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음식보다 우리가 더 빨라요” 30분이면 도착하는 마약
⊙ 회원 수 전국 2위의 동아리 ‘깐부’… ‘외부협력법률사무소’까지 두고 회원 모집
⊙ “마약 사범들, 리스크를 감수한다기보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없어”
⊙ “처벌의 강도와 실효성 부족”
⊙ ‘마약=힙하다’는 인식 팽배… “마약 공동구매하기도”
⊙ “마약은 가장 강력한 도파민… 단약 쉽지 않아”
李英勳
1989년생. 경찰대학 법학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서울지방경찰청 경위, 인천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남부지방검찰청·창원지방검찰청 등에서 약 10년간 검사로 재직, 現 법무법인 위온 파트너변호사 / 《선을 넘은 사람들》 집필
⊙ 회원 수 전국 2위의 동아리 ‘깐부’… ‘외부협력법률사무소’까지 두고 회원 모집
⊙ “마약 사범들, 리스크를 감수한다기보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없어”
⊙ “처벌의 강도와 실효성 부족”
⊙ ‘마약=힙하다’는 인식 팽배… “마약 공동구매하기도”
⊙ “마약은 가장 강력한 도파민… 단약 쉽지 않아”
李英勳
1989년생. 경찰대학 법학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서울지방경찰청 경위, 인천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남부지방검찰청·창원지방검찰청 등에서 약 10년간 검사로 재직, 現 법무법인 위온 파트너변호사 / 《선을 넘은 사람들》 집필

- 사진=본인
마약을 구매하고 받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사회.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구매 과정에서도 별다른 인증이나 제한이 없다.
이처럼 마약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음지에 머물지 않고 점차 양지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심각성을 강하게 경고해 온 인물이 있다. 2024년 서울남부지검 공판부 소속으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사건을 수사했던 이영훈 변호사다.
흔히 명문대에 입학하면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삶을 망치는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적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검사였던 이 변호사의 시선은 달랐다. 이들은 ‘명문대’를 타이틀로 연합 동아리를 결성한 뒤 내부에 일종의 ‘작은 왕국’을 만들고, 집단 마약 투약과 유통을 일삼았다. 구성원들은 풍부한 지식과 재력을 갖추고 있었고, 법조인을 꿈꾸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에 기소된 이후에도 쉽게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가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이영훈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바탕으로 《선을 넘은 사람들》을 펴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부협력법률사무소가 있는 ‘수상한’ 동아리
2023년,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깐부 동아리 모집 글. 사진=에브리타임 갈무리당시 ‘깐부’ 동아리에 지원했던 신모씨는 면접 과정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서류 심사부터 엄격해 외모와 재력, 성격을 평가한다는 내용이 공고문에 명시돼 있었고, 서류를 통과했을 때는 ‘인정받았다’는 묘한 쾌감까지 느꼈다고 한다.
이후 서울의 한 장소에서 진행된 임원 면접에 참석한 그는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를 느꼈다. 면접관이 모두 남성이었고, “잘 노냐” “주량이 어떻게 되냐”와 같은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씨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동아리 등록을 포기했다. 공고문에 적힌 ‘동아리 최초 외부협력법률사무소 시스템을 통한 안전한 동아리 운영’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생이 법률 소송에 휘말릴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며 “겉이 지나치게 화려해 합격을 하고도 등록을 고민할 정도였다. 나중에 뉴스에서 ‘마약동아리’로 보도된 사진들이 모두 해당 동아리 SNS에 올라온 것들이라 놀랐다”고 회상했다.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사건
2024년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사건’은 당시 회원 수 전국 2위 규모의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에서 발생한 마약 투약 및 유통 사건이다.
