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소송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故 조영래 변호사 영향받아 쓴 논문
⊙ “집단소송,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책”
⊙ 윤석열이 지적한 집단소송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가 도입 추진
⊙ “집단소송에 나서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본 윤석열”
⊙ 논문 지도한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尹, 철저한 자유시장경제 신봉자”
⊙ 윤석열 知人 통해 확인한 근원적 질문 ‘윤석열은 정말 보수주의자인가?’
⊙ 북한은 主敵, 국보법 존치 견해, 한미동맹 중요성 강조한 尹
⊙ 양정철과 만났다는 이유로 尹 의심하는 보수층… “통상적인 만남에 불과”
⊙ “집단소송,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책”
⊙ 윤석열이 지적한 집단소송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가 도입 추진
⊙ “집단소송에 나서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본 윤석열”
⊙ 논문 지도한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尹, 철저한 자유시장경제 신봉자”
⊙ 윤석열 知人 통해 확인한 근원적 질문 ‘윤석열은 정말 보수주의자인가?’
⊙ 북한은 主敵, 국보법 존치 견해, 한미동맹 중요성 강조한 尹
⊙ 양정철과 만났다는 이유로 尹 의심하는 보수층… “통상적인 만남에 불과”
윤석열(尹錫悅·61) 전 검찰총장(이하 직함 생략)이 대학원 시절 쓴 석사 논문을 《월간조선》이 최초로 입수했다.
그간 윤석열의 저작물(著作物)은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적이 없다. 그가 외부 기고를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 바가 없다. 검찰총장 사퇴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간간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을 뿐이다.
따라서 그의 석사 논문은 ‘법조인 윤석열’뿐 아니라 ‘자연인 윤석열’이 갖고 있는 생각의 일단(一端)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윤석열 석사 논문은 그가 28세이던 1988년 1월 나왔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사법고시를 9년 만에 합격했다. 고시 준비를 하면서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것이다.
논문 주제는 〈미국 Class Action에 있어 대표요건에 관한 연구〉(A4 용지 기준 총 76페이지)이다. ‘Class Action’이란 ‘집단소송’을 뜻하는데,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집단소송 대표자(이하 ‘대표 당사자’)의 지위와 법적 근거 등을 미국의 사례에 비춰 분석한 것이다.
윤석열과 조영래, 그리고 집단소송
윤석열이 논문을 쓰던 1980년대 중후반, 집단소송은 미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소한 제도였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법 제도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권익(權益)을 보호받기란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초(民草)’들이 세를 규합해 소송에 나선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실제로 윤석열이 논문을 한창 작성하던 1987년 국내 최초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1984년 호우로 인해 유수지의 배수갑문이 무너져 서울 망원동에 수재(水災)가 발생했다. 이때 피해를 입은 5885가구, 주민 2만5000여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이를 주도한 이가 인권 변호사이자 좌우(左右) 양 진영에서 신망이 있는 고(故) 조영래(趙英來·1945~1990) 변호사다. 조영래 변호사는 “세상을 뜨지 않았으면 대통령이 됐을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윤석열이 집단소송 관련 논문을 쓴 배경엔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2020년 7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강당에서 조영래 30주기를 맞아 ‘조영래 변호사의 삶과 헌법 가치’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과거 공안부로 불리던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 대해 한 언론은 “세미나가 열리기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면 지원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의 내용이다.
〈윤 총장은 평소 검사들에게 “어느 직역에 있든 이념이나 인생관에 상관없이 법률가라면 사표로서 배워야 할 분이 조 변호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공공수사부와 인권부 간부들에게 “조 변호사를 검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1984년 조 변호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한 망원동 홍수 피해 사건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미국 집단소송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쓴 적이 있다.〉
조영래 변호사가 집단소송에 첫걸음을 떼자, 국내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의 논문이 나온 지 약 한 달 뒤인, 1988년 2월17일자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 대표 당사자 소송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대표 당사자 소송이란 공해 소비자 재해 소송 등 원인이나 쟁점을 공통으로 하는 다수의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해자들 가운데 피해 내용이 가장 전형적인 대표자가 나서 전체 피해자의 청구총액을 일괄하여 제소하고, 판결이 내려지면 그 효력이 전체에 미치는 소송 방법이다. 이 소송 형태는… 공통 원인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개별적으로 제소하는 데 드는 시간·노력·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제도로… 미국 등 구미(歐美) 선진국에서는 지난 60년대부터 실시되고 있다.〉
이후 우리 사회에 집단소송 ‘붐’이 일었다. ‘아파트 공유 면적 과세(課稅)가 부당하다’는 집단소송, 학교 육성회비 반환 소송, 백화점 허위 바겐세일에 따른 집단소송 등이 이어졌다. 이 시기는 전두환 정권이 막을 내리고, 직선제로 선출된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민주화의 바람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었다. 윤석열의 논문은 그러한 시대적 조류(潮流) 속에서 나온 것이다.
윤석열 “집단소송,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책”
이 논문은 전문적인 법률용어가 많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법학 관련 논문답게 무미건조하고 딱딱하다.
이 지면에서 논문의 내용을 하나하나 다 짚는 건 일종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문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저자 윤석열’의 주관과 견해를 주로 소개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논문에 기술된 영어식 표현은 의미가 통할 수 있도록 일부 우리말로 대체했음을 일러둔다.
