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심층 추적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처리 관련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진실 공방

“제가 사령관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것” 박정훈 대령 발언… 스모킹 건 되나?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박 대령이 유가족에게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 주 초에 관할 경찰로 넘기겠다’고 확언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니 혹 결과가 바뀔 경우 후폭풍을 우려해 이첩을 강행한 것 아니냐”

⊙ “노골적인 수사 방해·수사 개입”(박정훈 측) vs “적법한 권한 행사”(국방부)
⊙ 사령관, ‘이첩 보류’ 지시… 박 대령, “지시하셨지만 안 받은 걸로 하겠다”
⊙ “해병대 사령관이 국방차관이 보낸 문자 읽어줬다”(박 대령) vs “포렌식 결과, 차관이 사령관에게 보낸 문자 없었다”(국방부 검찰단)
⊙ 윤석열 대통령, 사건 초기부터 철저한 수사 강조… 국방부 장관이 조사 내용 살펴볼 수밖에 없어
⊙ “조사 개시 14일 만에 경찰 이첩 이례적”(법조계 관계자)
⊙ “장관 보고회의에 참석한 참모들, 이종섭 장관이 ‘사단장’ 언급한 사실 없었다고 공통 진술”(국방부 검찰단)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사진=뉴시스
  지난 7월 20일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사망 사고 관련 수사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치열한 공방(攻防)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移牒) 보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며 박 대령을 항명(抗命)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다”면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던 와중인 9월 12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사의가 이번 사건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신원식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까지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국방부 장관과 안보라인 교체로 ‘꼬리 자르기’에만 열중한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군사법원이 있는데도 용산에서 오더가 떨어져 채 상병 문제를 왜곡시키고 법을 뒤집으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현재 위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월간조선》은 그간의 언론 보도와 입장문 등을 통해 공개된 박 대령 측 주장과 국방부 검찰단의 구속영장 청구서 그리고 이번 취재로 확인한 다수의 증언 및 문건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검증해봤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다음과 같다. ▲박정훈 대령이 ‘이첩 보류’를 지시한 명시(明示)적 명령을 하달받았는지 ▲박정훈 대령은 왜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는지 ▲해병대 사단장 등 특정인을 수사 선상에서 빼라는 외압이 있었는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정당한 명령이었는지 여부다.
 
 
  “구두명령도 명령”
 
  박정훈 대령은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해당 보고서에 결재했다. 그런데 이튿날 이 장관은 김 사령관에게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 지시를 번복하며 언론 브리핑과 국회 설명을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해병대 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고려해 보고서에 결재했지만, 다음 날 보고 때 제기된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회·언론 설명 취소와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사령부도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대한 언론 설명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 브리핑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령은 8월 2일 조사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당일 보직에서 해임됐다. 이날 오후 7시20분께 검찰단은 이첩 보고서를 회수했다. 2022년 개정 시행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 사망 원인 범죄, 군인 신분 취득 이전에 저지른 범죄 등에 대한 재판권은 민간 수사기관과 민간 법원이 갖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군사법원법 개정 시행 이후 민간에 이첩된 사망 원인 범죄 6건은 짧게는 28일, 길게는 5개월 23일이 걸렸다”면서 “이번 사건은 조사 개시 14일 만에 경찰에 이첩된 것으로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사령부는 8월 8일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의결했다.
 

  문제는 박 대령이 8월 2일 오전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할 때까지 이 장관의 명시적 지시를 전달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박 대령 측은 “명령 내용이 보류로 바뀌었더라도 서면 등 공식 경로로 바뀐 명령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8월 21일 국회에서 “구두(口頭)로 지시를 번복하는 경우도 있다”며 “구두 명령도 명령”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사령부 측 입장은 박 대령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검찰단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7월 31일~8월 2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이첩 보류’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은 7월 31일 오후 2시께, 우즈베키스탄 출장 직전이던 이 장관으로부터 ‘이첩 보류’ 지시를 받고 사령부로 복귀했다. 이어 오후 4시께 열린 회의에서 김 사령관은 정 부사령관에게 이 장관의 지시사항을 설명하라고 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이호종 해병대 사령부 참모장도 이 장관이 8월 3일 귀국 예정이니 그 후 지침을 받고 조사 기록을 송부할 것을 박 대령에게 지시했다.
 
