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을 거부하고 宮(자택)에만 숨어 있으면 대통령 될 가능성 0%
⊙ 20대 대학생, “뭘 하려는지 알려지지 않고 역동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
⊙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 “박 전 대표 만나 심각한 상황 전할 것”
⊙ 20대 대학생, “뭘 하려는지 알려지지 않고 역동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
⊙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 “박 전 대표 만나 심각한 상황 전할 것”

- 박근혜 전 대표는 비(非) 수도권에서는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그는 현재 박 전 대표(이하 직책 생략)가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이 관계자는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지난 18대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완승한 것은 40대가 그들의 손을 들어 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측근들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2040세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걸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머리 아프면 이마에 아까징끼(머큐로크롬액·이른바 빨간약), 배 아프면 배꼽에 아까징끼’ 하는 옛 농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소위 말해 친박 할아버지들(친박 중진의원)은 어떻게 해서든 박 전 대표를 볼모로 (의원) 배지를 한 번 더 달까, 어떻게 하면 총리나 장관을 한번 할까 이런 생각만 합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데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어요. 지금 20~40대의 여론이 어떤지 아십니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책 제목 《닥치고 정치》와 똑같습니다. 20, 30, 40대가 처한 고통을 모르는 한나라당은 닥치라 이거지요.”
10·26 재보선 이후 당 안팎에서 박근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확히 말하면 그 전에도 박근혜를 비판하는 당 내외의 목소리는 높았다. 다만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박세일(朴世逸)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보수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근혜로는 기성정치와 제3세력의 대결구도가 이어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친박 원로 “이러다 안되는 거 아니냐”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도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도록 신비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는 11월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박 전 대표는 매우 인기가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이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이 자꾸 해석론에 의존한다. 미소의 의미가 뭐고, 옷을 뭘 입었고, 머리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게 관심의 초점”이라며 “신비주의로 빠지는 양상이 민주정치와 정상적 정치를 넘어섰다. 우리는 과거에 그런 것(이회창 대선후보 시절의 대세론)을 두 번이나 겪어 봤는데, 나중에 시련을 겪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면 허무한 (패배) 결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소통을 거부하고 궁(宮·자택)에만 숨어 있으면 필패라는 것이다.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도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가 큰 위기인데도 친박계 의원들은 심각성을 크게 못 느끼고 있다”며 “당 해체수준의 변화 없이는 한나라당은 물론 박 전 대표도 어렵다. 야당의 인물들은 성장하는 데 비해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세론’에만 안주하지 새로운 인물을 육성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폐쇄적인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친박 원로그룹도 인식은 하고 있었다.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는 사석에서 “저러다가 안되는 거 아니냐. 나는 정치할 사람이 아니라 아무 부담이 없으니 조만간 이런 상황을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에게서는 위기감을 찾기 어렵다. 유권자가 따귀를 때렸는데 “크게 아프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재보선을 전후로 친박계 의원들은 몇 차례 머리를 맞댔다.
지난 10월 7일 금요일, 친박계 3선(選) 의원인 서병수(徐秉洙) 의원 주재로 친박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한 일식집에 모였다. 이날은 박근혜가 재보선 선거지원을 공식화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모임에서 생산성 있는 논의는 없었다. “재래시장만 돌아야 한다” “나경원 후보와 같이 다니면 안 된다” “후배 캠프에는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식의 정치공학적 접근만 난무했다고 한다.
김태환(金泰煥) 의원은 “박 전 대표와 통화할 일이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재보선 지원을 선언했다가 패배하면 상처를 입는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저는 지금까지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하면서 정치를 해 오지 않았다’며 총력 지원할 뜻을 밝히더라고요. 그런데 모임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의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나와 제가 대표와 전화 통화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그제야 좀 조용해지더군요”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친박 핵심 회의는 봉숭아학당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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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움직이는 의원은 항상 30~40명이나 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박 전 대표의 의도와 향후 행보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서병수 의원은 “우리가 무슨 조직적으로 주제를 가지고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교환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도 “특별히 나눈 이야기가 없다. 선거 끝나고 특별히 감지되는 기류나 이런 게 없었지 않으냐”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에게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그의 말이다.
