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게 낳아 잘 키우자”고 하다가 망국적 출산율 경신
⊙ 현재 추세로는 2044년에 일본보다 더 ‘늙은 사회’ 돼
⊙ ‘저출산 예산’ 380조원의 효과는?… 문재인 재임 시 소수점 이하로 급락
⊙ 서울 시민 81%, “자녀=경제적 부담”… 서울과 도쿄의 특이한 자녀관
⊙ 제도상 최저임금 차등 지급 어려워… 국제협약 불이행 시 통상 마찰로 국익 훼손 우려
⊙ “최저임금만 지급하더라도 돌봄 서비스 비용은 대다수 가계에 큰 부담”
⊙ 현재 추세로는 2044년에 일본보다 더 ‘늙은 사회’ 돼
⊙ ‘저출산 예산’ 380조원의 효과는?… 문재인 재임 시 소수점 이하로 급락
⊙ 서울 시민 81%, “자녀=경제적 부담”… 서울과 도쿄의 특이한 자녀관
⊙ 제도상 최저임금 차등 지급 어려워… 국제협약 불이행 시 통상 마찰로 국익 훼손 우려
⊙ “최저임금만 지급하더라도 돌봄 서비스 비용은 대다수 가계에 큰 부담”

- 2024년 8월 6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입국했다. 사진=조선DB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28명이다. 1970년 100만6645명의 23%에 불과하다. 1/4도 채 되지 않는다. 1960~70년대 ‘산아 제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쳤던 나라가 ‘저출산’ 탓에 휘청거리고 있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제일 ‘늙은 나라’ 일본은 1969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돌파하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1994년에는 14%를 넘어서 고령 사회로, 2004년에는 20%를 초과해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2023년부터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0%를 넘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때는 2000년이다. 고령 사회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4%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일본에서 35년에 걸쳐 진행된 고령화가 우리나라에서는 10년 더 빨리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살핀 출산율을 고려하면, 우리는 20년 뒤인 2044년에 일본보다 더 ‘늙은 사회’가 될 예정이다.
윤석열이 제시한 ‘출산율 1.0명’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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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현재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4%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20년 뒤 ‘세계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일본보다 더 ‘늙은 사회’를 맞게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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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6645명의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23만28명에 불과하다. 출처=통계청 |
한국인의 특이한 ‘자녀관’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023년 3월에 발표한 〈“돌봄”의 관점에서 본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에 따르면 한국인의 ‘자녀’에 대한 인식은 여타 국가와 다르다. 이런 ‘자녀관’을 통해 우리는 현재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기쁨이라고 느끼는 비율보다 부담이라고 느끼는 비율이 높은 도시는 15개 국가 대표도시 중 서울과 도쿄뿐이다. 서울 시민 응답자의 81%는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여기며, 아이의 성장을 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응답자는 68%에 그친다.
자녀가 경제적 부담인지, 부모의 자유와 커리어를 제약하는지에 대한 2030 세대의 태도는 자녀 유무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자녀가 기쁨이라는 긍정적 가치에 대한 태도는 무자녀 응답자가 유자녀 응답자보다 30%포인트 정도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가족과 출산조사’에서는 20대 응답자(총 4748명) 중 약 39.8%, 30대 응답자(총 4435명) 중 약 23.6%가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의견을 갖고 있어, 자녀를 갖는 것이 이제 인생의 과업이라고 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출산 예산’ 380조원의 행방
정부는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약 380조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썼다. 저출산 예산은 각 부처의 관련 사업비를 합산한 금액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료를 보면, 저출산 예산은 주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추진 사업에 집중됐다. 이렇게 ‘저출산 해소’ 또는 ‘출산율 제고’ 등을 앞세워 연평균 20조원을 썼지만, 결론적으로 출생아 수는 급감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저출산 해소’ 명목으로 3조8274억원을 쓴 2008년의 출산율은 1.19명, 출생아 수는 46만5892명이다. 이후의 저출산 예산 규모는 ▲2009년 4조7878억원 ▲2010년 5조8833억원 ▲2011년 7조3950억원 ▲2012년 11조430억원 등 총 33조원가량이다. 이 기간에 출산율은 1.192명에서 1.297명으로 상승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예산 집행
박근혜 정부 시절 저출산 예산 규모는 ▲2013년 13조5249억원 ▲2014년 13조8586억원 ▲2015년 20조1985억원 ▲2016년엔 21조4173억원 등 총 93조1000억원이다.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2013년 1.187명에서 2015년 1.239명으로 상승했지만, 2016년에는 1.172명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 때 저출산 예산 규모는 ▲2017년 24조1150억원 ▲2018년엔 26조3189억원 ▲2019년엔 37조1297억원 ▲2020년 40조1906억원 ▲2021년엔 46조6846억원 등 총 127조7542억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저출산 예산’보다 많지만, 출산율은 2018년에 처음으로 소수점 이하(0.977명)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2019년 0.918명 ▲2020년 0.837명 ▲2021년 0.808명 등 최악의 기록을 경신했다.
