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정치 인사이드

보수의 반격… 통합당이 먼지 쌓인 과거 수첩 꺼내 든 이유

한나라당 시절 5선 강재섭 대표와 3선 김용갑 의원은 7시간 동안 양파를 까며 울어야 했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당시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도가 나오기 이틀 전인 25일(사건 바로 다음 날) 저녁 해당 여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고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 제가 대신해서 백배사죄 드린다”고 정중히 사과했다.(한나라당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안상수 대표에게 “안 대표, 당신 많이 컸네!”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동기’ 문제로 급속히 냉각된 당·청 관계를 풀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안 대표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그러나 그 만찬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이 전 대통령과 안 대표는 서운함을 풀었다고 한다.(당시 여당의 반대로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이 무산돼)


⊙ 과거에 잘한 점과 현재 상승세가 합쳐져야 남은 선거 해볼 만
⊙ 한나라당·새누리당은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한 정당
⊙ 지금은 적폐로 몰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당과 국민 여론 최대한 받아들여
⊙ 편안함이 오만과 자만으로 바뀐 게 통합당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 現 민주당, 보수 정당이 최악인 시절보다 더 최악
⊙ 청와대 민주당의 자만의 질주… “우리만 잘하면 희망이 있다”(통합당 핵심 당직자들)
  윤희숙 미래통합당(통합당) 의원의 ‘명연설’이 화제가 됐다. 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지난 7월 30일 세입자 보호를 명분 삼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이날 국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나는 임차인이다.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내 고민”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한다”며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달랑 만드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처리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원할 경우 2년짜리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해 최대 4년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은 임대료를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결과적으로 임차인들이 더 부담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성이나 막말이 없었던 윤 의원의 이른바 ‘사이다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 전파됐다. 그의 발언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는 “속이 뻥 뚫린다” “보면서 눈물 났다” “국토부 장관 보내야” “레전드 영상, 전 국민이 봐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잘나가던 시절 되돌아보는 이유
 
  윤 의원의 연설로 오랜만에 좋은 분위기의 통합당에 바로 다음 날인 7월 31일 가슴 설레는 여론조사 결과가 올라왔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월 27~2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에서 통합당이 40.8%로 나타났다. 민주당(31.4%)에 비해 9.4%포인트나 높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2주 차 조사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33.8%를 기록하며 오차 범위 안에서 민주당(32.5%)을 앞선 이후 43주 만이었다. 윤 의원의 연설 전 조사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연설 직후 조사였다면 더욱 격차가 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당 분위기가 가장 좋은 시기지만 당내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란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을 얻을 기회가 많았음에도, 오만과 자만으로 놓쳐버린 과거를 곱씹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확 줄어든 지지율 격차에 대해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여론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입장을 표명하고 싶진 않다”고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당 핵심 관계자들은 과거 정권 잡았을 때 당이 잘 운영된 사례를 연구 중이라 한다. 왜 과거 국민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선택했는지를 돌아보고, 통합당에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핵심 당직자의 이야기다.
 
  “윤 의원의 연설이 화제가 된 것은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 당이 정권 잡았을 당시 어떻게 했을 때 국민이 인정하고 응원해줬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소속 의원이 망언 등 실수를 했을 경우 ‘사이다’식 징계를 내렸을 때, 인사 등 당·청와대의 결정에 국민 여론이 ‘아니다’고 비판할 경우 신속히 접었을 때 환호한 경우가 많더군요. 탄핵 후 우리 당은 이렇게 하지 못했죠. 그래서 민심이 떠난 것이고요. 잘했을 때로 돌아가야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눈물의 양파 봉사활동
 
‘광주 해방구’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용갑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처벌을 놓고 분란이 일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006년 12월 2일 김 의원의 지역구인 창녕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소속 의원이 국민으로부터 호된 비판 받은 언행을 했을 때 속전속결 시원한 결정으로 위기를 돌파한 대표적 사례로 양파 봉사활동이 있다.
 
  원조 보수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2006년 10월 26일 열린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난 6월 15일 (6·15남북평화)대축전만 봐도 2박 3일간 행사가 벌어진 광주는 완전히 (친북 좌파의) 해방구였다.”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웠다. 그동안의 ‘호남 다가가기’ 노력이 무색해진데다 ‘색깔론 정당’이라는 비난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망언’ ‘시대착오적 언급’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 기회에 구시대적 행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김 의원을 반드시 징계하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제명까지 검토했다. 이에 반발한 김 의원은 “좌파의 칼이 보수의 목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두 사람의 갈등으로 인해 징계가 늦춰지자 강재섭 대표가 나섰다.
 
