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경향신문 체육부 기자

- 「울산 모비스」김학섭이 지난 9월23일 韓日 챔피언전에서「오사카 에베사」메트 로틱과 볼을 다투고 있다.
2006-2007 시즌 한국 프로농구 챔피언의 영광을 누렸던 「울산 모비스」는 어렵게 오른 정상을 지키기 위해 지난 9월16일부터 24일까지 8박9일 동안 일본 오사카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해마다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모비스가 일본을 택한 이유는 오사카에서 열리는 韓日 챔피언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프로농구(KBL)와 일본 프로농구(BJ리그)가 공동 개최하는 제2회 韓日 프로농구 챔피언戰이 지난 9월23일 오사카에서 열렸다.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면 연습 중간에 이동해야 하고, 시차 적응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지훈련지로 오사카를 선택했다. 이들을 동행취재했다.간사이 공항에서 빠져나와 「아나 호텔」에 짐을 풀고 선수들이 훈련하는 「파나소닉 마쓰시타」 홈 경기장으로 갔다. 호텔에서 차로 30분 거리였다.
오후 4시부터 마쓰시타와 모비스의 연습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장 중앙에 커튼 하나 사이로 왼쪽에는 배구 경기가, 오른쪽에는 농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비스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농구보다 배구가 더 인기종목이어서 농구단 전용 체육관을 갖고 있는 팀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커튼 하나를 치고 동시에 다른 두 종목 경기를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파나소닉 마쓰시타」와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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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4일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함지훈, 신종석, 김효범이 티케팅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유재학 감독은 자존심이 상했다. 공격·수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유재학 감독은 김학섭에게 「똑바로 보라」고 소리쳤다. 가드가 경기 흐름을 빨리 읽고, 누구에게 볼을 줘야 하는지 제대로 판단해야 하는데 머뭇거리면 찬스를 계속 놓칠 수밖에 없다.
김효범에게는 「자신감 있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김효범은 슛이 한 번 성공하면 무섭게 슛을 쏘는데, 한 번 실수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성격이다. 유감독은 김효범에게 『실수해도 좋으니 무조건 자신감 있게 던져!』라고 한 것이다.
유감독은 선수들을 무섭게 혼냈다. 기술적인 부분을 하나하나를 짚어 내며, 폭력만 행사하지 않았을 뿐 무섭게 선수들을 다잡았다.
유감독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2쿼터가 시작됐다. 감독에게 무참히 깨진 선수들은 2쿼터부터 조금씩 자기 자리를 잡아 갔다. 루키 함지훈은 2쿼터에만 혼자 9점을 책임졌고, 우지원이 열심히 슛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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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3일 유재학 감독이 韓日 챔피언戰에서 모비스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습 경기가 끝나고 모비스 선수와 마쓰시타 선수 간에 악수를 나눈 뒤, 유감독은 곧바로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4쿼터 마지막 상황으로 선수들의 자리를 배치한 후 각 포지션별로 그때 어떻게 움직여야 했는지를 설명했다. 마쓰시타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농구장을 빠져나갔고, 모비스 선수들은 한 시간 가까이 훈련을 이어 갔다.
선수들은 하나 같이 비 맞은 생쥐처럼 땀에 흠뻑 젖었다. 감독이 「그만」이라는 사인을 보내자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풀고 짐을 쌌다.
스타 가드 출신 유재학 감독. 그는 연세大를 졸업 후 「기아」에서 활동하면서 잘 나가던 선수였다. 그러던 1990년 다리 부상으로 스물일곱 살이란 젊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일찍 접고 지도자의 길을 택해야 했다.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프로농구 사상 최연소 감독이란 타이틀로 「대우」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대우를 인수한 「신세기」, 신세기를 인수한 「전자랜드」 감독을 맡으면서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 10위에서 5위, 4위까지 팀을 끌어올렸다.
2003-2004 시즌에는 전자랜드를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면서 그의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자랜드는 유감독에게 프로구단 감독 중 최고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요구했지만, 유감독은 거절했다. 꼴찌였던 모비스를 택했다. 이유는 모비스 前身(전신)인 기아 창단멤버였기에 친정 같았고, 꼴찌했던 팀이라 부담이 없었다.
