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도 안 하고 보도자료 내더니 조사 자료 유출까지”
⊙ “내가 연어, 술 먹였다면서 이화영 위증 재판부는 증인으로 안 불러줘”
⊙ “1월에 자백했는데 3월에 진술 회유를 하겠나”
⊙ 주로 관심 있던 수사 분야는 공안, 노동… “여성·아동부에서 가장 보람 느꼈다”
⊙ “내가 연어, 술 먹였다면서 이화영 위증 재판부는 증인으로 안 불러줘”
⊙ “1월에 자백했는데 3월에 진술 회유를 하겠나”
⊙ 주로 관심 있던 수사 분야는 공안, 노동… “여성·아동부에서 가장 보람 느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공범들로 하여금 이재명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진술하도록 회유했다는 조작 기소 의혹이 불거졌다. 2023년 5월 17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에게 연어와 술을 제공하며 회유했다거나, 검찰청에 공범들을 불러다 놓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입을 맞춰놨다는 등의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제기될 때마다 박 검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일이 반박하고 있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언론, 매체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박 검사를 만났다. 그는 검사로서 경력이 끝났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면서도 자신이 수사한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권력에 의해 뭉개지지 않고 낱낱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검사로서의 경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공개 발언에 나서게 된 이유를 자세히 들어봤다.
“‘나 좀 조사해 달라’ 하는 판”
― 현직 검사 신분으로 언론, 매체에 출연하는 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사는 공소장으로, 공판은 판결문으로 남길 뿐이라고 배웠습니다. 이 외엔 입을 닫아야 하고 14년 차 검사로 일하면서 이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검사 게시판에도 초임 시절 전수안 전 대법관의 퇴임사가 마음에 와닿아서 이를 그대로 올린 것 이외엔 개인적으로 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 그럼 법무부와 검찰 등 사정기관에 입장을 소명하면 될 일이지, 직접 나서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지난해 12월 30일 처음으로 서울고검에서 조사를 받았고 지난 1월까지 세 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너무나도 심각한 거예요.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채 조사를 하고, 특히 연어·술 파티 의혹에 관해선 저를 조사하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 지으려 했어요. 2월 말까지도 저를 추가해서 조사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입장을 얘기할 데가 없는 거예요. 조사를 안 해주는데 어떡합니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술 파티’ 의혹 관련 국회에서의 위증 혐의 국민참여재판) 법정에도 불러달라고 했지만 (검찰이 법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판부가) 저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거예요. 아니, 연어랑 술을 제가 먹였다면서요. 제가 먹였다면서 법정에서도 얘기할 기회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더 나아가 조사 결과를 (2025년 9월 17일 자) 보도자료로 냈습니다. 법무부가 연어·술 파티 의혹을 조사했다면 그 결과를 서울고검에 넘겨서 살펴보게 해야 하는데,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낸 거죠.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정황이 있다는 근거만 모아서 보도자료를 낸 거예요. 이후 정치권이 이걸 이용해 ‘법무부 조사 결과 술 파티가 확인됐다. 공소를 취소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부터 낸 법무부
박상용 검사가 4월 14일 국회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강제 퇴장 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무부라는 국가기관 명의로 말이죠.
“네. 하물며 누군가의 혐의를 말해도 피의사실공표죄가 되는데, 보도자료 형태로 하면 죄가 안 되나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모두 소명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명예훼손과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겁니다.”
박 검사가 언급한 지난해 9월 17일 자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24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한 ‘연어·술 파티’ 주장 관련 실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이듬해 7월 말부터 출정일지 등 자료를 분석하고 그해 8월 한 달 동안 계호 교도관 등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다. 이 결과에 대해 법무부는 연어·술 파티가 있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정황을 확인했다”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어조를 유지했다. 정작 이 의혹의 피의자 격인 박 검사를 불러다 조사했다는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법무부는 “수용자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전 쌍방울 회장), 방용철(전 쌍방울 부회장) 등 공범들과 박상용 검사 등이 저녁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등이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화영 부지사가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수원지검 안에서 있었던 일이라 주장하는 외부 음식 반입, 공범들의 모임 및 대화, 쌍방울 직원의 김성태 회장 수발, 박 검사에 대한 교도관의 항의 등을 열거하고 “이화영 및 당시 계호 교도관들의 진술 등에 비춰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에게 다시 물었다.