  “(김 의원을 둘러싼) 사건은 인 위원장이 당에 들어오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주말에 내가 김 의원을 대신해 창녕에 가서 봉사하겠다. 또 광주에 가서 봉사하겠다. 윤리위는 정상참작을 해달라.”
 
  인 위원장은 김 의원이 강 대표와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면 징계를 대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양파’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라는 전제를 달았다. 양파 뿌리를 자르고 분류하는 작업을 하면서 인공적이라도 반성의 눈물을 흘리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5선의 강 대표와 3선의 김 의원은 7시간 동안 양파 봉사활동을 했다.
 
  상대 당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나왔지만, 국민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다선 의원들이 오랜 시간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었다. ‘쇼’일지라도 말이다.
 
 
  자유한국당 5·18 폄훼 발언에 사실상 침묵
 
  시계를 잠시 2019년 2월 8일로 돌려보자.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선 김진태·이종명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거듭 주장하는 지만원씨가 등장해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했다. 지씨는 나경원 원내대표 집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은 법원 등에서 허위사실로 판결한 사안이다.
 
  행사에 참석한 이종명 의원은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후에 그게 5·18 민주화운동으로 변질이 됐다”고,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종명·김순례 의원과 이 행사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은 즉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당 윤리위는 이종명 의원에 대해 ‘제명’을, 김순례 의원에 대해 ‘당원권 3개월 정지’ 처분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런 징계를 확정할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 집권을 경험했던 소위 ‘감’ 있는 당직자들은 당시 황교안 대표에게 5·18 운동과 5·18 유공자 폄훼 발언을 한 이들에 대해 신속하게 징계를 확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황 대표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고, 그 사이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징계 효과는 없었고, 김순례 의원은 3개월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확정할 의원총회는 사건 1년 만에 열렸다. 이날 확정한 제명은 징계라기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이적을 위한 제명 성격이 강했다. 이종명 의원은 불출마를 했고, 김순례 의원은 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데에는 5·18 유공자 폄훼 발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만약 13년 전 김용갑 의원의 ‘광주 해방구’ 발언 때처럼 대표가 나서서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했다면 ‘제1 보수 정당의 안중에 호남은 없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당 처신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던 최연희 의원의 중앙일간지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당의 처신도 신속했다. 2006년 2월 27일 《동아일보》는 최 의원이 한 중앙일간지의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최 의원은 스스로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이 중앙일간지 기자들은 2월 24일 오후 8시경부터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 이날 자리는 신임 당직자들과 상견례를 하자는 박근혜 대표 측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한나라당에서 박 대표 외에 이규택 최고위원, 최 총장, 이계진 대변인 등 7명이 참석했고, 이 신문에서는 편집국장, 정치부장과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 7명이 참석했다.
 
  기사는 “만찬 자리에서는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가 오갔으며 오후 10시10분경 박 대표와 편집국장은 자리를 떴다”며 “이 음식점 내 노래 시설을 갖춘 방에서 이어진 나머지 참석자들의 술자리에서 최 총장이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에 해당 여기자는 즉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큰소리로 성추행에 항의한 뒤 방을 뛰쳐나갔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따르면 최 총장은 사건 경위를 따지는 기자들에게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 음식점 주인은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 최고위원 등 다른 당직자들도 그 자리에서 바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사과했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당시 3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최 의원은 5·31지방선거에 대비한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도가 나오기 이틀 전인 25일(사건 바로 다음 날) 저녁 해당 여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고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 제가 대신해서 백배사죄 드린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박 대표는 또 26일 오후 2시쯤 편집국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기사는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5시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 의원에게 경위를 들었다. 최 의원은 스스로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고 자진 탈당했다. 최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내가 잘못했으니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며 “국민과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최 의원의 탈당과는 별개로 이날 최 총장을 국회 윤리특위에 공식 제소했다. 최 의원은 여기자 성추행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던 그는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2008년 4·9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최 의원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끝내 무산됐다. 김금래 여성위원장이 박희태 대표에게 최 의원 복당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人事에 대해서도 할 말 했다
 
2011년 1월 12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후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고유 재량인 인사(人事)에 대해서도 할 말은 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의원들의 요구가 ‘선’을 넘을 때도 있어, 대통령들이 기분 나빠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쓴소리를 존중하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사원장 인선을 두고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강하게 부딪친 것이다. 2010년 12월 3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감사원장 후보자로 정동기 전 민정수석비서관을 내정했다.
 