총 4장으로 구성된 논문 1장에는 논문 전체가 요약돼 있으며, 2장에서는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23조(a)에 규정된 집단소송의 요건들이 설명돼 있다. 3장에서는 미국 연방헌법 3조의 ‘법적 쟁송성’(法的爭訟性·case or controversy)이 대표 당사자의 제소 자격이란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돼왔는지 판례(判例)를 중심으로 살폈다. 4장은 2장과 3장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윤석열은 논문의 ‘연구 목적’에서 “근자(近者)에 집단 분쟁해결 방식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에 비추어, 미국 집단소송에 있어 대표 당사자의 자격 요건을 분석적으로 소개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집단소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 대량생산-소비 경제 메커니즘은 필연적으로 대량적·집단적 분쟁을 낳고 있다. 이른바 현대형 분쟁이라 일컬어지는 이러한 분쟁 형태의 특징은 피해 상황이 다수에 걸쳐 있으며 피해자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그 규모가 막대하지만, 개개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피해 구제를 위한 소송의 경제적 타산(打算)이 맞지 않을 정도로 소규모인 것이 보통이다…. 철저한 개인주의에 입각한 종래의 개별소송방식은 이러한 집단적 피해 구제에 너무나 무력하다.〉
윤석열은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제23조(a)와 연방헌법 제3조, 두 가지 관점에서 집단소송을 고찰(考察)했다. 그러면서 “집단소송이 비단 대형 경제 주체들의 이익 추구 과정에서 빚어지는 집단적 피해뿐 아니라 위헌적인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집단적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적절한 구제책으로 기능하고 있음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소송제도 개정 방향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썼다. 단, 미국의 집단소송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에 앞서 면밀한 연구를 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윤석열이 논문에서 말하는 집단소송의 절차는 대략 이렇다. 먼저 대표 당사자가 개인 자격으로 소(訴)를 법원에 제기한다. 법원은 대표 당사자가 소송의 원고가 되는 구성원(집단)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판단한다. 법원이 대표 당사자가 집단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면 본안심리(本案審理)에 들어간다. 본안심리 결과가 나오면 그 효력이 대표 당사자뿐 아니라, 집단 구성원 전원에 끼친다는 것이다.
“尹, 집단소송 원고를 ‘사회적 약자’로 봐”
윤석열은 논문 2장에서 ‘법원의 역할’(judicial control)과 ‘대표 당사자의 역할’(private control)의 적절한 조화가 집단소송 제도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기자는 판단한다. 윤석열은 법원의 역할에 대해 “법원은 대표 당사자가 구성원의 이익을 소송에서 공정하게 대변하게끔 구조적인 여건을 만들어가고, 대표 당사자가 소송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하여 집단 전체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 당사자의 ‘대표 적정성(집단소송을 대표해 수행하는 사람의 적정성-기자 주)’을 보장하는 구조적인 여건이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논문의 내용이다.
〈대표 당사자가 이기적 동기(動機)에서 소송을 수행해 나아가더라도 결석자(缺席者)의 이익이 보호되려면 대표 당사자의 이익과 구성원의 이익이 일치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즉 양자(兩者) 간의 이익의 일치가 대표 적정성을 보장하는 조건인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이들 양자의 이익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하며….〉
여기서 ‘결석자’란 소송에 참여하는 대표 당사자 외에 소송에 참여는 하나, 본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는 집단소송 구성원을 뜻한다. 위 논문의 내용을 쉽게 풀어쓰면, 집단소송을 대표하는 대표 당사자와 소송 구성원(결석자 등) 간의 이익 일치를 위해 법원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검장 출신의 변호사 A씨는 이 대목에 대해 “당시 윤석열은 집단소송에 나서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시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이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중산층 이상이었던 데 반해 우리는 힘없는 서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직 집단소송에 익숙지 않은 현실에서 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법원이 균형감각을 갖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자의 축에 속하는 집단소송 원고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해도 패소(敗訴)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집단소송의 피고는 원고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국가나 대기업 등이지 않습니까? 법원이 한쪽으로 쏠리면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의 의사가 묵살될 수 있으니 법원이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소송 ‘개시절차’의 문제점 지적
윤석열은 집단소송 과정에서 이뤄지는 ‘예비증거조사절차’(豫備證據調査節次·preliminary evidentiary hearing)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예비증거조사절차란 판사의 주재하에 대표 당사자, 피고가 참여하여 이들의 입증 활동을 통해 대표 적정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여기에 몇 가지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대표 당사자는 자신의 대표 적정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자신과 집단 구성원 간의 이해대립을 현출(現出)시킬 증거는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피고는 대개 집단 내의 이해관계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할 것이나, 설령 알고 있더라도 그가 본안(本案)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기판력(旣判力·한번 확정판결을 받으면 이후엔 같은 사건으로 다시 판결받거나 판결을 반복하는 것을 막는 원칙-기자 주)의 범위를 확장시킬 목적으로 대표 적정성을 탄핵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쉽게 요약하면 원고인 대표 당사자 측과 피고 측이 집단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예비증거조사절차를 서로의 입맛에 맞게 이용할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윤석열은 “이와 같은 동기 때문에 법원은 공정하고 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이는 곧 집단 구성원의 이익의 위태화(危胎化)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법원은 이와 같은 증거조사 준비를 위하여 집단 구성원에 대한 ‘개시절차’(開示節次·discovery)를 대표 당사자와 피고에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시절차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원에 집단소송을 위한 특정 증거 조사를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증거개시절차라고도 하는데, 앞서 언급한 예비증거조사절차와 비슷한 맥락이다. 즉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피해자(원고)에게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게 개시절차다. 그는 개시절차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해당 내용이다.
〈개시절차 기회를 양 당사자에게 동등하게 부여한다면 대표 당사자에게 불리한 자료의 은폐를 어느 정도 제지할 수 있으나, 이 역시 피고에게 이를 남용하여 집단 구성원을 위협하거나 소송을 지연시키는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단지 집단소송 신청이 제기되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대표 원고에게 집단 전체에 대한 개시절차를 허용한다면, 이러한 개시절차는 원고에 의해 남용되어 피고에 대한 타격소송(打擊訴訟·strike suit)을 증가시킬 것이다.〉
쉽게 말해 개시절차가 집단소송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고, 원고와 피고 측 모두 개시절차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타격소송’이란 소송에 이길 가능성이 없음에도 소를 제기해 피고를 협박한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는 ‘협박소송’이라고도 한다.
