소시효 정지와 소급 적용으로 위헌 논란이 일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96헌가2)에서 “개별사건 법률에 내재된 불평등 요소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개별사건법률은 개별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규정이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개별사건법률 금지의 원칙이 법률 제정에 있어서 입법자가 평등 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규범이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 하여 곧바로 위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이른바 12·12 및 5·18 사건의 경우 그 이전에 있었던 다른 헌정질서 파괴범과 비교해 보면,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고, 집권 과정에서의 불법적 요소나 올바른 헌정사의 정립을 위한 과거 청산의 요청에 미루어볼 때 비록 특별법이 개별적사건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입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법률 조항은 개별사건법률에 내재된 불평등 요소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18 특별법과 다른 이유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례를 들어 윤석열(尹錫悅)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역시 내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12·12 군사반란이 헌정파괴 범죄였다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도 같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건을 나란히 놓기는 어렵다. 내란죄는 이미 ‘형법’상 공소시효 배제 범죄라 시효 논란이 없고, 헌정질서가 실제로 붕괴된 12·12와 달리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과 사법제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의 출범과 윤 전 대통령의 수감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결국 내란특별재판부 논의는 5·18 특별법과 사정이 크게 다르다. 5·18 특별법은 헌정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 가해자들이 권력을 장악해 정상적인 수사와 재판이 불가능하고, 공소시효 만료 우려까지 있었던 조건 속에서 제정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헌정사 확립’이라는 공익성이 인정됐다. 반면 내란특별재판부는 헌정질서가 정상 작동하는 상황에서 공소시효 문제도 없는 만큼, 헌재가 예외적으로 합헌성을 인정했던 당시와 달리 불평등 요소를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 제도가 정상 작동하고 공소시효 문제도 없는 상황에서 별도의 재판부를 꾸리겠다는 것은 결국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법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법은 권력의 도구가 되고 국민은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 권력의 눈치를 보는 객체로 전락한다. 재판은 예측 불가능해지고 사회적 안정성은 붕괴된다. 권력 비판 세력은 탄압받고 충성 세력은 보호받는다.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과 기본권인 자유와 평등은 사라진다. 사회는 규범과 질서가 무너지는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오늘날 ‘푸틴의 러시아’가 그 전형적인 사례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행정·입법권을 앞세워 사법부를 장악했다. 그 결과 푸틴은 21세기에 사실상 ‘전제(專制)군주’로 군림하고 있다. 법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했다. 푸틴 비판 세력은 법 앞에서 평등하지 못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푸틴의 부패 의혹을 폭로한 뒤 각종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장기간 수감 생활을 하던 중 옥사(獄死)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정치적 보복과 인권 침해로 규정했지만, 러시아 법원은 정권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언론 역시 비슷하다. 푸틴을 비판한 언론 매체는 폐쇄되고, 기자들은 투옥되거나 급사한다. 권력을 비판·견제하고 독재를 저지할 수단 자체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판사 의견 공개’ 의무화 속셈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12·3 비상계엄 후속조치 및 제보자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제11조(특별재판부의 의사표시)는 “특별재판부의 판결문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항이다. 우리나라 일반 형사재판 합의부는 다수의견만 판결문에 기재하고, 개별 판사의 의견을 일일이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해당 법안은 모든 판사의 의견을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겉으로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판사 개인을 여론과 정치적 압박에 노출시켜 사법부 독립을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 특히 소수의견을 낸 판사나 정권에 불리한 판단을 내린 판사는 곧바로 여당과 그 지지층, 친여 매체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판사들로 하여금 독립적 법리 판단보다 자신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하고, 결국 정권의 의도나 여론에 맞춰 판결을 내리도록 굴복하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 결과 사법부의 본질적 독립성이 훼손되고, 특별재판부는 정권의 이해에 봉사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안게 된다.
 