  그런데 당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 9명은 2011년 1월 10일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만장일치로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정을 내리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와 상의도 없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지금의 민주당처럼 171석의 거대 여당이었다. 부적격 결정 이유는 정 후보자가 당시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여원을 받은 것과 ‘BBK’ ‘민간인 사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결정이기도 했다.
 
  결국 정 후보자는 12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정 후보자 사퇴 후 이 전 대통령은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정치인들이 자기들은 얼마나 깨끗하다고 시비하느냐. 정치인들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하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김연광 당시 정무1비서관이 쓴 《오늘을 선택하는 사람 내일을 선택하는 사람》에 나와 있다.
 
  김연광 전 비서관은 ‘정 후보자 낙마’를 “한나라당의 완벽한 기습이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원희룡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정치를 어디서 이따위로 배웠어!”라고 고함칠 정도로 청와대 분위기가 격앙됐다고 김 전 비서관은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당시 정 후보자를 따로 만나 위로하겠다는 정 전 수석의 보고를 받고는 “당신 혼자 인간인 척하지 마라. 마음이 아파도 내가 더 아프다”고 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내가 그 사람(정동기) 왜 지명했는지 아느냐. 그 사람이 한양대 출신이다. 완전히 비주류다. 그런 사람이 그 자리에까지 올라가려고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 했겠느냐. 나하고 가깝다고 감사원장 시키려 한 게 아니다” 했다고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안상수 대표에게 “안 대표, 당신 많이 컸네!”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동기’ 문제로 급속히 냉각된 당·청 관계를 풀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안 대표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그러나 그 만찬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이 전 대통령과 안 대표는 서운함을 풀었다고 한다.
 
 
  국민 여론 받아들인 박근혜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2014년 6월 2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6월 10일 차기 총리로 《중앙일보》 출신 언론인인 문창극씨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자 출신으론 최초였다. 그러나 지명 바로 다음 날인 6월 11일 밤 KBS가, 문 후보자가 과거 온누리교회 강연 중 “일제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 발언한 사실을 보도한 뒤 ‘친일·반민족’이란 비난을 받았다. 또 지난 2014년 4월 서울대 강의에서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초선 의원 6명은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무릇 총리와 같은 국가지도자급 반열에 오르려면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확고한 역사관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받을 필요 없다’ 등의 역사인식에 동의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문 후보자는 총리실을 통해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6월 15일 돌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재가 여부를 6월 21일 귀국 이후로 미뤘다.
 
  6월 23일까지만 해도 문 후보자는 “조용히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24일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자진사퇴했다.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명 철회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중 후자를 택했다고 한다. 지명 철회를 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을 모두 청와대가 져야 하고, 문 후보자에게 주게 될 ‘상처’도 컸기 때문이다.
 
 
  “너 몇 선인데 아직도 그래?”
 
‘남원정’은 당에 ‘쓴소리’를 많이 했으나 계속 공천을 받았다. 2017년 1월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준비회의에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04년 총선 때 남경필·원희룡(현 제주도지사) 의원 등 소장파들은 당 쇄신을 위한 ‘개혁공천’을 요구했고, 이들의 목소리는 영남권 다선 의원들의 대거 퇴진을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했었다. 또 국회 개원 이후에는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등 ‘남원정’ 그룹과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새정치 수요모임’ 등으로 일정 세력을 형성했다. 소장파의 지원 아래 원 의원은 최고위원에 올라 당내 보수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특히 ‘남원정’ 같은 경우, 남경필 의원은 5선에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선에 현 제주도지사다. 정병국 의원은 5선으로 이번 21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아무리 당에 ‘쓴소리’를 했어도 당은 그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래서일까. ‘남원정’은 다선 의원이 됐음에도 초·재선 때처럼 당내 중진과 대립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현재도 중진 국회의원인 인물이 당대표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남경필 전 지사가 다선임에도 지도부의 결정에 딴죽을 걸자 당시 대표인 이 의원이 자신의 차로 남 전 지사를 부른 뒤 이렇게 말했다.
 
  “경필아, 너 몇 선인지 아냐. 아직도 그러면 어떡하느냐.”
 