윤석열은 “개시절차와 결합된 예비증거조사절차는 집단 구성원의 이익의 위태화, 소송 지연 및 과다한 비용, 대표 원고 및 피고에 의한 남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제도적 타당성에 문제점이 있다 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尹이 경고한 집단소송의 문제점, 文 정부가 도입 추진
흥미로운 사실은 윤석열이 경고한 문제점이 포함된 집단소송 제도를, 문재인 정부가 법제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2020년 9월 28일, 법무부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증권 분야에 한해서만 집단소송 제도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렇게 제한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집단소송의 남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러한 제한을 없애고, 다른 분야에도 일반적·전면적인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윤석열이 논문에서 언급한 개시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것이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은 집단소송제의 전면 도입에 따른 개시절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고위 간부 B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집단소송 제도하에서 기업이 피고 신분이 되면 소송에 부합하는 자료를 하나하나 다 검토해 원고 측에 제공해야 한다”며 “기업 기밀 등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집단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미국의 디스커버리(개시절차) 제도 자체가 우리나라 현행 제도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그런데 집단소송제만을 위해서 이를 도입하면 민사소송 재판 모델이 바뀌는 건데 이를 총체적으로 검토한 건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법무부는 입법예고를 하면서 집단소송제의 적용 범위를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차동언 변호사는 “해당 내용은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 만큼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실정(實情)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면적인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한다면, 윤석열이 논문에서 지적한 대로 타격소송이 즐비할지도 모른다.
3장에서는 ‘법적쟁송성’이란 개념에 입각해 집단소송을 다뤘다. 법적쟁송성이란 소송 사안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를 뜻한다. 즉 소송 사안에 법적쟁송성이 없다면, 이는 집단소송의 요건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윤석열은 법적쟁송성의 전제조건을 미국 연방헌법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 연방헌법 제3조 2항에서 사법권은 법적쟁송성이 있는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동(同) 규정의 법적쟁송성은 (1) 사안이 사법적 해결을 보기에 적합하여야 하고 (2) 당사자가 대립적이며 (3) 구체적이고 법률적인 문제여야 하고 (4) 판결에 의해 일정한 구제가 가능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적쟁송성은… 모든 소송에서 요구되는 것이므로, 집단소송에서도 이 요건이 요구됨은 당연하다.〉
윤석열은 논문의 ‘결론’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문제, 환경문제, 노사문제 등이 집단분쟁화하고 있으며 그 해결을 사법의 장(場)에서 찾고자 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러한 집단적 분쟁의 사법적 해결을 위한 절차법적 대책으로 우리 민사소송법 제48조의 선정 당사자 제도, 미국의 집단소송, 서독의 집단소송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미국 집단소송 모델을 우리 법제에 도입할 경우 대표 당사자의 적정대표성과 제소자격 문제가 가장 미묘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집단적 분쟁의 해결을 위한 실효성 사법절차가 조속히 정비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여러 가지로 미흡한 본고(本稿)가 미미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논문 지도교수 송상현
“윤석열은 자유시장경제 신봉자”
윤석열의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로 진보적인 색채가 보인다. 여기서 진보란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말한다. 민주화 바람과 함께 우리 사회에 등장한 환경문제, 노사문제 등을 집단소송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독특한 시각이었다. 이런 ‘진보적 관점’이 윤석열의 ‘정치적 색깔’과도 관련이 있는 걸까.
윤석열의 논문 지도교수는 송상현(宋相現·80) 서울대 명예교수(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송상현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재선)을 지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송 교수는 집단소송과 맥을 같이하는 민사소송법을 비롯해 국제인도주의 법률과 해상법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윤석열의 ‘은사(恩師)’인 송상현 교수에게 이 논문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윤석열은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물었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집단소송’이라는 개념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상충하는 건 아닌가. 논문을 근거로 윤석열이 ‘반(反)시장주의자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런 잣대를 적용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도 있어서는 안 되는 기구다. 공정위도 엄밀히 말하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반(反)하는 것이잖나? 윤석열을 ‘반시장주의자’로 보는 시각은 아주 고전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런 시각이 부합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집단소송’은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하는 것인가.
“그렇다. 집단소송이라는 건 한마디로 거대자본과 거대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다. 자본과 권력이 독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자본시장 내에서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더욱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런 측면에서 집단소송을 단순히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
— 윤석열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진보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당연하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윤석열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확실히 신봉하는 사람이다.”
— 윤석열은 왜 하필 집단소송 관련 논문을 썼을까.
“‘모든 사람이 다 다루는 테마는 쓰지 말아야지’ 뭐 이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어려우면서도 남들이 손대기 어려운 집단소송을 주제로 잡았을 수 있다. 일종의 선택의 전략이라고 할까? 방종한 시장경제의 폐단, 즉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불공정한 구조에 대해 생각하다가 집단소송을 착안했을 수도 있다.”
송상현 교수는 “윤석열이 논문을 쓸 당시는 집단소송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집단소송이) 한국에 도입되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잘 모를 때였다”라고 회고했다.
— 논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나.
“윤군(尹君·윤석열), 이 사람은 독서를 아주 많이 했다.”
— 어떤 책을 많이 읽던가.
“정치·경제 등 사회과학 서적은 물론 인문 관련 서적까지 폭넓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걸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법대생들은 대개 사법고시 준비를 위해 법률 서적만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윤군은 그러지 않았다.”
—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뭐… 시대가 사람을 만드는 거니까. 자기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단정적으로 ‘된다 안 된다’를 얘기할 순 없다. 다만 (윤석열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아주 우수하다. 사람들을 보듬는 포용적인 리더십도 있다. 학생 때부터 그런 인상을 받았다.”
— 최근에도 만난 적이 있나.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은 자주 한다. 굳이 이 사람(윤석열)뿐만이 아니고. 저는 사제 관계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제자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는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 자주 조언을 구한 걸로 아는데.
“내가 해준 거라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뭐 그 정도다.”
‘사회적 약자’에 관심 갖는다고 좌파는 아냐
윤석열의 고교 동창이자 전직 기자인 이경욱(李京旭·61) 전 연합뉴스 기자는 최근 윤석열과 3시간가량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윤석열의 진심(眞心)》이란 책을 냈다. 이 책에는 윤석열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 여럿 포함돼 있다.
