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일어·중국어 능통하고 3국의 사회 문화 역사를 꿰뚫는 동북아 지역 전문가 양성이 목표
⊙ 인문학, 지역학, 사회과학, 외국어 장벽 허물고 교양과목도 학제 간 결합학문으로 전면 개편
⊙ 광운대 인문사회계열 중 동북아대학이 커트라인 가장 높아
⊙ 인문학, 지역학, 사회과학, 외국어 장벽 허물고 교양과목도 학제 간 결합학문으로 전면 개편
⊙ 광운대 인문사회계열 중 동북아대학이 커트라인 가장 높아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동북아 지역에 위치한 한·중·일 3개국에 대한 깊은 지식은 물론 역사와 문화에 대한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관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동북아 지역의 통상·문화·국제협력 분야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동북아 지역에 특화한 단과대학이 광운대 동북아대학이다.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동북아대학은 기존의 국제통상학과, 중국학과, 일본학과를 통합하여 동북아 통상학부(한일 통상 전공, 한중 통상 전공), 동북아 문화산업학부(문화교류 전공, 문화콘텐츠 개발 전공), 국제협력학부(국제관계 전공) 등 3개 학부를 신설했다.
세계의 유수 대학들은 단독 커리큘럼만을 전공으로 인정하는 ‘벽’을 넘어 문학, 사회학, 문화학, 인류학, 역사학 간의 연결 강좌를 강화한 지가 이미 오래다. 학부에서부터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 이들에 대한 ‘관계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다.
광운대의 동북아대학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처럼 학제 간 벽을 없애고 학문의 융·복합을 추구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이 대학의 교수 25명은 소속 학과가 없어 학과장이란 직책도 없다. 교수들은 모두 단과대학 소속이고 학생은 학부 소속이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보통 한 학과에 5~6명의 교수에게 지도를 받는 반면 동북아대학은 20여 명의 교수들에게 지도를 받기 때문에 접촉기회가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매년 150명의 학생이 입학하면 교수 1인당 8명의 학생을 맡게 돼 효율적인 지도가 가능하다.
학문의 학제 간 결합은 인문학, 지역학, 사회과학, 외국어의 화학적 결합을 의미한다. 교양과목도 학제 간 결합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됐다. 가령 1학년 지정 교양과목의 경우 동서양 神話(신화) 읽기와 변용, 동북아 과학기술사, 조직과 리더십, 생활 속의 경제, 컴퓨터 활용 등의 과목을 배우게 된다.
졸업학점 150학점
權泰漢(권태한) 동북아대학장은 동북아 지역의 급격한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제와 교육 내용만으로는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어 학문 융합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국제통상학과나 중국학과, 일본학과에서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사회에서 그 역할이 미미했다고 봐요. 그래서 교육의 커리큘럼을 혁신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겁니다. 앞으로 10년 후쯤 되면 동북아 지역에서 공동 통화나 공동 기구 같은 것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올 수 있어요. 그때 우리 대학 출신들이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북아대학은 졸업학점이 140학점인 다른 대학과 달리 150학점이다. 졸업을 하려면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외국어 관련 과목을 10학점 더 이수해야 한다. 영어는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중국어와 일본어 중 하나를 선택해 대학에서 정한 인증기준 점수를 달성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영어(TOEIC)는 800점, 일본어(JPT)는 700점, 중국어(HSK)는 8급이다. 외국어 교육은 학기 중 수업과 방학 중 해외연수, 해외위탁교육 등이 있다.
동북아대학이 이처럼 외국어 교육을 강화한 이유는 졸업생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국제무역, 문화교류, 국제협력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권태한 학장은 “우리는 출범 당시부터 타 대학과의 차별화를 위해 5대 목표를 내세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첫째 외국어, 인문학, 지역학, 경제학, 경영학을 학제적으로 결합하는 교과목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둘째는 학과(부)제도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은 학과(부)에 소속을 두되 교수는 학과(부) 소속 없이 대학 소속으로 하여 학과(부)를 넘나들면서 강의를 하고 학생 지도를 하고 있어요. 셋째는 외국어 능력 습득을 위해 학기 중에는 물론 방학 중에도 외국어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넷째는 학생들에게 융합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뉴 글로벌 챌린저’ 사업, ‘産學(산학) 연계 워킹그룹’사업 등을 다양하게 실시합니다. 다섯째로는 1학년 때 배정된 학생을 4학년 졸업 때까지 지도하는 교수 책임전담지도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시대를 이끌 인재가 없다
동북아대학 설립 배경에는 ▲동북아지역이 세계적 중심축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어 시대에 걸맞은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이란 점 ▲현재 국내 대학에 그런 전문인력을 배출할 특성화된 대학이 없다는 점 ▲공대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광운대에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 방법은 타 대학과 차별화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등이 깔려 있다.
광운대에 동북아대학 설립이 검토된 것은 광운학원 창립 70주년이던 지난 2004년 5월이다. 이때 학교 측은 “2014년에 동북아 IT분야 최강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고, 2007년에 동북아대학 설립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초대 학장에 권태한 교수가 취임했다.