  ‘재판의 중계 목적 녹음·녹화·촬영’에 관한 규정도 문제는 같다. 법안 제12조는 “특별재판부는 대상 사건의 공판 또는 변론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재판 과정 기록 및 중계를 목적으로 한 녹음·녹화·촬영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 중계 의무화의 명분 역시 ‘투명성 제고’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지만, 실제로는 재판을 법리 검토와 증거 심리의 장이 아니라 정치적 장면을 연출하는 무대로 바꿀 위험이 크다. 결국 재판이 ‘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피고인은 불리한 진술조차 여론의 즉각적 평가에 노출돼 방어권 행사가 위축되고, 판사는 모든 의견 공개 조항과 맞물려 정치적 압박에 한층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재판이 쇼로 변질되면 그 피해는 단순히 피고인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는 이미 이를 보여준 바 있다. 나치 독일은 특별재판소와 인민법정을 통해 재판을 대중 앞에서 정치적 퍼포먼스로 연출했고, 이는 곧 정권에 대한 반대 세력을 짓밟는 도구로 활용됐다.
 
 
  나치의 특별재판소와 인민재판소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특별재판소와 인민재판소를 앞세워 독재를 정당화하고 정치적 반발을 무력화했다. 사진=뉴시스
  아돌프 히틀러는 철저히 제도와 법의 외피를 덧씌운 억압 체제를 통해 장기 독재를 했다. 히틀러가 대통령 힌덴부르크에 의해 총리로 임명된 때는 1933년 1월이었다. 히틀러의 총리 취임 직후 국회의사당 방화사건(1933년 2월)이 터졌다. 네덜란드 출신 공산주의자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나치는 해당 사건을 공산당 전체의 음모로 선전했다. 곧 대통령 명의의 긴급조치가 발표됐고, 언론·집회의 자유는 정지됐다. 경찰은 무제한 체포와 구금 권한을 얻었고, 수천 명의 공산당원을 일거에 체포했다.
 
  1933년 3월,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법을 제정할 수 있게 한 ‘수권법(授權法)’이 통과돼 입법부가 무력화됐다. 그해 4월에는 ‘전문공무원 회복법’을 제정해 유대인과 정권에 비협조적인 법관을 해직했다. 해당 법률 제4조에는 ‘새로운 국가적 과제 수행에 적합하지 않은 자’라는 모호한 기준이 있다. 나치 정권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국가사회주의(나치즘)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적 반대파들을 숙청했다.
 
  같은 해 ‘특별재판소’가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됐다. 정치범, 반체제 인사, 언론인, 지식인이 신속히 처벌됐다. 판사 3명이 담당한 재판에서 변론권은 제한됐고, 항소는 불가능했다. 특별재판소는 ‘합법적 반대’의 여지를 없앴다.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은 간부와 당원들이 투옥되거나 망명해 사실상 해체됐다. 언론은 정권 풍자와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모독죄로 기소됐다. 신문은 정간·폐간됐고 기자와 발행인은 수감됐다. 학자와 종교인도 법정에 섰다.
 
  하지만 특별재판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1933년 12월 최고법원인 제국(帝國)법원이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재판에서 네덜란드인 마리누스 판 데르 뤼베에만 사형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3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나치가 사법부 장악을 시도했지만 수천 명에 달하는 법관을 단기간에 충성파로 교체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특히 옛 독일제국 시절부터 권위를 지닌 제국법원은 즉각적으로 해체하거나 장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최소한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피고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에 히틀러는 분노했고, 나치 정권은 정치적 재판을 전담할 별도 기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 결과 1934년 4월 나치 충성파 판사들로만 구성된 ‘인민재판소’가 신설됐다. 이곳은 국가반역사건을 전담하며 ‘정치 쇼 재판’을 연출했다. 이와 관련, 미국 언론인 윌리엄 샤이러가 쓴 《제3제국의 흥망》(1960년)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그러나 일부 판사는 아무리 공화정에 반대했던 사람일지라도 나치당의 노선에 열렬히 호응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소수의 판사는 법에 근거해 판결하려 시도했다. 나치가 보기에 최악의 실례 중 하나는 당시 독일 최고법원인 제국법원이 1934년 8월 의사당 화재사건 재판에서 네 명의 공산당원 피고 중 세 명에게 증거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었다. 이에 히틀러와 괴링이 대로한 결과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934년 4월 24일, 당시까지 제국법원에서 전담해 온 반역사건을 재판하는 권한이 이 위엄 있는 기구에서 신설된 인민재판소로 넘어갔다. 곧 독일에서 가장 두려운 법정이 된 인민재판소는 직업적인 재판관 두 명과 나치당 간부 및 친위대, 군에서 선발된 다섯 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었으며, 따라서 후자에 과반 투표권이 있었다. 판결이나 선고에 항소할 수 없었으며, 재판은 보통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법’을 앞세운 독재
 
