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에르는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게임을 知的 놀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은 머리를 사용하는 E-스포츠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게임산업은 투자대비 창출효과 뛰어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 온라인 게임 위주에서 벗어나야 세계적 모바일·소셜 게임으로 성장 가능
⊙ 게임산업이 K-POP처럼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규제 풀어야
廉宜埈
⊙ 38세.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 NHN 프로젝트 매니저, TETRIS ONLINE JAPAN 개발이사,
Game Developer Conference 2012 스피커. 現 TETRIS ONLINE 개발총괄 부사장.
⊙ NHN TOP5 발명왕, 국내외 특허 35개 보유.
⊙ 게임산업은 투자대비 창출효과 뛰어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 온라인 게임 위주에서 벗어나야 세계적 모바일·소셜 게임으로 성장 가능
⊙ 게임산업이 K-POP처럼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규제 풀어야
廉宜埈
⊙ 38세.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 NHN 프로젝트 매니저, TETRIS ONLINE JAPAN 개발이사,
Game Developer Conference 2012 스피커. 現 TETRIS ONLINE 개발총괄 부사장.
⊙ NHN TOP5 발명왕, 국내외 특허 35개 보유.
대학생처럼 보이는 30대 후반의 ‘젊은이’는 영어식 발음이 진하게 풍기는 한국어를 구사했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한 살 때 브라질로 건너가 3년 후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미국, 유럽에서 생활했다. 3년마다 언어가 달라진 것이다.
―게임시장이 영화산업보다 훨씬 크다고요?
“물론입니다. 게임은 현대인들에게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랩니다. 게임산업은 새로운 부(富)의 모델을 만들고 있어요. 한국의 큰 부자들 중에서 재벌 2, 3세를 제외하고 수조 원대의 갑부(甲富)가 된 사람은 모두 게임회사 오너들입니다. 김정주 넥슨 사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죠.”
―그분들이 부러운가요. 갑부가 되고 싶은 거군요.
“하하. 돈이 목적이라면 게임에 손을 대지도 않았을 겁니다.”
게임개발자의 전설, 테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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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트리스 배틀 게임 로고. |
전 세계 게임개발자들에게 ‘테트리스’는 전설로 통한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꼭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테트리스는 남녀노소, 시대를 초월한 ‘금세기 최고의 게임’인 것이다.
테트리스는 1984년 소련 정부 산하 컴퓨터연구소에서 인공지능과 음성인식을 연구하던 알렉세이 파지트노프(Alexy Pajitnov)가 심심풀이로 만든 게임이다. 개발 초기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진흙 속의 진주’ 테트리스를 발견한 사람은 엉뚱하게 미국에서 나타났다. 블루플래닛 소프트웨어의 소프트웨어 개발책임자인 헹크 로저스(Henk Rogers)와 닌텐도 아메리카의 아라카와 미노루(Minoru Arakawa)가 그들이다. 이들은 곧바로 TTC(The Tetris Company)를 설립, 전 세계에 테트리스를 공급했다. 블록 하강형 퍼즐게임인 테트리스의 중독성은 상당했다. “게임에 빠져들면 목욕탕 타일조차 테트리스 블록으로 보인다”는 우스갯말까지 나왔다. 온라인 환경이 발전하면서 TTC 최고경영진은 ‘Tetris Online’을 별도로 설립,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및 유럽에 소셜 게임 ‘테트리스 배틀’을 서비스하고 있다.
염의준 부사장은 “한국의 게임산업은 최근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지만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발맞춰 글로벌 시각을 갖지 않으면 장기적인 비전은 없다”고 했다.
―현재 세계 게임시장은 어떻게 나뉘어 있습니까.
“북미와 유럽이 70~80%를 차지하고 있어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아직 크지 않아요. 그만큼 우리에게 기회가 많은 셈이죠.”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소셜 게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게임시장의 최신 트렌드는 어떤가요.
“한마디로 모바일 게임의 가속화라 할 수 있죠.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게임 유형도 달라지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해요. 저희가 테스트를 해본 결과,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1분 이내여야 해요. 게임 플레이어들의 집중력과 인내력이 짧아졌기 때문이죠. 게임을 시작한 후 15초 내에 이용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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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게임개발자 회의인 ‘GDC 2012’에 강연자로 초청된 염의준 부사장. 전 세계 게임개발자 및 게임업체 관계자 2만2500여 명이 참가했다. |
모바일·소셜 게임이 세계적 트렌드
―최근 일본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 굴지의 게임업체 닌텐도가 지난해 423억 엔의 손실을 봤습니다. 1962년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적자는 처음입니다. 스마트폰의 무료게임으로 치명타를 입었는데 오랫동안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했던 닌텐도가 이대로 주저앉을까요.
“닌텐도와 소니는 세계적인 콘솔 게임(console game·전용 게임기기를 사용하는 게임의 총칭. 닌텐도의 wii,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대표적인 전용 게임기기) 업체입니다. 콘솔 게임 시장이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잠식되고 있어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기존 게임개발사들은 하루빨리 시대적 트렌드에 적응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질 겁니다.”
