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은 메뚜기 이마에도 판을 벌여야 한다.
땅이 석 자 깊이로 얼려면 하루 추위로는 안 된다”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자동차, 화장품, 보험 등 각 분야에서 판매왕들은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을까. 발품을 많이 판 만큼 실적이 올라갈까. 각 분야에서 ‘최고의 판매왕’으로 평가되는 6인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만나본 결과,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 뒤에는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남들과는 달라도 ‘뭔가’가 다른 판매왕들의 세일즈 노하우를 들어봤다.땅이 석 자 깊이로 얼려면 하루 추위로는 안 된다”
대우자동차판매(주)│朴魯鎭 상무
“좌우지간 가라, 만나라, 이야기하라”
대우자동차 판매왕 10연패
![]() |
| 박노진 대우자동차판매 상무. |
박 상무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자동차 판매왕 10연패를 한 기록 보유자다. 2007년에는 매출 기준으로 社內(사내) 4위, 작년에는 132대를 팔았다. 그가 세일즈 인생 28년 동안 세운 누적 판매대수는 4378대. 이는 일요일을 제외하면 한 달 평균 13대, 그러니까 이틀에 한 대 꼴로 차를 판 셈이다. 그는 1997년부터 억대 연봉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연봉 1억7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나요, 아니면 처음부터 목표관리를 했나요.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긴장이 풀려서 자기관리가 안됩니다. 새해가 되면 일 년 목표부터 세우죠. 저는 항상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20~30% 상향시킵니다. 그러면 월별 목표가 나오고, 매일 아침마다 목표 점검을 합니다. 실적이 안 나오면 아무리 피곤해도 고객을 찾아 나섭니다. 피곤하다고 사우나 안 갑니다. 저는 ‘꼬불치기’를 절대 안 해요. 다음 달에는 항상 제로에서 시작합니다.”
‘꼬불치기’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분을 다음 달에 이월시켜 목표를 잡는 것을 말한다. 다음 달에는 조금 여유를 갖겠다는 뜻이다. 박 상무는 이런 여유가 습관이 되면 자기발전이 없다고 믿고 있다.
―고객은 어떻게 찾아냅니까.
“고객관리를 잘하면 그 고객이 새 고객을 소개해 주죠. 제 경우에는 판매 대수의 약 70%가 이런 고객입니다. 영업을 오래 할수록 보유고객에게 安住(안주)해 신규고객 발굴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이럴 경우 가지고 있던 재산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처럼 영업의 세계에서 금방 도태되고 맙니다. 저는 신규고객 발굴을 위해 신문 경제면을 꼼꼼히 읽어요. 아무리 불경기라도 호황업종이 있습니다. 철근이 없어서 못 판다는 기사가 나오면 철근 대리점을 찾아가죠. 배추가 금값이라면 야채시장을 찾아가는 식이죠. 요즘은 엔고로 인해 명동에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요.
이럴 때는 화장품 가게를 뻔질나게 드나듭니다. ‘무대뽀’(무조건 밀어붙이거나 밀고 나간다는 경상도 사투리. 어원은 일본어 無鐵砲-편집자 주)로 찾아가는 거죠. 가게 주인들이 워낙 바빠서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계속 명함을 돌리고 얼굴을 알리다 보면 언젠가는 콜이 오죠. 저는 맨투맨 영업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습니다.”
―무작정 찾아가면 잘 만나 줍니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고객들은 자동차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영업사원을 거절하죠. 고개부터 흔들어요. 저는 처음부터 자동차 이야기를 안 합니다. 주변 이야기를 먼저 꺼내 분위기를 유도하죠. 날씨 이야기부터 고향, 할머니 등의 이야기로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저는 고객이 하는 말을 하나하나 메모를 해서 고객카드를 만듭니다. 고객이 먼저 차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고객의 차 선호도를 재빨리 분석합니다. 이 고객이 차를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살피죠. 교체 연수, 안전도, 스타일, 경제성, 혹은 주행거리 등을 물어서 기록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우리 차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첫 만남이 이쯤 되면 대략 세 번 만나 계약이 성사됩니다. 기간으로 보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년이 걸리기도 해요.”
