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화감독을 만나다

<써니>의 강형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

  • 글 : 임도경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  
  • 사진 : 조준우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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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속스캔들> 제작비 대비 300% 수익 기록. <써니>도 그 못지 않은 수익 낼 듯
⊙ 진부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일깨우는 인간사 이야기
⊙ 음악적 요소에 많은 비중 두고 제작

임도경
⊙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同 대학원 언론학석사, 경희대 언론학박사.
⊙ 중앙일보 뉴스위크 한국판 편집장. 現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한국영상자료원 부원장.
강형철 감독(37)이 자신이 만든 영화제목처럼 ‘과속’을 하고 있다. 2008년 데뷔작 <과속스캔들>이 역대 한국영화 흥행 8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이더니, 3년 만인 올 4월 선보인 두 번째 작품 <써니> 역시 흥행 10위권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기록은 강우석, 강제규,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한국영화계의 대표급 스타감독들도 이루지 못한 꿈 같은 일이다. 더군다나 <써니>는 <쿵푸팬더2> <캐리비언의 해적4> <엑스맨 퍼스트클래스> 등 여름시장을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맞대결을 통해 세운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다.
 
  <과속스캔들>은 총제작비 47억원을 들여 300%의 수익을 거둬들였고, <써니>(총제작비 약 70억원) 역시 이에 못지않은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제작비만 130억원을 들여 만든 <해운대>는 1145만명을 모았지만 투자수익률은 60% 정도였다. 이 정도면 강 감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만하다.
 
  강 감독이 충무로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유수 대학 영화학과 출신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유명감독 연출부 경력도 없다. 용인대학교 영상영화학과를 졸업한 것이 데뷔 전 경력의 전부이다. 세속의 눈으로 본다면 영화계의 마이너리거인 그가 한국영화계를 흔들고 있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법하다.
 
 
  <써니>는 복고적 향수와 현대적 감수성 결합
 
  영화평론가들은 <써니>가 복고적 향수와 현대적 감수성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성공했다고 평하고 있다. 1980년대 소녀시절을 겪은 40대 주부 7명의 이야기인 <써니>는 현재와 소녀시절을 절반씩 교차편집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와 현실을 분리시키지 않은 채 25년의 세월을 오가는 스토리텔링이 흥미롭다.
 
  <써니>가 진부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일깨우는 인간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전작 <과속스캔들>과 다름없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평범한 주제를 택해 강 감독 특유의 요리법으로 감칠맛을 더한 영화에 관객은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요리법 중 음악적 요소는 특히 비중이 크다. 강 감독은 이 영화 속에 당시 히트팝인 ‘라 붐’ ‘Girl just want to have fun’을 비롯해 인기 음악프로그램이었던 <젊음의 행진> <영일레븐>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라는 대중문화적 아이콘을 등장시켜 특정인의 과거가 아니라 대중의 과거를 이끌어내며 그들의 가슴과 공명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작 <과속스캔들>은 강 감독에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안겨주었다. <써니>는 올 연말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해진다.
 
  감독판 <써니> 개봉을 이틀 앞둔 7월 26일 오후, 폭우를 뚫고 제작사인 ‘토일렛 픽처스’ 사무실로 그를 만나러 갔다. 스타일리시한 복장의 그는 나이답지 않은 백발(한약을 잘못 먹어서 그리됐단다)을 드러낸 사진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관객 820만명을 동원한 <과속스캔들>이 ‘한국 흥행영화 TOP 10’ 중 8위에 들었고, 최근작 <써니>까지 739만명(8월 7일 기준)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순위 10위인 <웰컴투 동막골>(800만명)의 기록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타석 홈런을 만들어낸 감독이 한국에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작만 한 흥행작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소위 ‘소포모어 콤플렉스(Sophomore Complex·전작·前作 증후군)’를 보기 좋게 극복했는데, 이런 결과가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요?
 
  “솔직히 관객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감독에게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만 모든 스태프가 감독을 믿고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만은 아니고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성장의 플롯이 맞아떨어져
 
  ―이런 기록이 감독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겠지요?
 
