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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쏘아 올린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

새만금 이전 현실화하면 인접 업계도 타격

  •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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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매입·보상 끝나면 성질 달라지는데 어떻게 물리나”
⊙ “논란을 만드는 이유는 지방선거 때문…”(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면 정부는 사실상 정책 철회와 보상, 분쟁 관리라는 패키지를 한 번에 떠안는 구조 된다”
⊙ “청와대와 여당에서도 그런 건 없다고 다 정리했잖나”(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용인 클러스터는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이재명 정부도 역점으로 삼아
⊙ 반도체 업계 ‘수도권도 해결 가능한 전력·용수 때문에 인재·생태계·물류 놓치나’ 우려
안호영 민주당 의원(완주·진안·무주)이 지난 1월 13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건 이미 정리가 된 건데요.”
 
  경기도 용인에 지역구를 둔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새만금 이전 논란’을 이같이 일축했다. 손 의원은 “그런 건 없다고 (청와대에서) 이미 다 발표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용인 반도체 (이전) 얘기 자꾸 하는데, 정부가 옮기라고 (해서) 옮겨지나”라며 “정부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이미 정부 방침으로 정해서 결정해 놓은 걸 지금 와서 뒤집나. 쉽지 않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럼에도 여권 일각에선 여전히 당정(黨政) 주류의 뜻과 배치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을 견지하고 있다. 강위원 전라남도 경제부지사는 2월 2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반도체가 전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남광주특별시로 오는 것, 이것이 가장 상식적이고 강력한 경쟁력”이라며 “용인에만 매달릴 시간이 없다. 이제는 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역구가 전북에 위치한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3월 2일 “용인 반도체의 새만금 분산 배치는 대통령이 말한 ‘지방 주도형 성장’을 완성하는 행동”이라며 “새만금이 로봇 파운드리 거점이자 AI(인공지능) 로봇 시대를 이끄는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까지 내려와야 세계적 중심 도시가 완성된다”고 했다.
 
  이처럼 호남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을 놓지 못하는 데 대해 손명수 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나온 주장이고, 청와대와 당에서도 그런 건 없다고 다 정리했잖나”라며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의 실현 가능성과 정부·여당의 입장 변화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업들도 기껏 준비한 반도체 클러스터가 혹여 새만금으로 옮겨갈까 진지하게 우려하진 않는 분위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반도체 기업의 한 관계자는 2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호남과 수도권의 정치인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 뿐이지, 정부가 클러스터를 용인에서 당장 옮기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용인 클러스터가 尹정부 잔재?
 
손명수 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을). 사진=뉴시스

  지역 여론을 놓고 보면, 오는 6월 3일 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은 정치권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여론조사 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전북일보》와 JTV전주방송 의뢰로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에 따르면 전북의 가장 시급한 현안 1순위는 ‘피지컬 AI, 방위 산업,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육성(응답자 24%)’으로 꼽혔다.
 
  여권 일각에선 한술 더 떠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진행 과정을 두고 윤석열 정권의 잔재로 확장해 규정한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1월 4일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북을 뒤덮고 있는 송전탑 갈등 역시 윤석열이 전력 대책 없이 수도권에 몰아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불러온 결과”라고 했다.
 
