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퇴직한 뒤 소일거리 찾는 과정에서 골프시뮬레이션에 관심
⊙ 창업 10년간 매년 매출 폭발 증가… 불황속 강한 사업 입증
⊙ 직원들은 회사내에서 즐기면서 각종 나눔과 봉사에도 기여하도록 권장
⊙ “중소 벤처기업의 롤모델 되고 싶어”
金榮贊
⊙ 67세. 홍익대 기계공학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석사 졸업. 삼성전자 시스템 사업부장,
영밴 대표이사 역임. 現 (주)골프존 대표이사 회장.
⊙ 창업 10년간 매년 매출 폭발 증가… 불황속 강한 사업 입증
⊙ 직원들은 회사내에서 즐기면서 각종 나눔과 봉사에도 기여하도록 권장
⊙ “중소 벤처기업의 롤모델 되고 싶어”
金榮贊
⊙ 67세. 홍익대 기계공학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석사 졸업. 삼성전자 시스템 사업부장,
영밴 대표이사 역임. 現 (주)골프존 대표이사 회장.
창조경제의 선두주자, 스크린골프
스크린골프장에 골프시뮬레이터를 판매하는 ‘골프존’이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옥을 마련한 데 이어 골프아카데미, 골프용품유통, 골프장사업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2010년도에 전체 매출의 80%를 골프시뮬레이터를 팔아 올렸는데 올 1분기에는 이 분야의 매출이 전체의 47%로 줄어들었다. 나머지는 골프용품, 네트워크서비스 판매 등에서 얻었다. 김영찬 회장은 올 초 토털골프문화기업이 되겠다며 ‘골프존 웨이(golfzon way)’를 선언했다. 대전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이라기보다는 언제든 두 팔 벌려 맞아 줄 것 같은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이 사업이 크게 발전할지 몰랐습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업이 성공하고 직원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철학과 가치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유익함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회사의 이념, 철학, 가치를 재정비한다는 차원에서 ‘골프존 웨이’라고 이름 붙였죠. 스크린골프로 성공한 기업을 넘어서 아카데미, 유통, 골프장 등 기존 골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세상에 없는 골프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게 벤처기업이라는 업(業)의 본질입니다. 대기업 하청회사나 음식점을 벤처기업이라고 하지 않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또 그것이 사람들에게 유익해야 벤처기업입니다.”
—벤처기업이라는 단어 오랜만에 들어 봅니다. 요즘엔 그런 말 쓰는 분이 별로 없던데요.
“벤처기업의 기본은 창의력과 상상력입니다. 요즘 얘기하는 창조경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창의력은 무언가에 몰입할 때 나옵니다. 365일을 제대로 잠 못 자고 한 가지 생각만 했을 때, 그럴 때에도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습니다.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브레인들은 아이디어가 꽤 풍부했습니다. 상상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서 확산, 보급하는 과정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출발은 좋았는데 중도에 주저앉은 벤처기업이 많다는 말입니까.
“아이디어를 구현해 어떤 상품을 탄생시킨 후에는 그 제품을 품질 좋게, 값싸게 많은 이에게 보급해야 합니다.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제2, 제3의 프로젝트를 내놓아야 합니다. 야구에서 안타 하나 친다고 점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안타가 1회에 하나, 5회에 하나 나와도 소용이 없죠. 연속 안타가 나와야 하는데 벤처기업도 똑같습니다. 일부 벤처기업들이 도전정신으로 시작했다가 돈을 번 다음에 부동산을 사고, 금융투자자로 변하면 진정한 벤처기업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시점에도 저는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회사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안주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요.”
창업 10년 만에 매출 270배로
벤처기업에 대해 운운하는 이들은 많다. 말은 쉽다. 하지만 김영찬 회장은 ‘숫자’로 직접 입증해 보인다.
‘골프존’은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 매출이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골프존’ 법인은 2000년 5월에 세워졌다. 첫 제품인 ‘골프존P형’ 모델은 2002년 1월에 출시했다. 그해 연매출은 10억원이었고, 2003년 20억원, 2004년 30억원이었다. 이후 연매출 120억원(2006년), 1010억원(2008년), 2763억원(2012년)을 달성해 업계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섰다. 10년 만에 매출이 270배 뛰었다.
