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정권 바뀌며 ‘업그레이드’된 위원회공화국의 실상

노무현 정부 말기(416개)보다 더 늘어나 현재는 433개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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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現 정권 신설한 대통령 자문위에 ‘월급 받는’ 실무자 322명 둔 것은 사실상 위법
⊙ 위원·사무국 직원 합쳐 100명 넘는 공룡 위원회도 대거 신설돼
⊙ 대통령 자문위원회, 前 정권 ‘부처의 시어머니’에서 現 정권 ‘하는 일 없는 거대조직’으로
    업그레이드
⊙ 신설 위원회 수장에 대통령 측근 대거 포진
정부는 지난 7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지식재산기본법을 의결했다.
“이번 위원회엔 누가 파견될지 궁금하네요. 벌써 ‘로비’가 시작되지 않았을지…”.(지식경제부 관계자)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오는 9월 신설됨에 따라 과천 관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현 정권에서 신설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의 실무단 인원이 중앙정부부처 공무원 파견자를 포함해 각각 30~6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실무단에도 지식경제부,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국ㆍ과장급이 파견될 것으로 관가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신설하는 <지식재산기본법>이 의결됐다. 이 법은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또 지난 7월 1일에는 국방부 자문위원회인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격상(格上)됐다. 이로써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19개에서 21개로 늘어나게 된다. 21개 중 11개가 현 정권에서 새로 만들어졌다.(표1 참조)
 
  노무현 정부는 과거사위원회 등을 대거 신설해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불필요한 위원회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새 정부 들어 신설된 위원회만 60개에 달한다. 최근 3개월간 생겨난 위원회만 해도 초등교육발전위원회(교육과학기술부, 4월), 국가지명위원회(국토해양부, 5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대통령직속, 7월), 국토정책위원회(국토해양부, 8월), 업종별상생협력위원회(지식경제부, 8월)가 있다.
 
  이 밖에 올해 안으로 국세청이 국세행정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며, 회계위원회, 공적개발원조(ODA)위원회도 곧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위원회 수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말 416개였으나 2010년 6월 현재(행정안전부 집계 기준) 433개다. 현 정부가 정부위원회에 대한 감사 실시 후 2008년 초 정부위원회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지만, 구조조정은커녕 늘어난 셈이다. 물론 2008년 573개에 달했던 정부위원회를 20% 이상 줄이긴 했지만 신설된 위원회가 적지 않아 위원회 총수는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현 정권 들어 주목할 만한 점은 위원 수와 사무국 직원 수를 합쳐 100여 명에 달하는 ‘공룡 위원회’가 대거 신설됐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신설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姜萬洙·강만수)와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공석),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郭承俊·곽승준)는 위원 수와 사무국 직원 수를 합치면 각 100여 명에 이른다. 사무국 상주인원 수만 30~60여 명이다.
 

 
  위원 39명에 사무국 61명?
 
  심지어 사무국 인원 수가 위원 수를 능가하는 곳도 있다. 위원 수 39명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司空壹·사공일)의 실무자 수는 61명에 달한다. 미래기획위원회도 위원은 29명에 불과하지만 사무국 인원이 33명이다. 2008년 12월 출범한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역시 위원 10명에 사무국 인원이 27명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위원 수 47명에 사무국 인원이 38명이다. 지난해 초 출범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2009년 한 해 동안 가진 회의는 단 3차례에 불과했다. 그런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그동안 국민 세금 받아가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 사람도, 체크하는 사람도 없다.
 
  해당 위원회의 사무국에서 국ㆍ과장급은 관련 부처에서 파견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아래 직급 실무자들은 파견 또는 추천이나 비공개 채용 등 다양한 형식으로 들어와 근무하고 있었다. 일례로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이사관을 지낸 행정고시 출신의 공무원이다. 같은 위원회 소속 국장 4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등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다. 다른 위원회도 대부분 비슷한 형편으로 주관 부처와 유관 부처의 공무원들이 파견 나와 일하고 있었다.
 
