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전거 종주기 ⑧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항해가 있다

  • 글 : 문종성 자유기고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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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거리며 게임을 하고, 더우면 수영을 하고, 갈증 나면 시원한 콜라 한 잔 들이켤 수 있는 지금, 이곳이 지상낙원이다.

⊙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다르에스살람 수산시장
⊙ 통고니 해변은 몰래 나만 기억하고 싶은 잔잔한 매력이 있는 곳
⊙ 구호단체의 물품을 빼돌려 파는 블랙마켓도

文鐘星
⊙ 30세.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6년간 약 80여 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하기로 마음먹고
    2007년 5월 미국 뉴욕에서부터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 북미와 중남미를 거쳐 현재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여행 중.
⊙ 저서 : 《비전청년의 세계일주 - 자전거 타고 쿠바여행》 《라이딩 in 아메리카》
    《일생에 꼭 한 번 가 봐야 할 곳, 멕시코》.
다르에스살람 수산시장의 풍경.
사람들 사이에서 기분 좋은 짠 내로 흥건하게 젖어든다. 코발트빛 블루가 짙게 퍼진 바다 위에 아프리카 특유의 야성적인 생동감이 넘친다. 여명이 밝아질 때쯤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들더니 이내 자리를 잡고 주어진 일에 몰두한다. 노동으로 다져진 근육과 오랜 칼질을 해 온 거친 손마디, 요리하느라 이리저리 바쁜 손과 오랜 시간 앉아 생선에 집중해 있는 시선. 저마다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한명 한명을 보면 인물화지만 모아서 보면 다시 하나의 풍경화가 된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떤 이는 노래를, 또 어떤 이는 옆 사람과 큰소리로 잡담을 나눈다.
 
   새벽을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언제나 낙천적이기 마련이다. 스와힐리어의 원초적인 리듬이 부드럽게 귀를 간질인다. 고된 노동에서 찾는 그들만의 소박한 즐거움이리라.
 
  항구를 드나드는 배에선 연방 풍부한 해산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도양을 끼고 도는 천혜의 자산을 옛 선조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 다르에스살람과 잔지바르 항은 인도인과 아랍인들의 무역항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해산물을 유통시키는 메카이기도 하다. 거주하는 무슬림이 많기에 그들의 율법에 따라 먹지 않는 어류(魚類)와 갑각류(甲殼類)도 있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메트로폴리탄에선 그만큼 소비하는 계층도 많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여객터미널이 있는 포스타(Posta) 근처의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다르에스살람 수산물 시장은 갓 잡은 질 좋은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명당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과연 그랬다. 우리나라 수산물 시장에서 보기 힘든 종류와 크기의 각종 해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소비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시장은 소통 창구다
 
다르에스살람 수산시장의 상인.
  “갈치 있어요. 꽃게 필요해요? 오징어 보세요. 여기 싸고 좋은 물고기!”
 
  여기저기 서툰 한국말이 들려온다. 교민들과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자원봉사자들을 상대로 한 상인들이 생선 이름을 외워 두었다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시장의 꽃은 역시 흥정이다. 흥정은 합리적인 가격 도출을 위한 필수 과정인 동시에 현지인과 잡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창구가 된다.
 
  처음엔 킬로(kg)당 우리 돈 1만~2만원 하던 것이 어느 새 몇 천원까지 떨어져 있다. 어린 시절 목포 앞바다에서 양파를 썰어 넣은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던 꼬막보다 두 배는 큰 꼬막 1kg을 단돈 2달러에 구입한다. 이러니 상인도 함박웃음이고 나도 도무지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뿐만 아니다. 오징어와 조개, 도미와 꽃게, 새우와 문어를 4인 기준으로 구입했는데 우리 돈 2만원으로 해결되었으니 만선의 꿈을 이룬 어부 부럽지 않다.
 
  경품응모에 당첨된 것마냥 콧노래가 나오고 기분이 들뜬다. 더 필요한 물건이 없나 둘러보는 사이 자전거에 무엇인가 살짝 부딪힌다. 왁자지껄한 시장 구경하느라 돌렸던 고개를 바로 해 보니 남루한 행색의 중년 남자가 땅에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주저앉아 있다. 표정이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맞은 원정팀 팬처럼 넋이 나가 있다. 누가 봐도 아주 경미하게 부딪힌 정도다. 그러니 그 과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당연지사다. 옆에 친구가 마침 절묘한 타이밍이란 듯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당신 자전거에 내 친구가 사고를 당했군요. 보다시피 넘어져서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치료비를 주셔야겠네요.”
 
