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시
⊙ 65세. 美 다트머스대 문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학·경제학 전공,
美 예일대법과대학원 법학 박사. 미국 노동부 장관(1993~1997년) 역임.
바츨라프 하벨상 수상. 現 美 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교수.
⊙ 저서: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 《위기를 넘어서》 등.
⊙ 65세. 美 다트머스대 문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학·경제학 전공,
美 예일대법과대학원 법학 박사. 미국 노동부 장관(1993~1997년) 역임.
바츨라프 하벨상 수상. 現 美 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교수.
⊙ 저서: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 《위기를 넘어서》 등.
“그럼, 그 세금은 어디서 충당합니까?”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미국 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진심으로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기자는 좀 전에 그에게 ‘정부가 오는 3월부터 0~2세의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월 29만~39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설명을 했었다. 그의 질문에 기자가 머뭇거리자 그가 말을 이었다.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침은 좋습니다. 저는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특히 0~5세 기간에 어떻게 교육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믿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은 인재들이 국가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육료 일괄지급에 앞서서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세금을 거둘 것인지가 논의됐습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큰 문제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많은 국가에 있어 복지는 화두입니다. 세금 쓸 곳을 정하는 것은 세금 거둘 곳을 정하는 것과 동시에 논의돼야 하는 문제입니다. 가령 부자들에게 더 걷을 것인지, 이산화탄소 배출 세금을 물릴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또 이렇게 걷은 세금을 어떻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중산층에게 배분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0~5세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지급을 하든,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을 하든 하는 문제가 결정됩니다. 세금 집행은 철저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지적한 대로 한국에서는 복지 확대가 화두입니다만, 어떻게 조세를 거둘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돈은, 세금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금 징수와 집행은 동시에 행해지는 문제입니다. 만일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대책 없이 복지를 화두로 꺼낸다면 이는 상당히 무책임한 것입니다.”
100만 달러 이상 수익의 70%를 세금으로 걷어야
미국의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이자,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3년 동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줘 가며 얘기했다. 아시아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로버트 라이시 미 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난 3월 6일에 만났다. 그는 국내에서는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 《위기를 넘어서》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상위 1%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는데, 워런 버핏의 자진 납세 소식이 반가웠겠습니다.
“버핏이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높은 세율로 내야 합니다. 30% 정도 납세를 얘기하고 있는데 훨씬 높아야죠.”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에게 얼마의 세율을 적용해야 합니까.
“저는 100만 달러(11억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최소 70%의 세율로 물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만 달러를 버는 사람에게 70만 달러의 세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100만 달러의 초과 분에 대해서 70%를 세금으로 물려야 한다는 겁니다.”
―당신이라면 기꺼이 세금을 내겠습니까.
“제가 100만1달러를 벌었다면 1달러의 70%인 70센트를 기꺼이 세금으로 낼 겁니다. 아주 행복하게요.”
―상위 1%가 달가워할 얘기는 아니군요.
“그들이 행복한지 않은지는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부자들이 스스로 세금을 낼 리도 없지요. 때문에 법을 바꿔서, 그들에게 강제적으로 세금을 걷도록 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은 30년 동안 높은 세율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제 와서 그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법으로 부유층들에게 높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산층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라이시 교수는 이 얘기를 하면서 과거의 예를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세제 얘기를 해 보죠. 당시 상위 1%의 한계세율(marginal tax rate·초과수익에 대해 세금으로 내야 할 비율)이 70% 미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1950년대에 공식적으로는 초과수익의 91%를 세금으로 냈습니다. 이리저리 세금공제를 하고 나더라도 초과이익에 대해 최소 50~58% 이상을 세금으로 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서브프라임 위기에 빠지기 전인 2007년에는 이 비율이 23%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상위 1%의 탐욕이 중산층에 실질적 피해 줘
―저서를 읽어 보면 1940~1970년대에 대한 향수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성장을 모두 이뤘던 좋은 시기였던 점은 분명합니다. 소득수준 하위 20%가 상위 20%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세계 경기가 좋았습니다. 미국이 제게 ‘어떤 나라를 모방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다른 나라를 모방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공 부문이 성장했고, 흑인의 투표권, 여성의 인권에 발전을 거뒀습니다. 경제성장도 이뤄 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 사실상 오늘날의 시스템이 태동하게 됐고 30년 이상 지속됐습니다. 이제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인도로 향했고, 때문에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졌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물론 글로벌화는 기본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경제 규모는 1980년대보다 2배 이상 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경제발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생긴 수익의 대부분이 상위 계층으로만 흘러들어 갔다는 점입니다. 1년에 최소 40만 달러(약 4억1000만원) 이상을 버는 상위 1%와 나머지 사람들의 간격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1% 대(對) 99%라는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1%가 얼마나 탐욕스러웠는지는 입증됐습니다. 왜 월가에서 시위가 일어났겠습니까? 바로 그 상위 1%가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자기들의 잇속만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이 높아 미국의 중산층이 허덕일 때, 그들은 대규모의 인센티브를 챙겨 갔습니다. 바로 그 부패와 탐욕을 재정비할 때가 왔습니다. 경제적으로나, 민주주의 차원에서 미국을 재정비(그는 reform이라고 표현했다)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또 무슨 얘기입니까.
