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제 개편 본격 시동

與野 이미 90% 합의, 道 폐지 여부가 관건

  • : 백승구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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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중 청와대 지방분권 로드맵 발표, 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삼을 것”
⊙ “서울시내의 區, 4~5개로 통합. 전국 시군구 40~60개 통합시로 재편.
    道는 지방광역행정청으로 대치”(權炅錫 한나라당 의원)
⊙ “전국 70여 개 통합시 구성. 道 전면 폐지. 국가광역행정기관 3개 설치”(禹潤根 민주당 의원)
2008년 7월 11일 제18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정체제 개편을 말해요. 중요한 건 올해가 아니면 추진이 어렵다는 겁니다. 국민에게 적극 홍보할 겁니다. 다만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선거구가 없어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예요. 중선거구 제도에 대한 걱정도 있고요.”(李春植 한나라당 의원)
 
  “대통령께서 관심이 많아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원래 국정 과제에서 제외돼 있었는데 대통령께서 넣으라고 직접 지시해 100대 과제로 추가됐습니다. 지난 2월 與野(여야) 대표가 만나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를 만들기로 합의했고 최근에 기본 구성을 마쳤지요.”(許泰烈 한나라당 의원)
 
  최근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다시 논의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지방분권을 확대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2012년 하반기까지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겠다”고 시기를 못 박았다. 최근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을 맡은 허태열 의원도 “2010년까지 관련법을 제정해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도 큰 틀에서 합의한 상태다.
 
  1894년 甲午改革(갑오개혁) 이후 100년이 넘게 유지돼 왔던 지방행정체제에 대변혁이 올 것인가. 정치권이 수년간 논의해온 행정구역 개편 내용과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놓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집중 분석했다.
 
 
  “16개 市·道를 70개 광역시로 개편”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1980년대부터 정치권과 학계에서 간헐적으로 논의돼 왔다. 2001년 金大中(김대중) 정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232개 市郡區(시군구)를 광역화해 기초자치단체의 수를 130~160개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방자치비용 축소’를 이유로 25개 자치구를 5~9개 市(시)로 통폐합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편 논의는 지방분권을 내세운 盧武鉉(노무현) 정권에서 본격화됐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하자 한나라당은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는 게 더 낫다”고 맞장구쳤다. 그 결과 2005년 10월 여야는 국회에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시 특위는 상당한 부분을 합의했다.
 
  행정체제개편 특위는 2006년 2월 “16개 시도를 70개 광역시로 개편한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각 당이 이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차기 정부가 집권 초에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해 국민투표를 거쳐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결론냈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잠시 중단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8월 민주당은 전국 시도를 60~70개 광역시로 개편하는 내용을 정기국회의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한나라당도 ‘저비용·고효율의 행정구조’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 등을 이유로 이에 합세했다.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시대에 적합한 지방행정계층구조가 필요하다”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道를 국가지방광역행정청으로 대치”
 
