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지리지에 따르면 의성은 조문국에서 출발해 신라 경덕왕 때 문소군으로 불렸고, 고려 초 의성부로 승격했다. 저자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 이후 940년 ‘의로운 고장’이라는 뜻을 담아 의성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전국 지명 가운데 ‘의(義)’자를 행정명으로 쓰는 곳은 신의주를 제외하고 없다.
저자의 시선은 거대한 역사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성오일장 골목의 장터국밥, 마늘 양념이 듬뿍 밴 닭발을 내는 노포, 70년 전통의 마늘한우 불고기집 같은 식당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장터의 음식과 풍경은 관광 정보라기보다 ‘시골 외가’에 대한 기억을 불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사계절 풍경도 책의 한 축이다. 봄에는 사곡면 화전리 산수유 마을의 노란 꽃이 번지고, 여름에는 빙계계곡의 찬 물이 더위를 식힌다. 가을이면 신라 고찰 고운사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고르게 된다. 조문국사적지와 금성 탑리 일대 옛 골목을 걷는 장면에서는 의성이 지닌 시간의 깊이가 드러난다.
책은 향수에만 기대지 않는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꼽히던 의성이 바이오·푸드테크, 드론·안티드론 산업, 컬링 중심 스포츠 인프라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현재도 담았다.
작가는 탑리마을의 오래된 버스터미널과 목욕탕 풍경을 묘사하며 독자를 잃어버린 고향의 기억 속으로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