“우리는 ‘수퍼자본주의(super capitalism)’의 세계를 맞고 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가 과연 민주주의입니까. 밸런스를 이루지 않은 채 수익의 극대화와 개인의 탐욕만을 앞세운 수퍼자본주의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죠. 문제는 그 1%의 탐욕으로 인한 피해를 중산층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중산층은 일부러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를 할 수 있는 구매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재정비해야죠.”
소득 하위 계층에 보조금 지급해야
―어떻게 재정비해야 합니까.
“우선 상위 계층에 훨씬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수익을 근로소득보전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로 사용해야 합니다.”
―좀 저 자세히 설명한다면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근로자에게 역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가령 근로자의 세액공제가 소득 금액보다 많으면 정부에서 보전을 해 주는 겁니다. 쉽게 말해 역소득세(reverse income tax)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4일만 근무를 하고 일자리를 서로 공유(job sharing)해야 합니다. 또 정부가 세금을 하위 계층의 자녀 교육에 지불해야 합니다.”
라이스 교수는 문득 기자에게 “왜 당신은 일주일에 5일을 일합니까?”라고 물었다.
이후 그의 얘기가 이어졌다.
“당신이 5일 일하는 것은 법에 5일 일하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법이 4일을 일하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법이고 정부의 역할입니다.”
―일주일에 4일 일하면 나머지 하루에 대한 봉급은 어떡합니까.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주당 4일 근무 체제를 시행했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근로소득보전세제’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근무일을 하루 줄여 놓고 임금을 그만큼 깎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흥분합니다. 하지만 임금을 보전해 4일 일하되, 5일 근무와 같은 월급을 지급하면 불만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고용창출이 될 겁니다.”
―부자 증세로 이만큼의 세액 부족이 해결될까요.
“부자들에게서, 또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과세 등 세수확보를 위한 방법들을 연구해야겠지요.”
―증세와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역소득세가 경기후퇴를 가져오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국가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수준에서 몇 %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할 때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중간중간에 기자에게 질문을 해 가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 갔다. 마치 교수와 일대일로 구술시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오늘날의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intervention)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우선 개입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습니다. 왠지 자본주의의 자유시장(free market)을 방해하는 양 들리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는 것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시장은 정부에 의해 세팅되고 만들어지고 다듬어졌습니다. 인간이 디자인한 것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다듬을 수 있습니다.”
―결국 ‘큰 정부’를 지지하는 것 아닙니까.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얘기가 아닙니다. 정부가 보다 선진화한 시장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의 이슈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지요.”
그러면서 그는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 유학생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봤다”며 말을 이어 갔다.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3세계 국가에서 오늘날의 1등 국가가 됐습니다.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고 하지만, 수출 위주라는 것은 내수 소비가 촉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높은 교육열로 인해 제대로 훈련받은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날 용기를 잃었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저는 그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시스템이, 시장경제가 그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직장을 생산하지 못한 탓입니다.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잘못 정했다는 겁니다.”
―그럼 정부는 어느 정도 개입을 해야 하는 겁니까.
“정부가 시장을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컨트롤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이 논의를 해야 합니다. 어느 부분을 공공으로 할 것이고, 헬스케어는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 일주일에 며칠을 근무할 것인지 등 말입니다. 법이 정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겁니다. 규칙을 바꾸자는 얘기입니다. 규칙을 세팅하는 정부가 제대로 판단하기를 바랍니다.”
초과이익공유 주장은 옳지 않은 생각
―한동안 국내에서 ‘초과이익 공유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기업이 목표치 이상을 달성하게 되면 그 이익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공유하자는 취지였는데 기업들이 반대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재벌(그는 ‘재벌’이라는 한국어를 사용했다)이 반대하기 이전에 그 발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삼성을 언제까지 한국 회사라고 생각할 겁니까. 삼성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이 낸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나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건 분명 삼성의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일 겁니다. 그럼 주주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외국인들이 삼성의 주식을 더이상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시장에서 떠날 겁니다. 주주들은 주식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가차없이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만일 한국의 정부 또는 민간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것은 삼성전자 오너 이전에 주주들과 논의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하지만 대기업의 역할론이 부각됩니다.