지난 17대 국회 시절,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이 모인 가운데 허태열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발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행정체제 개편案(안)으로는 權炅錫(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禹潤根(우윤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다. 두 법안은 道(도)단위 행정기관의 폐지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기본 항목에서 유사한 게 많다. 여야가 지난 2월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며 ‘법안전쟁’을 벌였지만 행정체제 개편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17대 국회 때 행정체제개편 특위를 구성해 상당한 진전을 봤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행정체제개편 특위가 낸 보고서는 국회에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현행 지방행정 구조의 문제점과 개편방안에 대해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행정체제는 저비용·고효율의 간편·광역체제로 개편한다. 자치단체의 책임하에 생활자치를 완결할 수 있도록 인구·면적·권한·경제력 등 자치단체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주민의 편익을 제고해 주민의 자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행정계층을 1단계 감축한다. 다계층 중복구조로는 행정계층간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마찰과 갈등이 야기되기 쉽다. 현행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계층(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구를 포함할 경우 4계층)을 1단계 줄여 인력과 예산, 시간을 절약한다. 행정계층을 1단계 감축(폐지)할 경우 道(도)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시군구를 광역화한다. 현재 주요 도시의 면적은 협소한 반면 인구는 계속 증대되고 있다. 이에 반해 농촌은 인구가 계속 감소함으로써 都農(도농) 간 격차가 심화일로에 있다. 교통·통신 및 정보화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행정구역 경계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따라서 행정구역을 인구 및 경제권·개발권과 생활권에 따라 수 개의 시군구를 통합해 적정한 규모로 광역화한다. 통합된 기존의 시군구에는 行政區(행정구)를 두어 행정계층을 2층화하고, 광역시의 自治區(자치구)도 행정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읍면동을 準(준)자치단체화한다. 읍면동은 가장 적합한 지방자치의 기초단위다. 우리나라의 경우 5·16 이후 읍면동 자치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지방자치의 기초단위로 설정함으로써 주민의 참여나 통제가 사실상 활성화되기 어려웠다. 따라서 현행 행정계층인 읍면동을 준자치단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재조정해 ‘지방광역행정체제’를 구축한다. 시군구가 통합돼 광역화될 경우, 대부분의 자치사무는 시군구로 이양된다. 이로써 지금의 도는 자치단체로서 존립할 필요성이나 근거를 상실한다. 대신 도의 영역을 넘는 대권역별로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한다.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은 도로·교통·하천의 인프라 건설과 같은 국가사무를 脫(탈)지역적 차원에서 처리한다.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은 지방적 국가사무만 다루고, 자치사무는 전적으로 자치단체가 담당해 상호 대등·협력관계로 정립한다.>
 
  이 보고서는 2005년 당시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이 낸 ‘지방분권화를 대비한 지방자치 및 행정제도 개혁을 위한 정책제안’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 허태열 의원은 2층제 지방정부체제의 대안으로 도를 폐지하고 전국을 70여 개의 시 또는 군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현행 특별시와 인구 200만 이상의 광역시는 모두 둘 이상의 시로 분할하며, 이 밖의 도시 지역은 인구 100만 전후로, 인근 시군과 都農(도농) 지역은 인구 50만 전후로, 순수 농촌지역은 인구 30만 전후로 인근 군과 통합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이 안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평가받았다.
 
 
  “90% 가량 합의”
 
  17대 국회 당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허태열 의원은 최근에 구성된 행정체제 개편 特委(특위) 위원장으로 다시 선임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에 구성된 국회 행정체제 개편 특위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조만간 특위 위원들을 구성해 공식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올해 9월까지 합의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여야 합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입니다. 정당이 합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행정개편은 충분한 공청회를 거쳐 국민이 인정해야 실현이 가능해요.”
 
  ―17대 국회 때 여야 간 합의는 어느 정도 됐습니까.
 
  “90% 가량 됐어요. 거의 대부분 합의된 셈이죠. 입법까지 갔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냈을 겁니다.”
 
  ―입법을 하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여야 간 토론을 열심히 했지만, 법까지 만들면 오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국가의 틀을 바꾸는 것을 국회의원 20여 명이 결정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죠. 지금의 행정체제는 100년 이상 지속돼 온 것입니다. 지방행정체제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지역민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기로 했습니다. 차기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투표에 부쳐 시행하기로 했지요.”
 
  ―쟁점사항은 무엇이었습니까.
 
  “특별시·광역시의 구성과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의 성격에 대해 논란이 있었어요. 특별시와 광역시를 도와 함께 구성할 것이냐 2단계로 늦춰서 할 것인가, 분할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등에서 이견이 있었지요. 도를 폐지해 새로 만드는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몇 개 만들 것이며, 국가기관으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도 의견이 갈렸어요. 혹자는 국가광역청에 자치단체의 지위를 줘야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도를 예닐곱 개 만들어 자치권을 부여하면 연방국가가 되니까 반대한 사람도 있었죠. 읍면동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도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였습니다.”
 
  ―선출직은 어디까지 하기로 했던 겁니까.
 
  “통합시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국가지방광역행정청장은 정부가 임명하는 것으로 했지요. 읍면동장은 풀뿌리 자치의 정신을 살려 지금보다 강화된 권한을 주는 선출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2005년 당시 ‘도를 단계별로 폐지하자’는 案(안)을 냈더군요.
 
