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마의 끝은 관상용, 승마용, 안락사 그리고 씨말(種馬·종마)
⊙ 보통 2살 때(18개월) 데뷔해 국산馬는 평균 2년여 활동(서러브레드 혈통만 경주마 자격)
⊙ 퇴역 후 평균 25세 전후 자연사하지만 일반 말처럼 35세까지 사는 말도
⊙ 경주마 출신으로 6・25 때 포탄 나르던 아침해는 美 해병 입대 후 하사로 전역
⊙ 뛰어난 성적의 경주마는 곧바로 종마로 전환, 한 번 교배에 수억원 수입
도움말 : 金文永 레이싱미디어 대표
⊙ 보통 2살 때(18개월) 데뷔해 국산馬는 평균 2년여 활동(서러브레드 혈통만 경주마 자격)
⊙ 퇴역 후 평균 25세 전후 자연사하지만 일반 말처럼 35세까지 사는 말도
⊙ 경주마 출신으로 6・25 때 포탄 나르던 아침해는 美 해병 입대 후 하사로 전역
⊙ 뛰어난 성적의 경주마는 곧바로 종마로 전환, 한 번 교배에 수억원 수입
도움말 : 金文永 레이싱미디어 대표

- 경기도 과천 경마장에서 질주하는 경주마들. 세계 공통으로 서러브레드 품종만 경주마가 될 수 있다.
이들의 새로운 주인이 될 사람들은 마주(馬主)라고 불리는 사람들. 마주가 되려면 2년 연속 연소득 1억원 이상에 재산세 150만원 2년 이상 납부 실적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조건이 그것이다. 대상은 개인이나 법인이다. 경제력이 있는 개인이나 법인만이 마주를 할 자격을 갖는 것이다.
까다로운 경제적 자격 조건 때문에 국내의 마주는 대부분 기업체 CEO(최고경영자)이거나 문화·예술·의료계의 소위 말하는 유력 인사들이다. 법인으로는 신한은행 등이 있다.
국내의 마주 총수는 아직 1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980여 명에 그치고 있는 이유가 그런 까다로운 자격 조건 때문이기는 하지만 최소 수천만 원이 드는 경주마 구입이나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馬主의 자격
마주의 수익은 자신이 소유한 말의 경주 결과에 달려 있다. 주말에 열리는 경주에는 보통 300만원 내지 1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주말 중 하루 10~12회가량 경주를 한다. 대상 경주로 불리는 큰 경주에는 2억원 내지 7억원의 상금을 걸기도 한다.
경마팬들은 베팅 결과에 따라 수익을 챙기지만 마주들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말이 받는 상금의 78.7%를 받는다. 조교사가 8.8%, 기수가 5.0%, 관리사가 7.5%를 받는다. 자신이 소유한 말의 성적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마주 가운데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주의 30%는 손해를 보고 40%는 본전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경매장에 나온 예비 경주마들을 보는 마주들의 눈은 날카롭다. 마주들은 사람들이 관상(觀相)을 보듯 말의 상을 본다. 상마(相馬)라고 한다.
상마에서 제시하는 좋은 말의 조건은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한다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한다 ▲가슴은 두껍고 등은 짧고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마주들은 이런 외형적 조건을 참고만 할 뿐 말의 혈통을 더욱 중시한다. 어미 말이 어떤 말인지 아비 말이 어떤지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주들의 까다로운 눈 때문에 저마다 자신감을 갖고 경매장에 나온 예비 경주마들이지만 모두 선택을 받지는 못한다. 이날 경매에서 마주의 선택을 받은 예비 경주마는 경매에 나온 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4마리였다.
예비 경주마 중 50% 이상이 새로운 주인을 못 만났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매의 관심사는 국산 말 최초로 3억원을 돌파하는 말이 나올 것인가였다.
경매 결과, 3억원을 넘은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국산 말 최고가 경신 기록은 나왔다. 이전까지의 최고 낙찰가는 2억9000만원이었다. 2013년 3월 경매에서 엑톤파크를 부마(父馬·씨수말)로 둔 미스엔텍사스의 가격이다. 엑톤파크는 한국 경마 사상 1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떠난 미스터파크의 부마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주마의 혈통이 예비 경주마 경매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방증이다.
