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13년째 표류하는 ‘사설탐정법’

공권력 보완인가, 인권침해인가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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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조사원, 사설자격증 취득 후 보험조사원, 기업보안팀 진출, 독자영업도
⊙ 金正日 처조카 故 이한영씨 피살에 一助한 심부름센터
⊙ OECD 국가 중 ‘탐정업’ 허용 않는 곳은 韓國뿐
⊙ “공권력 사각지대 보완 위해 ‘민간조사제도’ 법제화해야” (한국민간조사협회)
⊙ “법체계 다른 외국 입법례 적용 불가,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우려” (대한변호사협회)
2011년 2월 전미찾모 회원들이 서울 청량리역 앞에서 ‘아동범죄 공소시효 폐지’와 ‘민간조사(탐정)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민간조사협회 박경도 본부장의 사무실로 전자부품업체 사장 강모씨와 변호사가 찾아왔다. 그는 “3년 동안 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유출됐는데, 석 달 전 돌연 퇴직한 부사장 전모씨가 의심스럽다”며 박 본부장에게 사실 확인을 부탁했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설비를 중국에 짓고 있었다. 개발이 완료되고, 공장도 준공이 임박할 무렵 전씨가 사표(辭表)를 제출했다. “쉬고 싶다”는 게 퇴직사유였다. 강씨는 만류했지만, 전씨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사직서를 수리했다. 전씨 퇴직 후, 두 달이 지났을 때 강씨 회사의 신(新)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이는 제품의 샘플이 시중에 나돌았다. 그는 퇴직한 전씨가 수상해 전화로 여러 차례 근황을 물었지만, “집에서 쉬고 있다”는 얘기만 되풀이됐다. 의심을 떨칠 수 없었던 강씨는 박 본부장을 찾아 전씨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국내 활동 민간조사원 700여 명 활동 중
 
  박 본부장은 두 달 동안 전씨의 행적을 조사했다. 강씨의 의혹처럼 전씨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쉬고 있다”던 전씨의 중국 방문이 잦았다. 10개월 전 건강 문제로 퇴직한 이사 김모씨와 매일 만났고,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전자부품 제조공장도 자주 찾았다.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1년 전 설립된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진은 전ㆍ김 두 사람의 처가 쪽 사람들이었다.
 
  1월 2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잠복하고 있던 동료의 보고였다. 그가 “전씨의 차가 정문으로 향한다”고 하자, 박 본부장은 막 입구를 빠져나가는 전씨의 차를 쫓기 시작했다. 교통이 복잡한 서울에서 차량 추적은 변수가 많다. 차선 변경을 하다 추적 대상자보다 선행하게 되는 애매한 상황도 자주 생긴다. 대상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2대가 추적해야 한다. 박 본부장과 동료는 서로 교신하며 전씨의 차를 뒤쫓았다.
 
  전씨의 차는 영동대교를 건너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 다다랐다. 전씨는 1층 커피숍에서 40대 후반의 남성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박 본부장과 그의 동료도 옆 테이블에 자리했다. 수분이 지나고, 전씨가 태블릿PC를 꺼내 뭔가를 설명하는 듯했다. 박 본부장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자동차 리모컨형 캠코더를 만지작거렸다. 전씨가 부품 샘플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됐다. 촬영을 마친 박 본부장은 “그동안 수집한 증거자료는 의뢰인의 변호사에게 인계돼 전씨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민간조사원이다. 민간조사원이란 타인의 의뢰를 받아 사실 관계 확인, 각종 소재(所在) 파악 등을 하는 이른바 ‘사설탐정(私設探偵)’이다. 소설, 만화, 영화에서 미제(未濟)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탐정은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탐정 사무실’을 찾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탐정 명칭 사용을 금지했다. 박 본부장은 “법적으로 국내에 ‘탐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탐정 역할을 하는 민간조사원이 7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주로 수임(受任)하는 사건은 산업스파이, 지적재산권 침해, 보험사기, 해외도피사범 소재 파악 등이다.
 
