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닥터’ 출시 1년 차에 거래액 전년 대비 2000배
⊙ 의사 출신과 경영학도가 의기 투합해 코로나19 때 1000만원으로 창업
⊙ “진료 서비스, 소아과부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탈모·비만·피부질환 등 다양”
⊙ “미국, 비대면 진료 전체 진료의 10%… 한국은 0.3% 수준”
⊙ “비대면 진료에 정부 지원 확대할 경우 고용은 최대 150만 명, 취업유발 효과는 최대 32만 명 증가 예상”(한국노동연구원)
⊙ 의사 출신과 경영학도가 의기 투합해 코로나19 때 1000만원으로 창업
⊙ “진료 서비스, 소아과부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탈모·비만·피부질환 등 다양”
⊙ “미국, 비대면 진료 전체 진료의 10%… 한국은 0.3% 수준”
⊙ “비대면 진료에 정부 지원 확대할 경우 고용은 최대 150만 명, 취업유발 효과는 최대 32만 명 증가 예상”(한국노동연구원)
- ‘나만의닥터’ 서비스를 운영 중인 선재원 대표(왼쪽)와 손웅래 대표. 사진=메라키플레이스
두 청년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달랐다. 어렸을 때 교수·의사·변호사를 번갈아 꿈꿨던 한 명은 강남 8학군에서 자라 주재원인 부친을 따라 미국에 갔다 귀국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장래 희망이 훌륭한 기업인이었던 또 다른 청년은 광주광역시에서 나고 자라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이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서로 존재를 몰랐던, 딱히 접점이 없어 보였던 두 청년은 외국계 회사에서 만나 얼굴을 익혔고 몇 년 뒤 창업을 함께했다. 비대면 의료 플랫폼 서비스인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의 선재원(36) 대표와 손웅래(33) 대표다. 지난 1월 31일,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앳된 두 청년을 메라키플레이스 본사가 있는 강남 논현 위워크에서 만났다.
2022년 스타트업 성장률 1위
‘나만의닥터’는 비대면(非對面) 진료 서비스 분야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회사다. 두 청년이 각자 500만원을 털어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3년 만에 누적투자금액 77억원, 직원 20명, 고객 80만 명을 확보했다. 서비스 출시 1년 차인 2022년에 사이트를 통한 거래액이 전년 대비 2000배, 진료건수는 500배 넘게 늘어 ‘2022년 스타트업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메라키플레이스의 메라키(meraki)는 그리스어로 혼(魂)을 담다, 열(熱)과 성(誠)을 다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의 혼을 담아 서비스를 만들고, 온 직원이 열과 성을 다해서 만드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손웅래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좋은 이름이네요.
“회사가 성공하느냐는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단한 조직 문화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문화가 성공하는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 공동 대표인데 다투지 않나요.
“다퉈요, 아주 많이(웃음). 의견이 맞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토론합니다.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해야 회사가 잘될지 고민하기 위해서 정말 치열하게 다툽니다.”
옆자리에 앉은 선재원 대표는 “며칠 전에도 밤늦게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퉜다며 서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청년들의 건전한 토론이었겠구나 싶었다.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사업을 먼저 제안한 것은 선재원 대표였다. 그가 연세대 의과대학을 2013년에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로 3년간 군 복무까지 마쳤기에, 세상은 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 다들 의대에 못 가서 난리인데 의사 가운을 벗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막상 의대에 가보니 제가 의대생이 되고 싶었던 건지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6년 내내 그 고민을 하고 지냈습니다.”
― 선 대표가 생각하는 의대생과 의사의 차이는 뭐였죠.
“의사는 의술(醫術)을 펼치는 사람이고, 의대생은 수능을 잘 봐서 의대에 간 사람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스스로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다른 길에 관심이 갔고, 매킨지 컨설팅 회사에서 비즈니스를 경험하면서 그쪽이 적성에 맞다고 느꼈습니다.”
손웅래 대표는 “어려서부터 훌륭한 기업인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경영 면에서 성과를 내는 분들을 동경했고 자연스럽게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선재원 대표가 2016년, 손웅래 대표가 2015년에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입사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만났다. 하지만 회사에서 다른 업무를 맡았던 둘은 이후 흩어져 선 대표는 바이오벤처로, 손 대표는 이커머스 마케팅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4월, 두 사람은 비대면 의료 플랫폼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정부는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고, 첫 달에만 2만 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업계에서는 이미 20여 개의 비대면 의료 플랫폼 서비스가 활동하고 있었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한국에서 원격 의료, 비대면 진료 얘기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스터디를 해보니 미국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활발하게 운영 중이었고 한국은 빗장이 풀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큰 기회라고 판단했고 모바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블루오션으로 생각했다는 건데 벌써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많았습니다.