『모비스의 모든 색깔 잊고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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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학 감독. |
―모비스 사령탑을 맡은 지 3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꼴찌 팀을 맡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위기상황이다. 어렵게 선수들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우승의 핵심 멤버였던 양동근·김동우가 軍 입대를 하게 됐고,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용병제도를 「트라이 아웃(공개 입단 테스트)」으로 바꿔서 크리스 윌리엄스를 보내고 다른 용병을 데려오게 되었다.
지난 3년간 이끌었던 모비스의 모든 색깔을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즌은 임박했고, 아직 손발을 맞추는 게 힘든 상황이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모비스의 과제는 양동근·김동우·크리스 윌리엄스의 공석을 어떻게 메우느냐였다.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끌었던 양동근과 김동우,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가 모두 빠졌다. 날렵한 움직임과 정확한 볼 배합으로 게임을 주도해 나갔던 가드 양동근은 지난 5월 「상무」에 입단했고, 슈터 김동우는 공익근무요원이 됐다.
크리스 윌리엄스는 KBL 용병선발제도가 자유선발제도에서 예전의 「드래프트 선발(신인선수지명권제도: 각 팀의 대표들이 선발회의를 거쳐 신인선수와 일괄적으로 교섭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팀을 떠났다.
유재학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된다』며 『양동근 역할은 김학섭과 하상윤이 맡고, 김동우 자리는 김효범이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감독 말처럼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즌은 임박했고, 다른 선수들의 기량은 아직 많이 부족했다.
―중요한 시점에 전지훈련을 왔는데 성과가 있는가.
『양동근·김동우를 잊고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드는 중이다. 그동안 양동근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학섭과 하상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책임감을 심어 줬다. 그동안 혹독하게 훈련시키면서 애들을 많이 다그치고 혼냈는데, 이제는 조금 기다려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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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2일 울산 모비스 선수단이 일본 사카이 이케하라 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
기다림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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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무에서 軍복무 중인 양동근. |
『며칠 전 훈련을 끝내고 호텔에서 저녁 먹으러 나오는 길에 (김)학섭에게 힘내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올렸다. 그런데 학섭이가 본능적으로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충격이었다. 내가 그동안 선수들을 너무 무섭게 다루었구나 싶어서 그날 밤에 처음으로 김학섭과 하상윤을 불러다가 술 한잔 사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가드는 특히 자신감이 넘쳐야 하고, 파이팅이 있어야 한다. 김학섭과 하상윤은 주눅이 들어 있었다.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다. 「무조건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하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술을 마셔본 것은 처음이었다. 코트 안에서는 무섭게 선수들을 휘어잡고 밖에서는 무조건 터치(간섭)하지 않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래야 선수들이 숨통이 트이고, 코트에서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가끔은 선수들을 코트 밖에서 풀어 주고 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시즌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팀을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3년 전에는 모비스가 바닥에 있어서 부담이 없었고, 「무조건 하면 된다」고 믿었다. 정상에 올라왔으니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변의 기대는 커졌고, 내 책임감 또한 무거워졌다. 지난 시즌처럼 우승을 바라보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섭과 하상윤이 자리를 잡아 가는 단계고, 김효범이 전보다 실력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2년 안에 다시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지도할 계획이다. 출전 기회를 많이 주면서 경험과 실력을 같이 쌓아 갈 수 있게 하겠다. 새 용병 키나 영은 스피드와 파워를 잘 갖춘 선수다. 한국 농구에 잘 적응하는 중이고, 신인 센터 함지훈의 기량이 기대된다. 위기를 다시 한 번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9월23일 韓日 챔피언戰이 열린다. 상무에서 軍복무 중인 양동근이 깜짝 출현을 한다고 하던데.