  땅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는 여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다. 상황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든다. 주위를 둘러본다. 다들 큰 관심이 없다. 수많은 시선 중에는 ‘저 친구가 과연 걸려들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나는 즉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전거를 세워 두고 남자를 부축했다. 남자는 굳이 일어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거듭 사과의 제스처와 함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말려들지 않도록 침착해야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조그만 사고라도 사람들이 금방 모여들고 현장에서 인민재판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방인이란 이유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지만 이방인이기에 되레 호의를 베풀어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복불복이다.
 
 
  해물탕으로 달랜 고향 생각
 
  친구는 계속 합의금을 요구한다. 명명백백한 나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원군이 있었다. 이 장면을 계속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상인들 칼을 갈아 주는 남자다. 그는 적극적으로 내 편이 되어 주었다.
 
  “그만 좀 귀찮게 하세요. 딱 봐도 살짝 부딪혀 아무런 상처도 없어 보이는데 사람들 많은 데서 이 무슨 추태입니까? 외국인 양반 당황한 거 안 보이십니까?”
 
  스와힐리어라 해석은 못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다. 나는 그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는 나에게 행여 피해가 가기 전에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손짓한다. 보는 눈이 많아 오래 있어 봐야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득 될 거 없다는 투다. 나는 다시 한 번 미안하다며 넘어진 남자를 부축하고는 멀찍이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쓰러진 남자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더니 아무렇지 않게 가던 길을 가는 것이다. 친구도 나를 스윽 보더니 전혀 따지는 기색이 없다. 스와힐리어를 할 줄 모르고 현지 사정에 우매한 동양인이니 시비에 걸리면 좋고 안 걸려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몇몇 상인들은 나에게 ‘뭐 어쩌겠나?’ 하는 옅은 미소를 보낸다.
 
  다행히 억지를 부리거나 하는, 우려했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프리카인의 서툰 행동을 보니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불쾌함이 아니다. 안타까움이다. 작은 우연한 사고에도 대가를 바라야만 하는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그들이 돈을 요구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삶의 배경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다.
 
  자전거에 해산물을 잔뜩 싣고 돌아오는 길에 돌아본 수산물 시장은 여전히 바쁘고 활기가 넘친다. 나는 곧바로 초대받은 코이카 단원 집에 가 오랜만에 해물탕 솜씨를 뽐냈다. 이국에서는 귀하디귀한 된장과 고추장을 잔뜩 풀어 얼큰한 국물맛으로 고향생각을 달랬다.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먼 이국땅에 와 봉사하는 멋진 청년들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아프리카의 정취를 만끽했다. 오랜 여정에 지쳤는지 맛도 좋고 씨알 굵은 해산물이 담소의 기쁨을 더해 준다.
 
  나는 이 맛에 감읍해 며칠 후 다시 수산시장을 찾았다. 날 알아본 상인들이 웃는 낯으로 반겨 준다. 흥정을 잘한 기억 때문인지 바가지 씌우려는 시도가 현저해졌다.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롭게 협상에 임할 수 있었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풍성한 해산물들을 구입해 또다시 코이카 단원들과 교제를 나누었다.
 
  그때 그 남자는 볼 수 없었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시 만나면 시장통 옆 작은 간이식당에서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나눌 기회를 가지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우연은 좀체 오지 않는다. 수산시장은 여전히 활력 넘치는 생의 터로 아프리카 특유의 거친 땀 냄새가 배어 있다. 뒤에서 아쉬움에 나를 부르는 소리 중 몇은 자꾸 숫자가 줄어든다. 과소비 욕구를 가만 누르고 짐짓 미소 짓는다.
 
 
  공정여행 하기
 
통고니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우선.
  다르에스살람을 마주하고 있는 키페페오(Kipepeo) 해변은 관광객들이 찾는 비교적 저렴하고 깔끔한 휴양지다. 결곱게 정리된 백사장에는 여름바다를 이용해 더위를 잊으려는 방문자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현지인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정작 현지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호텔이 들어서면서 조망권을 소유하며 현지인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자연을 마음껏 누릴 권리까지 앗아 가 버렸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바다에서 신나게 멱을 감았을 마을 사람들은 이제 해변 안에서 잡상인이 되어 눈치 보며 조악한 기념품을 팔거나 혹은 해변을 겉돌면서 추억으로만 마음의 고향을 만날 수 있다.
 