“네. 하지만 앞으로 의료, 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와 맞물려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당시 파편화돼 있는 업체들이 빅 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봤습니다. 여태 비대면 의료 시장이 열리지 않은 것은 규제 때문이었는데 코로나19로 길이 열린 것이죠. 저희는 고객, 의료진이 원격 의료,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번 경험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리라 판단했습니다.”
두 사람은 2021년 8월 말에 회사를 설립하고 플랫폼 개발 전문가에게 앱 개발을 맡겨 넉 달 만인 12월에 ‘나만의닥터’를 출시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정부의 감염병 대응 단계가 최고조에 이를 때였다.
365일·24시간·外地에서도 진료 가능
이용법은 간단하다. 유저(환자)들은 앱에서 ‘나만의닥터’를 내려받아 감기 및 비염, 소아과, 코로나19 진료, 탈모약 처방 등 진료를 받을 증상을 선택한다. 각 진료에 맞는 의사의 이력,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고객들의 평점 및 리뷰가 따라온다. 환자들은 날짜, 시각을 선택하면 정해진 시각에 ‘나닥터 의사’가 전화를 걸어온다. 환자는 심야, 휴일에도 문을 여는 약국을 찾아 ‘나만의약국’에 의사의 처방전을 보내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사이트는 탈모부터 백신까지 나만의닥터에서 직접 수집한 전국 최저가 병원 정보, 제약사별 가격, 건강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전(全) 국민이 평일 야간, 주말, 공휴일 언제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섬과 벽지 거주자, 등록 장애인,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감염병 확진자 등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물론 약 배송까지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약 배송 서비스가 일반인에게도 허용됐는데, 현재는 특정 지역과 계층에만 허용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환자, 의료진, 약국 등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20여 군데의 업체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서비스 론칭 직후 부모, 지인, 친구 등 주위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고객을 모았다. ‘나만의닥터’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료진 20여 명도 지인들을 위주로 꾸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허가했지만 의사회, 약사회 등 이익단체들은 여전히 반대했고, ‘나만의닥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 마녀사냥을 당할까 걱정돼 이름을 서비스 창에 띄우지 않았다.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 의료진이 20명뿐이었네요.
“정부가 허가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 행태여서 지금보다 훨씬 거부감이 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인들, 또 새로 개원해 아직 환자 확보가 어려웠던 분들을 위주로 나만의 닥터진을 운영했습니다.”
― 초창기에 가장 사이트를 많이 이용했던 고객들은요.
“3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가 당시에는 초진을 비대면 진료로 하는 것, 대리 처방을 허가했습니다. 아버지가 고혈압, 당뇨를 앓는 경우에 자식이 사이트에 접속해 대리 처방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저희 앱에서 가족 구성원을 추가해 ‘가족건강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30대가 부모의 약을 대신 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막상 론칭해보니 어떻던가요.
“서비스를 하다 보니 비대면 진료라는 것이 너무 뭉뚱그린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 여성의 헬스케어와 40대 남성의 헬스케어 니즈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희는 비대면 진료를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별로 별도로 접근해, 깊게 파 들어가는 그 버티컬(vertical·수직)들의 합(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아 감기 때문에 찾는 분, 피임약 처방 때문에 찾는 분, 고혈압약을 처방받는 분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되게 뾰족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령 당뇨 환자는 혈당 측정기로 매번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데, 저희가 그런 업체와 업무 제휴를 맺어서 블루투스를 연동해서 편하게 혈당을 측정하는 식(式)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했죠.”
앱 가입비용 0원
‘나만의닥터’를 론칭한 지 두 달 만에 고객은 1만 명으로 늘었다. 메라키플레이스의 ‘나만의닥터’는 환자, 의사, 약국 등의 가입비용을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받지 않는다. 환자들이 앱에서 결제하면 고스란히 그 돈은 의사, 약사들에게 지급된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기관 투자자들의 펀딩을 받아 자본금이 10억원으로 불었지만, 여전히 수익은 0원이었다.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트랜잭션 베이스(물류)의 스타트 업체는 거래에서 7~10%의 수수료를 떼는데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수수료 떼는 것이 불법(不法)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이 관계돼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은 업체를 통해 과다 진료를 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저희는 초기에 약 배달 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약을 퀵으로 배송받거나, 택배로 받는 비용까지 저희가 부담했습니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안 낼 수는 없잖습니까.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희는 모든 사람이 아플 때 생각나는 플랫폼 채널이 하나는 있어야 하고, 그 채널이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사이즈가 커지면 고객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스(toss)가 시작할 때 몇 년 동안 송금을 공짜로 해줬지만, 나중에 증권·보험을 판매하고, 광고를 붙여 매출을 냈듯이 저희도 헬스케어 전반에서 무궁무진한 매출을 앞으로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웅래 대표가 거들었다.