〈(윤석열은) ‘의회 중심주의’ ‘의회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 같다. 의회가 민주주의의 중심이 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살아나 제 기능을 발휘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양당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영국의 의회 중심 체계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했다는 건 어떤 시사점이 있는 걸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정치학과) C씨는 “의회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자”라고 정의했다. C씨는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라며 “윤석열이 의회주의를 강조했다는 건 그가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본 가치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의 진심》엔 윤석열의 언론관도 담겨 있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가 미디어에 대해 묻자 윤석열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냥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C씨는 “좌파들은 목적을 위해 미디어를 통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윤석열의 언론관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역시 큰 틀에서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C씨에게 ‘윤석열이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C씨는 “한 인간의 쌓아온 경험과 생각 등을 총체적으로 종합해봤을 때 윤석열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중도 보수주의자”라고 단언했다.
이 책에 따르면,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의 발언 사이사이 그(문재인 대통령-기자 주)에 대한 불편한 심기, 표정을 드러냈다”고 기억했다. 이 역시 윤석열의 정치적 스탠스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윤석열은 기본적으로 약한 자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의 진심》에는 윤석열이 저자에게 중학교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윤석열은 친구 한명이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한참 동안 물을 마시는 모습을 봤다. 윤석열은 그 친구가 목이 말라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한 친구로부터 “배가 고파서 수돗물을 들이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가정형편이 비교적 넉넉했던 윤석열은 주머니를 털어 친구들을 중국집으로 데려가 자장면을 여러 번 사 먹였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윤석열은) 중학생 철부지였지만 배고파하는 친구들의 처지를 깊이 헤아린 것이었다”고 썼다.
이는 앞서 집단소송 논문과 관련해 A 변호사가 언급한 ‘사회적 약자’ 대목과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어떤 면에서는 좌파적(진보적)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윤석열의 정치적 성향은 좌파”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은 主敵, 국보법은 필요하다’고 본 윤석열
기자는 2년여간 저자 이경욱씨를 비롯해 윤석열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 역시 일관되게 윤석열을 가리켜 ‘법치주의자’ ‘낭만적 헌법주의자’ ‘자유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을 비판하는 입장에 선 이들도 ‘검찰주의자’ 정도로 표현했을 뿐이다. 윤석열을 문재인 정권과 이념적 성향을 같이하는 ‘좌파’로 분류한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중 사실에 근거해 가장 명쾌한 판단을 내린 이는 D씨였다. D씨는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 동기 동창(79학번)이다. 기자는 그를 2019년 10월, 조국 수사로 윤석열이 정권과 한창 대립각을 세울 때 만났다. 지금처럼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부각되지는 않았을 때였다. 그때 기자 역시 윤석열의 이념 성향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당시 D씨는 이런 말을 했다.
“(윤)석열이의 이념 성향은 이미 답이 나와 있어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했어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거기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했으면, 그의 정치 성향이 어떤지 말 다 한 거 아닙니까?”
같은 해 7월 8일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윤석열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나눴다.
〈백혜련: …서면질의 답변서 보니까요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이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고,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야 된다 이런 생각 그리고 주적은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입장도 안보형사법은 어떤 형식으로든 필요하다 이런 의견을 내셨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평가를 해본다면 오히려 보수 쪽에 가까운, 굳이 진보와 보수를 가른다면요 보수 쪽에 가까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는 오히려 먼 부분이 많다고 저는 사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이 된 것은 그동안에 검사로서 생활하면서 정권에 따라서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검사의 소신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해왔던 것들이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후보자가 코드인사로 지금 지명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본인 생각에는 본인이 코드인사 같습니까?
윤석열: 제가 여기서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백혜련: 본인의 성향이나 이런 것들이 꼭 무슨 더불어민주당과 일치하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일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요?
윤석열: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을 주적이라고 함은 물론, 보수세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은 과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D씨는 “한 사람의 정치적 견해나 이념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며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걸 가지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은데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D씨는 또 “내 생각은 윤석열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정 정권에 몸담았다고 그 사람들을 전부 다 그 정권의 성향과 끼워맞춰 판단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윤석열·양정철과의 만남 의심하는 보수층
그래도 의문점은 남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만남이다. 보수층 일각에선 윤석열이 양정철 전 원장을 만난 것을 들어, 그의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기도 한다. 2019년 7월8일자 《한국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일부다.
〈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올해 4월 양 원장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 이전인 20대 총선 인재 영입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으며 정권교체 후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이후에도 한두 차례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4월 회동도 이 같은 개인 친분으로 만들어진 자리이며 다른 동석자들도 있어 총장 인사와는 무관한 자리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검찰총장이 만나는 인사의 폭은 아주 넓습니다. 광의(廣義)로서 검찰총장도 정치인 축에 속하니까요. 윤석열이 양정철 전 원장을 만난 건 사실 뉴스거리도 안 됩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검찰총장과 정치인들은 자주 회동을 갖곤 했어요. 검찰총장뿐 아니라 국정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모두 마찬가집니다. 이전 정권에서는 문제가 안 됐다가 왜 윤석열이 양 전 원장을 만난 경우만 부각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네요.”
이 관계자는 “모든 현상을 정치적으로 보려는 심리는 이해하지만, 통상적인 접견 정도를 가지고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재단(裁斷)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도 “윤석열·양정철 회동이 알려졌을 때 우리도 윤석열의 정치적 성향을 놓고 의심을 한 적이 있다”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별다른 의미가 없는 만남이었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 전직 의원은 “문재인 정권 인사들과 교분을 쌓은 게 야권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다소 독특한 견해를 내보였다. 윤석열이 문재인 정권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안다는 전제하에서, 정권의 약점을 (정계 입문 후) 야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념 검증 사실상 끝나… 지도자 역량 검증해야”
윤석열은 활동의 폭을 점차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1일 노동문제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와 만나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 종로구 음식점에서 이뤄진 회동은 4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고 한다.