 
  “지시하셨지만 안 받은 걸로 하겠다”
 
  8월 1일에도 사령부는 박 대령에게 수차례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단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이날 오전과 오후 회의에 이어 장군 참모 전체 토의와 박 대령과의 독대(獨對) 자리에서 기록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참모들 또한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 지시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은 “김 사령관이 오전 회의에서 ‘8월 9일 즈음 조사 기록을 민간 경찰에 이첩하면 좋겠다. 그때 이첩해’라고 지시했다”고 검찰단에 진술했다. 이 공보정훈실장은 또 이날 회의에서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그런 지시 안 하셔야 한다. 지시를 하셨지만 나는 안 받은 걸로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 사령관은 8월 2일 오전 10시께 박 대령이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해 “죄송하다. 경찰에 이첩시키고 있는 중이다. 제가 사령관의 지시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전 10시 51분께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재차 “지금 기록 보내는 것을 멈추라”고 지시했다. 이 전화를 받은 박 대령은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을 통해 사건 이첩 중이던 부사관에게 이를 중지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해병대 사령관 측은 이 통화를 “박 대령이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인정하는, 수명(受命)하려 했던 지시”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부사관은 중수대장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채 상병 부모의 자필 편지
 
7월 22일 故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 예우를 위해 채 상병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사진=뉴시스
  김 사령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를 하셨지만 나는 안 받은 걸로 하겠다”고까지 하면서 이첩을 밀어붙인 점은 의문이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의 9월 1일 자 〈‘대통령 격노’ 진실은? 해병대 수사 ‘외압’ 시간순으로 살펴보기〉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그 이유를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이번 사건 조사에서 ‘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처음 적시된 것은 7월 28일이었고, 박 대령은 이날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 주 초에 관할 경찰로 넘기겠다”고 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기사는 또 박 대령이 당일 오후 2시께 전북 남원의 유가족 자택에서 가족들을 만나 같은 내용을 설명했고, 이 내용은 이틀 후인 30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오전 10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후 4시30분)에게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 건은 국방부 장관이 조사 내용을 살펴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 초기부터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까닭이다. 7월 20일 윤 대통령은 서명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2일 열린 영결식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화환을 보냈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오영환 의원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해병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채 상병 부모의 자필 편지는 대통령실의 철저 수사, 진상 규명 의지를 더욱 두텁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채 상병의 부모는 편지에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씀과 조전으로 큰 위로가 됐다. 한덕수 총리님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기꺼이 찾아오셔서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규정과 수칙 등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이첩 밀어붙인 이유?
 
  이를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본지에 “박 대령 입장에서는 이미 유가족에게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 주 초에 관할 경찰로 넘기겠다’고 확언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니 혹 결과가 바뀔 경우 후폭풍을 우려해 이첩을 강행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상급자에게 보고도 하기 전에 유가족에게 자신의 조사 내용을 확정적으로 설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설령 혐의가 있어 보인다 하더라도 수사권이 없는 박 대령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박 대령 측 주장은 이와 엇갈린다. 박 대령 측 변호사는 두 사람이 만난 8월 2일 오전 10시께 상황에 대해 “사령관은 여전히 어떻게 할지를 묻고, 지금 자신이 (이첩을) 중단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물었다”며 “박 대령은 ‘직권남용이 될 수 있으니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고, 사령관은 ‘알았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령이 “제가 사령관의 지시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는 김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는 “진술 조서를 통해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해병대 사령관의 진술이 어떤지 실기록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병대 사령관의 국회 진술은 이와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령관의) 국회 진술에는 ‘지시를 어겼다’라는 표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 측 변호사는 또 “이첩 대상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7월 28일 작성된 공문서 일부를 폐기해야 하는데, 이는 범죄에 해당한다”며 “박 대령이 이를 담당 수사관에게 지시하는 것 또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국회에 출석해 ‘수사 결과를 변경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단은 8월 30일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 인멸 우려를 감안해 중앙군사법원에 박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9월 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향후 군 수사 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국방부 외압’ 있었다?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사망 사고 보고서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박 대령은 8월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수사 거부를 밝히며 발표한 입장문에서 8월 1일 김계환 사령관의 직무실에서 김 사령관이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보낸 문자를 자신에게 읽어줬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해병대 사령관이 직무실에서 휴대폰을 보며 내게 차관 지시사항”이라면서 “‘혐의는 다 빼라’ ‘혐의 내용 빼라’ ‘수사라는 용어 쓰지 말고 조사라는 용어 써라’ ‘해병대는 왜 내 말을 안 듣느냐’라고 문자가 온 걸 읽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김 사령관의 일반 전화 및 비화 전화(도청방지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결과, 신 차관이 김 사령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단은 박 대령이 “일방적인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역시 해병대 사령관이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거나 공개한 사실이 없다고 검찰단에 진술했다.
 