  “상업영화의 목적 중 하나가 흥행이라 의미가 없지는 않지요. 그러나 기록이나 숫자보다는 관객과 소통에 성공했다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지요.”
 
  ―관객이 왜 강 감독의 영화를 찾는다고 봅니까?
 
  “내가 좋아하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다 보니까 대중의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과속스캔들>과 <써니> 두 작품에 공통점이 있더군요. 두 편 다 ‘인간적 성장’에 중심축을 두고, <써니>는 회고를 중심으로, <과속스캔들>은 현재 사건을 중심으로 각각 풀어냈는데요.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인간의 성장이나 변화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예전에 누군가 ‘너한테 영화는 뭐냐’라고 물었을 때, 저는 ‘선생님 같은 존재’라고 답했거든요. 영화는 작업과정에서 저를 가르치고 성장시켜 주죠. 그런 점이 제가 성장영화를 만드는 이유와 맞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성장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런 생각이 영화 플롯을 짤 때, 저도 모르게 담기는 것 같아요.”
 
  ―순수제작비가 <써니>는 40억원, <과속스캔들>은 24억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의 영화계 경향으로 보면 이 정도면 많은 액수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이 정도 투자한 영화가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내는 대박이 날 경우에는 감독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지 관객들은 굉장히 궁금해합니다.
 
  “제작비가 블록버스터급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지만, 평균적 수준이에요. 흥행에 성공한 감독에게 돌아오는 가장 큰 혜택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특혜’라고 봐야죠.”
 
  ―경제적인 부분의 혜택은 없나요?
 
  “인센티브 관련 계약들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혜택도 물론 있죠.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웃음).”
 
  ―<써니>가 미국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용으로 따로 편집한 부분은 없었나요?
 
  “분량과 내용은 한국 개봉작과 같아요. 영화 삽입곡 중 월드와이드에서 (사용권이) 안 풀린 게 하나 있어서 음악만 하나 바꿨어요. 신디 로퍼의 ‘Girl just want to have fun’이라고 영화 속에서 여고생들이 점심시간에 매점으로 몰려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죠. 그리고 영어자막 처리한 정도예요.”
 
  ―현재 미국에서 개봉한 상태죠?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은 아직 저도 전해듣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소녀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
 
<써니>의 포스터.
  ―김훈 작가의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2005)을 보면, 치열하게 취재를 해서 쓴 작품이라는 게 느껴지면서도 남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섬세한 부분에 대한 묘사에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더군요. <써니> 역시 남자가 보는 여자들의 세계라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예를 들면, 여고 동창생이라고 해서 빈부의 격차가 그렇게 심한데 25년 후 일순간 의기투합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으로 인해 영화가 지나치게 환상적인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신 적 있는지요?
 
  “현실은 그렇죠.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은 현실은 비록 그렇더라도 친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는 딱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생활의 예를 들자면, 저는 자라면서 아버지께서 욕하시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분들과 만났는데, ‘이 새끼, 저 새끼’ 욕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싸우시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만은 그 시절로 돌아가시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따지면 <써니>의 주인공들도 사회적인 지위 차이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차이를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모여서 뒹굴며 수다 떨고, 함께 바나나 가지고 장난치고… 그런 소녀시절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관객에 따라서는 계급을 논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영화가 전달하는 리얼리티의 가치를 염두에 두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스토리는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한 것 같은데, 내용은 그렇지 않으니 실망하는 거지요.
 
  “영화 속에서 성인 금옥이(이연경 분)가 비슷한 것 같네요. 시어머니와 집안환경에 눌려 살다가 친구들이 찾아오니까 이야기 중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그러다가 시어머니에게 욕을 먹고 나서 친구들에게 병원에 못 가보겠다면서 꼬깃한 5만원권으로 마음을 전하는… 그런 정도가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겠죠.”
 
  ―작품 속 시대를 1980년대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중년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들의 여고시절은 언제인가’ 쫓다 보니 1980년대더라고요.”
 