  2023년 3월 15일 윤석열 정부는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1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국내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인 용인 클러스터를 연내 착공하는 등 ‘K 반도체’ 벨트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무엇보다 2022년 2월 8일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성과로 “세계 최대 규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꼽았다. 여야(與野) 할 것 없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의 명운을 건 국책사업으로 여겼다는 얘기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을 꺼내는 지역 정치권을 향해 “자기 선거를 위해 국가의 미래와 산업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자격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자격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30년 이상 삼성전자에 재직하며 메모리 사업부 상무까지 역임한 양 위원은 광주 서구에서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는 건 반도체밖에 없다. 이것이 내가 40년 동안 반도체를 외친 이유”라며 “산업의 펀더멘털(기초적 경제 지표)을 잡아주는 건 반도체 산업이 유일한데, 이걸 단순하게 나눌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력·용수만 보고 옮기나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조선DB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벗어나서 봐도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의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의 주된 근거는 ‘전력 확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도권보다 새만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RE100(재생에너지 기반 생산)에 최적화된 지역이 호남권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양향자 위원은 “친환경 전력만으로는 아직 반도체 산업을 가동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 위원은 “1기가와트(의 전력)가 필요하면 실제론 5기가와트(의 전력망)를 준비한다”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순간 정전에도 대비하려면 피크(peak·최대 수요) 전력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인 클러스터 내 반도체 기업들에 따르면, 반도체 팹(Fab·반도체 제조 과정) 운영의 필수 조건인 전압 안정성과 계통 유연성 확보에 최적화된 지역은 수도권이다. 수도권은 국내 최대 전력 소비처인 데다가, 초고압 전력망과 변전(變電)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촘촘하게 구축돼 있어서다. 타 지역 대비 물리적 접속 옵션 역시 다양하다. 대규모 발전소와의 계통 연계도 용이하고, 동해안과 호남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직접 수송하는 직류송전망(HVDC) 구축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0.01초의 순간 정전에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데, 다중 환상망(LOOP·여러 경로로 전원이 연결된 전력 계통) 구조가 발달한 수도권은 정전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우회 공급이 가능해 전력 품질 유지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용수(用水)가 풍부한 호남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운영해야 한다는 게 호남 지역 언론 등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수도권이라고 아쉬울 게 없다는 목소리가 일선에서 나온다. 수도권도 한강 수계(水系)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광역 상수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팔당댐과 남한강 등 막대한 원수(遠水)를 배후에 두고 있다. 하루에 수십만 톤 단위의 대규모 공업용수를 공급받기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이 수도권 광역 상수도 체계 안에 있는 평택과 용인 등이다. 한강과 충주댐 등 여러 대형 수원(水源)과 연계할 수 있는 수자원 네트워크도 이미 구축돼 있다. 나아가 초순수(超純水·불순물이 거의 없는 물) 생산을 위한 원수(原水) 수질 관리 및 정수 공정까지 공공기관이 전담해 지원하는 운영·관리 체계가 존재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재도, 수출도 당장은 수도권일 수밖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반면,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을 현실화했을 때 감당해야 할 손해는 전력과 용수 등의 이점을 상쇄하고도 넘칠 것이란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재 확보다. 인재 확보가 반도체 산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지, 지방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건 업계 공식과도 같다. 반도체 라인 운영엔 대졸 이상 석·박사급 인력도 많은데, 연구·개발(R&D) 분야도 마찬가지다. 라인의 운영과 셋업(setup·작동 준비), 공정 관리, 불량 분석 등을 실시하는 이들은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
 
  고급 인력들이 경기 성남시 판교 남쪽으로는 지방으로 인식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대규모로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근무지가 지방으로 옮겨갈 경우 이직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방에 입지할 경우 신규 채용을 하더라도 항시 인재의 조기 이탈 가능성을 안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R&D 기술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TSMC(대만 반도체 기업)도 첨단 공정과 R&D 시설은 (수도) 타이베이에서 비교적 가까운 신주(新竹)에 위치해 있는데, 미국 애리조나의 TSMC 공장은 기술 인력이 부족해 생산이 늦어진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수도권은 수출에 용이하다는 지리적 장점이 크다. 국외 출하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인천국제공항 등 물류 인프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위치해야 물류 비용과 리드 타임(lead time·발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수출이라 하면 보통 대형 선박을 떠올리지만, 반도체는 부피 대비 단가가 매우 높아서 대부분 항공 운송을 이용한다. 생산된 웨이퍼(wafer·실리콘 단결정의 얇은 판)와 칩은 즉시 해외로 수출해야 하는데, 인천공항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물류 비용이 절감되고 국제적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인천공항까지의 거리가 좀 멀어지면 어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예민한 반도체 칩 운송을 위해선 무진동 차량 등 공항까지의 운반 인프라도 중요하다. 인천은 반도체 항공 배송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으며 반도체 항공 배송 물량의 96%를 처리하고 있다.
 
 
  팹 하나 달랑 옮기는 문제일까
 
  일부만이라도 새만금으로 분산 배치하자는 타협안도 기업들로선 난처하다. 반도체는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는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골든 타임’ 안에 엔지니어가 도착해 수리해야 한다. 세계적인 장비 기업들은 용인, 동탄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인근에 서비스 센터와 트레이닝 센터를 구축해 놨는데 팹이 분산돼 수도권 외곽으로 멀어지면 파트너 회사들의 기술 지원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장비의 미세한 오류를 잡거나 공정 수율(收率)을 개선하는 건 석·박사급 공정 기술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인재들은 수도권 근무를 선호한다. 더구나 설계(Fabless)와 소프트웨어 지원이야말로 팹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설계 전문 인력은 판교에 밀집해 있는 실정이다. 공정을 최적화하려면 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지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기술 피드백을 주고받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업계에선 우려한다. 반도체 산업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의 생태계 구성, 즉 클러스터 효과가 긴요하다. 반도체 칩 제조를 위한 수백 개의 소부장 협력사의 생산 기지 등이 인근에 있어야 조달과 수리가 용이하다. ASML 등 반도체 산업의 주요 공급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같은 고객사 근처에 거점을 구축하고 있고, 이 공급 업체들의 협력 업체들도 대부분 수도권을 거점으로 한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하고 있는 거(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으로 잘라서 (새만금으로) 내려보내자는 건 생태계도 반으로 자르자는 얘기인가”라고 꼬집었다.
 
 
  소부장 집적
 
  반도체 산업이 분산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R&D 센터와 생산 기지의 상호 접근성이 용이하면 연구 팹에서 개발을 완료한 제품을 생산 라인으로 곧바로 이관할 수 있어서 개발 및 양산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용인 기흥구에 이미 구축해 놓은 R&D 팹과 NRD-K(삼성전자 연구·개발 시설)를 통해 이러한 이점을 확인한 바 있다.
 