이 기간에 순이익에서 적자를 본 적도 없다. 2011년 5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전부터 장외(場外) 시장에서 ‘대어’로 꼽혔던 ‘골프존’은 현재 시가총액 8100억원대(지난 5월 10일 기준)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코스닥 18위 회사다. 불과 13년 남짓 사업해 온 회사가 이룬 기록은 경이로울 정도다.
김 회장에게 “원래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이었느냐”고 묻자, 그는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그런 질문을 더러 들을 때마다 ‘궁즉통’이라고 말합니다. ‘궁하면 통하게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회사 내에서 유능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창업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궁한 사람은, 코너에 몰리면 살기 위해서 어떤 일에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나오는 겁니다.”
김영찬 회장의 전(前) 직장은 삼성전자다. 1993년에 퇴사한 이후 잠시 가족과 함께 비즈니스를 했다가 접고, 1997년부터 흔히 말하는 백수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고 있었고 골프장에는 손님이 뜸했다. 18홀을 돌면 9홀을 무료로 돌게 해 주던 시절이었다. 그가 골프장에서 지인들을 만나며 사업을 구상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그가 처음부터 골프를 즐겼던 것은 아니다. 회사 일을 하듯이 골프를 대한 것이 시작이다.
“삼성에 있으면서 몇 번 라운딩을 나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연습장에 가서 연습하는 문화가 있는 운동이잖습니까. 제가 처음 클럽을 잡았을 때는 골프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척도처럼 느껴졌죠. 그런데 그 운동이 주는 스트레스가 정말 심하더군요. 남자들끼리 비거리가 얼마냐, 몇 타를 치느냐 경쟁하는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성공한 사람의 전유물인 양 느껴지니 일하는 것처럼 골프를 배웠습니다. 어느 정도 공이 맞으니까 그제야 재미가 생겼습니다.”
“소일거리 찾자”고 시작한 골프시뮬레이션
골프장에서 만난 지인들은 “연습장에서는 공이 잘 맞는데 필드에 나오면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김영찬 회장은 연습장과 필드의 중간 단계에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연습장이랑 필드가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중간에 어떤 장치가 없을까 싶어 찾아보니 일부 고급 호텔에 골프시뮬레이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주로 타구 분석용으로 쓰였습니다. 당시 1대당 가격이 1억원 정도였는데 제가 보기에는 제품이 엉성했고 잔고장이 많아서 이용자가 적었습니다. 저 기계를 제대로 만들어서 실내골프장에 납품하면 사업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 왔던 키워드와 맞았고요.”
—어떤 키워드였습니까.
“인터넷, 정보통신, 네트워크, 골프였습니다. 정보통신과 네트워크는 삼성에 있을 때부터 늘 해 오던 일이었고, 인터넷은 당시 벤처 붐이 일던 시기에 빠질 수 없는 시대적 키워드였습니다. 제가 재미 붙인 골프를 결합한 사업을 해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골프시뮬레이션이 딱이다 싶더라고요.”
김 회장의 처음 생각은 ‘나이 들어서 소일거리로 하면서 약간의 돈벌이를 하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보니 이 제품이 골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꼭 만들 것 같다는 경쟁의식도 생겼다.
이 시장을 선점한 곳은 미국이었다. 골프클럽을 만드는 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종전의 클럽보다 거리가 더 나가는지,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지 않는지, 샤프트의 뒤틀림이 없는지, 클럽의 헤드 스피드’ 등을 데이터화하는 용도였다.
김영찬 회장은 “그들은 프로그램을 타구 분석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좀 재밌으면 어떨까 싶었다. 미국이 레슨용으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게임용으로 만들어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 촬영을 통해 3D골프 코스를 만들고, 골프공의 속도, 발사각도, 회전방향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매달렸다. ‘골프존’이라는 법인을 세워 놓고 직원 5명과 이 일에 매달린 지 꼬박 1년8개월 만에 첫 제품을 내놓았다. 바꿔 말하자면 회사를 차려 놓고 1년8개월 동안 매출 한 푼 없이 직원 월급 등 자본금만 까먹은 셈이다. 김 회장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퇴사한 사람이 걷는 길은 비슷합니다. 협력회사에 고위 임원으로 가서 몇 년 벌이를 더 하거나,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모조리 싸들고 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조그맣게 가게를 하다가 손해를 보고 접는 경우도 있죠. 제대로 된 사업을 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제야 그런 길을 선택한 친구들이 이해가 갔습니다. 길을 걷다가 스트레스성 어지럼증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 가 보니, 정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싶었습니다. 월급쟁이 시절과는 고통의 강도가 달랐습니다.”