  “도를 일거에 폐지하는 건 지방자치 원리에 안 맞아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앞으로 시군구 통합문제도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같은 당 권경석 의원이 낸 법안은 당론으로 결정된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제가 과거에 발의한 주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특별법을 제정하면 관련법의 개정도 잇따르겠군요.
 
  “지방행정체제 개편법을 기본법으로 만든 후 주민자치법·지방자치법·정부조직법·주민투표법·정부 사무기구에 관한 법 등 수십 개의 법안을 손봐야죠.”
 

 
  “행정구조 개편한 역사적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원해”
 
  ―행정체제를 개편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어느 정도입니까.
 
  “관심이 상당해요. 아시다시피 행정체제 개편안을 100대 국정과제에 넣은 분이 대통령입니다. 행정체제 개편은 이미 17대 국회가 합의한 내용이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정권 차원의 핵심 치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행정구조를 개편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하십니다.”
 
  ―행정학 전문가인 李達坤(이달곤)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한 데도 그런 뜻이 들어있다고 봐야겠군요.
 
  “물론입니다.”
 
  ―이달곤 장관의 생각은 어떤 겁니까.
 
  “지금의 지방행정체제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죠. 고비용의 현행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요. 이 장관은 전국을 20~30개 정도로 분할하자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인 이달곤 장관은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논문을 수 차례 발표했다. 그는 2000년 자신의 논문을 통해 “전국을 25~26개 광역시 체제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1995년 행정논총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현행 자치계층은 광역과 기초로 나뉘어 있다. 시도와 시군구가 바로 그것이다. 행정계층이 자치계층 밑에 1계층 혹은 2계층 더 있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력이나 시간 그리고 절차의 번잡성 면에서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 아울러 행정조직이 주민의 생활공간 가까이까지 침투되고 있어 지역사회의 진정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官(관)의존적 경향을 존속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의 행정구역이 생활권과 유리되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략) 다양한 주민들의 욕구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구역의 범위에 융통성을 가진 다양한 광역행정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발전되지 못해 행정의 대응성과 효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중략) 현재 행정구역과 계층제하에서는 전국적인 균형발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달곤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새로운 국가경영의 틀로 개편이 시급하다”며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100년 전 농경시대에 짜인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자치단체의 자생력 붕괴, 각종 비효율과 낭비, 주민불편 등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꼭 해야 할 일만 하고 지방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지방으로 넘겨 분권적 국정운영을 실현하겠습니다.”
 
  현재 행정안전부 측은 정부 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취임한 지 얼마 안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일련의 로드맵이 마련되면 국회와 협의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지방정부ㆍ광역지방정부 구획안의 한 사례.
 
  “글로벌 경쟁력 높이기 위한 지방분권”
 
  지금의 지방행정체제의 뼈대는 1894년 갑오개혁 당시 만들어졌다. 부·군의 이층적 지방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종전의 한성부와 8도를 23부로 개편했고, 경기도 등 8도 관할하의 5부·5대 도호부·20목·75도호부·77군·148현을 337군으로 바꿨다. 이는 일본의 메이지유신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갑오개혁이 실패하면서 23부는 1부(한성부)와 13도로 재편됐고, 337군은 1목·7부·331군으로 다시 부활했다. 이때 설치된 13도는 1946년 제주도의 신설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그 명칭과 경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일제 치하의 조선총독부는 1913년 13도 직할의 12부·317군을 12부·220군으로 재편했다. 이후 군청소재지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부 면 단위가 읍으로 승격됐다. 1949년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서 부는 시로 개칭됐다. 1960년 지방선거 이후 행정구역 개편이 일부 진행됐고,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40시·38군은 도농 통합에 따른 39시로 통폐합됐다. 지금의 행정체제는 2005년부터 1특별시, 6광역시·9도, 77시·88군·69자치구의 모습을 갖춰왔다.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허태열 의원과 오랫동안 상의해온 권경석 의원은 2008년 11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권 의원이 낸 법안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통합시는 2개 이상의 시와 시, 시와 군, 군과 군의 통합으로 구성된다. 시군의 광역화, 도의 기능전환(국가사무처리) 및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통합, 광역시 자치구 폐지,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 활성화 등을 시행한다. 시군구의 통합과 도의 기능전환이 완료된 이후, 지방의 경제권역 확대에 따른 대권역 행정기관을 설치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발의한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
  권경석 의원은 지방행정체제 전제조건으로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방분권’을 들면서 2단계 체제개편을 제시했다. 그의 말이다.
 