악천후 때 고객 찾는 이유
―한 번 만나서 계약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한 번에 계약이 되는 경우는 없어요. 고객은 항상 의심을 합니다. 차를 구입하려고 마음 먹어도 제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죠. 주변에 물어보고 경쟁사 직원들을 만나 요모조모 따져 봅니다. 제가 영업 나가기 좋아하는 날은 비 오거나 눈이 오는 악천후 때죠. 구매결정권자가 사무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접 방문한 영업사원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죠. 성실하게 보여야 계약이 성사될 확률이 높습니다. ”
―고객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자동차 사고가 나면 당황한 고객은 저에게 연락을 해요. 이럴 때 ‘보험회사에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으면 그 고객은 영영 잃어버립니다. 보험사에 첩보를 주고 상해를 입으면 병원을 연결해서 안심을 시켜요. 차를 새로 뽑은 고객은 기분이 들떠 있어요. 이럴 때 차 옆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액자로 보내주는데, 액자 뒤에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넣으면 신규 고객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새 차에 제 명함을 여러 장 넣고는 ‘소개해 주시면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도 남겨 놓죠.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경쟁사에 뺏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경쟁사 차량이 고객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매달립니다.”
―판매왕이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것입니까.
“오래 전에는 호황을 누리는 한 가게를 찾아갔다가 ‘개시도 안 했는데 영업사원이 왔다’며 주인이 소금을 뿌리는 바람에 황당하기도 했죠. 그럴 때는 한강에 가서 고함 한 번 지르고 ‘용왕님 도와주세요’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
―판매왕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판매에 王道(왕도)는 없지만 正道(정도)는 있습니다. 제가 터득한 비결이라면 ‘좌우지간’입니다. ‘좌우지간 가라, 만나라, 얘기하라’는 말입니다. 저는 한 군데 퇴짜를 맞으면 반드시 두 군데 방문하는 근성이 있거든요. 바람이 잘 불면 바람개비가 저절로 돌아가지만, 바람이 없으면 제가 뛰면서 바람개비를 돌려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한성자동차(주)│鄭萬起 상무
“고객이 나를 밀어주도록 만들어야”
1999년 55대 팔아 70억 매출 올려
![]() |
| 정만기 한성자동차 상무이사. |
―처음 입사해서 벤츠를 몇 대나 팔았나요.
“첫 입사 때는 주로 대기업 회장 비서실을 방문했어요. 그때는 수입차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지요. 007가방에 영문 카탈로그를 넣어 다니며 명함을 뿌렸더니 3년 간 저를 찾아 계약을 많이 했어요. 수입 초기여서 대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판매량의 90%를 저 혼자서 달성했죠. 1989년 5월에는 11대를 팔았습니다. 저희는 판매 대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점유율, 매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재입사해서는 어느 정도 실적을 올렸습니까.
“강북영업소장을 맡았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이 영업소가 폐쇄되고 저도 현장 영업을 나갔어요. 구조조정 끝에 10명이 개인사업 자격으로 활동했는데, 1999년 한 해에 290대를 팔았습니다. 그중 제가 55대를 팔아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렸죠. 그해 제 소득이 최고였어요. 2000년부터 본사 관리직으로 들어오면서 후배들에게 고객 리스트를 물려주고 영업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2008년 한 해에 7000대 이상 팔았는데, 그중 1235대가 제가 근무하는 강남점에서 팔렸어요.”
―회장들을 만나기만 하면 쉽게 계약이 되던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회장들은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신동아그룹의 崔淳永(최순영) 회장이 BMW를 탄다는 말을 듣고 63빌딩의 53층 회장실로 무작정 찾아갔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원이 ‘어떻게 왔느냐’고 묻기에 ‘벤츠 자료 전달하러 왔다’고 했더니 비서실과 전화통화를 시켜 주는 겁니다. 비서실장이 ‘지금 바쁘니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저는 안내원에게 ‘빨리 오라는데요’라고 말하고는 비서실장에게 자료를 전달하고 왔죠. 한 번은 모 기업 회장과 계약을 하고 출고시켰는데, 본인이 원하는 색상이 아니라고 우기는 바람에 페인팅을 다시 해서 보낸 적도 있어요.”