윤석열 정부 저출산 예산 규모는 2022년 51조7000억원, 2023년에는 48조1600억원 등이다. 2년 만에 100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2022년 0.778명 ▲2023년 0.721명 등으로 악화했다. 이는 그간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집행한 380조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였다는 걸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380 조원이나 쓰면서 최악의 출산율을 경신할 거면, 차라리 2006~2023년 출생아 700만1243명에게 ‘아동 수당’ 명목으로 일시금 5430만원을 지급하는 게 ‘출산율 제고’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었을 것이란 지적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세금 누수 방지’ ‘내수 진작’ 등의 부수효과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오세훈의 ‘발상’과 윤석열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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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9월 27일 국무회의 도중 육아를 돕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시행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의 발단은 ‘오세훈 제안’이다. 사진=뉴시스 |
2023년 2월 24일에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출생이 이대로 가면 복지도, 국가 시스템도 존속할 수 없다”며 “모든 걸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저출생 해결에 가능한 자원을 최우선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라면 주저했을 모든 파격적인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제기했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조정훈 당시 시대전환 의원(현 국민의힘)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3년 5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싱가포르와 타이완, 홍콩 등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그해 8월, 서울시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2024년 7월 17일,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시범사업 참여 가정을 모집했다. 서울시는 이날 시범사업 취지에 대해 “내국인 돌봄 종사자가 감소하고, 점차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돌봄 비용 때문에 원치 않게 경력이 단절되거나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양육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 서비스’ 이용료 월 238만원
하지만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지금까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해당 사업 효과에 대한 의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업 모델을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을 찾기 쉽지 않다. 애초 오세훈 시장이나 조정훈 의원과 같은 이들이 내세웠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인데 실제 사업 내용은 이와 거리가 멀다.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경제력이 크지 않은 실수요층에 유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임금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해당 사업이 과연 ‘저출산 해소’와 관련해서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범사업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용료는 시간당 1만4900원이다. 하루 8시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용료는 238만원이다. 이는 내국인 가사·육아 도우미 임금 264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26만원’을 절감하기 위해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미취학 아동의 보육을 맡기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내국인과 엇비슷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은 ‘자녀 보육’ 지원을 바라는 실수요층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30대 가구 중위소득은 509만원이다. 이런 가운데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지불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가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중앙일보》가 2023년 3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여성이 생각하는 저출산의 첫 번째 요인은 ‘양육비 부담(30%)’이다. 이를 고려하면,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유효한 ‘저출산 대책’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실현 가능성 적은 ‘최저임금 차등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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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 차등 지급을 주장하지만, 법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진=뉴시스 |
현행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국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현재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근로기준법’상 예외 대상인 ‘가사사용인(가사 서비스 이용자와 사적 계약을 맺고 용역 제공)’이 아니라 인력파견업체와 계약을 맺고 용역을 제공하는 ‘근로자’다. 근로자로 인정받는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가하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럴 경우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내국인 임금이 깎이고 이들의 일자리 안정성이 악화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방안이다.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발행한 〈2023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 제도〉에 따르면 주요 국가(OECD 가입국 26개국, 비가입국 15개국) 가운데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나라는 없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차등 적용한다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여타 직군에서 이탈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을 도입한 일부 국가들에서 이미 유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ILO 협약 탈퇴가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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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 회원국이다. 해당 기구의 핵심 협약 중 하나인 차별 금지 협약(제111호)을 1998년에 비준했다. 해당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지급이 시행될 경우 차별 금지 협약 불이행에 대한 국제노동기구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외국인 임금 차등 지급’은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상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한다’는 조항과도 배치되기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탈퇴와 국내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도입론자들이 해당 사업 시행, 임금 차등 지급을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 사례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 없다. 우리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최저임금제가 없거나, 국제노동기구 ‘차별 금지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거나, 국제노동기구 회원국이 아니다.
