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제주 목축문화의 고장, 가시리 갑마장길

  •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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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제주 조랑말들.
제주 표선면의 중산간 지대의 드넓은 대지를 품고 있는 가시리는 600년 역사의 제주 목축문화를 키워 낸 곳이다. 가시리 마을 공동 목장에는 조선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甲馬場)을 비롯해 1429년 세종 때 축조한 국영목장인 십소장, 목초지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세워 놓은 돌담인 잣성 등 조선시대 제주 목축문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을 맞아 ‘좋은 말을 길러 내는 곳’이라는 뜻의 갑마장 일대를 두루 거치는 둘레길인 제주 갑마장길을 소개하려 한다. 가시리 마을을 출발해 따라비오름과 설오름, 큰사슴이오름 등 세 개의 오름을 거쳐 안좌동에 이르는 갑마장 둘레길은 길이 20km로, 전체를 다 돌면 약 7시간이 걸린다.
 

  1~2시간 가볍게 트레킹으로 다녀오고 싶다면 가시 마을에서 시작해 따라비오름을 지나 조랑말박물관을 거쳐 안좌동 마을로 가는 짧은 코스를 추천한다. 가시 마을에서 따라비오름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호미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설오름을 볼 수 있다. 설오름은 마을 사람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공간으로 매년 정월에 포제가 열린다. 설오름을 등지고 하얀 메밀밭 사이를 지나면 부드러운 능선이 아름다운 따라비오름이 나온다. ‘따라비’라는 이름은 ‘땅 할아버지’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변의 낮고 높은 오름이 둘러싸는 모습이 마치 한 가족의 큰 어르신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 뒤로 따라비오름이 보인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두 겹의 돌담과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있는 잣성을 만난다.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잣성은 국영목장인 십소장의 경계선을 따라 6km 정도 축조되어 있는데, 이는 제주 잣성 중 최장 길이로 문화보존 가치가 높다. 잣성을 따라 십여 분을 걸으면 코스모스가 만발한 다목적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와 들꽃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다목적 광장에 만개한 코스모스. 구름에 덮인 웅장한 한라산이 광장을 품은 듯하다.
  광장을 빠져나와 아스팔트길을 지나면 제주 조랑말을 테마로 한 조랑말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에는 말과 관련된 유물 및 문화예술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주변으로는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조랑말승마장과 야영장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나들이에 좋다. 갑마장길의 마지막 코스는 가시리보다 100년 더 앞선 700년 전에 만들어진 안좌동 마을이다. 마을의 돌담을 따라가면 작고 오래된 풍경 속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느낌을 받는다. 안좌동 마을과 가시 마을은 좁은 길을 하나 두고 마주해 있다. 두 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소꼽지당과 구석물당, 승지물돗당 등 마을 주민들이 신을 위해 제단을 만들었던 흔적이 남아 있어 소소한 볼거리를 준다.⊙
 
부드러운 능선의 따라비오름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가시리 마을의 동네가게. 따라비오름을 오르는 갑마장길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관람객들이 조랑말박물관 내에 설치된 말 조형물을 구경하고 있다.

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든 격자 모양의 나무틀.

제주의 흙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오창윤, 강윤실 도예가의 가시리 작업실. 가시리 마을은 창작지원 센터와 문화센터를 열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돕고 있다.

가시리 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산책 나온 백구 가족.

마을의 공동 우물이었던 승지물 자리에 세워진 승지물돗당. 돼지고기가 유명한 이곳 마을의 주민들은 돼지와 승지물을 올려 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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