  ―왜 중년의 여성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여러 가지 요인이 합쳐지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데, 그중 하나로 어머니의 옛날사진을 보다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됐어요. 물론 제 어머니는 1980년대 여고생이었던 분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죠.
 
  어머니는 가족만 아는 분이에요. 하지만 ‘이런 분에게도 ‘써니’와 같은 소녀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렇다면 ‘40대 아줌마들의 소녀시절 이야기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과거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결합되면서 1980년대를 다루게 된 것 같아요.
 
  게다가 1980년대는 제가 초등학생이긴 했지만, 그래도 음악이나 패션 등의 트렌드를 직접 눈으로 봤던 시대거든요. 1970년대였다면 제가 시도하지 않았을 거예요. 1980년대는 제가 당시에 대한 기억도 어렴풋이 있고 해서 찍게 된 거죠.”
 
<써니>는 복고적 향수와 현대적 감수성을 결합한 작품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써니>의 주인공을 남자로 썼더라도 비슷한 색깔의 영화 나왔을 것
 
<써니>의 제작 현장.
  ―만약 <써니>의 주인공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 7명이었다고 해도 지금과 비슷한 색깔의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남자들의 고교시절 우정을 다룬 영화 <친구>(2001, 곽경택 감독)처럼 접근법이 달라졌을 것 같아서요.
 
  “저는 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처음에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도 여고의 디테일 같은 것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서 상당한 고민을 했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인생의 아이러니’니까,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써보자’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었죠. 그러고 나서 주변의 여자 스태프들에게 모니터를 한 결과 지금의 모양을 갖춘 시나리오가 나왔어요. 그래서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40대 여성의 여고시절에 대한 취재를 많이 한 모양이죠?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어요. 영화에 나온 정도는 보통의 남자들도 들은 이야기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에요.”
 
  ―강 감독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멋진데, 남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제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미의 남편은 성공했지만 돈으로 만사를 해결하는 형이고, 나미의 첫사랑(이경영 분)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빼닮은 아들을 데리고 지방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소시민으로 나오고요. 여고시절 남자선생님은 폭력적입니다. 제대로 된 남성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데, 혹시 강 감독의 남성관이 작품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닌가요?
 
  “아닙니다. 그런 캐릭터는 영화 전반의 내레이터인 나미가 행동하고, 사고하고, 플롯을 진행시키는 데 있어서 필요한 존재였어요. 제가 이제 겨우 영화 2편을 찍었는데, 저의 남성관을 들여다보기에는 적은 작품 수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해보고도 제 영화 속 남자들이 계속 찌질하다면 ‘저도 몰랐는데, 제 남성관이 찌질하네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죠(웃음).”
 
  ―TV뉴스 속 전두환 전 대통령, 시위대, 운동권인 나미의 오빠 등 격동의 1980년대를 상징하는 것들이 영화 속에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영화 속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고 희화화되고 있어서 그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혹시 강 감독이 생각하시기에 ‘여자들이 1980년대를 바라보는 시각’인 것은 아닌가요?
 
  “여성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좀 무책임하고요, 소녀들이 바라본 시각인 거죠. 당시의 ‘써니’는 청소년들이잖아요. ‘시대의 그런 진지한 모습들은 청소년들이 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것을 몰랐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비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요, 단지 화면에 당시의 모습을 그렇게 담아낸 것에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해서.
 
  “말씀대로 영화 속 1980년대 여러 가지 사건은 일종의 스케치였고요. 나미의 오빠 같은 경우 얼치기였지만 대학시절 나름 운동권으로서 가장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직접화법적 인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현재는 자신이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돈을 횡령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잖아요? ‘25년의 세월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 흥행에는 운도 있어야
 