  현재 국내에서 민간조사원 사설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은 한국민간조사협회(회장 유우종), 한국탐정협회(회장 하정용), 한국특수교육직능재단(회장 하금석) 등이 있다. 각 단체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받은 수료생들이 진출하는 분야는 보험조사원, 기업 보안팀 등이다. 사무실을 차리고 독자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민간조사원이란 명칭은 아직 낯설다. 국내 현실에서 탐정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은 심부름센터로 2008년 기준 전국에 2800여 곳이 있는 걸로 추산된다. ‘심부름센터’는 초기 민원서류대행이나 택배서비스 등 단순 대행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었다. 누구나 관할 세무서에 등록만 하면 개업할 수 있었다. 업종도 ‘자유업’이라서 행정기관의 관리감독도 없었다. 낮은 진입 장벽과 감독기관 부재의 결과는 업체의 난립이었다.
 
 
  청부살인, 영아납치 등 의뢰 가리지 않는 심부름센터
 
  심부름센터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들의 불법성 의뢰마저 수임했다.
 
  1997년 2월 북한(北韓) 공작원에게 피살된 김정일의 처조카 고(故) 이한영(李韓永)씨 사건도 심부름센터가 개입돼 있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공작원들은 범행 보름 전에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씨의 소재를 파악했다.
 
  2005년 1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생아를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서 영아를 납치하고, 그 어머니를 살해 후 암매장한 혐의로 심부름센터 직원 3명과 의뢰인 김모(당시 36세)씨를 검거했다. 의뢰인 김씨는 1990년 결혼해 남편과 두 자녀가 있는 가정주부였다. 남편과의 불화로 가출한 그녀는 자신을 처녀라고 속이고 2003년 5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사 최모(당시 31세)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거짓으로 임신 사실을 알려 같은 해 11월 최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김씨의 하객으로 온 9명은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일당 5만원씩을 주고 동원한 사람들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거짓 임신이 들통날까 노심초사하던 김씨는 심부름센터 직원 정모씨에게 “7000만원을 줄 테니 아들이든, 딸이든 아기 하나만 구해달라”고 의뢰했다. 정씨를 비롯한 일당 3명은 갓난아기를 찾아 6개월간 서울 및 수도권의 산부인과 신생아실과 유아원 등을 돌아다녔으나 실패했다.
 
  그사이 김씨는 “원정출산을 위해 미국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와 친구 집에 머물렀다. 2004년 5월 24일 오후 2시쯤 정씨 일당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에서 생후 70여 일 된 아기를 안고 걸어가던 주부 김모(사망 당시 22세)씨를 승용차로 납치했다.
 
  그들은 의뢰인 김씨에게 아기를 넘기고 돌아와 승용차에 가둬뒀던 주부 김씨를 목 졸라 살해한 다음 강원도 고성군 미시령 관통도로 공사현장에 암매장했다. 범행 후 정씨 일당은 의뢰인에게 “영아 납치 사실을 시댁에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6000여만 원을 더 갈취했다.
 
  ‘영아 납치’ 사건 이후 경찰은 2005년 1월부터 3월까지 심부름센터를 집중단속했다. 경찰은 40여 일 동안 665건의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1017명을 입건, 129명을 구속했다. 세부내용은 ▲청부살인 2건 ▲불법도청 13건 ▲개인정보유출 154건 ▲사생활 침해 158건 ▲불법채권추심 177건 ▲공갈ㆍ사기 151건 등이다.
 
  2005년 3월 서울 수서경찰서는 존속살해 예비 음모 혐의로 김모(당시 24세)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04년 12월 어머니 박모씨와 함께 ‘해결사 사이트’를 찾아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살해하면 1억원을 주겠다”며 착수금 240만원을 송금했다. 아버지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 1억1000만원ㆍ연금 9000만원 등 총 2억원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심부름센터는 청부살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경찰이 ‘해결사 사이트’를 운영하는 심부름센터를 단속하면서 이들 모자의 행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는 “남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여성을 성폭행한 심부름센터 직원 이모씨가 붙잡혔다.
 