“당사자 조사는 안 하고 정황 자료만 유출해”
― 어쨌든 세 차례 조사를 받으러 가지 않았습니까.
“저도 검사가 수사하면 사실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는데, 저에 대한 조사를 아예 안 하더군요. 아예 질문을 안 해요. 연어·술 파티에 대해 묻질 않아요. 그러고는 ‘국회와 방송에서 얘기한 걸로 갈음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럼 검찰이 왜 있나요. 국회와 방송에서 얘기하면 되죠. 그래서 (조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검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거예요. 검사 동료들의 의견을 구한 거죠. 그러다 지난 3월이 되자 법무부의 ‘연어·술 파티 의혹 조사 결과 보고서’ 기록 전체(접견 및 전화 녹취 자료 포함)가 유출됐습니다. 제목에 ‘단독’을 붙인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요.”
기자가 입수한 법무부의 조사 결과 보고서와 접견 및 전화 녹취 자료 표지 윗부분엔 각각 “문서송부촉탁 회신”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문서송부촉탁은 법원이 재판에 필요한 문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기관에 관련 문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 유출의 책임이 법무부와 검찰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나요.
“저는 유출에 관여했다고 봅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국회 위증 사건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이 자료들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했는데, 이럴 때 재판부는 통상 (해당 기관 또는 개인에게) 보냅니다. 촉탁을 받은 기관은 송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 등은 수사나 감찰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기록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보내지 않았어요. 심지어 감사원조차 감사 중인 기록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 법무부가 (조사한 뒤에 감찰을 맡은) 서울고검에 관련 자료를 다 넘겼기 때문에 법무부는 그 자료를 갖고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법무부가 서울고검으로부터 자료를 다시 받아서 문서송부촉탁에 회신한 것인지는 몰라도, 수사와 감찰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한 자료가 재판부를 거쳐 이화영 부지사 측으로 넘어간 겁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적어도 이를 방조한 거죠.”
김성태 접견 녹취록
이처럼 조사 자료가 유출된 데 대해 법원의 직접 언급도 있었다. 지난 3월 17일 이화영 전 부지사 국회 위증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 11부는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문서송부촉탁 처리된 법무부 조사 자료와 녹취록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재판 기록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변호인과 검찰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소송지휘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유출된 자료 가운데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23년 1월부터 이듬해까지 수원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접견 녹취록도 있다. 녹취록을 들여다보니, 그해 3월 10일 김 전 회장은 접견에서 이렇게 말한다.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뭘 내놓으라는 거냐? 내가 은행 금고여? 뭘 또 내놔?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진짜로. 이재명이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거짓말 아니고. 열받아가지고.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애들이 정직하덜 못 해. 아, 더러운 놈의 새끼들 아주.”
비록 박 검사가 등장하진 않지만, 김 전 회장의 진술을 쥐어짜 어떻게든 이재명 대통령과 엮으려 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감찰 중인 사안이 유출된 게 부적절하더라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해명을 구했다.
― 법무부 조사 자료들 가운데 논란이 되는 대목이 여럿 보도됐는데, 이 부분도 포함됩니다.
“이건 2023년도 3월 녹취잖아요. 하지만 김성태 회장은 앞서 같은 해 1월 말에 ‘이재명 경기도지사 때문에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이미 다 얘기한 상태였어요. 녹취록의 대화를 할 시점엔 북한에 돈이 어떻게 갔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단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녹취는 대북송금에 관한 대화가 아니라, (쌍방울 계열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별개의 사건에 관해 얘기하던 겁니다. 제 말이 맞는지는 김성태 전 회장을 조사한 기록들과 이 녹취록의 시점을 비교, 대조해서 맞춰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서울고검은 분명 이러한 확인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이에 관한 질문을 하지도 않고 저 녹취록을 조사 결과에 포함시켰겠죠. 알면서도 둔 겁니다. 그러고는 유출했죠. 최초 보도 직후 해외(필리핀) 순방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SNS에 해당 기사를 첨부하며 ‘증거 조작, 사건 조작은 일반 범죄자가 저지르는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1월에 자백했는데 3월에 진술 회유를?