윤석열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주로 경청하고 질문하는 자리였다”며 “정 교수는 ‘대기업과 공무원 같은 우량 노동시장과 그렇지 않은 열악한 시장 간의 분절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은 “SK하이닉스 성과급 문제만 봐도 직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월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제가 문제”라면서 “젊은층에서는 업무 기여도에 따라 보수를 달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청년 일자리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0대 젊은층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은 얼마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언급하며 “망국의 범죄”라고 질타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성범죄 때문에 치러지는 것”이라며 여권을 비난하기도 했다.
윤석열이 언급한 LH 직원들의 조직적인 투기와 서울·부산 시장 선거의 의미, 그리고 성과급 문제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들이다. 그러한 현안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꿰뚫어본 뒤 적절한 메시지를 내놓고, 때로는 직접 자신의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런 재빠른 변화 속에서 윤석열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나오는 데 대해 D씨는 “윤석열에 대한 이념 검증은 사실상 끝났다”고 단언했다. 국가 지도자로 나아갈 수순을 밟고 있는 이에게 이미 검증이 끝난 이념의 잣대를 들이미는 건 일종의 ‘시간 낭비’라는 게 D씨의 지적이다. 그는 “이젠 (윤석열이) 국가 경영을 할 수 있는 지도자 역량을 갖췄는지를 검증해야 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그간 윤석열의 저작물(著作物)은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적이 없다. 그가 외부 기고를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 바가 없다. 검찰총장 사퇴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간간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을 뿐이다.
따라서 그의 석사 논문은 ‘법조인 윤석열’뿐 아니라 ‘자연인 윤석열’이 갖고 있는 생각의 일단(一端)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윤석열 석사 논문은 그가 28세이던 1988년 1월 나왔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사법고시를 9년 만에 합격했다. 고시 준비를 하면서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것이다.
논문 주제는 〈미국 Class Action에 있어 대표요건에 관한 연구〉(A4 용지 기준 총 76페이지)이다. ‘Class Action’이란 ‘집단소송’을 뜻하는데,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집단소송 대표자(이하 ‘대표 당사자’)의 지위와 법적 근거 등을 미국의 사례에 비춰 분석한 것이다.
윤석열과 조영래, 그리고 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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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월 30일 부천서 성고문사건 피해자 권인숙(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씨가 서울고등법원에서 대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오른쪽에 앉아 있는 이가 권씨의 소송 대리인이던 조영래 변호사다. 사진=조선DB |
실제로 윤석열이 논문을 한창 작성하던 1987년 국내 최초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1984년 호우로 인해 유수지의 배수갑문이 무너져 서울 망원동에 수재(水災)가 발생했다. 이때 피해를 입은 5885가구, 주민 2만5000여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이를 주도한 이가 인권 변호사이자 좌우(左右) 양 진영에서 신망이 있는 고(故) 조영래(趙英來·1945~1990) 변호사다. 조영래 변호사는 “세상을 뜨지 않았으면 대통령이 됐을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윤석열이 집단소송 관련 논문을 쓴 배경엔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2020년 7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강당에서 조영래 30주기를 맞아 ‘조영래 변호사의 삶과 헌법 가치’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과거 공안부로 불리던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 대해 한 언론은 “세미나가 열리기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면 지원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의 내용이다.
〈윤 총장은 평소 검사들에게 “어느 직역에 있든 이념이나 인생관에 상관없이 법률가라면 사표로서 배워야 할 분이 조 변호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공공수사부와 인권부 간부들에게 “조 변호사를 검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1984년 조 변호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한 망원동 홍수 피해 사건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미국 집단소송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쓴 적이 있다.〉
조영래 변호사가 집단소송에 첫걸음을 떼자, 국내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의 논문이 나온 지 약 한 달 뒤인, 1988년 2월17일자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 대표 당사자 소송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대표 당사자 소송이란 공해 소비자 재해 소송 등 원인이나 쟁점을 공통으로 하는 다수의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해자들 가운데 피해 내용이 가장 전형적인 대표자가 나서 전체 피해자의 청구총액을 일괄하여 제소하고, 판결이 내려지면 그 효력이 전체에 미치는 소송 방법이다. 이 소송 형태는… 공통 원인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개별적으로 제소하는 데 드는 시간·노력·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제도로… 미국 등 구미(歐美) 선진국에서는 지난 60년대부터 실시되고 있다.〉
이후 우리 사회에 집단소송 ‘붐’이 일었다. ‘아파트 공유 면적 과세(課稅)가 부당하다’는 집단소송, 학교 육성회비 반환 소송, 백화점 허위 바겐세일에 따른 집단소송 등이 이어졌다. 이 시기는 전두환 정권이 막을 내리고, 직선제로 선출된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민주화의 바람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었다. 윤석열의 논문은 그러한 시대적 조류(潮流) 속에서 나온 것이다.
윤석열 “집단소송,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책”
이 논문은 전문적인 법률용어가 많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법학 관련 논문답게 무미건조하고 딱딱하다.
이 지면에서 논문의 내용을 하나하나 다 짚는 건 일종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문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저자 윤석열’의 주관과 견해를 주로 소개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논문에 기술된 영어식 표현은 의미가 통할 수 있도록 일부 우리말로 대체했음을 일러둔다.