“그것은 굉장히 활발한 토론거리(lively debate)입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1920~1930년대에 과연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습니다. 경제적 이윤만을 좇아야 한다, 주주만을 위해 존재한다,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등이었습니다. 일단 기업이 주인인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재벌이 중소기업을 돕고, 벤처캐피털을 확장시켜 벤처 회사를 독려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글로벌 마켓에서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 역시 사회적인 적절한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수출 지향형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선 내수 지향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업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무작정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우존스 회복으로 혜택 보는 이는 주주와 경영진뿐
최근 국내의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넘었다. 2008년 미국발(發) 경제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때 1만 밑으로 떨어졌던 다우존스도 회복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월가 반대’ 시위가 재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이시 교수는 “월가 시위가 재가열된다는 것을 몰랐다”며 얘기를 이어 갔다.
“미국 중산층의 월가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들의 탐욕에 대한 99%, 대중의 분노가 여전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겁니다. 다우존스가 회복된 이유는 회사의 이익(profit)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사정이 나아진 것과 중산층의 삶이 회복된 것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지금 당신은 2008년과 비교해서 삶이 나아졌다고 믿습니까?”
―왜 그렇습니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테크놀로지 향상을 통해 수익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노동비 지출은 늘 부담입니다. 경영진과 주주는 경제위기 이후에 회사의 시스템을 정비하기 시작했고, 현대의 비약적인 테크놀로지를 통해 회사의 수익이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근로자를 더 뽑거나, 이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우존스는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상승 폭만큼 주가가 올라간 겁니다. 결국 최근 다우존스의 주가 회복으로 인한 과실은 주주와 경영진이 얻었습니다. 중산층은 혜택을 본 것이 없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노동부 장관으로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오바마 정부에 대해 별로 비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취한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공화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라이시 교수는 이 얘기를 하면서, 과거 자신이 노동부 장관이었던 시절에 강조했던 교육 문제로 얘기를 돌렸다. 클린턴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라이시 교수는 과거 “연방(federal)과 주정부(state)가 조기교육 활성화를 위해 일정 금액을 가정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인간의 두뇌가 0~5세 사이에 대부분 개발된다는 증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만 5세 즈음에는 이미 두뇌의 개발이 막바지입니다. 저는 당시에도 부유층에 대한 증세 정책을 주장했고, 미국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많이 진전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요.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그 결과 좋은 인재가 많습니다. 오늘날 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어릴 때부터 왜 교육을 시킵니까. 그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정작 이런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는 점에 정부 당국자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잘 교육된 사람을 어떻게 사회에 투입해서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느냐에 정책 입안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미국 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진심으로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기자는 좀 전에 그에게 ‘정부가 오는 3월부터 0~2세의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월 29만~39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설명을 했었다. 그의 질문에 기자가 머뭇거리자 그가 말을 이었다.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침은 좋습니다. 저는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특히 0~5세 기간에 어떻게 교육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믿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은 인재들이 국가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육료 일괄지급에 앞서서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세금을 거둘 것인지가 논의됐습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큰 문제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많은 국가에 있어 복지는 화두입니다. 세금 쓸 곳을 정하는 것은 세금 거둘 곳을 정하는 것과 동시에 논의돼야 하는 문제입니다. 가령 부자들에게 더 걷을 것인지, 이산화탄소 배출 세금을 물릴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또 이렇게 걷은 세금을 어떻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중산층에게 배분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0~5세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지급을 하든,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을 하든 하는 문제가 결정됩니다. 세금 집행은 철저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지적한 대로 한국에서는 복지 확대가 화두입니다만, 어떻게 조세를 거둘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돈은, 세금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금 징수와 집행은 동시에 행해지는 문제입니다. 만일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대책 없이 복지를 화두로 꺼낸다면 이는 상당히 무책임한 것입니다.”
100만 달러 이상 수익의 70%를 세금으로 걷어야
미국의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이자,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3년 동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줘 가며 얘기했다. 아시아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로버트 라이시 미 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난 3월 6일에 만났다. 그는 국내에서는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 《위기를 넘어서》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상위 1%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는데, 워런 버핏의 자진 납세 소식이 반가웠겠습니다.
“버핏이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높은 세율로 내야 합니다. 30% 정도 납세를 얘기하고 있는데 훨씬 높아야죠.”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에게 얼마의 세율을 적용해야 합니까.