―벤츠 살 때 깎아 달라는 사람도 있습니까.
“있는 사람이 더해요. 300만원짜리 티코 팔 때 17군데에서 견적을 받아 놓고 깎아 달라는 사람도 봤어요. 서민들이니 이해를 하죠. 깎아 달라고 할 때 자신의 영업력으로 극복을 해야죠.”
사람 다루는 기술이 기술 중 으뜸
―벤츠 고객은 어떻게 발굴합니까.
“경험이 없는 사원들은 방문고객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벤츠를 타는 사람은 그 주변에 벤츠를 탈 만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경력이 쌓이면 기존 고객이 새 고객을 소개해 주도록 관리를 잘해야죠. 말하자면 고객이 나를 밀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앞에서 열정을 가져야 해요.
진짜 마음을 실어서 전달하지 않으면 내 편이 안 됩니다. 고객에게 부담을 안 주면서 친형제같이 지낼 수 있으면 성공적입니다. 새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기사 대기실이나 골프장 등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부부 고객을 만났을 때는 누가 결정권이 있는지 빨리 파악해야죠.”
정 상무는 벤츠 고객인 金東鍵(김동건) 아나운서와 20년 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많은 고객들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정 상무가 병원에 입원하자 김동건 아나운서가 문병을 올 정도로 이제는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정 상무에게 벤츠를 구입한 가수 李美子(이미자)씨도 공연이 있을 때는 정 상무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벤츠 고객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차를 구입한 고객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자동차 값 깎아 주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어요. 세일즈맨은 항상 적정한 돈을 가지고 있어야 대인관계에서 느긋한 마음이 생깁니다. 내가 고급스러워야 고급스럽게 대접 받습니다. 절약할 때 하더라도 과감히 지출할 줄 아는 것이 영업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고객의 경사가 있을 때는 난이나 화분보다는 분재 같이 좀 비싼 선물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또 혼자서는 싸구려 음식을 먹더라도 대접을 할 때는 고급스럽고 정성스러운 곳에서 대접하라고 합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받아서 기분 나쁜 사람은 없거든요.
또 벤츠를 탈 정도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외롭거나 의심이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고객일수록 성실하고 정직하며 인간적으로 다가가면 효과적입니다. 고객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세일즈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저는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이 기술을 터득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영업사원 교육을 시킬 때 이런 말을 합니다. 땅이 석 자 깊이로 얼려면 하루 추위로는 안 된다(地凍三尺非一日之寒ㆍ지동삼척비일일지한). 경험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아무리 좋은 말과 설명을 한다 해도 진심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진실한 행동만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우자동차판매 강동트럭지점│朴恩花 부장
고객트럭 사고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1993년 입사, 트럭 1000대 판매 돌파
![]() |
| 박은화 대우자동차판매 강동트럭지점 부장. |
사업이 망하거나 부도가 나면 차값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 분야에 도전해 판매왕이 된 세일즈 우먼이 대우자동차판매 강동트럭지점의 朴恩花(박은화·48) 부장이다. 박 부장이 근무하는 책상 옆에 1000대 판매를 축하하는 화환이 걸려 있었다. 세일즈 우먼인 만큼 외모에 치장을 많이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녀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었다.
트럭 1000대 판매 기록은 2008년 12월 18일 기준이었다. 필자가 찾아간 1월 8일에는 3대가 추가됐다. 2007년에는 153대를 팔았고 작년에는 경기위축으로 86대에 그쳤다. 2000년부터 전국 1등을 3번 했고 나머지는 모두 2, 3등 연속이다. 2000년에 지점장 자리를 제의 받았지만 거절했다. 박 부장은 1993년 입사해 경력 16년 차의 사원이다. 입사 첫 해부터 남편 연봉을 추월, 현재는 억대 연봉자가 됐다.
―1000대 돌파한 사원이 혼자뿐입니까.
“우리 회사에 전국 21개 지점이 있는데 저보다 8년 더 근무한 포항지점 남자 직원이 1000대를 넘었어요.”
―다른 직원들의 실적은 어떤가요.