― 법무부 조사 자료는 총 160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출된 자료는 292페이지 분량의 조사 결과 보고서와 136페이지 분량의 접견 및 전화 녹취 자료, 그리고 473페이지 분량의 문답서까지만 확인돼 전체 분량에 미치지 못합니다.
“법무부 자료엔 김성태 전 회장의 접견 녹취록, 교도관을 조사한 내용이 나오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의 접견 녹취록이나 조사했다는 내용은 쏙 빠져 있습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일부만 유출됐는데, 전부 다 공개해야죠. 특히 이화영 전 부지사에 관한 부분을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녹취록은 전체 맥락을 봐야죠. 몇 부분을 떼어내서 다른 곳에 갖다 붙이는 거, 이건 아니잖아요. 녹취록 보고 이상한 점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조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설주완 변호사(이화영 전 부지사의 전 변호인)를 국정조사에 불러야 합니다.”
― 대북송금 사건은 어쩌다 맡게 된 겁니까.
“여조부(여성·아동범죄 조사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검찰에서) 형사 1부 감찰부로 가라는 거예요. 감찰부에서 3주 정도 지난 시점에 특수부 압수수색 영장이 쌍방울에 유출됐다는 얘기를 듣고, 내부 유출이니 감찰 검사인 제가 감찰하라는 지시를 받은 거죠. 그렇게 압수수색 영장을 유출한 검찰 수사관 한 명과 검찰 수사관 출신 쌍방울 임원을 기소하고, 유출된 압수수색 영장으로 증거 인멸도 했을 테니 이 둘을 구속했습니다. 당연히 쌍방울의 증거 인멸 수사에 착수했죠. 수사를 하다 보니 쌍방울이 예전에 더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한 적이 있다는 점을 찾아냈죠. 이런 중 이화영 부지사의 뇌물 혐의를 발견했는데, 뇌물죄는 대가성이 있어야 인정됩니다. 그래서 뇌물을 준 이유를 물었는데 대북사업 때문에 줬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수사가 진행된 거죠. 평생 처음 해보는 특수 사건이었습니다.”
“김성태 자백은 다른 검사가 받아”
― 김성태 회장과 이화영 전 부지사를 직접 조사하게 된 시점은 언제인가요.
“2023년 2월부터 맡기 시작했습니다.”
― 김성태 회장은 이미 한 달 앞서 1월에 자백을 했다면서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 말(이재명 대통령을 억지로 엮기 위해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을 끄집어내려 했다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는 거예요. 사실 2022년 5월경 김성태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나서 쌍방울 직원들은 불안해했어요. 직원들도 북한으로 회삿돈이 간 건 아는데, 왜 갔는지 정확하게 알진 못했어요. 이러다 보니 국가보안법이나 간첩죄로 처벌받을까 봐 무서워했고요.
이러다가 2023년 1월 김 전 회장이 검거돼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됐습니다. 공항에서 기자들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의 연관성을 물었을 때만 해도 부인하던 김 전 회장은 막상 조사가 시작되자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너무 많은 걸 알았고, 부하 직원들이 다 구속된 걸 보고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겠다 싶어서 자백을 한 거죠. 그 자백도 제가 받은 게 아니에요. 특수 수사를 오래 했던 다른 검사가 받아낸 겁니다.”
― 쌍방울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다가 잘 안 되니 대북송금으로 선회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저는 변호사비 대납 사건 기록을 본 적도 없고, 거기(관련 수사 자료)에 제 이름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제가 본 적도 없고 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대북송금과) 완전히 별개 사건입니다.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공안부가 전담하던 사건이고, 저는 전혀 별개의 부서인 형사부에서 감찰 관련 수사를 하다가 대북송금 사건을 자연스럽게 발견했습니다. 검찰이 (영장 등 수사 자료가 유출됐으니) 부패해서 쌍방울과 유착돼 있는지를 살펴보던 차에 유착된 인물 한 명이 더 있었고, 그게 이화영 전 부지사였어요. 그런데 검찰뿐만 아니라 경기도까지 유착된 걸 발견해서 수사가 이어지게 된 거죠.”