“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두 지역 정도만 승리를 장담했지, 나머지 지역들은 열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선거지원에 나서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서울의 젊은 층의 민심이반을 인정하긴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에도 선거전 초반만 해도 박원순 후보가 10%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앞서 갔으나 선거 열흘을 앞둔 시점에는 초박빙까지 선거 판도를 변화시켰습니다. 박 전 대표가 순식간에 보수층을 결집했기 때문이죠. 결국 패배하긴 했지만, 그것은 우리 후보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이야기에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박 전 대표가 받아 든 성적표를 보고 ‘큰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을 텐데도 측근들 사이에서는 위기의식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 민심은 그동안 대선의 향방을 알아볼 수 있는 잣대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입장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직언하는 사람 있나요”
상황은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2040세대가 박근혜를 외면하는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친박 3선 의원은 사석에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10·26 재보선 지원유세 도중 20대 대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20대는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 물었죠. 그런데 대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해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역동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멍하게 있는데 한 학생이 묻더군요. 이런 문제점을 박 전 대표에게 직언(直言)하는 분이 있느냐고요. 웃고 넘겼습니다. 사실 친박 의원들은 이런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모두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데,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던 폐쇄성과 권위적인 모습이 20대 대학생들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었던 것이다.
친박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안철수 원장이 아니다. 바로 젊은 층이 박 전 대표를 기성정치인으로 퇴출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鄭斗彦)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그동안 ‘부자 몸조심’해 온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부자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박 전 대표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박 전 대표는 최근 성난 2040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행보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수첩공주’를 대화명으로 한 페이스북을 개설, 10·26 재보선 유세과정에서 만난 시민과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올리며 소통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최경환 의원의 ‘산업정책 콘서트’ 출판기념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만난 신동철(申東喆)씨는 “이번 선거운동을 하면서 박 전 대표는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들었다. 서민과의 접촉 면을 대폭 넓혔을 뿐 아니라 강도(强度)도 높였다.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방식이 기존과 많이 달라진 이유는 보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박 전 대표는 보수가 20~40대를 포용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박 전 대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종합상황 부실장을 맡았다.
박근혜 앞의 친박 의원은 고양이 앞의 쥐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가 권위적인 모습을 벗고 젊은 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측근들을 모두 소통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잖아도 본인이 소통에 익숙지 않은데, 측근들도 비슷한 유의 사람들만 모아 놓았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함께 움직이는 의원은 항상 30~40명이나 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박근혜의 의도와 향후 행보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박근혜 진영의 현주소다.
몇 달 전 친박 핵심인 유승민(劉承旼)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일화를 공개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 순방에 오를 때(2011년 4월 28일) 일입니다. 출국하기 전 대기실에 앉아 환담하는 박 전 대표 주변을 의원·지지자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더군요. 여러 신문에 이 광경을 담은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는데 이게 아니다 싶어 동행하는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에 좋지 않으니 귀국할 때는 VIP룸을 이용하지 말고 조용히 하시는 게 좋겠다’고 전하라고 했는데, 귀국 때도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더라고요.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던 의원에게 ‘왜 말을 안 전했느냐’고 따지니 도저히 말을 전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많은 활동 중 한 예에 불과하다. 친박 초선 A 의원이 한나라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 자격으로 강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위 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모노레일을 타고 스키점프장 시설을 둘러보려 하자, “이렇게 위험한 것을 어떻게 대표님이 타시나”라고 말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친박이란 사람들 눈에 박근혜는 이미 ‘궁궐 안의 나랏님’이나 진배없다. 이런 내용이 알려질 때마다 ‘궁궐안의 나랏님’을 결정해야 할 사람들이 수천 명씩 달아난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자리 눈독 들이는 사람만 설쳐
박근혜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정현 의원은 일찌감치 내년 총선에 광주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 10월 광주에서 출판기념회까지 가졌다. 박근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그는 한나라당 사무처 출신이다.