“제 절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판매여왕의 비결이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별 재주가 없어요. 트럭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고 인맥도 없죠. 술도 못 마셔요. 굳이 말한다면 고객관리를 잘했다고나 할까요. 여자다 보니 고객들이 제가 전화하면 잘 기억을 해줘요. 저는 지금까지 우량고객들만 만난 것 같아요.”
그 말 끝에 ‘혹시 미인계를 쓰는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하려고 했다가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제가 아침마다 하나님께 기도를 하거든요. 그래서 잘봐 주는 것 같아요.”
―그럼 남자 직원들은 고객관리가 엉망입니까.
“그런 것은 아니죠. 여자가 이런 영업을 한다니까 고객들이 불쌍하게 보고 잘 대해 주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고객은 어떻게 발굴합니까.
“트럭 영업은 전국 물동량과 연관이 있어요. 물류 방향을 잘 봐야죠. 건설경기가 좋으면 건설회사를 찾아가는 거죠. 저는 대형 마트에 장보러 가도 트럭을 유심히 살펴요. 기사가 있으면 명함 한 장 놓고 오고, 전화번호도 물어봅니다. 회사 소속이면 업주를 찾아가고 개인사업자면 맨투맨 접촉을 합니다. 제 경우는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연결해 주는 것이 90% 정도 돼요. 고객관리를 꾸준히 하면 좋은 정보가 많이 들어와요. 車主(차주)가 누구를 만나 보라고 추천을 해주기도 하죠. 낯선 고객을 만나러 갈 때는 알 만한 분을 찾아 ‘전화 한 번 넣어 주세요’라고 하면 거부감이 없어요.”
고객들이 ‘누님’이라 불러
―차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을 합니까?
“트럭 기사들은 대부분 자기 차에 대해 전문가 수준이에요. 제가 오히려 차주에게 물어보고 한 수 배워요. 그러고는 ‘사장님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라거나 ‘사장님은 박사시네요’라고 하면 기분 좋아해요. 이것이 오히려 신뢰감을 주는 것 같아요.”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합니까.
“전 목표를 안 잡아요. 1등 하고 싶은 욕심도 안 가져요. 정말이에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 뿐이에요. ”
―고객관리의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한번은 하이트 맥주공장 트럭이 강원도에서 고장이 났어요. 밤 11시에 고객의 연락을 받자마자 부품을 구해서 사고현장에 갖다 주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5시더군요. 차가 고장이 나 운행을 못하면 하루 일당을 못 받는 분도 있거든요. 그 고객의 소개로 하이트 공장에 트럭 150대를 팔았어요. 저는 고객들과 인간적 소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객의 트럭이 사고가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안부를 묻고 가족들을 위로해 줍니다. 고객 중에 저를 ‘누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인생상담까지 해준답니다. 저는 차량 대금 미회수가 지금까지 한 건도 없어요.”
―남자 사원들이 라이벌이라고 싫어하지 않나요?
“다른 지점 사원들이 저 때문에 많이 혼이 났나 봐요. ‘여자도 저렇게 하는데 너희들은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야단을 맞았대요. 한번은 직원 MT를 갔는데 고참 선배가 절 불러요. ‘너 때문에 못살겠다. 너는 부업이지만 나는 주업인데 만날 깨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해 살 만한 짓은 절대 안 해요.”
―왜 트럭영업을 택했습니까.
“내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서른 두 살의 나이로 대우에 입사할 때 면접관들이 ‘승용차 영업을 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트럭을 하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3개월 만에 첫 실적을 올렸는데, 실적이 없는 남자 사원보다 월급이 적더라고요. 알아봤더니 저를 비정규직 비슷한 주부사원으로 합격시켰더군요. 앞으로 여성인력의 채용 여부는 나한테 달렸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박은화 부장에게는 입사 때의 유쾌하지 못했던 경험이 성취동기를 자극시켰는지도 모른다. 맹렬하게 일을 해 온 것이 혹시 성차별에 대해 남자에게 복수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몇 대 팔 계획입니까.
“저는 목표 같은 것 안 잡는다니까요.”