  박 대령은 또 8월 11일 입장문에서 “법무관리관과 총 5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 사실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것이 “외압으로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 대령은 7월 31일~8월 1일 사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5차례 통화했다. 이 중 2차례는 박 대령이 법무관리관에게 건 전화였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법무관리관은 8월 1일 오전 9시42분께 통화에서 군사법원법상 이첩 방법에 대해 박 대령에게 설명하며, 혐의 사실을 특정하지 않고 관련 기록만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은 박 대령이 “바쁘신 법무관리관이 사건에 대해 전화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하자 법무관리관은 “혹시 수사에 개입한다고 느끼시느냐”고 물었다. 박 대령이 “그렇다”고 답하자 법무관리관은 “아니다. 평상시 군사법원법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단은 8월 1일 두 사람 간 통화를 박 대령을 통해 청취한 A씨와 B씨가 ‘법무관리관이 특정 혐의자를 제외하라는 것이 아니라, 혐의 사실과 혐의 내용을 빼고 조사기록만 넘기라고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바, 오히려 이는 법무관리관의 진술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썼다.
 
 
  논란의 ‘사단장’ 발언
 
  박 대령은 8월 11일 KBS 생방송 프로그램 〈사사건건〉에 국방부 승인 없이 출연해 “(7월 30일 국방부 장관에게 사건 조사 결과 보고 당시) 그 자리에는 장관, 국방부 대변인, 국방부 정책실장, 군사보좌관이 있었고 우리(해병대 측)는 해병대 사령관, 나 그리고 공보정훈실장 이렇게 3명이 있었다. 내가 먼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설명을 다 들은 장관이 ‘사단장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사령관이 ‘사단장도 우리가 자체 초동 수사를 해보니 과실 혐의가 있다. 또 어느 정도 물증이 확보됐으니 수사 주체인 경찰로 넘겨 정확하게 입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단은 이 같은 박 대령의 발언을 허위사실로 봤다. 7월 30일 사건 조사 결과 장관 보고회의에 참석한 참모들은,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여단장과 현장 수색 작전을 함께했던 초급 간부의 처벌 여부에 관해 이종섭 장관이 질문한 사실이 있었을 뿐, ‘사단장’을 언급한 사실은 없었다고 공통 진술했다. 이어 이 장관은 참모들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국방부 대변인은 “사단장까지 포함해서 조사한 것은 국민이 보기에 적어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여단장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문건에 나와 있다. 7월 31일 박 대령 명의로 작성한 〈故 상병 채수근 익사사고 수사경과 및 사건처리 관련 설명〉 문건을 보면, A 여단장은 7월 17일 오후 8시께 “다음 날부터 바로 실종자 수색 작전을 시작한다”면서 “실종자 수색 방법은 수변 지역에서 정찰하며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지시했다. 여단장이 “병력의 입수 계획이 없어서 구명의 등 안전 장구 구비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한 사실도 나와 있다. 이어 문건은 18일 오후 8시30분께 “A 여단장이 ‘수변 수색 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 지역 수색 필요 시 장화 착용 높이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고 지시”했다고 기술했다.
 
 
  ‘대통령 격노’했다?
 