  코이카 단원들과 함께 고아원 아이들을 데리고 이 해변을 찾았다.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마음이 어려울 녀석들과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깔깔거리며 게임을 하고, 더우면 수영을 하고, 갈증 나면 시원한 콜라 한 잔 들이켤 수 있는 지금, 이곳이 지상낙원이다. 이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비싼 다른 투어 프로그램도 많다.
 
  하지만 현지인과 어울리면서 현지인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최근 유행하는 ‘공정여행’을 택했다. 광의의 의미에서 보면 여행자가 조금 더 손해 보더라도 자연을 보호하고, 현지인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여행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목요일을 골라 아이들을 데려오고 현지 구경을 시켜 준 것이다. 물론 대절한 버스도 전문 투어회사가 아닌 현지인 소유의 버스로 계약을 했다.
 
  키페페오에서 고아원 아이들과 어울린 시간은 분명 의미 있었고 즐거웠다. 나는 한 번 더 이것과는 성격이 다른 한적한 곳에서 느긋한 휴식을 보내며 지내길 원했다. 그런 면에서 수도 다르(Dar)로부터 차로 6시간 떨어진 탕가지역에 위치한 조용한 해변 통고니(Tongoni)는 아무도 몰래 나만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잔잔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작은 다우선 한 척 빌려 두어 시간 항해를 하며 바닷바람을 쐬는 것이 꽤 낭만적이다. 원래 이 지역으로 여행자가 방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워낙에 외진 곳인 데다 여행을 위한 제반 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하나 선주에게 약간의 사례비를 쥐여주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항해를 즐길 수가 있다. 어차피 고기를 잡지 않아 배를 놀리는 입장에선 원하는 손님을 태우는 게 이득이다. 시골의 순수함이 있기에 까탈 부리며 흥정하려 들지 않는 점도 고무적이다.
 
  3달러면 된다. 더 많은 수고료를 쥐여주지 않음은 이곳을 사람 사이의 정을 물건 거래하듯 딱딱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고, 행여 있을지 모를 다음 손님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우가 없어 선례를 잘 남겨야 했다. 그렇더라도 이들은 두 시간의 수고로 하루 일당을 벌게 된다. 정형화된 형식을 탈피해 의외성이 가미된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현지인과의 즉흥적 소통은 여행 본연의 즐거움을 찾게 해 준다.
 
 
  도서관 출입증
 
탕가에서 빈민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가 출입증을 만들고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 코이카 김현임 단원.
  배를 빌려 항해를 마치고 나서 탕가로 돌아왔다. 빈민촌 아이들에게 가기 위함이다. 본인의 봉사일도 바쁜데 남는 시간에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 코이카 단원이 있어 함께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다. 단순히 후원하고, 놀아 주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아이들 편에서 필요한 것들을 도와주는 열정 어린 모습에 자극이 된다.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도서관 출입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빈민가 아이들이 도서관 문턱을 넘기에는 절차가 간단치 않다. 이 문제를 김현임 단원이 해결해 주고 있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공부한 것을 토대로 사회가 정해 놓은 매뉴얼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기보다 더 건강한 자연속의 삶을 꿈꾸며 스스로 뜻한 바가 있어 아프리카 봉사 현장에 뛰어든 그녀는 본인의 일과 시간 외에도 휴일에 스스로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 도서관 출입부터 가정 방문, 학습 도우미까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첫 도서관 출입증이 나온 날, 아이들은 가장 먼저 만화로 그려진 책들에 흠뻑 매료되었다. 학습만화에도 그저 신기한 채 새하얀 덧니를 드러내며 싱글벙글이다. 밖에서는 늘 장난만 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뚫어지게 책을 들여다보며 집중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우리는 아이들의 집을 방문한 이후 도서관, 해변을 데리고 다니면서 놀아 주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늦은 오후가 되어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는 과일을 잔뜩 사서 택시 편으로 아이들을 보내 주었다. 다섯 가정이 한 집에서 살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다. 표정을 보니 잠시나마 외출을 통해 남루한 현실을 잊은 듯 보인다. 조그만 마음이라도 진심이 전달되었다면 감사한 일이다. 김현임 단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아름답게 섬기고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고니 해변 등에서처럼 공정여행을 접목해 의미를 찾는 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다. 나는 그녀에게 친절과 배려에 대해 배운다. 그 효과는 아이들의 미소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찰 여행 중인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이곳 아이들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람만큼 대접 받는 아프리카의 가축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단원들이 선물한 공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
  “이 모기장이 정말 이상이 없는 것인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유통시키는 것이니 절대로 그럴 일 없습니다.”
 