나치 정권 당시 독일의 인민재판소 재판장 롤란트 프라이슬러(가운데)는 반정권 인사 재판에서 의도적으로 피고인의 발언을 끊고, 꾸짖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재판을 ‘정치 쇼’로 만들었다.
  나치는 법정을 ‘무대’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1944년 7월 20일 ‘히틀러 암살미수사건’ 재판이다. 귀족 출신 장교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거사가 실패로 돌아간 후, 거사에 가담했던 전직 참모총장을 비롯한 고급 장교, 보수 지식인 등이 법정에 섰다. 재판장 롤란트 프라이슬러는 의도적으로 피고인의 발언을 끊고, 꾸짖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민족의 배신자” “쓰레기”라고 모욕하며 “정권을 거역하면 이런 수모를 당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했던 재판의 결과는 ‘교수형’이었다.
 
  인민재판소의 법정은 철저히 공포와 굴욕을 연출하는 무대로 사전에 기획됐다. 판사석은 일반 법원보다 높았다. 방청석은 나치당원과 히틀러소년단, 친정권 인사들이 장악했다. 이들은 피고인 진술 때는 야유를 보내고 프라이슬러의 호통에는 동조했다. 여기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됐다. 조명과 앵글까지 고려해 프라이슬러의 고압적 태도와 피고인의 불안한 표정과 무너져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부각했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정권 선전에 활용됐다.
 