“처음부터 환자의 의료 진료에서 돈을 벌 생각은 없었습니다. 헬스케어 시장은 수백억 달러짜리 시장이고, 비대면 진료는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가령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는 복약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관리인데, 저희 앱을 통해 건강관리 활동을 기록하고 필요할 때 의료진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입니다. 진료, 약 조제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슈퍼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만의닥터’를 넘어서 ‘나만의주치의’ 개념으로 자리 잡을 생각입니다. 앞으로 매출이 일어날 부문이 분명히 있고, 올해부터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대신 일반 진료 과목으로 확장”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전 국민 거리 두기,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2주, 코로나19 확진 시 일주일 격리 등 국민이 불편함을 겪던 시기를 두 청년은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만의닥터’ 서비스를 론칭하고 두 달이 지나 유저가 1만 명에 달할 즈음, 변종인 오미크론이 터졌다. 두 사람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 일반인들은 코로나19, 오미크론에 대해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시장에서는 달랐습니까.
“정말 큰 수요가 생긴 거죠. 코로나19도 강했는데 더 강한 변종이 나와서 원격 의료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럼 좋았겠네요.
“아니요, 저희가 미처 준비를 못 했습니다. 갑자기 원격 진료를 받으려는 유저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이 다운되고, 가까스로 플랫폼에 접속해도 의사와 진료 약속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일 확진자 숫자가 코로나19 때보다 20배 넘게 뛰었거든요.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 시장 예측을 못 했군요.
“네. 오미크론 같은 것이 터질 줄 몰랐죠. 앱 업데이트가 늦어졌고 다른 동종 업체의 월간 활성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기고, 대규모의 자금 펀딩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손웅래 대표가 말을 이었다.
“오미크론이 터지고 진짜 두 달 동안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 상황은 어차피 지나간다.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비대면 진료를 준비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받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희는 일반 진료 과목에 집중했습니다. 일시적인 상황에 기대어 성장하기보다는 환자별 철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메라키플레이스는 다른 동종 업체가 오미크론 진료에 열을 올릴 때 피부과·소아과·여성질환 등 일반 진료 과목 서비스를 확장했다. 다행히 오미크론은 발생한 지 두어 달 뒤인 2022년 4월에 사그라졌고, 회사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주요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이 오미크론 특수 이후에 역(逆)성장했지만, ‘나만의닥터’는 거래액, 진료건수가 계속 늘었다.
“기존 의료 시스템에 대한 보완재”
이후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비대면 의료 서비스 시장은 주목을 받았고, 메라키플레이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올라갔다. 2023년 6월 기준 ‘나만의닥터’와 ‘닥터나우’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나만의닥터’는 유저 80만 명, 의료진 500명, 약국 1000개를 거느린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두 명의 대표가 ‘군비 증강의 시대’라고 칭했듯이 공격 경영에 한창 열을 올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에 만들어진 동종업계 업체 16곳은 국회·보건복지부·소비자연맹 등을 찾아 원격 의료의 필요성을 적극 알렸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저희 앱을 한 번 써보면 얼마나 편리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범위가 소아과부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탈모, 비만, 피부질환 등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가벼운 질환은 의사에게 진료 보고, 약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특히 소아과는 너무 붐벼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힘들다 보니, 원격 의료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 24시간, 365일 진료를 표방하고 있죠.
“네. 진료를 보기는 오히려 쉬운데, 약을 받기가 좀 어려워요. 의료진 중에 심야까지 진료 보는 분, 아침 일찍 병원 문을 여는 분들은 많은데 약국이 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형편입니다.”
― 원격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진도 대부분 젊은 편인가요.
“처음 개원하신 분들도 있고, 아무래도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은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기존 의료 시스템에 대한 보완재(補完財)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年 17~18회 병원 찾아”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저희는 창업할 때부터 현행 의료 시스템의 보완재라는 개념을 앞세웠습니다. 한국 의료 시장은 전 세계 3위입니다. 외래 진료건수가 거의 10억 건에 달하는데 인구로 나눠보면, 사람 한 명이 1년에 17~18회 병원에 가는 겁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병원에 대단히 자주 가네요.