“저는 100만 달러(11억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최소 70%의 세율로 물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만 달러를 버는 사람에게 70만 달러의 세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100만 달러의 초과 분에 대해서 70%를 세금으로 물려야 한다는 겁니다.”
―당신이라면 기꺼이 세금을 내겠습니까.
“제가 100만1달러를 벌었다면 1달러의 70%인 70센트를 기꺼이 세금으로 낼 겁니다. 아주 행복하게요.”
―상위 1%가 달가워할 얘기는 아니군요.
“그들이 행복한지 않은지는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부자들이 스스로 세금을 낼 리도 없지요. 때문에 법을 바꿔서, 그들에게 강제적으로 세금을 걷도록 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은 30년 동안 높은 세율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제 와서 그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법으로 부유층들에게 높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산층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라이시 교수는 이 얘기를 하면서 과거의 예를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세제 얘기를 해 보죠. 당시 상위 1%의 한계세율(marginal tax rate·초과수익에 대해 세금으로 내야 할 비율)이 70% 미만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1950년대에 공식적으로는 초과수익의 91%를 세금으로 냈습니다. 이리저리 세금공제를 하고 나더라도 초과이익에 대해 최소 50~58% 이상을 세금으로 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서브프라임 위기에 빠지기 전인 2007년에는 이 비율이 23%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상위 1%의 탐욕이 중산층에 실질적 피해 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성장을 모두 이뤘던 좋은 시기였던 점은 분명합니다. 소득수준 하위 20%가 상위 20%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세계 경기가 좋았습니다. 미국이 제게 ‘어떤 나라를 모방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다른 나라를 모방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공 부문이 성장했고, 흑인의 투표권, 여성의 인권에 발전을 거뒀습니다. 경제성장도 이뤄 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 사실상 오늘날의 시스템이 태동하게 됐고 30년 이상 지속됐습니다. 이제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인도로 향했고, 때문에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졌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물론 글로벌화는 기본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경제 규모는 1980년대보다 2배 이상 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경제발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생긴 수익의 대부분이 상위 계층으로만 흘러들어 갔다는 점입니다. 1년에 최소 40만 달러(약 4억1000만원) 이상을 버는 상위 1%와 나머지 사람들의 간격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1% 대(對) 99%라는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1%가 얼마나 탐욕스러웠는지는 입증됐습니다. 왜 월가에서 시위가 일어났겠습니까? 바로 그 상위 1%가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자기들의 잇속만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이 높아 미국의 중산층이 허덕일 때, 그들은 대규모의 인센티브를 챙겨 갔습니다. 바로 그 부패와 탐욕을 재정비할 때가 왔습니다. 경제적으로나, 민주주의 차원에서 미국을 재정비(그는 reform이라고 표현했다)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또 무슨 얘기입니까.
“우리는 ‘수퍼자본주의(super capitalism)’의 세계를 맞고 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가 과연 민주주의입니까. 밸런스를 이루지 않은 채 수익의 극대화와 개인의 탐욕만을 앞세운 수퍼자본주의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죠. 문제는 그 1%의 탐욕으로 인한 피해를 중산층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중산층은 일부러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를 할 수 있는 구매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재정비해야죠.”
소득 하위 계층에 보조금 지급해야
―어떻게 재정비해야 합니까.
“우선 상위 계층에 훨씬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수익을 근로소득보전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로 사용해야 합니다.”
―좀 저 자세히 설명한다면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근로자에게 역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가령 근로자의 세액공제가 소득 금액보다 많으면 정부에서 보전을 해 주는 겁니다. 쉽게 말해 역소득세(reverse income tax)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4일만 근무를 하고 일자리를 서로 공유(job sharing)해야 합니다. 또 정부가 세금을 하위 계층의 자녀 교육에 지불해야 합니다.”
라이스 교수는 문득 기자에게 “왜 당신은 일주일에 5일을 일합니까?”라고 물었다.
이후 그의 얘기가 이어졌다.
“당신이 5일 일하는 것은 법에 5일 일하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법이 4일을 일하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법이고 정부의 역할입니다.”
―일주일에 4일 일하면 나머지 하루에 대한 봉급은 어떡합니까.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주당 4일 근무 체제를 시행했다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근로소득보전세제’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근무일을 하루 줄여 놓고 임금을 그만큼 깎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흥분합니다. 하지만 임금을 보전해 4일 일하되, 5일 근무와 같은 월급을 지급하면 불만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고용창출이 될 겁니다.”
―부자 증세로 이만큼의 세액 부족이 해결될까요.
“부자들에게서, 또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과세 등 세수확보를 위한 방법들을 연구해야겠지요.”