광주가 어떤 곳인가. 한나라당의 무덤이다. 그 나름의 계산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는 스스로 형극(荊棘)의 길을 자처하고 나선 유일한 측근이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근혜 주변에서 이렇듯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를, 쇼로라도 보여주는 장면이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박근혜나 그 주변에서 감동이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은 시리즈로 나타나고 있다.
친박계 의원 대다수는 영남권과 서울 강남 등 거의 ‘임명직’이나 다름없는 지역구 출신들이다. 깃발만 꽂아도 되는 곳들이어서 ‘중진(重鎭)’이 많다.
지금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또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꼭 친박에 국한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중진들의 물갈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눈만 끔벅거려도 표가 쏟아지는 곳에서는 굳이 유권자와 소통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중앙정치 지도자나 따라다니면서 대세의 흐름을 좇고, 이기면 얻을 자리가 없을까 어슬렁거리는 사람, 이것이 지금 유권자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비친 친박 중진들의 모습이다.
박근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말을 들어보면 김문수 경기지사 말 그대로다. 도대체 누가 해석을 해 주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11월 8일 기자들이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물갈이에 대해 물었다. “(개혁과 쇄신의)순서가 잘못됐죠.” 박근혜의 대답이다. 동쪽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동남쪽은 이쪽이다고 답한 것이다. 정치인은 때로 질문에 곧바로 답변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는 항상 이런 식이다.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는 같은 날 김영선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했다. 여기서도 그는 “정당정치의 위기가 온 것은 (정치가) 국민의 삶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체감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개혁은 국민의 삶에 직접 다가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 또한 “그래서, 그래서…”라는, 점점 톤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추가 질문을 낳는다.
이렇게 유권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데, 그 병은 고쳐지지 않는다. 측근 의원이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경제자문을 맡은 3선의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총선 불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국회의원이 되어야 총리를 하든 장관을 하든 박 전 대표를 도울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11월 9일 대구에서 지역 언론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꼭 이겨야 한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공천 기준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사람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고 했다. 또다른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진정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도 유권자다. 그런데 친박 의원들을 취재하면서 이에 대해 “현재로선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부 권력다툼도 치열
더구나 친박 의원들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등의 폭과 깊이는 박근혜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비례한다. 측근들의 충성경쟁은 누가 가르쳐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다른 구성원이 새로운 충성을 시도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고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게 된다. 다시 말해 충성경쟁은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없다면 벌어지지 않는다.
최근 친박 내부에서는 박근혜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이학재 의원과 직전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른바 문고리를 누가 잡느냐를 놓고 벌이는 긴장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펄쩍 뛰었다. 그는 “제가 이학재 의원과 소원해져서 얻을 게 뭐가 있는가. 이 의원과는 예전부터 가까웠다. 박 전 대표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 의원에게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넘긴 것도 저고. 이상한 말들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박 전 대표를 위한 사람들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모함”이라고 억울해했다.
친박 의원들 사이의 견제심리는 과거 대선캠프 때에도 있다. 당시 캠프에서 일을 도왔던 관계자는 “각각 남녀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金在原) 전 의원과 이혜훈(李惠薰) 의원의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만약(유정복-이학재 갈등)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와 비슷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당시 두 의원은 서로를 이명박 캠프에 미리 회의 정보를 흘리는 인물이라고 공격해 왔다는 전언이다.
요즘 새로운 컨트롤 타워는 崔炅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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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의원은 최근 친박계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로 부상했다. |
그러나 친박 내부에서는 박근혜의 부족한 스킨십을 대신하거나 친박계를 다독이는 구심점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좌장’은 아니지만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심축 부재로 외연(外延) 확대 작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늘어났지만, 적임자는 없었다. 3선 의원들은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4선인 박종근(朴鍾根)·이해봉 (李海鳳)·이경재(李敬在) 의원은 점잖은 중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6선의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나서기에 몸집이 너무 무거웠다. 누가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던 와중에 박근혜 측의 요청으로 가끔 자문에 응하고 있다는 교수와 가까운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아는 교수님이 박 전 대표에게 누구를 찾아가야 (박 전 대표를) 도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정치인이 아니니까 박 전 대표에게 허물없이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이에 박 전 대표는 최경환 의원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더군요.”