―2011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넥슨은 현재 시가총액이 한화(韓貨)로 8조원이 넘습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엔씨소프트도 현재 시가총액이 7조원에 달하지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회사인데 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봅니까.
“한국은 게임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어요. 특히 온라인 게임은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온라인 게임이 사업적으로 성공한 나라는 없어요. 광(光)랜 등 온라인 게임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IT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한국시장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죠. 넥슨이 일본법인 ‘넥슨재팬’을 설립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공 가능성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한국과 일본의 게임 환경이 많이 달라요.”
―국내에서의 성공전략이 해외에서 안 먹힐 수 있다는 얘기군요.
“물론이죠. 네이버는 한국 최고의 포털사이트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죠. 한국 IT업체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전략에 치중했어요. 인재와 자금이 충분한데도 국내지향적인 전략을 세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겁니다. 반대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전략을 썼어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고 기획·개발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소셜 게임은 기존의 컴퓨터 게임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사람들이 PC를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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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로비오사(社)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 전 세계 8000만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으로 선정됐다. |
“넥슨의 성공 기반은 컴퓨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확 줄었어요. 반대로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서핑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걸 김정주 사장은 간파한 것입니다. 10여 년 전 소니가 했던 고민을 그가 지금 하고 있지요. 현재 한국의 주요 게임업체는 온라인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어요.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온라인 게임에서의 성공이 모바일 게임, 소셜 게임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봐요.”
―게임산업을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국의 게임산업이 드라마와 K-POP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게임을 국가 전략문화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인식도 필요하고요.”
염의준 부사장은 5년 전 ‘테트리스 온라인’에 전격 스카우트됐다. 테트리스 온라인 대표인 아라카와 미노루 사장이 그를 직접 영입했다. 염 부사장은 영입 직전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기업 NHN의 한게임에서 ‘더블맞고(두 사람이 화투 세트 2벌을 이용해 진행하는 고스톱 게임)’를 개발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더블맞고의 유료화 모델을 만들어 회사 수익창출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염 부사장은 어릴 때부터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 프로그래밍 언어를 섭렵해 크고 작은 게임을 직접 만들었다. 게임개발자로 진로를 선택한 것은 20대 초반인 1995년,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였다.
“그때 울티마 온라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대작(大作)을 접했고 또 훌륭한 개발자들과 만나면서 게임개발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IT업체를 거쳐 NHN 한게임에서 4년간 일하다가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삼성이 일조(一助)했다고 볼 수 있군요.
“맞아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이 1991년에 시작됐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은 게임 불모지(不毛地)였어요. 삼성은 미래를 보고 큰 투자를 했던 겁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죠. 작년 10월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S/W 마에스트로’ 10명 중 5명이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 출신입니다. 또 ‘곰플레이’로 유명한 그래텍의 배인식 대표 역시 이곳 출신이죠. 개인적으로 이런 제도들 덕에 삼성이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이라 생각해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을 수료하면 삼성전자 입사(入社) 특전이 주어졌다고 하던데 삼성전자로 가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시도’는 좋았어요. 하지만 그런 인재들이 마음대로 능력을 발휘할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았어요. 세상이 깜짝 놀랄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상호작용과 자유로운 개발환경이 중요해요. 삼성전자에 들어갔던 선배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들 퇴사했습니다.”
하드웨어 개발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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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테트리스 배틀을 실행한 장면. |
“삼성전자가 직군 신설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제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애플을 이길 수 있지요. 그런데 하드웨어 개발과 소프트웨어 개발은 많이 달라요. 하드웨어 개발 방식을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끼워 맞추려 한다면 실패할 겁니다.”
―‘더블맞고’는 어떻게 개발한 겁니까.
“고스톱의 룰이 사람, 연령, 지역마다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지요. 고스톱 룰은 정하기 나름입니다. 기존 고스톱 게임을 다양하게 업그레이드했지요. 더블맞고는 화투 세트 2벌에 4장의 보너스 피를 포함해 총 100장의 화투를 사용하는 2인(人)용 고스톱 게임입니다. 기존 게임보다 점수가 4~5배 늘어나 재미와 스릴이 넘친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 외에도 30여 개 게임을 만들었어요.”
―더블맞고 등장 후 국내 대표 게임포털 간에는 ‘고스톱 맞고 전쟁’이 벌어졌는데 초기에 불을 지핀 셈이군요.
“‘맞고’가 온라인 보드 게임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폭발적인 보급을 가져온 대표적인 콘텐츠)로 자리를 굳히면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아마 전국 팔도의 고스톱 규칙이 다 적용됐을 거예요.(웃음)”
―NHN 한게임에 근무하다가 테트리스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계기는 뭔가요.
“수십만, 수백만 명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테트리스 온라인에서 제의가 들어온 겁니다. 제가 만든 온라인 게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NHN 한게임을 비롯해 국내 여러 포털사이트는 테트리스 변형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테트리스 측이 제공한 건가요.
“저희 회사는 테트리스 활용에 대한 저작권만 받습니다. 게임 개발은 해당 업체가 직접 하지요.”