그렇게 1년8개월의 산통 끝에 ‘골프존P형’ 시뮬레이터를 시장에 내놨다. 김 회장은 “처음에 생각했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감개무량하기는커녕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김 회장의 지인들은 그가 ‘골프용품 로드숍’을 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웠고, 긴 숨죽임의 시간이었다.
제품 출시 첫해 매출은 10억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제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몇몇 사람이 프로그램을 여러 대 사서 ‘스크린골프방’을 하겠다고 나섰다. 한 대씩 팔리던 시스템이 한 매장에 여러 대씩 팔리기 시작했고, 회사 매출이 늘었다. 김 회장은 여기서 이 사업의 미래를 체험했다. 그는 골프시뮬레이터를 연달아 업그레이드시켰다. ‘골프존S형’(2004년), ‘골프존S+’(2005년)를 내놨다. 2006년에는 부설연구소를 만들었고, ‘골프존N형’(2008년), ‘골프존VISION’(2012년)을 내놨다. 사실상 경쟁자도 없다. ‘골프존’의 시장점유율은 이 업계 전체의 80%다.
스크린골프방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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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찬 사장은 “스크린골프방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곳” 이라고 말한다. |
“그래서 기분이 나쁩니까?(웃음) 스크린골프에서 타수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필드에서처럼 러프, 벙커를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또 스크린골프는 에이밍(aiming·목표 조준)을 정확히 기계가 맞춰 줍니다. 골프는 홀컵을 향해 가는 게임이다 보니 정확한 에이밍이 중요한데 실제 골프장에서는 구력이 3~5년이 돼야 에이밍을 제대로 할 수 있죠. 그런데 스크린골프는 그걸 기계가 세팅해 주니 타수가 잘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에이밍을 풀어서 스크린골프방 점주들에게 보급한 적이 있는데 고객들의 항의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해서 원상 복귀시켰습니다.”
—타수가 잘 나와서 기분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허수(虛數)다 싶은데요.
“스크린골프의 기본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우리 업은 유익함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더라도 프로그램이 좀 잡아 주고, 150m 날아가도 160m가 날아간 것처럼 하는 것이 뭐가 문제입니까. 스크린골프방에서가 아니면 언제 싱글을 해 보고, 언더파를 쳐 봅니까.”
—필드에 가기 전날에 연습용으로 골프방을 찾은 고객들은 다음 날 실망이 클 것 같습니다.
“연습장과 다르게 접근했으면 합니다. 다음 날 라운딩할 골프코스를 미리 본다는 차원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골프존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은 지난 10년 동안 많이 향상됐습니다. 일반 골퍼의 경우 타수가 5~10타 줄지만, 프로들은 필드나 스크린골프나 타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보다 퍼팅이 필드와 가장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그린의 라이나 속도 때문인데, 거리를 맞추는 데는 골프방이 연습용으로 좋습니다. 퍼팅을 동물적 감각으로 하는 사람은 프로들입니다. 주말 골퍼들은 퍼팅을 할 때 자신만의 기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공을 3m, 5m, 10m 보내는 표준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3m를 보내고 싶으면 백스윙을 10cm만 한다거나, 10m를 보내고 싶으면 백스윙을 20cm를 하는 등 기준을 정하면 퍼팅 거리를 맞추기 좋습니다.”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는 좋은 공기 마시고, 걷고 싶어서’라고 말하면서 스크린골프장엔 아예 발걸음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의 주요 고객은 필드에 가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또 지나친 비용 때문에 못 가는 분입니다. 명문골프장 식당은 짬뽕 한 그릇에 2만원 정도를받습니다. 라운딩 비용도 1인당 20만~30만원이 듭니다. 스크린골프는 18홀을 도는데 2만~3만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점심 때는 ‘6홀+짜장면’을 1만3000원에 판매하는 골프방도 있습니다. 귀족 스포츠라고 불리던 골프를 시간, 장소,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업의 힘
국내 스크린골프의 산업구조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스크린골프업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크린골프 산업은 2009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 2011년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크린골프방은 1700여개(2007년)에서 7900개(2012년 6월)로 늘었다. 스크린골프 인구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골프존’의 등록 회원 수는 120만명이다. 전국 2만3000대의 스크린골프 기기는 본사 서버와 연결돼 있다. ‘골프존’은 가입 회원이 그동안 플레이한 기록을 모두 저장해 놓고,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대회를 만들고, 회원들 간에 랭킹을 매겼더니 ‘스크린골프의 고수’가 되겠다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재 ‘골프존’ 고객의 약 70%는 로그인을 통해 스크린 골프를 즐긴다.
