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2026. 05.
편집장의 편지
‘동맹’이란 ‘같은 친구와 적(敵)을 갖는 것’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위협 관련 기사를 쓰면서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이라고 해야 할 것을 ‘North American Treaty Organization’이라고 썼습니다. 그것도 헤드라인에! 급히 정정하기는 했지만, 정말 경악할 만한 역대급 실수입니다(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합니다). 1949년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대서양 서쪽(미국·캐나다)과 동쪽 국가들(창립 당시에는 영국·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안보 동맹입니다. 조약 전문(前文)을 보면 체약국(締約國)은 “민주주의의 제(諸)원칙, 개인의 자유와 법(法)의 지배 위에 구축(構築)된 그 국민의 자유, 그리고 공동의 유산 및 문명을 옹호할 것” “북대서양 지역에서의 안정 및 복지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며, 집단적 방위와 아울러 평화 및 안전의 유지를 위해 그 노력을 결속할 것”을 결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약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것은 제5조인데 “체약국은 유럽 혹은 북미(北美)의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체약국에 대한 무력(武力) 공격을 전(全) 체약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그러한 무력 공격이 있을 때는 각 체약국이 국제연합헌장 제51조의 규정에 인정된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自衛權)을 행사하여 개별적 또는 다른 체약국과 공동으로 북대서양 지역의 안전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동(병력의 사용을 포함하는)을 즉시 취함으로써 공격을 받은 체약국을 원조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조약상의 의무는 조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함께 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냉전(冷戰) 시대에 북대서양조약은 미국이 (서)유럽을 일방적으로 지켜 주는 장치였습니다. 미국도, (서)유럽의 NATO 회원국들도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NATO는 창
포토에세이
진달래로 시작해 철쭉으로 타오르는 분홍 연대기
저 도발적인 거친 분홍!
겨울의 완고한 침묵을 깨고 산이 제멋대로 달아오른다. 지금 산은 온통 봄꽃의 점령지. 냉랭한 동장군의 엄포를 처음 깨뜨린 건 진달래다. 앙상한 나뭇가지투성이의 무채색 숲에 분홍 깃발을 올려 봄을 선포한다. 진달래의 분홍은 촌스럽다. 도시인의 매끈한 넥타이나 연예인의 세련된 립스틱 빛깔과는 결이 다르다. 진달래의 촌스러운 분홍이야말로 이 계절의 정체성이다. 일관성 없이 제멋대로 번져 나가는 저 도발적인 거친 분홍! 아등바등 앞만 보고 달려온 경주마 같은 도시인의 마음을 낚아채 허공을 걷게 할 만큼 아찔하다. 대구와 경북 청도에 걸쳐 있는 비슬산(1083m) 정상부의 진달래 군락과 대견사. 해발 1000m에 이르는 고지대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넓은 진달래 화원이 펼쳐진다. 비슬산은 진달래가 대규모로 군락을 이룬 산들 중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꼽힌다. 사진=대구시청 전남 강진 덕룡산 서봉 아래 진달래 군락지. 진달래는 강하고 연약하다. 매연이나 오염에 강해 척박한 땅과 공기에서도 꿋꿋이 잘 자란다. 나무들이 기피하는 땅에 먼저 뿌리를 내리고 군락을 이룬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지를 파헤치고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으면 금방 부러지고 마는 것이 진달래다. 사진=산악사진가 정현석 무뚝뚝하고 때론 무섭기까지 한 1000m 넘는 덩치들이 발그레 물드는 계절, 봄. 산 아래부터 고도를 높이며 물들어 가는 연애의 감정. 산골 마을 어귀에는 진달래가 난사를 시작했고, 그 곁으로는 철쭉이 거대한 정글을 이룬 채 제 차례를 기다린다. 큰 산은 지금은 초록의 숨을 고르고 있으나, 며칠 뒤면 절절한 연애편지 같은 철쭉의 고백으로 가득 찬 분홍 낙원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산과 봄의 연애를 축하하려는 산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꽃의 바다 위에 사람의 산을 이룰 게 분명하다. 전남 장흥과 보성 경계의 사자산(667m) 철쭉 군락지. 호남정맥의 명불허전 자연 화원인 제암산과 일림산 사이에 사자산이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씩씩하게 핀 철쭉의 낭만과 운해가 환상 교향곡을
사람들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에 작품 기증한 김영원 전 교수
지난 4월 4일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이 개관했다. 면적 5807㎡의 미술관에는 김영원(金永元·79) 전 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기증한 158점의 조각과 100점의 그림이 전시된다. 세 개의 전시실과 도서공간·아카이브실·교육체험실·카페·수장실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된 미술관은 김해문화관광재단이 운영을 맡는다. 김영원 전 교수는 “김해시립미술관이 한 사람의 작가를 기념하는 미술관을 넘어서 지역과 전국 각지, 나아가 세계의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허브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교수, 미술대학장을 지낸 한국 조각의 거장(巨匠).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있는 대형 인체 조각상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플랫폼 시대 혁신 세대’ 강조하는 박성진 총장