강 감독은 <써니>의 주인공이 여성 7인이 아닌 남성 7인이었을지라도 같은 색깔의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인 배우들보다는 아역 배우들이 <써니>라는 영화를 살렸다고 생각하는데요. 성인 배우들이 아역 배우들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아역 배우들이 굉장히 잘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성인 배우들이 연기를 못했거나 몰입을 못 했다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네요. 제가 짠 플롯과 보여주고자 했던 진행상황 안에서 성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신(Scene)들이 어느 정도로 한정이 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는 최대한으로 잘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써니 멤버 중 유호정씨 캐스팅이 좀 별로였거든요. 어린 시절 빙의 연기까지 해내던 나미가 좀 더 유쾌하고 발랄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유호정씨 스타일(조용하고 참한 스타일)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서 영화를 보면서 조금 거슬렸어요.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어릴 적 나미가 톰보이 같은 느낌이라면, 성인의 나미는 25년의 간극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유호정 선배에게 절제된 느낌으로 가달라고 제가 부탁을 드렸어요. 저는 지금의 밸런스가 가장 잘 맞다고 생각을 하고요. 성인 나미는 그런 캐릭터지만 여전히 간간이 보이는 엉뚱함들(딸의 교복을 입어보거나 교복을 입고 나가서 패싸움을 하는 등)이 영화 속에 드러나는 거죠.”
 
  ―<써니>를 준비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하던데….
 
  “아닙니다. <과속스캔들> 끝나고 1년은 쉬었고요. 2009년 말에 시나리오를 다시 쓰겠다고 책상에 앉았었는데 안 썼어요. 잘 안 써지더라고요. 대충의 캐릭터나 줄거리는 <과속스캔들> 이전부터 어느 정도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작년 초에 들어앉아서 한 달 정도 걸쳐서 시나리오를 썼고,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간 거죠.”
 
  ―만약 <써니>가 2008년에 나오고, <과속스캔들>이 2011년에 나왔다면 지금처럼 성공했을까요?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만약 답이 예스라면 트렌드와 관계없이 촬영한 거고, 노라면 트렌드에 편승해 촬영한 작품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요.
 
  “아, 결론이 그렇게 된다면 예스라고 해야겠네요. 트렌드와는 전혀 상관없이 촬영을 했으니까요. 영화라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가 이거니까 빨리 찍어서 올리자’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늦죠. 영화작업은 준비가 오래 걸리는 작업이니까요.”
 
  ―그렇다면 강 감독은 운이 좋네요.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운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웃음).”
 
 
  “내가 춘화 같았다면 나도 재산 나눠줬을 것”
 
제작 현장에서 연기자에게 대본을 설명하고 있는 강 감독.
  ―상황전개를 만들어내는 요소들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첫째로는, 본드를 흡입한 여학생이 수지(민효린 분)의 얼굴을 면도칼로 그어놓고, 패싸움, 왕따폭력 등 현재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비행들을 나열하는데, 그런 것들이 퇴학 하나로 한번에 정돈되고 여고시절 이야기를 마무리하거든요. 학력 위주의 우리나라 사회에서 퇴학당한 여고생의 인생은 엄청 꼬일 거란 말이죠. 그런데 25년 후 너무나 근사하게 성장해 부유층 모델하우스 여주인이 된 나미의 경우에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업으로 성공했지만 결국 암에 걸린 춘화(진희경 분)는 그렇다 해도요.
 
  “극의 진행을 위해서 그 정도 생략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퇴학당한 것이 나오지만, 그런 일로 인해서 ‘써니’ 멤버 전원이 퇴학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진 않고요. 퇴학을 당한 이후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이 벌어질 테니 퇴학을 당했다고 해서 평생 루저로 살라는 법도 없고요. 다시 자신의 삶을 다양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25년의 세월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두 번째로는, 작품에서 사업으로 성공한 성인 춘화가 친구들에게 모든 재산을 분배하고 죽는 설정이에요.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친구들의 상황을 다 정리해 주고 죽거든요. 그런 것들이 이들의 끈끈한 우정을 묶어주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전지전능한 리더가 없었다면 우정이라는 화두가 이 영화에서 강렬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이것도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저는 영화 속에서 이들의 우정을 묶어주고 싶었고, 현실에 반영해 볼 때 ‘춘화가 금전적으로 친구들을 도와준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저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써니>에서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길 바라죠. 하지만 그럴 확률은 로또복권 당첨처럼 아주 적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더 납득이 되는 방법이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거죠.
 