  “행정 개편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먼저 1단계로 도의 기능을 전환해야 합니다. 도는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 통합하면서 시군구를 생활범위와 경제권을 고려해 합쳐야 해요. 그래야 개편과정에서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2단계로 계층구조를 단층화해야 합니다. 전국에 대권역 행정기관을 4~5개 설치하고 자치단체 50~60여 개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의원께서 발의한 법안과 민주당의 案(안)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았지만 비슷한 것 같아요. 민주당은 도를 폐지하는 쪽이지만 나는 기능전환이라고 봤어요. 내용은 유사해요.”
 
  ―국민의 합의가 중요한데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국민들은 현재 기본 틀이 어떻다는 정도만 이해할 뿐 구체적인 부분을 잘 몰라요. 토론회나 지방순회를 통해 알려야겠지요. 명분과 근거를 제시하면 이해할 거라 생각해요. 행정체제를 바꾸는 첫 번째 목적은 주민의 편익 증진입니다. 지금과 같은 기초단위는 주민의 생활권을 아우를 수가 없어요. 이미 생활권은 광역화돼 있어요. 택시요금처럼 생활과 직결된 부분도 주민 입장에서는 불편합니다. 같은 생활권에서 시설을 이용하고 사업도 같이 하는데 행정업무는 각 시군에서 한단 말이에요. 얼마나 낭비입니까. 공무원 입장에서는 시군 단위를 벗어날 수 없어요.
 
  시군 단위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예산낭비 요인이 상당히 많아요. 행정체제가 개편되면 기초의회가 없어지고 통합시 의회가 생기니까 예산 절감 효과도 있고요. 시군구 통합으로 30만~100만명 규모의 도시가 만들어지면 자족기능이 살아나요. 자치권한도 강화되고 재원도 뒷받침되고…. 이게 지방 경쟁력 강화의 핵심입니다.”
 
 
  “4월초 청와대 지방분권 로드맵 발표할 것”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그렇다고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통합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행 선거구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현재 청와대가 지방분권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월 초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입으로 지방분권을 주장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행동으로 옮길 거예요. 지방사무는 지방으로 내려 보내고, 지방이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사무는 중앙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이른바 행정사무 전반을 교통정리하는 셈이죠. 이렇게 되면 중앙 종속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자치단체 간 책임전가, 중복투자 등도 없어질 겁니다.”
 
  ―현역의원 선거구를 유지하면서 지방행정체제를 바꿀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경남 의령·함안·합천이 하나의 선거구인데 마산·창원·함안이 합해져서는 안되죠. 함안이 떨어져 나와버리면 나머지 자족도시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요. 그래서 현행 선거구를 유지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이유도 없지요.”
 
  ―도를 폐지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겁니다. 도는 지방자치단체인 동시에 국가사무 집행기관입니다. 도와 시군 전체의 지방사무의 비중은 27%에 불과합니다. 국가 사무와 도 사무, 시군 사무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요. 행정체제 개편은 이를 정리하는 겁니다. 16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통합·정리하면 국가사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계층구조는 단순화, 행정구역은 광역화”
 
  ―국가 사무를 보는 도(광역지방행정청)의 책임자는 중앙정부가 임명합니까.
 
  “물론이죠.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 이미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들 국가의 경우 도가 자치단체라는 간판을 걸고 있지만 내부는 국가 위임사무를 맡고 있어요. 선거 외에 자치사무의 비중이 매우 낮아요.”
 
  ―일부 행정학자들은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는 단층구조의 행정개편은 중앙집권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의 기능을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로 명확히 구분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어떻게 중앙집권화하는 겁니까. 말도 안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행정개편은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무시한 개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거에 내려오던 조선 8도와 같은 구역이 깡그리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도 단위의 광역행정청이 존재하기 때문에 역사성은 유지돼요. 지방의 자족기능이 강화돼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겁니다.”
 