박성진(朴成鎭·58) 전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가 제8대 한동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1995년 개교한 한동대는 초대 김영길(金泳吉) 총장 이래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공학·글로벌 인재들을 꾸준히 육성해 온 강소(强小)대학. 박 총장은 취임사에서 “국내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크리스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한동대는 이 플랫폼 시대에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대한민국이 건국될 때 (국회에서) 하셨던 이윤영 목사님의 기도에 한동대의 정체성(正體性)이 연결되길 원한다”면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건국 세대, 근대화 세대, 민주화 세대를 이을 혁신 세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성진 총장은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산학처장, 포스코 산학연협력실장, 포스코기술지주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한국디자인사론》 펴낸 최범 작가
한국 사회의 ‘전근대성’ 문제를 천착해 온 최범(崔範·69) 작가가 《한국디자인사론》 (안그라픽스 펴냄)을 펴냈다. 최 작가는 이 책에서 “지난 30년에 걸쳐 쓰인 이 글들은 한국 근대에 대한 나의 관심이 기저(基底)를 이루면서 관통하고 있다”면서 “이 책이 한국 디자인사 연구의 방향을 가늠하는 길라잡이가 되고, 나아가 한국 디자인사가 한국 근대사 연구의 일부로 자리 잡고 그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기획실장, (사)미술인회의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권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퇴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근대성’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 《우리는 왜 여전히 전근대적인가》 《문제는 근대다》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등의 책을 펴냈다. 《디자인》 편집장, 《디자인평론》 편집인을 지냈다.⊙
북한 인권 최전선에 선 장세율 대표
한때는 “당과 수령님께 충성하라”는 아버지 당부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출신 성분도 좋았다. 군인 가정에서 태어나 평양미림대학(현 김일군사대학)을 졸업했다. 인민군 사이버 분야에서 복무했고, 수학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그런 인생이 한국 드라마를 본 뒤 송두리째 바뀌었다. 2008년 한국 땅을 밟은 장세율 대표는 20년 가까이 북한 인권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다. 2011년 겨레얼통일연대를 설립했고,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65개 탈북민단체가 소속된 전국탈북민협회 상임대표도 맡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북한군 포로 지원도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탈출 방법 안내서’를 제작해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북한군이 반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미국 탈북민 인권단체와 연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답신을 받기도 했다. 장 대표는 “북한 인권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과 생명, 안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회사 부회장 된 이주희 교수
이주희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가 엘앤씨바이오(대표 이환철·이재호) 부회장 겸 글로벌의학연구센터(GMRC)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이 교수는 “25년 이상 임상 진료 현장에서 수많은 흉터 환자와 미용 시술 부작용 환자를 치료하면서, 인체 조직이야말로 가장 인체 친화적이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피부를 넘어 인체 전반의 롱제비티(Longevity·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구현을 목표로 한 재생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연세의대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장, 연세의대 피부생물학연구소장, 연세암병원 흉터성형레이저센터장 등을 지냈다. 노화, 재생, 피부장벽, 모발, 색소 등 다양한 피부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학술지 《셀(Cell)》을 포함한 SCI급 국제 학술지에 2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지역언론인클럽 고문으로 위촉된 김택환·변재관