회원 가운데에는 한국의 최상위권 명문대인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생은 물론, 의과대학생, 로스쿨생,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상장사 임원 등 사회 엘리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합동아리 회장 A씨의 재판 과정에서, 이영훈 공판 검사가 수상한 거래 내역을 포착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A씨는 2021년 ‘깐부’ 동아리를 결성한 뒤 약 300명의 회원을 모집해 일종의 ‘작은 왕국’을 구축했다. 이후 동아리 임원 B, C씨 등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골라 클럽과 고급 호텔, 뮤직페스티벌 등에 초대했고, 술자리에서 경계가 흐트러진 틈을 타 액상 대마를 권했다. 이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필로폰·합성대마 등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인 유통에도 관여했다. A씨는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통해 텔레그램 마약 딜러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하고, 마약 은닉 장소를 전달받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활용해 마약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확보했다. 이후 동아리 회원들을 상대로 대금을 받고 소매 판매를 이어갔다.
수사에 대비한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마약 수사 대응과 증거 인멸 방법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방에 접속해 정보를 습득하고, 포렌식 삭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등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준비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동아리 회원들의 마약 투약 사실이 인정됐으며, 단순 투약 가담자 중 전력이 없고 재범 위험성이 낮은 이들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회원 가운데에는 한국의 최상위권 명문대인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생은 물론, 의과대학생, 로스쿨생,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상장사 임원 등 사회 엘리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합동아리 회장 A씨의 재판 과정에서, 이영훈 공판 검사가 수상한 거래 내역을 포착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A씨는 2021년 ‘깐부’ 동아리를 결성한 뒤 약 300명의 회원을 모집해 일종의 ‘작은 왕국’을 구축했다. 이후 동아리 임원 B, C씨 등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골라 클럽과 고급 호텔, 뮤직페스티벌 등에 초대했고, 술자리에서 경계가 흐트러진 틈을 타 액상 대마를 권했다. 이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필로폰·합성대마 등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인 유통에도 관여했다. A씨는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통해 텔레그램 마약 딜러에게 가상화폐를 송금하고, 마약 은닉 장소를 전달받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활용해 마약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확보했다. 이후 동아리 회원들을 상대로 대금을 받고 소매 판매를 이어갔다.
수사에 대비한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마약 수사 대응과 증거 인멸 방법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방에 접속해 정보를 습득하고, 포렌식 삭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등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준비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동아리 회원들의 마약 투약 사실이 인정됐으며, 단순 투약 가담자 중 전력이 없고 재범 위험성이 낮은 이들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을 넘은 사람들’
이영훈 변호사의 《선을 넘은 사람들》.― 책 이름을 《선을 넘은 사람들》로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목을 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누가 봐도 마약은커녕 어떠한 범죄와도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회 엘리트 명문대생들이 마약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잖아요. 요새 ‘선을 넘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선은 우리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입니다. 도덕적 관념의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범죄고, 처벌이고를 떠나서 마약은 자신을 망치는 것인데 정말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그런 선을 넘은 약에 손을 댄 사람들을 강조하기 위해서 해당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 검사로서 많은 사건을 접했을 것 같은데, 왜 하필 이 사건이었나요.
“약 10여 년의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건을 다루었고, 훨씬 큰 사건도 다뤘지만 이 사건은 기록으로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의 정체성이 바로 저고, 저의 정체성이 이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들을 기록해 두었을 때 우리 사회의 마약 예방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유에 밥 말아 먹기’
이영훈 변호사는 ‘수사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에 “수사가 잘되면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마음까지 힘들었다. 또한 검찰 내부에서의 따가운 시선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가장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공판 검사의 인지(認知) 수사는 마치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 누구도 우유에 밥을 말아 먹지는 않으니 누군가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 걸 본다면 바보 취급을 받기 쉽습니다. 저도 그런 취급을 받았죠. 수사 초기에 ‘너 왜 혼자 잘나가려고 하냐’ ‘공판 검사가 재판이나 똑바로 해라’ 등의 배척을 받았습니다. 마약 전담 부서는 당연하게도 저를 싫어했죠.”
― 수사 인원이 적은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지탄받으니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검사도 검사 나름이지만, 공판부는 검찰 인력 구조상 수사관을 많이 배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싫든 좋든 제가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죠.”
― 100개 이상의 녹음 파일을 직접 분석했더군요. 기자는 ‘녹음을 푼다’고 표현하는데, 이게 쉬운 작업이 아니지 않습니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사라지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퇴근길에도 계속 녹음 파일을 들었습니다. 당시 경기도에서 약 1시간20분 거리를 출퇴근했는데, 그 시간 동안 계속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멈춰 기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죠.”
