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이재명의 ‘국정과제 1호’ 개헌이 의심받는 이유

“사사오입 개헌의 끝은 4·19… 연임 추진하면 논란 불가피”(장영수 고려대 교수)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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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까지는 ‘대통령 중임제’ 주장… 이번 대선 때 갑자기 ‘연임제’로
⊙ 문재인 등 전직 대통령 출마 차단 위해 ‘중임제’에서 ‘연임제’로 바꿨나?
⊙ “임기 연장, 중임 변경 위한 개헌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효력 없다”(헌법 제128조 2항)
⊙ 헌법에 쓰여 있는 대로 읽으라고 한 이재명이 ‘학계 논쟁’을 언급한 속셈
⊙ “개헌 통해 ‘이재명 연임’ 가능하겠지만, 엄청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인호 중앙대 교수)
⊙ “문제 많은 개헌도 국민투표 거치면 법적으로 막을 방법 없어… 유일 수단은 저항권”(김학성 강원대 명예교수)
사진=뉴시스
이재명(李在明) 대통령이 7월 17일 75주년 제헌절을 맞아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며 개헌(改憲)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띄운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집권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한 일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산적한 국정과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도 시간이 벅차기 때문이다. 집권 초반 국정 현안과 정치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개헌을 언급하거나 추진할 경우 원활한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두 달도 안 돼 개헌을 얘기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우 의장은 저녁 식사를 같이하면서 ‘추석 전후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공감했다. 이재명 정부의 개헌 추진은 곧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밝힌 123개 국정과제 중 ‘1호’가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 개정’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대통령 4년 연임(連任)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중임’에서 ‘연임’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20대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대통령 4년 연임제’는 생소하다. 이 대통령이 ‘4년 중임제’가 아닌 ‘4년 연임제’를 돌연 언급한 장면이 그렇다는 얘기다. ‘4년 연임제’는 이 대통령이 최근 대선을 치르기 전에는 공개적으로 단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 개념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이재명+개헌+4년+연임제’로 검색해 관련 기록을 살핀 결과 이 대통령이 ‘4년 연임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날은 지난 4월 7일이다. 당시 그는 ‘개헌보다 내란 종식이 우선’이란 취지로 얘기하면서 ‘4년 연임제’를 처음 입에 올렸다. 이후 그가 다시 4년 연임제를 얘기한 때는 5월 18일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라고 하면서 개헌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의 책임은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고 제안하면서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4년 중임제와 4년 연임제는 모두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재선 가능 시점과 연속성에서 차이가 크다. 4년 중임제에서는 한 번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연속이든 비연속이든 다시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 즉 재선이 반드시 연속일 필요는 없다.
 
 
  “연임 개헌은 푸틴식 장기 집권 플랜”
 
국민의힘 측은 이재명 대통령의 ‘4년 연임제’ 제안에 “연임, 두 글자에서 푸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비판했다. 2000년부터 25년 동안 권좌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특혜성 개헌’으로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4년 연임제는 한 번 선출된 대통령이 반드시 연속해서만 재선할 수 있는 제도다. 비연속 재임은 허용되지 않는다. 첫 임기 후 재선에 실패하면 이후 대통령직 재도전이 불가능하다. 연임제에서는 첫 임기 종료 직후 재선 여부가 곧 정치적 생명을 좌우하는 분기점이 된다.
 
  흔히 ‘4년 연임제·중임제’의 최장 재임 기간을 8년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위험한 착각이다. 헌법이나 법률에 ‘1회만 연임·중임 가능’이라고 명시된 경우에만 최장 8년이 된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경우에는 수정헌법 제22조 제1절에 “누구도 두 번 이상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전례에서 비롯됐다. 루스벨트는 1933년 취임 이후 대공황 극복과 제2차 세계대전 지도라는 명분 아래 네 차례 연속 당선돼 12년 이상 집권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 의회는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대통령 임기 제한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을 추진했다. 1947년 의회에서 “대통령은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는 내용의 개헌안이 통과됐고, 주(州) 비준 절차를 거쳐 1951년 2월 27일 발효됐다. 이로써 미국 대통령의 최다 선출 횟수는 2회, 최장 재임 기간은 8년으로 제한됐다. 중임은 “먼저 근무하던 직위에 거듭 임명되는 것”을 뜻한다. 연임은 “정해진 임기를 마친 뒤 다시 그 직위를 맡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연임은 중임의 한 형태, 즉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임이 더 넓은 개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중임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왜 구체적으로 ‘연임제’를 꺼냈을까. 국민의힘은 갑작스러운 ‘연임제’ 제안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5월 19일, 당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푸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이재명표 연임제’에 대해 의심을 표했다.
 
