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

삼성, 평택에 100조원 쏟아붓는다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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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메모리 반도체·태양전지·의료기기 최첨단 공장 들어설 듯
⊙ 삼성의 기밀 프로젝트로 분류돼 윤종용-김문수 2007년 MOU
⊙ 120만 평 전체에 5만원짜리 지폐 5겹으로 쌓는 효과
삼성그룹이 차세대 ‘랜드마크’로 경기도 평택을 선택했다.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평택시 모곡동·지제동·장당동·고덕면 등 일대 120만 평(396만㎡)에 오는 2016년부터 총 100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제조업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권오현(權五鉉)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는 지난 7월 31일 평택 토지에 대한 분양 계약서에 사인했다. 단일 공장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의 탕정 산업단지가 75만 평, LG디스플레이의 파주산업단지가 52만 평이다.
 
  100조원. 천문학적인 액수여서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100조원은 공장부지 120만 평 전체에 5만원짜리 지폐를 다섯 겹 쌓아야 할 정도의 돈이다. 정확한 명칭은 ‘평택고덕국제화 산업단지’. 이로써 삼성전자는 수원→용인 기흥→화성 동탄→평택 고덕→아산 탕정으로 이어지는 광역 첨단산업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의 관심은 ‘평택 삼성타운’에 어떤 공장이 들어설 것이냐에 쏠려 있다. 공장의 업종이 삼성전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최고의 보안을 유지하며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부지에 대한 조성공사를 막 착공한 상태여서 이곳을 어떻게 꾸릴지를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실제로 삼성의 ‘평택단지’는 그룹 오너와 전자의 최고 수뇌부 몇 명만이 관여했던 기밀 프로젝트였다. 이번 경기도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맺었던 MOU는 아예 외부에 알려지지조차 않았다.
 
 
  비메모리 확대
 
   삼성전자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늦어도 2016년 1월부터 삼성의 공장을 짓기 시작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단지에 대한 부지 조성공사를 맡고 있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삼성 측이 2015년 12월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용수 및 폐수 시설을 완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용수 시설이 공장에 필수인 만큼 늦어도 2016년 1월부터 삼성 공장을 짓기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경기도와 토지 매매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 부지는 ‘신규 반도체 공장’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는 “향후 삼성그룹의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비메모리 부문에 대해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삼성은 평택단지를 동서로 나눠 동쪽 편에 반도체 공장 5개, 서쪽에 4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때 삼성의 기흥 반도체 공장이 통째로 평택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반도체 시장 자체의 부침이 심한데다, 수익이 예전 같지 않아 더 이상 반도체에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이외의 차세대 대안 사업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결국 ‘반도체 부문 확대’로 가이드라인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흥 반도체 공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평택에 추가 증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는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열세인 비메모리 공장이 몇 개 들어설 것이라는 게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삼성은 당초 공장부지를 알아보면서 중국을 검토했지만, 기술 유출을 이유로 국내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마지막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해외로 나갈 경우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많지만 기술 유출이 걱정됐다는 얘기를 했다”며 “그만큼 기술 집약적인 최첨단 공장을 만들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삼성이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분류한 사업 중 태양전지와 의료기기 공장도 이곳에 둥지를 틀 것으로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산업단지를 조성한 후에 업종을 변경할 경우 어떤 절차가 필요하냐고 물은 것을 보면 현재 계획인 전자부품, 화학 제조업 이외에 다른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삼성 안팎에서 신수종 사업 중 태양전지와 의료기기, 또 의료기기와의 연관선상에서 카메라 관련 공장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삼성은 얼마 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전지·자동차용 배터리·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의료기기를 꼽았었다.
 
 
  극도 보안 유지
 
  현재 이 지역은 논, 밭인데 토지 보상이 완료됐고, 일부 주민들은 이주를 끝낸 상태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 지역 개발이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2004년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부터였다. 정부는 이 지역을 평택 국제화계획지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이후 경기도는 이곳을 융·복합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국토부와 25회 협의를 했고, 그 결과 신도시 지구 안의 120만 평을 ‘산업단지’로 배정받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체가 입주하는 것이 필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단지로 용도 변경이 돼야 하고, 공장이 들어선 후에 주거단지가 만들어지면 평택이 자급자족 도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경기도 측이 먼저 삼성에 공장 유치와 관련한 의사를 타진했다.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삼성은 경기도청의 끈질긴 요청에 이곳에 공장을 짓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007년 7월의 일이다. 삼성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 했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후에 여러 정치적 오해를 사는 것을 우려하며 비밀에 부쳐줄 것을 요청했다”며 “윤종용(尹鐘龍)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문수 지사의 MOU 체결 날짜와 장소도 며칠 전에야 결정했고, 참석자도 극소수로 국한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3만 개 신규창출
 
  이후에 일이 순조롭게만 풀린 것은 아니었다.
 
  삼성 측이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경기도 측에 요청한 국비 보조는 여러 차례 경기도의 발목을 잡았다. 이재율(李在律)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주축이 돼 정부와 수십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중앙정부의 시선은 싸늘했다고 한다.
 
  실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정부부처에서 ‘왜 우리가 삼성한테까지 국비를 지원해 줘야 하느냐’며 부정적으로 말했다”며 “국비 요청이 이뤄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경기도는 올 초 국토해양부에 진입도로 조성비 1700억원, 용수시설 조성비 1400억원을, 환경부에 폐수처리시설 조성비 등, 모두 합쳐 총 5600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경기도청뿐 아니라, 삼성 내부에서도 이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애당초 MOU를 체결한 윤종용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후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을 맡았을 무렵에는 ‘평택 삼성단지’를 두고 최고위층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한때 계약이 무산될 위기가 있었다. 또 이후 최지성 부회장이 미래전략실로 자리를 옮긴 이후 권오현 부회장이 전자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에도 한 차례 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평택단지에 삼성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김문수 지사의 애착은 컸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31일에 삼성전자와 계약서를 쓴 이후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커지면 국민들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제게 왜 삼성전자 편을 드느냐는 얘기가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 외국에 가면 50만 평 정도는 그냥 빌려준다. 영국 가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와서 환영하고, 미국 가면 공무원들이 환영한다. 이번 단지 조성으로 3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가 백 마디 욕을 먹더라도 젊은이들 일자리를 얻는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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