“네. 압도적입니다. 아플 때 병원 가는 것이 습관화된 나라예요. 병원 접근 용이성, 보험 시스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의 병원 이용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입니다. 제가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병원 이용자보다 의료진의 숫자는 굉장히 적고, 병원의 위치도 밀집돼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상에서의 의료 플랫폼이 가장 필요하고, 또 그 비즈니스가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어떤 나라보다 의료 시스템이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한 보완 시스템이 필요한 나라입니다. 그걸 저희가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의대 동기들이 이제 다들 전문의일 텐데 반응이 어떤가요.
“좋은 일 한다는 소리를 많이 해요.”
― 의사나 계속하지 쓸데없이 일 벌인다는 소리는 안 하고요?
“그건 옛날부터 하도 들어서(웃음), 더는 그 얘기는 안 해요. 그보다는 좋은 일 한다, 사회에 꼭 필요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얘기들을 해요. 그럴 때 사명감도 들어요.”
― 손웅래 대표 생각도 같으시겠죠.
“당연히 같고요(웃음), 저는 원격 진료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 중에서 약이 떨어졌는데도 귀찮다고 일주일 뒤에 약 타러 가고, 식단, 운동 등 일상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병을 키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받아서 제때 필요한 약을 받으면 결국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디지털 기술과 비대면 진료가 합쳐지면 국민의 건강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지고, 제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 전반적으로 국가 경쟁력 또한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종식 후 80% 문 닫아
2023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고 우리나라 정부도 감염병 대응 단계를 차츰 내렸다. 위기 상황에서 운영됐던 비대면 진료 역시 종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 또한 스멀스멀 조성됐다. 정부는 2023년 6월 초 원격 진료의 범위를 종전에서 대폭 줄여 시범사업으로 지정했다. 초진과 약 배송 불허(不許), 거주자 지역별 제한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종전의 100분의 1로 줄었다. 이에 ‘나만의닥터’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업체 중 80%가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업체들의 협의회가 정부 관계자를 만나 공청회를 열고, 11만 서명 운동, 원격 의료에 대한 자료를 취합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결국 2023년 12월에 원격 의료를 확대하는 방안이 시행됐다. 현재까지도 약 배송 서비스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재원 대표는 “환자들에게 진료는 비대면으로 하되, 약은 약국에 직접 가서 받으라고 하면 사실상 원격 진료를 하는 의미가 없다. 환자들의 핵심 니즈는 몸이 불편할 때 집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 솔직히 예상 못 했나요. 스타트업 종사자가 ‘의료, 법률 등 규제가 심한 분야에는 아예 진출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그만큼 규제 철폐는 어렵다고 하던데요.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은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에게 꼭 필요한 영역이거든요. 의식주, 금융과 같은 영역처럼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OECD 중 G7 국가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가 허용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종식된 현재에 미국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전체 진료의 10%를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0.3% 수준입니다.”
선재원 대표가 거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한 산업 맞습니다. 주말에 둘이 앉아서 회의할 때마다 우리가 맞는 길로 가는 건가를 맨날 물어요. 그런데 세상은 디지털화되고 있고, 전 세계 국가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일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오진율도 거의 없고, 안 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시대적 흐름이고 대세인 거죠.”
찬반론 팽팽한 원격 의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국회 유니콘팜은 2023년 6월 비대면 진료가 제한적 시범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했다. 환자 1000명, 의사 100명, 약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의사의 81%는 ‘초진을 포함해 비대면 진료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환자 1000명 중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사람(522명)의 77.2%는 비대면 진료를 ‘새로운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진단이 아닌 간단한 처방을 통한 약 복용’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답했다. 비대면 진료 참여 약사의 85%는 약 배송에 찬성했고, ‘약 배송이 약국 수익 증가, 환자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 확산의 고용영향 분석〉 보고서(2023년 12월 발간)를 통해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가 1차 의료기관 초진 수준으로 제도화되면 전반적으로 의료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 지원을 확대할 경우 최대 150만 명 고용이 늘고, 취업유발 효과는 최대 32만 명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건축사협회, 변호사협회, 치과의사협회, 의사협회, 수의사회)는 지난 1월 성명서를 내고 “의료의 기본적인 대원칙을 무력화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책무를 깨달아야 한다. 현재의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尹錫悅) 정부는 비대면 의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21년 12월 “원격 비대면 진료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개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완벽”
두 대표에게 ‘사업을 할 때 반 박자를 앞서가야지, 너무 앞서가는 것도 실패가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선재원 대표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저는 완벽한 시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모바일 진료 원격 시스템이 10년 전에도 있었어요.