정부는 100명 규모로 운영되는 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에 도입 인력을 1200명으로 늘리고, 사업 구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 등에게 ‘가사·육아 대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일단 5000명 규모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 시행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우리보다 먼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국가들에서 ‘출산율 상승’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수한 관련 연구 결과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출산율 제고’의 상관성을 입증하는 내용도 찾기 쉽지 않다. 도입론자들은 “싱가포르, 대만, 홍콩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출산율 감소가 더 급속도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타당한 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기대하는 수준의 영어 습득 어려워”
또한 정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돌봄’이란 서비스의 특수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보육을 비롯한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성장기의 영유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해서, 영어를 배울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에게 ‘보육’을 ‘외주’하는 것은 ‘무모한 실험’일 수 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서 장주연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 기술한 내용이다.
〈특히 저렴한 돌봄 노동 제공이라는 목적에서 외국인을 도입하자는 이 정책의 관점에서, 외국인 대리양육자의 의사결정권과 훈육을 포함한 육아 가치를 부모가 존중하고 권한을 위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건강한 돌봄의 핵심은 관계다. 대리양육자의 권한이 존중받지 못하면 그에게 양육을 받는 아동의 애착과 신뢰 형성 등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학령기 아동의 경우에는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거나 존중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서 돌봄을 받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필리핀 돌봄 인력을 상정하면서 주 양육자와 대리양육자가 영어로 원활히 소통하고 돌봄을 받는 아동의 영어 실력도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일부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양육자 간의 소통이 원활할 것이라는 가정은 차치하더라도 아동의 언어 발달은 상호작용의 맥락 속에서 사회적 가치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리양육자를 존중하지 않고 권한을 일부 위임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영어 습득은 어렵다고 본다.〉
내수 기여 없이 ‘국외 유출’ 되는 3조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규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내국인 가사·육아 도우미는 총 10만5000명이다. 10년 전인 2014년의 22만6000명에서 53.6% 감소한 수준이다. 이런 사실을 들어 정부, 서울시는 앞서 소개한 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에 대해 “내국인 돌봄 종사자가 감소하고, 점차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돌봄 비용 때문에 원치 않게 경력이 단절되거나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양육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자평했다. 내국인 가사·육아 도우미의 ‘공백’을 ‘외국인’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할 때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전북발전연구원 측이 2014년 5월에 내놓은 〈전북 외국인 근로자의 실태와 과제〉란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 도내 외국인 근로자 600여 명 중 77.1%가 번 돈을 매달 본국에 송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20만원 미만 32.8% ▲120만~140만원이 25.3% ▲140만~160만원 20.0% ▲160만원 이상 19.0%다. 이들의 월평균 송금액은 ▲50만~100만원 50.5% ▲100만~150만원 39.3%로 조사됐다.
또 이민정책연구원이 2015년에 낸 〈외국인 송금과 송금 비용의 쟁점〉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일반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 24만6695명 중 22만9426명이 해외로 돈을 보냈다. 송금자 비율이 93%인 셈이다. 그해 이들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2조9500억원에 달했다. 1인당 월평균 송금액은 107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대다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 상당 부분을 지출하지 않고 본국에 송금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 34%가 ‘강남 3구’ 주민
한편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이 결국 ‘자녀 영어 교육’에 대한 고소득층의 수요를 맞추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 일반적인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고비용 구조’인 까닭에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우월한 가구들이 집중적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시범사업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이용자로 선정된 이 중 34%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주민이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연구 보고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도 이 같은 우려가 포함돼 있다.
“임금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아 일부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만 외국인을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ILO 가입국으로서 외국인과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차별할 수 없으므로, 기존의 고용허가제 방식으로 도입한 외국인에게는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위임금의 61%에 달하는 국내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만 지급하더라도 돌봄 서비스 비용은 대다수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급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같은 기존과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는 일 자체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해당 시장에 대한 수요 조사가 면밀하게 진행됐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또 뒤에 이어지는 ‘일본편’ 기사에서 기술한 것처럼 지난 10년 사이 어린이집 수가 1만4816개소(34%) 감소(2013년 4만3770개소→2023년 2만8954개소)한 상황에서 ‘공적 보육 체계 강화’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이 ‘해법’인 것처럼 선전하는 행태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내국인 가사·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는 요금을 책정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유효한 ‘저출산 해법’이란 식으로 얘기하는 것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와 관련, 장주연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서 언급한 연구 보고서에서 “정부가 육아란 고되고 비싸고 부모의 일에 방해가 되지만 아무나 대신할 수 있는 일이니 개별 가족이 외국인 노동자를 저렴하게 고용하여 자녀를 키우라는 기조를 내세우는 것은 자녀 양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돌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여 자녀 출산 의향을 저하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