  이처럼 심부름센터는 각종 범죄와 연관돼 있지만, 공정적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상당수의 사람이 불법임에도 실종자ㆍ채무자 소재 파악, 증거 확보를 의뢰하기 위해 이들을 찾았다. 이런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심부름센터가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사경찰 1인당 담당 인구 2697명
 
  심부름센터의 폐해를 근절하려면 공권력이 민간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찰의 능력이 예산과 인력 제한에 의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2011년 4월 조현오 경찰청장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조사제도 법제화 토론회’에서 “경찰은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공공치안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함과 더불어 경찰이 개입할 개연성이 약한 부분은 선진 외국과 같이 민간조사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찰관 10만1108명 중 수사경찰은 1만8457명이다. 수사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2697명으로 수요를 감당하기에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2010년 경찰청 예산은 7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0.42%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주요 국가별 GDP 대비 치안예산은 ▲영국 1.43% ▲프랑스 1.02% ▲미국 0.87% ▲일본 0.83%이다. 이런 여건에서 경찰은 평균 87%라는 높은 검거율을 올리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인이 분쟁 발생 시 법률서비스를 받는 것도 문턱이 높다. 201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송사건은 국민 8명당 1건인, 약 622만 건이다. 이 중 원고의 청구 또는 상소인의 불복주장으로 이뤄지는 본안소송은 10년 전인 2000년의 109만 건보다 35% 늘어난 148만2000건이다. 소송이 늘면서 법률서비스 수요가 증가했지만, 변호사 선임률은 낮다.
 
  《한국변호사백서 2010》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소송사건 변호사 선임률은 민사 25.2%, 형사 48.9%, 가사 35.8%, 행정 66.8% 등으로 전체 평균 31.6%다.
 
  경찰대 문경환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비록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하더라도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치안행정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민간조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가수사력은 사법(司法)정의 구현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을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크지 않을 겁니다. 특히 사기, 횡령, 배임 등의 재산범죄 피해자는 피의자 처벌보다 피해 변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데 98%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바쁜 일상 속에서 개인이 직접 나서기에는 시간과 전문성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민간영역의 정보 수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는 오히려 당연합니다.”
 
 
  작년 범죄피해액 3조3189억원 중 회수액은 454억5796만원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
  문 교수의 말처럼 우리 경찰은 검거실적 위주의 수사를 하고 있어 범죄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
 
  지난 1월 경찰청은 “201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26만1065건의 재산범죄 중 1만9388건에 관련된 피해액을 회수해 돌려줬다”고 발표했다. 전체 사건 대비 회수율은 7.43%로 최근 5년 동안의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국민 피해 회복에 치중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금액 기준으로 따져본 회수율은 예년과 다름없다. 총 범죄피해액 3조3189억원 중 454억5796만원을 회수해 1.37%를 기록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47) 회장은 “공권력 사각지대 보완과 법률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조사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 특전사 전역 후 호주 탐정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2000년부터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유 회장에 따르면 현재 OECD 국가 중 민간조사업법을 채택하지 않은 곳은 우리뿐이다. 주요 국가의 민간조사원 현황은 ▲미국 5만2000명 ▲영국 1만명 ▲프랑스 4000명 ▲독일 4000명 ▲일본 3887개(업체)다. 특히 일본은 ‘탐정업’이 ‘자유업’이었지만, 불법행위가 늘자 2007년 현행 ‘신고업’으로 전환했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가 공권력이 약해서 민간조사업을 허가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도 사후 단속만으로는 불법행태 근절에 한계가 있으니까, 음성적으로 방치하기보다는 입법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불법차단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신고업’으로 전환하고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나주봉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한 달 동안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민간조사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약 8만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은 국회에 제출했다. 나 회장은 “실종자 가족이 기댈 곳은 경찰뿐인데 관심과 전문성을 갖춘 경찰관은 보기 드물다”며 “수사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나 회장의 말이다.
 
 
  13년 동안 국회의원 7명이 대표 발의한 ‘민간조사업법’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
  “실종자 가족이 뭘 알겠습니까. 급박함과 간절함만 앞설 뿐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가족이 실종되면 생업을 포기하고 길로 나서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단을 뿌리고, 현수막을 걸어두는 것뿐이에요.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땅 팔고, 집 팔아 심부름센터를 이용한 사람도 많습니다. 성과는 없고, 경제적 손해만 본 경우가 허다하죠. 시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부부간 화합하지 못하고, 술에 의존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다가 이혼하게 되죠. 장기실종 아동 가정 중 약 80%가 해체됐습니다.
 