무료로 소아과 상담을 해주는 모바일 회사가 있었는데 의사들이 집단 반발해 서비스를 중지했었죠. 저는 코로나19가 악(惡)영향을 끼쳤지만 반대로 전 세계를 디지털 포메이션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저희 역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역량과 준비가 되어 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고요.”
손웅래 대표는 “규제를 제외하고는 이 서비스가 주는 편안함을 누리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기술, 물류 인프라, 보안 시스템 등 걸림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앞으로 확대되어야 할 서비스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청년이 창업하지 않고 취업했다면 한 명은 전문의, 다른 한 명은 대기업의 허리 정도를 하고 있을 나이다. ‘창업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둘 다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오히려 뿌듯함이 훨씬 커요. 저희는 앱을 운영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을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거든요. 좋은 앱 덕분에 편하게 진료를 받았다면서 재방문하는 유저들을 볼 때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더구나 저희가 후발 주자로 시작해서 마케팅 비용을 최소로 쓰고 성공한 배경에는 저희의 타깃 고객별 맞춤 서비스가 통한 것 같아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가장 열심히 하고, 고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선재원 대표는 지난해 12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으로 뽑혔다.
“저 역시 사업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우리가 선택한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갈 길이 너무 멀고, 저희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규제의 영역에 있어서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비대면 진료가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유니콘 기업이 되어서 몇몇 선배들처럼 회사를 비싼 값에 매각하려는 꿈이 있겠죠?
“저희 같은 사업군(群)은 쉽게 매각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보다는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직원 20명의 월급날이 다가오면 여전히 걱정된다는 두 청년은 미혼에 연애도 안 한단다. ‘개인 생활도 즐겨야지’라고 말하자 약속이나 한 듯이 둘이 웃으며 답했다.
“저희, 진짜 바빠요. 주 7일 근무해요. 오밤중까지 앉아서 회사를 어떻게 키워나갈까 고민하는 것이 지금은 제일 즐겁습니다.”⊙
2022년 스타트업 성장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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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닥터’ 서비스 스크린샷. |
“메라키플레이스의 메라키(meraki)는 그리스어로 혼(魂)을 담다, 열(熱)과 성(誠)을 다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의 혼을 담아 서비스를 만들고, 온 직원이 열과 성을 다해서 만드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손웅래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좋은 이름이네요.
“회사가 성공하느냐는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단한 조직 문화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문화가 성공하는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 공동 대표인데 다투지 않나요.
“다퉈요, 아주 많이(웃음). 의견이 맞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토론합니다.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해야 회사가 잘될지 고민하기 위해서 정말 치열하게 다툽니다.”
옆자리에 앉은 선재원 대표는 “며칠 전에도 밤늦게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퉜다며 서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청년들의 건전한 토론이었겠구나 싶었다.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사업을 먼저 제안한 것은 선재원 대표였다. 그가 연세대 의과대학을 2013년에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로 3년간 군 복무까지 마쳤기에, 세상은 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 다들 의대에 못 가서 난리인데 의사 가운을 벗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막상 의대에 가보니 제가 의대생이 되고 싶었던 건지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6년 내내 그 고민을 하고 지냈습니다.”
― 선 대표가 생각하는 의대생과 의사의 차이는 뭐였죠.
“의사는 의술(醫術)을 펼치는 사람이고, 의대생은 수능을 잘 봐서 의대에 간 사람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스스로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다른 길에 관심이 갔고, 매킨지 컨설팅 회사에서 비즈니스를 경험하면서 그쪽이 적성에 맞다고 느꼈습니다.”
손웅래 대표는 “어려서부터 훌륭한 기업인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경영 면에서 성과를 내는 분들을 동경했고 자연스럽게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선재원 대표가 2016년, 손웅래 대표가 2015년에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입사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만났다. 하지만 회사에서 다른 업무를 맡았던 둘은 이후 흩어져 선 대표는 바이오벤처로, 손 대표는 이커머스 마케팅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4월, 두 사람은 비대면 의료 플랫폼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정부는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고, 첫 달에만 2만 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업계에서는 이미 20여 개의 비대면 의료 플랫폼 서비스가 활동하고 있었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한국에서 원격 의료, 비대면 진료 얘기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스터디를 해보니 미국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활발하게 운영 중이었고 한국은 빗장이 풀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큰 기회라고 판단했고 모바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블루오션으로 생각했다는 건데 벌써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많았습니다.
“네. 하지만 앞으로 의료, 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와 맞물려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당시 파편화돼 있는 업체들이 빅 플레이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봤습니다. 여태 비대면 의료 시장이 열리지 않은 것은 규제 때문이었는데 코로나19로 길이 열린 것이죠. 저희는 고객, 의료진이 원격 의료,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번 경험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리라 판단했습니다.”