“가상화폐 사용해도 계좌 추적 가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26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6개월간 실시한 마약 단속에서 마약류 사범 6648명이 검거됐고, 이 중 1244명이 구속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5726명 검거, 1042명 구속) 대비 약 1000명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사범은 3020명으로, 전년 동기 2108명보다 912명(43.3%) 증가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10~30대 청년층이 전체의 67.2%를 차지했으며, 연간 온라인 마약 사범 비중도 2022년 25%에서 2025년 40%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범죄는 더욱 디지털화·정교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계좌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를 활용하고,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등 로그(log)가 남지 않는 메신저를 이용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범죄 수법도 한층 치밀해졌다. 이영훈 변호사 역시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디지털화된 범죄 수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계좌는 일반 금융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추적이 어느 순간 끊깁니다. 그래서 실제로 예전에 비해 자금 추적이 어려워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상화폐 등 신종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흔적은 반드시 남습니다. 품이 조금 더 들 뿐,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 어떤 식으로 꼬리를 밟나요?
“최고 난도인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비트코인도 해외 거래소를 사용하는 시점부터는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드러나는 단서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가상화폐로 거래한다고 해서 계좌 추적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합리적 사고가 아예 안 되는 듯한 느낌”의 대학생
《선을 넘은 사람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로 E씨가 있다. 일반적으로 검사를 마주하면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그는 조사 과정에서 겁먹은 기색 없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에도 사전 연락 없이 늦게 출석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고, 거짓 편지를 작성한 뒤 자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해당 내용을 ‘블러핑’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 E의 사례를 보면, 전혀 대학생의 태도처럼 보이지 않던데요.
“저도 검사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일단 놀랐고, 이후에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기가 합리적으로 사고를 하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겁먹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의 깊게 얘기를 하고 신중하게 검토를 할 텐데, E의 사례는 단순한 치기를 떠나서 그냥 합리적인 사고가 아예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마약이 원인일까요?
“저도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마약은 자율신경계를 파괴하는 단점이 큰 약물입니다. 신경계가 작동을 할 때 긴장을 하게 한다든가, 말하기 전 생각하게 하는 억제 효과들이 있는데 이런 내부적인 신경 체계가 다 파괴된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마약 사범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진짜 백지 상태인 것 같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합니다.”
“겉멋 든 바보들”
수백 명의 대학생이 가입한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SNS를 적극 활용하여 활동 모습을 올리고 동아리원들을 모집했다. 사진=서울남부지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엘리트들이 동아리 내외부에서 마약을 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마약을 왜 했냐’고 했을 때 사람들이 ‘명문대도 하지 않느냐’ ‘명문대도 하는 마약, 너무 멋있다’ ‘팬시(fancy)한 사람들은 모두 마약을 한다’ 등의 인식이 생겨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파헤쳐보니까, 대학 간판만 좋았지 겉멋 든 바보들이었습니다.”
― 언론에 보도자료를 낼 때도 우려했던 부분이 생기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썼을 것 같습니다.
“보도자료에 밝히지 못한 내용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은 편 아닙니까? 부모님들께서 열심히 자식들을 키워서 명문대에 보내놨는데 이놈들이 부모의 은혜는 생각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 이 메시지는 좀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 의사와 상장사 대표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왜 마약에 빠진다고 봅니까.
“안타깝게도 마약이 가장 강력한 도파민이기 때문입니다. 외제차를 타고, 이성(異性)을 자유롭게 만나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들에게 남는 자극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법적으로 금지된 마약이 가장 강한 자극이 되는 것입니다. 단순 비교를 했을 때 가장 큰 도파민을 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추락도 쉬울 텐데요.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마약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리스크를 감수한다기보다,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도파민을 추구하지만, 마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쉽게 손을 대는 것은 그 위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한 의사는 외모와 조건이 뛰어나 원하는 것은 대부분 얻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안과의로 근무했지만, 마약 문제로 수술 일정이 모두 취소됐고 결국 직장도 그만두게 됐습니다. 마약 사범들은 자신이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사고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약을 ‘힙한 것’으로 인식하는 MZ 세대
2024년 8월 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영훈 변호사는 가장 왼쪽에 자리해 있다. 사진=뉴스1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마약 관련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인기 예능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래퍼들이 과거 마약 경험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마약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이영훈 변호사는 이러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령 제한 없이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음지에 머물던 마약이 양지로 확산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MZ 세대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마약이 ‘힙한 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보통의 마약 사범은 범죄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사건은 마약 투여 사실을 SNS를 통해 공개하는 등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하게 보였습니다.