  실종자 단체나 부모들이 전직 수사관 등 전문가에게 실종사건 해결을 의뢰해 장기간 실종자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민간조사제 도입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 실종 전담 경찰은 전국적으로 936명(2010년), 연평균 실종ㆍ가출 신고는 6만 건이다. 이 중 종결 비율은 99%를 넘지만, 약 1%는 미결돼, 장기화한다. 사건이 오래되면 제보도 끊겨 새로운 수사 실마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경찰 수사 여건상 실종자와 비슷한 또래의 변사체(變死體)가 발견되면 비교하는 것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사실 ‘민간조사제’를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15대 국회 때부터 있었다. 1999년 하순봉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공인탐정법’을 발의한 것을 비롯해 이상배, 최재천 의원이 유사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이인기, 성윤환, 이한성, 강성천 의원 순으로 유사한 법안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가결(可決)된 이인기 의원 발의안을 제외하면 결과는 신통치 않다.
 
  유사 내용의 법안이 13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감독부처 선정에 대한 관계 당국의 이견(異見), 이익단체의 반발 때문이다.
 
  이인기 의원이 발의한 ‘경비업법 개정안’은 민간조사원의 관리감독을 경찰청장 또는 지방경찰청장이 하도록 명시했다. 민간조사업은 범죄발견 가능성이 크고, 법률사무와 무관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직접적 관리·감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국적 조직체계를 가진 경찰청이 적합하다는 것이 근거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우리 형사법 체계와 맞지 않고, 각종 폐해가 예상되는 반면, 제도의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보여 반대한다”며 “한정 범위에 도입하더라도 업무의 준(準)수사적 성격상 법무부장관이 관리·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辯協, “국가가 민간업자에 準공권력을 주는 것은 직무유기”
 
  변호사 업계도 민간조사제 도입에 반대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노영희 변호사는 “민간조사관 속칭 사설탐정제도는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어 도입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협이 제기한 민간조사제 도입의 반대 이유는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 변호사는 “탐정 제도가 발달한 국가의 법체계는 영미법(英美法)이어서 대륙법 체계인 우리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안 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민간조사제 도입을 위해 법체계가 다른 국가의 입법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일정 조건에 국민에게 형사소추(刑事訴追)권을 부여한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검찰만 기소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국민의 신상정보를 사인(私人)이 ‘조사’라는 명목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행 우리 법제와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또 법정 시스템의 변화 및 증거 중심의 재판 진행을 위해서라면, 현행 법제하에서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의뢰해 사실조사 서비스를 받으면 됩니다. 변호사에게 조사업무를 의뢰할 경우 고(高)비용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조사업무와는 무관한 소송업무나 계약업무에 국한된 것이고,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수료생들이 대거 변호사로 양산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변협의 주장과 달리 ‘경비업법 개정안’을 보면 민간조사원의 업무범위를 ▲미아·가출인·실종자 소재파악 ▲소재불명 물건의 소재파악 ▲의뢰인의 피해확인 및 그 원인에 관한 기초사실 조사로 한정해 놓고 있다. 즉 법률사무 중심의 변호사 업무영역과 크게 중첩되는 부분이 없다. 경찰대 문경환 교수는 “민간조사제 도입은 변호사 업무 침범이 아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간조사제는 증거수집에 있어 변호사의 업무수행을 용이하게 합니다. 변호사 업계는 민간조사원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협이 민간조사제 도입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했으면 합니다.”
 
  한편 노 변호사는 “민간조사원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가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 여건상 아직 경찰이나 검찰 등 국가공권력에 의한 정보수집 활동조차 관련 법규정을 지키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공권력에 의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민간업자에게 국가공권력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그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찰 인력 보강이나 수사력 강화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고, 또한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공익의 대변자로서 보다 철저히 증거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유우종 회장은 “이미 다른 국가들에서 민간조사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법안 내용 중 민간조사원에게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정보접근권을 허락하는 내용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불법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지금처럼 난립하면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이 아니라 자격, 영업허가, 감독 등의 국가관리시스템을 통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관련법을 마련해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하고, 직업윤리기준을 강화하면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는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잃어버린 아이 찾는데 누구 사생활이 침해되는가”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초기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는 걸 안다”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채권추심대행은 ‘소재탐지’를 허용하고 있어요.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것이 돈 받는 것보다 덜 중요하단 얘기인가요. 미아, 실종자 행방을 찾는데 누구의 사생활이 침해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소모성 논쟁’은 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18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파행으로 회기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11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6835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회기만료로 모두 자동폐기된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민간조사업법’도 같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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