  한 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사무국 인원의 절반 정도는 파견 공무원이지만, 일반사무직과 비서, 기사 등은 위원장과 위원 혹은 외부의 추천으로 들어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위원회 팀장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었으며, 관련 시민단체 출신이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기업이나 관련단체에서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는 삼성, SK, 현대 등 9개 기업에서 브랜드ㆍ홍보 담당자들이 파견돼 근무하고 있었다.
 
  현 정권에서 신설된 대통령 자문위원회 실무자는 322명에 달한다.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인원이 322명 확충된 것이다. 청와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의 총 숫자(300여 명)를 돌파한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3차 회의. 신설 후 1년간 열린 회의는 3차례에 불과했다.
 
  원칙적으로 사무국 둘 수 없는데도 편·불법으로 설치
 
  문제는 이 대형 위원회들이 형식상 ‘자문위원회’라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에는 <정부 조직은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으며, 행정위원회는 통상 사무국 등 하부조직을 둘 수 있다. 자문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사무기구를 둘 수 없으며, 통상 소관부처에서 업무를 지원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조직법 시행령에는 <자문위원회 등에는 일반적으로 사무기구를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사무기구를 두는 경우에는 그 설치근거를 대통령령에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위원회들은 어떻게 방대한 사무조직을 둘 수 있었을까? 이들 위원회를 신설, 운영하기 위해 해당 위원회 관련 규정이 별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원회는 설치 근거 법령을 갖고 있으며 이는 행정안전부가 6개월마다 공개하는 ‘정부위원회 현황’에 게재돼 있다. 예를 들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기본법 제9조를 근거로 하는 식이다.
 
  그러나 신설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대부분 해당 위원회 규정(대통령령)만을 토대로 한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규정,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가브랜드 가치제고에 대한 규정, 국민원로회의는 국민원로회의규정, 미래기획위원회는 미래기획위원회 규정, 사회통합위원회는 사회통합위원회 규정을 근거법령으로 한다. 대통령이 규정만으로 손쉽게 위원회를 신설하고 사무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부위원회 현황을 관리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경제조직과 강대현 사무관은 “원칙적으로 사무국을 둘 수 없는 자문위원회가 방대한 조직을 두게 된 근거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자 “사무국을 둔 자문위원회는 정부조직법 시행령의 예외규정에 따른 것이거나 대통령령에 따른 것”이라며 “행정안전부가 모든 위원회의 시행규정을 일일이 체크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왜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0차 회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위원 수와 실무자 수를 합치면 100명에 달한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는 法의 한계 벗어난 것”
 
  한편 법학자들은 이 같은 대통령 자문위원회 설립 자체에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동국대 법대 김상겸(金相謙) 교수는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조직은 법률에 근거해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전ㆍ현 정권의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논란이 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상설기구가 아닌 비상설 자문위원회나 예산이 미미한 자문위원회의 경우 업무효율성을 위해 규정만 가지고 탄력적으로 운영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사무국 인원이 수십 명씩 되는, 사실상의 정부조직을 법 조항 하나 없이 대통령령만으로 만든다는 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많습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는 사실상 헌법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위원회는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자문위원회는 정부조직법과 관련 특별법을 근거로 하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위원회인 만큼 위원회의 월권이나 전횡이 있어도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위원회가 국민의 권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위원회 활동을 저지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나 일반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 정권에서 당시 야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청회도 여러 번 열고 나경원 의원이 관련법안을 제출하는 등 심각하게 검토했었는데, 근거 법령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모호해요. 대통령이 자문기관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위원회가 난립한다는 것은 국가예산 낭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위원회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대통령 측근을 위한 일자리 창출?
 