  로지스틱스(유통 효율) 측면에서 봐도, 생산 거점 간 물리적 거리가 짧을수록 운영 효율이 오른다. 반도체는 개발, 수율, 양산 이슈가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장비 반입, 점검, 엔지니어 투입이 수시로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화성, 기흥, 평택에 R&D 및 생산 라인이 집적돼 있으며 ASML, AMAT, 램리서치 한국법인 등 소부장 생태계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팹 4개를 짓고 국내외 50여 개 소부장 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협력 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약 600조원 이상의 투자 비용을 투입할 계획이며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용수, 부지의 터 다지기 등 인프라 공정은 지난해 말 기준, 약 75% 정도 진행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또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실증(實證), 평가를 돕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내부에 1000평 규모의 ‘미니 팹’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니 팹이란 반도체 소부장을 실증하기 위해 300mm 웨이퍼 공정 장비를 갖춘 연구 시설이다. 이를 통해 소부장 기업들이 양산 환경과 같은 조건의 실증 환경 속에서 자생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또는 분산 배치는 단순히 팹 하나만 옮긴다고 뚝딱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개의 소부장 기업들의 생태계까지 송두리째 좌우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고려해야 할 파급효과는 또 있다.
 
 
  ‘법률·행정·민원·소송’ 위험 떠안을 수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 남사물류터미널. 사진=지산그룹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이 현실화하면 그 여파는 인근 업계에까지 미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위치는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죽능리 일원이고 면적은 415만5996㎡에 달한다. 클러스터 조성 사업비는 단지 외 기반 시설을 제외하고 약 3조8045억원이다.
 
  용인시 기흥구에 본사가 있는 지산그룹은 처인구 10만2348㎡ 면적의 토지에 물류 터미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이천과 안성, 여주 등 수도권엔 물류 시설을 건설했고 용인에도 임대형 기숙사를 건설했다. 토지에 관한 각종 인허가, 물류 사업 등을 운영하는 지산그룹의 한주식 회장은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에 대해 “이미 정부가 제시한 규칙과 행정 작용을 믿고 기업과 국민이 투자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절차를 밟았는데, 사후적으로 전제를 뒤집으면 법치는 규범이 아니라 정치적 신호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신뢰 보호 기반이 흔들린다”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사진=지산그룹

  한 회장은 “대형 산업단지와 초대형 설비 투자는 계획서 한 장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산단 지정, 인허가, 기반 시설 계획이 한 번 발표되는 순간부터 시장은 즉시 반응한다”고 말했다. “토지는 금융 상품이 아니므로 토지 매입 및 보상 단계가 지나면 성격이 달라지는데, 토지 위에 계획했던 것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고 한 회장은 강조했다. 이미 매입된 토지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보상 협의는 어떻게 정리할지, 사업 시행 과정에 일부 구간에서 분쟁이 있었다면 그 관계는 어떻게 끝낼 것인지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법률, 행정, 민원, 소송 위험으로 직결된다. 게다가 공사가 진행된 이후라면 변경이 있을 시 공정 중단, 설계 변경, 계약 해지, 위약금, 손해 배상, 공사 재개 등의 비용이 든다고 한 회장은 지적했다. 이러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면 정부는 사실상 정책 철회와 보상, 분쟁 관리라는 패키지를 한 번에 떠안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에 드는 비용에 대해선 시스템 변경비가 아니라 매몰 비용과 손실 보상, 소송이 실질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투자하는 입장에서 이미 토지 매입이 끝났거나 공사에 착수한 사업을 이제 와서 옮긴다는 신호는, 국가가 한 번 정한 방향이래도 도중에 정치적 이유로 바뀔 수 있고 이미 투자해도 보호 장치가 약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비판했다.
 
  한 회장은 이어지는 파급효과를 더 우려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이라는 선례를 만들어놓으면 국책 사업과 같은 장기 투자를 할 때 계약서가 두꺼워지고 보험료와 금리가 오르며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과 국가 신뢰가 동시에 약화된다는 것이다. 신뢰 보호의 기반 자체가 흔들려서다.
 
  실무적으로도 산단 계획과 이에 따르는 각종 인허가 및 전력·용수·도로·통신 등의 기반 시설 계획을 변경하거나 사실상 무력화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관계 기관 협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 회장은 “이미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매입한 토지의 처리, 보상 문제 정리, 주민과의 약속 이행 여부가 한꺼번에 쟁점화된다”며 “신뢰 보호 위반 주장, 손실 보상 및 국가 배상 쟁점,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옮기자는 말이 산업 정책이 아니라 분쟁을 유발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분쟁은 긴 시간이 걸린다. 산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을 제기하고 있는 정치권 일각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말이 안 되는 일인데 계속해서 논란을 만드는 이유는 지방선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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