최고 경매가 기록이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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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마는 기수와 한몸이 돼 경기를 치른다. 경주마는 보통 2세에 데뷔한다. |
그러나 이 최고 경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메니피의 자마가 경매 후 검사에서 다리 부분에 미세골절이 발견되면서 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주를 겸하고 있는 이 말의 생산자는 치료 후 이 말을 경주에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주마로서의 역할은 이어 가게 된 셈이다.
경주마로 선정됐다고 해서 그 길이 탄탄대로일 수는 없다. 글자 그대로 그들은 수많은 경주를 통해서 승부를 걸어야 하고 부상 등의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극심한 경쟁에서 생존해야 한다. 어쩌면 어미 뱃속에서 세상 바깥으로 나온 지 20~30분 만에 스스로 일어서는 그 순간부터 경쟁은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국산 경주마는 보통 두 살(18개월) 무렵에 데뷔한다. 생태학적으로 평균수명이 25년에서 35년인 말의 나이를 인간과 비교해 보면 보통 말 6세는 인간 나이 20세에 해당하고 11세는 40세, 31세는 81세에 해당한다고 한다. 경주마의 전성기는 대부분 4세 후반에서 5세까지라고 한다. 인간 나이로 스무 살이 되기 직전에 최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국산 경주마로서의 평균 활동 기간은 2년 전후라고 한다. 최고의 전성기를 맞기도 전에 각종 질환과 부상 등의 후유증으로 경마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물론 전성기를 지나서도 경주마로서 활동하는 말들이 상당수 있고 10세가 넘어서도 뛰는 경주마가 있지만 이들의 성적이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마는 좋은 씨를 얻기 위한 목적도
퇴역 후 경주마는 승마용이나 관상용으로 가기도 하지만 경주마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퇴역 후의 길은 씨수말이나 씨암말, 즉 번식말(種馬·종마)의 길을 가는 것이다. 실상 말들에게 끊임없이 경주를 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씨를 가려내려는 의도도 있다.
그래서 경마 경주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도 중간에 경주마의 길을 접고 번식마로의 길을 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국산 경주마가 지난해 12월 하순 은퇴한 ‘지금이순간’이다. 전통적으로 말의 이름은 영문이나 국문이나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지금이순간은 지난해 10번 출전해서 7번 1등을 해 그해에만 8억5000여만원을 벌었다. 2011년 6월 데뷔 후 통산 25차례 경주에서 13번 우승을 차지했고 총상금만 18억60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해 그의 나이는 전성기에 해당하는 4세였다.
지금이순간의 전성기 시절 은퇴는 우수한 종마(種馬)를 발굴하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경주마가 최고로 몸이 좋은 상태에서 종마의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우수한 자마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이순간의 마주는 5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경주마에서 종마로의 전환을 허락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역대 국내 경주마 사상 최고의 경주마로 꼽히는 당대불패도 지금이순간이 떠난 1주일 후 역시 종마로의 전환을 위해 경주마에서 은퇴했다.
당대불패는 통산 32전 19승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 19승 중 절반이 넘는 10승을 대상 경주에서 따냈다. 특히 ‘대통령배(GI) 3연패’란 위업을 달성하는 등 큰 경주에 강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세 살 때 처음으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통령배를 차지한 당대불패는 이듬해인 2011년에도 대통령배 2연패를 기록했고, 전성기가 지난 다섯 살 후반이었던 2012년에는 한국경마 사상 전무후무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당대불패가 벌어들인 총 상금은 약 29억8000여만원. 국내에서 활동한 경주마들 중 최고액이다. 종전 기록은 2000년대 과천경마장을 주름잡았던 새강자로 은퇴 당시 총 상금 누적액은 15억3000만원이었다. 은퇴할 때가 돼서 은퇴한 것이지만 당대불패 역시 지금이순간처럼 우수한 종마 생산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주마보다 씨수말 수입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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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경마공원 내 경주마 전용 수영장에서 경주마들이 물속에서 수영훈련을 하고 있다. 수영장 2바퀴를 도는 것은 경주로를 한 바퀴 전력 질주하는 것과 맞먹는 운동효과가 있어 지구력을 보강하거나 각종 질병 치료에 효과가 높다고 한다. |
1987년 경주마에서 은퇴한 후 한 목장에서 종마 생활을 시작한 스톰캣은 미국의 20세기 최고 씨수말로 평가를 받았다. 스톰캣이 씨수말로 전환한 후 최초 종부료는 1회 3만 달러였지만 가장 비쌌을 때는 50만 달러의 교배료를 받았다. 1회 50만 달러의 교배료를 받던 그 시절 한 해에만 스톰캣이 벌어들인 수익은 700억원이 넘었다.