『지난 시즌 일본 BJ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던 오사카 에베사는 현재 용병을 4명 쓰고 있고, 우승 멤버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팀은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 새로 뽑은 용병은 부상 때문에 전지훈련 직전에 교체했다. 그래서 (양)동근이를 참가할 수 있도록 KBL에서 상무에 공식 요청했다.
동근이가 일본에 오지만 이번 경기에 출장 기회를 많이 주기 힘들 것 같다. 한동안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고, 팀이 시즌 준비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혼란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9월30일 울산에서 열리는 韓日 챔피언戰 2차전에는 울산을 찾는 농구 팬들을 위해 양동근을 많이 활용할 생각이다. 동근이가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떠난 양동근, 「POST 양동근」
짧게 자른 머리가 아직은 어색한 양동근(26·상무).
양동근은 韓日 챔피언戰에 참가하기 위해 9월20일 오후 오사카에 도착했다. 軍복무 4개월 만에 친정 팀 선후배들과 다시 만나게 된 그의 표정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오사카에서의 만남이기에 더 애틋해 보였다.
―오랜만에 선후배를 만나니까 어떤가.
『가족을 만나러 온 기분이다. 韓日 챔피언戰에서 단 1분을 뛰더라도 정말 열심히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양동근, 『유재학 감독 능력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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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스 선수단이 지난 9월18일 아마 가사키체육관에서 오사카 에베사팀과 연습경기를 한 후 팬 사인회를 하고 있다. |
『김학섭·하상윤 체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마무리 단계에서 과연 내가 어떻게 하는 게 팀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인가, 고민했다. 韓日 챔피언戰은 울산 모비스뿐 아니라 한국 프로농구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니 무조건 우승해야 하고, 그 우승을 위해서 식스맨으로 뛰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뛰고 싶다』
―일본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지켜본 소감은.
『그동안 언론에서 「울산 모비스가 이번 시즌에는 힘들 것」이라는 보도를 많이 접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연습경기를 보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유재학 감독님이 새로운 모비스 색깔을 만드는 과정이고, 선수들이 열심히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워낙 치밀하게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대안을 갖고 계신 분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본다.
동우형이나 내 빈 자리는 분명 다른 선수들이 잘 메울 수 있도록 감독님이 잘 지도하실 것이다. 다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용병이 크리스 윌리엄스처럼 뛰어난 경기를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크리스 윌리엄스는 감독님이 따로 지적할 게 없을 정도로 잘했다. 지금 용병들은 아직 코트에 적응을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상무에 있는 동안 해외로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타고 오사카에 오니까 어떤가.
『자유를 만끽하는 느낌이다. 상무 생활은 어느 정도 적응했고, 농구 연습 외에는 시간 날 때마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농구에 올인하느라 다른 공부는 소홀히 한 것이 항상 아쉽다. 상무는 일요일에 무조건 쉬어야 하는 게 방침이다. 그래서 훈련 없이 쉬는 시간을 활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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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섭이 지난 9월21일 사카이 이케하라 체육관에서 슛을 준비하고 있다. |
『아내가 보고 싶은 것 외에는 괜찮다. 좋아하는 농구하면서 軍생활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제 곧 이등병 떼고 일등병이 된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일반 군대 분위기와는 다르게 화기애애한 면이 있다. 이렇게 韓日 챔피언戰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고참들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외출할 수 있어서 좋다』
―한창 신혼인데 아내와 떨어져 지내니까 많이 외로울 것 같다.
『지난 5월에 결혼하고 곧바로 입대했다. 아내가 일하는 병원이 상무 근처에 있어서 항상 곁에 있는 느낌이다. 외출 기회가 생기면 총알같이 집으로 달려간다. 연애를 오래해서 그래도 지낼 만하다. 아내가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내가 軍 제대할 때까지는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고 했다. 내가 제대해서 연봉을 많이 받으면 꼭 공부시켜 주겠다고 했다』
―아픈 곳은 없는가.
『오른쪽 발목 인대 수술을 해야 한다. 지난해 부상을 입었는데 참으면서 운동을 계속해 왔다. 10월8일부터 전남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나면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오른발에 통증이 오면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겨 왼쪽 허리까지 아프다. 그래도 죽을 만큼 아픈 것은 아니라 괜찮다』
새 기회 잡은 하상윤과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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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에베사와의 연습경기에서 케빈 오웬스가 에베사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는가.
