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민주당의 ‘성기 노출’ 방송통신심의위원 추천 전말

“언노련, 민변에서 추천했으니 믿었지”

  • 글 : 박국희 朝鮮日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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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신 위원, 남성 성기 사진 7장에 이어 여성 성기 그림 블로그에 올려
⊙ “나에게 祖國이란 그냥 가족의 연장선 정도”
⊙ “고려대 교수고 스펙도 좋고…”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오른쪽)와 그의 블로그(왼쪽).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성적으로 흥분되나요?”
 
  지난 7월 20일 박경신(朴景信·40)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의 개인 블로그에 한 남성의 발기된 성기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버스 안에서’ ‘발기 끝날 때쯤’ 같은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한 네티즌이 버스 안에서 자신의 성기를 찍어 홈페이지에 올린 화면을 박 교수가 그대로 캡처해 자기 블로그로 옮겨다 놓은 것이었다.
 
  그보다 일주일 전인 7월 14일 박 교수가 심의위원으로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전체회의를 열고 문제의 성기 사진 7장과 나체 뒷모습을 올린 네티즌의 게시물을 음란물로 판정하고 삭제 조치를 내렸다. 당시 이 사진들은 ‘전체 공개’로 게시돼 있어 네티즌 누구나 접속해서 볼 수 있었다. 전체 9명의 심의위원 중 박 교수를 제외한 8명의 심의위원이 음란물 판정에 동의했다.
 
  박 교수는 자신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던 심의위원회의 공식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6일 뒤 문제의 음란 사진을 보란 듯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박 교수는 “사진들은 자기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고 사회질서를 해한다거나 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처벌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블로그에 썼다.
 
  이 때문에 방송이나 온라인 콘텐츠의 공공성 등을 심의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원 중 한 명인 심의위원이 올린 사진을 심의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실이 7월 27일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다. 박 교수의 블로그에 네티즌들의 방문이 폭주했다. 댓글이 거의 없던 글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여성 성기 사진을 올려달라” “네 성기 사진을 올려봐라”는 댓글부터 “역겹다” “미친 놈” 같은 욕설, 포르노 사이트의 음란성 광고글도 많았다. 박 교수의 의도대로 ‘표현의 자유’나 ‘정보통신심의규정’을 두고 토론하는 진지한 댓글은 찾기 힘들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교수는 언론 보도가 나온 그날 오후 문제의 사진을 스스로 삭제했다.
 
  다음 날, 박 교수의 블로그는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19세기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근원>을 올렸다. 얼굴을 이불로 가린 여성이 한쪽 젖가슴과 음부를 내놓은 채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언뜻 보면 사진이란 착각이 들 만큼 사실적인 작품이다.
 
 
  댓글 3600개… “네 성기 사진을 올려봐라”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이 그림을 올린 박 교수는 “내가 올린 문제의 (남성 성기) 사진들은 지금도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걸려 있는 <세상의 근원>과 같은 수위의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댓글이 3600개가 넘었다. “아는 척 그만해라” “허세 떨지 마라”부터 “명화와 변태의 사진을 비교하는 게 말이 되나” “왜 여성 성기 사진이 아닌 그림을 올려놓나” 같은 조롱성 댓글도 보였다.
 
  지난 8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심의위원들의 품위에 많은 손상을 가져왔다. 박경신 비상임위원이 취임 이후 보여준 일련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경고하는 ‘성명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원에서 채택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회의 전 이메일을 배포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위원회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사진을 올린 것은 아니다.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 앞으로 심의에 신중을 기하고 위원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에서 제기된 박 교수 해촉에 대한 사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내가 추천한 것 아니다”
 
  박 교수의 심의위원 임기는 2011년 5월 9일부터 2014년 5월 8일까지 3년간이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경고를 받긴 했지만 경고만으론 남은 임기를 채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 교수는 민주당이 정당 몫으로 추천했다. 민주당은 박 교수의 성향을 알고 추천한 것일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관련 법률을 보면 심의위원 9명은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각 3명씩 추천한다.
 