스톰캣은 1999년과 2000년 연속 리딩사이어에 올랐고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자마들이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금 총액은 1억27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스톰캣은 국내에서 2년 연속 리딩사이어를 차지한 메니피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스톰캣은 30세 때인 지난해 4월 합병증 때문에 고생을 하던 중 안락사했다.
스톰캣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의 씨수말로 유명한 딥임팩트의 1회 교배료는 1억6000만원을 넘고 유럽 최고의 씨수말로 알려진 갈릴레오의 1회 교배료는 2억1000만원이다.
돈만 있다고 교배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고의 씨수말로 평가받고 있는 씨수말 메니피는 한국마사회가 40여억원에 들여왔지만 현재 가치는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수한 자마 생산을 위해 한국마사회가 무료로 교배를 해 주었지만 메니피 자마들의 맹활약으로 지금은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교배료 800만원과 함께 씨암말의 엄정 선정 과정이 뒤따르고 있다. 교배료 800만원을 받기는 하지만 메니피의 정상적인 교배료 가격은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니피와 짝짓기를 할 씨암말은 혈통 점수, 경주 성적, 후대 자마의 경주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체 씨암말 중 150등 이내에 들어야만 한다. 보통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마의 가격은 1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교배료 800만원은 거저나 다름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씨수말은 마사회가 관리하는 50두와 민간목장이 관리하는 50두를 합쳐 100두다.
경주마 씨수말과 씨암말이 교배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경주마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경주마가 태어날 확률은 30% 미만이다. 보통 말은 10마리를 교배하면 7~8마리가 새끼를 배는 데 성공하고 그 가운데 5~6마리가 출산에 성공한다. 그 5~6마리 가운데 체격 조건, 건강 상태 등을 따져 2~3마리 정도가 경주마가 되는 것이다.
종마가 된 퇴역 경주마의 경우 보통 25세 전후에 자연사하지만 30년 가까이 사는 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부상 정도가 심해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안락사시키는 일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경주마는 자연사를 맞이한다고 한다. 경주마의 경우 식용(食用) 전환은 거의 없다. 우리가 보통 접할 수 있는 말고기는 경주마가 아닌 비육마로 기른 말들의 고기라는 것이다.
말을 애완견처럼 아끼는 영연방 국가들은 대개 말고기를 먹지 않지만 말고기를 먹는 나라는 광범위하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와 동유럽 등이 말고기를 먹고 있고 중앙아시아 지역은 양고기 다음으로 말고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나 몽골에서도 말고기를 먹고 있고 우리나라도 비육마 고기를 식용으로 쓴다. 제주의 경우 30여 곳의 말고기집이 성업 중인데 제주 조랑말이 식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서러브레드 혈통만 경주마 가능
경주마들은 태어날 때부터 경주마로서의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 경주마가 될 수 있는 혈통은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적정 체중은 평균 480~500kg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잘 달리는 말들의 평균치가 그렇다는 뜻이다. 작은 경주마 가운데는 420kg짜리 말도 있다고 한다.