―증세와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역소득세가 경기후퇴를 가져오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국가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수준에서 몇 %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중간중간에 기자에게 질문을 해 가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 갔다. 마치 교수와 일대일로 구술시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오늘날의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intervention)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자본주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우선 개입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않습니다. 왠지 자본주의의 자유시장(free market)을 방해하는 양 들리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는 것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시장은 정부에 의해 세팅되고 만들어지고 다듬어졌습니다. 인간이 디자인한 것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다듬을 수 있습니다.”
―결국 ‘큰 정부’를 지지하는 것 아닙니까.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얘기가 아닙니다. 정부가 보다 선진화한 시장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의 이슈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지요.”
그러면서 그는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 유학생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봤다”며 말을 이어 갔다.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3세계 국가에서 오늘날의 1등 국가가 됐습니다.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고 하지만, 수출 위주라는 것은 내수 소비가 촉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높은 교육열로 인해 제대로 훈련받은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날 용기를 잃었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저는 그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시스템이, 시장경제가 그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직장을 생산하지 못한 탓입니다.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잘못 정했다는 겁니다.”
―그럼 정부는 어느 정도 개입을 해야 하는 겁니까.
“정부가 시장을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컨트롤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이 논의를 해야 합니다. 어느 부분을 공공으로 할 것이고, 헬스케어는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 일주일에 며칠을 근무할 것인지 등 말입니다. 법이 정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겁니다. 규칙을 바꾸자는 얘기입니다. 규칙을 세팅하는 정부가 제대로 판단하기를 바랍니다.”
초과이익공유 주장은 옳지 않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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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교수와의 인터뷰 모습. |
“재벌(그는 ‘재벌’이라는 한국어를 사용했다)이 반대하기 이전에 그 발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삼성을 언제까지 한국 회사라고 생각할 겁니까. 삼성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이 낸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나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건 분명 삼성의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일 겁니다. 그럼 주주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외국인들이 삼성의 주식을 더이상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시장에서 떠날 겁니다. 주주들은 주식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가차없이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만일 한국의 정부 또는 민간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것은 삼성전자 오너 이전에 주주들과 논의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하지만 대기업의 역할론이 부각됩니다.
“그것은 굉장히 활발한 토론거리(lively debate)입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1920~1930년대에 과연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습니다. 경제적 이윤만을 좇아야 한다, 주주만을 위해 존재한다,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등이었습니다. 일단 기업이 주인인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재벌이 중소기업을 돕고, 벤처캐피털을 확장시켜 벤처 회사를 독려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글로벌 마켓에서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 역시 사회적인 적절한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수출 지향형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선 내수 지향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업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무작정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의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넘었다. 2008년 미국발(發) 경제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때 1만 밑으로 떨어졌던 다우존스도 회복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월가 반대’ 시위가 재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이시 교수는 “월가 시위가 재가열된다는 것을 몰랐다”며 얘기를 이어 갔다.
“미국 중산층의 월가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들의 탐욕에 대한 99%, 대중의 분노가 여전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겁니다. 다우존스가 회복된 이유는 회사의 이익(profit)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사정이 나아진 것과 중산층의 삶이 회복된 것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지금 당신은 2008년과 비교해서 삶이 나아졌다고 믿습니까?”
―왜 그렇습니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테크놀로지 향상을 통해 수익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노동비 지출은 늘 부담입니다. 경영진과 주주는 경제위기 이후에 회사의 시스템을 정비하기 시작했고, 현대의 비약적인 테크놀로지를 통해 회사의 수익이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근로자를 더 뽑거나, 이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우존스는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상승 폭만큼 주가가 올라간 겁니다. 결국 최근 다우존스의 주가 회복으로 인한 과실은 주주와 경영진이 얻었습니다. 중산층은 혜택을 본 것이 없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노동부 장관으로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오바마 정부에 대해 별로 비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취한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공화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라이시 교수는 이 얘기를 하면서, 과거 자신이 노동부 장관이었던 시절에 강조했던 교육 문제로 얘기를 돌렸다. 클린턴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라이시 교수는 과거 “연방(federal)과 주정부(state)가 조기교육 활성화를 위해 일정 금액을 가정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인간의 두뇌가 0~5세 사이에 대부분 개발된다는 증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만 5세 즈음에는 이미 두뇌의 개발이 막바지입니다. 저는 당시에도 부유층에 대한 증세 정책을 주장했고, 미국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많이 진전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요.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그 결과 좋은 인재가 많습니다. 오늘날 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어릴 때부터 왜 교육을 시킵니까. 그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정작 이런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는 점에 정부 당국자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잘 교육된 사람을 어떻게 사회에 투입해서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느냐에 정책 입안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