  불편한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하는 남자는 자못 강경한 태도였다. 나는 일부 모기장을 박스에서 꺼내어 확인해 보았다. 아프리카에서 판매되는 모기장은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스퀘어 형과 라운드 형이다. 그가 가져온 것은 스퀘어 형이다. 네 곳의 모서리에 줄을 연결해 실내에 모기장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모기장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교적 튼튼했으므로 이만하면 현지인들이 좀 거칠게 다루더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특별히 이번 모기장 구호에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이강호 선교사와 연합해 하기로 했다. 그는 탕가 지역 빈민가를 중심으로 십여 년간 우물을 파고, 농장건설, 식품배급 등의 구제 활동을 해오던 차였다. 그 때문인지 빈궁한 지역에선 모기장 구호를 위 한 방문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프리카 구호 활동에는 최소 두 명이 필요하다. 한 명은 통역, 그리고 또 한 명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현지 코디네이터 섭외가 중요하다. 우리는 마을 목사님을 신뢰하기로 했다. 오지 마을은 보통 경찰이나 학교장 등이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대신 추장이나 주술사를 포함한 종교 지도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이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모기장 설치를 위한 사전 조사를 통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빈곤한 키카푸(Kikafu)와 음파카니(Mpakani)를 도와줄 마을로 정했다. 한편 고맙게도 탕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개발 봉사를 하고 있는 코이카 단원 6명이 휴가를 내면서까지 봉사에 참여해 주었다. 주로 사무실 업무를 하는 자신들에게 이번 경우는 현지인과 직접 살을 맞대며 봉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란다.
 
  마을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수도는 고사하고, 변변한 우물 하나 없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연못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연못이라는 것이 가히 상상할 수조차 없이 오염된 식수라는 게 문제다.
 
  한눈에 봐도 도저히 마실 수 없는 물이다.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물 흐름이 원활치 않기에 시커먼 부유물들이 떠다니고 그나마 가축들도 물을 같이 이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축들은 귀하디 귀한 재산목록이자 최후의 식량인 까닭에 사람만큼 대접 받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연못에 젊은 처녀들과 아낙네들이 물을 길으러 왔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잠시 경계하더니 이내 의심을 거두고 물가로 와 물을 퍼 담기 시작한다.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 물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은 짧은 스와힐리어와 서툰 동작으로 이루어진 나의 걱정 어린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와 한 손에 물통을 들고 유유히 자리를 뜬다. 참으로 위태로운 모험처럼 보였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다. 심지어 그들은 퍼 담은 물을 한 모금씩 마시기까지 한다. 무엇이 이들을 질곡의 환경에 구속시켰을까. 해마다 수많은 구호단체에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 주고 있지만 여전히 물을 필요로 하는 모든 마을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물을 통해 수반되는 각종 질병에도 속수무책이니 그 어떤 구호활동보다 물에 집중하는 구호 단체들의 절박한 현장사업에 이해가 간다.
 
블랙마켓을 통해 거래되는 공짜 모기장과 모기장 구호에 기꺼이 힘을 보태준 코이카 단원들.
 
  모기장으로 본 아프리카 구호의 문제점
 
  연못에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모기장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처음 두 박스에서 이상 없던 모기장이 세 번째 박스부터 실로 당황스런 장면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Free Net, Not for Sale!’
 
  모기장 포장지엔 분명히 큼지막하게 팔지 않는 물건이라고 찍혀 있었다. 구호단체에서 준 물건임이 분명하다. 다음 박스도, 그리고 다음 박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순간 고민에 휩싸였다. 중간 상인이 우릴 속인 것이다.
 