―테트리스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긴 후 처음 2년간 일본 지사(支社)에서 근무했는데 일본과 한국의 게임시장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 경우가 좋은 사례입니다. 일본으로 발령난 후 게임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마침내 PC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는데 제가 봐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박’을 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시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결국 실패로 끝났어요. 또 다른 게임을 만들었죠. 또 실패하는 거예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했죠. 한국인과 일본인의 게임 습성(習性)이 서로 다르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한국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대결하거나 협동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싱글플레이(1인용) 게임을 더 좋아해요.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간섭받는 걸 싫어하죠. 멀티 게임을 하더라도 일본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예의를 먼저 생각합니다. 온라인 격투 게임을 한다고 가정하면 상대방에게 ‘지금부터 때리기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한 후 공격합니다. 그만큼 온라인 게임이 일본인의 습성에 맞지 않은 겁니다.”
해외 시장 여건 파악, 현지화가 성공조건
―일본인답군요.
“게임을 위한 인프라 환경도 별로입니다. 일본사람들은 PC보다 소형 노트북을 더 좋아해요. 일본의 PC보급률은 한국보다 낮지요. 좁은 집안에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작은 노트북을 쓰는 겁니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은 노트북보다 성능이 좋은 고(高)사양 PC를 사용해야 원활히 잘 돌아갑니다. 일본에서 콘솔 게임이 발달한 이유도 이런 환경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게임이 일본에는 맞지 않았죠. 미국과 유럽은 땅덩어리가 넓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게임 환경과 또 달라요. 세계에서 한국처럼 인터넷 환경이 뛰어난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의 환경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게임개발자는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넥슨), 리니지(엔씨소프트) 등 국내에서 ‘대박’을 낸 게임들은 해외 진출 초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현지화를 통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카트라이더의 경우,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중국인 유저(게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중국식 ‘창’ 모드를 도입했고 게임 배경음악도 중국식으로 바꿨다. 일본에서는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와 제휴한 뒤 그 캐릭터를 게임에 도입하고 나서야 시장반응이 나왔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돼 있는 타이완의 경우, 게임 스토리에 자전거를 넣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미국 하와이 본사(本社)로 자리를 옮긴 후 ‘테트리스 배틀’을 만들어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성공 요인은 뭡니까.
“테트리스는 25년간 인기를 끌어온 게임입니다. 여기에 ‘아이템 활용’ 등 몇 가지 항목을 접목시켜 온라인화(化)했죠. 기존 테트리스 게임을 페이스북용 비(非)동기식 소셜 게임(SNG)으로 만든 것이 성공 포인트라고 봐요.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게임들을 잘 다듬어 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동기식 소셜 게임(SNG)이 뭐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 게임을 탑재한 것을 말합니다. 인터넷에 접속한 이용자들끼리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것을 동기식(同期式)이라고 해요. 비동기식은 동시에 접속할 필요 없이 자신의 흔적을 게임상에 남겨 놓음으로써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전화통화는 동기식, 문자메시지는 비동기식이라 할 수 있지요. 소셜 게임의 경우 게임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부각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염의준 부사장이 개발한 페이스북용 테트리스 배틀이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미국 게임개발자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개발자 회의인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염 부사장은 ‘테트리스 배틀의 성공 요인과 비동기식 소셜 게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테트리스 배틀의 하루 이용자가 420만명이나 되는데 수익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부분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어요. 아마도 테트리스 게임을 제공하는 업체 중에서 최고 수준일 겁니다.”
―온라인상의 유료화 문제는 기사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도 상당히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사가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임업체의 유료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좋은 방안이 떠오를 겁니다. ‘아이템’ 판매를 통해 게임 유료화를 실현했듯이 기사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 게임과 기사 콘텐츠를 연동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만들고 싶어
―최근 한국사회에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해결방안은 없을까요.
“게임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게임을 만든다면 그 게임을 한 사용자들은 조선시대에 대해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게임은 독서(讀書)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점만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족들이 안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만드는 개발사가 한국에 많이 생겼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게임’을 어떻게 정의(定義)합니까.
“시드 마이에르(Sid Meier)라는 유명한 게임기획자는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게임을 일종의 지적(知的) 놀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가 몸을 사용하는 운동이라면, 게임은 머리를 사용하는 E-스포츠입니다.”
―성공하는 게임개발자의 조건을 든다면.
“한번은 테트리스 최초 개발자인 알렉세이 파지트노프와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러시아 사람이라 독한 술을 잘 마시더군요. 그런데 즉석에서 ‘술 마시는 게임을 하자’며 재미있는 규칙을 만들어내더군요. 인생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분 같았어요. 이런 점이 ‘테트리스’라는 희대의 걸작(傑作)을 만든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노하우는 별 게 아닙니다. 실패를 경험하는 거죠. 실패를 하다 보면 더 좋은 게임, 더 유익한 게임을 생각하게 돼요. 그것이 성공의 밑거름입니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 사장은 ‘나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다 수천 명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염 부사장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게임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도 없을 겁니다. 이런 경쟁을 뚫고 페이스북,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잘나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바로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