김영찬 회장은 “‘회원들의 로그인’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때문이란다.
“중소기업이 제조업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언제든지 대기업에 뺏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고민하다 보니 정답은 ‘네트워크’였습니다. 콘텐츠 비즈니스,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대기업들이 자본만 앞세워서 섣불리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장의 진입장벽을 스스로 높였군요.
“네. 네트워크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는 시장을 선점한 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카카오톡’과 비슷합니다. ‘카카오톡’ 짝퉁은 나올 수 있지만, 그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톡’은 단순 네트워크 메신저 서비스를 벗어나 무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망 사업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고속도로를 깔 때 산 허물고, 다리 놓고, 아스팔트 포장하는 것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도로 파인 곳을 보수하고, 아스팔트를 새로 깔고, 도로 중간에 휴게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망 사업은 망을 깔 때 돈 벌고, 이후에 부가가치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처음에 사업을 염두에 둘 때부터 반드시 네트워크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행복을 챙기는 회사?
어떤 산업이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전국 7500여개에 이르는 스크린골프방이 포화상태이고, 이 골프방에 납품하는 ‘골프존’의 미래에 의구심을 보인다. 김영찬 회장은 이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골프시뮬레이터의 바탕 위에 ‘세상에 없는 것들’을 하나둘씩 만들어 가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프로골퍼들이 참가하는 스크린 프로골프투어 ‘G-TOUR’를 실시했다. 프로대회에 걸맞게 규모도 총상금 10억원을 걸었다. 필드가 아닌 컴퓨터 화면을 통해 경기를 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신개념이다. 이 경기는 골프채널을 통해 중계됐는데, 대회 덕분에 시뮬레이션골프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생겼을 정도다.
시장의 포화상태를 일찌감치 간파한 덕분에 ‘골프존’은 골프시뮬레이터 사업 외에 고객지원센터 업무를 하는 ‘골프존 네트웍스’,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존 카운티’, 골프존 마켓을 운영하는 ‘골프존 리테일’ 등을 비롯해 ‘골프존 재팬’ ‘골프존 베이징’ ‘골프존 타이완’ ‘골프존 캐나다’ 등 세계에 7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토털골프기업이 됐다.
회사의 사세(社勢)가 눈에 띄게 커졌지만, 김영찬 회장이 정작 큰 관심을 쏟는 곳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사람’과 ‘나눔’이다.
김 회장과의 인터뷰에는 홍보팀장이 동석했다. 기자가 보건대 그는 ‘회장님’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이 가질 법한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김 회장은 대화 중간중간에 오히려 홍보팀장에게 자연스레 질문을 하고, 그가 답했다. 이 회사가 받았던 ‘고용우수기업’(고용노동부·2009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GWP·2011년), ‘가족친화경영대상’(여성가족부·2012년), ‘노사문화 우수기업’(고용노동부·2012년)이 괜한 상이 아니라는 것이 현장에서 느껴졌다. 이는 김 회장이 직원을 바라보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제가 사업을 하는 첫 번째 이유가 우리 직원들을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어서입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퍼팅이듯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죠. 저는 진솔(眞率)·진지(眞摯)·진정(眞情)의 삼진(三眞)을 우리 회사의 인재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복지에 이르기까지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합니다.”
‘골프존’에는 직원에 대한 각종 혜택이 있다. 각 본부장들은 직원들에게 ‘새싹라운딩’이라는 이름으로 첫 필드 라운딩 기회를 제공한다. 골프 레슨, 전지훈련 등 골프 기회를 제공하고, 전(全) 임직원에게 테마별 해외워크숍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결혼, 출산, 양육, 장학금부터 입양·장애 자녀, 노부모 부양, 결혼기념일, 배우자 생일, 중대 조사 등 직원의 개인사라고 치부해 버릴 법한 일까지 이 회사는 일일이 챙긴다. 올해 들어서는 ‘직원의 행복지수’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서, 회사에서의 행복, 개인으로서의 행복까지 일일이 챙긴다고 한다.