김택환(金宅煥·67) 미래전략정책연구원장과 변재관(卞在寬·65) 한일사회보장정책포럼 대표가 (사)한국지역언론인클럽(회장 이기동) 고문으로 위촉됐다. (사)한국지역언론인클럽은 국회 및 청와대에 출입하는 약 40개 지방언론사 간부들의 모임. 김택환 원장은 세계신문협회(WAN) 한국 대표 등을 지냈으며, 《미디어빅뱅》 시리즈, 《넥스트 코리아》 시리즈 등 20권 이상의 책을 냈다. 변재관 대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인구·고령사회대책팀 정책을 총괄했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등을 역임한 복지 전문가다. 김택환 원장은 “로컬과 글로벌을 아우르는 ‘로글러’ 및 ‘5극 3특 시대’에 지방신문은 새 전기를 맞고 있다”며 “지역언론인클럽과 함께 지방 소멸 대책과 지역 언론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기는 지도자의 리더십’ 책 쓴 남보람 박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남보람 박사는 육군 영관(領官)장교 출신 전쟁사학자다. 전쟁사와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과 미국 국방부에서 모두 근무한 이력이 있다. 미국 체류 시절에는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한국전 관련 1차 사료를 뒤졌다. 이때 조지 마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버트 맥나마라, 헨리 스팀슨 등 전시(戰時) 미국 지도자들의 행적도 들여다보았다. 남 박사는 당시의 기록을 저서 《위너십》에서 다룬다. ‘이기는 리더의 원칙과 조건’이라는 부제(副題)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조직의 목표는 경쟁에서의 승리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책 내용은 세 축이다. 1부는 솔선수범, 현실 직시, 경청, 위임, 확인 등 10개의 ‘리더 원칙’을, 2부는 리더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밝힌다. 3부는 위너십을 실현한 역사적 인물을 다룬다. 마셜의 인재 발굴, 아이젠하워의 인내와 경청, 맥나마라의 지휘 체계를 제시한다.⊙
권두 시론
‘국민통합형 헌법 전문’을 만들자
5·10 총선, 6·25 호국, 경제 건설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헌법 전문(前文)에 어떤 역사적 사건을 새길 것인가. 이는 단순한 문구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가 자신의 성립과 존립, 민주주의와 번영의 기억을 어떻게 배열하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국가 정체성(正體性)과 헌정(憲政) 가치의 질서를 전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억의 위계(位階), 정체성의 중심, 정치적 정당성의 원천을 정하는 행위다. 이 시론은 현재 진행 중인 헌법 개정 논의, 특히 헌법 전문 개정안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026년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의 첫 단추를 끼우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어 2월 임시국회 개회사에서는 5·18 등 민주주의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비상계엄 승인권,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개헌 내용으로 제시하며 지방선거일 국민투표 동시 시행을 거듭 촉구했다. 3월 10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4월 7일까지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며 3월 17일까지 개헌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는? 이 시점까지 헌법 전문 수록 대상은 5·18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우 의장의 개헌 구상을 지지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부마민주항쟁 정신도 헌법 전문에 담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반영하여 4월 3일, 우원식 의장을 포함한 국회의원 187명이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공식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헌법 개정안은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비상계엄 승인권,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이 헌법 전문에 나란히 수록됨으로써, 이번 개헌안은 단순한 조문 추가를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의 정통성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를 보다 선명하게 선언하는 방향으로 그 성격이 변모되었다. 헌법 전문의 역사서사(歷史敍事)가 ‘민주화운동의 계보’로 집약되는 형태가
청년 시론
光州 출마했던 청년 의사의 보수 진영을 향한 고언(苦言)
보수, 먼저 ‘따르고 싶은 어른’이 돼야
‘젊은이’는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적은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청년’은 ‘푸를 청(靑)’이라는 뜻이 담긴 한자를 넣어 미래가 기대되는 존재,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재, 실패해도 용인되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노인을 뜻하지 않는다. 품격과 소명(召命)의식을 갖추고 미래 세대인 청년을 위해 책임과 헌신을 다하는 존재, 축적한 지혜를 바탕으로 청년을 바른 길로 이끌며, 청년으로 하여금 의지하고 싶게 만드는 존재가 진짜 어른이다. 청년들은 그런 어른을 볼 때 자발적으로 따르며, 때로는 그 어른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청년으로 분류되는 39세의 나이에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쓰다가 국민의힘에 영입되어 인재영입위원과 비상대책위원을 지내며 선거에까지 출마했던 나는 정작 따르고 싶은 어른을 보지 못했다. 