  “저에게는 그게 가장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었거든요. 개봉작에서는 편집됐지만 감독판에는 나오는데, 사업에 성공한 춘화가 이혼을 했다는 설정이 있어요. 가족이 없다는 건 영화 안에서 보여줬잖아요. 재산을 물려줄 사람도 없고, 그리고 춘화도 나름 친구들의 현재 상황을 조사했겠죠. 그래서 정말 그 친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들을 나눠주고 가는 것, 그게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현실에 춘화 같은 부자친구가 있다면, 만약 제가 그렇다면 그리 했을 거예요.
 
  춘화가 이들을 못 만났거나 이들에게 정(情)이 없었다면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안 주고, 다른 방식으로 썼겠죠. 춘화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가는 것이 아주 현실적인 방법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한국영화, 음악에 돈을 쓰는 데 인색해
 
<과속스캔들> 포스터.
  ―세 번째 작위적인 설정은 나미 남편의 해외출장 기간과 말기암 환자인 춘화의 남은 삶이 두 달로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이에요. 춘화의 소원대로 나미가 ‘써니’를 재건하고 그룹의 리더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남편이 똑같은 기간 동안 떠나 있다가 일이 다 끝나니까 돌아오는 설정이 자연스럽지 않은 거예요. 만약에 남편이 해외출장을 떠나지 않았다면, 집안에 갇혀 있는 귀부인 나미는 ‘써니’를 재규합하는 일에 올인하지 못했겠지요?
 
  “의도적인 거 맞습니다. 만약에 남편을 출장 보내지 않았다면 나미의 변화되는 성장모습을 남편과의 장면을 통해서 보여줬겠죠.
 
  처음에 춘화를 만난 나미는 ‘이제 두 달 남았대’라는 춘화의 말을 들으면서 25년 만에 다시 만나 두 달밖에 못 보는 친구가 너무 아쉬웠지요. 하지만 출장 간다고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두 달이나 가?”라고 말을 해요. 초반에 남편이 없는 두 달은 긴 시간이었지만 후반에 ‘써니’를 다시 만난 나미에게 두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 되어버린 거죠. 그런 의미도 있었습니다.”
 
  ―강 감독이 보기에 <써니>의 7명 중 가장 성공한 여성은 누구입니까?
 
  “복희 같은 여자가 안타깝다고 생각은 하지만 각자 그들의 삶의 가치가 있다고 봐요. ‘이들의 인생이 영화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영화 크레디트 보셨어요? 이것까지 포함해서 작품 전체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제목이 <써니>이니만큼 개개인보다는 우정으로 뭉쳐서 죽을 때까지 만나는 ‘써니’ 그룹 전체가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 감독의 영화는 귀가 상당히 즐겁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여러 가지 장면보다 음악 한 곡이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이 훨씬 더 강할 수 있다”라고 말했던데, 음악에 상당한 비중을 두나 봐요?
 
  “한국 영화는 예전부터 영화음악에 돈을 쓰는 데 인색한 것 같아요. 제대로 음악 하나 써서 장면과 음악과 배우의 연기 조화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정서가 잘 묻어나게 할 수 있다면 대규모 폭발 장면보다 더 감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써니>에서 음악은 주인공 같은 존재잖아요. <과속스캔들>에서도 노래하는 것이 영화상에 설정되어 있고, 3대의 연결고리가 음악성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그래서 음악을 많이 쓰게 됐는데, 다음 영화에서는 또 어떨는지 모르죠.”
 
  ―강 감독은 다양한 카메라 앵글의 접근, 빠른 장면 전환, 음악을 중시하는 본인만의 연출적 요소로 캐릭터를 잡았는데, 다음 작품에도 같은 캐릭터를 보여줄 건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볼 건지 궁금한데요.
 
  “연출화법 등은 더 발전시켜서 가야 할 것이고, 새로운 것들은 계속 연구해서 개발해야죠. 그 가운데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고요.”
 
