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成九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서울大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마리아의료재단 대구마리아병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인원 20만 명의 불임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李원장은 현재까지 냉동이식을 포함한 시험관아기 시술 2만5000회를 통해 7000여 명의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저서로는 「여자 몸 설명서」(조선생활미디어)가 있다.
28세 여성 A씨는 겨드랑이와 다리에 난 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민소매 셔츠를 입어야 하고 수영장에 다녀야 하는데, 몸 구석구석 除毛(제모)작업을 하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참에 나도 비키니 라인뿐만 아니라 중요 부위까지 깨끗하게 제모한다는 브라질리언 왁스를 해볼까, 아니면 겨드랑이 등 몇 군데만이라도 레이저 영구제모술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서울大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마리아의료재단 대구마리아병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인원 20만 명의 불임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李원장은 현재까지 냉동이식을 포함한 시험관아기 시술 2만5000회를 통해 7000여 명의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저서로는 「여자 몸 설명서」(조선생활미디어)가 있다.
30세 여성 B씨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병원을 찾았다. 「無毛症(무모증)」 때문이다.
결혼할 남자는 아직 그녀의 無毛症을 알지 못한다. 잠자리를 거부해 온 그녀에 대해 혼전 순결을 엄격하게 지키려는 보기 드문 여자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B씨는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陰毛(음모)패드」라는 광고 스티커를 발견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문의해 봤지만, 역시 큰 소득은 없었다. 「패드」는 가발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어 필요할 때마다 해당부위에 붙이는 것으로 썩 내키지 않았다. 결혼 후 마냥 잠자리를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B씨는 돈이 좀 들더라도 자가모발이식 수술을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털의 「많고 적음」이 생식능력을 가늠하는 힌트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여성의 성기 주변에 나는 陰毛는 생식능력과 불임여부를 판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리 몸에 난 털은 팔·다리의 털을 제외하곤 모두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연관성이 있다. 팔·다리의 털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반면, 겨드랑이나 성기, 배꼽 주위에 나는 털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남자를 남자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남성호르몬이지만 남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여성 또한 체내에서 남성호르몬이 만들어진다. 분비량이 남성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남성은 고환과 부신에서, 여성은 부신과 난소에서 남성호르몬을 생산한다.
남성호르몬은 여성과 남성에게 같은 역할을 한다. 남성은 굵은 목소리와 근육질의 몸과 성기를 발달시키고, 몸에 털을 나게 한다. 여성은 음핵을 발달시키고, 성기 주변에 陰毛가 나게 한다. 남성호르몬은 또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리비도(성욕)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수염이 많거나 구레나룻이 나 있으면 사내 구실을 잘 하고 자식을 잘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남성의 경우 정자가 생산되고 난 후 그 부산물로 남성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점에서 옳은 말이다. 정자가 많은 남성이 남성호르몬을 많이 분비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결코 반가울 수 없는 방해꾼이다. 남성호르몬이 過(과)하면 임신에는 치명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잠자리를 지나치게 밝히면 자식이 안 생긴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 경우, 성욕을 주도하는 남성호르몬이 過하면 임신과 출산을 주도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황체호르몬 등)의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의학적 논리에 견주어 보면 옳은 말이다.
多毛症 여성 불임 가능성 높아
여성의 몸에 여성호르몬보다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으면 리비도가 강해질는지 모르겠지만, 배란이 잘 안 되고 자궁 입구에서 분비되는 점액의 질이 떨어진다. 또한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몸에 털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허스키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수정란이 착상해야 하는 자궁내막이 나빠져서 임신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불임클리닉을 찾는 여성 중에는 「多毛症(다모증)」인 경우가 많다. 남성호르몬이 많아져서 생성된 陰毛를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陰毛가 무성하면서 분포 모양이 좀 다르다. 정상 여성의 陰毛는 역삼각형 모양으로 분포하는 것에 반해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過하게 받은 여성의 陰毛는 몸 한가운데로 쏠려서 배꼽 쪽으로 확장된 마름모꼴 분포를 보인다. 어떤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너무 過해서 陰毛가 항문까지 분포되어 있고, 심한 경우 양 가슴 사이에 분포하는 경우가 있다.
비만 여성일수록 多毛症일 확률이 높다. 산부인과적 질병으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다. 이 증후군에 속하는 여성의 상당수가 뚱뚱하면서 陰毛가 많다. 이런 여성은 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여성의 몸에 지방이 쌓이면 혈당 조절호르몬(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져서 필요 이상의 인슐린을 많이 만들게 된다. 과다하게 분비되는 인슐린은 여성의 생식기능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뇌 속의 「시상하부」라는 배란 중추 기능을 무디게 해서 배란이 되지 않게 하고, 난소에서 남성호르몬을 더 많이 만들어 내게 한다. 여성의 몸속에 많아진 남성호르몬이 성욕을 증가시키고 몸에 털이 많이 나게 한 주범인 셈이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면 남성의 성기가 발기되듯이 여성의 소음순이 자꾸 커질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질 성형수술」 중에 남성호르몬에 의해 커진 소음순을 적당하게 잘라 주는 시술이 있다.