하상윤 『너무 큰 목표를 세우면 항상 어려움이 뒤따랐다. 욕심이 커지면 조급해지고, 오히려 경기가 잘 안 풀려서 그냥 마음을 비웠다. 신인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서 개인 훈련을 남들보다 무조건 2배씩 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뒤에서 메인 가드를 받쳐 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코트를 장악하는 가드가 되고 싶다. 다른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가드가 됐으면 한다. 동료들의 심리까지 잘 읽고, 파악할 수 있는 가드였으면 좋겠다. 평소 운동이 끝나고 나면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김학섭 『지난 시즌에는 슛 적중률이 너무 낮았다. 어느 위치에서든, 이동 중에도 정확히 슛을 성공시키고 싶다. 임근배 코치님이 항상 「자존심을 지키는 농구를 하라」고 했다. 내 자존심을 지키고, 세울 수 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 동근이 형의 軍입대로 내 자리가 생겼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살리고 싶다』
―현재 팀 분위기는 어떤가.
하상윤 『이창수, 우지원 형이 야간운동할 때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준다. 형들은 경기 경험이 많고, 보는 눈이 있어서 후배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고 약한 부분은 어떻게 보완하라고 설명해 준다. 팀워크는 좋은데, 아직 팀플레이가 자리를 못 잡았다. 리바운드 참여가 떨어졌다』
김학섭 『일본에 전지훈련 와서 선수들을 보니 전체적으로 우리 팀보다 키가 5cm 이상 컸다. 키가 작은 탓인지 팀 리바운드가 약해지고, 그러다 보니 수비가 흔들린다. 신인 함지훈이 막내답지 않게 리바운드를 많이 잡고, 잘 해줘서 선배들이 모두 힘을 얻고 있다. 우린 (함)지훈이를 「용병 같은 신인」이라고 말한다. 지난 시즌에 비해서 멤버 구성원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각자 위치에서 제 몫을 다 하자는 분위기다. 전지훈련하면서 이번 시즌에 자기 자리를 찾아 가는 것 같다』
자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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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2일 아침 아나 호텔 1층 식당에서 우지원과 선수들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 |
난바역에서 10분쯤 걸어서 전자상가 골목에 들어섰다. 용산 전자상가처럼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1~2층 규모의 작은 상점들이 늘어져 있었다. 36℃가 넘는 무더위인데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 어디를 들어가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팀플레이·팀워크를 많이 강조해서 그런지, 15명 넘는 인원이 이동을 하는데 항상 흐트러짐 없이 같이 이동을 했다.
디지털카메라·게임기 등 전자제품을 하나하나가 만져 보면서 한국과 가격비교를 했다. 물건을 살 때면 안 되는 일본어로 어떻게든 가격을 깎는 선수가 있었다.
한 시간 쯤 걷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초밥이 먹고 싶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 패션 거리 「아메리카 무라」로 이동했고, 움직이는 게 귀찮은 사람들은 가까운 라면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메뉴에는 간장라면, 미소라면, 소금라면, 볶음밥과 만두튀김, 카레밥 등이 있었다. 가격은 700~800엔 정도인데 음식이 모두 짰다. 라면에 고기 기름이 둥둥 떠서 「느끼해 못 먹겠다」며 면을 물에 씻어 먹는 선수가 있었고, 김치를 주문해서 국물에 섞어 먹는 선수가 있었다. 김치를 추가하면 200엔을 더 냈다.
하상윤은 『인심이 야박하다』며 『김치 값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투덜댔다. 그러자 우지원이 『그러기에 너도 나처럼 느끼하지 않게 카레를 시키지 그랬냐』며 『지금이라도 한 그릇 더 시켜 먹으라』고 했다.