  ―시군구가 통합시로 변경될 경우 명칭을 정할 때 다툼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경남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통합될 경우 명칭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3개 시도를 아우르는 통합시의 명칭만 하나 만들면 되지요. 이를테면 ‘마창진 통합시’라고 말이죠. 마창진 통합시장은 선거를 통해 뽑습니다. 창원시장, 마산시장, 진해시장은 통합시장이 임명하는 거고요.”
 
  ―선거가 간소화되겠군요.
 
  “그렇죠.”
 
  ―통합시의 경우 현재의 국회의원 지역구와 비슷해질 수 있겠군요.
 
  “조정이 필요하겠지요. 아무튼 시민의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다만 읍면동은 주민자치 형태로 만듭니다. 이게 풀뿌리 자치죠. 현재의 공무원 조직으로는 안되죠. 지금의 자치센터 수준을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갈 겁니다. 주민자치위원장의 권한이 강화되겠죠.”
 
  2008년 12월 우윤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특별법안’의 기본방향도 한나라당과 같다. 지방행정의 계층구조는 단순화하되, 지방행정구역은 광역화하는 것이다. 우 의원은 “지금의 지방행정체제는 100여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세계화·사이버 시대에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국이 이미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혀진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체제”라며 “미래지향적인 행정체제로 개편해 국가경쟁력과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시·광역시·통합시·특별자치시로 구분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군·구 또는 출장소를 설치한다.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한다.
 
  서울특별시 및 광역시는 종전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로 하되, 관할구역 안의 자치구 및 자치군·구는 통폐합해 행정구 및 행정군·구로 한다. 도의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시·군은 인접 지방자치단체를 통폐합해 자치행정을 수행하는 ‘통합시’로 개편하고, 통합시에 행정군·구 또는 출장소를 설치한다.
 
  도는 폐지하되, 도의 사무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통합시로 이관한다. ‘지방자치법’에 의해 설치되는 읍면동은 주민자치기구로 한다. 중앙정부는 국가 위임사무와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사무 처리 및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위해 국가광역행정기관을 둔다.>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는 유지”
 
민주당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발의한 우윤근 민주당 의원.
  우윤근 의원은 법안의 특징에 대해 “경제적 효율성을 아주 높이는 법안”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도를 유지하다가 나중에 폐지하자는 쪽인데 일괄적으로 처리해야 효과를 봐요. 한번 고착화되면 개혁이 어렵습니다. 또 몇 백 년 갈 겁니다. 허태열 의원도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도는 중앙정부와 지방도시 중간에 끼여 있는 상태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연합 형태로 가는 게 좋아요. 도를 중간에 둘 필요가 없어요.”
 
  ―통합시를 몇 개 정도 두는 게 효율적일까요.
 
  “60~70개로 통합하는 게 좋습니다. 통합의 기준은, 도시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100만명 정도로 묶고, 농촌은 35만명, 도농복합지역은 50만 정도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도가 자연스럽게 사라지죠. 도가 없으면 예산을 줄일 수 있고 행정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간 지역갈등도 차제에 없앨 수 있습니다. 조선 세종 때 8도가 생겼고 갑오개혁 이후 근대적 의미의 행정구역이 만들어졌지만 너무 낡았어요.”
 
  ―18대 국회 행정체제 개편 특위에서 합의안이 나올 것 같습니까.
 
  “가능하다고 봅니다. 민주당도 2010년 지방선거 이전에 법안을 만들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법안과 비교할 때 도의 존치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제적으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주민의 이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부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여론을 들며 행정체제 개편에 반대하는 분도 있는 걸로 압니다.
 
  “현행 지역구는 존속시켜야 하겠죠. 특정 지역구가 없어지면 현역 의원이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다음 총선까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청와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2010년 선거에도 적용해보자는 의욕이 있어 보입니다. 내년은 힘들겠지만 아무튼 이명박 정부가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힘을 쏟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청와대, 국회가 다같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행정구역 개편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입니다. 영국은 시대상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계층구조를 바꾸고 특정 도시를 새로 만들거나 폐지해왔습니다. 1986년 영국은 런던특별시와 6개 광역시를 폐지하고, 사무와 인력을 자치구와 런던시에 이양했습니다. 이로 인해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졌지요.
 
  결국 중요한 건 국민적 합의입니다. 실제 추진과정에서 지역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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