  “이재명 후보의 푸틴식 장기 집권 개헌, 국민은 속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번엔 ‘중임’을 얘기했는데, ‘연임’을 이야기한다. 이재명 후보가 슬쩍 끼워 넣은 ‘연임’, 두 글자에서 푸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중임’은 단 한 번의 재선의 기회만 허용하며 8년을 넘을 수 없지만, ‘연임’은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혹세무민의 단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바로 이 연임 규정으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재명 후보가 “현직 대통령은 적용이 안 된다. 22대 대통령부터”라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총통제의 서막?
 
  나경원 의원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제 개헌’ 제안 뒤에는 장기 집권 계획이 도사리고 있다고 의심하는 이들의 논리는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각종 범죄 혐의로 5건의 형사재판을 받던 중 집권했다. 법원은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결과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사법 리스크 대신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문제는 퇴임 이후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5년 뒤 그는 다시 피고인 신분으로 돌아가 각종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결과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연임제 개헌을 성사시키고 차기 대선에서 재선된다면 정치적·법적 방어막의 유효 기간은 기존 5년에서 3년 더 연장된다. 그만큼 사법 절차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개헌안이 최종적으로 국민의 승인을 받고, 이 결과 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는 정치 지형이 지금보다 한층 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재편됐음을 의미한다. 연임 성공은 야권이 두 번 연속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8년 재임 후 퇴임한다면, 5년 단임으로 끝났을 때보다 정치적으로 또 법적으로 훨씬 더 안전할 수밖에 없다. 8년이라는 재임 기간은 당내와 여권 내 세력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8년 동안 인사권을 활용해 사법·행정·언론·관료 조직에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는 퇴임 후 든든한 ‘방어자산’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도 8년 재임은 유리하다. 대통령 재임 기간 모든 재판은 중단된다. 재판이 미뤄질수록 증거의 효력은 약해진다. 증인 진술은 불확실해진다. 여론의 관심도 희미해진다. 그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면소(免訴·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법률상 사유로 유무죄 판결을 하지 않고 소송 절차를 종료하는 것)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의 범죄 혐의에 대한 처벌 조항을 폐지하거나 범죄 구성 요건을 수정하는 법률 개정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이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면소로 끝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원칙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8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밝힌 123개 국정과제 중 ‘1호’는 ‘개헌’이다. 사진=뉴시스
  이런 탓에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제 개헌안을 국가대계(國家大計)를 위한 선의(善意)의 제안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현행 헌법상 이 대통령의 ‘중임(연임 포함)’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제128조 2항 때문이다.
 
  이른바 헌법 개정 효력 제한 대상 규정(이하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원칙)은 1987년 9차 개헌 때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주석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9차에 걸친 개정을 겪었다. 그러나 1960년 4·19 혁명의 결과로 탄생되었던 제2공화국 헌법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헌법이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역사적 결론으로 인하여 1980년 제8차 개정헌법에서는 대통령의 임기를 7년 단임으로 규정하였으며,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에서는 이를 다시금 5년 단임으로 변경함으로써 장기 집권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규정은 개정함으로써 장기 집권을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서 1980년 헌법에서 최초로 도입된 것이 현행 헌법의 제128조 제2항에 해당하는 헌법 개정 효력제한규정이라 할 수 있다. 즉 헌법 개정 자체로는 장기 집권 문제가 초래되지 않더라도 헌법 개정이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본인 스스로를 위한 임기 연장이나 재출마를 위한 개헌을 시도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효력이 없다”는 말은 개헌으로 대통령 연임이나 중임이 가능해져도, 그 혜택은 개헌 당시 재임 중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도 변경의 효과는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 현직 대통령은 그 수혜 대상이 될 수 없다. 해당 조항만 놓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개헌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헌법 제70조에 따라 ‘5년 단임’으로 퇴임해야 한다.
 
 
  ‘즉답’ 피한 이재명의 의도
 
  이 같은 헌법 조항의 존재는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다음은 5월 18일 개헌 제안 당시 이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공약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8일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는 개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헌법 조항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헌법상 개헌은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이 없다는 게 현 헌법 부칙(附則)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략) 이 후보는 “지금은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서 윤석열 전 정권처럼 친위 군사쿠데타를 하거나 국가 권력을 남용해서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통제 장치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헤럴드경제》 기사 중
 
  이 대통령은 왜 헌법 제128조 2항,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은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개헌 효력 제한 규정의 ‘개헌’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을까. ‘개정 불가’라고 답할 경우 향후 정치 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가능성을 스스로 닫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랬을까.
 