총 4장으로 구성된 논문 1장에는 논문 전체가 요약돼 있으며, 2장에서는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23조(a)에 규정된 집단소송의 요건들이 설명돼 있다. 3장에서는 미국 연방헌법 3조의 ‘법적 쟁송성’(法的爭訟性·case or controversy)이 대표 당사자의 제소 자격이란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돼왔는지 판례(判例)를 중심으로 살폈다. 4장은 2장과 3장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윤석열은 논문의 ‘연구 목적’에서 “근자(近者)에 집단 분쟁해결 방식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에 비추어, 미국 집단소송에 있어 대표 당사자의 자격 요건을 분석적으로 소개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집단소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 대량생산-소비 경제 메커니즘은 필연적으로 대량적·집단적 분쟁을 낳고 있다. 이른바 현대형 분쟁이라 일컬어지는 이러한 분쟁 형태의 특징은 피해 상황이 다수에 걸쳐 있으며 피해자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그 규모가 막대하지만, 개개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피해 구제를 위한 소송의 경제적 타산(打算)이 맞지 않을 정도로 소규모인 것이 보통이다…. 철저한 개인주의에 입각한 종래의 개별소송방식은 이러한 집단적 피해 구제에 너무나 무력하다.〉
윤석열은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제23조(a)와 연방헌법 제3조, 두 가지 관점에서 집단소송을 고찰(考察)했다. 그러면서 “집단소송이 비단 대형 경제 주체들의 이익 추구 과정에서 빚어지는 집단적 피해뿐 아니라 위헌적인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집단적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적절한 구제책으로 기능하고 있음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소송제도 개정 방향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썼다. 단, 미국의 집단소송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에 앞서 면밀한 연구를 한 뒤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윤석열이 논문에서 말하는 집단소송의 절차는 대략 이렇다. 먼저 대표 당사자가 개인 자격으로 소(訴)를 법원에 제기한다. 법원은 대표 당사자가 소송의 원고가 되는 구성원(집단)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판단한다. 법원이 대표 당사자가 집단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면 본안심리(本案審理)에 들어간다. 본안심리 결과가 나오면 그 효력이 대표 당사자뿐 아니라, 집단 구성원 전원에 끼친다는 것이다.
“尹, 집단소송 원고를 ‘사회적 약자’로 봐”
윤석열은 논문 2장에서 ‘법원의 역할’(judicial control)과 ‘대표 당사자의 역할’(private control)의 적절한 조화가 집단소송 제도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기자는 판단한다. 윤석열은 법원의 역할에 대해 “법원은 대표 당사자가 구성원의 이익을 소송에서 공정하게 대변하게끔 구조적인 여건을 만들어가고, 대표 당사자가 소송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하여 집단 전체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 당사자의 ‘대표 적정성(집단소송을 대표해 수행하는 사람의 적정성-기자 주)’을 보장하는 구조적인 여건이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지는 논문의 내용이다.
〈대표 당사자가 이기적 동기(動機)에서 소송을 수행해 나아가더라도 결석자(缺席者)의 이익이 보호되려면 대표 당사자의 이익과 구성원의 이익이 일치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즉 양자(兩者) 간의 이익의 일치가 대표 적정성을 보장하는 조건인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이들 양자의 이익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하며….〉
여기서 ‘결석자’란 소송에 참여하는 대표 당사자 외에 소송에 참여는 하나, 본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는 집단소송 구성원을 뜻한다. 위 논문의 내용을 쉽게 풀어쓰면, 집단소송을 대표하는 대표 당사자와 소송 구성원(결석자 등) 간의 이익 일치를 위해 법원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검장 출신의 변호사 A씨는 이 대목에 대해 “당시 윤석열은 집단소송에 나서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시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이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중산층 이상이었던 데 반해 우리는 힘없는 서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직 집단소송에 익숙지 않은 현실에서 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법원이 균형감각을 갖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자의 축에 속하는 집단소송 원고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해도 패소(敗訴)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집단소송의 피고는 원고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국가나 대기업 등이지 않습니까? 법원이 한쪽으로 쏠리면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의 의사가 묵살될 수 있으니 법원이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소송 ‘개시절차’의 문제점 지적
윤석열은 집단소송 과정에서 이뤄지는 ‘예비증거조사절차’(豫備證據調査節次·preliminary evidentiary hearing)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예비증거조사절차란 판사의 주재하에 대표 당사자, 피고가 참여하여 이들의 입증 활동을 통해 대표 적정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여기에 몇 가지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대표 당사자는 자신의 대표 적정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자신과 집단 구성원 간의 이해대립을 현출(現出)시킬 증거는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피고는 대개 집단 내의 이해관계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할 것이나, 설령 알고 있더라도 그가 본안(本案)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기판력(旣判力·한번 확정판결을 받으면 이후엔 같은 사건으로 다시 판결받거나 판결을 반복하는 것을 막는 원칙-기자 주)의 범위를 확장시킬 목적으로 대표 적정성을 탄핵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쉽게 요약하면 원고인 대표 당사자 측과 피고 측이 집단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예비증거조사절차를 서로의 입맛에 맞게 이용할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윤석열은 “이와 같은 동기 때문에 법원은 공정하고 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이는 곧 집단 구성원의 이익의 위태화(危胎化)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법원은 이와 같은 증거조사 준비를 위하여 집단 구성원에 대한 ‘개시절차’(開示節次·discovery)를 대표 당사자와 피고에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시절차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원에 집단소송을 위한 특정 증거 조사를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증거개시절차라고도 하는데, 앞서 언급한 예비증거조사절차와 비슷한 맥락이다. 즉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피해자(원고)에게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게 개시절차다. 그는 개시절차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해당 내용이다.
〈개시절차 기회를 양 당사자에게 동등하게 부여한다면 대표 당사자에게 불리한 자료의 은폐를 어느 정도 제지할 수 있으나, 이 역시 피고에게 이를 남용하여 집단 구성원을 위협하거나 소송을 지연시키는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단지 집단소송 신청이 제기되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대표 원고에게 집단 전체에 대한 개시절차를 허용한다면, 이러한 개시절차는 원고에 의해 남용되어 피고에 대한 타격소송(打擊訴訟·strike suit)을 증가시킬 것이다.〉
쉽게 말해 개시절차가 집단소송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고, 원고와 피고 측 모두 개시절차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타격소송’이란 소송에 이길 가능성이 없음에도 소를 제기해 피고를 협박한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는 ‘협박소송’이라고도 한다.