  그 결과 1934년부터 1945년까지 특별재판소와 인민재판소를 통해 5000건이 넘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는데, 이는 단순히 중대 범죄나 정치 지도자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쟁 패배를 비관한 시민, 외국 방송을 들은 학생, 심지어 사소한 불만을 털어놓은 평범한 사람들까지 모두 반역자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히틀러는 법원을 없애지 않았다. 대신 법관을 교체하고 충성을 강요하며 특별법원을 설치해 법원을 정권의 기관으로 만들었고, 국민은 나치식 ‘법의 보호’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특별재판소와 인민재판소는 히틀러 독재를 정당화하고 저항을 근절하며 공포를 제도화하는 데 핵심적 도구로 작동했다. 한마디로 나치 독일의 ‘특별’재판부(소)들은 법의 외형을 쓴 ‘독재 강화’ 수단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재명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에 대해 “위헌이라니,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입법권을 통한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삼권분립을 자기 마음대로 하자는 뜻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핵심은 감시와 견제, 그리고 균형”이라며 “사법부 독립도 사법부가 마음대로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며 “국민의 주권 의지에 반하는 제멋대로의 입법·행정·사법은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하다. 최고 권력은 국민이고, 그다음이 직접 선출 권력, 이후가 간접 선출 권력”이라며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주권을 위임받아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관이고, 사법부는 그 틀 안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치 갈등이 사법(司法)으로 전가(轉嫁)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이 사법국가가 되고 있다. 정치가 사법에 종속돼 위험한 나라가 됐다”며 “정치검찰이 나라를 망칠 뻔한 것도 그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도 최종적으로는 사법 권력에 의해 실현된다”며 “사법은 자제(自制)가 가장 중요하고 절제가 가장 큰 미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헌법 원리를 축소·왜곡한 위험한 시각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에 대해 “무슨 위헌이냐”고 일축했지만, 앞서 살핀 것처럼 사건의 강제 배당과 입법부의 판사 추천 개입은 헌법 제101조와 103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삼권분립은 자기 마음대로 하자는 뜻이 아니다”라거나 “사법부 독립도 제멋대로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을 단순히 자의적 권한 행사로 치환해 본래 개념을 왜곡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삼권분립은 상호 간섭이 아닌 견제를 의미한다. 사법 독립은 정치권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듯한 주장을 내놨다.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달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주권을 앞세워 권력 분립을 무력화하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국민주권은 권력이 분립돼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헌정질서를 통해 실현된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실체가 모호한 ‘국민 의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행정·입법·사법이 동등하게 견제하는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사법부를 ‘선출된 권력’인 입법·행정부의 하위기관처럼 격하시켜 정치에 종속시키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내란 전담 재판부를 가정법원에 빗대 옹호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법원장급 42명이 모인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판사들은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사법부 독립 침해와 재판의 정치화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재판부 옹호 논리’ 답안을 제시하자, 그간 위헌 논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이 강경하게 나서기 시작했다. 정청래 대표는 9월 12일, “어제 대통령께서 ‘내란 전담 재판부는 입법 사항이다. 사법부가 법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며 “내란 전담 재판부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며, 사법부가 헌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법원장급 판사 42명이 모인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건 배당이나 사무 분담은 헌법이 규정한 사법부 고유 권한이므로 외부인이 재판부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 “법안을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뚜렷하다” “사법부 독립 침해와 재판의 정치화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등 강한 우려를 제기하자, 정 대표는 이를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사법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직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월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특별재판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정책위의장은 “지금 우리가 하자는 건 별도 법원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두자는 것인데, 이게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가정법원에 빗대며 위헌성이 없다고 했다.
 
  가정법원은 ‘헌법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조직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상설 전문법원이며, 가족·소년 사건처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화된 조직이다. 반면 내란특별재판부 또는 내란 재판 전담부는 특정 시점의 정치 사건만을 겨냥해 한시적으로 구성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설치 목적과 근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더욱이 가정법원은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 내부 체계 안에서 일관된 기준에 따라 운영되지만, 내란 전담 재판부는 입법부가 사건 배당과 재판부 구성을 직접 규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민주당의 견강부회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또 “재판 독립을 어떻게 침해하느냐”고 반문했지만,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강제로 배당하고 입법부가 법관 구성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가 사법권 독립 침해의 핵심이다. 이어 “빨리 내란을 단죄해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며, 아직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법부 인사가 사실상 유죄를 전제로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의 근거로 삼는 태도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는 또 “언제까지 질질 끌 것이냐”며 “속도감 있게 전담 재판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의 신속성만을 강조한 발언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절차적 정당성을 희생시킬 위험이 크다. 더욱이 국가적 파장이 큰 내란사건일수록 서두르는 것보다 충분한 심리와 공정한 절차 보장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정책위의장이 윤 전 대통령 구속과 한덕수 전 총리 영장 기각 사례를 거론하며 “사법 절차의 투명성에 의구심이 있다”고 한 발언은 사법부 판단 자체를 정치적으로 재단(裁斷)하는 행위다. 사법부 불신을 근거로 특별재판부 설치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흔들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식재산 전문 재판부’를 내란 전담 재판부와 유사하다고 주장했지만, 두 제도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식재산 재판부는 사건 전문성에 대응하기 위해 법원 내부의 자율적 행정결정으로 설치된 상설 재판부이고, 내란 전담 재판부는 입법부가 특정 정치 사건을 겨냥해 사법부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설치하려는 조직이다.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이를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제도적 성격을 왜곡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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