파코메리│朴炯美 사장
“칭찬은 돈 안 드는 최고의 뇌물”
토큰 세 개로 시작해 연봉 12억원에 올라
![]() |
| 박형미 파코메리 사장. |
보름 만에 첫 주문을 받은 후 한 달 동안 11만7000원짜리 기초화장품 세트 129개를 팔았다. 동기들에 비해 두세 배가 많은 양이었다. 입사 6개월 되던 때부터 지사장에 도전해 8개월 만에 그 자리에 올랐다. 15년간 화진에 몸 담으며 연봉 12억원의 부회장까지 올랐고 2003년 지금의 파코메리를 창업했다.
―판매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으신 겁니까.
“그 반대예요. 판매가 적성에 안 맞아 그걸 벗어나려고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 최고경영자가 되었습니다. 처음 세일즈를 시작할 때 토큰 3개가 제 밑천의 전부였어요. 아기 우유 값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워놓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 찾아다녔겠네요.
“식당 하는 언니를 찾아갔더니 ‘내 동생이 남편 잘못 만나 이 고생 한다’며 통곡을 해요. 그 다음부터 연고 판매는 일절 하지 않았어요. 연고 판매에 의존하는 사람은 3개월을 못 버텨요. ”
―어떻게 해서 판매왕이 됐나요.
“저는 주로 여의도 사무실을 찾아다녔어요. 화장품 가방을 들고 무작정 들어가는 거죠. 처음에는 말이 안 떨어져요. 온몸에 마비가 오는 것 같았어요. 보름이 지나도록 물건 하나 팔지 못했어요. 하루는 사무실을 방문해 여직원에게 다가갔더니 내가 오늘 하루 일곱 번째 찾아온 화장품 영업사원이라며 인상을 써요. 그래도 한 시간 동안 상품을 설명했는데 사겠다는 의사가 없어요. 세일즈를 그만두기로 작정하고 다음날 회장님께 인사를 하러 갔어요. 그런데 어제 그 고객의 주문이 들어왔다는 겁니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횡단보도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팔아
―목표를 어떻게 설정합니까.
“저는 판매액에 초점을 두지 않았어요. 고객과의 미팅 건수를 목표로 잡아요. 하루 20명을 만나 미팅의 達人(달인)이 되면 영업의 달인이 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오른쪽 주머니에 콩알 20개를 넣고 나갑니다.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콩알 하나씩을 왼쪽 주머니로 옮깁니다. 다 없어질 때까지 뛰는 거죠. 판매에는 왕도가 없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많이 팔 수 있어요. 횡단보도에서도 팔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팔았어요. 세일즈맨에게는 장소가 필요 없습니다. 장사꾼은 메뚜기 이마에도 판을 벌여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물건이 팔리나요.
“고객에게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 물건 못 팔아요. ‘언니’란 소릴 들어야죠. 당연히 옷차림과 언행, 인상과 인격에 신경 써야죠. 내가 고객에게 ‘당신 피부 책임지겠다’고 해서 ‘언니라면 믿을 만해요’라는 답이 나오면 성공이죠. 그런 고객은 내가 회사를 옮겨 다른 화장품을 팔아도 따라옵니다. 내가 만난 고객의 재구매율이 80%였어요. 그렇다면 영업사원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내 가치를 파는 겁니다.”
―거절당할 때는 어떻게 합니까.
“세일즈맨은 거절을 그림자처럼 안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 막 출시된 상품일지라도 모르는 고객을 찾아가면 ‘됐어요. 써 봤어요’라고 해요. 이 경우 고객들은 상품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세일즈맨을 거부하는 겁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거절당하면 또 다른 두 사람을 찾아갔어요. 경비에게 쫓겨나기도 했는데, 그럴 때 속으로 ‘너는 평생 경비나 해라. 내가 이 빌딩 사면 그때 경비시켜 주마’라며 오기를 품었죠.”