두 사람은 2021년 8월 말에 회사를 설립하고 플랫폼 개발 전문가에게 앱 개발을 맡겨 넉 달 만인 12월에 ‘나만의닥터’를 출시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정부의 감염병 대응 단계가 최고조에 이를 때였다.
365일·24시간·外地에서도 진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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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닥터’를 제공하는 메라키플레이스 임직원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메라키플레이스 |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전(全) 국민이 평일 야간, 주말, 공휴일 언제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섬과 벽지 거주자, 등록 장애인,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감염병 확진자 등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물론 약 배송까지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약 배송 서비스가 일반인에게도 허용됐는데, 현재는 특정 지역과 계층에만 허용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환자, 의료진, 약국 등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20여 군데의 업체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서비스 론칭 직후 부모, 지인, 친구 등 주위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고객을 모았다. ‘나만의닥터’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료진 20여 명도 지인들을 위주로 꾸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허가했지만 의사회, 약사회 등 이익단체들은 여전히 반대했고, ‘나만의닥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 마녀사냥을 당할까 걱정돼 이름을 서비스 창에 띄우지 않았다.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 의료진이 20명뿐이었네요.
“정부가 허가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 행태여서 지금보다 훨씬 거부감이 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인들, 또 새로 개원해 아직 환자 확보가 어려웠던 분들을 위주로 나만의 닥터진을 운영했습니다.”
― 초창기에 가장 사이트를 많이 이용했던 고객들은요.
“3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정부가 당시에는 초진을 비대면 진료로 하는 것, 대리 처방을 허가했습니다. 아버지가 고혈압, 당뇨를 앓는 경우에 자식이 사이트에 접속해 대리 처방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저희 앱에서 가족 구성원을 추가해 ‘가족건강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30대가 부모의 약을 대신 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막상 론칭해보니 어떻던가요.
“서비스를 하다 보니 비대면 진료라는 것이 너무 뭉뚱그린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 여성의 헬스케어와 40대 남성의 헬스케어 니즈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희는 비대면 진료를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별로 별도로 접근해, 깊게 파 들어가는 그 버티컬(vertical·수직)들의 합(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아 감기 때문에 찾는 분, 피임약 처방 때문에 찾는 분, 고혈압약을 처방받는 분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되게 뾰족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령 당뇨 환자는 혈당 측정기로 매번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데, 저희가 그런 업체와 업무 제휴를 맺어서 블루투스를 연동해서 편하게 혈당을 측정하는 식(式)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했죠.”
앱 가입비용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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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8일 서울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 자리.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선재원 대표. 사진=메라키플레이스 |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트랜잭션 베이스(물류)의 스타트 업체는 거래에서 7~10%의 수수료를 떼는데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수수료 떼는 것이 불법(不法)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이 관계돼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은 업체를 통해 과다 진료를 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저희는 초기에 약 배달 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약을 퀵으로 배송받거나, 택배로 받는 비용까지 저희가 부담했습니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안 낼 수는 없잖습니까.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희는 모든 사람이 아플 때 생각나는 플랫폼 채널이 하나는 있어야 하고, 그 채널이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의 사이즈가 커지면 고객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스(toss)가 시작할 때 몇 년 동안 송금을 공짜로 해줬지만, 나중에 증권·보험을 판매하고, 광고를 붙여 매출을 냈듯이 저희도 헬스케어 전반에서 무궁무진한 매출을 앞으로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웅래 대표가 거들었다.
“처음부터 환자의 의료 진료에서 돈을 벌 생각은 없었습니다. 헬스케어 시장은 수백억 달러짜리 시장이고, 비대면 진료는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가령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는 복약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관리인데, 저희 앱을 통해 건강관리 활동을 기록하고 필요할 때 의료진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입니다. 진료, 약 조제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슈퍼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만의닥터’를 넘어서 ‘나만의주치의’ 개념으로 자리 잡을 생각입니다. 앞으로 매출이 일어날 부문이 분명히 있고, 올해부터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대신 일반 진료 과목으로 확장”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전 국민 거리 두기,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2주, 코로나19 확진 시 일주일 격리 등 국민이 불편함을 겪던 시기를 두 청년은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만의닥터’ 서비스를 론칭하고 두 달이 지나 유저가 1만 명에 달할 즈음, 변종인 오미크론이 터졌다. 두 사람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 일반인들은 코로나19, 오미크론에 대해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시장에서는 달랐습니까.
“정말 큰 수요가 생긴 거죠. 코로나19도 강했는데 더 강한 변종이 나와서 원격 의료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럼 좋았겠네요.