어미 뱃속에서 11개월 있다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모든 말들이 경주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말의 품종은 전(全) 세계적으로 300여 종(種)이다. 이 가운데 경주마가 될 수 있는 혈통은 단 하나뿐이다. 서러브레드(Thoroughbred)종이 그것이다. 그래서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주마는 출생 60일 이내에 생산자가 반드시 혈통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러브레드 품종이라는 혈통을 증명하기 위해 DNA(유전자) 감정 등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부계, 모계 모두 8대째 서러브레드 품종임을 증명하는 혈통증명서를 받아야 경주마로서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서러브레드 품종은 영국에서 경마가 귀족 스포츠로 출발한 17세기경부터 우수한 말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영국 요크셔 지방의 토종 암말과 아랍의 수말을 교배시켜 만들었다.
요크셔 지방 암말의 특성인 날렵하고 잘 달리는 장점과 아랍 수말의 튼튼하고 덩치가 크고 지구력이 강한 장점을 교배시켜 경주에 잘 맞는, 스피드가 뛰어나고 힘이 넘치는 경주마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작업은 서러브레드 품종 내에서 지금까지 300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다.
서러브레드의 3대 시조는 바이얼리 터크(Byerley Turk), 달리 아라비안(Darley Arabian), 고돌핀 아라비안(Godolphin Arabian)이다. 이 가운데 달리 아라비안의 후손이 현재 경주마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장애물・마차 경기 참가 말은 다른 품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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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의 한 목장에서 경주마로 길러지고 있는 말들. 질주는 경주마들의 태생적인 본능이다. |
미국과 캐나다에도 마차 경주가 있지만 그곳 역시 경마를 상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평지경마다. 우리나라도 제주경마공원에서 활약하는 경주마는 토종인 조랑말과, 조랑말과 서러브레드의 교배종인 한라마가 있지만 국제 규격의 경마는 서러브레드가 질주하는 경마를 가리킨다. 어쨌든 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고 달리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경마를 즐기는 나라는 120여 개국이다. 이 120여 개국은 그 나라의 경마 수준에 따라 파트1에서 파트4까지 4개의 집단으로 나뉜다. 경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파트1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남아공, 호주 등 16개국이 들어가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만이 유일하게 파트1에 속한 국가다.
10개국이 들어가 있는 파트2에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마카오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후진국 수준을 간신히 넘는 파트3에 속해 있다. 파트3에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등 15개국이 들어가 있다. 말산업 규모나 경마문화 등에서 우리나라는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서러브레드는 원래 외국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국산 경주마는 존재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마다 국산 경주마가 1500~1600두 정도 태어나고 있다.
말의 국적은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혈통이 어떠하든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면 국산 경주마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박이나 비행기로 이동 중 남의 나라 상공이나 바다에서 태어나는 말의 국적은 어디로 해야 할까. 그렇게 태어난 말의 국적은 그 말이 태어난 선박이나 비행기의 국적을 따라서 정해진다고 한다.
軍에 입대해 계급장을 받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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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마였던 레클리스는 6・25때 美해병대에서 포탄과 탄약을 나르는 軍馬로 활약한 공로로 하사 계급까지 받았다. |
시비스킷은 데뷔 후 별 볼일 없는 말로 시간을 보냈다. 나이가 들어 퇴출 위기에 몰렸던 시비스킷은 1937년에는 15회 출전에 11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볼품 없는 말의 역전드라마에 실의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시비스킷이 경주를 펼치는 도시는 그를 보러 온 사람들로 넘쳐났고 직접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비스킷의 경주를 중계하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열광했다. 시비스킷이 경주 참여를 위해 전용 특별열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역에는 잠시나마 그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기다렸다.
당시 미국 최고의 경주마였던 워애드머럴과의 승부는 미국 경마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두 경주마가 승부를 벌이기로 했을 때 미국인 누구나 시비스킷을 응원하면서도 그의 패배를 점쳤기 때문이다. 그만큼 워애드머럴은 훌륭한 혈통과 완벽한 체형을 갖추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시비스킷의 승리였고 미국인들은 시비스킷의 존재만으로도 희망을 얻었던 것이다. 시비스킷이 만든 이 드라마는 2003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다.