 
  비디오에 빠진 아버지 곁에서 매일 영화 봐
 
왕석현과 박보영에게 연기지도하는 강형철 감독(가운데).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버지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던데요.
 
  “저희 아버지는 그냥 하루의 피로를 비디오 한 편으로 마무리하시는 소시민이었어요. 저는 그 옆에 끼어 영화 본 아이였죠. 아버지의 영향은 맞죠. 그 당시 어린아이들이 하루에 한 편씩 영화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집에 당시 일반가정에는 흔하지 않던 비디오 기계가 있었고, 그 기계가 좋았던 아버지는 매일 그걸로 저녁에 영화를 한 편씩 보셨고, 저는 거기에 잠 안 자고 끼어 영화를 보던 그런 성장과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영화 보러 다니는 것을 집에서 말리거나 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많은 장르 영화를 보면서 자랐죠.”
 
  ―가족 중에 영화 관련 일을 하는 분이 계신가요?
 
  “영화감독인 저 이외에는 가족 모두 영화 쪽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원래 경영학과를 다닌 걸로 아는데 영상학과로 옮긴 이유는 뭔가요?
 
  “그건 별게 아니에요.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소년이 미래를 결정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잖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경영학과에 갔던 거죠. 당시 같이 살던 친구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재학하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영화 좋아하는 제 성향을 아니까 어느 날 저한테 자기네 과에 시험을 한번 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지원했다가 떨어졌죠. 그때 용인대를 같이 넣었었는데, 용인대가 붙어서 옮긴 거죠. 영상과에 가서 단편영화를 만들어 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 ‘이게 내가 할 일이구나’ 생각했죠.”
 
 
  선배들 영화 구해 시나리오 연구 분석
 
  ―모든 감독은 연출부 기간이 경력에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강 감독은 없더라고요.
 
  “영화 두 편이 엎어져서 등재하고 싶어도 못 했죠. 첫 번째 작품은 졸업 후 백수생활을 하고 있을 때 용인대 교수이자, 친한 형님이 데뷔한다고 해서 밑에서 조연출로 같이 6~8개월 정도 준비하다가 홀랑 엎어졌죠. 두 번째 작품은 돌아가신 곽지균 감독 작품이었어요. <청춘>(2000)과 <사랑하니까 괜찮 아>(2006) 중간에 작품이 하나 있었어요. 그걸 준비하다가 크랭크인 3일 전인가에 엎어졌죠. 그때부터 ‘안 되겠다’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죠.”
 
  ―그럼 <과속스캔들>이 첫 번째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인가요?
 
  “아니요. 다른 작품을 찍다가 엎어져서 <과속스캔들>을 찍게 된 거예요. <과속스캔들>은 제가 쓴 두 번째인가 세 번째 시나리오였어요.”
 
  ―시나리오 작법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좋아하는 영화들을 많이 보면서 ‘이건 시나리오가 어떻게 쓰였을까’ 생각하면서 써보기 시작했죠. 그걸 통해서 ‘이런 장면에서는 이런 감정선이 이어지는구나’라는 것들을 배웠죠. 또한 훌륭한 선배님들의 영화시나리오를 구해 분석작업을 통해 공부하게 됐어요.”
 
  ―대학 때 만든 대표 단편이 있나요?
 
  “대표 단편은 없습니다. 중간, 기말과제들만 있어요. 어디에 낸 적도 없고요.”
 
  ―졸업 후 <과속스캔들> 준비기간은 얼마나 됐습니까?
 
  “<과속스캔들>은 2007년 초부터 준비를 했죠. 그런데 투자랑 캐스팅이 잘 안 돼서 2008년으로 넘어가 7월부터 찍게 된 거죠. 그때까지 시나리오는 계속 각색해 왔고요.”
 
  ―요즘같이 영화가 투자적 가치로만 판단 받는 시대에 연출부 경험도 없는 신예감독이 데뷔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첫 작품에 투자받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거 정말 영화가 들어가는 건가’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죠. 저희 직업이 비정규직이니까요. 찍다 엎어질 거라는 걱정은 없었지만 ‘영화가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죠.”
 