  우리는 고민에 휩싸였다. 기증받은 구호단체 물건을 빼돌려 블랙마켓에서 불법 유통된 모기장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과정이 잘못되었기에 도움보다는 다시 모기장을 회수해 환불조치하고 업자를 고발하는 게 나은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여러 의견이 오갔다. 구호 활동도 중요했지만 과정 역시 민감했다. 과정이 건강해야 비로소 일의 완성이 의미 있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구호 물품 블랙마켓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추측된다. 나는 이후에도 아프리카 곳곳에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나 기타 구호단체 등으로부터 후원받은 모기장을 다시 암암리에 재판매하려는 상인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선진국으로부터 무상으로 지급받은 정부 부처와 블랙 커넥션을 이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모기장을 사들인 다음 다시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황을 잘 모르는 또 다른 구호단체나 자선 사업가들에게 팔아 넘기고 있었다. 모기장이 필요한 단체에 현지 모기장 공장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흥정을 걸어오는 것이다.
 
  구호 단체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유야무야 넘어간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전달했다는 사실만 후원자들에게 공표할 뿐 제대로 분배,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도 허술하고 확인할 방법 역시 없다. 다른 구호 활동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인력 문제가 크다.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소수의 직원으로 수천 개 마을과 수십만 명의 사람을 일일이 데이터화해 시스템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 이 기반을 다지는 데만도 적잖은 시일과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할뿐더러 지형이 험하고, 언어의 장벽도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현지 사정에 밝고 언어가 통하는 현지 고용인을 믿어야 한다. 설사 그들이 어떤 구호 프로젝트에 대해 거짓 자료를 만들어 부당이득을 챙기더라도 본사에서 날카롭게 분석해 판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구호 현장은 신뢰가 뒷받침된 커뮤니케이션이 최대 덕목이다.
 
  우리는 우선 급한 일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모기장을 모두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둘씩 짝지어 각 가정에 모기장을 치기 시작했다. 어떤 집에서는 할머니가 오렌지를 쥐여주며 고마움을 표하고, 어떤 집 할머니는 연방 눈물을 훔친다. 어떤 이는 굳이 자신이 먹어야 할 옥수수를 꼭 받아 달라며 건네기도 하고, 품에 달려들어 와락 안기는 아이들은 행복한 자신들을 봐 달라는 투로 내 손을 자신의 볼에 비비고는 마냥 웃는다.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 무력했던 오지 마을에 따뜻한 기운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눈빛에서 느끼는 사랑
 
  아이들은 얼굴 하얀 외국인들이 와서 일하는 게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쫓아다닌다. 일부는 아예 도와주겠다고 신나서 아우성이다. 한집 한집 모기장을 칠 때마다 마주치는 눈빛에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간혹 가난한 마음에 자신의 집에 쳐 달라고 급히 조르는 이들도 있지만 웃는 낯으로 조금만 기다리라 하면 이내 멋쩍은 듯 웃으며 수긍한다. 깊은 주름에 켜켜이 묵혀 온 마음들에 때묻지 않음을 본다.
 
  코이카 단원들은 자신들의 생활비를 모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학용품 세트를 따로 준비했다. 공책 하나, 펜 한 자루 구입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겐 큰 선물이다. 거기다 센스 있게 구구단을 공책에 붙여 주었다. 때 묻은 교복 참 멋진 대한의 청년들이다.
 
  종일 먼지를 마시고, 땀을 흘리며 모기장을 쳤다. 목표치를 거의 이루자 하루해가 넘어간다. 모두의 표정에 감사함과 행복함이 넘쳐난다. 하루 종일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며 뜻깊은 봉사활동을 마감한다. 이강호 선교사 역시 형편이 좋지 않은 현지인들과 나눌 수 있어 기분 좋은 웃음을 짓다가 중간에 모기장을 거짓으로 판매한 이를 만나자 표정이 엄해진다. 원칙주의자인 그는 “너희들이 뒤로 빼내어 불법으로 팔아넘기기에 원래 도움을 받기로 한 무고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따끔하게 혼을 낸다. 그는 말없이 고개만 푹 숙인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돕는 과정 역시 정직해야 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흔히 아프리카 5대 구호활동으로 우물, 교육, 의료, 에너지, 식량 등을 꼽는다.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검은 대륙은 총체적 난국이다. 그러나 구호 단체들이 열심으로 하면서 차츰 메마른 땅에 생기가 돌고 있다. 일단 어느 정도 관심끌기에는 성공했다. 아프리카 구호를 위한 수많은 단체의 모금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과 정성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공정한 구호가 요구된다. 이것은 봉사자들의 의무이자 후원자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안개속에 사는 사람들
 