최 의원을 찾아가 사실 관계를 물었다. 그는 “조용한 데에서 티 안 나게 대표를 돕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전면에는 젊고 참신한 인물이 나서고 저희는 물밑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 관계자는 “요즘 최 의원이 박 전 대표와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가 ‘병 걸리셨어요’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을 때 밤늦게까지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뜻이 와전됐다고 해명에 나선 것도 최 의원이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9월 7일 ‘민생 행보’ 차원에서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고용센터를 찾은 자리에서도 기자들이 계속해서 안철수 교수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묻자 “병 걸리셨어요? 여기서는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과 복지 얘기를 좀 하죠”라고 말했었다. 그는 다음 날 곧바로 “어제 (인천) 고용센터에 도착했는데 아침에 국회에서 했던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취재진에게) 여기는 복지 때문에 왔으니 정치 얘기를 하는 것보다 복지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얘기가 됐는데, 어떤 분이 같은 질문을 해서 지나가면서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했다. 표현이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친박, 원론적 해법만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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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한나라당 김영선의원 출판기념회가 열린 가운데 박근혜 전대표와 홍준표 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친박 내 최다선인 홍사덕, 최근 계파 내 구심점 역할을 하는 최경환, 전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을 만나 박근혜 진영의 고민과 진로를 들어 봤다.
―서울에서 지고 대선에서 이긴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서울시장 보선은 박 전 대표에게 수도권과 20~40대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숙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홍=“아직 박 전 대표에게 제대로 말씀드린 사항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제도 정치권에 고개를 돌린 2040세대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그 연령층이 즐겨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식, 예컨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이버 공간을 총괄하는 플랫폼(platform)을 독자적으로 구축, 박 전 대표가 직접 그들과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사람의 가치를 중시한 정책을 내놓았는데, 젊은이들은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정책이 그 연령층에서 원하는 것인데도 말이지요.
종전과 같은 방식의 대선캠프나 경선캠프 구성에 대해 제가 진작부터 반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청년위원회 100개 만든다고 젊은 층이 지지해 줍니까? 종전과 같은 성격의 캠프는 제가 반대해서라도 못 차리게 할 것입니다.”
최=“20~40대들의 삶이 많이 불안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박 전 대표가 고용을 최상위 개념으로 내놓은 복지정책은 ‘2040’세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향후 세미나 등을 통해 보육·노인대책·교육비·전세금 등 그동안 마련할 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박 전 대표 정책의 진정성이 잘 전달된다면 20~40대 민심도 돌아설 것으로 봅니다.”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은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의 각론 격으로, 20~40대의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이 그 중심에 있다.
유=“2040세대를 잡기 위해 진정성이 떨어지는, 이벤트 냄새가 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행동들이 어필하겠습니까. 왜 젊은 세대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국회에서 예산을 통해 해결을 해주든지, 향후 정책에 반영할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그들의 소리를 듣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고려대 임혁백(任爀伯) 교수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무너진 한국정치, 어떻게 살리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정당에 대한 불신이 불신을 넘어 분노로 바뀌기 직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1% 기득권자들이 아닌 99%의 시민이 주권자이고 그 99%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실현해 주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의 실적과 정통성을 비교한 박종민(2011)의 조사에 의하면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일본, 대만에서 정치제도(의회·법원·정당·군대·경찰·관료)에 대한 신뢰가 민주주의 후진국인 태국·몽골·필리핀은 물론, 비민주적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보다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이는 언제든 이들 제도나 기구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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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에서는 박근혜가 권위적인 모습을 벗고 젊은 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측근들을 모두 소통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은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이 2008년 4월 11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무실을 찾았을 때의 모습. |
이 와중에도 친박은 박근혜 장점 찾기에 골몰
―박근혜는 물론 그 주변도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반드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성을 할 것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젊고 새로운 인물이 ‘간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측근들은 뒤에서 묵묵히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유=“추측에서 나오는 소리 같습니다. 친이 의원들과 박 전 대표가 차를 마시고 한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폐쇄적이라니요. 박 전 대표는 경선 패배 후 4년 동안 친박 의원들을 모은 자체가 없습니다. 조직 준비의 강화도 하지 않았고요. 폐쇄적이라는 말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충언을 하는 측근이 없다고 하던데요.