  이 대통령의 경우와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정치인들이 ‘즉답’을 피하는 데는 대략적인 이유가 있다. 직설적인 답변은 즉각 논란이나 반발을 부를 수 있어, 모호한 답변이나 동문서답으로 대응한다. 이는 이후 행동이 초기 발언과 어긋날 경우 제기될 ‘언행 불일치’나 ‘거짓말’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이기도 하다. 또 고정된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여론 변화와 정치 환경 변화에 맞춰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정책·법률 설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수정 여지를 남기고, 필요할 때 유리한 해석만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정치 도의상 어떻게 어기겠나”
 
  이재명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원칙’ 규정 개정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그가 제시한 ‘4년 연임제’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5월 25일 다시 “재임 중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의심을 거둬 달라”고 했다. 이어 “헌법을 개정하면 그 조항도 바꾼 것이기 때문에,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것이 국민주권주의에 맞다. 학계에서는 적용이 없다고 하지만, 정치 도의상 그렇게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어떻게 쉽게 어기겠나”라고 덧붙였다. 즉답을 피했던 그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의 개정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관련 발언 전문이다.
 
  〈“(전략) 연임제는 그런 거죠. 중임이라고 하면, 두 번 할 수 있다. 소위 퐁당퐁당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됐는데 떨어졌어도 언젠가 한 번은 나올 수 있다, 이게 중임제죠. 우리가 중임제를 하자고 하는 것은 일종의 중간평가를 도입해서 8년간의 국정의 안정성을 보장하자, 중간에 평가해서 안 되면 그만두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인데. 나중에 다시 하면, 국정의 안정성과 관계없이 그냥 두 번 하게 한다, 이런 의미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 문제가 있어서 학계에서는 중임이 아니라 연임만 하게 해야 한다. 이어서 한 번 더 하는 것만 하게 하고, 나중에 떨어진 다음에 다시 하는 건 허용하면 안 된다 그런 얘기예요.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인데, 이걸 연임하니까 이어서 계속한다는 거냐, 그런 해괴한 소리를 하지 않습니까. (중략) 개헌은 저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걱정이 되면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쓰면 되잖아요. 그냥 그렇게 하자라고 하면 되지, 제가 마치 이걸 100% 다 결정하는 것처럼, 혼자 푸틴처럼 독재하려고 한다고 하면 이게 정치가 되겠습니까. (중략) 재임 중 대통령은 적용이 없다, 헌법에 그렇게 쓰여 있잖아요.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되죠. 이론적으로는 그런 논란이 있기는 한 거 같아요. 헌법을 개정하면 그 조항조차도 국민이 바꾼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게 개정 당시 국민의 뜻이라면, 그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주의에 더 맞다. 왜냐하면, 과거의 국민들이 현재의 국민들의 의사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데, 국민들의 의사는 현재 국민들의 의사여야 하는 거죠. 학계에서는 적용이 없다고 하지만, 정치 도의상 어떻게 쉽게 어기겠습니까. 저는 어떤 입장이냐. 당연히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죠. 그러나 저는 이 개헌 당시의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해서 추가의 혜택을 받겠다는 걸 우리 국민들이 쉽게 용인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게 쉬운 일이겠어요. (중략) 이런 정치적 공격으로 국정의 혼란, 국민들의 판단에 혼선을 주는 일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머슴 이재명’의 선택은?
 
2017년 11월, 청와대 본관에 설치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그림 앞에 모인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참모들.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을 앞세워 자신들의 정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사진=뉴시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연임과 중임의 차이를 설명하며 권력 연장 의혹을 부인했고, ‘연임제’ 제안에 대한 비판을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의혹 해소’보다 오히려 ‘의혹 증폭’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특히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규정의 개정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이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정치 도의상 연임 혜택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발언에는 중의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숨어 있다. 첫째, 개헌을 한다고 해서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반드시 개정할 필요는 없다. 개헌 이후에도 해당 조항을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이 대통령은 마치 개헌을 하면 해당 조항까지 함께 재검토·변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는 향후 개헌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원칙’ 역시 국민투표를 거쳐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론화한 것이라는 지적을 낳을 만하다.
 
  둘째, ‘정치 도의상 어렵다’고 하면서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는 못 박지 않아,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연임 가능성을 다시 꺼낼 여지를 남겼다. 셋째, 모든 결정을 ‘국민 뜻’에 귀속시킨 점도 주목된다. 이는 훗날 연임 혜택을 받기 위한 개헌을 시도할 경우, “국민이 선택한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라고 부른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은 국민의 머슴”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머슴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지금은 연임 의사가 없더라도, 그가 ‘국민’이라고 규정하는 지지층이 요구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을 근거로 정치 행위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빛의 혁명’ 세력이 그러한 요구를 하고, 이 대통령이 ‘부득이’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강성 ‘이재명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의 연임을 위해 개헌 시 헌법 제128조 2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국민의 뜻’과 ‘정치 도의’ 중 ‘머슴 이재명’은 어떤 가치를 중시할까.
 