루쇼토의 숲길. 도보로도, 자전거로도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더웠던 하루가 지나고 광야에는 붉은 노을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선선한 바람이 잔뜩 오른 얼굴의 열기를 식혀 주며 탕가에서의 땀 흘린 시간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치환하고 있다. 자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할머니의 미소가 아른거리는 걸 보니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막연한 낭만만은 아닌 듯하다. 아프리카를 향한 나눔과 도움은 지금, 나부터 시작한다면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난 그런 작은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높은 고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싱그러운 녹색 빛이 사방으로 퍼지니 삿된 마음 다 녹아 없어진 듯하다. 친환경 여행지로 입소문난 루쇼토(Lushoto)에서 나는 라이딩으로 고단해진 몸과 마음의 휴식을 원했다. 아기자기한 폭포와 언덕들, 산을 이용한 각종 트레킹, 하이킹 코스, 건강한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건물들. 인공미에 질린 이들에게 루쇼토는 자연과 교감하며 벌거벗은 인간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된다.
 
  루쇼토를 들르는 여행자라면 누구든지 이렌테 뷰 포인트(Irente view point)로 가는 미니 트레킹을 선호한다. 양쪽에 열을 지어 서 있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흙길을 밟는 건강함이 매혹적인 길이다. 더욱이 길 중간 중간 뜻하지 않게 만나는 아이들에게서 순박한 미소를 볼 수 있다. 어떤 녀석은 숯을 팔기 위해 조심스레 나를 부른다. 그러고는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워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다 보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교복 입은 아이들 역시 쑥스러운 얼굴로 웃음을 참으며 내 곁을 지나간다. 나뭇가지를 한데 모아 제 머리에 이고 가는 대여섯 살짜리 아이들을 보면 귀엽다가도 마음이 아련해짐은 어쩔 수가 없다. 길이 거의 끝날 무렵엔 유기농 식품으로 허해진 속을 달랜다. 땀을 식히며 먹는, 직접 집에서 만든 신선한 빵과 주스로 여행의 방점을 찍는다. 그런 소박한 즐거움과 애틋함이 있는 길이다.
 
루쇼토 미니 트레킹 때 만난 학생들.
  트레킹을 마치고 루쇼토 여행자센터에 갔더니 에릭이라는 친구가 반색한다.
 
  “친환경 여행지에 온 걸 환영하네. 틀림없이 루쇼토가 자네에게 멋진 곳으로 기억될 걸세.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로 아프리카 여행 중이라니 자네에게 특별한 투어 프로그램을 알려주지. 바로 이곳 루쇼토에서 킬리만자로가 보이는 모시까지 5박6일로 가는 하이킹 코스가 있거든. 산길을 따라 오프로드를 타고 가는 자전거 여행이니 자네에게 딱 맞는 투어가 아니겠나? 중간에 현지인들의 독특한 삶도 보고 말야. 원래 600달러이던 것을 자네에게만 특별히 500달러만 받음세.”
 
  손님이 많이 찾지 않았던지 그는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정적으로 자전거 투어를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도 곤란한 사정이 있다.
 
  “저기, 미안하지만 어차피 내 자전거로 모시까지 가야 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내 자전거로 산악 라이딩을 할 거고요. 그런데 굳이 돈 주면서 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이 투어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난 내 자전거로 거길 가야 하거든요.”
 
  다음날 새벽, 나는 음타에(Mtae)로 향했다. 루쇼토에서 차로 네댓 시간을 더욱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듣기로는 안개로 뒤덮인 완벽한 침묵이 매혹적인 고즈넉한 산꼭대기 마을이란다. 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무릉도원이다. 비록 전기와 편의시설들이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문명에 찌들지 않은 너무나 순박한 사람들의 온기가 있는 곳이다. 차로, 자전거로 하루 종일 이동해 도착해 보니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만화영화 머털도사에 나오는 절벽 끝의 성처럼 마을이 꼭 그 모양을 닮아 있다. 하루에 차 한 대 다니지도 않기에 동네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구경하는 게 낙일 정도다.
 
음타에에서 만난 아이들. 순박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루터교 신자들의 관악기 공연. 예배 때와 경매 때 연주한다.
  아침이면 안개가 온 마을을 덮어 기기묘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새소리에 귀를 쫑긋 세울 수 있다. 전기가 부족한 까닭에 마른 나무로 불을 피우고, 철저하게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삶을 영위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단어 그대로 ‘자연스럽다’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곳에 배어 있는 건강함이 좋다.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하루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여행자만이 찾는다.
 