선수들은 약 20분 동안 점심식사를 한 후 4명씩 택시를 나눠 타고 패션의 거리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해 초밥집으로 이동한 팀을 만날 수 있었다. 880엔에 무제한으로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김효범·김학섭·최고봉 등은 이미 150접시를 먹어 치웠다. 접시 높이가 자신의 앉은 키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있었다. 우지원은 『민망하다』고 했다.
최고봉은 『형, 이 정도쯤은 먹어야 먹은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일반 초밥집이었으면 가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초밥집을 안내했던 통역 자원봉사자들은 『이 집 주인이 쌓인 접시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오후 1시쯤 선수들은 4~5명씩 짝을 지어 흩어졌다. 오후 5시에 난바역 근처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후 자유롭게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우지원·하상윤·이병석, 그리고 통역 도우미 윤람자씨가 함께 옷 상점을 쇼핑하기로 했다.
우지원은 『농구선수들 체형상 어깨와 가슴이 넓어서 한국에서 파는 옷은 같은 사이즈라도 몸에 잘 안 맞는다』고 했다. 선수들은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면 체형에 맞는 옷을 사서, 그 옷을 시즌 끝날 때까지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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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0일 아침 아나 호텔 4층에서 우지원과 케빈 오웬스 등이 튜빙 운동을 하고 있다. |
자상한 농구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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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18일 모비스 선수들이 아마가사커 체육관에서 팬사인회를 하고 있다. |
선수들은 『엔화 가치가 낮아서 한국보다 옷이 싸다』고 좋아했다. 여자들이 쇼핑하는 것처럼 꼭 사야겠다 싶은 것은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려도 샀다. 운동선수들에게 이런 면모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우지원은 자라에만 2시간 머물면서 자신의 옷과 여섯 살 난 딸 옷, 조카 옷까지 샀다. 쇼핑을 마치고 오후 4시쯤 난바역 근처 스타벅스 커피숍으로 갔다.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들 그곳에 모여 있었다.
무더위에 몇 시간을 걸어서인지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시원한 주스,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왜 스타벅스는 한국에서만 비싸냐』고 한다. 아이스커피 한 잔이 200~400엔이었다.
20분쯤 숨을 돌리더니 쇼핑을 마저 해야 한다며 『일본 보온병이 좋다』, 『일본 연고가 좋다』 하며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난바역 앞 타카시마야 백화점. 마지막 쇼핑지로 백화점을 택했다. 가격만 비싸고 물건이나 옷은 한국보다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고참인 이창수 선수는 『다리가 아파서 백화점에 올라갈 힘이 없다』며 백화점 입구 쪽 1층 의자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오후 5시. 난바역 앞에 단체버스가 도착했다. 모두 양손에는 쇼핑백을 2~3개씩 들고 나타났다. 차에 타자마자 서로 자신이 산 물건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강우형은 최신형 게임기를 샀다며 자리에 앉자마자 오락에 빠져들었고, 우지원은 딸 옷인데 예쁜 옷을 싸게 잘 샀다며 꺼내서 보여 줬다.
일본 직장인들의 퇴근시간과 맞물려서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15분 되는 거리를 1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하자 선수들은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실내에서 고무밴드로 체력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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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1일 울산 모비스 선수들이 사카이 이케하라 체육관에서 5대 5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
오전 9시, 호텔 4층에 있는 20평쯤 되는 실내에서 오전 운동을 시작했다. 호텔 근처에 임대할 만한 체육관이 없었고, 피트니스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빈 공간을 임대해서 매일 아침 2시간씩 「튜빙」 운동을 했다.
튜빙 운동에는 고무밴드가 이용된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작은 근육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이어서 운동기구가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모비스의 손용석 트레이너가 2인 1조로 짝을 지어 지도를 했다. 손 트레이너는 『테라밴드가 자동차 타이어 바퀴처럼 질긴 고무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고 했다.
손 트레이너는 『선수들이 테라밴드로 동작을 따라하는 것을 보면 선수 몸 어느 부분에 이상이 있고, 자세교정이 필요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들 아무 소리 안 하고 땀 흘리면서 튜빙 운동을 하는데, 양동근이 혼자 계속 비명을 지른다.