군(軍)에 입대한 말도 있었다. 서울 신설동 경마장 시절 활동했던 아침해가 그 주인공이다. 아침해의 주인은 김흑문이라는 소년이었다. 그는 지뢰를 밟아 장애인이 된 누이의 의족을 사기 위해 말을 팔아야 했다. 마침 6·25 전쟁에 참전해 수송용 말을 구하고 있던 미(美) 해병 1사단 5연대 에릭 피터슨 중위는 소년에게 250달러를 주고 아침해를 샀다.
미 해병은 아침해에게 레클리스라는 미국 이름을 붙여 주었다. 레클리스는 미 해병대 입대 후 군마(軍馬)로 활동하며 전장에서 포탄과 탄약을 날랐다. 그 횟수만 386차례가 된다. 두 번이나 총탄에 부상을 입었지만 레클리스는 포탄을 뚫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전쟁이 끝난 후 미 해병은 레클리스를 미국으로 데려가 미 해병대 1사단 본부에서 편하게 지내게 했다. 1959년 하사로 진급한 후 다음해에 성대한 전역식을 갖고 은퇴했다. 레클리스는 미국 대통령 표창장, 미 국방부 종군기장, 유엔 종군기장, 한국 대통령 표창장 등 각종 훈장과 상을 받았다.
《라이프 매거진》은 1997년 특별호에서 세계 100대 영웅에 레클리스를 포함시켰다. 《라이프 매거진》이 당시 선정한 세계 100대 영웅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영화배우 존 웨인, 성녀 마더 테레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정전 60주년이 되는 지난해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본부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레클리스의 무공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말 장례식에 1만 인파 몰리기도
영광을 간직한 경주마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경마 사상 최고 연패 기록을 보유한 차밍걸은 또다른 이유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은퇴한 차밍걸의 기록은 101전 101패다. 1995년 당나루가 세운 95연패 기록을 깼다.
차밍걸은 몸무게가 410kg으로 보통의 경주마보다 100kg 가까이 덜 나간다. 몸집도, 보폭도, 폐활량도 작을 수밖에 없으니 경주에 나갔다 하면 꼴찌를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2008년 1월 데뷔 후 하급레이스인 4군, 5군 경주에서 내리 연패를 거듭했다. ‘똥말’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차밍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경마팬들은 차밍걸의 다른 부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면서도 차밍걸은 데뷔 후 월 2회 꼴로 경주에 출전했다. 다른 경주마들의 2~3배 가까운 경주를 소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왜소해 보이지만 강철 체력으로 흔들림 없이 출전하는 성실함이 눈에 띄면서 경마팬들을 열광시켰던 것이다.
차밍걸은 지난해 9월 101전 101패라는 기록을 남긴 후 경주마로서의 길을 접었다. 그 기록을 남긴 날 영원한 꼴찌였지만 차밍걸은 일반 경주마들도 갖기 힘든 은퇴식을 가졌고 경마팬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그를 경마장에서 떠나보냈다. 이제 차밍걸은 경기도의 한 목장에서 승마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경주마들이 죽은 후 무덤이나 기념탑을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제주경주마육성목장에 말 무덤이 있다. 경주마로 활동하다가 생명을 마감한 말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과천경마공원에는 죽은 말들을 위한 마혼탑(馬魂塔)이 설치돼 있다.
성대한 장례식으로 경마팬들과 이별을 하는 경주마들도 있다. 56연승이라는 경주마 연승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카마레로는 1950년대 중반 경기 중 사망했다. 카마레로의 장례식에는 1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몰려들었고 그가 묻힌 경마장의 이름은 카마레로 경마장으로 개명했다.
한국 경마 역사상 17연승이라는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미스터파크의 경우 경기 중 부상으로 안락사한 1년여 후인 지난해 9월 그의 살아 있을 때 모습을 본떠 동상을 세워 주기도 했다.
말 무덤을 만들어 주고 동상을 세워 주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 주는 행위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주마의 일생을 보면 태생적으로 경마장에서 인간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며 치열하고도 격렬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경주마들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그들을 기억해 주는 일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