 
  “개헌해도 현직에 적용 안 되는 게 원칙”
 
1960년 4·19 당시 대학생들의 시위 현장.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사사오입 개헌처럼 타당성 없는 개헌의 끝은 4·19였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이 추진될 경우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우려했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그렇다면 헌법학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헌법상 ‘현직 대통령 적용 배제 원칙’ 개정 가능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헌법에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조항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은 국민주권주의를 담고 있어서 개헌으로도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또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을 규정한 조항 역시 매우 중요한 기본 규정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어요. 우리 사법 시스템에서 사법권 독립을 없앤다거나, 선거의 기본 원칙을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도 헌법 개정 절차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도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고, 헌법 개정 권한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이 경우에는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절대 변경 불가능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 예를 들어 정부 형태를 바꾸는 문제 같은 건 헌법 개정을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128조 2항을 개정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사안은 아니라고 봐요. 그렇다면 헌법 개정을 통해 변경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추진할 경우 엄청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개정은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헌법학계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헌법 제128조 2항도 개정은 가능하지만, 소급 적용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당시 재임 중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차기 대통령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결국 개헌을 해도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 그럼 이재명 대통령이 법적으로 틀린 얘기를 한 거네요.
 
  “헌법학계의 일반적인 해석과는 어긋나는 것이죠.”
 
  ― 만일 이 같은 문제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경우 ‘최고규범’으로 효력이 있습니까.
 
  “당시 대통령만 예외로 두겠다고 하면, 현행 헌법과 새 헌법이 충돌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국민투표로 확정됐다’만 볼 게 아니라, 법의 일반 원칙과도 맞물려 검토해야 합니다. 유신헌법도 국민투표로 통과됐지만, 그걸 ‘좋은 헌법’이라고 부르진 않죠. 이런 경우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차라리 개헌하지 말자’는 반대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결과적으로 규범과 현실 정치 권력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억지로 밀어붙여 연임까지 추진한다면, 정치적 갈등은 물론 법적 분쟁도 이어질 겁니다. 헌정사를 돌아봐도, 발췌 개헌·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처럼 타당성 없는 개헌을 힘으로 강행한 사례가 있었고, 결국 4·19혁명으로 끝났습니다.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개헌선 확보 위한 국민의힘 해산?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법적 요건을 갖춘 전직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오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의 ‘중임제’에서 ‘연임제’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해당 조항을 개정해도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건 안 되죠. 현행 헌법에 그렇게 돼 있으니까요. 물론 가능하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소위 법 실증주의 논리인데, 저는 이게 법 이성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볼 때는 현행 조항이 살아 있는 한, 4년 연임제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맞습니다. 그게 논리적으로 타당하죠.”
 
  ― 그럼에도 강행한다면요?
 
  “만약 그 조항 자체를 개정해서 ‘현직에도 효력이 있다’라고 밀어붙인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타당하지 않죠.”
 
  ― 막을 방법이 없습니까. 개헌안이 문제가 많다면 국민투표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국민투표요? 솔직히 말하면, 웬만하면 다 통과됩니다. 이게 우리 민주주의가 가진 ‘우민(愚民) 정치’의 한계예요. ‘국민이 막아줄 거다’ 이런 기대는 현실적으로 힘들죠. 그래서 제가 늘 하는 얘기가 ‘국민 저항’입니다. 국가 폭력이 심각하고, 국민 인권이 유린당하고, 존엄이 무시되고, 법적으로도 해결 방법이 없을 때는요,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국민이라면 말이죠. 결국 마지막 수단은, 법이 막혀 있으면, 저항밖에 없는 거예요.”
 

  ― ‘현직 대통령은 재임 중 외환(外患)과 내란의 죄를 범하지 않고서는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현재 이 대통령 재판이 중단됐지 않습니까. 그전까지 ‘소추’에 재판까지 포함된다고 여긴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런 사례를 고려했을 때 혹시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중임 변경’이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한 것일 뿐이다, 연임은 제한 규정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요.
 
  “그럼요. 연임이란 표현이 상당히 어색하잖아요. 왜냐하면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중임할 수 있다, 없다고 이제 다 쓰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연임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중임제로 하면 전직 대통령도 다시 출마할 수 있잖아요?”
 
  ― 문재인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요.
 
  “연임으로 하면 다른 사람은 못 나와요. 그리고 연임은 중임이 아니지 않으냐, 그런 논리로 한 번 더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 국민의힘을 해산시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 국민의힘을 해산하면, 현재 상태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갈 선거구가 꽤 있기 때문에 개헌선을 웃도는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겠죠.
 
  “예, 그렇게 지금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는 장기 집권을 꾀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를 불식하려면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 제128조 2항은 개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선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나아가 자신에게는 ‘연임’ 또는 ‘중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개정 헌법 부칙에 명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야만 대통령 임기 연장 개헌으로 인해 발생했던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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