손 트레이너는 『상무에서 너무 편하게 있는 것 아니냐』며 양동근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꾹 누른다. 막내 함지훈은 묵묵히 동작을 따라한다. 갑자기 손 트레이너가 키나 영 쪽으로 간다.
『근력이 약해서 엉덩이가 돌아가네. 자, 다시 한 번 따라해 봐』
키나 영 역시 힘든 모양이다. 검은 얼굴에 땀방울이 구슬처럼 맺혔다.
한국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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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1일 연습경기에서 용병「키나 영」이 슛을 쏘고 있다. |
부대찌개, 순두부, 불고기, 닭갈비, 삼겹살, 순대, 잡채, 부침개 등 다양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전지훈련 내내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유재학 감독, 임근배 코치가 한 테이블에 앉았고, 선수들은 4명씩 모여 앉아 식사를 했다. 임근배 코치는 『첫날 이 집에서 찌개를 먹는데 너무 느끼해서 혼났다』며 『통역요원을 통해 고춧가루 좀 넣으라고 했더니 국물 맛이 시원해졌다』고 했다.
선수들은 『날이 갈수록 한국음식 맛을 찾아간다』며 『우리가 이 식당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간다』고 웅성거렸다. 식당에는 한국 최신가요가 흘러나왔고, 일본 손님들이 많아 빈 자리가 없었다. 김치와 밑반찬이 일본인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인지 간이 안 맞았지만 먹을 만했다.
막내 강우형은 밥당번을 한다. 선배들이 『가득』, 『조금』, 『적당히』라고 주문을 하자 눈치껏 밥을 퍼서 나른다. 밥 푸는 걸 도와주려고 다가섰더니 강우형이 웃으며 말한다.
『저를 밥 푸는 선수로 기억하지 마세요. 저 농구도 잘 할 거예요』
오후 1시. 호텔 로비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사카이 이케하라 체육관에 도착했다. 새 건물이어서 농구장 코트가 유리알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오후 2시부터 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빨간색 유니폼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5대 5로 경기를 했다. 3명 정도는 돌아가면서 교체가 됐다. 훈련이 시작됐다. 총지휘관인 유재학 감독은 수비가 허술했거나 슛을 실패하고, 선수들이 어이없는 실책을 할 때마다 『스톱, 원위치』를 외쳤다.
수비가 뚫린 상황에서는 『방금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 하며 뭐가 문제였고, 누가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따진다.
『수비가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딴짓 하다가 뻥뻥 뚫리는 수비는 말이 안 된다. 일단 볼을 잡았으면 빨리 움직여서 치고 들어가야지. 아니면 상황을 파악하고 빨리 다른 사람에게 패스해』
유재학 감독의 카리스마
유감독의 한마디는 칼같이 무섭고 날카로웠지만, 그만큼 힘이 있었다.
최근에 바뀐 용병 케빈 오웬스는 아직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유감독이 연습 중간에 수십 번씩 케빈을 부르며 『왜 상대방을 안 보고 하느냐』며 『볼을 잡은 상황에서 주위를 파악하면 한 발 늦는다』고 야단친다. 유감독은 케빈에게 『항상 결정을 빨리 하라』며 『볼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상대의 수비를 기다렸다가 슛을 쏘려고 하냐』고 했다.
이번에는 김학섭을 불렀다. 유감독은 김학섭에게 『조잡하게 농구하지 말라』며 『기회가 있는데 왜 슛을 안 쏘냐』고 지적했다. 잠시 후 김학섭은 양동근과 교체됐다.
양동근이 코트에 투입됐고, 선수들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김학섭이 잠시 지쳤는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고 있을 때, 감독이 김학섭을 부른다.
『지금 (양)동근이가 우리 선수야? 모비스의 가드는 너야, 너. (양)동근이가 어떻게 하는지, 선수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지 봐야 될 것 아니야』
김학섭은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한다. 유감독은 『잘못이 문제가 아니라 집중하지 못한 게 더 문제야』라며 트레이너를 불러서 김학섭만 10분 정도 개인 훈련을 시키라고 했다. 농구코트를 4분의 1씩 나눠 뛰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귀 잡고 오리걸음 하는 수준보다 훨씬 힘들어 보였다.