노무현 정부는 위원회를 대거 신설해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5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보고회의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것은 단순히 위원회 수가 많아져서가 아니다. 대통령 측근을 대거 기용한 위원회가 사실상 부처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내각이 위원회의 보조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국정 논의 시 내각보다 자문기구에 의존했다는 것. 물론 위원장과 위원도 대통령 측근으로 채워졌다.
 
  당시 위원회는 자문위원회라는 본분을 잊은 ‘월권’이 도를 넘어서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행담도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가 개발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같은 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공공감사법안을 마련해 법제처에 제출해 야당과 각 부처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 정권 들어서도 위원회와 부처가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정치평론가의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무원의 개혁의지를 믿지 않고 내각보다 자문기구에 의존했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와 내각의 유기적인 업무체계가 느슨해졌죠.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권이나 관료사회에 뿌리가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로 정치권이나 공무원을 깊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을 갖고 입맛에 맞는 자문을 해 줄 자문위원회가 다양하게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을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딱 그런 형편입니다. 아니 좀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볼 수 있겠죠.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위원회를 만드는 데 치중했지만, 이 대통령은 위원회를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어 국정운영에 도움을 받으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봅니다.”
 
  이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에도 거의 예외 없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어윤대 전(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이며 이숙자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장은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동생이다.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고 있으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양윤재 위원은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행정부시장으로 청계천과 관련해 구속까지 됐던 인물이다.
 
  문제는 대통령 측근을 대거 기용하고 고위공무원들을 불러들여 방대한 조직을 차려 놓고 ‘하는 일’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들 자문위원회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국가브랜드위원회에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한 공무원은 “심하게 말하면 뭘 하고 하루를 지낼까 하는 연구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자문위원회 업무 자체가 모호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위촉식 및 간담회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외에도 각 부처의 자문위원회만 6월 현재 총 353개에 달한다. 소속부처별 자문위원회 수는 헌법기관(4), 공정위(1), 관세청(5), 교육과학기술부(32), 국가보훈처(3), 국무총리실(38), 국민권익위(1), 국방부(14), 국세청(4), 국토해양부(44), 금융위원회(5), 기상청(1), 기획재정부(15), 노동부(11), 농림수산식품부(25), 농촌진흥청(3), 대통령직속(17), 문화재청(2), 문화체육관광부(5), 방송통신위(12), 법무부(14), 법제처(1), 보건복지부(39), 산림청(3), 소방방재청(6), 식품의약품안전청(3), 여성가족부(3), 외교통상부(2), 중소기업청(5), 지식경제부(29), 통일부(3), 특허청(4), 행정안전부(22), 환경부(14)가 있다.
 
  행정부처 소속 자문위원회는 차관이나 국장 등 공무원이 위원장을 맡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사무직원을 두지 않고 해당 부서가 회의 등 업무를 지원한다. 1~2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위원회들도 있지만, 많은 위원회가 사안이 있을 때마다 회의를 열도록 돼 있다.
 
  교과부 소속 위원회 위원인 서울 한 대학의 교수는 “다른 단체나 조직에도 몸을 담고 있는 만큼 정부위원회 소속으로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없다”며 “내가 속한 위원회는 1년에 2~3번 회의를 열고 회의 1개월 전쯤 부처 담당자가 일정을 알려오며, 내용에 맞춰 간단한 발표 내용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료에 대해서는 “자문료로 월정액을 받는 것은 아니며, 회의가 열릴 때 회의수당을 받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모든 위원에게 수당이 지급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회의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는 이 같은 행정부처 자문위원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 어엿한 정부기관으로서의 규모와 업무내용을 갖고 있다.
 
감사원은 2000년 이후 세 차례의 감사를 통해 “방만한 정부위원회를 재정비하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월 야심 차게 출범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살펴봤다. 사업지원단 산하에 기획총괄국, 기업ㆍIT국, 대외협력국, 문화시민국 등 4개 국이 있다. 총 직원 수는 38명. 정부 부처인 특임장관실(40명)과 비슷한 규모다.
 