“아니요, 저희가 미처 준비를 못 했습니다. 갑자기 원격 진료를 받으려는 유저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이 다운되고, 가까스로 플랫폼에 접속해도 의사와 진료 약속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일 확진자 숫자가 코로나19 때보다 20배 넘게 뛰었거든요.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 시장 예측을 못 했군요.
“네. 오미크론 같은 것이 터질 줄 몰랐죠. 앱 업데이트가 늦어졌고 다른 동종 업체의 월간 활성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기고, 대규모의 자금 펀딩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손웅래 대표가 말을 이었다.
“오미크론이 터지고 진짜 두 달 동안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 상황은 어차피 지나간다.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비대면 진료를 준비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받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희는 일반 진료 과목에 집중했습니다. 일시적인 상황에 기대어 성장하기보다는 환자별 철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메라키플레이스는 다른 동종 업체가 오미크론 진료에 열을 올릴 때 피부과·소아과·여성질환 등 일반 진료 과목 서비스를 확장했다. 다행히 오미크론은 발생한 지 두어 달 뒤인 2022년 4월에 사그라졌고, 회사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주요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이 오미크론 특수 이후에 역(逆)성장했지만, ‘나만의닥터’는 거래액, 진료건수가 계속 늘었다.
“기존 의료 시스템에 대한 보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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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규제 부수기’ 자리에 참석한 선재원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 사진=메라키플레이스 |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저희 앱을 한 번 써보면 얼마나 편리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범위가 소아과부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탈모, 비만, 피부질환 등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가벼운 질환은 의사에게 진료 보고, 약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특히 소아과는 너무 붐벼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힘들다 보니, 원격 의료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 24시간, 365일 진료를 표방하고 있죠.
“네. 진료를 보기는 오히려 쉬운데, 약을 받기가 좀 어려워요. 의료진 중에 심야까지 진료 보는 분, 아침 일찍 병원 문을 여는 분들은 많은데 약국이 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형편입니다.”
― 원격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진도 대부분 젊은 편인가요.
“처음 개원하신 분들도 있고, 아무래도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은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기존 의료 시스템에 대한 보완재(補完財)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年 17~18회 병원 찾아”
선재원 대표의 얘기다.
“저희는 창업할 때부터 현행 의료 시스템의 보완재라는 개념을 앞세웠습니다. 한국 의료 시장은 전 세계 3위입니다. 외래 진료건수가 거의 10억 건에 달하는데 인구로 나눠보면, 사람 한 명이 1년에 17~18회 병원에 가는 겁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병원에 대단히 자주 가네요.
“네. 압도적입니다. 아플 때 병원 가는 것이 습관화된 나라예요. 병원 접근 용이성, 보험 시스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의 병원 이용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입니다. 제가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병원 이용자보다 의료진의 숫자는 굉장히 적고, 병원의 위치도 밀집돼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상에서의 의료 플랫폼이 가장 필요하고, 또 그 비즈니스가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어떤 나라보다 의료 시스템이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한 보완 시스템이 필요한 나라입니다. 그걸 저희가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의대 동기들이 이제 다들 전문의일 텐데 반응이 어떤가요.
“좋은 일 한다는 소리를 많이 해요.”
― 의사나 계속하지 쓸데없이 일 벌인다는 소리는 안 하고요?
“그건 옛날부터 하도 들어서(웃음), 더는 그 얘기는 안 해요. 그보다는 좋은 일 한다, 사회에 꼭 필요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얘기들을 해요. 그럴 때 사명감도 들어요.”
― 손웅래 대표 생각도 같으시겠죠.
“당연히 같고요(웃음), 저는 원격 진료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 중에서 약이 떨어졌는데도 귀찮다고 일주일 뒤에 약 타러 가고, 식단, 운동 등 일상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병을 키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받아서 제때 필요한 약을 받으면 결국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디지털 기술과 비대면 진료가 합쳐지면 국민의 건강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지고, 제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 전반적으로 국가 경쟁력 또한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종식 후 80% 문 닫아
2023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고 우리나라 정부도 감염병 대응 단계를 차츰 내렸다. 위기 상황에서 운영됐던 비대면 진료 역시 종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 또한 스멀스멀 조성됐다. 정부는 2023년 6월 초 원격 진료의 범위를 종전에서 대폭 줄여 시범사업으로 지정했다. 초진과 약 배송 불허(不許), 거주자 지역별 제한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종전의 100분의 1로 줄었다. 이에 ‘나만의닥터’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업체 중 80%가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업체들의 협의회가 정부 관계자를 만나 공청회를 열고, 11만 서명 운동, 원격 의료에 대한 자료를 취합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결국 2023년 12월에 원격 의료를 확대하는 방안이 시행됐다. 현재까지도 약 배송 서비스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재원 대표는 “환자들에게 진료는 비대면으로 하되, 약은 약국에 직접 가서 받으라고 하면 사실상 원격 진료를 하는 의미가 없다. 환자들의 핵심 니즈는 몸이 불편할 때 집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 솔직히 예상 못 했나요. 스타트업 종사자가 ‘의료, 법률 등 규제가 심한 분야에는 아예 진출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그만큼 규제 철폐는 어렵다고 하던데요.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은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에게 꼭 필요한 영역이거든요. 의식주, 금융과 같은 영역처럼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OECD 중 G7 국가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가 허용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종식된 현재에 미국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전체 진료의 10%를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0.3% 수준입니다.”