  8월 27일 MBC 〈스트레이트〉는 〈해병대사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진행경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문건엔 “이후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바, 7.31(월) 오전 대통령 주관 대통령실 회의 시 안보실 국방보좌관이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 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 예정이다’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 연결하라고 하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 묻는 MBC의 질문에 박 대령 측은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령은 8월 28일 검찰단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를 통해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VIP(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했다”면서 대통령실의 외압을 주장했다. 해병대 수사단 군사경찰들도 “박 대령으로부터 ‘VIP가 사령관에게 1사단장을 빼라고 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검찰단에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단은 이 역시 허위사실로 봤다. 검찰단은 “장관 보고서가 국가안보실에 제공된 바 없고, 해병대 사령관 역시 그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썼다. 김 사령관 또한 박 대령의 주장을 부인하며 박 대령이 항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어내고 있는 이야기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검찰단은 박 대령이 기자회견 및 언론 출연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공공연히 말한 점이 오히려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이 만난 8월 2일 오전 10시와 10시51분께 두 사람 간 통화 사이 이 장관이 누구와 어떤 통화를 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를 넘겨 사건이 이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장관에게 유선으로 보고했다. 박 대령 측에 따르면, 이 장관도 처음엔 ‘알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10시51분께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이첩을 중지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은 “장관의 지시는 곧바로 나온 것이 아니고, 인사 조치나 항명 입건은 평소 이종섭 장관의 태도와는 극명하게 다르다”면서 “이때도 용산의 개입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 측은 현재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검찰단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며 맞선 상태다.
 
 
  “사령관 지시 권한 없어” vs “권한 당연, 지시 따라야”
 
더불어민주당은 9월 7일 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했다. 사진=뉴시스
  박정훈 대령은 애초에 ‘이첩 보류’ 지시가 위법한 명령이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주도한 해병대원 순직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 대해 해병대 사령관을 포함한 누구도 본인에게 지시하거나 조언할 수 없고 ▲‘이첩 보류’ 지시 자체가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고 이첩 또는 특정 혐의자를 빼고 이첩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단은 “법률 해석을 그르친 것으로, 무지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군사경찰은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된 부대장의 지휘·감독하에 범죄를 수사하도록 규정돼 있고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된 부대장은 소관 군사경찰 직무를 관장하고 소속 군사경찰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단은 “해병대 사령관이 피의자(박 대령)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해병대사령부의 직할 부대인 해병대 수사단의 단장인 피의자는 직속상관인 해병대 사령관 중장 김계환의 지휘·감독 권한에 따른 명령과 지시를 따라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했다.
 
  국방부도 9월 15일 정책자문위원들에게 자료를 배포하며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국군조직법’에 따라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장의 상관으로서 직무상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 ▲‘군인복무기본법’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장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점 ▲‘군사경찰의직무수행에관한법률’에 따라 국방부 장관이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감독자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국방부 측은 “일각에서는 ‘군사경찰의 직무 수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군사경찰이 수사의 직무를 수행할 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수사에 관해서는 지휘·감독권이 배제된다고 주장한다”면서도 “이런 주장은 ‘법률’상 명확히 규정된 지휘·감독 권한을 하위 ‘시행령’을 근거로 무효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그 해석에 있어서는 정당한 지휘·감독으로부터 독립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위법·부당한 간섭’ 등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여야 하는 3대 이관 범죄에 대해 국방부 장관과 설치부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배제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면서 “법령상 이첩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로 규정된 군검사나 군사경찰은 독단으로 이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연히 직무상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국방부 장관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필요시 3대 이관 범죄를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군에서 수사 및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장관이 해당 사건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잠시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박 대령 측은 9월 6일 검찰단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군 검사는 ‘혐의 사실·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하는 지시가 적법한 수사 지휘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서 피의자를 입건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매우 심각한 법리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범죄의 인지라고 부른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혐의 사실을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는 결국 범죄자를 입건하지 말라는 뜻이고 이는 명백히 직접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수사 방해, 수사 개입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직 해임 무효 소송·집행 정지 신청
 
  박정훈 대령 측은 8월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상대로 수원지법에 ‘보직 해임 무효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보직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 정지 신청’도 냈다. 박 대령 측은 “피고는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이첩 시기를 늦추라는 지시를 한 바 없고 설사 그런 지시를 했다 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불법적인 지시”라며 “이첩 대상자 변경이나 이첩 형식 변경 지시는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승소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사이 신청인(박 대령)은 적법한 권한을 완전히 박탈당해 수사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 명백해 집행 정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병대 사령관 측은 9월 11일 수원지법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박 대령의 보직 해임 집행 정지 기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사령관 측은 “재판부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아니라는 것과 군 지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궁극적으로 군의 존립 자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3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북스토어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