  농담 반 진담 반의 질책에도 ‘남원정’은 할 말은 했다. 그들의 주장과 방향이 맞고 틀림을 떠나서 말이다.
 
 
  ‘해당 행위자’도 ‘국민 여론’에 부합한다면…
 
홍정욱 전 의원은 2011년 4월 15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기권 의사를 표했다.
  선거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홍정욱 전 의원은 어떤가. 그는 2011년 4월 15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기권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이 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순간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았고, 소위(小委) 소속이 아닌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유 위원장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이런 가운데 6명 소위 위원 중 한나라당 3명은 찬성, 민주당 2명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의 홍 전 의원은 FTA 동의안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물리적 충돌 속의 강행 처리에 반대한다면서 기권 의사를 표시해 과반(過半) 의결 정족수에 미달했다.
 
  기권표를 던진 홍 전 의원은 2010년 12월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 이 약속을 못 지키면 2012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던 한나라당 의원 21명 중 한 명이었다.
 
  홍 전 의원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고 국가적 현안이고 당론이 정해진 FTA 동의안에 대해 기권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몸싸움 방지는 국회의 오랜 숙제이지만, 그 숙제가 풀리지 않으면 FTA를 처리할 수 없다고 행동한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었다.
 
  홍 전 의원은 해당(害黨) 행위로 볼 수 있는 기권표를 던졌지만 이후 정치 활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홍 전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뗀 것은 그의 의사였다.
 
  그는 《조선일보》(2012년 1월 14일)와의 인터뷰에서 “홍정욱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다른 ‘꼼수’가 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지역구인 노회찬·정봉주와 대결을 피하려는 의도, 오세훈 전 시장처럼 불출마 선언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한 뒤 서울시장으로 나선다는 전략 등”이란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남과 똑같이 해서 하늘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나. 다음 총선에서도 내가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2011년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때에도 국회 폭력에 반대하는 ‘국회 바로 세우기 모임’ 소속으로 협상파로 꼽혀온 의원(김성식・김성태・현기환・정태근 전 의원 등)들과 농촌 지역 출신 의원(김광림・여상규 등)들은 기권하거나 심지어 반대표(황영철 전 의원)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일을 꼬투리 잡아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과거를 돌이켜보는 데 의미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의 전격 퇴장 후 보수당이 겪었던 자만의 질주 중이란 지적이다. 지난 8월 10일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소한 잘못한 의원들은 강하게 징계하고, 대통령의 인사가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지적했으며, 쓴소리 또는 당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더라도 지역구 경쟁력이 높으면 공천을 주던 보수 정당. 지금 통합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실정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는 이유다. 당이 변한 건 누구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이후 당대표가, 지도부가 당을 잘못 이끌어서가 아니란 얘기다. 두 번 연속 정권을 잡으면서 누렸던 편안함이 오만과 자만으로 바뀐 게 컸다. 한 번 바뀐 체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나마 통합당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지금이라도 ‘과거’를 돌이켜보고, 배울 건 배우자는 분위기가 당내에서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다수의 보수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박근혜 정권의 전격 퇴장 후 우리 당이 겪었던 자만의 질주를 민주당이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은 지금이라도 깨닫고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해왔던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23일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은 여비서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석 달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비서의 성추행 고소를 전해 듣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범죄는 “피해자 중심”이라던 정부·여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며 가해자를 감쌌다.
 
  지난 5월 8일 윤미향 사태가 터졌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30년 동안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폭로했다. “30년 동안 재주는 내가 넘고 돈은 그들이 먹었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한 기부금과 보조금 37억원이 회계장부에서 증발했다. 민주당은 이를 뭉개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조국 일가 사건, 유재수 비리 무마, 드루킹 대선 여론 조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은 하나도 잘못한 게 없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란이라고만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입바른 소리 한 죄로 아직도 당 윤리위 심판대에 올라 벌을 서고 있다. 당연히 공천도 못 받았다. ‘경선’의 기회는 줬다고 하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은 금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 상대에게 표를 몰아줬다.
 
  민주당은 2004년 이후 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했다. 야당이 항의하자 상임위 17곳 전체를 독식했다. 의석 비율대로 위원장을 분점하던 1988년 이후 관행도 깨졌다. 그 결과 민주화 운동권이 집권한 한국에서 토론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안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폭거가 벌어지고 있다. 통합당이 가장 좋지 못했던 시절보다 심하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핵심 당직자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