  민주당의 김진표(金振杓) 원내대표 측에 물었다. 박 교수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지난 7월 말이었다. 김 원내대표 측은 “우리 임기는 5월 13일부터”라고 말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교수 임명 이후 원내대표가 됐다는 것이었다. 김 원내대표 측은 “박 교수 문제는 전임 원내대표 쪽에서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지원(朴智元) 전(前) 원내대표 측은 박 교수의 추천 과정이 본인들의 임기 안에 이루어진 일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박 전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기자의 귀띔으로 박 교수 사태의 전말을 듣고 <세상의 근원> 그림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더니 “너무 심하네…”라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박 교수 임기가 언제부터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5월 9일부터라고 하자 “그럼 우린데?”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추천한 인물이 잘못하면 다 우리 책임이고, 그렇다고 그 인물이 잘하면 그 공(功)이 다 우리한테 오는 거냐. 그럼 국무위원들이 잘못하면 다 (국무위원들을 임명한) MB탓인 거냐”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대표(박 전 원내대표)는 모를 겁니다. 얼굴 한 번 본 것도 아니고 기억도 안 날 거예요. 원내행정실 통해서 온 걸 서류상으로 체크하고 사인한 것일 텐데…. 이건 여야가 다 똑같은 상황일 겁니다.”
 
  당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와 권재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로 한창 바쁠 때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박 교수를 어떻게 추천하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방위에서 결정한 뒤 추천한다고 알려왔다. 민주당 몫의 심의위원은 3명이다. 문방위에서 2명을 하고 원내대표가 1명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의장 몫으로 추천하게 돼 있는 3인의 심의위원 중 원내 교섭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한나라당에서 2명, 민주당에서 1명을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시 김택곤 전 전주방송 사장을 심의위원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론노조 등의 반발에 부닥쳐 박 전 원내대표는 수개월간 김택곤 심의위원에 대한 규탄 피켓시위에 시달려야 했다. 김 심의위원이 전주방송 사장 재임 당시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등 ‘최악의 불량 인사’라는 이유였다.
 
  “내가 책임을 면하려는 게 아니라 (박 교수 같은 경우는) 원내행정실에서 그냥 올라오니까, 나는 박 교수의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잘 몰라요. 박기춘은 알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박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았던 박기춘(朴起春) 의원을 만났다. 그 역시 “방송통신위원의 경우 문방위원들과 함께 원내대표단이 추천 과정에 공동으로 관여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은 문방위에 일체 위임했다”며 선을 그었다.
 
 
  “미국 시민권 없으면 군대 간다고 해서…”
 
  현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인 박경신 교수는 1986년 대전과학고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로스앤젤레스 고등학교에 입학해 수석 졸업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 박 교수는 KAIST 학부과정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해 기계공학과 86학번으로 들어갈 뻔했으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나이 15세 때였다.
 
  이후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에 진학해 1992년 졸업했다. 1995년 UCLA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딴 박 교수는 이후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1999년 한국에 들어와 2002년까지 한동대학교 법학부 부교수로 근무했으며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경희대 강단에서 법학 강의도 했다. 현재 박 교수는 법무법인 한결의 미국법 자문담당 미국 변호사도 맡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 28세 되던 그해부터 참여연대의 사법감시 실행위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비롯해 민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한 박 교수는 이후 방송 출연과 언론 기고,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진보적 지식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34세의 나이에 대학(KAIST)에 소속돼 학교의 법적인 문제를 관리하는 법률 자문인을 맡기도 했다.
 
  박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제도는 위헌”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훗날 자신이 문제의 그 자리에 간 것은 자못 아이러니하다. 2008년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촛불시위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 게시글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언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고 박 교수는 여기에서 ‘심의위 업무의 영역에서-인터넷상의 표현 자유 침해’를 주제로 발제를 한다. 박 교수 등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정의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런 박 교수의 미국 시민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드러난 것은 귀국 10년 만인 2009년 6월이었다. 당시 박 교수는 창조한국당의 추천을 받아 미디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자문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귀국 2년 만인 2001년 박 교수가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를 한 내용이 발단이 됐다. 당시 박 교수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다 보니 일이 너무 많아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잖아도 가보고 싶었던 조국에서 교수 자리(한동대학교)를 제안하니까 앞뒤 안 가리고 그냥 왔습니다. 와서 한 2년 동안 공부 많이 했습니다.”
 