불임여성 중에는 비만 여성이 상당수이며, 이들 대부분이 多毛症에 속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여성들은 배란장애 혹은 無배란으로 임신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불임병원을 찾는다. 용케 배란과 수정이 이루어져도 난자에 문제가 있어 세포분열 속도가 느려 건강한 배아로 자라기 힘들다. 이런 배아로 임신이 되면 유산이 되거나 기형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모증 몽골계 여성에게 많아
털이 많은 것도 탈이지만 없는 건 더 고민이다. 無毛症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상당수 있다. 無毛症은 한국 여성이 속해 있는 몽골계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통계적으로 전체 여성의 10%는 陰毛가 부족한 「貧毛症(빈모증)」이고, 3%는 아예 없는 無毛症인 것으로 나타났다.
性的(성적)으로 미숙하면 陰毛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 이런 여성은 性생활과 출산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몸속에 여성호르몬이나 남성호르몬이 부족해 리비도가 극도로 약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적인 결함으로 선천성 기형일 경우 無毛症이 될 수 있는데, 性염색체 X가 한 개밖에 없어 性的으로 발달이 매우 미숙한 「터너증후군」 여성이 여기에 속한다.
남성호르몬이 過한 여성의 경우 몸에 털이 많아지는 증상과는 별개로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 대머리처럼 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이 탈모를 일으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머리카락의 뿌리에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수용체가 많이 분포되어 있다. 남성호르몬이 「5-알파-리덕타제」라는 효소에 의해 더 강력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일명 DHT: 탈모유발남성호르몬)이라는 호르몬으로 바뀐다.
이렇게 둔갑한 탈모 유발 남성호르몬이 머리카락의 모근에 있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해서 毛根(모근)을 약하게 만들어 머리카락이 빠지게 한다. 한마디로 탈모는 毛根에 남성호르몬이 작용해 일어나는 것이다. 대머리가 되는 이유는 앞머리와 정수리 주변의 毛根에 분포하는 남성호르몬 수용체 밀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탈모의 원인이 남성호르몬 때문이라면 대머리 남성은 정력이 좋을까? 성욕이 남성호르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해서 대머리 남성을 「정력이 세다」고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대머리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에 반응하는 毛根 탓이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유전적으로 남성호르몬에 민감한 毛根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대머리가 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毛根에 남성호르몬에 대한 수용체가 많기 때문이다. 탈모는 毛根에서 남성호르몬을 받아들이는 민감도와 이를 촉진하는 효소의 농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의 수치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턱수염의 경우 오히려 남성호르몬에 의해 성장이 촉진된다.
탈모는 식생활과 연관이 깊다. 동양인은 본래 서양인보다 탈모 인구가 적은 편인데, 최근 20여 년간 동물성 포화지방음식의 섭취율이 높아지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털북숭이 유인원의 진화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은 분명 아프리카에서 살던 털북숭이다. 털북숭이 유인원들이 어찌하여 털 없는 인간의 모습이 되었을까?
진화론에선 종족번식의 목적이 한몫을 했다고 한다. 본래 열대우림에서 생활하던 유인원들이 점차 사바나의 초원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나무가 없는 사바나의 초원에서는 털로 뒤덮인 신체 조건으로는 뜨거운 기후에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땀샘이 발달했고, 점점 털이 없게 되었다. 털이 없어지면서 피부가 점점 예민해지자 의복을 입게 되었고, 털 없는 피부가 짝짓기하기에 유리했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털이 적어지게 되었을까? 해답은 「幼形成熟(유형성숙)」에 있다. 유형성숙이란 인간은 성인이 되면서 가급적 어릴 때 모습을 간직하려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이론이다.
여성은 성인으로 성숙하면서 남성을 유혹하는 데 유리하게끔 유아 때 모습을 간직하려는 쪽으로 진화했다. 성인이 되어도 어린아이처럼 목소리가 가늘고 몸에 지방이 많게, 그리고 털은 적게 나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어려 보이고 매끈할수록 더 많은 남성을 유혹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어려 보일수록 생식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털 없는 것이 性的인 면에서 더 자극적이었다. 짝짓기를 할 때 다른 영장류나 포유류가 후각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인간은 촉각에 의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촉각을 위주로 하는 性的 자극을 위해서 털 없는 피부를 선호하게 되었다. 진화론에서는 털 많은 여성들이 거친 이미지를 풍겨 남성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기에 여성에게서 털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여성의 경우 신체적으로는 남성보다 어린아이에 가깝지만 행동에 있어서만큼은 성숙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진화론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성이 양육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했고, 아기의 생명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했기에 남성처럼 위험한 장난을 좋아해서는 안 되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털 없는 남자, 털 많은 여자 선호하는 시대
요즘은 여성들이 털 없이 피부가 미끈한 꽃미남을 선호하고, 남성들은 털 많은 여성을 기대한다고 한다. 참으로 큰일 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똑똑하고 능력이 출중한 여성이 늘어나고 점점 중성화해 문제인데, 털 많은 여성을 이상형으로 생각한다면 종족번식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은 「설탕」 혹은 「소금」과 같아서 제각기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다. 설탕과 소금이 다른 맛을 내듯이 여성스러운 여성과 남성스러운 남성이 제각기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