훈련 내내 유감독은 선수들과 같이 뛰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뿜어 냈다. 1분 1초의 휴식시간 없이 강훈련은 계속됐다.
갑자기 유감독이 『잠깐』을 외친다. 선수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이고, 그 상태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이창수에게 박수… 한 경기에서 오버페이스 리바운드를 4개나 잡아 냈다. 좀 배워라. 나이 많은 형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희들도 좀 분발해야 하지 않겠냐』
선수들이 이창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훈련은 거의 마무리되어 갔다. 3시간 내내 단 한 번을 쉬지 않은 감독과 선수들이 오후 5시 정각에 훈련을 마쳤다.
작전지시를 위해 중간에 짬짬이 훈련을 중단한 10여 분이 휴식의 전부였다. 버스에 올라타마자 감독·선수가 모두 5분 만에 잠들었다.
기다리던 날이다. 韓日 챔피언戰 1차전. 9월23일 오후 3시에 아마가사키 경기장에서 「오사카 에베사」와 모비스가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가 시작됐다. 2000명 가까운 관중이 몰려들었다. 에베사 응원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렸다.
양팀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3쿼터까지 65대 65 동점을 이루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4쿼터에서 모비스 선수들의 수비 실책이 계속되면서 6분 가까이 득점에 실패했다. 이때 에베사는 용병 매트 로틱이 3점슛과 레이업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9점 가까이 점수 차를 벌였다.
韓日 챔피언戰에서 日本이 승리
경희大 출신으로 오사카 에베사에 몸담고 있는 한재규는 인사이드를 책임지며 모비스 점수를 無득점으로 틀어막았다. 유재학 감독은 흥분하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키나 영과 김효범, 하상윤이 득점에 성공했지만 벌어진 점수를 역전시키기에는 무리였다. 이날 경기는 84대 77로 에베사가 승리를 챙겼다.
유재학 감독은 韓日 챔피언戰 1차전에서 끝까지 양동근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지난 전지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춘 선수들을 이끌고 이번 시즌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양동근을 중간에 투입하는 게 무리였던 것 같다.
오사카 에베사의 켄사쿠 테니치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양동근이 나왔다면 경기결과는 어떻게 뒤 바뀌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확히 일주일 후, 모비스는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韓日 챔프戰 2차전에서 양동근(18점, 6어시스트)과 루키 함지훈(15점, 9리바운드)의 활약으로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모비스는 90대 79로 에베사를 이겼다. 하지만 유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말했다.
『그동안 훈련 양이 많아서 선수들 몸이 많이 무거웠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갈 것 같다. 10월18일이면 2007-2008 시즌이 개막되는데 지난 시즌 챔피언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 열심히 땀 흘리고 준비한 만큼 시즌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
▣ 꼴찌 구단에서 챔피언으로 올라선「울산 모비스」
2001년 10월 부산을 근거지로 한 프로농구팀 「기아」가 간판을 내렸다. 「울산 모비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1999년 기아의 사령탑을 맡았던 박수교 감독은 특급 에이스 김영만·강동희를 거액에 스카우트했지만, 2001-2002시즌에서 18승36패로 참패를 당하며 자진 사퇴했다.
모비스를 최하위 구단에서 끌어올리는 임무는 연세大 무적 신촌 독수리의 신화를 이뤄낸 최희암 감독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최희암 감독도 모비스를 강한 팀으로 바꾸지 못했다.
2003-2004 시즌도 최하위 팀이었던 울산 모비스는 2004년 9월 유재학 감독과 인연을 맺는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무섭게 성장했다.
2005-2006 시즌에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2006-2007 시즌 마침내 정규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해 KBL 통합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힘들게 명문구단으로 올라선 모비스는 10월18일에 개막되는 2007-2008 시즌을 앞두고 일본 오사카에서 시즌 준비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