윤석열은 “개시절차와 결합된 예비증거조사절차는 집단 구성원의 이익의 위태화, 소송 지연 및 과다한 비용, 대표 원고 및 피고에 의한 남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제도적 타당성에 문제점이 있다 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尹이 경고한 집단소송의 문제점, 文 정부가 도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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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법무부가 발표한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주요 내용. 사진=조선DB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증권 분야에 한해서만 집단소송 제도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렇게 제한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집단소송의 남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러한 제한을 없애고, 다른 분야에도 일반적·전면적인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윤석열이 논문에서 언급한 개시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것이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은 집단소송제의 전면 도입에 따른 개시절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고위 간부 B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집단소송 제도하에서 기업이 피고 신분이 되면 소송에 부합하는 자료를 하나하나 다 검토해 원고 측에 제공해야 한다”며 “기업 기밀 등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집단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미국의 디스커버리(개시절차) 제도 자체가 우리나라 현행 제도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그런데 집단소송제만을 위해서 이를 도입하면 민사소송 재판 모델이 바뀌는 건데 이를 총체적으로 검토한 건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법무부는 입법예고를 하면서 집단소송제의 적용 범위를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차동언 변호사는 “해당 내용은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 만큼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실정(實情)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면적인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한다면, 윤석열이 논문에서 지적한 대로 타격소송이 즐비할지도 모른다.
3장에서는 ‘법적쟁송성’이란 개념에 입각해 집단소송을 다뤘다. 법적쟁송성이란 소송 사안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를 뜻한다. 즉 소송 사안에 법적쟁송성이 없다면, 이는 집단소송의 요건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윤석열은 법적쟁송성의 전제조건을 미국 연방헌법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 연방헌법 제3조 2항에서 사법권은 법적쟁송성이 있는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동(同) 규정의 법적쟁송성은 (1) 사안이 사법적 해결을 보기에 적합하여야 하고 (2) 당사자가 대립적이며 (3) 구체적이고 법률적인 문제여야 하고 (4) 판결에 의해 일정한 구제가 가능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적쟁송성은… 모든 소송에서 요구되는 것이므로, 집단소송에서도 이 요건이 요구됨은 당연하다.〉
윤석열은 논문의 ‘결론’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문제, 환경문제, 노사문제 등이 집단분쟁화하고 있으며 그 해결을 사법의 장(場)에서 찾고자 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러한 집단적 분쟁의 사법적 해결을 위한 절차법적 대책으로 우리 민사소송법 제48조의 선정 당사자 제도, 미국의 집단소송, 서독의 집단소송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미국 집단소송 모델을 우리 법제에 도입할 경우 대표 당사자의 적정대표성과 제소자격 문제가 가장 미묘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집단적 분쟁의 해결을 위한 실효성 사법절차가 조속히 정비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여러 가지로 미흡한 본고(本稿)가 미미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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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석사 논문 지도교수던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조선DB |
윤석열의 논문 지도교수는 송상현(宋相現·80) 서울대 명예교수(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송상현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재선)을 지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송 교수는 집단소송과 맥을 같이하는 민사소송법을 비롯해 국제인도주의 법률과 해상법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윤석열의 ‘은사(恩師)’인 송상현 교수에게 이 논문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윤석열은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물었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집단소송’이라는 개념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상충하는 건 아닌가. 논문을 근거로 윤석열이 ‘반(反)시장주의자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런 잣대를 적용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도 있어서는 안 되는 기구다. 공정위도 엄밀히 말하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반(反)하는 것이잖나? 윤석열을 ‘반시장주의자’로 보는 시각은 아주 고전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런 시각이 부합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집단소송’은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하는 것인가.
“그렇다. 집단소송이라는 건 한마디로 거대자본과 거대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다. 자본과 권력이 독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자본시장 내에서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더욱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런 측면에서 집단소송을 단순히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
— 윤석열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진보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당연하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윤석열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확실히 신봉하는 사람이다.”
— 윤석열은 왜 하필 집단소송 관련 논문을 썼을까.
“‘모든 사람이 다 다루는 테마는 쓰지 말아야지’ 뭐 이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어려우면서도 남들이 손대기 어려운 집단소송을 주제로 잡았을 수 있다. 일종의 선택의 전략이라고 할까? 방종한 시장경제의 폐단, 즉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불공정한 구조에 대해 생각하다가 집단소송을 착안했을 수도 있다.”
송상현 교수는 “윤석열이 논문을 쓸 당시는 집단소송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집단소송이) 한국에 도입되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잘 모를 때였다”라고 회고했다.
— 논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나.
“윤군(尹君·윤석열), 이 사람은 독서를 아주 많이 했다.”
— 어떤 책을 많이 읽던가.
“정치·경제 등 사회과학 서적은 물론 인문 관련 서적까지 폭넓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걸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법대생들은 대개 사법고시 준비를 위해 법률 서적만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윤군은 그러지 않았다.”
—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뭐… 시대가 사람을 만드는 거니까. 자기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단정적으로 ‘된다 안 된다’를 얘기할 순 없다. 다만 (윤석열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아주 우수하다. 사람들을 보듬는 포용적인 리더십도 있다. 학생 때부터 그런 인상을 받았다.”
— 최근에도 만난 적이 있나.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은 자주 한다. 굳이 이 사람(윤석열)뿐만이 아니고. 저는 사제 관계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제자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는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 자주 조언을 구한 걸로 아는데.
“내가 해준 거라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뭐 그 정도다.”
‘사회적 약자’에 관심 갖는다고 좌파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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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고교 동창이자 전직 연합뉴스 기자가 쓴 《윤석열의 진심(眞心)》. |
〈(윤석열은) ‘의회 중심주의’ ‘의회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 같다. 의회가 민주주의의 중심이 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살아나 제 기능을 발휘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양당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영국의 의회 중심 체계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했다는 건 어떤 시사점이 있는 걸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정치학과) C씨는 “의회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자”라고 정의했다. C씨는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라며 “윤석열이 의회주의를 강조했다는 건 그가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본 가치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의 진심》엔 윤석열의 언론관도 담겨 있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가 미디어에 대해 묻자 윤석열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냥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C씨는 “좌파들은 목적을 위해 미디어를 통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윤석열의 언론관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역시 큰 틀에서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C씨에게 ‘윤석열이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C씨는 “한 인간의 쌓아온 경험과 생각 등을 총체적으로 종합해봤을 때 윤석열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중도 보수주의자”라고 단언했다.