  홈페이지에 나타난 국가브랜드위원회의 활동상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3월과 7월, 12월 3차에 걸쳐 ‘보고회의’를 열었고, 지난 5월에는 국제자문포럼을 열었으며, 국가 홍보용 홈페이지와 동영상, 광고를 제작했다. 회의와 포럼을 제외하면 이것이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업무인지 궁금했다.
 
  다음은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시민국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해외광고와 홍보, 캠페인 등이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주요 업무로 보입니다.
 
  “그런 업무는 위원회 사업 중의 일부일 뿐이고요. 브랜드위원회의 본연 업무는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 부처 업무들 중 국가브랜드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각 부처와 함께 진행ㆍ조율ㆍ조정하는 것입니다.”
 
  ―사업들은 주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겹치는 것 아닌가요.
 
  “저희는 국가브랜드와 관련된 주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부처에서 행하는 업무와 똑같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업무에 비해 사업지원단 인원이 많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민간기업 파견자들도 10여 명 있고, 실무를 위해 위원회에서 직접 채용한 계약직 직원들이 있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무인원은 부족한 편입니다.”
 
  ―국가브랜드위원회 본연의 역할이 궁금한데요.
 
  “위원회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각 부처를 조정하고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대통령의 우군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함께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문 KT본사 건물.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자주 드나들면서‘힘센 정부 청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조정’과 ‘컨트롤’을 강조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 관계자와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위원회가 대통령 자문이라는 역할이 아니라 부처의 ‘(해 주는 것 없이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정부위원회의 원래 역할과 조직을 알아보기 위해 행정조직 전문가이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김병섭(金秉燮) 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現 지방분권촉진위원회-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위원장직을 맡았던 김 교수는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대통령의 우군(友軍)’이라 칭했다.
 
  “대통령이 어떤 아젠다를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고자 해도 각 부처와 소통ㆍ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통령 주변의 정치인들이 전문성을 갖고 조언하기도 힘들고요.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대통령 자문위원회입니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계속 생겨난다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은 김 교수와의 대화 내용이다.
 
  ―유사 위원회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지역발전위원회’와 ‘지방분권위원회’의 차이를 알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위원회가 많아 보이지만 사안이 중복되는 위원회는 거의 없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습니다. 국가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발전위원회이고 여기서 세종시 논의가 출발했지요. 지방분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확대하고 중앙부처의 역할을 지방에 단계적으로 이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위원장과 위원은 어떻게 선임됩니까.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선임합니다. 위원은 위원장이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전임 위원장이나 주변의 추천을 받아 인선하기도 합니다.”
 
  ―위원장 인선의 조건이 있습니까.
 
  “‘대통령이 원하는 인재’라고 보면 됩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자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거죠. 정권이 바뀌면 위원장이 바뀌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통령이 코드 맞는 사람을 기용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건가요.
 
  “그런 뜻이 아니고, 원하는 사안에 따라 인선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균형발전위원회에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 최고 전문가를 초빙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요.”
 
  ―위원회 존재의 의의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통령에게 위원회라는 우군이 없으면 관료들에게 휘둘리기 쉬워요. 위원회는 대통령과 정부 부처 사이에서 적당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라고 봅니다.”
 
  ―우군이라 표현했는데, 이런 상태라면 ‘대통령 친위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자문위원회는 정치적인 입장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고 충성심으로 뭉친 조직도 아니기 때문에 친위대라 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고요.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전문가 집단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설치 절차 지나치게 간단
 