“완전 ‘땡큐’죠.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SNS에 올리면 해시태그 장소, 그리고 이제 같이 있었던 사람들, 업로드한 그 시각까지 특정이 되니까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거죠.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의 마약 범죄는 숨어서 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려웠는데, 이 사건은 유독 예를 들어 이런 케이스가 있었어요. 어떤 호텔에서 파티를 하면서 약을 했는데 처음에는 모두가 ‘나 그때 거기 안 갔는데요’라며 부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 SNS를 보니, 그 시간대 업로드된 사진에 떡하니 찍혀 있는 겁니다. 술병을 들고 행복하게 웃고 있더군요. 그걸 증거로 제시하니까 ‘왜 이런 사진을 올려가지고…’ 자조하면서 자백했습니다. 그냥 너무 바보들 같지 않나요?”
― 클럽 등에서도 마약이 유통된다던데요.
“클럽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인데, 거기서 약을 했다는 것은 사실상 공개된 장소에서 투약한 것과 같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동아리원들이 놀이공원에서 마약을 투여했습니다. 화장실에서 먹고 나오는 수준을 넘어, 놀다가 그 자리에서 마약 봉지를 뜯어 입에 털어 넣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로 보입니다.”
― 마약을 공동구매하는 것도 최근 마약 사범들의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나타나는 특성일까요?
“MZ 세대의 특성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은 원래 은밀하게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2만~3만원을 아끼기 위해 처벌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 장면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LSD 같은 경우 종이 형태인데, 이를 공동구매한 뒤 소매상처럼 잘라서 나눠 파는 겁니다. 법정에서는 그걸 무엇으로 잘랐느냐, 가위인지 손톱깎이인지가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진술이 엇갈리다 보니 변호인이 이를 문제 삼았는데, 솔직히 웃음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도구로 나눴는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지 않습니까.(웃음)”
늘어나는 마약 사범 재범률
또한 이영훈 변호사는 마약 사범들의 높은 재범률을 우려했다. 202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재범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 재범률은 45.6%에 달했다. 단약에 성공한 사람 2명 중 1명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셈이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7)씨 역시 2023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뒤 방송에 출연해 단약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캄보디아로 도피한 이후 다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2025년 12월 27일 재구속됐다.
―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요?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마약밖에 남지 않습니다. 마약의 도파민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상적인 행복에서는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돈이 많든 적든 결국 마약만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벌이 중요합니다.”
― 지금 마약 사범들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마약 사범들은 ‘다시는 약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석방 이후 다시 마약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의 강도와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개혁,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이영훈 변호사는 ‘명문대 마약동아리 사건’을 수사하며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A씨의 재판을 꼽았다. 재판 과정에서 마주한 피고인의 부모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이 사건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이들은 오히려 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도적 한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국민들이 사법(司法)의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증인 보호 등 협조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제도가 더 잘 갖춰졌다면 제보를 통해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협조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은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사를 피해 간 이들은 ‘검찰 수사도 피했다’는 인식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우려됩니다.”
― 책에 검찰개혁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했는데요. 검찰개혁이 이뤄질 경우 이런 사건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범죄 대응 역량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도와 비용의 한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죠. 수사 구조가 급격히 바뀌면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합니다. 그 공백 기간 동안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검찰개혁 시기에 발생했다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경찰과 검찰 모두를 경험한 입장에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범죄 대응 능력이 약화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 마지막으로, ‘독종 검사’로 불렸는데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가요?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직업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뢰인의 이익을 충실히 보호하면서도 공적 가치와 윤리를 지키고, 선을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