  루터 교회에서 운영하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저녁이 되어 동네 음식점을 찾았다. 먹을 거라곤 쌀밥과 감자튀김, 야채, 고기 한 점이 전부지만 외딴 곳에서는 이런 음식도 감지덕지다. 여기에 콜라가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식단이다. 평화로움 속에 방심했던 걸까. 나는 포만감에 젖어들어 행복해하며 고요한 밤길을 걸었고, 숙소에 도착했을 땐 미련하게 가방을 놓고 왔음을 깨달았다. 가방엔 여권, 지갑, 노트북, 외장하드 등 중요한 물건이 모두 들어있었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부리나케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내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함나 시다(Hamna Shida, 문제 없어요)! 당신이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지요. 우리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아요. 당신의 여행은 모두 잘될 겁니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다 잘될 거예요)!”
 
  주인 남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가방을 건네받았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남자는 자신의 배려를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며 서툰 영어로 말한다.
 
  “우리 마을은 모두 좋은 사람들만 있어요. 꼭 그렇게 기억해 주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 주세요.”
 
  음타에에는 100년 전 독일 루터교 선교사들이 들어와 세운 교회가 하나 있다. 이슬람교 세력이 강한 해안지방과 달리 산악지역엔 오래 전부터 포교활동을 해 온 덕에 기독교가 상대적으로 많이 전파되어 있다. 루터 교회에서는 일요일마다 예배를 본다. 평소에는 조용한 마을인데도 일요일이면 어디서 모였는지 수백 명의 신자가 교회를 가득 메운다.
 
  예배의 특징은 나눔에 있다. 가난한 마을이라 모든 신자가 돈으로 헌금을 낼 수는 없다. 해서 어떤 이는 닭이나 달걀을, 어떤 이는 바나나나 다른 과일들을, 어떤 이는 곡물을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물로 드린다.
 
  그런데 이것을 교회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예배가 끝나면 모든 신도가 교회 뜰로 모인다. 이때부터 사회자가 진행을 하며 소위 경매를 한다. 한 신도가 헌물한 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신도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도 간에 나눔이 된다. 이득을 보려는 것이 아닌 나눔에 가치를 두고 있기에 모두에게서 행복이 터져 나온다. 비록 물질적으론 가난해도 이 순간만큼은 결코 가난하지 않은 까닭이다.
 
  나도 경매로 바나나 한 손을 구입한다. 더 구입하고 싶지만 식량이 필요한 다른 주민들의 형편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경매에 참여하자 유례없이 박수가 터지며 다들 자신들의 공동체에 참여해 준 걸 기뻐해 준다. 단돈 200원으로 받는 너무 큰 환대다. 고맙기 그지없다. 모든 경매가 끝나자 관악기로 축하곡이 울려 퍼지고 한바탕 질펀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거친 뒤에야 다음주 만남을 기약한다. 이 잠잠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일주일에 단 한 차례 볼 수 있는 최고로 요란한 퍼포먼스다.
 
  음타에는 여행자가 단기로 머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는 아니지만 한 달 정도 책을 쌓아 놓고 머물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방 한 칸 빌려 마을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며 직접 생활에 필요한 노동을 하는 것도 좋을 성싶다. 분명 아프리카에서 가장 마음을 놓고 쉼을 허할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인터넷도, TV도, 즐길 유희거리도, 전기도, 다양한 먹을거리도 없다. 그런데 끌린다. 몸의 모든 기관이 문명에 찌들어 있다가 이렇게 청정한 곳을 찾으니 내재되어 있던 자연과 합일하고픈 욕구가 반응하는 것이다. 심심하다 싶으면 가끔 걸어서 두 시간 거리의 산을 하나 넘는 것도 좋겠다. 그리하여 맘보 뷰 포인트란 곳에 이르면 유럽에서 이주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몸소 실험하며 친환경 롯지(숙소)를 세운 백인 노부부를 만날 수도 있다.
 
  나는 일반 방문자들이 1박2일로 끝내는, 아무 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그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산길을 걸으며, 몸을 자연에 맡기는 걸로 5일을 보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아침이슬이 채 마르기 전 나는 다시 루쇼토로 내려와 계속해서 모시를 향해 자전거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탄자니아 최고의 여행지 킬리만자로 산과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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