  이어 본인에게 ‘조국’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박 교수는 “다른 건 없고 그냥 가족의 연장선 아닐까요? 망해도 같이 망할 사람들, 그 정도죠”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별히 가지려고 한 건 아닌데, 조국에 오려고 했더니 그게 없으면 군대 가야 한다네요. 상당히 아이러니하죠. 조국에 와서 일하려고 했더니 일하지 말고 군대 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땄습니다.”
 
 
  “박 교수 추종자 많다. 기사 쓰지 말아라”
 
  당시 언론에서는 박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딴 것이라고 봤다. “만약 미국인이 국적을 속이고 미국법을 개정하기 위해 미국 기관에서 일하면 스파이로 처벌될 것”이라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판이 불거지자 박 교수는 “병역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개인 사생활 문제”라며 “나를 추천한 창조한국당 측에 내가 미국 국적자임을 밝혔을 때 창조한국당 측에서 ‘정식 정부기구가 아니라 단순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21일 문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2명의 심의위원을 추천하기로 결정한다. 박 교수와 함께 추천을 받은 또 다른 심의위원은 장낙인(59) 전북대 지역디지털미디어센터 초빙교수였다. 이 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추천을 받게 되었을까?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 문방위 관계자는 박 교수 추천 과정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자 “외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인데…”라고 말했다. 성기 사진 파문을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대수롭지 않은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교섭단체가 정부기관 인사를 추천할 때 공모 방식을 택하거나 처음부터 의원들의 추천으로 후보군을 추린 뒤 그 가운데 최종인사를 낙점하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에서도 “민주당이 공모 방식을 택하든 의원 개개인을 통한 추천 방식을 쓰든 그건 알아서 하기 나름이다. 법에서는 국회의장, 상임위 등 추천 주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지 방법까지 따로 정해 놓지는 않았다”고 관련법을 해석했다.
 
  박 교수가 속한 임기 3년의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 선발은 지난 4월 공모(公募)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좀 더 공정한 추천 방식으로 심의위원을 뽑아보자”는 의원들의 공감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의원들 개개인과 알음알음 연줄이 닿는 인사를 추천해 왔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심의위원 모집 공고를 등재, 각 의원실에도 ‘괜찮은 인사’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뿌렸다. 응모는 국회 민주당 문방위 사무실에 직접 방문 접수하는 방식이었다. 이 관계자는 “장낙인 교수의 경우 공고 초기, 박 교수는 말미에 접수를 했다”고 기억했다. 모두 10여 명이 접수를 했다.
 
  “경력서와 지원 동기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박 교수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고 그 점을 내가 바꿔보겠다 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점을 의원들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전까지는 알음알음 연줄?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참여한 서류전형은 간단했다. 심의위원이 되기에 경력이 부족하진 않은지, 현재 직업이 심의위원 직책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인지 등 결격 사유만 없으면 따로 탈락자는 없었다. 실제로 이번 2기 심의위원 응모자 가운데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사람은 없었다.
 
  미국 시민권자 문제 역시 결격사유가 되지 않았다. 이 문방위 관계자는 “외국인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판에 더 장려할 일 아니냐”며 “병역 문제는 행안부 2차관의 인증까지 받았다. 심의위원으로 임명하는 데 전혀 결격사유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딴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인터뷰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다. 강의를 하러 한국에 들어왔는데 6개월 후에 바로 군대를 가라는 것 아니냐. 그럼 강의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활동경력 등 자격은 충분하다고 봤다”고 했다.
 