―고객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저는 고객 칭찬을 잘해요. 칭찬은 돈이 들지 않는 최고의 뇌물입니다. 그렇다고 말 잘하는 사람이 세일즈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 잘하는 것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죠. 저는 고객들 결혼상담도 많이 해줬어요. 애인과 헤어진 고객에게 카운셀링을 해주기도 했죠. 물건을 팔면 대부분 할부로 외상거래를 하고 무통장 입금을 시키는데 저는 돈 떼여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고객과 신뢰가 돈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MMS인터내셔널(주)│全必東 회장
제품에 대한 확신이 판매왕을 만든다
공기조절 운동화 개발, 1000만 달러 수출
![]() |
| 전필동 MMS인터내셔널 회장. |
―판매를 잘하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제 고객은 주로 중간도매 상인들입니다. 이 분들은 장사가 안 될 만한 물건을 가져가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제가 취급하는 제품은 모두 제가 만든 것이어서 생소하게 보일 수 있어요. 그러자면 제품력이 좋아야 합니다. 다른 제품과 비교가 되지 않는 블루오션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상인들이 제 물건을 받기 위해 줄을 서면 성공합니다. 훌륭한 기술은 훌륭한 마케팅을 유도한다고 확신합니다. 이번에 출시한 코르셋도 개발 기간만 4년이 걸렸어요.”
―일반 소비자는 어떻게 설득합니까.
“저는 개발자이지만 직접 영업을 나갑니다. 제 경우에는 아주 간단해요. 제가 처음부터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설명하면 잘 이해를 합니다. 소비자들은 속아서 사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을 많이 해요.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제가 개발과정에서 시행착오로 겪었던 것이어서 설명이 빠릅니다. 저는 철저히 제품력으로 판매에 승부를 겁니다. 제품이 좋으면 입 소문이 퍼져 나갑니다.”
―소비자들이 고분고분하게 제품력을 인정해 줍니까.
“지금 팔리고 있는 코르셋을 보면 소비자들의 60% 이상이 부정적입니다. 몸매 보정한다고 해서 샀는데, 많이 속았기 때문이죠. 세계 코르셋 개발 역사를 보면 발명특허가 1000건 이상이나 됩니다. 인류 발명의 역사에서 단일 아이템으로 특허가 가장 많아요. 기존 코르셋은 대부분 신축성 있는 스판덱스를 원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원단이 몸을 잡아줄 수 없어요.
저는 늘어나지 않는 원단을 사용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십중팔구 ‘입고 벗기가 불편하겠네요’라고 질문을 하죠. 저는 스판덱스보다 더 쉽다고 말합니다. 특허를 받은 지퍼를 부착했다고 설명하죠. 말보다 한번 체험해 보기를 권합니다. 한 번 입어 본 고객들은 바로 구매로 연결됩니다.”
제품에 스토리를 담아 설명하라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던 영업사원들은 어떻게 합니까.
“교육을 시키죠. 영업사원에게 자신이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해보라고 합니다. 제품 하나 하나에 스토리를 담아서 설명하라고 하죠. 설명할 때는 신들린 사람처럼 열정을 담아야 합니다. 세일즈맨이 대충 설명하는데 귀담아 들을 소비자가 어디 있습니까.
신들린 듯 세일즈를 해야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바잉 트랜스(구매 충동)를 일으킵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욕구나 소망과 관련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면 고객의 집중도가 높아집니다. 이것이 최면원칙인데 판매실적이 증가되죠. 세일즈맨은 좀 더 인상적이고 실용적이며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물건이든지 잘 팔 수 있겠네요?
“저는 아직 제가 만들지 않은 물건을 팔아 보지 않았습니다. 판매 아이템을 잡을 때도 눈으로 보고 체험해 보는 순간 바로 판단할 수 있는 상품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일정 기간 후에 나타나는 건강식품 같은 것은 팔 자신이 없어요.”
―고객발굴은 어떻게 합니까.
“주로 어린이나 여성용 시장을 공략합니다. 제가 전에 개발해 판매했던 인라인 스케이트는 가수 동방신기를 CF모델로 썼습니다. 코르셋은 방문판매를 활용할 생각입니다. 속옷이라 쉽게 체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 체험장을 가동하고 있어요. 고객을 체험장까지 안내하면 거의 성공입니다.”
―판매도 제품개발처럼 기발한 발상이 필요합니까.
“판매에 왕도는 없지만 새로운 발상은 필요합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비비안 리가 하녀의 도움을 받아 코르셋을 입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일 제가 그런 코르셋을 판매한다면 도우미를 부록으로 끼워 줄 겁니다. 대신 좀 비싸겠죠.”