총선 참패와 계엄, 두 번째 탄핵, 그리고 정권을 내주는 과정을 겪으며 난국을 현명하게 수습할 어른을 애타게 찾았지만,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어른이 아니었다. 보수 진영을 거쳐간 수많은 리더들이 있었는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 소명의식을 가지고 책임과 헌신을 다하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에도 노무현·문재인 같은 ‘호남 리더’ 필요 2023년 9월,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대표와의 첫 면담에서, 김 대표는 영입 제안을 하면서 비례대표나 서울 당선권 등 ‘좋은 조건’을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호남이 변해야 한다고 말해 온 사람이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주 출신 한덕수 총리와 이용 비례의원, 익산 출신 이상민 장관과 조수진 비례의원, 광주(光州) 출신 전주혜 비례의원이 고향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킨다면, 저는 비례대표로 후방에서 정치를 배우다가 다음 총선에 광주에 출마하겠습니다. 만약 그분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저라도 이번 총선에 광
인터뷰
박상용 검사가 공개 발언에 나선 이유
“검사 관두는 데 미련은 없지만, 대북송금 진실만큼은 드러나길”
직무정지, 고발, 출국금지, 감찰. 4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만에 검사 한 명에게 가해진 것들이다. 국회 국정조사에 불려 다니고 있는 박상용(朴庠勇·45)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얘기다. 박 검사는 2018년부터 이듬해까지 쌍방울그룹을 통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등 명목으로 미화 800만 달러가 넘어간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3년 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공범들로 하여금 이재명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진술하도록 회유했다는 조작 기소 의혹이 불거졌다. 2023년 5월 17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에게 연어와 술을 제공하며 회유했다거나, 검찰청에 공범들을 불러다 놓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입을 맞춰놨다는 등의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제기될 때마다 박 검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일이 반박하고 있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언론, 매체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박 검사를 만났다. 그는 검사로서 경력이 끝났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면서도 자신이 수사한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권력에 의해 뭉개지지 않고 낱낱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검사로서의 경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공개 발언에 나서게 된 이유를 자세히 들어봤다. “‘나 좀 조사해 달라’ 하는 판” ― 현직 검사 신분으로 언론, 매체에 출연하는 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사는 공소장으로, 공판은 판결문으로 남길 뿐이라고 배웠습니다. 이 외엔 입을 닫아야 하고 14년 차 검사로 일하면서 이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검사 게시판에도 초임 시절 전수안 전 대법관의 퇴임사가 마음에 와닿아서 이를 그대로 올린 것 이외엔 개인적으로 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 그럼 법무부와 검찰 등 사정기관에 입장을 소명하면 될 일이지, 직접 나서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지난해 12월 30일 처음으로 서울고검에서 조사를 받았고 지난 1월까지 세 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너무나도
김선교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
“경기도민, 서울 5선 추미애를 지사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경기도는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에서 경기도 60석 중 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그 후 계엄과 탄핵, 대선 등을 거치며 당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된 정치인들은 모두 출마 권유를 강하게 고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군수 공천 신청자가 없거나 극소수여서 경선을 치를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차피 안 될 선거에 누가 나가겠느냐”는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지난 4월 7일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추미애 의원이 확정되면서 국민의힘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추 의원의 대항마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또 추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로 경기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이 3곳으로 늘어나면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추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생겼다. “일 잘하고 잘 싸우는 사람 공천” 제8회 지방선거가 열린 2022년 6월 1일 경기도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국민의힘은 경기지사 선거는 석패했지만 경기도 기초단체장 31곳 중 22곳을 차지했다. 