홍=“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면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겉핥기식으로 보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는 것 같긴 하지만 중요한 지적이니까 반성은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유=“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한 거 아닌가요?”
충언은 충직하고 바른 말이다. 솔직한 이야기란 뜻이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 양자대결 시 박근혜가 안철수 교수에 9.4%포인트 차이로 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관련, 서병수 의원과 얘기를 나눴다. 서 의원은 “기존 야권의 정치세력과 재야(在野)의 대표주자가 안철수로 단일화된다는 가정에서 한 여론조사인데, 그렇게 본다면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공고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물론 여론조사는 시각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 교수가 정치권과 언론의 세밀한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 야권과 재야 세력의 ‘대통합 후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서 의원의 해석이 전혀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가 역시 현재의 일시적인 지지율로 내년 대선에서의 승패까지 단정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논점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20%라는 난공불락의 성(城)을 쌓고 있는 ‘대세(大勢)’가 어떻게 오합지졸의 무리에게 무참히, 그것도 단 두 달 만에 무너질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하면 내년에도 어떤 변수에 의한 바람으로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패퇴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데 초점이 있다. 그런데도 친박들은 쓰러지고 있는 한옥에서도 금붙이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회창은 박근혜의 참고서
그렇다면 박근혜가 진정 살 길은 무엇일까.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친박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 아는 얘기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답은 나와 있죠. 이명박 대통령이 왜 맨날 민심과 거꾸로 가는 엉뚱한 인사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본인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주변 사람만 끌어다 쓰고, 아랫사람은 누구도 거기에 제동 걸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기말 현상이지요.
그런 현상이 박 전 대표에겐 벌써 찾아왔지요. 누구도 박 전 대표가 물어보기 전에 말을 안 합니다.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죠. 그만큼 박 전 대표가 벌써 권력이 돼 있다는 말입니다.
측근들의 이런 태도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게 그들이 지금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처세의 지혜’였으니 말이죠. 그러니 누가 바뀌어야 하겠습니까. 본인이죠. 직언하는 사람을 찾아 자꾸 대책을 묻고 움직이고, 유권자와 소통할 길을 찾아야지요.
본인이 그런 자세를 가진다면 그런 스킬(skill)을 제공할 사람은 넘쳐납니다. 이것도 정말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가 없이는 쇼로 비치지요. 죽으려고 할 때 사는 것입니다.”
친이계 중진도 “박근혜는 뉴박근혜 플랜을 마련하지 않고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 대선의 역사만 살펴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세 압니다. 이회창처럼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회창 때 어땠습니까. 다 먹었다고 군림하면서 측근들이 자리 찾기 경쟁만 벌이지 않았습니까. 플러스의 정치를 하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나중에 자기 몫이 작아질까봐 배척하지 않았습니까. 또 질 것이 뻔한데도 ‘숨어 있는 5%’라는 기괴한 논리로 아부하는 무리들에 둘러싸여 정신 못 차리지 않았습니까. 젊은이들과 젊은이들 언어로 소통할 생각은 않고,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몰려나올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다 답이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박근혜를 비방한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한달간 적어 놓았다가 그 사람들만 빼고 대선을 치르면 이길 것입니다.”
“한나라당, 절대 집권 못한다”
그런가 하면 장기표(張琪杓) 녹색사회민주당 대표 같은 이는 박근혜 개인보다 한나라당이 잘못돼 있어 한나라당을 없애지 않고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절대 집권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당명, 당원 모두 바꾸고 정책도 전부 백지화하면 모를까, 그러지 않으면 국민이 믿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는 한나라당은 자연수명이 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박근혜씨가 누굽니까. 한나라당의 원조 아닙니까. 그런 이미지로는 잘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중심으로 가면 정권은 민주당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박세일 신당에 동참하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박근혜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10·26에서 보여준 민심의 경고를 알아차리느냐 못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그의 길은 여러 갈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