ING생명보험(주)의 FC(재무상담사)│朱寧燮씨
“외국 보험왕들은 자신의 리스트를 자식에게 대물림”
2005~2006년 MDRT(백만불 원탁회의) 자격 취득
![]() |
| 주영섭 ING 생명보험 재무상담사. |
FC는 영업 일선에서 보험계약을 이끌어내는 세일즈맨이다. 주씨는 2005~2006년 MDRT 자격을 취득했다.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100만 달러 원탁회의)는 FC 중 소득기준 연봉 800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MDRT는 매년 환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당시 주 씨의 연봉은 1억5000만원이었다) 그동안 200여 명을 만나 300여 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보험세일을 잘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저는 자기계발에 역점을 둡니다. 경영대학원의 경영연구 과정이나 골프지도자 과정 등에 들어갈 때마다 총무를 맡았어요. 제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시장을 개척하는데,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죠. 골프 모임, 산악회 모임 등도 제가 주도하면서 인맥의 범위를 넓혀 가요. 제가 가진 고객 리스트가 약 1800명입니다. 부지런하면 실적도 올라가더라고요.”
―다른 사원들은 그런 방법을 안 씁니까.
“다른 사람도 비슷하겠지만 실적은 개인 차가 있죠. 저는 보험사 경력은 짧지만 무역 에이전트를 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취급했고, 경험이 많아 보험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제 동기생이 ING에서 근무했는데 연봉 2억원이라고 하기에 저도 보험영업을 시작했죠. 그 동기에게 많이 배웠어요.
―처음부터 모임을 만들어 영업을 했나요.
“저도 처음에는 X시장(知人 상대 영업)을 뚫었어요.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모임, 서클까지 망라해 선후배들의 명단을 확보해 찾아다녔습니다. 실적은 올랐는데 X시장은 6개월 만에 바닥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자기계발에 역점을 두고 새로운 인맥을 쌓아 나갔죠. 통일문화원에도 기부금을 내고 회원이 됐습니다.”
―부지점장을 맡다가 다시 FC로 돌아왔더군요. 실적이 떨어져서 그랬나요.
“그 반대입니다. 11개월 동안 팀원 6명을 데리고 부지점장을 맡았는데 오히려 수입이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제가 자청해서 FC로 돌아왔어요. 저는 여러 직업 중에서 보험업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보험왕들이 자신의 고객 리스트를 자식에게 물려주기도 해요. 계약자들도 대물림해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고객관리를 잘해야죠. 저도 고객 리스트를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고객관리를 어떻게 합니까.
“저는 하루 3명 이상 고객을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보통 일주일 스케줄이 꽉 차죠. 月刊朝鮮과의 인터뷰 약속 잡기도 쉽지 않았어요. 고객들에게 제가 만든 책자를 보내기도 하고 결혼 중매를 하기도 합니다. ”
―고객을 어떻게 설득합니까.
“우선 신뢰가 쌓여야죠. 앞으로 우리 사회는 나이 오십쯤에 퇴직을 한다고 보면 나머지 50년 먹고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책 없이 오래 사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런 것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보여주죠. 그래서 저는 보험재무사를 가족사랑 전도사, 금융 주치의, 사회 사업가라고 생각해요. 보험은 축구경기와 비슷해요. 아무리 잘 뛰어도 골이 안 터지면 헛방입니다. 저는 고객이 화장실 가면 그곳까지 따라가서 계약할 자신이 있어요.”
영업은 이제 특별한 활동이 아니다. 우리 모두 세일즈맨이 되어 무엇인가를 팔아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가 만난 판매의 달인들은 한결같이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판매의 달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 군데 퇴짜를 맞으면 반드시 두 군데를 방문하라. 고객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내가 고급스러워야 남들에게 고급스럽게 대접 받는다. 고객들과 인간적 소통으로 ‘형님’ ‘누님’ 사이가 돼라. 아무리 부자라도 받아서 기분 나쁜 사람은 없다. “팔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워라. 사람을 많이 만나야 많이 팔 수 있다.”
그 모든 철학과 원칙을 뛰어넘는 판매의 원칙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서 고객이 나를 도와줄 수 있도록 만들어라”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