사진=조선DB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경기지사 후보를 추가 공모하겠다고 밝힌 4월 9일,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선교 의원을 수원시 도당에서 만났다. ―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경기도 기초단체장 31곳 중 22곳을 차지했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는 0.15%p 차이로 석패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로 예상합니까? “기초단체장 15~16곳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목표를 과반으로 잡고 있습니다. ― 경기도의원 선거는 민주당 78석, 국민의힘 78석으로 5 대 5였지요. “경기도 내 일부 지역의 여론 지형이 우리 당에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주민 여러분께 실질적인 희망을 드리는 행보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수사한 이영훈 전 검사
“마약에 손대는 순간, 남는 건 마약뿐”
포털 사이트에 ‘릴(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구매’라고 검색하자마자 텔레그램 아이디가 쏟아진다. 이들은 모두 실제로 마약을 판매하는 마약상들의 연락처다. 이 가운데 한 연락처에 ‘구매가 가능하냐’고 묻자 곧바로 가능하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혹시 받아보는 데 몇 분 정도 걸리느냐’라고 다시 묻자 마약상은 “30분 안쪽이면 받아볼 수 있다. 배달음식보다 우리가 더 빠르다”고 답했다. 마약을 구매하고 받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사회.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구매 과정에서도 별다른 인증이나 제한이 없다. 이처럼 마약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음지에 머물지 않고 점차 양지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심각성을 강하게 경고해 온 인물이 있다. 2024년 서울남부지검 공판부 소속으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사건을 수사했던 이영훈 변호사다. 흔히 명문대에 입학하면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삶을 망치는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적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검사였던 이 변호사의 시선은 달랐다. 이들은 ‘명문대’를 타이틀로 연합 동아리를 결성한 뒤 내부에 일종의 ‘작은 왕국’을 만들고, 집단 마약 투약과 유통을 일삼았다. 구성원들은 풍부한 지식과 재력을 갖추고 있었고, 법조인을 꿈꾸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에 기소된 이후에도 쉽게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가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이영훈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바탕으로 《선을 넘은 사람들》을 펴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부협력법률사무소가 있는 ‘수상한’ 동아리 2023년,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깐부 동아리 모집 글. 사진=에브리타임 갈무리20학번인 기자 역시 ‘깐부’ 동아리를 잊기 어렵다. 교내 커뮤니티
김윤세의 溫故知新 | 달밤, 꽃나무 아래 홀로 술을 마신다
花下一壺酒 獨酌無相親 화하일호주 독작무상친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월기불해음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잠반월장영 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 我舞影凌亂 아가월배회 아무영능란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성시동교환 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달 밝은 밤, 꽃나무 아래 한 동이 술… 아무도 없이 나 홀로 술을 마신다. 외로움에 잔 들어 달을 맞이하니 달과 그림자, 그리고 나, 셋이 되었네! 그러나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다만 나를 따라 움직일 뿐…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와 벗을 삼아 다 같이 어울려 봄날을 즐겨보리라 내가 노래하매 달은 주위를 맴돌고 춤을 추니 그림자도 어지러이 움직인다.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즐기다가 흠뻑 취하니 각자 흩어져 사라지네 무정한 벗들이지만 길이 변치 않을 교분을 맺어 저 하늘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해 본다. 당(唐)나라 때, 시선(詩仙)으로 불린 이백(李白·701~762년)의 ‘달빛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月下獨酌)’라는 제목의 시 4수 중 첫 번째 시다. 어느 봄날 달 밝은 밤에 꽃이 만개한 숲속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달과 그림자와 짝을 이루어 봄의 고독을 음미하는 주선(酒仙)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다. 이백은 이태백(李太白)이라는 자(字)로 더 널리 알려졌는데 중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이다. 당나라 현종(玄宗) 시절 한림공봉(翰林