  9명의 심의위원 중 위원장, 부위원장을 제외하면 상임위원은 1명뿐이다. 박 교수를 비롯한 나머지 6명의 비상임위원은 비상근위원으로 한 달에 몇 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실비 차원의 수당을 받는다. 100만원이 좀 넘는 액수로 알려져 있다. 문방위 관계자의 말이다.
 
  “심의위원으로 뽑아놓은 후의 행동(성기 사진을 올리는 등)은 그야말로 개인 소신 차원의 문제 아닙니까.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다수결제를 무시하고 개인 블로그에 사진을 올린 행위는 공인으로서 비판받아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요.”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박 교수의) 추종자들이 많다. 기사를 쓰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10여 명의 심의위원 응모자 중 2명의 심의위원은 8명의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1인 2표 투표로 뽑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교수가 박 교수보다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추천해 줘
 
  민주당 문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윤(金才允) 의원은 “(박 교수의) 스펙(spec)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 유수의 대학을 나오고, 또 변호사이고, 시민사회단체 평판도 좋았고, 기존에 이쪽 분야에서 활동도 많이 했고요.”
 
  응모자를 검증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대신 우리(문방위원)가 지원서류를 놓고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몇 명의 문방위원들이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철저하게 서류를 검증했는지는 본인들만이 알 일이었다. 취재 결과 당시 3선의 중진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손학규(孫鶴圭) 대표의 4·27 분당 재보궐 선거 지원 문제 등으로 나머지 문방위원들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한다는 조건으로 아예 추천과정에서 빠져 있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를 봐도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느냐. 빠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간단한 면접 과정조차 없었다는 점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왜 면접 절차를 따로 두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서류를 통해서 충분히 볼 수 있었고 면접까지 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과하다고 생각했다”며 “응모하는 분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알려져 있는 분들이고 활동을 활발하게 했기에 굳이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문방위원 사이에서도 나왔다는 것이다. 간사인 김 의원은 7월 29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고자 하는 박 교수의 생각이나 의지는 가상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서 위상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나름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제도권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문방위원인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박 교수는) 언노련과 민변에서 추천한 사람”이라며 “믿을 만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 의원은 “야당이 바쁜데 일일이 인사청문회를 열어 확인할 수도 없고 이쪽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기관들이 추천했으면 믿을 만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이번 민주당 추천 3명의 심의위원은 애초 현직자, 학자, 법조인 등 세 부류로 나누어 뽑을 것을 내부 방침으로 정하고 있었다. 현직자의 경우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추천한 김택곤 전 전주방송 사장이, 학자의 경우에는 장낙인 전북대 지역디지털미디어센터 초빙교수가, 법조인의 경우 미국 변호사인 박경신 교수 몫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전 의원은 “저쪽(청와대)에서는 공안 검사 출신(박만 전 성남지청장)을 위원장으로 앉힌다는데 응모자가 많지 않은 가운데서 박 교수가 아마 유일한 법조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 문제에 대해서 전 의원은 “우리가 그런 걸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이후 문방위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문제 제기했을 때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과사실 등을 보기 위해 신원조회는 다 했지만 미국 시민권자 문제를 사전에 알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란 걸 알 방법이 없어”
 
  “미국 시민권자가 아마 심의위원의 결격사유는 아닐 거야. 아, 고려대 교수 하고 있고 법조인이고 민변, 언론 단체에서 활동할 때 평판도 좋고 거기에서 추천했으면 우리도 믿을 거 아닙니까?”
 
  또 다른 문방위원 한 명은 아예 “나는 그때까지 박 교수 얼굴을 개인적으로 본 적도 없고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다”고 실토했다.
 
  “문방위에 오래 있거나 언론계 쪽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문방위원들도 다들 (박 교수가 누구인지) 잘 몰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에서 본 것처럼) 성격의 극단성이랄까 그런 것은 서류만 가지고는 사전에 알 수가 없지요. 고대 교수 하고, 유학하고 좋은 대학 나와서…. 제출한 프로필의 대외적인 조건만 보고 자격이 된다고 판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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