선재원 대표가 거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한 산업 맞습니다. 주말에 둘이 앉아서 회의할 때마다 우리가 맞는 길로 가는 건가를 맨날 물어요. 그런데 세상은 디지털화되고 있고, 전 세계 국가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일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오진율도 거의 없고, 안 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시대적 흐름이고 대세인 거죠.”
찬반론 팽팽한 원격 의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국회 유니콘팜은 2023년 6월 비대면 진료가 제한적 시범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했다. 환자 1000명, 의사 100명, 약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의사의 81%는 ‘초진을 포함해 비대면 진료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환자 1000명 중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사람(522명)의 77.2%는 비대면 진료를 ‘새로운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진단이 아닌 간단한 처방을 통한 약 복용’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답했다. 비대면 진료 참여 약사의 85%는 약 배송에 찬성했고, ‘약 배송이 약국 수익 증가, 환자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 확산의 고용영향 분석〉 보고서(2023년 12월 발간)를 통해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가 1차 의료기관 초진 수준으로 제도화되면 전반적으로 의료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 지원을 확대할 경우 최대 150만 명 고용이 늘고, 취업유발 효과는 최대 32만 명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건축사협회, 변호사협회, 치과의사협회, 의사협회, 수의사회)는 지난 1월 성명서를 내고 “의료의 기본적인 대원칙을 무력화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책무를 깨달아야 한다. 현재의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尹錫悅) 정부는 비대면 의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21년 12월 “원격 비대면 진료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개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완벽”
두 대표에게 ‘사업을 할 때 반 박자를 앞서가야지, 너무 앞서가는 것도 실패가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선재원 대표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저는 완벽한 시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모바일 진료 원격 시스템이 10년 전에도 있었어요.
무료로 소아과 상담을 해주는 모바일 회사가 있었는데 의사들이 집단 반발해 서비스를 중지했었죠. 저는 코로나19가 악(惡)영향을 끼쳤지만 반대로 전 세계를 디지털 포메이션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저희 역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역량과 준비가 되어 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고요.”
손웅래 대표는 “규제를 제외하고는 이 서비스가 주는 편안함을 누리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기술, 물류 인프라, 보안 시스템 등 걸림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앞으로 확대되어야 할 서비스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청년이 창업하지 않고 취업했다면 한 명은 전문의, 다른 한 명은 대기업의 허리 정도를 하고 있을 나이다. ‘창업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둘 다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손웅래 대표의 얘기다.
“오히려 뿌듯함이 훨씬 커요. 저희는 앱을 운영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을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거든요. 좋은 앱 덕분에 편하게 진료를 받았다면서 재방문하는 유저들을 볼 때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더구나 저희가 후발 주자로 시작해서 마케팅 비용을 최소로 쓰고 성공한 배경에는 저희의 타깃 고객별 맞춤 서비스가 통한 것 같아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가장 열심히 하고, 고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선재원 대표는 지난해 12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으로 뽑혔다.
“저 역시 사업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우리가 선택한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갈 길이 너무 멀고, 저희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규제의 영역에 있어서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비대면 진료가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유니콘 기업이 되어서 몇몇 선배들처럼 회사를 비싼 값에 매각하려는 꿈이 있겠죠?
“저희 같은 사업군(群)은 쉽게 매각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보다는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직원 20명의 월급날이 다가오면 여전히 걱정된다는 두 청년은 미혼에 연애도 안 한단다. ‘개인 생활도 즐겨야지’라고 말하자 약속이나 한 듯이 둘이 웃으며 답했다.
“저희, 진짜 바빠요. 주 7일 근무해요. 오밤중까지 앉아서 회사를 어떻게 키워나갈까 고민하는 것이 지금은 제일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