경제 이슈
민영화 얘기 나오는 HMM과 KAI
“기간산업이 무조건 공공 소유여야 할 필요 없다”
HMM(과거 현대상선)의 본사 이전을 두고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HMM은 오는 5월 8일에 임시주주총회(이하 임시주총)를 열고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HMM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4월 7일에 최원혁 대표이사를 고용노동부에 부당 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는 사측이 합의 없이 부산으로 본사 이전을 강행할 때에는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HMM의 노사 갈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HMM은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船社)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란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적인 공급망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 미칠 파문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이유는 HMM의 본사 이전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본사 이전은 이재명(李在明) 대통령의 대선(大選) 공약이었고, 6월에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나오는 전재수(田載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7위권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 해운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HMM의 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의 본사가 부산에 있는 만큼 HMM의 본사도 이전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우리가 사기업이었다면…” 상장사가 본사를 이전하려면 이사회에서 반드시 정관(定款)을 변경해야 하고, 이 과정은 주총의 승인 사안이다. HMM 노조의 반대에도 본사 이전에 관한 안건은 무난하게 임시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전체의 35% 보유)과 해진공(35%)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는 회사에 7조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준공기업처럼 보이지만, 주인을 찾아 매각해야 하는 사기업에 정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과연 올바르냐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본사를 서울에서 지
가정의 달
‘가부장 화신’에서 ‘육아 투사’ 된 한 중년 남성 이야기
10년째, 헤어질 줄 알면서도 아빠가 된다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기저귀 한 번을 안 갈아줬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 장손은 이보다 더 대승적인 일을 해야 했다. 부엌은 금남(禁男)의 구역. 다 차려진 밥상에서 한술 뜨기만 했지, 손에 물 묻히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출근길에 묶어둔 쓰레기 봉투를 한 번 버리고는 스스로 ‘가정일도 도울 줄 아는 남편’이라 여겼다. ‘가부장제의 화신(化身)’이라는 소릴 들었다. 그래도 슬하의 아이들은 잘 컸다. 아내 혼자 갈려나간 결과다. 돌아보면 참 용감했다 싶다. ‘또 다른 아이’를 키워보고서야 그간 저버린 무게가 뭔지 알게 됐다. 이충원(李忠源·57)씨는 이렇게 10년째, 헤어질 줄 알면서도 아빠가 된다. 울지 않던 아이 위탁(委託) 부모. 말 그대로 남의 아이를 맡는 일이다. 그의 손을 거쳐간 아이는 넷이다. 애칭은 토실이, 힝순이, 깔끔이, 경이다. 아이당 약 2년을 함께 지냈다. 지금은 ‘장군이’와 함께 산다. 시작은 아내 김명희(56)씨의 제안이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유학을 떠나고 집이 비던 시기, 김씨가 “위탁모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반대했다. 언젠가 헤어져야 할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아내가 ‘다들 그렇게 생각해서 애들이 갈 데가 없다더라’고 하더군요. 이 말에 더는 할 말이 없었어요. 한번 해보라 한 거죠. 이랬다가 일이 이렇게 커져버린 거예요.” 당시 딸아이는 중1이었다. 오빠가 유학을 떠난 뒤 귀염을 독차지할 참이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갓난쟁이가 온다니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딸이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여자애는 절대 안 된다.’ 다행히 남자아이가 왔다. 막상 데려오니 딸은 완전 ‘츤데레’가 됐단다. 엄마 고생한다고 제가 보살피기도 했다. 친자식과 경계는 없었다. 함께 외출하고, 병원에 데려갔고 여행도 다녔다. 필요하면 심리상담도 받게 했다. 첫아이 토실이는 ‘입양 전 위탁’이었다. 입양이 결정된 아동을 입양가정으로 보내기 전까지 일정 기간 위탁가정
'지방선거 구인난' 국민의힘, 추미애에 맞설 경기도지사 후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