키다리아저씨 골프대회 등 나눔 활동
10년 만에 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김영찬 회장은 이제 나눔에도 적극적이다.
대전 본사 건물 곳곳에는 그림과 공예품이 즐비했다. 김 회장은 “유명인의 작품도 있지만, 앞으로 유명하게 될 분들의 작품이 더 많다”며 웃었다. 화가, 조각가를 후원하는 의미로 작품을 사 줬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아예 문화예술인을 후원하기 위한 ‘골프존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여기에다 골프 기업답게 문화예술인 자선골프대회를 열기도 한다.
골프 꿈나무를 키우고, 지역사회의 문화행사, 사회소외계층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골프존 전 직원도 ‘사랑의 김장 담그기’를 비롯해 ‘배고프데이’ ‘조식기부’ ‘노력봉사’ ‘효잔치’ ‘행복나눔 페스티벌’ 등 연중 지속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다. 봉사포인트제도 마련했다. 전 직원이 매년 봉사활동을 하고 이를 점수화해서 인사고과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는 요즘 골프 마케팅보다 골프 산업 확충에 더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 우리나라가 골프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그 인프라로만 보면 골프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열악하다고 생각해서다. 그의 말이다.
“대중에게 골프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예요. 유명 프로선수 이외에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주니어, 시니어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기업들의 투자가 열악합니다. ‘골프존’이 골프를 사랑하는 애호가들 덕분에 이만큼 컸습니다. 국내 골프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듭니다. 유명 프로선수를 지원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며 골프 꿈나무를 후원하고,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의지로 만든 프로그램이 ‘키다리아저씨 골프대회’다. 골프를 배우는 꿈나무들과 최상호, 최광수 선수 같은 프로선수들이 한 조가 되어 동반 라운드를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회사는 골프를 하는 초·중·고 학생 18명에게 연간 1억원 상당의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태릉선수촌에 ‘골프존’ 트레이닝 제품과 비전 시뮬레이터를 기증해 훈련장을 만들었다. 오는 2016년도 브라질 올림픽부터 시작되는 골프 경기에 나갈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육군 과학화훈련단, 해군3함대, 공군작전사령부 등에도 골프시뮬레이터를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제 사회에서 번 돈을 사회에 돌려줄 차례”
‘골프존’ 사원의 평균연령은 33.7세인데, 이 중 절반이 콘텐츠 개발인력이다. 회사가 콘텐츠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것도 독특하다. 사내벤처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독려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즉각 채택해 포상을 한다. 여기에다 놀 때 놀아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점에 착안, ‘노는 것’도 회사가 지원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플레이숍(playshop)제도. 임직원 각자가 조를 구성해 가고 싶은 지역과 일정을 스스로 계획하면 회사에서 이를 지원한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국내 골프장으로 골프투어를 가기도 한다. 둘째는 전직원 골프 배우기 운동. 골프 기업인 만큼 전직원이 골프를 즐겨야 한다는 김영찬 회장의 방침에 따라 골프존 직원들은 2007년부터 김영찬 회장과 함께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칠 수 있다.
김 회장의 설명대로 이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스크린골프’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신(新)시장이 생기는 기반을 마련했다. 불황에 오히려 강한 이 업의 매출액 상승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니 세계적인 경기부진 속에 전망도 밝다. 이미 확보한 네트워크 덕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 역시 낮다.
‘그 돈을 다 벌어서 뭐 하지’ 하는 의문이 인터뷰 내내 들 수밖에 없었다. 참다 못해 물었다. “그렇게 돈 다 벌어서 뭐하시게요.”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저는 애시당초 큰 부(富)를 거머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소일거리로나 하려다가 이제는 큰 사업체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사회에 돌려줘야 할 차례예요. 우선 우리 사원이 행복해야 하고, 우리가 소속된 지역이 좋아져야 합니다. 제 업의 기반인 골프 업계의 저변이 확대되어야 하고, 골프 꿈나무를 육성해야 합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제2의 ‘골프존’과 같은 창조적 회사가 나오도록 징검다리가 돼야 합니다. 중소 벤처기업인의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기업에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라는 것을 앞으로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가 기자에게 건넨 명함의 뒷장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Play Different(다르게 놀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