―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습니까.
“단 한 번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부서에서 수사하는 등으로 근무한 적이 없습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적도 없고요.”
― 여권에선 ‘조작 기소의 몸통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하는데요.
“정치적인 주장으로 생각되고요, 제가 아는 실체적 진실과 맞지 않습니다.”
“축구하던 사람이 야구팀에 온 셈”
― 정치적 목적이 없었더라도, 자백을 받아내서 유력 정치인을 잡아들이는 성과를 올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제가 특수부 분야에서 잘해서, 튀어서 어디로 가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저는 검찰에서 대부분을 공공수사 부문 중 노동 사건을 했습니다. 대검에서도 공공수사 분야 연구관을 했고요. 제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가 따로 있었던 것이지요. 제가 특별수사 사건 1건 잘한다고 해서 특수부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대북송금 사건은 제가 전문성이 있는 공공수사 분야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이 사건을 맡게 된 과정도 감찰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이 사건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랐어요. 원래 집(공안부, 여조부 등)에 빨리 가야 하는데 말이죠. 이 수사팀에서 나가서 제가 주로 하던 공안이나 노동 분야를 하고 싶었어요. 축구하던 사람이 야구팀에 온 셈이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 수사를 잘 하거나 실적을 내지 않아도 저로선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어요.”
― 그럼 그동안 주로 어떤 사건을 수사해 왔습니까.
“저는 검사 생활 대부분을 노동 관련 사건에 할애했어요. 수원지검에 오기 전까진 거의 노동 관련 사건을 맡았고, 대검찰청 연구관으로 있을 때도 노동 연구관으로 근무했어요. 공안 사건도 많이 맡았죠. 수원지검에 와선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검찰 내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여조부로 가겠다고 지원해 여조부로 갔죠.”
연어·술 파티 의혹을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을 대북송금 사건에 억지로 감아 넣으려 박 검사가 진술을 조작했다고 제기되는 일련의 주장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여기엔 박 검사가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들을 회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주장대로면, 박 검사가 대북송금 사건 공범들에게 허위 자백을 받아내는 대신 박 검사도 이들에게 무언가 이익을 줬어야 회유가 성립한다. 크게 보면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박 검사가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겐(공범에 관한 증언을 하는 대신 자신의 형량을 낮추는 협상)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차적으로 이들 공범에게 자유로운 접견과 ‘연어·술 파티’ 등 외부 음식 반입과 같이 구속 상태에서 부적절할 정도로 과한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플리바겐 의혹에 대해 물었다.
“플리바겐 의혹, 완전히 틀린 얘기”
4월 14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이화영 전 부지사 뒤로 박상용 검사가 증인 선서 거부에 대한 육성 소명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에 관한 진술을 대가로 처분상 이익을 주려고 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완전히 틀린 얘기입니다. 일단 이 사건에서 ‘누구에 대해 불면 넌 빼주겠다’고 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가, 대북송금 사건의 수사팀은 나뉘어 있습니다. 저는 대북송금 사건의 주력 수사팀에 속해 있었고,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익을 주려면 그가 원하는 걸 줘야겠죠. 그런데 김성태 전 회장은 자신의 기업을 수사하는 걸 가장 걱정하고 싫어했어요. 쌍방울의 횡령 및 배임 사건에 대해서요.
그런데 그 사건은 다른 수사팀에서 맡았어요. 팀장도 달랐고요. 설령 다른 팀에 가서 부탁을 한다 해도 일개 평검사인 제 얘기를 듣고 김 전 회장을 봐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쌍방울의 횡령과 배임을 수사한 수사팀은 김성태 전 회장을 정말 강도 높게 수사했어요. 자잘한 것 하나하나까지요. 오히려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플리바겐을 하려면 이 중에서 제가 뭔가를 빼줘야 하는데 결국 다 기소했잖아요. 대북송금 수사하기도 벅찬데, 다른 수사팀에 ‘이거 봐줘라’ 할 수가 없어요. 그 팀에서 수사하는 내용을 잘 알지도 못했고요.”
― 대북송금 사건 공범들의 조서를 보면 ‘이재명’이 자주 언급되는데요.