<과속스캔들>은 준비기간만 1년6개월이 소요됐다.
 
  영화는 허투루 찍어서는 안 된다
 
차태현에게 연기지도를 하는 강형철 감독(서 있는 사람).
  ―촬영현장에서는 어떤 감독인가요?
 
  “친구, 스태프 중의 한 사람이죠. 촬영 전에 준비를 많이 해가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하진 않아요. 많이 준비해 간 것 중에서 당일 촬영장의 상황과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변형을 해서 적용하죠. 현장 스태프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사전준비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거죠.”
 
  ―연기지도를 철저하게 하는 편인가요? 직접 액팅을 보여주는 편인가요?
 
  “네, 저도 모르게 연기를 설명하다 보면 표정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요. 연기지도는 철저하게 하는 편입니다.”
 
  ―캐스팅의 원칙이 있다면? 어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 장기적인 작업이므로 본인과 인간적으로 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경우도 있더군요.
 
  “저는 적역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인 것은 만나면서 만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태어날 때부터 근본적으로 악한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어서요. 저랑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은 저란 사람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좋아서 캐스팅 오디션에 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적인 것들은 각자 가진 인품과 관객을 위한 노력 등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편의 작품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캐스팅은 누구였나요?
 
  “<과속스캔들> 아역 왕석현이요. 석현이는 제가 원했던 ‘아역이 아닌 진짜 동네꼬마 같은’ 이미지에 잘 맞았어요. 하지만 너무 경험이 없으니까… 굉장히 많은 아역 오디션을 보고 고심한 끝에 석현이를 선택하고, 그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훈련을 많이 했죠.”
 
  ―강 감독에 대한 한 평론가의 글에 ‘굉장히 상업적으로 영리한 전략을 구사하는 감독이다’라는 구절이 있던데?
 
  “잘못 보신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그 말씀이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저는 상업적 판단으로 기획하고 영화를 만들진 않아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요?
 
  “<샤이닝>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 이야기를 많이 하죠. 저도 기사나 이야기를 통해서 접한 건데, 영화를 만드는 데 굉장히 깐깐하고 올인하는 분이시더라고요. 잭 니콜슨이란 대배우를 데려다가 한 테이크를 100번까지 찍어버리는, 약간은 미친 감독이지요(웃음).
 
  그런 것에서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배운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런 깐깐한 감독은 아니지만요. ‘영화는 허투루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 많이 배웠죠. 한국에서는 동시대에 훌륭한 감독님들이 많아서, 딱히 한 분을 꼽기가 그러네요.”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직도 배우고 있다
 
  ―많은 영화 중에서 각인되는 작품이 있다면?
 
  “유머가 있는 드라마들이 좋아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란 영화를 좋아해요. 감동을 주고, 생략하는 기법들, 배우들의 연기…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서 많이 배우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영화가 현재 상당히 불황이라고 말하는데요. 특히 투자사들이 대형화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에만 투자를 해서 감독들도 영화 제작 기회를 잡기가 어렵고, 그것이 한국영화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강 감독은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다른 동료들의 제작환경을 모두 고려할 때 향후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저도 영화를 만들면서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영화만을 바라진 않아요. 그들도 새로운 것들에 투자하고 싶어 하죠.
 
  제가 감독의 입장에서 봤을 때 투자자의 입장보다는 우선 감독과 제작진의 노력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겠죠. 그 시나리오만으로 안 된다면, 포트폴리오를 짜 진정성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노력을 부가적으로 해야죠. 만약 천편일률적인 작품만 원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것은 자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런 문제가 투자자든 제작진이든 어느 한쪽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뻔한 대답이지만 그것이 가장 정답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노력에 따라서 문은 개방되어 있다는 얘기네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금의 개선은 더 필요하죠. 예전부터 한국영화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투자가 상업적인 용도에만 개방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영화 전성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당장 ‘돈 놓고 돈 먹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만드는 자와 투자하는 자 모두 근본적으로 ‘영화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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