동북아대학 출범의 주인공은 李相哲(이상철) 총장이다. 이 총장은 공학박사 출신으로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2002년 7월~2003년 2월)한 정보기술 전문가다. 그는 2005년 10월 광운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했는데, 그는 동북아대학 설립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세계는 평평해지고(flat), 점점 작아지며(smaller) 똑똑해(smarter)지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기업과 정부에 근무하면서 중국과 일본을 자주 다녔는데, 동북아가 경제 공동체를 넘어 평화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저는 그런 요구가 10년 내에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동북아대학 재학생들은 10년 내에 올 시대를 대비하는 인재들입니다.”
이 총장은 대학에 오기 전부터 동북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첫째는 외교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동북아 사관학교, 둘째는 정치학도들에게 대화와 협상술부터 가르치는 정치사관학교였다. 이 총장의 설명이다.
“장보고, 鄭和 같이 큰 꿈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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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광운대 총장. |
이 총장은 해상왕 장보고, 명나라의 함대사령관 鄭和(정화)와 같은 큰 꿈을 가진 인재 양성을 위해 동북아대학을 설립했다고 설명한다.
“동북아대학의 핵심코드는 문화입니다. 인간은 소통을 통해 삶의 질을 추구하기 마련이고, 소통은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즉 언어나 역사, 국가의 정체성 등 문화에 대한 포괄적 지식의 습득이 요구됩니다.”
이 총장은 동북아대학을 통해 한·중·일을 아우르는 문화전문가, 통상전문가, 국제협력전문가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한·중·일에는 각각의 고유문화가 있지만, 3국의 문화가 교류하면서 생긴 공통의 ‘統(통)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통문화를 이해해야만 ‘한류’의 지속·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통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통상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후 일본 중국과도 FTA를 통해 통상 규모가 날로 늘어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와 금융의 안정을 위해 단일화폐에 대한 논의도 나올 것으로 본다. 이때 3국의 문화와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통상전문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제협력 분야 전문가다. 이 총장은 향후 10년 내에 동북아에서 ‘3국 공동합의체’ 같은 기구가 설립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대비한 국제기구 전문가 및 국제협상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장의 구상이다. 그의 설명이다.
“저는 동북아대학의 이 세 분야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며 바로 닥칠 미래를 외면하는 교육자가 있다면 그는 국가 번영의 기회를 놓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동북아 대학 출범식에 참가해 축사를 했던 鄭雲燦(정운찬) 前(전) 서울대 총장은 광운대가 구상하는 ‘동북아대학’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정 전 총장의 말이다.
“한국에서 지역 이름이 들어간 단과대학을 만드는 것도 이례적인 것이었지만, 단과대학 내에서 학과 간의 벽을 허물고 융합 전공 체제로 간다는 구상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인문학적인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1학년 때부터 맞춤식 교양 교육을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실험적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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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한 광운대 동북아대학장. |
권 학장은 “결국 대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교수들의 태도”라면서 “동북아대학이 한동대나 일본의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같이 ‘작지만 특성화된 대학’으로 나가기 위해 실습과목을 늘리고 현장실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실습 강화를 위해 동북아대학은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뉴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심사와 설명회를 거쳐 팀이 선정되면 4~6명이 한 팀이 되어 해외로 나가 주제를 놓고 문제를 해결하고 보고서를 쓴다. 작년에는 7팀, 올해는 8팀이 선정됐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항공료, 숙박비, 보험료 등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팀별로 담당 교수를 배정해 도움을 준다. 지난해 ‘Koolobal’팀 4명은 ‘중국 농촌의 메탄가스 재생에너지 사용실태 조사와 한국 농촌의 보급 방안 모색’을 연구주제로 정해 중국 다롄(大連)의 농촌 마을과 베이징(北京)에 있는 메탄가스 재생에너지 설비회사를 방문해 문제를 해결했다.
‘INTRO’ 팀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일본의 쇠고기 이력추적제와 RFID(전자태그) 기술을 이용한 안전한 농축산물, 유통 물류 관리체계 조사’를 벌였다. 이 팀은 국내 농림수산식품부, 한우리 축산을 비롯해 일본 농림수산성, 미에(三重)현 농가 등을 탐방했다.
동북아대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내용이나 장래전망, 졸업기준 등과 관련하여 문의전화가 많아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고3 수험생들이 대입 지원을 할 때 적성보다는 해당학과의 인지도나 수능 성적에 맞춰서 지원을 하는 데 비해 동북아대학 신입생들 중에는 자기 갈 길을 분명하게 정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블루오션 실용학문 개척
게다가 신입생 커트라인도 상승했다. 광운대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그동안 미디어영상학부의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으나 2009학년도에는 동북아대학이 1위를 기록했다. 동북아대학의 2008학년도 입시 경쟁률은 수시가 101.2대 1, 정시모집이 6.8대 1, 2009학년도에는 수시 73.9대 1, 정시모집이 6.6대 1이었다. 동북아대학 설립 후 우수 신입생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광운대 복학생들 중에서도 학제 변경 희망자가 늘어났다. 기존 학과체제로 입학한 학생들 중 군복무 후 복학 시 동북아대학으로 학제 변경을 희망하는 학생이 기존학과로 복학하는 학생에 비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광운대는 IT와 다른 분야와의 학문적 융합을 통해 실용학문을 선도하기 위해 올해 IT 융합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학문 간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또 학문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방위사업학과, 임베디드소프트웨어공학과(Department of Embedded Software Engineering), 과학기술법학과, 건설법무대학원 등을 설립했다. 동북아 지역을 특화한 동북아대학도 ‘학문의 블루오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