이 책에 따르면,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의 발언 사이사이 그(문재인 대통령-기자 주)에 대한 불편한 심기, 표정을 드러냈다”고 기억했다. 이 역시 윤석열의 정치적 스탠스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윤석열은 기본적으로 약한 자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의 진심》에는 윤석열이 저자에게 중학교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윤석열은 친구 한명이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한참 동안 물을 마시는 모습을 봤다. 윤석열은 그 친구가 목이 말라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한 친구로부터 “배가 고파서 수돗물을 들이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가정형편이 비교적 넉넉했던 윤석열은 주머니를 털어 친구들을 중국집으로 데려가 자장면을 여러 번 사 먹였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윤석열은) 중학생 철부지였지만 배고파하는 친구들의 처지를 깊이 헤아린 것이었다”고 썼다.
이는 앞서 집단소송 논문과 관련해 A 변호사가 언급한 ‘사회적 약자’ 대목과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어떤 면에서는 좌파적(진보적)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윤석열의 정치적 성향은 좌파”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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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8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법사위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그중 사실에 근거해 가장 명쾌한 판단을 내린 이는 D씨였다. D씨는 윤석열의 서울대 법대 동기 동창(79학번)이다. 기자는 그를 2019년 10월, 조국 수사로 윤석열이 정권과 한창 대립각을 세울 때 만났다. 지금처럼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부각되지는 않았을 때였다. 그때 기자 역시 윤석열의 이념 성향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당시 D씨는 이런 말을 했다.
“(윤)석열이의 이념 성향은 이미 답이 나와 있어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했어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거기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했으면, 그의 정치 성향이 어떤지 말 다 한 거 아닙니까?”
같은 해 7월 8일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윤석열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나눴다.
〈백혜련: …서면질의 답변서 보니까요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이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고,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야 된다 이런 생각 그리고 주적은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입장도 안보형사법은 어떤 형식으로든 필요하다 이런 의견을 내셨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평가를 해본다면 오히려 보수 쪽에 가까운, 굳이 진보와 보수를 가른다면요 보수 쪽에 가까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는 오히려 먼 부분이 많다고 저는 사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이 된 것은 그동안에 검사로서 생활하면서 정권에 따라서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검사의 소신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해왔던 것들이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후보자가 코드인사로 지금 지명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본인 생각에는 본인이 코드인사 같습니까?
윤석열: 제가 여기서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백혜련: 본인의 성향이나 이런 것들이 꼭 무슨 더불어민주당과 일치하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일치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요?
윤석열: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을 주적이라고 함은 물론, 보수세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은 과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D씨는 “한 사람의 정치적 견해나 이념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며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걸 가지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은데 윤석열은 그냥 윤석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D씨는 또 “내 생각은 윤석열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정 정권에 몸담았다고 그 사람들을 전부 다 그 정권의 성향과 끼워맞춰 판단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윤석열·양정철과의 만남 의심하는 보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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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씨와 회동했다는 이유로 보수층의 의심을 샀다. 사진=조선DB |
〈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올해 4월 양 원장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 이전인 20대 총선 인재 영입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으며 정권교체 후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이후에도 한두 차례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4월 회동도 이 같은 개인 친분으로 만들어진 자리이며 다른 동석자들도 있어 총장 인사와는 무관한 자리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검찰총장이 만나는 인사의 폭은 아주 넓습니다. 광의(廣義)로서 검찰총장도 정치인 축에 속하니까요. 윤석열이 양정철 전 원장을 만난 건 사실 뉴스거리도 안 됩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검찰총장과 정치인들은 자주 회동을 갖곤 했어요. 검찰총장뿐 아니라 국정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 모두 마찬가집니다. 이전 정권에서는 문제가 안 됐다가 왜 윤석열이 양 전 원장을 만난 경우만 부각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네요.”
이 관계자는 “모든 현상을 정치적으로 보려는 심리는 이해하지만, 통상적인 접견 정도를 가지고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재단(裁斷)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도 “윤석열·양정철 회동이 알려졌을 때 우리도 윤석열의 정치적 성향을 놓고 의심을 한 적이 있다”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별다른 의미가 없는 만남이었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 전직 의원은 “문재인 정권 인사들과 교분을 쌓은 게 야권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다소 독특한 견해를 내보였다. 윤석열이 문재인 정권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안다는 전제하에서, 정권의 약점을 (정계 입문 후) 야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념 검증 사실상 끝나… 지도자 역량 검증해야”
윤석열은 활동의 폭을 점차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1일 노동문제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와 만나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 종로구 음식점에서 이뤄진 회동은 4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고 한다.
윤석열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주로 경청하고 질문하는 자리였다”며 “정 교수는 ‘대기업과 공무원 같은 우량 노동시장과 그렇지 않은 열악한 시장 간의 분절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은 “SK하이닉스 성과급 문제만 봐도 직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월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제가 문제”라면서 “젊은층에서는 업무 기여도에 따라 보수를 달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청년 일자리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30대 젊은층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은 얼마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언급하며 “망국의 범죄”라고 질타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성범죄 때문에 치러지는 것”이라며 여권을 비난하기도 했다.
윤석열이 언급한 LH 직원들의 조직적인 투기와 서울·부산 시장 선거의 의미, 그리고 성과급 문제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들이다. 그러한 현안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꿰뚫어본 뒤 적절한 메시지를 내놓고, 때로는 직접 자신의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런 재빠른 변화 속에서 윤석열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나오는 데 대해 D씨는 “윤석열에 대한 이념 검증은 사실상 끝났다”고 단언했다. 국가 지도자로 나아갈 수순을 밟고 있는 이에게 이미 검증이 끝난 이념의 잣대를 들이미는 건 일종의 ‘시간 낭비’라는 게 D씨의 지적이다. 그는 “이젠 (윤석열이) 국가 경영을 할 수 있는 지도자 역량을 갖췄는지를 검증해야 할 차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