“이재명 지사의 이름이 등장할 수밖에 없죠. 대북송금 사건의 구조가, 쌍방울이 왜 북한에 돈을 보냈냐는 데서 시작되는 거니까요. 쌍방울은 주가 부양의 목적이 가장 컸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대북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북한 희토류에 대한 독점 사업권을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에 몰아주려 했어요. 나노스는 사실상 김성태 전 회장 한 사람의 독점 체제로 운영됐고요. 나노스 주식을 한 주당 100원에 가져올 수 있는 권리가 있었는데, 이걸 소수의 측근들에게만 살수 있는 권리를 주었고요, 그중 하나가 이화영 전 부지사예요. 이 전 부지사는 1억원어치를 차명으로 받았습니다. 나노스 주식 100만 주를 주당 100원에 살 수 있는 거죠. 대북사업은 관(官)에서 보증해 줘야 주가 부양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실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를 쓰고 주식까지 차명으로 받은 데다 경기도지사가 방북할 것이란 경기도 공문에 지사의 직인이 찍힌 채 북한으로 갑니다. 이에 대해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알고 있었냐, 보고를 받았냐고 묻는 게 표적 수사입니까. 경기도지사를 북한에 보낸다는 내용인데 당시 이재명 지사가 알았냐 몰랐냐를 안 물어보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 아닌가요.”
―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2023년 9월경 수사하면서 대면했을 때 ‘내가 조폭과 그런 일을 같이 하겠나’ ‘이화영 전 부지사는 그럴 수 있지만, 나는 대북송금에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이었어요.”
여성·아동 담당 부서에서 100통씩 받은 편지
― 앞으로 검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검사로서 커리어(경력)는 끝났죠. 미련은 없습니다. 이미 완전히 끝났고, 수사를 더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이 일(대북송금 사건)만큼은 원칙대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사건을 정치권력을 위해, 한 사람을 위해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켜 억누른다는 건 정말 나쁜 거거든요.”
― 마지막으로, 검사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여조부에서 근무할 때, 감사 편지 100통을 받았어요. 그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용인 아동 학대 사건을 수사했던 일,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약물을 성범죄에 악용한 약사를 강간 상해죄로 의율해 처벌하고 해당 약물이 마약류로 지정됐던 일….”
정치인 제의 있었나
― 지금 단기필마(單騎匹馬)로 권력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데, 검사를 그만두면 공격도 덜할 테고…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제가 했던 사건이 불법적으로 무너짐으로써 법치주의까지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지, 그 외에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습니다. 제가 제 안전을 위해 도망가 버리면, 지금까지 제가 도대체 왜 검사를 했는지 알 수 없어지잖아요. 검사로서 제가 수사한 사건 그리고 제가 잘 아는 형사절차에서, 제가 해 온 대로 법과 제도를 지키려고 할 뿐입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치주의가 무너지나요.
“현재 정부·여당은 국정조사를 해서 조작수사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만든 후 조작수사에 대한 진상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특검을 발족시키고, 특검에 의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려고 하거든요.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는 권력이 만든 특검이 권력의 범죄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권력이 자기 자신의 재판관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법치의 가장 기본적 원칙입니다. 그것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지요. 그것도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라는 괴물 같은 방식으로요. 권력은 계속 팽창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가 당연하게 돼 버리고, 이런 일들이 계속될 겁니다. 법치는 무너져 버리고 권력에 의한 인치(人治)가 시작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조작수사가 있었다면 그걸 얼마든지 수사하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그걸 이용하여 권력이 자기 사건을 취소하려는 불법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현재 정치를 하라는 제의는 없나요.
“그런 제의도 없고, 저는 정치할 마음도 없습니다. 저는 검사로서 법을 집행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법의 집행은 과거의 사건을 다룹니다. 즉, 저는 ‘과거’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정치는 미래의 일을 다루고 법을 만들죠. 전혀 다른 분야예요. 그렇기 때문인지 법조인들이 정치에 입문하면 대부분 실패하는 것 같아요. 검찰 선배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제가 할 수 없는 일, 그렇기에 실패할 게 뻔한 길을 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겠죠. 지금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인데 ‘과거를 바로잡아야겠다’는 데 몰두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일해 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