현 정부 출범 당시 정부위원회 구조조정을 약속했지만 현재 정부 소속 위원회 수는 아직도 433개에 달한다. 과천의 정부청사 전경.
  그런데 위원회는 왜 계속 생겨나는 것일까? 감사원은 지난 2008년 대대적인 정부위원회 감사를 통해 위원회의 인력 임용이나 증원, 업무경비 집행 등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처분을 요청했다. 감사원이 정부위원회의 방만운영을 지적한 것은 2000년 이후에만 2003년, 2005년, 2008년 세 차례에 달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위원회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관련 계획을 제출하고 통보만 하면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 설치 절차는 간단하다. 위원회 설립을 원하는 부처가 위원회 설치 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에 제출ㆍ협의하면 행정안전부는 설치 필요성 등을 검토한 후 의견을 작성해 부처에 통보한다. 각 부처는 검토결과를 반영해 위원회를 만든 후 행정안전부에 통보만 하면 된다. 설치 계획은 행정안전부 장관, 경제조직과, 직제담당과에 공문으로 제출하면 된다. 전 정권에서 위원회가 ‘난립’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각 부처 소속 위원회 예산은 각 부처에 예속돼 있으며, 대통령 및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의 2009년 예산은 1조4372억원이었다. 2008년에 비해 41%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5월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확정, 유사 위원회를 통합하고 활동이 미미한 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위원회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위원회는 폐지된 후 이름만 다른 위원회로 바뀌면서 위원장과 위원들만 대통령 측근으로 교체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상근실무자 많은 것은 문제
 
  정부는 왜 예산을 써 가며 다수의 위원을 위촉하고 공무원들을 불러들여 이런 위원회들을 만드는 것일까?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열린 귀를 가져야 하는 대통령에게 민간인 위주의 자문위원회가 사안별로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데, 위원회에 실무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위원들은 위원회 실무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며 “자문위원회가 정부의 모든 일에 다 개입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강해져서도 안 되는 만큼 필요 이상의 조직을 가진 위원회는 처음부터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낭비ㆍ자리 챙겨주기에 불과?
 
2008년 5월 26일 정부는 한승수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을 의결했다.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대통령이 효율적인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제도다. 그러나 대통령 친위대도 아니고 정부 핵심조직도 아니며 순수자문기관도 아닌, 지금 같은 애매한 위치의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꼭 필요한 것일까. ‘예산낭비’에 ‘공무원ㆍ주변인 자리 챙겨주기’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대해 “해 주는 것 없이 잔소리만 많은 피곤한 조직”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위원회 파견직을 공모하면 많은 공무원이 자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위원회는 법적인 권한이 없으니까 부처 업무에 비해 일이 비교적 쉽다고 볼 수도 있고, 대통령 직속기관에 근무하며 최측근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란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서 대통령이 자문을 구하는 기구일 뿐 실제로 하는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2005년 6월 한나라당은 ‘정부자문위원회기본법’을 국회에 제출, “정부가 제멋대로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으며, 위원 수가 지나치게 많고, 자문기구에 공무원을 다수 파견받아 행정기관화하는 동시에 ‘공무원 자리 만들기’만 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5년 전 한나라당이 지적한 그대로 지금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도 제멋대로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 수가 지나치게 많고, 공무원을 다수 파견받아 행정기관화했고, 공무원 자리 만들기만 해 주고 있다.⊙
 
▣ 위원회란
 
  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소관 사무에 관해 자문에 응하거나 조정, 협의, 심의 또는 의결 등을 하기 위한 복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합의제 기관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의회, 정당 등의 위원회와 구별하기 위해 ‘정부위원회’로 부르기도 한다.
 
  정부위원회는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구별된다. 행정위원회는 법률(정부조직법 제5조)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고 대외적으로 이를 표시하는 권한이 있으며, 사무국 등 필요한 최소한의 하부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 준입법, 준사법 기능을 가지기도 한다. 행정위원회는 무소속기관(국가인권위원회), 중앙행정기관(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기관 소속기관(규제개혁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 무역위원회, 복권위원회, 전기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각종 과거사위원회 등)으로 구분된다.
 
  자문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자문에 응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사항에 관해 심의, 조정, 협의하는 등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대부분 비상설로 구성되고 결정사항을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원칙적으로 사무기구를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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